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강등 심상치 않네, 기업들 자금조달 걱정
#. 두산그룹 4개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졌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은 모두 'A'(한국기업평가)에서 'A-'로 하향 조정됐고, 두산인프라코어는 'BBB+'에서 BBB'로, 두산건설은 'BBB-'에서 'BB+'로 각각 강등됐다. 4개사에 대한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기평은 "주요 두산 계열사의 지난해 잠정 실적이 영업수익성 저하와 대규모 적자로 부진하다"며 "일부 비용 항목은 과거 사업환경 저하에 따른 누적 손실로, 추가로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S그룹 계열 LS엠트론의 회사채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주저 앉았다. LS엠트론의 100% 자회사 대성전기공업 매각 실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게 된 점이 등급 변경 배경이다 갈 길 바쁜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에 떨고 있다. 웅진, 동양, STX, 대우조선해양 등 믿었던 대기업마저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투자자들도 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기업은 투자자에게 웃돈을 주고 돈을 빌려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신용경색이 이어질 경우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등급변동 22개 중 상향은 단 2건 3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월 '등급변동(Rating action)'은 총 22개였다. 이 가운데 적용등급과 개별등급이 상향된 사례는 각각 1개로 총 2개에 불과하다. 반면 적용등급(9개)과 개별등급(2개)이 떨어진 사례는 11건에 달한다.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곳과 하향검토 대상도 각각 4개(부여 1개 포함)나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두 단계 내렸다. '등급 감시(Watchlist) 하향 검토'는 유지했다. 한신평은 현대상선의 등급 강등에 대해 "업황 부진 지속과 영업적자, 과중한 재무부담, 정부·채권단의 지원방안 부재, 유동성 위험, 기존 채권의 손상 가능성 확대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이날 현대상선의 장기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등급 감시(Watchlist) 하향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다만 신용등급 'BB+'는 종전대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상당 규모의 4·4분기 영업적자, 향후 실적과 업황 부진 지속 가능성, 추가 자구계획 성과의 불확실성, 점증하는 유동성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건설, 조선, 철강 등 12개 산업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24개 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긍정적 12개사의 2배다.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던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인 점도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럽다. 자본시장연구원 태희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차환 위험 및 조달 금리 상승, 중국 및 글로벌 리스크 확대 가능성, 산업 구조조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면서 "2016년에도 신용등급의 방향성은 하향(특히 부정적 전망 기업군) 기조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제 발목 잡을 수도 지난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168차례에 걸쳐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부도 기업 제외)했다. 1998년(17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뒷걸음질 치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신용등급은 기업의 재무 상태와 향후 성장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기업들은 당장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지난 2월 한달 회사채 3년(AA-) 크레딧 스프레드는 2.1bp(1bp=0.01%포인트) 축소되며 49.2bp를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을 빼면 사실상 확대된 셈이다. 회사채를 제외한 나머지는 섹터는 모두 확대 전환했다. 재계 한 재무담당 부서장은 "대기업이라고 해도 신용등급이 A- 이하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조달 금리까지 높아지면 경영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불안감을 전했다. 기업 신용리스크는 가계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신용등급 하락→투자 위축→실적 악화→소비 위축→경기 침체'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 등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저유가도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축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재앙'이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그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응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