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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정력과 무관한 '율무'는 억울하다

한때 남성들 사이에서 '율무가 정력을 감소시킨다'라는 루머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아직 미혼인 한 연예인은 방송에서 "정력 감소에 좋다고 해서 율무차를 챙겨 마셨다"는 웃지 못할 고백도 했다던데, 정말 율무차를 열심히 챙겼다면 정력 감소 대신 뽀얀 피부와 멋진 몸매를 얻는 의외의 효과를 거두었을 듯 하다. 한의학에서는 껍질을 벗긴 율무를 '의이인(薏苡仁)'이라 하여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여 열을 내리고 고름을 빼내는 약재로 썼다. 요즘은 피부 건강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아 여성들에게 환영받는 재료이기도 하다. 정력 감소에 대한 언급은 한의서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그 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율무는 멜라닌 색소의 침착을 막아서 피부 톤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여름철 피부 관리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강한 햇볕에 자극되어 칙칙해지고 기미나 잡티가 많이 늘어났을 때 율무 가루를 약간의 물이나 꿀에 개어 팩으로 활용하면 좋다. 율무차 역시 체내 노폐물과 독소 제거를 돕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껍질 벗긴 율무 20g을 물 500cc에 넣고 2시간 가량 약한 불에 달여서 마시면 거친 피부, 주근깨를 비롯한 피부 트러블에 효과가 있다. 율무차는 배탈과 설사가 있을 때 몸 속의 습한 기운을 제거하여 설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단백질과 무기질, 필수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율무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쌀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왕성한 식욕으로 고생하는 다이어터에게도 인기가 좋고, 이뇨 작용을 돕기 때문에 특히 당뇨병 환자의 다이어트에 많이 활용된다. 볶은 율무가루를 두유에 타서 마시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고, 현미와 함께 불려 밥에 놓으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텀블러에 담을 다이어트 차가 고민이라면 율무녹차도 좋을 듯 하다. 특히 수분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이 잘 붓고 하체가 튼실한 사람에게 좋은데, 율무 100g을 600~800cc의 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반으로 줄 때까지 졸여서 율무가 익으면 녹차를 넣고 1분 후 불을 끄고 식혀서 마시면 된다.

2017-06-06 15:56: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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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57) 고유(固有)인가 공유(共有)인가

[김민의 탕탕평평] (57) 고유(固有)인가 공유(共有)인가 요즘은 모든 것이 공유(共有)되는 세상이다. 한 동안은 뭐든지 독창적인 것이 이슈가 되어오다가 지금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공유되고 있다. 바꿔 말해 독창적인 것이 소외되는 삶의 연속이다. 공유되는 삶이 하나의 트렌드고 삶의 지표이며, 그것만이 현실에서 멀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웃어야 하는 일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몫이다. 사람의 습성과 습관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쉽게 바뀌거나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될 가치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필자는 그것을 신념이라 표현하고 싶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의 신념은 그만큼 고귀하고 진중한 것이며, 어지간한 세상 풍파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고유의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개인으로서의 존재가치와 이유 및 목적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우리는 갈수록 자신의 것을 지키거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만의 고유함은 없고, 남의 것을 얘기하고, 남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본인의 컨텐츠가 점점 없어진다. 남의 컨텐츠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말이 좋아 벤치마킹이지 사실상 그것은 카피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지식수준은 높아지는데, 전문성과 깊이는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이미 보편적 상식이 되어버린 것을 누가 더 빠르게 많이 공유하고 편집하느냐가 그 사람의 지식수준과 가치와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인지 역시 우리들 각자의 이해와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다수가 명언이나 이론은 자신이 만들어내면 안 되는 줄 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습관화된 자신감의 결여와 독창성의 부재의 결과이다. 그러니 허구한 날 남의 말을 인용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가치와 색깔은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남의 것은 남의 것이지, 결코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누가 어떤 포지션에 놓여있는 사람이 얘기하느냐에 따라 명언이 될 수도 있고 사라지는 소리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인생과 가치와 상황이 있기 마련인데, 다른 이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내게도 꼭 어울리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의 장점이 많은 반면 적잖은 부작용도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정녕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수가 옳다고 하는 것이 내게는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수가 주장하는 것이 반드시 옳고 정의로운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소수에 속하는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내 신념이라면 다수를 향해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용기야말로 고단하지만 정녕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남이 될 수 없듯이 남도 내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이 자신의 선택과 신념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지, 남이 종용하고 남이 살아가는 삶에 구태여 편승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결국 각자가 감당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내 생각이 의지를 만들어내고, 그 의지가 견고해져 신념이 되고, 그 신념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삶이 멋지지 않은가.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자신이 속한 가정이나 직장과 사회,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물론 공통분모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각자의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법과 질서, 규율과 제도라는 기본적인 공통분모만 지니고 있다면, 그 이외의 삶은 무조건 공유하는 삶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그려나가는 것이 정말 가치 있고 멋진 삶이 아닐까.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06-04 14:36:09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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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변호사의 사건 뒷 이야기] 저축은행 사태 ②

[이성우 변호사의 사건 뒷 이야기] 저축은행 사태 ② 우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선 후순위사채권자의 지위를 배당순위에서 말그대로 후순위인 후순위사채권자가 아닌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하게 배당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위로 만들어야 하고 만약 소송을 통해 후순위채 자체가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일반채권으로 변환시킨다면 피해자들이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손해가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저축은행이 파산했는데 승소해도 나올 돈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선배 변호사들은 사건의 적극적인 수행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은행이 자기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는 일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선순위 파산담보권자 없이 일반채권자들만 있으므로 소송에서 상당비율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훨씬 낮은 파산배당률을 보였던 저축은행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이 종결될 즈음 삼화저축은행의 파산배당율은 70% 정도였고 여기에 최종적인 판결에 있어서 투자액의 약 70% 정도를 배상하라고 판결이 났으니 그 회수율은 50%(배당율 70% * 배상율 70%) 정도였고 살아 있는 일반 금융기관에 대한 불완전판매 판결에 따른 회수율이 피해액의 20 내지 30%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론적으로 필자의 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의 피해는 상당히 회복된 것이었다. 다만 소송 제기 당시에는 이러한 파산배당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도저히 알 수 없었고 '부실하니 파산되었고 결국 회수될 것이 없지 않느냐'라는 불안감이 소송 내내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이 소송은 저축은행 파산 관련 파산법리, 분식회계에 따른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BIS 자기자본비율 등의 허위기재를 원인으로 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위반 등의 법률문제가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었고 거기에다가 BIS 자기자본비율 및 대손충당금 등 매우 실무적인 금융지식과 회계지식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이에 필자는 소송 제기 전 삼화저축은행의 앞으로의 파산경과, 흐름 등을 예상해 보고 위와 같은 법률문제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았으며 2011년 5월경 삼화저축은행의 대표이사 등이 불법대출 등을 원인으로 한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기소가 되어 승소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이윽고 2011년 6월초 1차 소송으로 24명의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이 필자를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삼화저축은행, 부실감사를 이유로 외부감사 회계법인, 금감원 등을 피고로 하여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한 사건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소송에서 주된 쟁점이 되는 삼화저축은행의 분식회계에 대해서 정확한 공소장을 입수하지 못한 채, 분식회계 등이 기재된 기소 내용이 담긴 기사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 제기 후 확보한 위 공소장내용을 확보해 보니, 분식회계기간이 문제된 후순위사채 발행판매시점 이후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분식회계된 감사보고서의 공시 후 투자자들이 그 분식회계 사실을 알지 못하고 후순위사채를 취득해야 이른바 손해배상의 인과관계가 성립되는데 위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분식회계된 감사보고서 공시 시점 이전에 후순위사채가 판매된 것이어서 분식회계와 후순위사채투자 간의 시간적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우연히 문제된 다른 저축은행의 공소장 등을 확보해보니, 분식회계 공시 후 해당 저축은행의 후순위사채가 판매되었고 위 저축은행 임원들에 대해서 분식회계로 인한 외부감사법률위반뿐만 아니라 후순위사채 판매에 대한 사기 및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로 기소되어 있어서 다른 법무법인이 진행하는 위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매우 쉽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필자는 제1차 소송자들을 대리하여 기존에 횡령, 배임으로만 기소된 삼화저축은행 전 대표이사 등을 후순위사채 판매에 대한 사기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고소하였는데 이러한 고소를 통해서 유리한 형사결과를 얻어 민사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혐의, 이에 대해서 다시 항고 그리고 어렵게 얻어낸 수사재기명령, 그리고 마침내 위 대표이사는 고소한지 3년만에 다시 위 죄로 기소되었는데 위 고소를 대리한 필자는 그 과정에서 마치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2017-06-01 17:33: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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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쌤의 키즈톡톡] 화용 언어능력에 주목하라

부모라면 한 번쯤 아이의 말 때문에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문장을 좀 더 길게 말했으면, 어휘를 많이 알고 있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단어카드로 다양한 어휘를 알려준다. 많은 단어를 알고, 문장을 길게 표현하는 것은 아이의 언어발달을 평가할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척도로 아이의 의사소통 능력이 높다곤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언어치료를 받았던 호진이는 어휘력 평가 결과 또래 아이들 보다 1년 6개월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호진이와의 대화는 늘 뚝뚝 끊기고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호진이는 혼잣말을 하거나 문맥과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호진이는 언어발달평가 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화용 언어치료를 받아야 했다. 호진이와 같은 아이들은 화용 언어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화용 언어란 사회적인 상황에서 언어를 표현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언어발달 영역을 말한다. 화용 언어능력이 부족하면 가장 크게는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과 의미 있게 대화를 주고받거나, 친구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며 적절한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워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다. 말의 주 목적은 타인과 생각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은 잘 하지만 의미 있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말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화용 언어에 부족함을 보인다면 부모와의 놀이 속에서 의사소통하며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혼자 놀이하는 시간이 많진 않은지, 어휘력이나 문장구조, 발음 등을 교정하느라 아이에게 말에 대한 부담감을 준 적은 없는지 점검해보자. 아이가 언어를 사용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부모가 아이의 작은 표현도 존중해줄 때 아이들은 말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다시금 소통의 장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1.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소리로만 감정 주고받기 다양한 의성어를 활용하며 아이와 감정을 주고받는 놀이이다. 꼭 의미 있는 말이 아니더라도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2.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역할놀이하기 화용 언어능력은 공감능력과 사회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양한 역할에 감정을 이입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역할놀이를 자주 해보자. 3. 부모가 질문하기보다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아이의 언어발달이 미숙하다고 하여 부모가 많은 질문을 통해 아이의 대답을 이끄는 것은 때때로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아이 스스로 대상에 호기심을 가지며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7-05-31 17:03:12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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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욕망의 사용설명서

인공지능(AI) 알파고는 발칙했다. 알파고와 커제 9단과의 바둑 대결. "너 이거 알아?" 알파고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묘수를 던졌다. 알고리즘 전술은 가히 변화무쌍했다. 예기치 않은 파격수가 바둑판에 착착 꽂혔다. 인간계 최고수는 그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땀을 뺐다. "그렇게 밖에 못 두겠니"라고 속삭이는 거 같았다는 게임. 결과는 삼세판 모두 알파고의 승. 커제는 참았던 눈물을 떨궈야 했고, 알파고는 인간계 바둑의 천하를 평정하며 기세등등했다. 천하무적의 돌을 휘둘렀던 알파고는 그러나 돌연 바둑판에서 손 떼겠다고 선언했다. 인간들은 '바둑의 신' 강림을 연호하며 부여잡았지만 알파고는 냉정하게 뿌리쳤다. 은퇴의 변이 섬뜩하다. 인간이 굳이 가르쳐 들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논리와 지식을 깨우칠 수 있다는 저 불꽃 스치는 예고가. 그것은 5천년을 갈고닦은 인간 바둑판에선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비아냥거림으로 들렸고, 바둑 평정은 시작에 불과하고 곧 인간 세계를 지배할 거라는 선전포고였다. 물론 공학도에겐 장밋빛 청사진으로 들렸을 것이다. 더러는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여는 세기적 대사건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그 역습에 대한 출구전략은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구글의 딥마인드 측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느냐를 정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경계했다. 문제는 그 가이드라인을 점지한다는 사람들의 품성. 모두가 성인군자일 수도 없거니와, 진화에 질주 본능을 드러내는 인공지능이 자칫 이성을 잃으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그래서다. 이런 물음을 달게 된다. 그 욕망의 끝은? 가늠조차 안 된다. 어렴풋하게나마 그 끝은 감정과 자아를 지닌 그 무엇에 닿는다. 마음의 씨를 이식한 그 무엇. 그것도 창의력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과학자들은 그런 초인공지능(ASI)을 가진 인간 아바타가 30년 내 출현할 걸로 보고 있다. 만물의 이치를 통달한 척척박사 빅 데이터 칩이 불티나는 풍경도 그려진다. 그 칩을 인간 뇌에 끼운 '증강지능 인간(AHI)'의 등장을 말이다. 알파고는 그런 밑그림까지 그리며 욕망의 입을 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돈이 되는 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의학이다. 수천만 건에 달하는 진단. 이 방대한 예시들을 자율학습해 환자의 증상에 따라 병명을 속전속결로 진단하는 의사로 변신할 것이다. 다음 욕망은 한 치의 오차를 허용치 않는 정교한 '시술의 신'이다. 신약 개발은 그야말로 돈밭이다. 고급 인력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년씩 걸리던 특효약을 혼자서 수 주 내에 개발할 거다. 그렇다면 그 욕망의 끝은? 하나같이 척척박사 뇌 칩으로 무장된 영재들! 손만 스쳤다하면 완치되는 시술! 만병을 통치하는 불로초 개발! 과연 이런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그런 상황을 '인류의 종말'로 봤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악마의 소환'이라고 경고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믿는다. 만일 상품화된 칩에 오류의 알고리즘 바이러스가 창의적으로 증식한다면? 오판에, 오진에, 오작동에 세상은 출구 없는 대혼란에 빠질 거다. 인공지능이 좇는 욕망의 끝은 신의 영역일 거라는 생각이 전율처럼 스친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날뛰어도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조물주의 절대 명제. 스포츠 경기에 심판 없이 비디오판독기가 승부를 판정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숨 쉬지 않고 번민하지 않는 기계 의사에게 생명을 맡긴다고 그려보라. 그건 인류 종말의 축소판이다. 어쩌면 신이 인간의 뜨거운 가슴 속에 욕망의 사용설명서를 넣어줬는지도 모른다. 그 사용설명서가 궁금하다.

2017-05-31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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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남녀 모두에게 이로운 '양배추'

양배추는 위장 건강을 지켜주는 채소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양배추의 진정한 매력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서구에서 양배추는 부부나 연인간의 애칭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선 연인들이 서로를 부를 때 양배추라는 뜻의 'chou'나 'mon petit chou(나의 작은 양배추)'라 하고, 영어로 my cabbage(내 양배추)는 '여보'라는 뜻이라 합니다. 귀엽고 예쁜 모양과는 거리가 먼 양배추가 왜 연인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양배추가 남성과 여성 건강에 모두 이롭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먼저 양배추는 여성의 자궁 건강에 좋은 채소라 할 수 있습니다. 지혈 작용이 있는 양배추는 여성의 월경 출혈에 도움을 주고, 또한 자궁 점막의 세포 재생에도 좋습니다. 생리를 하는 여성은 자궁 벽이 두꺼워졌다가 얇아지기를 반복하며 자궁 벽이 약해지기 쉬운데, 양배추에는 자궁 점막의 손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U, K, 유황 등이 풍부해서 충분히 섭취하면 자궁벽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양배추는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을 억제하는 성분으로 유명한 인돌3 카비놀 성분이 풍부해서 여성암 예방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기형아 발생을 막아주는 비타민B9인 엽산도 풍부해서 임산부와 산모에게도 좋습니다. 출산 후 모유수유로 생기기 쉬운 젖몸살도 양배추 잎을 브라 모양으로 잘라 냉찜질을 해주면 완화시킬 수 있으니 여성에게 없어서는 안될 채소라 하겠습니다. 남성에게도 양배추는 생식기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매력 만점의 채소입니다. 신(腎)의 기능을 북돋아주는 양배추는 식욕을 증진시키고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데 좋습니다. 특히 양배추는 브로콜리와 함께 십자화과 채소에 속하는데, 이들 채소에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해서 담낭암·대장암·전립선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양배추를 생식하거나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남성의 위축된 성기능을 북돋아 주고 성기능 저하 예방에도 좋으니 매일 식탁에 양배추를 올려 가정의 평화를 찾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017-05-30 13:09:1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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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칼럼-고객 인맥관리가 최고의 경쟁력

이상헌칼럼-고객 인맥관리가 최고의 경쟁력 성공한 CEO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한자성어는 어떤 것일까? '日新又日新' '三四一言' '螢雪之功' '臥薪嘗膽' '格物致知' '切磋琢磨' 성공한 CEO를 대상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힘이 되어준 습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脣亡齒寒(순망치한)' 이라 답한 CEO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의 이 한자성어엔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중시하는 성공한 CEO들의 삶의 철학이 깃들어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바로 사람이 재산이라는 사실이다.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불특정고객이 곧 수익성의 근간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창업은 모두 서비스업이라 한다. 참 어려운 창업시장이다. 필자가 자주가는 사무실 근처의 칼국수집 노 부부들의 한숨에 가슴이 저려온다. '정말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어떻게 가게를 꾸려가야 할지…' 할머니의 넉두리에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총각들은 요즘도 싱글벙글 미소 짓고 있다. '힘은 들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습니다' 기특하고 고마운 말이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은 기대와 걱정속에서 장사를 시작한다. 기대수치가 크면 실망이 크듯 전쟁같은 창업시장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철저히 현실을 직시하자. 모든 창업자들이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황과 어려움을 즐기는 운영자들도 주변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 '고객은 왕이다' 몇 해전까지의 구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은 귀신이다'라고 한다. 그만큼 고객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불황기 영업전략 중 최선이자 최고의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단골고객에게 충성하라' 라고 할 수 있다.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노동력대비 투자비용이 단골고객에게 추가 매출을 발생하는데 드는 투자비용을 훨씬 상회한다. 따라서 최고의 대안은 선택과 집중 중에서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단골고객을 상대로 하는 세심한 인맥관리가 나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최대한의 경쟁력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胃氣(위기)라고들 한다. 위기는 말뜻에는 危險(위험)과 幾回(기회)라는 함축된 뜻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창업자들은 잘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회를 잡아야 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선 고객 인맥관리가 선행지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17-05-29 14:47:32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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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56) 거울천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이 열렸다. 재판 과정에서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최순실이 옆에 있는데도 눈동자의 미동조차 없었던 장면. 그리고 셀프 올림머리. 역시 일관성이 있다. 사람마다 쉽게 바뀌지 않는 성격이나 습성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지난 정부 초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부녀 대통령의 탄생에 미국보다 앞서 유리천정을 깼다며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깨준 유리천정 위에 최순실과 함께 거울천정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관저에 사흘 뒤에 들어간 이유가 거울로 도배가 돼 있던 박 전 대통령의 방에 거울을 떼고 벽지로 마감하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섬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대통령의 이미지와 정체성은 그녀를 지지했던 보수주의자들까지 등을 돌리고 한탄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필자가 들은 바로는 역시 여성정치인을 대통령까지 만드는 건 아니었다는 국민들의 탄성 또한 적지 않았다. 정녕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기에 나라가 이렇게까지 혼란과 부패됐으며,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를 만들어 냈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성 비하 발언이다.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분이 대통령으로서의 역량과 자질과 실력이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령 다른 여성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더라도 지난 정부와 같은 마무리. 우리 국민들이 똑같은 상처를 받고, 촛불시위가 집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 불행했던 것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공판에 수갑을 찬 체 법원에 등장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보다는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까지 됐었나 하는 답답함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한번 하는데, 5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재판을 받는데 교도소에서 판매하는 1660원 짜리 집게핀과 개당 390원짜리 머리핀으로 손수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는 무소불위의 최고권력자였고, 지금은 단지 피의자 신분인 전 대통령을 보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고사성어가 가슴에 새겨지기도 했다. 당사자 개인의 불행을 넘어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 모두의 불행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고, 보수당의 정치인들과 보수 지지자들의 입장은 한 마디로 웃어도 웃는 게 아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샤이보수. 한 마디로 이미 예정된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스스로 모든 권력과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와 여건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바꿔 말해 지난 대선은 진보정당의 집권이 경쟁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스스로 자폭한 상황에서 그로인한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상 보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진정한 보수의 가치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에 집착한 그런 가짜 보수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진정한 보수는 끌어안을 줄 아는 것이고, 자신들에게는 냉정해도 상대정당과 국민들을 포용하고 지킬 줄 아는 것, 관대함으로 국가를 아우르고 자국을 위협하는 모든 위협요소들로부터 국가시스템과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이며 존재이유가 아니겠나. 박 전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들이 행했던 보수는 가짜 보수였다. 내용물은 불량에 엉망인 것을 가지고, 명품 쇼핑백에 넣어 포장하면 그게 명품인가. 지난 박근혜 정권과 보수정당의 모습이 그러했다. 국민이 기대하고 지지했던 것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유리천정을 깬다는 것이었지, 자신의 관저를 온통 거울로 도배하길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엽기적이기까지 한 결과이다. 그 밑에서 벌떼처럼 달려들어 더럽고 추잡하게 권력을 누렸던 세력들.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더라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야말로 전 국민과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아닌가. 아니 정치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05-28 13:56:10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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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재능기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지난해 5월 조영남 '대작'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한 건 그의 대작 의혹이나 미술계 대작 관행 발언만이 아니었다. 작품 하나를 만들어주고 받은 보수가 고작 10만원에 불과했다는 한 무명작가의 주장이야말로 의분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조영남 씨 자신은 작품 한 점에 수백, 수천만 원에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90%이상 그림을 그려준 이에겐 고작 1점당 10만원을 줬다는 건 누가 봐도 노동착취였을 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한 인간의 수단화, 도구주의적 인간관을 읽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내용과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흉물' 시비를 낳은 '서울로7017' 설치 작품 슈즈트리(shoes tree)도 예술노동의 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재능기부' 형식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실제로 슈즈트리 제작을 의뢰한 서울시는 높이 17m 길이 100m에 달하는 이 대형 설치 미술 작품을 만드는 데 약 1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1억 원에 작가의 몫은 없었다. 지적이 일자 서울시는 예산 구조상 작가 개인에게 대금을 지불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절차상의 흠은 없을지 몰라도 '슈즈트리'를 만든 작가의 재능기부는 개인이 지닌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즉, 재능기부가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헐값에 구입하고 예술가를 착취하는 도구로 전락한 현실에서 이름 값 좀 하는 예술가의 재능기부와 재능기부를 당연한 듯 여기는 서울시의 행태는 오히려 그동안의 나쁜 관행을 잇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술계만 해도 재능기부 관련 나쁜 관행의 선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거 한 조각가는 모 미술관으로부터 재능기부형식으로 작품을 기증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보상이라곤 운송료뿐이었다. 작가는 잠시 갈등했지만 미술관 소장품이 된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은 채 결국 작품을 보냈다. 이는 미술관의 권위를 이용해 소장품 목록을 거저 채우려는 질 나쁜 예이면서 차후 합리적 지불에 제동을 거는 좋지 않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결은 같지 않지만 미술관이 '미술관 프라이즈'라는 괴상한 논리를 내세워 시장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작품을 매입하는 것이나, 몇 만원 내외의 초현실주의적인 원고료로 비평을 써달라는 기관, 부산비엔날레처럼 물리적 거리가 예사롭지 않은 곳까지 불러놓곤 겨우 몇 만원 내외의 회의료를 지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두 공익을 앞세워 소중한 재능을 무료로 사용하려는 변질된 기부개념이 작동한 우리 미술계의 악습이다. 이밖에도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직접 생산자로부터 노동의 성과를 무상으로 취득하는 행위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왜 돈에 연연하느냐는 식의 괴이한 발상도 드물지 않다. 서울시만 해도 '슈즈트리' 외,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과 브랜드 이미지(BI) 역시 재능기부를 통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이 워낙 기부를 좋아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상습적 행정원리로 비춰지는 건 문제가 있다. 물론 사회기여로서의 기부, 진지한 여가라고 할 수 있는 자원봉사, 일상에서 쉽고 재밌게 '나눔'을 행하는 '이지 오블리주(Easy Oblige)', 스스로 행하는 재능기부 자체는 격려할 만하다. 자발적 나눔이 증가하고 나무뿌리처럼 넓고 깊게 뻗어나간다면 기부는 사회적 갈등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이타심의 가장 직접적 실천이라는 점에서 기부문화는 장려되어야 옳다. 다만 재능기부까지 경쟁시켜 심사하는 경우에서처럼 순수한 재능기부를 악용하는 자들에 의한 인식적 폐단과 답습을 고려해야 하고, 재능기부는 공짜라는 비생산자들의 그릇된 의식을 부추기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명망 있는 생산자들의 태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누군가는 예술노동의 대가를 무시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는 데다, 합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후배 또는 다른 예술가들을 향한 불편한 관습의 생성에 힘을 보태는 '몹쓸 기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7-05-28 13:54:31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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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비정규직 문제, 급하면 덧난다

2016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000명 가운데 32.8%를 차지한다. 성별로는 남성이 290만6000명, 여성이 353만8000명으로 여성이 많다. 연령계층별로는 50대와 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반면 3040에서는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에서 증가했으며 농림어업에서는 감소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여건을 보면, 평균 근속기간은 2년 5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1개월 늘었으며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3.2시간으로 전년 동월대비 1시간이 줄었다. 지난해 6~8월까지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만7000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의 3개월간 월평균 임금은 236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만1000원이 올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10.5%로 전년 동기대비 0.3%포인트 커졌다. 참고로, 비정규직 개념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가간 비교를 위해 'temporary workers'란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OECD 평균의 temporary workers는 임금금로자 대비 21.9%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의 자료는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을 겸임하며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무게를 실었다.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차곡차곡 실천하고 있다. 기업들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외부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연말까지 인천공항의 아웃소싱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으며 21일에는 SK브로드밴드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하청업체·협력체 직원 5000여 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LG유플러스도 비정규직 인력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며 유통업계, 금융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마냥 환영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앞서 통계에서도 봤듯이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편이다. 당연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갑자기 너무 앞서면 문제가 발생한다. 심지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마치 지난 정부에서 각종 재단에 거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던 장면과 겹치기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비정규직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올 하반기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뉴스도 나온다. 대기업이 일정 비율을 넘겨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고용부담금'이란 벌금을 물리기 위해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나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IMF 외환 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이해관계를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왕의 매듭을 단칼에 자르듯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주주와 종업원과 고객이 있는 민간기업들에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강요하거나 압력을 넣으면 지난 정부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 된다. 조금 더 차분하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새 정부의 '꿈'을 실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05-25 09:22:18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