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의 전력, 3분기 실적 개선세...내수 회복은 아직 숙제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기업들은 '저성장 늪'에 갇힐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의 상호관세 우려로 수출길이 좁아지고, 내수마저 위축되면서 경제 전반이 주춤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종과 코스피 전체 이익을 끌어내렸고,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 턱걸이에 머물렀다. 하지만 3분기 들어 한국 기업들의 실적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관세 전쟁과 내수침체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이제는 하반기 회복세를 전망한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조선과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를 기회로 삼은 방산의 선방이 유지되는 가운데, K-반도체의 위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이 꺼져가는 한국경제에 불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방산·반도체가 이끈다...하반기 실적 기대감↑ 28일 본지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코스피+코스닥) 270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8곳(214개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방산 분야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고, 반도체 업황도 2분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코스피 합산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4.0% 하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4% 감소한 수치며, 2023년 3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이어져 온 이익증가세가 멈춘 것이다. 김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업종이었고, 특히 삼성전자의 25.6%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 하회)'가 결정적이었다"며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대부분 업종에서 하향 조정됐지만, 기계(방산·전력기계), 조선, 증권 등은 예외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장사들의 연간 영업이익은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디램(DRAM) 가격의 강세로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으며, 자동차 업종도 관세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조선업은 슈퍼사이클 국면을 맞이하면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1.4% 급증한 수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도 조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5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5439억원 대비 약 180%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산 역시 대표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초로 합산 매출 1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 매출은 10조1814억원, 영업이익은 1조3221억원으로 추정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2%, 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가 발표한 '8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5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 급증했다. 미국 상호관세 우려에도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기업 실적 타고 한국경제 봄이 올까 한국은 올해 '제로 성장'의 위기에 놓여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 42곳이 내놓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9%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와 동일하다.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힘입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지만, 올해는 제자리걸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1%, 2.2%로 내놓았다. 이는 3개월 전 예상치와 같은 수준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이 올해 성장률 1%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점친다. 반면에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6월 대비 성장률이 상향 조정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0.7%에서 1.1%로 수정되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추월했다. 긍정적인 점은 올해보다 내년에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주요국의 경우, 대체로 내년에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국은 최근 회복세가 지속되며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높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를 제외한 40개 기관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8%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올해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치(1.6%)보다 2%포인트 높다. 2026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밀린 숙제를 처리해야 한다.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7430달러로, 22년 만에 대만(3만8066달러)에게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2분기 기준 대만의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8.01% 고속 성장했지만, 한국은 0.6% 증가에 그치면서 주춤한 탓이다. 열쇠는 내수 회복에 달렸다. 이달 '경제주평'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추가경정 예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이에 따르는 경제 심리의 회복으로 경기 전환의 모멘텀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26년 경제성장률이 2025년 1.0%보다 개선된 1.9%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추세로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3%, 하반기 1.5%의 상고하저의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 실장은 "긍정적 여건과 부정적 여건의 혼재로 2026년에도 완전한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경기 방향성은 우상향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에 한국 경제는 내수 회복이 외수 부진의 영향을 상쇄하며 잠재성장률 수준(2% 내외)에 근접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