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막는 '액티브X' 국민 10명 중 8명 폐지 찬성
사례 1)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 A씨는 주로 맥북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의 구형 노트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수강신청, 은행거래는 물론 피자를 시킬 때조차 몇 개씩 깔라고 요구하는 액티브X의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는 오직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례 2) 이베이 등 해외직접구매를 즐겨하는 중국인 주부 B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선풍적 인기인 한국산 밥솥을 사려고 한국 인터넷쇼핑몰을 방문했으나, 미심쩍은 프로그램들을 한참 동안 깔고 난 후에도 본인인증을 할 방법이 없어 구매는커녕 회원가입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선 공인인증서와 인터넷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인 '액티브X(ActiveX)'에 대한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중국 소비자들이 한류 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일명 '천송이 코트'를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액티브X는 본인확인, 결제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 한국만 사용하는 특이한 규제로 전자상거래 국제수지 적자가 7200억 원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온라인 시장이 미국의 5분의 1에 그치는 낙후된 현실이 액티브X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도 액티브X가 설치돼야 쓸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는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창조유통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로 액티브X 폐지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온라인쇼핑·은행거래 걸림돌 국민들은 인터넷 사용 시 반드시 다운받아야 하는 각종 액티브X로 큰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는 액티브X로 인해 불편이나 애로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온라인쇼핑몰 가입 및 물품구매 79.1%, 은행거래 71.7%, 포탈 등 인터넷사이트 가입 38.3%, 연말정산 등 정부서비스 27.3%, 해외사이트 6.3% 순으로 응답했다. ◆ 국민 10명 중 8명 액티브X 폐지 찬성 국민 대다수는 액티브X 폐지를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 78.6%가 폐지를 찬성한다고 응답해 국민 10명 중 8명이 액티브X 폐지를 매우 찬성 또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경우는 6.7%(반대 5.0%, 매우반대 1.7%)에 불과했다. 또한 84.1%의 국민들은 액티브X를 다운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접속 또는 결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외국인에게 더 불편한 시스템 액티브X 기반의 국내 인터넷 환경은 쇼핑몰 등 국내 사이트를 이용하는 외국인에게 매우 열악한 구조이다. 국내 쇼핑몰 대다수는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크롬,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거나 국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없는 외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표적 IT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GDP 내 온라인쇼핑 비중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할 때 1/5 또는 1/7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 본부장은 액티브X가 창조유통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며, 이 부분이 시정될 경우 7200억 원에 달하는 e커머스 국제수지적자가 대폭 개선되고, 국내 온라인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