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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의사가 바라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검증에 관한 시각

이영직 내과전문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지켜보며, 미국에 거주하는 의사로서의 시각을 말하고 싶다. 지금 상황을 보면, 이성이나 합리적인 추론보다는 감정적인 면과 정치적인 목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왜곡되는 면이 있어 보인다. 먼저 자녀 편입학 문제를 보면, 편입학 제도를 만든 건 교육부이고, 경북대와 정 후보자 자녀들은 그 법에 따라 의대에 편입했다. 현재까지는 명백한 위법사항이 밝혀진 바 없다. 그렇다면 국민정서를 이해하기 전에 위법사항이 있었는지 정후보가 제안한 것처럼 교육부가 철저하게 조사를 하면 된다. 위반 사항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조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둘째, 정 후보자 아들의 군대 문제는 병무청이나 경북대병원에서 CT/MRI 결과를 후보자 아들에게 유리하도록 판독을 했느냐가 핵심이다. 이 문제는 정 후보자가 밝힌 대로 제3의 기관에서 재검을 받고 기존 CT/MRI를 재판독받으면 해결된다. 이 점에 대하여 지난 20일 오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MRI 촬영 결과, 지난 2015년 4급 판정을 받은 결과와 동일한 진단 결과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 'expert witness'라고 해서 의료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경우에 expert witness에게 자문을 구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은 수학과 달라서 3명의 expert witness가 정 후보 아들의 검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1명은 부정하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다. 또 요추 디스크 질환으로 인한 척추협착증은 특히 젊은 층에서 올 때에는 자세교정이나 꾸준한 물리치료로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검진 때의 CT/MRI를 재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협착증은 50대 이후에 많이 생기지만 미국에서도 20대에 디스크 질환과 함께 오는 경우를 많이 봤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회복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20~30대의 척추협착증의 빈도는 생각보다 많지만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요추 5·6번이라는 말은 현장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특히 환자에게 설명할 때는 요추, 천추란 말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할 경우 요추 5·6번이라고 쓴다. 이곳 척추 전문 의사들도 비공식적으로는 L5·6라고 쓴다. 셋째, 지역인재 특혜 문제는 필수 의료인력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타 지역 출신이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고 연고가 없는 지역의 의과대학에서 졸업하면 가족이나 고향에서 전공의나 개업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그 지역의 의료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제도의 장점을 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 후보자는 지방의 국립의대 부속 병원의 병원장을 하면서 지방의료 문제와 의료의 중앙집중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기대를 걸 수 있다. 미국은 거의 완벽한 지방자치 국가로서 최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돼지심장 이식을 시도했던 병원이 보스턴이나 뉴욕이 아닌 메릴랜드 주립대학 병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요 클리닉, M D 앤더슨 암센터는 작은 도시에 있거나 중앙과는 거리가 먼 도시에 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대한민국 의료의 성패여부는 탈중앙화, 지방의료 활성화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일반외과와 같은 필수과의 전문의로서 현장에서 의료수가의 왜곡을 몸소 겪은 경험으로 볼 때 정 후보자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인물이라고 판단된다. /이영직내과그룹 이영직 내과 전문의(전 LA카운티 의사회장)

2022-04-24 11:46:0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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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파산채무자가 이자채권을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 면책의 효력

박규희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채무자 A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하면서 채무액에 이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원금만을 기재한 후 면책결정이 났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에 해당함을 이유로 이자 채권이 면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심 법원은 "채무자인 원고가 이자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원금 채무를 기재하면 당연히 이자 채무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과실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자채권 등 부수채권의 경우, 채권자목록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면책의 효력이 미친다'며 달리 판단했다(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다71177판결). 대법원은 채권자와 원금 채권의 존재가 채권자목록에 기재돼 있다면 그 부수채권에 대해서도 면책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원칙적으로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에 대해서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채권자가 채권의 존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거치지 못한 채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무자가 일단 채권자 및 그 원금 채권 내역을 적어 제출했다면 해당 채권자는 면책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것이므로 부수채권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작성한 채권자 목록을 첨부해야 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56조 제6항, 제7항). 법원이 면책 여부를 심사 후 면책 결정을 내리면,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 파산채무자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해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청구권(일명 '비면책채권')이 있는데, ▲조세 ▲벌금, 과료, 형사소송비용, 추징금 및 과태료 ▲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등이다(동법 제566조 단서 제1호 내지 제8호). 위 각호의 청구권은 대부분 그 성질이 명확한 편이어서 비면책채권의 해당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의 경우, 단지 채무자가 그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모든 채권이 비면책채권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었는데, 대법원이 기준점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파산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이나 조세 내지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의 비면책채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채무가 면책된다. 따라서 파산채권자는 채무자의 면책 신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채권액이나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하고, 이와 같이 절차적인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면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자 채권에도 면책의 효력이 미친다. 심지어 채무자 회생법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채무를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면책의 효력이 미친다(동법 제566조 제7호 단서)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의 파산 및 면책 신청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최대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2022-04-24 06:39:58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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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6>와인, 마시지만 말고 OO를?

<146>와인수입사 2021년 실적 와인수입사들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컸던 적이 있었나.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이 끝나자 와인수입사들의 실적에 일제히 눈이 쏠렸다.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로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이 팬데믹 2년차에는 더 뜨거워진 덕분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한 번 신기록을 세웠고, 와인수입사들의 실적 역시 급성장하면서 줄줄이 사상 최대 매출을 신고했다. 와인이 주류(酒類)에서 주류(主流)로 떠오른 것은 물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감사보고서 매출규모를 기준으로 '빅 4'를 꼽아보면 1위는 'G7'등으로 와인 대중화를 이끈 신세계엘앤비다. 신세계엘앤비의 올해 매출은 2000억원에 육박했다. 신세계엘앤비 매출은 지난 2019년 1071억7000만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20년 1453억9000만원, 2021년 1999억6000만원으로 매년 30% 이상 급증했다. 2위는 칠레 와인 '1865'로 유명한 금양인터내셔날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의 작년 매출은 1345억1000만원으로 1위와 격차는 다소 벌어졌지만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2020년 매출 917억4000만원에서 50% 가까이 늘면서 1000억원대에 올라섰다. 2019년 매출규모는 665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1, 2위가 바뀐다. 금융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이 264억7000만원으로 신세계엘앤비 211억9000만원을 앞섰다. 와인수입사 매출 3위는 '디아블로' 등을 수입하는 아영에프비씨다. 작년 매출은 1010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565억원, 2020년 692억9000만원에서 100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4위는 국민와인 '몬테스'로 알려진 나라셀라다. 작년 매출은 889억4000억원 규모다. 2019년 469억원, 2020년 594억8000만원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2019년 36억1000억원에서 2020년 60억8000만원, 2021년 121억5000만원으로 매년 두 배 안팎으로 급증했다. 와인수입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조만간 투자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나라셀라는 이미 신영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시작했고,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코카콜라는 버핏의 초장기 투자 종목으로 유명하고, 질레트(면도기)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신용 카드) 등도 그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종목이다. 매일같이 와인을 마시는 우리는 와인회사에 투자해야 되지 않겠나. 해외 주식 투자가 어렵지 않은 이들이라면 와인수입사가 아닌 와이너리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덕혼 포트폴리오(Duckhorn Portpolio)는 지난해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덕혼과 디코이(Decoy), 패러덕스(Paraduxx) 등의 와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도 메이저급의 와이너리가 증시에 상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처음이다. 국내 증시로 치면 종목코드를 말하는 티커는 바로 '나파(NAPA)'다. 공모가는 15달러. 현재 주가는 19달러 안팎으로 1년간 묻어뒀다면 수익률은 무려 27%에 달한다. IPO 소식을 듣고는 작년 이맘때 '덕혼 나파 밸리 멀롯' 한 병을 입에 털어넣는 대신 덕혼 주식 10주를 매수했다. 25달러까지 오를 땐 잠시 팔까도 고민했지만 묻어둘 작정이다. 덕혼 와인 몇 병으로 돌아올지를 기대하며 말이다.

2022-04-21 15:13:0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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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1>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1>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년) 서구 제국주의에 침탈당해 몰락한 슬픈 아프리카의 초상 치누아 아체베(1930~2013년)가 28살에 첫 소설로 쓴 작품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전 세계에서 1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침탈에 대항해 부족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모습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의 생활과 문화가 서구 세력에 압도되어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Things fall apart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라는 소설 제목은 예이츠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어로는 '씽즈 폴 어파트(Things fall apart)'이다. 한국어 제목이 대체로 무난하게 번역된 것 같으나 원제와는 뉘앙스가 다른 점은 어쩔 수 없다. 'Things fall apart'가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을 더 잘 드러낸다. 제목이 그렇듯,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영어로 된 아프리카 소설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영문학으로 봐야 하는가, 아프리카 문학으로 봐야 하는가.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했으니 결국은 영문학에 포섭되지 싶다. 물론 두 가지 성격이 모두 있다. 아체베는 나이지리아 사람이지만, 기독교인으로 서구 정신에 익숙하고 영어를 잘 쓰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현상을 영어로 소설화했을 때 세계적인 확장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문학이라는 게 꼭 사실의 단순 전달만은 아니기에, 예컨대 한국어로 쓴 한국 문학이 우리 공동체의 전통과 정조를 담아내는 것과는 다른 경로를 취한, 세계성에 정향(定向)한 이 소설의 개념화 이면에서 아쉬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언어 측면에서 오리엔탈리즘의 한 형태가 아닌가 하는 그런 고민. 나아가 언어를 넘어선 오리엔탈리즘이 이 소설에서, 이 작가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극복되었는가에 관한 궁금증은 불가피하다. 이 소설은 다큐멘터리 또는 르포적인 성격이 강한데, 현실에 존재하는 소재 자체가 너무 뚜렷할 때 또는 현실이 그 자체로 문학적일 때 '가공'은 최소에 머물고 제대로 된 전달이 중요해진다. 그랬을 때 작가라는 프리즘은 과연 오리엔탈리즘과 얼마나 간격을 유지했는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가 동양을 열등한 존재로 고착하는 사고의 틀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정의한 것이 오리엔탈리즘의 일반적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서구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원형 오리엔탈리즘이고, 두 번째는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이다.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은 영국 등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제삼 세계 내부에서 대리인으로 육성된 내부의 지배 계급이 가지는 서구적 사고 체계를 말한다. 제삼 세계 지식인은 대부분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하기 마련이고 한국에서도 그랬다. 이 시기 제삼 세계의 지식인에게는 기본적으로 큰 균열이 있다. 세계를 바라볼 때 근대화라든지 근대성이라든지 하는 것과 결부된 근대 국가 모델 외에 대안이 없기에, 그 방향으로 가야 하기에, 미래는 서구에서 찾아진다. 반면 극복해야 하는 내부의 봉건성은 자기 민족과 연결된다. 그렇다고 자기 민족을 버리고 서구를 무조건 모방하면 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서양인이 아닌, 서양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서구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살아가는 땅에서 자신들의 전통과 자신들의 유대관계, 자신들의 공동체, 즉 자신들의 플랫폼 속에서 서구와 연결된 근대화를 추구해야 했기에 자기 민족과 연결된 봉건성이 족쇄처럼 따라온다. 그 균열 속에서 제삼 세계 지식인이 흐느적거린다. 아체베의 이 소설에서는 흐느적거림 속에서 중심을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자기 민족 안에 존재한 유대와 애정, 공동체성을 지켜내려는 따뜻함과 관계에 대한 애착까지 버리면서 서구화로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이 문제를 지적한다. 단순히 영어로 쓴 소설이고 오리엔탈리즘의 흔적이 있어 서구가 이 소설에 열광했다고 판단한다면 단편적인 이해이다. 상당히 힘 있게 그리고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면서 전해야 할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잘 담아낸 소설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소재 자체가 훌륭하기에 재능 있는 작가가 사건에 적절한 수준으로 잘 가필함으로써 가독성이 뛰어나고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을 산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건 구성 말고도 심리 묘사나 전개가 탁월하다. 첫 작품인데 노련한 소설가인 양 질질 끌지 않는다. 느릿한 전개가 없고 사건이 일상적인 흐름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총 맞아 죽을 땐 갑자기 총에 맞고, 도끼로 찍어 죽일 땐 건조하게 또 순식간에 도끼를 휘둘러버린다.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당사자의 심리 상태를 충분히 묘사하였기에 사태를 단순하고 간명하게 처리해도 독자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조지프 콘래드의 커츠와 치누아 아체베의 오콩코 조지프 콘래드는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다. 콘래드 자체는 폴란드 사람으로 아체베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영문학의 고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을 비교해보자. '암흑의 핵심'의 커츠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오콩코라는 인물에는 모두 제국주의 및 오리엔탈리즘이 개입한다. 오콩코나 커츠 둘 다 소외와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콩코는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오리엔탈리즘 내부에서 겪는 소외고, 커츠는 밖에서 오리엔탈리즘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겪는 소외다. 소외와 비극이 일어나는 현장은 오리엔탈리즘 안, 정확한 표현으론 오리엔탈리즘 이념이 기본값으로 깔린 아프리카 안이다. 오콩코와 커츠가 각자의 텍스트 안에서 아프리카라는 공간에 자리하면서 그 시대 그 공간의 특성상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비슷한 양상을 노정한다. 다만 두 사람에겐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정점으로 치닫기 전의 모습이 투영된다. 주인과 노예가 변증법적 전환 과정, 혹은 지양하기 직전까지 변증법적 축적의 양상을 보여주며 오콩코는 내부인으로, 커츠는 외부인으로서 각각 겪은 비극을 그렸다는 차이를 드러낸다. 오콩코와 커츠는 둘 다 문학의 영웅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흔히 희생양 이론에서 말하는 사회적 맥락과는 다르지만 둘 다 일종의 희생양이다. 둘 다 사회적인 희생양이라기보다는 자발적인 희생양의 길을 걷고, 자기 운명에 희생되는 구조를 취한다. 그리스 비극에서 제시되는 숭고한, 무결한 인간이 아니며 적잖은 결함을 지녔다는 점에서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과 다르다는 공통점도 목격된다. 다른 한편으론, 인간적인 결함을 지닌 인간이 통상 그러하듯 빠른 이해타산 속에서 남들처럼 시류에 편승하고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다른 길을 얼마든지 걸어갈 수 있었지만, 두 소설의 주인공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과 닮았다. 결함은 단지 운명으로 향하는 이정표에 불과했다. 동시에 내면의 두려움과 항상 대면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존엄한 인간으로 싸웠다는 점에서 그들은 근대적이고 실존적인 영웅이다. 자기도 모르게 주어진 운명이 그리스 비극의 특징이라면, 오콩코나 커츠에게 드리운 운명은 굳이 스스로 찾아가지 않아도 될 운명을, 남들이 권하지 않고 회피하는 운명을 기를 쓰고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운명이다. 그럼에도 오콩코나 커츠가 인간적인 결함을 넘어서 마주하는 결말에서는 그리스 비극과 비슷한 숭고함을 느낄 법도 하다.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숭고하다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식민주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시대 배경이 19세기 말이고 소설의 발표 시기는 1958년이니, 두 시기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의 절정이고, 1958년는 신식민주주의 시대에 해당한다. 소설 속 시대에서는 서구 외세와 제삼 세계의 민족 혹은 지역의 주체 사이의 갈등이 중요한 이슈였다. 내부와 외부의 갈등이 주요 모순인 19세기말과 달리 소설 발표 시기인 1958년의 신식민주주의 시기엔 외세와 민족 자결을 주창하는 주체 간의 갈등이 온존하지만 그것이 약간 뒤쪽으로 물러나게 된다. 외세로부터 훈련받은 제삼 세계 내의 비(非)서구 대리인이 제삼 세계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독립과 매판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제삼 세계 민족의 여망과 괴리되는 현상을 보인다. 작가는 자기의 시대와 소설 속 시대를 겹쳐보며 착잡한 심정으로 소설을 썼을 것이다. 아체베는 이 두 가지를 뒤섞어서 소설로 구현한다. 1958년 시점에서 19세기 말을 그렸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폐해는 물론 나이지리아 내부의 부족 간, 인종 간, 종교 간 내부 갈등의 모습이 균형감 있게 표출된다. 남성성 및 여성성과 관련한 제삼 세계의 가부장제, 이념대립이 투사된 세대 갈등, 나이지리아 방식의 기독교 수용 등 많은 거대 담론이 삶의 풍경을 통해 서글픈 모습으로 소화되어 소설로 형상화한다. 오리엔탈리즘의 간편한 안티테제는 구조주의인데, 형상화 과정에서 아체베는 구조주의 관점을 불가피하게 채택하는 듯하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4-21 09:17:0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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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

#. 2년 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국내 골프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절대적으로 골프인구(약 515만명)가 늘었고, 하늘길이 막힌 탓도 있다. 하루 1만5000명~2만명이 해외에서 골프를 쳐야 하는데 이들이 국내에 머물면서 생긴 일이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했던가. 골프장 '악덕 대주주'는 돈을 단단히 챙겼다. 그린피를 올리고, 음식값을 올려서 배를 불렸다.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명이 빠지면 3명이 4명 값을 내라고 '갑질'을 했다. 한 명이 빠진 것은 모르겠고, 그린피는 4명이 친 만큼 내라는 억지였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차치하더라도 이젠 정신 차릴 때가 됐다. 그간 많이 드셨을 터. 세금혜택까지 누리는 대중제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그런 갑질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장은 언제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한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자가 헤게모니를 쥔다. 하지만 해외 하늘길이 열리면 공급이 넘칠 일이다. 서비스를 다양화하거나 값을 낮춰 손님을 모실 날이 머지 않았다. #.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화두다. 물가도 수급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까지 더해져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기름값, 음식값 등 안 오른 것이 없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신 통계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였다. 걸프전 직전인 1990년 12월 이후 3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회원국 모두 공급이 부족하니 손 쓸 수 없는 일이다. OECD 회원국의 2월 에너지 가격은 26.6%, 식품 가격은 8.6% 급등했다. 우리나라 3월 물가상승률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이유다. 연내에도 두 세 번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연말까지 한꺼번에 0.5%포인트(p)를 올리는 '빅스텝'을 통해 1.9%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우리나라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현상에 놓이지 않기 위해선 최소 0.25%p씩 두 번은 올려야 하는 상황.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흐른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왔던 돈이 떠난다.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인원,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다. 2년 1개월간 이어진 지루한 거리두기가 없어진 것. 흩어져야 사는 시대에서 다시 뭉쳐야 사는 시대가 온 걸까. 일상으로의 회복이다. 마지막까지 버틴 소상공인이 이젠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거리에 사람이 늘었다. 음식점도 활기를 찾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젊은이들도 반긴다. 하지만 실제 거리두기 해제 효과는 엇갈릴 전망이다. 잘 되는 집과 안되는 집으로. 손님이 넘쳐 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음식점의 경우 맛있거나 가성비가 높거나 친절하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다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 셈이다. 휴대폰 주문 대신 직접 방문하는 수요가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배달 전문 음식점이나 배달업계는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재택 근무 등으로 오래 갈 것 같았던 호황이 주춤하거나 끝날 수도 있다. 세상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다음을 준비하거나 상황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주저 앉는다. 골프, 물가, 자영업 모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4-21 06:00:1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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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선별적 고통의 시간이 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 2년여 간 온 국민에게 고통과 불행을 안겨줬다면, 이제는 특정계층만 골라서 괴롭히는 바이러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들은 '고금리'와 '고물가'다. 우선, 금리는 은행권에 빚을 진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민감한 이슈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좌우하는 한국은행의 현재 기준금리는 1.50%다. 1년 전인 2021년 4월엔 0.5%였다. 물론, 당시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금리'까지 각오하던 때였지만 1년 만에 1.0%포인트가 오른 건 채무자 입장에서 볼 때 타격이다. 게다가 앞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방침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의지를 표명했다. 본인이 욕을 먹더라도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하겠다며 급격한 충격은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은 물가와 부채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과, 금융권에 대출이 많은 사람들이다. 부채의 원금이 변하지 않더라도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이자 부담도 커지고, 명목소득에서 금융부담이 커지면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임금상승이 물가상승률에 못미칠 경우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란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1862조원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이 1756조원이고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약 909조2000억원이라고 한다. 기준금리가 1% 오를 경우 가계대출을 낸 사람들이 추가해야 할 이자부담은 13조원이라고 한다. 원금을 갚앞도 시원찮을 판에, 이잣돈만 커지면 서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금리와 물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의 원인은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이밖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 공급망 사슬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재정정책,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망가진 기능들이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대출이 많은 서민이나 학자금 빚과 함께 사회에 나온 청년들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기다린다는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정치권은 한달 가까이 '검수완박'의 늪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 조정도 중요하겠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정치권은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돼 있는 것 같다. / /윤휘종 정치·정책부장 yhj@metroseoul.co.kr

2022-04-20 16:18: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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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돈, 두 얼굴의 마법사 ①

"늙어서 생기는 병은 대부분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세력이 약해진 이후의 재앙은 모두 번성했을 때 만들어졌으니 군자라면 한창 풍성하고 왕성할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老來疾病 都是壯時招的 衰後罪孼 都是盛時作的 持盈履滿 君子尤兢兢焉. 채근담)고 하였다. 이 경구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어 갈 때 더 조심하면서 인간의 됨됨이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럭저럭 공짜로 얻은 돈이 원래 주인을 찾아가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홀연히 가짜 주인을 떠나가는 모습만은 목격할 수 있다. 흔히 들어온 "돈을 벌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경구는 열심히 노력하여 번 돈이라야 진짜 제 돈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형님이 끼어들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던 '만사형통 시대'가 있었다. 그 형님께서 "벽장 안에 넣어 두었던 현금다발을 가져다가 그 비싼 집값을 냈다"는 보도가 있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다 웃어댔다. 그리 용의주도한 분이 어찌 거금의 이자도 포기하고 아무데나 처박아 둘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세월이 금방 흘러, 내편은 막무가내 치켜세우고 네 편은 덮어놓고 비난하는 편 가르기 사회, '내로남불 시대'가 되었다. 비싼 옷값을 카드로 냈다가 다시 현금으로 냈다는 괜한 변명에다 화려한 사진들이 겹쳐져 소시민들은 왠지 모를 쓴 웃음을 자아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우리 옛날 속담은 떳떳치 못하게 얻은 재물은 삶의 여유가 아니라 화근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에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기술개발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단숨에 큰돈을 벌수도 있다. 매년 산출이 일정하거나 자칫 줄어드는 단순재생산 사회에서는 정상적 방법으로는 거부가 되기 힘들다. 큰 부자가 되려면 힘없는 백성들을 괴롭혀 돈을 계속 빼앗든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재난을 당해 이웃이 굶주리는 틈을 타 그들의 논밭을 헐값으로 거둬들이는 못된 짓을 벌여야 했다. 남의 위기를 나의 기회로 이용하면서 이웃을 아주 멍들게 해야 하기 때문에 위의 속담이 생겨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난하고 힘없을 때는 곁눈질을 하며 굽실거리던 인사들일수록 어쩌다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 어느 결에 탈을 바꿔 쓰고 눈을 부라린다. 갑자기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리며 아무나 업신여기려들다 혼쭐나도 그 때 뿐이다. 생각건대, 이들의 심성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저 자신도 모르게 원래의 모습이 들어난 현상이다. 물려받은 천성에다 살아가면서 굳어진 '생각의 지도'가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있겠는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꾀죄죄한 인간성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어찌됐던 드러 내놓지 못하고 감추어야 할 현금뭉치에는 그 가짜주인의 땀방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한숨과 눈물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을까?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4-20 11:29:1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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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기억에 관한 13개의 서사 '나너의 기억'

기억에 관한 여러 질문 혹은 자문을 묶어 놓은 전시 '나너의 기억'(My Your Memory)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8월 7일까지 진행된다. 루이즈 부르주아, 아크람 자타리, 안리 살라, 양정욱, 세실리아 비쿠냐, 시프리앙 가이야르, 뮌, 박혜수, 홍순명 등 국내·외 작가 13인(팀)의 작품을 '나너의 기억', '지금, 여기', '그때, 그곳' 등 세 가지 주제로 선보인다. 작품들은 물질과 정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기억과 관련한 다채로운 장면들을 내보인다. 저마다 내용과 서술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의 기억과 삶의 상관성을 관통한다는 점에선 동일한 결을 지닌다. 무엇을 기억하고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설치, 회화, 영상에 배어 있다. 주제 순서와 상관없이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전시장 외벽에 자리 잡은 홍순명 작가의 작품 '비스듬한 기억-역설과 연대'(2022)이다. '그때, 그곳' 섹션에 포함된 이 작품은 유년시절 바다에서 익사할 뻔했던 사적 기억을 바탕으로 여러 중첩된 기억을 담고 있다. 죽음과 공포, 사투와 절망 앞에 드리워진 역설적 아름다움 등 경험과 상황에 따른 기억의 층위를 12m의 대형 캔버스에 압축했다. 가로 60cm의 작은 캔버스 240개가 사용됐다. 그룹 뮌(김민선+최문선)의 '오디토리움'(2022)은 45개의 시대적 장면들을 다섯 개의 캐비닛에 배치했다. 전구의 불이 불규칙하게 점멸되면서 그림자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 이미지들은 시공간의 빠른 변화에 의해 망각되고 소실되는 집단과 개인의 기억을 보여준다. 알바니아 출신의 작가 안리 살라의 작업 '붉은색 없는(빨강 없는) 1395일'(2011)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이 사라예보를 점령한 사건을 토대로 한다. 작품 속 여주인공을 통해 폐쇄적일 수밖에 없던 개인의 삶과 사회적(집단적) 기억을 엮어낸다. 과거의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지 돌아보는 '지금, 여기' 섹션엔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명한 '코바늘' 연작(1998)을 비롯해 레바논 출신의 작가 아크람 자타리의 '스크립트'(2018), 세실리아 비쿠냐의 '나의 베트남 이야기'(2021) 등이 들어 있다. 앤디 워홀의 '수면'(1963)과 양정욱의 키네틱 작품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2013)는 개인의 정체성과 경험이 기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나너의 기억' 파트에서 만날 수 있다. '나너의 기억'은 기억에 관한 13개의 서사를 다룬다. 기억의 다채로운 모습을 모아 놓아 흡사 '기억의 도서관' 같은 여운마저 심어준다. 아기자기한 전시구성은 관람의 흥미로움을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스타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립미술관의 특성을 반영하듯 이번에도 뉴페이스는 발견하기 어렵고, 안리 살라의 '붉은색 없는 1395일'처럼 이미 여러 전시에 내걸렸던 것들이 다수에 달해 작품 자체만으론 신선함이 덜하다. 주제 대비 몇몇 작품은 이현령비현령에 가깝다. 2021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인 세실리아 비쿠냐의 '나의 베트남 이야기'를 포함해 양정욱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그리고 시프리앙 가이야르의 초기 대표작 '호수 아치'(2007) 등은 관점에 따른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더라도 기억이라는 명사를 대체할만한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작업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만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한국인들의 경험과 기억, 시대성을 반영한 사건의 흔적들은 비어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 관한 편파적 기억이나 베트남 전쟁과 칠레 쿠데타의 경험을 회상으로 연결한 작업 등이 의미 없다 할 순 없어도 주목해야 할 근·현대 한국의 정치적, 문화적 상황이 헐렁하게 느껴질 만큼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4-19 10:37:3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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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학생 정신건강 이제서야 첫 조사

코로나19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우울과 불안이 보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지난 2월11일~18일까지 초중고 학생 34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다. 학부모가 대신 답변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각각 4명 중 1명 꼴로 코로나 이전보다 우울해졌고, 불안감도 더 커졌으며,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약 35%가 우울과 불안을 호소했다. 중학생은 '중등도 이상의 우울, 불안' 판정을 받은 인원이 각각 10.6%, 6.0%였고, 고등학생은 이보다 높은 14.7%, 8.5%에 달했다. 조사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 불안'에 대해 '최근 2주 중 7일 이상 느낌'으로 정의했으나, 일반적으로 중등도 이상의 우울이나 불안의 경우 약물 치료를 포함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확대되고 대면 수업 등이 줄면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은 아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교육부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너무 늦게 파악했다는데 있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종료되고 2주 뒤부터는 마스크 착용 여부까지 검토키로 하는 등 2년여 만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 회복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학생 정신 건강에 대한 이전 조사 결과가 없어, 이번 결과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가늠하기가 어렵고, 코로나19 영향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 설문조사 방식 역시, 청소년 대상 검사도구가 활용되지 못했고, 초등 1~4학년의 경우 학부모가 대신 답변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모집단을 대표하는 표집이 적용되지 않아 과학적인 조사방법과도 거리가 멀었다. 말그대로 1회성 조사에 그치는데, 설문조사 규모를 보면 상당액의 예산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어설픈 조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학생 정신건강 지원의 정책 방향을 기존 고위험 군에 대한 맞춤형 집중 지원에서 학생 다수에 대한 보편적인 대응으로 바꿨다. 설문조사 결과와 그에 대한 대응이 맥락없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그러면서도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되므로 불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코로나19 이후 1년 가까이 선진적인 온라인 수업을 도입할 절호의 기회라면서 등교 수업을 막았다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크게 떨어진 걸 보고 그제서야 정상등교로 선회하면서 뒷북대응했던 게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하루 아침에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상회복을 시작하는 시기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학교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에 새 정부 교육 당국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2-04-18 16:05:4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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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지금이 창업의 최적기이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수는 1년 전보다 다소 증가하고 있다. 신규 창업자의 증가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올해 들어 비대면적 소비환경으로의 변화가 있고 정부 정책 또한 팬데믹에서 엔데믹화로의 방역정책으로 전환된 점이 있다. 또한 영업시간제한과 거리두기등 소상공인들의 매출 활성화에 걸림돌이었던 정책이 완화돼 기대심리의 상승도 한 몫하고 있다. 그동안 창업 시장은 매출 부진과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과 휴업점포가 증가하였고 그에 따른 점포 매물 또한 공실과 깔세점포등이 속출한 바 있다. 이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온다. 폐업과 창업이 반복되는 현실이지만 창업 환경에서는 위기가 기회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주식 거래에서 타이밍은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언제 사고, 파느냐에 따라 손익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격언 중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말이 있다. 매수와 매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창업에도 타이밍이 있다. 창업의 4요소인 '사람·아이템·자본·점포'를 완벽하게 갖추고 경기 호황으로 어떤 사업을 해도 잘 되는 시기가 최상의 창업 타이밍이다. 적은 비용으로 우수한 인력을 고용, 유망한 사업 아이템과 풍족한 사업 자금에 경기 흐름까지 좋을 때 창업하면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사업 초기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이처럼 환상적인 창업 타이밍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자본이 없거나 부족하고, 아이템과 자본이 있어도 '맨 파워'가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다. 창업의 4요소를 모두 갖추고 나서 창업하겠다는 것은 창업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창업 환경은 트렌드, 경제 상황 등 요인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취약한 부분을 점차 보완할 수 있다면, 창업의 4요소를 갖추는데 한 가지라도 유리하면 그 때가 바로 창업 타이밍이다. 특히 초기 자본 부담을 덜 수 있으면 예비창업자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 우리나라의 창업은 점포형 창업자가 70%를 육박할 정도로 점포는 창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웠던 점포 매물이 증가하고 권리금도 아예 없거나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 하락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됐던 권리금의 하락은 투자 대비 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나아지길 기다리는 예비 창업자들이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점포 매물은 줄어들고 권리금은 치솟을 것이다. 임대료나 기타 제반 시설비용도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창업환경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불경기라 탓하며 경제 침체로 모두가 움츠리고 있을 때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든 이들은 권리금은 적고 싼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면서 기반을 다질 수 있고 성공 사업을 일궈낼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는 있지만 창업자들에겐 지금이 유리한 창업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지 못하고 눈 감고 좋은 세월만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망설이고 있는 시간 만큼 기회는 점점 줄어들다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4-18 15:41:31 원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