중동최대시장 이란 부활…한국, 자동차·IT·건설 등 진출 기대
중동최대시장 이란 부활…한국, 자동차·IT·건설 등 진출 기대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세계 4위의 산유대국이자 8000만 명의 인구대국인 이란의 시장이 17일 열렸다. 중동 최대시장의 부활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막혀 있던 이란은 과거 중동 경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저유가로 인해 중동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한가닥 생로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쳐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이란 시장은 한국에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란 경제인들은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한국과의 교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KOTRA가 이란 바이어 521개사(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 의료기기, 석유화학 등)를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2%의 이란 바이어들이 한국기업과의 거래가 현재보다 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 바이어의 44%는 최대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과의 교역 확대 이유에 대해 수입장벽 완화(37%), 합리적 가격(20%), 기존 거래처와 원활한 거래경험(18%), 품질 경쟁력(17%), 한국기업과의 우호적 관계(7%) 등을 꼽았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2014년 발표된 KOTRA 보고서 내용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KOTRA는 우선 대이란 제재로 인해 수출이 제한되었던 자동차부품과 자동차 관련 철강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1959년 자동차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 자동차부품을 조립 생산하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중동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한 바 있다. 2010년에는 15년 이내에 세계 11위, 아시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제재 이후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으며 관련 기업 다수가 도산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에서 자동차부품의 공급해 이란 시장의 70%를 점유하기도 했지만 이란 소비자들은 중국산 부품의 낮은 품질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틈새를 한국 업체들이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2009년 기아차가 이란 양대 자동차 제조사인 호드로, 사이파와 기술제휴를 통해 프라이드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한국의 가전제품, 정보통신(IT)제품, 섬유제품 등도 전망이 밝다는 관측이다. 현지 한류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이 선호하는 IT제품의 전망이 매우 밝다. 30대 이하 젊은이가 전체 인구의 7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 2012년 인터넷 보급률이 53.3%로 중동지역에서 제일 높다. 사용자 수로 따지면 4000만명을 넘어서 한국보다 많다. 이밖에 이란 내 산업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아 대규모 수입이 불가피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의료기기, 산업기계류도 전망이 밝다. 일각에서는 이란발 건설 붐을 기대하기도 한다. 원유시설 등 노후한 건설 인프라에 대한 교체 수요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세계 금융기관에 동결돼 있던 100억~170억 달러 규모의 원유 수출대금을 쓸 수 있게 됐다. 원유 수출을 통한 추가 자금도 조달 가능하다. 이란 정부는 강력한 경제부흥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해 이 자금들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과 유럽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은 지난해 이란의 최대 수입국으로 입지를 다졌다. 한국은 인도에 이어 3위로 밀려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이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유럽기업들은 이란 제재 해제가 다가오자 자동차, 항공, 석유화학, 의료, 호텔 등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높은 품질의 유럽 제품을 선호해 왔다. 한국기업으로서는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으로 유럽기업들과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