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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태양의 애무

별로 수줍지 않은 표정이다. 살며시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또는 은밀하게 감추어두었던 몸이 행여 드러날까 조심하는 기색조차 없다. 태양의 시선이 각도를 바꾸자,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어쩌면 거침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의 미모를 활짝 공개한다.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무척 닮았으나 각기 다른 미소를 짓고 있는 꽃들이 온 세상을 기적의 화원(花園)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봄은 어느새 경쾌한 발걸음의 정원사가 된다. 간밤에 비가 내리쳐 이 아름다운 풍경이 망가질까 하는 걱정도, 아침이 부드럽게 열리면서 말끔히 가셨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나에게 오기 전 이미 꽃들을 어루만진 애무(愛撫)의 손길이다. 그래서인지 그 손끝에서 벚꽃 향기가 난다. 어루만질 '무(撫)'라는 한자는, 없을 무(無)에 손 수(手)가 합쳐진 글자다. 있지도 않은 것을 만진다는 것인지, 또는 뭔가 없어질 때까지 어루만진다는 것인지 뜻 해석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물론 없을 '무'는 이 글자의 소리를 받쳐줄 뿐이나, 따지고 보면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것은 세상의 근심과 염려, 아픔과 외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영혼의 마술이 되지 않으려나 싶다. 태양의 애무는 그렇게 지상에 꽃을 피운다. 차갑게 굳어있던 흙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단잠을 자고 깨어난 기분에 잠긴다. 그리고는 따뜻해진 자신의 몸에서 겨우내 숨겨놓은 비밀을 꺼내 보여준다. 바람 불어 외투를 걸치고 있던 투박한 육신에서, 이토록 화사하기 그지없는 빛이 뿜어 나올지 누가 미처 짐작했겠는가? 냉기에 대한 두려움이 소멸한 존재의 확신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그 꽃들을 피워낸 손길에 온 몸을 내맡기는 사람들도 생명의 기력이 마음과 몸에 차들어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건 이내 인간, 그것도 춤추는 자의 체온이 된다. 꽃 춤이다. 우리도 언 땅에 발을 딛고 살다가, 우주 저 멀리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이 예까지 이르러 나의 살과 뼈, 그리고 영혼의 온도까지 변모시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매번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계절에 대한 설렘이, 밤새 누구도 모르게 키가 자라는 야생초처럼 아주 미세하게 몸 속 저 깊숙한 곳에서 흔들리며 올라온다. 변신을 준비하라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된 카오스의 강을 건너 생명의 땅으로 들어서는 기쁨이다. 아, 꽃은 내 안에서도 피어나고 있구나. /성공회대 교수

2014-03-30 18:30:2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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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새누리당은 강자의 그릇이 못 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드디어 공식출범했다. 지난 26일 국회 130석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이 탄생된 것이다. 바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일대일 구도로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종전 민주당의 색깔이 크게 달라질 만큼 정강정책에 중도 노선을 강화했다. 4대 비전으로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 등을 제시하며 중도·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신당에 대해 집권여당은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을 조금도 감추지 못하며 원색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집권여당의 여유와 아량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창당에 따른 당대표의 축하 메시지는 고사하고 흔한 덕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게 새누리당이다. 물론 네덜란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중에도 '원자력방호방재법개정안'까지 처리해주지 않아 앙금도 컸겠지만 강자로서의 의연함은 잃지 말았어야 했다. 대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줄줄이 극단적인 비판 논평을 내놨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00년 갈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과욕을 부렸으나 정작 '100년 살 아파트'는커녕 가족들이 입주마저 거부하는 '부실 아파트'로 전락하게 됐다. '부실 아파트'에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세 가족이 곁눈질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시한부 동거에 불과할 뿐이다. 그 종말을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박대출 대변인이 독설을 퍼부었다. 함진규 대변인은 "새 정치를 외쳤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여전히 선명치 않다"며 "아무쪼록 창당을 계기로 지금껏 입으로만 외쳐온 새 정치를 이제부터라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이 갈망하는 정치판은 '젠틀맨십'의 타협과 화합을 추구하는 상생의 정치이다. 지금까지 야당인 민주당에 국민들이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 점도 따지고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투쟁일변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도 야당과 마찬가지 수준에서 이전투구 할 작정인가? 집권여당부터 '참다운 새 정치'의 출발을 위해 작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지지율이 다소 높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언론인

2014-03-30 11:45: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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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4>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아진 거북선

지난달 전남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근처에 거북선이 등장했다. 전체 길이 35.3m, 선체 길이 26.2m, 폭 10.6m에 달하는 '실물 크기' 거북선이라 한다. 건조사업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얼마 전엔 여수엑스포역 광장에도 전체 길이 15m짜리 거북선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거북선의 수는 임진왜란 당시보다도 많다. 학계는 임진왜란 당시 건조된 거북선 수를 대략 5척에서 7척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남 여수를 비롯해 통영·남해·창원 등 경남에 있는 거북선까지 모두 10척이 넘는다. 침투력 뿐만 아니라 특유의 방어력 때문에 굳이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보다 많이 건조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거북선이 정작 21세기 들어 붐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역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거북선 건조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매개로 관광 수입을 늘려볼까 하는 생각과 지자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건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마저도 엉터리라는 점이다. 지난달 준공한 여수 거북선 건조에 들어간 예산이 26억원, 앞서 경남도가 6척의 거북선을 짓는 데 쓴 돈은 12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모양도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상태고 계획과는 달리 수입 목재를 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수 거북선은 해상전시와 육상전시 사이에 갈팔질팡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도는 임진왜란 때 음식을 재현하겠다며 '이순신 밥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예산만 받고 폐점하는 식당들이 속출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420여 년 전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과 공포, 그리고 거북선에 걸었을 기대를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 한 건 사실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7 15:44:5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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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밥맛은 돌솥밥이 최고다?

밥은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동남아의 푸석푸석한 쌀로 지은 밥이나 중국의 쪄낸 것 같은 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이니까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아도취에 빠져서 하는 소리만도 아니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였던 장영 역시 "밥 짓는 기술은 조선이 최고"라고 인정했다. 재료인 쌀도 좋아야 하지만 불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데 끓이고 뜸 들이는 기술은 조선인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밥맛 좋다는 우리 밥 중에서도 진짜 맛있는 밥은 어떤 밥일까? 현대인들은 시골 고향집에서 먹었던 가마솥에 향수와 추억이 담겨있으니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가마솥 밥을 그리워하지만 옛날 조상님들은 돌솥밥을 제일로 꼽았다. 조선 후기 영조 때 발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밥 지을 때는 돌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음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이며 다음이 놋으로 만든 유기 솥이라고 했다. 규합총서에도 밥솥으로는 돌솥이 으뜸이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는 가마솥보다 돌솥에 지은 밥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다. 지금과 달리 솥의 재질과 제조기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조선의 왕과 양반은 주로 돌솥밥으로 식사를 했다. 임금님의 수라 짓는 솥은 새옹이라는 조그만 곱돌솥에 꼭 한 그릇만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놓고 은근히 뜸을 들여 짓는다. 이렇게 먹는 돌솥은 개인 밥솥이었으니 특정인의 것이라고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돌솥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시 구절을 적어 자신의 밥솥임을 표시를 했다. 시를 감상하면서 먹는 밥은 맛이 어땠을까? /음식문화평론가

2014-03-26 11:36: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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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

무대 위에 올려진 시골집은 흑백 사진 같은 풍경이다. 그것은 고향이면서도 더는 고향이 아니며, 우리의 집터였으면서도 더는 우리가 사는 집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오래 전 그곳을 떠나왔고 어느 새 그곳은 낯선 곳이 되어버렸다. '시골집'은 홀로 버려진 과거다. 그런데 그것은 다만 풍경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담겨져 있던 체온을 언젠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길에 떨어뜨렸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서로 뒤엉키면서 끈끈하게 나누는 정을 옆으로 밀어제친 지 꽤 되었으며, 서로의 삶을 보듬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풍습도 고리짝에 놓고 자물쇠를 잠근 지 한참이 되었다. 신구와 손숙 주연의 연극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자국이 세월이 흐르면 다시 회한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해진다.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 주고받는 마음이 어느 날엔가는 추억이 되고, 그건 때로 가슴을 저미게도 하고 때로 우리의 영혼을 울컥하게 한다. 세월이란 그렇게 지나쳐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부르면 다시 돌아와 그날 그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애타는 마음이야 어찌 하겠는가마는 우리의 가슴에 죽어 사라지는 것은 그래도 결국 없게 된다. 신구와 손숙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 무대 위에 모신 사제가 된다. 연륜이 깊어진 연기는 역시 연기가 아니라 삶 자체가 되는 것을 또한 절감한다. 늙고 병든 아버지는 적막한 밤의 시간들을 보내며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몸은 굳어져가고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점차 모두에게 부담이 되어가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자명해져가고 있다. 늙은 아내 홍매는 언제 한번 제대로 정답게 대해준 적 없이 그렇게 떠나갈 채비를 차리는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의 힘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아니던가? 우린 누구나 할 것 없이 언제나 그렇게 뒤늦게 깨닫는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던 매화나무에서 붉은 홍매가 피어난다. 아픈 세월이 닥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꽃이 핀다. 우리에게 사랑과 생명을 주신 모든 부모님들이 이 봄에 피는 홍매로구나. 볕이 따스하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23 18:02: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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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규제개혁' 공무원 마음가짐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드디어 7시간에 걸친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규제개혁 회의에서 매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결국 공무원에게 달려있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면책해주고 예산과 승진·인사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016년까지 등록규제 1만5269건을 1만3069건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로 보아 규제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 20% 정도의 규제를 줄인다고 해도 규제개혁과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이전인 1988년의 1만185건보다도 양적으로 많다. 문제는 건수 위주로 대처하기보다는 규제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자세에 더 주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대통령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는 물론 부처이기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규제개혁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법 밑에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자체별로 각종 조례를 만들어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의 자세는 대체로 '면피' 위주에다 포지티브 방식의 무사안일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실효를 거두자면 공무원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는 풍토 조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밝힌 공무원 평가 기준을 구체화시켜 실행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상벌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잘못한 것만 골라 책임을 묻는 '필벌(必罰)'보다는 잘한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상을 주는'신상(信賞)'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대민업무에 솔선수범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훌륭한 성과를 올렸을 때에는 파격적인 승진제도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위민행정'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정치발전과 함께 규제개혁으로 공공서비스 혁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언론인

2014-03-23 10:55: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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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로마황제는 왜 소시지를 못 먹게 했을까?

소시지는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한다. 인류가 먹은 역사도 오래여서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나온다. 이런 소시지를 로마시대에는 두 번이나 못 먹게 했다. 왜 소시지 금식령이 내려진 것일까? 소시지 금식령의 주인공은 9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레오 6세였다. 당시 동로마에 식중독이 퍼졌는데 순대처럼 고기와 피를 채운 소시지가 원인으로 소시지가 지목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는 많았다. 때문에 소시지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식중독을 아예 소시지 중독(Wurstgif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4세기 초반 서로마에서도 비공식적이지만 소시지 먹는 것이 금지됐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엉뚱하게 소시지에 불똥이 튀었다. 사치스런 음식인 데다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시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독교 공인 이전 로마에서는 봄맞이 축제로 루퍼칼리아 축제가 인기가 높았다. 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고 다산을 기도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도 남녀가 유별했는지 축제 기간만큼은 선남선녀의 자유로운 만남이 허락됐다. 소시지는 바로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1세기 네로황제 때부터 루퍼칼리아 축제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눈살을 찌푸릴 정도가 됐다. 결국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순결을 강조하고 우상숭배 기피 풍조가 퍼지면서 축제 자체가 금지됐고 덩달아 축제 음식인 소시지까지도 기피하게 됐다. 빗나간 봄맞이 축제로 소시지가 피해를 봤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9 12:16:1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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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는 하늘의 푸르름을 쳐다본 적이 없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가 남긴 말이다. 물론 강아지들을 비하하기 위한 주장은 아니다.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세상에 대한 한 마디였다. 한국 인문교육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 얼마 전 나왔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느새 '여름 저녁의 노을, 눈 내린 숲의 아름다움'보다는 '돈 되는 일'에만 꽂혀 사는 모습에 대한 일깨움으로 그득 차 있다. 베르제 선생의 강아지 이야기도 그 안에 담겨 있는 한 토막이다. '정신을 작은 상자에 가두는 교육'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왜 시간이 걸리고 과일은 왜 천천히 익고 씨앗들은 왜 겨울 눈 더미와 지층 사이에서 서서히 싹 틔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걸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도정일은 시인 정현종의 표현을 빌려 '짐승스러운 편리의 노예'라고 부른다. 그는 책 읽기 운동을 펼친다. 책을 읽지 않는 머리에서 무엇이 과연 나오겠는가라는 거다. 오래 전 시인 김수영도 "신문만 읽는 머리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라고 탄식한 바 있다. 여기서 방점은 '신문'이 아니라 '신문만'이다. 단명하기 짝이 없는 정보와 들뜬 여론의 껍데기를, 마치 알지 않으면 뒤쳐질 세상의 대세로 인식하게 만들고 생각의 작동을 점차 마비시키는 대중매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실에 대한 질타다. 대중매체는 민주주의의 힘인데, 오늘날 상황은 그 반대로 치닫고 있다. 성서에는 한 율법학자에 대한 예수의 비유가 나온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란 잘 훈련된 율법학자와 같다면서, 그는 자신의 곳간에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가려내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누구의 눈에나 새것과 낡은 것이 어느 것인지 자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은 무슨 훈련을 하고 있을까? 혹시 베르제의 강아지를 기르는 일에 온통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쓸모 있는 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내팽개쳐놓고, 진즉에 버려야 좋은 것을 고귀하다고 추앙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을까?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만 제대로 가지고 있어도 교육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16 16:52:5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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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국정원에 '봄날'이 오려면…

국정원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국정원장 사퇴나 관련자 문책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지난해 4월에 대선 관련 댓글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안 돼 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5년 불법도청 의혹으로 받은 압수수색을 합치면 세 번째가 된다. 국정원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분단국가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가발전에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도 수행했지만 때로는 '정권의 시녀' 노릇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던 국정원이 민주화의 시발이 된 1987년 6·29 선언 이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혼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본래 설립취지나 기능과 거리가 먼 활동이 수시로 노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의 취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기능이 변질돼 본래의 사명을 벗어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대선 댓글 사건만 해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국정원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중앙공안정보기관(일명 모사드)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최소한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그리고 일본의 내각정보조사국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정원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익 위주의 엄정중립 기관이 돼야 마땅하다. 어떤 정권 교체에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기능면에서는 국익 위주로 해외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안보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시대에 승리할 수 있는 산업정보 수집과 유출방지 역량이 획기적으로 커져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답게 철저한 정보관리와 운영능력이 요구된다. 바로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이러한 국정원의 환골탈태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국정원 전 요원들은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무장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인

2014-03-16 15:39:5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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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씀바귀가 쓴가요, 단가요?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옛말은 씀바귀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으니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기 싫다면 지금쯤 씀바귀나물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 씀바귀는 또 춘곤증을 막아 봄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서 열기를 없앤다고 했으니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잠을 덜 자게 한다는 것이니 춘곤증 예방에 좋다. 때문에 옛날부터 고들빼기와 함께 봄철 춘곤증을 막아주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혔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먹는다. 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핵심 요소인데 어렸을 때는 쓴 맛의 진가를 잘 모른다. 세상살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 참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곡풍(谷風)에 씀바귀의 진짜 맛을 노래한 여인이 있다. 낭군한테 버림 받은 여인이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달콤하기가 냉이와 같네요"라고 노래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은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쯤이야 오히려 달콤하다는 비유다. 버림받은 이 여인, 실연의 쓰디쓴 아픔을 씀바귀를 씹으며 달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냈기에 인생의 쓴 맛도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조의 경지에 올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봄이 왔으니 씀바귀를 먹어보자. 씀바귀 맛이 쓴 지, 달콤한 지에 따라 지금 마음의 상태도 알아 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2 11:18: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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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신당이 성공으로 가는 혁신과제

지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신당 창당이 아닌가 한다.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이 하나로 뭉쳐 '제3의 신당'을 만든다. 말이 창당이지 당 대 당의 통합이나 마찬가지다. 신당 창당의 목표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정치를 펴 오는 2017년 대선 승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민주당의 정치 행보나 안철수 의원이 선보인 새 정치의 실험은 이러한 과업을 완수할지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새 정부 들어 민생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정쟁으로 일관해 국력을 소모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또한 새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깃발을 들고 나온 안철수 의원은 아직도 새 정치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이러한 두 개의 정당이 하나가 된다는 점에 우선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 발표 후 4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 출발하는 신당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신당이 제1 야당으로 자리를 잡고 나아가 수권능력을 갖추자면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된다. 첫째, 시대정신에 충실해야한다. 우리나라는 고른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수준은 노사관계와 함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때문에 정치발전이 나라발전의 핵심 역량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낡은 정치 청산은 야당부터 솔선해야한다. 투쟁 일변도의 정치가 바로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 산업이다.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 때 정치는 투쟁이 최선일 수 있다. 지금은 경쟁시대다. 셋째, 국가이익과 국민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둬야 한다. 이제는 낡은 이데올로기 시대가 지났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미국조차 150년 전 링컨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을 가장 중시하는 게티즈버그 연설을 거울로 삼을 정도다. 넷째,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할 경우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킴은 물론 국론을 이리저리 쪼개 정치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대안정치를 펴야 믿음이 간다. 다섯째, 계파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지금 신당을 구성하는 세력 사이에는 태생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너무나 많이 지니고 있다. 당내 정치부터 화합을 다지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지도력을 확보해야 희망이 있다. /언론인

2014-03-09 18:05: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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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1> 인천 청라의 에메랄드로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해방 후 세대다. 하지만 아버지 함자에는 '웅(雄)'자가, 어머니 함자에는 '아들 자(子)'자가 들어있다. 모두 일본식 이름의 흔적들로, 남자이름 속의 '사내 랑(郞)'자나 여자이름 속의 '가지 지(枝)'자처럼 이름 속 일제의 흔적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명에는 아예 인위적인 왜곡이 가해지기도 했다. 전북 장수군 용계리의 경우 지금은 '용 용(龍)'자에 '시내 계(溪)'자를 쓰고 있지만 애초에는 계(溪)자 대신 '닭 계(鷄)'자를 썼다. 고려 말 이성계가 용의 기운을 지닌 닭이 울어준 덕분에 왜구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그러나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제는 이성계의 왜구 토벌과 관련이 있는 '닭 계'자를 '시내 계'자로 바꿔버렸다. 서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전체 동 가운데 30% 정도가 일제 강점기 당시의 지명을 쓰고 있는데, 그 중 종로구의 경우엔 절반 이상이 일제 때 명칭이다. 용계리의 수난처럼 그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관련이 없는, 일제의 정치적인 의도나 편의에 따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크리스탈로'와 '에메랄드로', '사파이어로' 따위의 이름을 가진 도로가 생겨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전격 시행된 도로명 주소 체계의 결과물들이다. 일제의 만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비극치고는 참 잔혹하지 않나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06 11:22: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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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봄 냉이는 인삼보다 보약

계절 변화를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식탁이다. 밥상에 오른 냉이무침, 냉잇국 한 그릇으로 입 안 가득 냉이 향기가 퍼질 때, 우리는 봄을 실감한다. "산채는 일렀으니 봄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다." 조선 후기 농가월령가의 한 구절로 달래김치, 냉잇국이 얼마나 입맛을 돋우는지 수천 년의 임상실험을 거쳐서 몸으로 체득했기에 옛사람들은 나물을 캐는 것이 아니라 의학서인 본초(本草)에 적힌 약재를 캐오겠다고 노래했다. 예전 할머니들의 말씀이 그른 것이 하나 없다. 겨울을 넘겨 싹트는 나물의 뿌리는 인삼보다도 명약이라고 했으니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온 생명력만으로도 냉이가 보약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산림경제에 냉이는 성질이 따뜻해 오장을 조화롭게 해준다고 나온다. 그러고 보니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은 백이숙제는 굶어죽었지만 서산에 올라 냉이 먹으며 공부한 채원정은 높은 학문의 경지를 이뤘다. 채원정은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로 공자, 맹자의 뒤를 이은 주자(朱子)가 존경했다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공부에 전념하려고 서산에 올라 냉이로 연명하며 학문을 닦았다. 주자의 명성을 듣고는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기를 간청하자, 학문의 깊이를 알아 본 주자가 제자 삼기를 거절하고 동료의 예로써 대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냉이는 혈액순환에 좋고 눈을 맑게 한다고 했으니 채원정이 학문을 닦는데 냉이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봄철, 수험생 부모라면 참고해 볼 만하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05 11:34:0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