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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운 원장의 치아건강] 흡연자일수록 스케일링 자주 해야

[신태운 원장의 치아건강] 흡연자일수록 스케일링 자주 해야 치과 스케일링(치석제거술)은 구강건강을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치과진료 중 하나로 칫솔질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 치석과 치태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치과 스케일링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정확히 언제, 왜 받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칫솔질을 할 때 치아가 겹쳐있는 부분이나 어금니 안쪽, 치아 사이사이까지 칫솔이 닿지 않아 치석이 생기기 쉽다. 치석은 치아표면을 감싸고 있는 치면막(치태)이 점차 돌처럼 변하는 현상으로 이 치석에서 증식된 수십억 마리의 세균이 치주 조직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면 결국 치주질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잇몸 안쪽과 잇몸뼈(치조골)에서 시작되는 세균성 질환으로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치주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출혈과 더불어 잇몸 뼈 주변까지 손상되어 치주낭(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긴 틈)이 깊게 드러나거나 치아의 뿌리가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 치주질환이 심한 상태에선 임플란트를 시행하더라도 건강한 잇몸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높고, 임플란트를 식립할 잇몸뼈가 충분치 않아 잇몸뼈이식술이 불가필할 수 있으니 평소 주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구강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스케일링 주기는 6개월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지만 흡연자라면 더 자주 받아야 한다. 흡연은 여러 치과 치료와 연관성이 많은데 한 연구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잇몸질환 발생율이 4배 이상 높고, 치아가 전부 빠질 위험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플란트 시술의 성공 여부 역시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흡연을 하게 되면 임플란트 시술 부위에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성공률이 떨어지며, 실제 임상결과만 보더라도 흡연이 잇몸 뼈 생성에 악영향을 끼쳐 식립한 임플란트가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흡연으로 인해 입 냄새가 심할 경우 스케일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구강상태를 점검하고, 치료가 필요한 치아가 있다면 치료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 2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스케일링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혜택을 연1회 받을 수 있다. 스케일링을 받고 난후 커피나 카레 등과 같이 색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치아변색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치아염증 예방을 위해 흡연과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 /치과전문의·믿을신치과 원장

2017-11-16 14:23:3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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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대기업 이긴 '동네빵집'의 비결

메트로신문이 있는 통인시장 근처에는 대기업 프렌차이즈형 빵집이 없다. 워낙 유명한 '동네빵집'이 있어 대기업 프렌차이즈도 손을 들고 나갔다. 이 빵집이 동네를 장악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빵집으로서의 경쟁력, 즉 빵맛이 독특하고도 좋다. 프렌차이즈는 제공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맛으로 유명하다. 이 집에서 유명한 빵은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많이 났다. 그래서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그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젊은이들은 빵집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마 SNS에 자랑을 할 것이다. 근처에는 '엽전 도시락'으로도 유명한 통인시장이 있다. 옛날 엽전으로 시장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먹는 재미를 찾기 위해 온 사람들이 근처 빵집에 와서 몇봉지씩 사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동네 빵집이라도 맛(본원적 경쟁력)이 있고, 카톡이나 밴드 같은 SNS로 입소문도 나면서, 지역적 특색까지 활용할 수 있으면 대기업 부럽지 않은 유명 빵집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대기업 프렌차이즈도 이 집의 유명세를 이기지 못했으니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로 연구해볼만한 가치도 있다. 동네빵집 얘기를 꺼낸 건 무한경쟁 시대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혁신, 또 혁신'만이 생존을 위한 열쇠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실제로 오늘날 성공한 대기업들은 항상 변화와 혁신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왔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순간 기업은 휘청거리고, 그 틈을 경쟁사가 차지하는 게 글로벌 경쟁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삶에 정신적 여유는 없겠지만 그런 긴장과 변화를 예민한 자세가 지금까지 숨을 쉬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비공식적인 이야기지만 삼성전자는 IMF 직후 전체 직원의 50% 가까이를 줄였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고 뼈를 깍을 정도의 체질을 개선해 일류기업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은 당시 주가가 4만원에서 2만원대로 떨어졌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건 정부도, 국민도 아닌, 위기 의식을 가진 회사 임직원들이었다. 그런 혁신을 하지 못한 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불과 몇년 전에도 해운조선 분야에서 자수성가해 대기업 반열에 올랐던 그룹도 좌초했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해 문을 닫는다. 기업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지금 중소기업들도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면 세계적인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되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보다는 '히든 챔피언(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으로 자리잡으면 된다. 히든 챔피언들은 일본이나 독일의 보이지 않는 '경제 버팀목'이다. 이들은 대기업의 '갑질'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중소기업 못지 않게 정부도 혁신을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정책들이 예전 중기청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소기업에 직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게 좋은지, 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지원하거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게 좋은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자금지원이 당장엔 도움이 되고, 쉬운 방법이긴 하겠지만 그건 답이 아니다. 교자채신(敎子採薪)이란 말이 있다.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2017-11-16 09:24: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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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테라피] 홍시, 곶감 등 다양하게 즐기는 가을 '감'

가을 제철 과일인 감은 씹는 식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단감, 치아와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홍시, 오래 보관하며 단맛을 즐기기 좋은 곶감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동의보감에 감은 '갈증을 멎게 하고, 심장과 폐장에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호흡기가 약해지기 쉬운데, 감에 들어 있는 비타민 A가 호흡기 점막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며 비타민 C는 목과 기관지의 염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약해진 면역력을 강화하기 때문에 감기, 비염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감의 열매뿐만 아니라 감의 잎을 말려서 감잎차로 만들어 먹는 것도 건강에 좋다. 감잎에는 감보다 비타민 C가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가을철 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주 발생하는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 예방에 좋다. 비타민 C의 항산화 효과가 손상된 세포와 조직, 피부의 회복을 촉진하기 때문에 아토피나 알레르기 피부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데도 좋다. 감은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과일이기도 한데, 혈중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혈관의 노화를 예방하며 탄력 있게 유지시켜준다.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덜 익은 감은 떫은 맛이 강한데 이는 탄닌 성분이다. 감의 탄닌 성분은 수렴 작용을 하기 때문에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으로 잦은 설사를 할 때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변비가 심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탄닌 성분이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탄닌은 철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감에 들어 있는 단맛을 내는 과당은 피곤하고 기운이 없을 때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회복시켜준다. 하지만 곶감은 수분이 빠지면서 같은 양의 단감에 비해 당분이 늘고 칼로리도 높아지기 때문에 다이어트 기간에 감을 먹으려면 곶감보다는 단감을 먹는 것이 좋다.

2017-11-15 16:03:10 메트로신문 기자
[현장클릭] 금감원 인사 시계제로…'관(官)은 무조건 안돼?'

'월권(越權), 인사 개입, 또 다른 적폐 세력….' 새 정부 출범 후 반년, 일부 금융권 노조가 받는 평가다. 최근 금융 수장들을 새롭게 인선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작용은 인사 지연. '무조건 민간 출신'을 외치면서 정작 주요 업무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곳이 금융감독원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임원 인사가 시계제로(0) 상태다. 채용비리 문제에 이어 관료 출신은 무조건 배제하고 보는 노조의 명분 없는 항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금감원 임원들의 자리는 공석이거나 반만 채워져 있다. 지난 9월 최 원장이 취임하기 직전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하 부원장 4명, 부원장보 9명 등 14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 이 가운데 채용비리 의혹으로 수사재판을 받는 3명의 사표만 수리됐다. 남아있는 임원들도 사실상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무에 전념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수석부원장 자리가 비어 있어 주요 의사 결정을 하기 힘들다. 특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열린 이후 진행이 안 되고 있다. 하루빨리 인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리무중이다. 청와대 눈치보기에 이어 노조가 관료 출신은 모조리 관피아·모피아 등의 이유를 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 당초 수석부원장으로는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유력한 후보였다. 이 위원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금융위 출신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구조개혁기획단 기업구조조정정책팀장, 공보담당관, 감독정책국 시장조사과, 비은행 감독과, 은행감독과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8년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은행과 과장, 2009~2012년엔 금감원 기업재무구조개선단 국장으로 있다가 2012년 2월 다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으로 이동했다. 2014~2015년엔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으로 있다가 2015년 5월부터는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으로 있다. 경력으로 봐선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적임자라는 평이 잇따랐다. 그러나 노조는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금감원 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채용비리 악의 축인 모피아 출신이 유력후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모피아 출신 수석부원장은 금융공기업과 정무부처 고위직을 장악한 모피아의 청탁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이 위원장의 인사를 반대했다. 성명이 나온 일주일 뒤 이해선 위원장이 낙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선 노조가 단지 '출신'만으로 능력 있는 인재까지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선 이해선 위원장 낙마 후로는 인사 얘기가 쏙 들어가 연말까지 이 상태(인사 공백)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워낙 말이 많아서 금감원 임원들 대부분이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금감원 출신까지 배제하고 완전 민간으로 방향으로 잡았다"며 "교수나 연구원쪽에서 알아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통상 노조에서 관료 출신을 반대할 땐 경력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일 경우였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 출신인 데다 능력도 입증된 인사도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관피아' 지적이 나오는 걸 보면 적폐 세력이 한 곳이 아닌 모양이다.

2017-11-15 15:51:56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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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김장철 풍경

벌써 김장시즌인가? 집근처 난전에 벌여놓은 채소가 그렇다고 손짓한다. 보자기 좌판 위에 무청이 줄느런히 포개져 있다. 무청과 촌수가 어슷비슷한 배추 겉대도 후줄근히 늘어져 있다. 그 좌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청을 다듬는 할머니의 굼뜬 손길. 이 셋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한가롭고, 그러나 안쓰럽게 보이는 그 풍경을 따사롭게 쬐여주는 햇볕이 너무도 반갑고 고맙다. 그 다소곳한 난전에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빼꼼히 끼어들면 장터는 복닥거린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는 허허하게 웃고 있었다. 잘 팔리느냐고 여쭙자 돌아오는 대답이 엉뚱하다. 그렁저렁 팔리긴 하는데 사람 보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하신다. 그 정겨운 말이 왜 이리 슬프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 말문을 여는 게 즐거울 만큼 정녕 외로웠던 걸까? 그래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나온 걸까? 누군가 무청으로 요리하는 비책을 물어올 양이면 그렇게 표정이 밝을 수가 없다. 할머니에겐 난전이란 삶의 얘기꽃을 파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김장대목을 맞은 장터엔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배추와 무가 없다. 휑하다. 어지간해선 온라인 장터에서 절인 배추를 배달 주문해 김장을 담그는 세태니 당연한 귀결의 풍경일 것이다. 그 공허함이 무색했는지 할머니는 무청과 배추 겉대를 가리키며 이게 요즘 상전 대접을 받는다고 추켜세운다. 어릴 적 장터에선 공짜로 얻곤 했는데 지금은 팔고 있다며 할머니는 멋쩍어하신다. 오랜 세월 무청과 배추 겉대와 함께 했을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느 옛 김장 장터를 보았다. 내 어릴 적 김장철엔 장터마다 배추와 무가 산더미같이 쌓였다. 층층이 포개 수북수북했다. 집집마다 김장을 적게는 수십 포기씩, 식솔이 많은 댁네는 백 수십 포기까지 담갔으니 그랬을 것이다. 담벼락 같은 배추더미에 사다리가 걸쳐지면 금세 동났다. 장정들이 배추를 주고받으며 손수레에 실었다. 배추와 무는 하늘을 날아다녔다. 바닥을 드러내면 배추에서 떨어져나간 겉대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다듬고 남은 무청이 나뒹굴었다. 줍는 게 임자였지만 남아돌았다. 사람들은 무청과 배추 겉대를 주웠다는 말끝에 붙이는 수식어엔 슬픔이 스며있었다. 거친 흙바람과 거센 비를 견뎌온 흔적. 푸르죽죽한 무청과 배추 겉대에는 아픔이 보인다. 허연 무와 노란 배추 속살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썼으니 거죽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무와 배추 속살은 달고 부드러웠지만 겉대들은 늘 쓰고 거칠었다. 사람들은 질기다고 온갖 투정을 부렸지만 막장 메뉴로 식탁을 지켜왔다. 겉대들은 흙바람이었고, 배고픔이었으며, 모진 세월이었다. 김장을 마치고 나오면 늘 천덕꾸러기 처지였던 겉대들. 이제 그 푸석거리고 시들하던 겉대들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웰빙 라이프 메뉴가 되고, 그래서 구하기 힘든 품귀 상품이 되고, 돈이 됐다. TV 화면을 보니 강원도 어느 농가에선 주객이 전도됐다. 무청을 사면 무가 덤으로 얹어진다는 게 이 농가의 마케팅 전략이란다. 무청을 겨우내 말리면 시래기. 누렇게 변신할 즈음 상품의 부가가치가 깡충 뛴단다. 그 농가에선 무청이 상품이고 무가 부속물이다. 그러고 보면 김장 겉대들은 참 겸손하다. 삶이 힘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몸값이 뛰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토속적인 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은근하고 웅숭깊다. 늘 한결같다. 주린 배를 채워주던 구황음식 시절이나, 웰빙식품으로 등극한 지금이나 찬물에 몸을 풀어 따스한 국과 탕이 되어준다. 모나지도 않다. 모든 음식에 어울린다. 된장을 풀면 기막히게 구수한 맛을 낸다. 겉대들은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걸 이렇게 가르침으로 보여준다.

2017-11-15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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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칼럼]가맹점과 상생경영 추구하는 브랜드도 많다

[이상헌칼럼]가맹점과 상생경영 추구하는 브랜드도 많다 프랜차이즈 가맹창업은 다양한 창업조건을 점검해야한다. 많은 창업자들은 유명한 브랜드가 성공창업을 담보한다고 믿는다. 물론 브랜드의 인지도나 상표에 대한 익숙함이 초기 운영 시 고객들의 인지도나 흡입력을 증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창업시장에서는 유명도가 유망함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맞아 죽을 각오로 좋은 브랜드의 조건을 나열해보자. 1.가맹점 지원인력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탑재해야한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과 상생하는 지원시스템이다. 고로 전문 지원인력의 적정성과 전문적 경영분석능력, 마케팅 지원능력은 필수 사항이다. 치킨&강정 전문점 가마로강정을 운영하는 마세다린은 가맹점과의 상생은 직원들의 전문성이라는 회사의 모토로 전체 직원들이 프랜차이즈 지도사, 서비스경영 지도사, 수퍼바이져 지도사, 상권분석 전문가 등 관련 자격증을 교육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가맹점을 효율적 직접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2.서비스가격의 권장 가격제를 실시해야한다. 가격은 소비자의 충성고객 전략 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지역과 계절, 경쟁관계를 무시한 일률 가격제는 오히려 가맹점주의 생존권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전체 상품 중 70%는 일률 가격을 적용하되 나머지는 입지와 경쟁강도 등을 고려해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상생적 관리체계라 할 수 있다. 세탁전문 브랜드 월드크리닝은 지역별 서비스 가격의 단계별 차등적용을 실시하며 고객반응이 우수하다. 품목별, 요일별 지역의 경쟁력과 계절별 지수에 따라서 금액의 차별화는 고객의 선택적 효율성을 증대하고 서비스의 만족을 극대화 하는 좋은 경영전략 이다. 3.고객 맞춤형 개설지원제도를 시행한다. 보통의 브랜드 개설기준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창업자의 환경과 자금 그리고 상권의 특징에 따라 고객 맞춤형 개설조건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만 협치적 상생관계의 상호 호환적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치킨전문점 부어치킨은 고객의 개설조건을 창업자의 창업환경과 창업자금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개설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집기와 시설을 재활용하는 이코노믹 창업은 경기의 하락과 불안한 창업시장에 또 다른 경제적이고 합리적 창업지원 사례다. 4.점포회생프로그램과 폐점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해야한다. 근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창업은 본사의 역할과 지원을 기본으로 창업자들이 선택한다. 즉 가맹점에 여러 가지 경영상 문제가 발생했을 시 다양한 지원과 해결을 본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 중 최고의 지원체계는 가맹점의 심각한 문제 즉 경쟁점포 출현, 상권의 변화, 매출의 급격한 하락, 점주신상의 문제발생 등이다. 이러한 문제 발생 시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가맹계약 만료 시 어떠한 지원과 도움을 본사가 지원 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친환경관리 브랜드인 반딧불이는 가맹점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전 가맹점과 상생을 지원하고 있는 우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창업은 전쟁이다. 우수한 본사와 브랜드를 점검하고 체험을 통해 안정적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17-11-13 14:22:17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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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퇴직연금과 은퇴설계> (64)퇴직연금과 은퇴설계...연금계좌

(64)퇴직연금과 은퇴설계…연금계좌 근로자는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저축으로 노후 자산관리를 합니다. 2층과 3층 연금자산은 통합하여 연금계좌라 하고 이를 연금으로 받는 요건과 방법을 정의해 두고 있습니다. Q:근로자가 2층 퇴직연금과 3층 개인연금저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금계좌라고 통칭하여 그 요건과 방법을 정의해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연금 계좌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연금계좌라는 용어는 2013년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된 용어입니다. 연금계좌는 따로 계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금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들을 하나로 묶은 것입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2층 자산관리인 퇴직연금과 3층 자산관리인 개인연금저축을 합하여 연금계좌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 그리고 추가 납입을 모두 합하여 연금의 수령이라는 목표에 맞게 설계하도록 한 것입니다. 즉, 연금계좌 전체를 노후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관리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근로자 여러분이 관리하고 있는 2층과 3층의 연금자산은 모두 연금계좌 내에 있는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2층, 3층 연금자산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연금계좌에는 연금저축계좌와 퇴직연금계좌가 있습니다. 연금계좌 전체로 세액공제연금저축 700만원을 포함하여 18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합니다.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세액공제연금저축으로 400만원까지 가입가능하며 추가 납입을 포함하여 18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계좌는 금융업권별로 은행은 연금저축 신탁, 증권(금융투자회사)은 연금저축 펀드, 보험회사는 연금저축 보험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계좌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와 IRP(개인퇴직연금)가 있습니다. DB의 경우 회사가 관리하고 있어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로 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인 공제회에 가입된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도 포함 됩니다. 근로자는 DC와 IRP에 세액공제연금저축을 포함하여 1800만원까지 추가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금계좌의 연금수령 요건과 그 방법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네오50연구소장

2017-11-13 11:43:50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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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열의 행복한 금융집짓기] ③왜 금융 집 짓기를 해야 할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덜 쓰고, 잘 관리하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돈 벌기는 어렵고, 쓰는 것은 쉬우며, 관리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면 왜 돈을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금융좀비(Financial Zombie) 때문이다.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이다. 좀비에게 물리면 물리는 사람도 좀비가 된다. 금융좀비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내부 금융좀비이고 나머지는 외부 금융좀비이다. 외부 금융좀비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사기를 치는 금융사기꾼들을 말한다. 보통 불법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유사투자자문업자, 유사코인업체, 보이스피싱, 기획부동산, F/X마진 트레이딩 등이 있다. 폰지(Ponzi)사기로 불리는 불법 다단계 피라미드는 신규 회원의 투자자금으로 기존 회원들에게 고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금융사기가 여기에 속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특정한 비상장주식 가치를 실제의 가치보다 부풀려 소개하고 서민들에게 투자하게 만들고, 자신들은 팔고 빠지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다. 유사코인업체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열풍에 편승하여 유사 코인업체를 만든 다음에 투자를 유도하는 신종 사기수법이다. 진짜 투자와 가짜 투기꾼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금융좀비들은 가난한 서민들의 지갑을 노리고, 제도 금융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익율을 제시하여, 현금을 유치한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동안 수익율을 보장하다가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금융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상처 치료가 쉽지 않아 피를 흘리고 경제적인 파산을 겪기도 한다. 단 한번의 사기로 인해 인생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좀비들의 행태는 지금 이순간에도 전국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들의 돈을 갉아 먹는 두번째 금융좀비는 돈에 대한 우리 자신들의 태도(Attitude)이다. 예를 들어, 소득보다 지출을 더하는 과소비,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소비문화, 대출을 이용하여 무리하게 투자하기, 현재 자신의 재무상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 남에게 의지하는 대박 심리 등이다. 하지만 눈만 뜨면 대출을 권유(?)하는 금융권의 대출광고와 여행이나 과소비를 조장하는 각종 광고의 마케팅 공세를 피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돈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좀비들이 침투할 수 없는 튼튼하고 안전한 금융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튼튼하고 안전한 금융집짓기를 제대로 지을 수가 있을까? [b] ■ 오상열 칼럼리스트 주요경력[/b]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 상담사 -한국FP협회 무료재무상담위원 -미국American College CFP과정 수료 -前 COT, 50주 3W, 월 77건 체결 기네스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前삼성생명 라이프테크 FP -前 삼성화재 교육팀 근무 -現 오원트금융연구소 대표

2017-11-12 16:10:2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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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리 딜레마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체로 물가가 불안하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내렸다. 그런데 2017년에는 물가가 물가안정목표치에 미달하고, 경제성장률은 가까스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데도 기준금리 인상 제스처를 보여 시장을 들뜨게 하였다. 미국금리 추가인상이 예정(?)되고 한국경제성장률이 3%에 다가서면서 금리수준 논쟁이 벌어졌다. 얼핏 들으면 금리인상 주장이 타당하게 들리기도 하고, 반대로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의 싹을 도려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경제는 금리딜레마에 빠진 것인가? 하나, 먼저 기준금리 수준의 높고 낮음을 생각해보자. 과거 고성장 고물가시대의 경제상황에 견주어 보면 오늘날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저금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과거 성장률 7~8%, 물가상승률이 3~4%인 환경에서 기준금리 2~3%대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교하면 성장률 2~3% 물가상승률 1%대에서 기준금리 1.25%는 그리 낮은 금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모든 경제지표는 거시경제상황에 따른 상대적 균형을 생각해야지 과거의 타성에 젖어 절대적 잣대만을 들이대다가는 실수할 수 있다. 둘, 경제지표에 대한 착시 현상을 경계하여야 한다. 한국경제 아랫목은 델 정도로 뜨겁지만, 윗목에서는 고드름이 열리고 있다. 고드름을 못보고 아랫목만 만져보고 방바닥이 너무 뜨거우니 더 이상 불을 땔 필요가 없다고 하면 군맹무상의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경제 운용에서 경계하여야 할 금기는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는 것이다. 2017년 현재 한국경제 성장률이 3%에 가깝다고 하지만 반도체 수출과 재정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상당수 가계와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오히려 제로수준에 가깝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셋, 한쪽에서는 돈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대로 부채가 점점 높이 쌓여가고 있다. 단기대기성 자금이 자그마치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에 가계부채는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1,700조원을 넘어서 연간 GDP 수준을 넘어섰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돈은 더 돌지 않게 된다. 오늘과 같은 비정상 상황에서 고금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 심화시킬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현금성자산을 높이 쌓아둔 대기업은 금리인상을 기다리지만,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금리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넷, 경제성장률이 3%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이는 경기과열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물가 또한 물가안정목표(±2%)에 미달하고 있다. 시중에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수준이 비슷해지거나 역전된다면 핫머니 유출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그러나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누적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누적으로 국제투자포지션(IIP)도 크게 개선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핫머니의 유입을 걱정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지경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핫머니 유출을 걱정하는 금리인상 논의는 헤아리기 어렵다. 2차 대전이후 독일연방은행이 가장 모범적으로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까닭은 통화금융정책이 독일국민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가 건강하고 개방된 사회에 잘 설명되고 논의되면 될수록 그 목표는 더 잘 달성될 것이다”라고 마쉬(D. Marsh)는 지적한다. 독일의 통화정책이 국민의 의지와 실물경제여건과 화합하며 펼쳐졌다는 이야기다. 실물과 금융부문을 연결하는 관건이 되는 금리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정책 도구가 아니라,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집합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금리가 부동산투기(?) 억제 같은 정책도구로 쓰인다면 그 부작용이 더 커져 국민경제를 위험과 불확실성에 빠지게 할 것임은 반복된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다. 예컨대, 집값을 잡으려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과거와 같이 금융이 정책도구로 남용되지 않기 위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이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2017-11-12 16:09:31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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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어느 화랑주인의 행보

미술계는 작가들이 있기에 구동된다. 현실적인 측면도 그렇다. 그들이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를 하게 되면 화방은 물론, 액자집, 도록제작업체, 운송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수입을 얻는다. 큐레이터, 평론가 등도 작가들이 존재하기에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고 직업의 의미와 역할도 강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선 미술관 및 화랑, 창작공간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직업이 교차하는 장(場)이지만 그들에게도 작가들의 비중은 매우 크다. 창작자들이 생산하는 작품 없이는 좋은 콘텐츠도, 전시도, 공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들은 창작활동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살린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은 늘 생존의 고비를 넘나든다. 주는 만큼 받는 구조가 아닌 탓이다. 물론 교류의 결이 반드시 흑백으로 구분되진 않는데다 각자의 기여도가 다르지만, 시쳇말로 작가들 때문에 먹고 살면서도 그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희박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그 많은 화랑 가운데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화랑들 또한 작가들에 대한 인심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매해 수십 내지는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들을 위한 지원은 그리 가시적이지 않은 탓이다. 이런 현실에서 몇 해 전 문을 연 '서울예술재단'의 행보는 눈에 띈다. 40여 년 동안 '표갤러리'를 운영해온 표미선 대표는 작가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끝에 지난 2015년 신문로에 '서울예술재단'을 설립했다. 2009년부터 6년간 한국화랑협회장을 지내며 직접 보고 느낀 열악한 미술환경을 개선하고 미술향유 인구 확산을 위해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이제 3년의 역사에 불과함에도 서울예술재단은 작가와 콜렉터, 비평가, 기획자 간 상호교류를 도모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구색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재단을 사랑방처럼 꾸몄고, 후원자들과 미술계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중 신진작가 및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트폴리오박람회'와 '전시기획자박람회'는 호응도가 높은 핵심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리뷰와 심사를 곁들인 '포트폴리오박람회'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춘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 당시부터 시행해온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시작된 '전시기획자박람회'는 취약한 환경에 놓인 매개자 발굴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이 두 행사는 창작비와 전시를 동시에 지원해 '기회'가 부족한 젊은 작가들과 기획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허나 표미선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평론가와 중견작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또 다시 모색하고 있다. 비평집 발간과 중견작가 컬렉션이 그 예다. 혹자는 서울예술재단을 놓고 화랑 특유의 상술이 '재단'이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은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돈 많은 이가 벌이는 여가(餘暇) 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화랑업을 그만두었을 때 일생을 함께한 미술계에 무엇을 어떻게 환원할 수 있을까에 관한 표 대표의 고민은 진중하다. 그 진중함이 침실전문 유통회사인 '이브자리'를 비롯한 지인들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경이다. 표 대표의 행보는 적어도 대가 없는 부의 이전에나 골몰하는 모습들과는 색깔이 다르다. 그리고 이 다른 색깔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이유다. 관심을 가져야 서울예술재단과 같은 '이로운' 공간들도 늘어난다.

2017-11-12 14:27:55 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