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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46) 구걸인가 호소인가

세상에는 참 재미난 일들이 많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사고의 가치가 존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특정 지역에 함께 공존하며 같은 환경,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지나치게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조장되고 충돌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다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인데 말이다. 정치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안전과 안정과 안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만약 그런 시스템이 없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하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법이 필요하고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21세기이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치만 퇴보하는 느낌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렇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국민을 불편하게 하며, 정치인들 스스로가 대외적으로는 원칙과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지만, 사실적으로는 철저하게 법을 무시하고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 대의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장 기반이 되어야 하는 그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체, 그냥 정치행위 혹은 자신들이 정치라고 생각하는 정치행태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국민이 우리 각자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자격과 권한을 부여받기 위해 4년 마다 투표를 독려하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자신들 입지를 위해 투표를 구걸하는 게 무슨 정치인가. 투표 거지이지. 가장 투명하고 선명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가장 표리부동(表裏不同)한 것이 현실이다. 대화와 타협과 양보와 이해를 추구해야 하는데, 가장 이기적이고 치사하며 자신 밖에 모르는 것 또한 정치판이다. 물론 살아남아야 권력이 유지되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전부여서야 되겠는가. 사실 국민은 아주 극단적인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에 갈수록 관심이 없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고단한데,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존립을 위해 만들어낸 이념 놀이에 우리 국민들은 식상할 만큼 식상함을 느껴 더 이상 흥미가 없는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진보고 보수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냥 삶을 질을 조금이나마 향상시켜 주는 정당과 정치와 정치인이 좋고 필요할 뿐이다. 아주 극좌나 극우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원한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듯이 필요에 따라 보수적인 가치와 진보적인 가치는 공존하는 것이다. 다만 스펙트럼의 차이일 뿐.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정말 각성해야 한다.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목적에 의해 진영논리 내세우고 국민들 상대로 장사하지 말란 말이다. 그리고 제발 그 놈의 '국민', '존중' 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은 그만 좀 하자. 서로 민망하지 않은가. 정녕 당신들이 '국민'과 '존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국민'은 '한 표', '존중'은 '한 표만 달라'는 의미 아닌가. 사법고시 부활시키고 로스쿨도 당장 폐지해라. 가난하면 스스로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기회조차도 박탈당해야 하는 것인가. 가난하면 공부할 기회조차도 박탈당하는 것이 정녕 국민을 위한 것인가. 대체 어디까지 국민들을 조롱하고 우롱해야 직성이 풀릴 것인가. 이런저런 어차피 지키지도 못 할 공약 남발하지 말고, 그냥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03-19 11:51:33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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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욱 원장의 성형 이야기] 웨딩성형의 허와 실

[홍종욱 원장의 성형 이야기] 웨딩성형의 허와 실 본격적인 봄 웨딩시즌을 앞두고 예비신부들 사이에서 '웨딩성형'이 필수코스 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의 시술로 자연스러운 성형효과를 낼 수 있는 웨딩성형은 피부를 절개하거나 뼈를 깎을 필요가 없어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성형 시술 중 하나다. 필러, 보톡스, 자가지방이식술, 실 리프팅 등이 대표적인 시술방법으로 얼굴의 주름을 없애거나 피부가 꺼진 부위에 볼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명 '쁘띠성형'이라 불리는 이 시술은 수술요법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낮고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사의 실력이나 시술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충동적으로 시술을 감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얼굴에는 수많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해 있는데 약물이 혈관이나 다른 부위로 흘러 들어갈 경우 ▲극심한 통증 ▲염증 ▲딤플현상(피부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현상) ▲안면비대칭 ▲안면신경마비 ▲피부괴사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보고된 보톡스, 필러 부작용 관련 상담건수는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부작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한 여성이 필러시술을 받은 후 눈이 실명되고 얼굴에 큰 상처가 생겼다고 보도된 바 있다. 피해 여성은 시술을 받은 후 몸이 떨리고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겨 2주 동안 입원하면서 스테로이드제와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시력을 상실했다. 조사결과 이 여성에게 주입된 필러는 치아의 주성분과 같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미세한 알갱이를 포함한 젤 타입의 물질로 일본에서 승인되지 않은 약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약물을 피부에 주입하거나 의료기관이 아닌 찜질방, 미용실, 피부관리실, 가정집 등에서 불법시술을 받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일부 병·의원에서 터무니없이 저렴한 비용을 내세워 환자를 유인한 후 약물에 생리식염수를 희석하거나 다른 환자에게 사용했던 약물을 재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시술 전 식약처나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정품약물을 사용하는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재사용 약물은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며, 해당 의료기관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 임상경험 및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한 성형전문의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지 꼼꼼하게 체크한 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세민성형외과 원장(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중재 조정위원)

2017-03-16 15:23:4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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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봄 내음 가득한 '달래·냉이'로 활력 충전

봄이 되면 향긋하고 쌉쌀한 맛의 냉이를 많이 먹는다. 냉이는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에너지를 주는 활력 음식이다. 또한 제철 건강은 제철 음식이 지켜주듯이 봄에 냉이를 많이 먹으면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도 좋다. 기온이 오르면서 계절의 변화에 혼란을 느낀 몸이 피로를 많이 느끼면 식욕도 떨어지기 쉬운데 냉이는 입맛을 돌게 한다. 소화효소의 분비를 원활하게 만들고 소화불량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 냉이를 충분히 섭취하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변비와 부종 해소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냉이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혈액 속 노폐물과 독소 배출을 촉진하며 염증을 개선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에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으며 눈을 많이 써서 피로가 심하고 쉽게 건조해지는 사람들의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냉이의 쌉쌀한 맛은 살짝 데쳐 먹으면 줄일 수 있다. 달래도 냉이와 마찬가지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특히 달래는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는 별명처럼 마늘에 풍부한 알리신 성분이 들어 있다. 그래서 원기 회복을 돕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항염, 항균, 항암에도 도움이 된다. 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에 찬 기운이 많이 돌아 찬 기운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달래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찬 기운으로 약해진 위장 활동을 강화하며 자궁을 따뜻하게 덥혀서 여성들에게도 좋고 냉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철분이 풍부해서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달래는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평상시 국물 음식을 많이 먹는 등 짜게 먹는 사람들은 달래 섭취를 늘려주면 달래에 풍부한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돕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7-03-16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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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차이야기] 레드오션 된 자동차 정비업…살릴 방법은?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모든 시장을 일컫는다. 자동차 용품을 비롯해 A/S부품, 정비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자동차 제작 과정인 비포 마켓을 통해 100의 이득이 가능하다면 애프터마켓은 500의 이득이 가능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자동차 정비는 애프터마켓의 핵심적인 분야다. 그런데 정비가 최근 점차 사양화로 접어들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자동차의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정비업체의 먹거리가 사라진 측면도 있다. 여기에 엔진오일이나 각종 소모품에 대한 무상 행사 등을 통해 다른 메이커와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메이커는 물론 자동차, 보험 관련 대기업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비영역에 은근히 진입하면서 잠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카센터라고 불리는 전문 정비업은 약 4만500개 정도, 1~2종 자동차 정비업소는 약 4500곳 정도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악재가 누적되면서 정비업은 도태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기존 정비업체에서 선진 정비 모델로 성장하려면 우선 정비요금에 대한 현실화가 중요하다. OECD국가 중 상대적으로 정비요금이 저렴한 것이 아닌 지 확인해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선진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비비가 싼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공개해야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서비스업의 한계성이다. 현재 정비업은 극히 일부 판금용접 부분만 빼고 모두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어 제조업의 각종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선에선 구인·구직이 맞지 않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로사항이 많은 실정이다. 세번째는 앞서 언급한 1, 2종 정비업의 경우 보험수가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제시해 합리적인 보험 비용이 책정될 수 있는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는 보편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자주 볼 수 있고 전기차도 내년에만 8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일선 정비업소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입고 시 두려움에 정비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련법의 강화를 통해 메이커의 임무와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사업을 부가해 사업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튜닝업, 중고 진단평가업, 용품 판매는 물론 수입차의 정비업까지 다원화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업종 확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비업은 자동차 분야에서 필요악이다. 꼭 필요한 분야이지만 자체적으로는 먹고 살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비업은 전문기술을 갖춘 업종으로 인정해 상당한 대우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랑스러운 직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자체 노력은 물론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꼭 필요하다.

2017-03-15 20:41:39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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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밥터

그것을 허물었다면 무척 서먹서먹했을 거다. 손바닥만한 밥상 한복판에 걸터앉은 칸막이! 눈높이만큼 끌어올린 그것은 프라이버시를 가려주는 커튼이었다, 숟가락 하나가 뻗칠 수 있는 한계 영역을 규정한 밥터의 담벼락이랄까.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방랑 식객은 그 불문율을 알기라도 하는 듯 단단히 빗장을 지른 채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서울 중심가 어느 맛 집의 혼자 먹는 밥, 이른바 '혼밥' 풍경이다. "혼자예요?" 나홀로 식객들의 귀를 쫑긋거리게 하는 질문 공세. 저만치 노른자위 밥터가 유혹하는데 별도리가 있겠나. 핏대를 세워 목청을 뽑는 종업원의 '응답하라 혼밥!'에 득달같이 화답할 수밖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급행 서빙은 없었다. "합석해도 될까요?" 양해와 눈치의 갈등 속에 더디게 굼뜨던 완행의 서빙만 찔끔거렸다. 세상 편하게 달라진 혼밥. 혹자는 한마디 거든다. 이 식당이 아니면 누가 이 혼밥의 고민을 알아줄까? 그러나 이 절규를 풀어준 건 뜻밖에도 7080 시절의 밥집 아주머니들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알아차렸다. 혼자 밥을 먹고 싶어도 쑥스럽고 어색해 식당가를 배회한다는 것을. 눈총과 홀대를 받지 않는 혼밥 향유권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 혼밥의 서러움과 아픔을 힐링해줄 식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머니들은 알아차렸다. 모두들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았지만 아주머니들은 그걸 해냈다. 엄마표 밥집은 그렇게 눈을 떴다. 식당은 허름했다. 주 고객은 자취생, 고시생, 직장 초년생들이었다. 너도나도 혼자였다. 뭉뚱그려 2030 혼밥족. 다들 혼자라고 해서 개별 밥상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칸막이로 장벽을 친 것도 아니다. 독서실처럼 벽을 마주보고 앉는 혼밥 전용 좌석을 갖춘 것도 아니다. 엄마표 밥집은 묘했다. 종업원이 없었다. 모든 게 셀프였다. 누구든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면 한 가족이 됐으며, 밥상머리마다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한솥밥이 갖는 마력일 것이다. 밥에는 정성이 묻어났다. 늘 뜨끈뜨끈했다. 정(情)이 모락거렸다. 타향살이의 서러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겐 찬밥은 눈물 젖은 빵에 다름 아니다. 그곳엔 그런 진한 공감대가 흘렀다. 밥집 아주머니는 이따금씩 눈물을 찍어내곤 했다. 밥은 자르르 윤기가 흘렀다. 고봉밥이었다. 밥이 보약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좀 안다는 자취생들은 밥집을 선택할 때 밥의 윤기를 보고 결정한다. 밥심이 오래갈 밥을 찾는 것이다. 엄마표 밥집은 늘 북적거렸다. 밥집 아주머니들이 긴장하는 때가 있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다. 아주머니들에겐 밥심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모두가 숨죽여야 했다. 그날 저녁 밥집마다 희비는 엇갈렸다. 합격자 수와 대강의 합격률이 나오는 것이다. 대박, 쪽박이란 말은 이때 써먹는 줄 알았다. 희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어느 밥집이 명당이니 하는 풍수지리설이 설왕설래했다. 당시 전설처럼 내려오는 밥집이 있었다. 심지어 어느 밥상까지. 그 혼밥 풍경은 세월 빠르게 달라졌다. 모처럼 맛소풍을 나왔을 혼밥족. 그들은 그러나 밥터의 향유권은 고사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쫓기듯 허겁지겁 그릇을 비워야 한다. 대화가 없는 침묵의 식사.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묻고 화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사색할 시간도 가질 만도 한데 요즘 혼밥 세태는 그러나 7080 엄마표 밥집과 같은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때 그 시절의 정겨운 혼밥 풍경을 반추하게 되는 까닭이다.

2017-03-15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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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칼럼-브랜드 철저하게 파악해야

이상헌칼럼-브랜드 철저하게 파악해야 지난 주말 140여개 업체 200여개 브랜드가 참가한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가성비, 1인경제, 소자본창업 등 불황을 이기는 중심 트렌드로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전시 부스를 채웠다. 경기불황에도 신규 창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만큼 폐업자도 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근본적 고용이 불안한 노동시장 구조와 경기 저점현상을 꼽을 수 있다. '년 4%代의 고소득을 보장합니다', '최저 창업비용으로 최고의 수익을 드립니다',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보증금, 5無 창업을 지원합니다' 등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유혹하는 문구다. 현재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4300여개의 브랜드와 3120여개의 본사가 주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나쁘다는 공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으며, 전문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예비 창업자에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 바로 프랜차이즈다. '가맹사업공정화에 대한 법률'은 2005년부터 시행돼 본사들의 자정과 윤리의식 그리고 상생시스템을 실천하게 함으로 창업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됐다. 또한 정부의 지원과 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노력으로 자영업자들의 창업 성공을 위한 노력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원, 노력,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나쁜 프랜차이즈 본사의 행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픔을 안기고 있다. 첫째, 표준 계약이상 상권보호규정이 애매하거나 없는 경우 브랜드 둘째, 매장관리 전문인력인 수퍼바이져 조직이 없는 브랜드 셋째, 개점률보다 폐점률이 높은 브랜드 넷째, 고소득을 보장하는 듯한 허위 과장 광고하는 브랜드 다섯째, 기존 가맹점주의 본사에 대한 평가수준이 나쁜 브랜드 여섯째, 재무재표상 R&D비용과 교육훈련비를 0.3% 이내 사용하는 브랜드 일곱째, 브랜드 홈페이지가 없거나 고객과의 소리란이 없는 브랜드 여덟째, 본사와의 소통 프로세스가 대표자와의 대화창구가 없거나 어려운 브랜드 아홉째, 가맹점 협의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없는 브랜드 열째, 대표이사가 자주 교체되는 브랜드 위와 같은 열 가지 사례에 해당하는 브랜드를 나쁜 프랜차이즈라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국가 소상공인 경제의 근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좋은 본사의 발굴과 지원, 성장을 받침삼아 국가와 국민이 상생하는 전략을 추구해야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뛰어난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을 키워내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지금 이 순간도 프랜차이즈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애쓰고 있을 프랜차이즈 지도사들이야말로 최고의 수훈갑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2017-03-13 16:52:54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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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45)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2017년 3월10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었다. 탄핵은 말 그대로 법에 의거한 파면을 뜻한다. 국민 중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고, 일부는 과격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전체의 불명예고 불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이기에 최고 권력자라고 해도 위법한 사실이 발견되면 법에 의해 탄핵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희망이고 정당함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이제라도 대한민국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탄핵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국민에 대해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첫째, 대통령과 정부가 대통령의 공(公)과 사(私)가 뒤엉킨 스캔들로 인해 모 아니면 도로 수개월간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탄핵에 대한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필자가 탄핵된 대통령이었다면, 탄핵 즉시 대국민사과와 함께 깔끔하게 청와대를 떠났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뭔가 투명하고 깔끔하지 못한 처신은 어제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적잖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처신이다.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또한 적잖이 불쾌하기도 하다. 탄핵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고, 이제 검찰의 엄격한 수사와 함께 그에 합당한 형사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다. 둘째,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의 문제이다. 누구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고 마음으로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이고 법의 형평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좋던 싫던 존중해야 한다. 승복하지 못하겠다면, 누가 다시 판결을 할 것이며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그것은 억지다. 다만,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 그래도 바로 어제까지 우리 국민 대다수에 의해 선출되었던 대통령에 대해 정상 수위를 넘어서는 비난과 비평과 욕은 반드시 절제하고 중단해야 한다. 이미 국민 대다수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어 헌재의 결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계속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저급함과 저속함을 인정하는 행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그것은 한 마디로 치졸한 것이다. 셋째, 현실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입장이다. 이제 더 이상 국가 전체의 불행을 자신들의 당리당략과 진정성 없는 정치적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국민을 제대로 보고 정말로 거듭나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목적과 목표가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치인들 자신들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 한번 자문해 보길 바란다. 본인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필자의 양심이라면 적어도 그렇게까지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배고프고 고달프더라도 스스로나 남에게 떳떳한 인생을 선택할 것이다. 정치와 국민은 어느 한 쪽만 바뀐다고 해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선진국가가 결코 성립될 수 없다. 분명 양쪽의 책임과 의무와 도리가 각각 존재한다. 이제는 흑백논리와 무조건적인 이념 대립을 넘어서 진보와 보수, 각자가 진영의 존재 이유와 내실 있는 성숙함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힘써야 할 때이다. 이제는 정말 국가 전체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고, 꿋꿋하게 회복되어야 할 때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선출된 정치인이 곧 국민의 수준이고, 그들의 행위가 국민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반면에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와 행태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도 있고 혹은 수치와 분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과 깨진 유리잔을 어찌하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과 우리 국민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고뇌하며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니겠나. 누구나 시행착오와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한다면 그것은 정말 바보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03-12 13:03:37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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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초적 보안, 나의 비밀번호

최근 개막된 영화 "조작된 도시"를 보면 방대한 사용자 정보가 구축된 방에서 범죄를 만들 대상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영화에는 마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 나의 정보도 모두 수집되어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영화라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 안가서 현실화 될 듯 하다.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조회하면 개인정보가 수두룩하게 나온다고도 한다. 주민번호가 유출된 사례는 지금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많이 기사화되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요즘은 개인정보가 도대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개인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개인의 인증정보다. 인증정보란 인터넷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ID 및 비밀번호다. 인증정보 유출 시에도 피해가 크다. 꼭 금전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나를 가장하여 온라인상에서 불법 활동을 하여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2014년에 국내 굴지의 통신사 홈페이지 이용대금 조회란에 고유숫자 9개를 무작위로 자동시켜 입력하는 프로그램으로 고유번호가 유출되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인터넷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의 의식이다. 회사 경영층의 보안의식이 부족하다거나 또는 예산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취약성을 알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자가 여러 회사에 보안 컨설팅을 할 때 보면, 기본적인 방화벽(F/W), 침입탐지시스템(IDS) 및 침입방지시스템(IPS)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내·외부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과 이용자 보호에는 의외로 소홀하다. 둘째, 이용하는 개인의 보안 의식이다. 비밀번호를 변경을 잘 하지 않는다. 비밀번호만 잘 관리해도 보안도가 한층 더 올라간다. 비밀번호는 영어 대소문자, 숫자, 특수문자 중 2종류 이상으로 구성한 10자리이상, 3종 이상으로 구성한 8자리 이상으로 작성해야 안전하다. 비밀번호 변경도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좋다. 이용자의 항변도 있다. 사이트들이 2개만 되도 ID 와 비밀번호를 관리해야 하는데,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기억하기란 어려움이 많다. 기업이 보안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바로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여러 서비스를 같이 로그인해 주는 SSO(Singe Sign On)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나 스마트폰OTP를 이용하여 인증을 한번 더 인증을 거치도록 해 더욱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하나의 ID와 비밀번호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보안 입장에서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증을 추가하고 비밀번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사용자가 비밀번호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바로 기업의 책임이다. 더불어 이용자는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관리하여 개인의 소중한 정보, 인증정보를 지켜야 하겠다. 유영길(ISMS인증심사원, 보안칼럼니스트. 現 YKCNS 대표 보안컨설턴트)

2017-03-09 11:15: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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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어지러운 빈혈, 어떻게 예방할까?

빈혈이라고 하면 어지럼증만 떠올리기 쉽지만 두통, 피로, 이명, 심장의 두근거림, 불면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빈혈은 남성보다는 임신 중인 여성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에게서 주로 발생하기 쉽지만 아이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빈혈이 있는 경우 뇌 활동이 저하되면서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균형 있는 성장 발달에도 문제가 된다. 빈혈이 발생하면 식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특히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철분,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엽산과 비타민 B12 등의 부족은 빈혈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보통 대부분의 빈혈이 철분 결핍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철분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성인 남성의 경우 철분의 권장 섭취량이 8~12㎎이며 여성의 경우 11~16㎎이므로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50세 이상 여성은 하루 철분 권장량이 7㎎ 정도인데, 생리가 끝나는 폐경기가 되면 철분 섭취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철분 부족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철분이 많은 육류나 철분제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철분이 풍부한 음식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특히 소고기 같은 붉은색 육류에 철분이 많이 들어 있으며 채소보다 흡수율이 좋은 편이다. 단 철분은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했을 때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육류를 섭취할 때는 채소나 과일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란 노른자에도 철분이 많이 들어 있으며 녹황색 채소나 해조류에도 철분이 들어 있다. 시금치의 경우 철분이 풍부한 대표적인 채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채소와 비슷한 수준의 철분이 들어 있으며 오히려 철분 흡수를 막는 수산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시금치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채소를 통해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03-09 09:44:3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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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봄 이사시즌의 삽화

누군가 기약 없이 떠나는 건 쓸쓸하다. 일전에 댓바람부터 이삿짐 트럭 한 대가 아파트 현관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동틀 무렵 어슬렁거리는 이사는 십중팔구 오는 게 아니라 가는 쪽이다. 여태 통성명조차 나눈 적이 없는 이웃과의 이별. 그래도 한 지붕 아래 살았기에 이웃의 얼굴이 낯익다. 행여 추억의 한 단편이라도 있을까 싶어 톺아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갈피가 없다. 그냥 타인일 뿐이다. 그런데 왜 가슴 한 켠에 우수(憂愁) 같은 것이 스치는 걸까. 그럴 것이다. 현관 앞에서, 주차장에서, 장터가 열리는 앞마당에서 마주치고 엘리베이터를, 때론 계단을 오르내리며 시나브로 고였을 이웃 간의 정(情)이 일렁거려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물기 마른 정을 뒤척거리며 잘 가시라 환송하자니 생뚱맞고 겸연쩍다. 유행가 가사를 들출 것도 없이 '떠날 때는 말없이'다. 꾸역꾸역 쟁여지는 짐 꾸러미에 찬바람이 스몄고, 짐을 꾸리던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 아파트 삶의 태생적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보고야 말았다. 진작에 통성명을 건네 것을, 몇 마디 말이라도 섞어볼 것을.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식사에 초대해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것을. 이런 식으로 랑데부됐더라면 석별의 정을 나누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을 거다. 후회한 게 어디 한두 번이겠느냐마는 우리네 아파트 삶은 이런 열린 마음의 여백을 준비조차 못한다. 가만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직 공간! 위아래 층이 막힌 '성냥갑'식 수직 프레임은 이웃을 단절시켰다. 소통할 평면 공간이 없는 까닭이다. 얼굴을 맞댈 공간이래야 엘리베이터 박스 안. 엘리베이터는 그러나 틈만 보이면 비약하고 생략하는 심보를 드러낸다. 성급한 스피드에 오염된 여닫이 버튼은 이웃을 층층이 갈라놓기에 바쁘다. 말 섞기가 무섭게 이웃의 등을 떼밀고 냉정하게 문을 닫는다. 어쩌다 낯선 사람이 끼어들면 맨송맨송한 표정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다. 시선은 층수를 알려주는 디지털 숫자판에 일제히 꽂힌다. 눈 둘 바를 모르는 것이다. 왜 이래야만 하는 걸까. 아파트 품앗이라도 있었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거다. 우리네 수직 아파트 일상은 그러나 각자도생의 세태로 너무 달려가 있다. 정이 넘쳐나도 쉬 파편화 된다. 그 단절된 정을 새삼 더듬게 되는 봄 이사시즌엔 추억의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의 마을을 떠올리곤 한다. 진한 향수와 감동이 꽃피고, 사람 냄새가 물씬거렸다. 그 마을이 그리운 건 내 마음속에 여전히 그런 마을을 가꾸고 있음일 것이다. 자취를 하던 학창시절이었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작별이 못내 아쉬워 대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신작로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사 가는 날 친구와 함께 짐을 꾸린 리어카를 이끌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던 길이었다. 새 자취방은 골목골목을 파고들어 처마 끝을 서로 맞댄 집들 틈에 끼어 있었다. 문간방이었다. 한 지붕 여섯 가구. 방방마다 사람들이 몰려나와 짐을 날라 주었다. 내 기억의 창고에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는 봄철 이사의 색 바랜 삽화다. 그 자취 시절 이웃 간의 정이 무엇인지 겨우 눈을 떴다. 한 지붕 여섯 가구의 집에는 정을 담을 그릇이 컸다. 마음을 더하고 뺄 공간이 넓고 아늑했다. 눈물의 짐은 서로 나누어 덜어냈고, 웃음의 짐은 보태고 또 보태 꽃동산을 만들었다. 그런 정이 홀연히 떠난 빈자리가 커 보인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봄 이사시즌이 찾아오면 그때 그 시절의 갈피 속에 꿈틀거리는 정을 일깨워 새삼 가꾸어본다.

2017-03-08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