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24시간 시대의 탄생 外
◆24시간 시대의 탄생 김학선 지음/창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후 신군부가 등장했다. 이들은 '새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전 정권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야간통행 금지제도를 철폐하는 등 자율화 조치를 시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신군부 정권이 국민에게 24시간 자유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자율'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규율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자 자본의 순환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1980년대 사회가 신자유주의적 속도 경쟁으로 나아가게 한 발판이 됐다. 개인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관리하고 조직·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시간의 노예로 전락했다. 모두가 자기계발의 주체가 된 신자유주의의 아이러니. 316쪽. 1만8000원. ◆인간의 모든 죽음 최현석 지음/서해문집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OECD 회원국 등 40개 나라를 대상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가 얼마나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조사해 국가별 '죽음의 질' 지수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32위로 하위권이었지만 5년 뒤에는 80개국 중 18위를 기록, 커다란 개선을 이뤘다. 우리는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원한다. 책은 자살, 타살, 사고사, 고독사, 존엄사, 치매, 간병, 호스피스, 상장례, 임종, 사별 등 117개 키워드로 죽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정리했다. 현대인 죽음의 양상, 각종 질병 및 생활습관과 죽음의 관계, 죽음의 유형과 생애주기별 죽음의 특징 등 인문학과 과학, 의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다룬다. 496쪽. 2만2000원. ◆다시, 쓰는, 세계 손희정 지음/오월의봄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대상화해야만 성립 가능한 뒤틀린 연대가 작동한다. 여성, 장애인, 하청노동자 등 주류 사회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소수자들이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받는다. 저자는 이런 혐오가 이제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고 진단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 대침체기를 맞이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우경화가 확산됐고 한국에도 '혐오 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험하고 독할수록 잘 팔린다. 돈과 표가 되는 혐오는 생명을 죽이는 정치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혐오의 시대, 존재를 해치는 '해로운 말들'을 고발한다. 248쪽. 1만65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