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틈새공략'…시진핑은 '통 큰 유혹'
한중 정상의 방미 외교행보 비교해 보니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이제 해외 순방의 공식이 됐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기울고 있지 않느냐'는 미국 정가의 못마땅한 시선을 바로 돌려놔야 한다. 그 와중에 세일즈의 성과 또한 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일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과 오버랩된다. 시 주석 역시 미국 재계에 중국 시장의 건재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했고, 해킹 문제 등을 둘러싼 백악관과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했다. 두 지도자는 세일즈 외교부터 시동을 거는 공통점을 보였다. 하지만 방식은 달랐다. 시 주석이 거대시장을 무기로 활용했다면 박 대통령은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틈새전략을 활용했다. 시 주석은 당시 첫 방문지로 시애틀을 택했다. 의도는 곧 드러났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 위치한 보잉 에버렛 공장을 방문해 '통 큰 선물'을 내놨다. 737항공기 250대를 포함해 300대의 항공기를 주문한 것이다. 또 보잉에 중국 공장을 세워달라고 했다. 모두 380억 달러(약 43조원)에 이르는, 보잉으로서는 완전 대박인 계약이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 미국의 거물급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놓고 중국의 거대시장을 더욱 활짝 열겠다고 유혹했다. 증시 폭락 사태로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시선에는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안심시켰다. 거대시장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대신 한국이 미국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도착 당일인 1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미국 기업인들에게 한국과 함께 '제조업 신르네상스'를 열어가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메이킹 인 아메리카'와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제조업에서 신성장 동력과 경제혁신의 모멘텀을 찾고 있다"며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반자인 양국이 우수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혁신을 서로 연계하고 협력해 나간다면 '제조업 신르네상스'의 문도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 산업혁명' 이야기를 했다. 박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만남은 전통 제조업을 신성장,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께서 미래 제조업 혁명을 가져올 기술로 언급한 3D 프린팅은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구현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제3의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첨단 센서로 측정한 소비자 정보가 공장으로 실시간 전달되고, 주문자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서 드론으로 배송하는 것도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동부의 첨단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워싱턴의 기업가들에게는 달콤하게 들릴만한 이야기다. 티몬스 전미제조업협회장은 참석자를 대표해 "우리가 새로운 경제재도약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미국의 제조업은 한국과 더불어서 손을 잡고 수많은 산을 건너 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지는 상담회에는 우리기업 67개사(경제사절단 57개사, 개별참석 10개사)와 미국측 바이어 90개사가 참석해 IT, 정보보안, 보건의료, 바이오, 방산조달,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 위주로 상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첨단산업인 우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일단 세일즈 외교의 문을 연 박 대통령은 15일에는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한다. 여기서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