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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새는 왜 강에서 발걸음을 멈출까

댓바람부터 예닐곱 참새들이 수런거린다. 뭐라 지껄이는데, 목청을 돋우는 걸 보니 녀석들의 일상도 꽤 바쁘긴 바쁜 모양이다. 한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길섶에 동그마니 앉은 숲으로 쭈르르 숨는다. 저만치 숲을 쬐여주는 봄 햇살이 착하다. 풀밭 위로 구슬처럼 구르는 새들의 지저귐! 그 언어의 속뜻을 모르니 감성 다르게 들린다. 향긋한 풀 바람을 맞으며 들으면 흥겨운 콧노래로 들리고, 세상이 팍팍하고 궁할 땐 슬프고, 마음이 호사스러울 땐 정겨워라. 새소리는 이렇게 사소하고 변덕스럽게, 그러나 매번 감탄으로 나를 적신다. 어디 새소리뿐이랴. 산정에서 마주치는 한 자락의 바람소리, 나뭇잎 뒹구는 소리, 몸을 비비는 숲 소리,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 바람결에 파릇파릇 일어나는 풀잎 소리, 풀벌레 소리. 지금 5월의 산은 비발디의 봄 협주곡을 연주하며 농익어가고 있다. 자연의 소리를 꼭 산 속을 들어가야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그시 눈감으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아련한 추억의 소리도 있다. 시인들은 웅숭깊은 소리는 마음으로 듣는다고 했더랬다. 나부시 하늘거리는 나비의 날개 짓 소리를 듣고, 나뭇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과 언덕 너머로 피어나는 물안개에도 소리가 묻어 있다는 걸 느끼는 까닭일 것이다. 오래전 몽돌해변에서 들었던 몽돌들의 속삭임이 시정(詩情)으로 밀려온다. 건반의 마술사 파도가 수천수만 음표를 지닌 몽돌과 협연하는 콘서트! 저 부드럽게 찰랑대는 물결이 그 모난 돌을 곱고 둥근 음표로 다듬기까지 얼마나 연주했던 걸까. 우리는 파도와 몽돌이 빚어내는 협주곡을 통해 지혜를 배운다. 부드러움이 거침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내 안을 다스리게도 한다. 번잡한 세파 속에 곧추서는 번뇌를 누그러뜨리고 다독이는 부드러운 솜털이 거기에 있다. 추억의 소리를 더듬다보면 마음이 건반이 되고 악보가 되는 것이다. 때론 눅진하게 눌어붙은 삶의 고단함을 씻어내곤 한다.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되살려주기도 하고, 소리 내지 않는 소리를 어떻게 귀 기울여들어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준다. 소리란 참 신통하고 묘하다. 낯선 소리는 설렘으로 오고, 귀에 익은 소리는 반가움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마음에 묻어둔 추억의 소리는 시간 다르게, 계절 다르게, 장소 다르게, 감성 다르게 들려온다. 웅숭깊어서인가. 그땐 못 느꼈던 소리가 문득문득 큰 울림으로, 뭉클함으로, 때론 애틋함으로 밀려온다. 찰나적으로 번득이면서도 불멸의 여운으로 남아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다. 추억의 소리가 조각조각 한데 어우러지면 산과 강이 되고 들녘을 이룬다. 여행길에 호젓한 강변을 거닐다 보면 새를 발견하게 된다. 하필이면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말이다. 자태가 왠지 처연하다. 새들은 왜 강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걸까? 깃털을 휘날리며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일까? 강을 향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아무도 기억해낼 수 없는 아득한 태고의 신비한 천연의 소리가 듣고 싶다고 중얼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휴대폰 벨소리며, 자동차소리며, 번잡한 첨단 기계음들을 씻어내자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천연의 소리는 때 묻지 않은 순백의 소리, 진솔한 소리, 첨단 과학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본질적인 소리다. 천연 소리의 극치는 소리 내지 않는 정밀(靜謐)한 늪의 소리다. 침묵한다고 해서 왜 소리가 없겠는가. 지극히 잔잔한 밀물과 썰물이 있다. 늪에도 소통하는 물결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큰 소리에만 귀를 쫑긋 세운다. 그래서 늪이 우리에게 일러준다. 소통이 제대로 되려면 큰 소리에 묻혔을지도 모를 작은 소리를 찾아내 귀 기울여야 한다고.

2017-05-17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강형문의 세상읽기] 핀테크시대, 은행과 핀테크기업의 공존

[강형문의 세상읽기] 핀테크시대, 은행과 핀테크기업의 공존 최근 핀테크산업(금융부문에 IT기술이 결합되어 새롭게 창출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핀테크기업이 기존 은행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에서는 은행도 '21세기의 코닥' 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의 위기는 은행(1694년 영국의 영란은행 설립을 계기로한 근대적 의미의 은행) 탄생 이후 여러 차례 있었다. 은행 최초의 위기는 금융의 겸업화로 은행들이 증권업무를 겸영하면서부터 무모한 투자로 인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법에 의해 상업은행업무와 투자은행업무의 엄격한 분리를 가져왔다. 은행의 또 다른 위기는 금융의 탈중개화 현상이었다. 대기업들이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부터 은행의 역할(금융중개기능)이 줄어드는 위기를 맞이했는데 이에 자극을 받은 은행들은 금융혁신을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최근의 은행위기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에 의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기업의 출현에서 비롯되고 있다. 초기에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은 금융기관이 IT를 활용해 금융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형태였지만 최근의 핀테크는 IT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편리한 서비스를 핵심경쟁력으로 하여 기존 은행들의 업무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IT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크라우드펀딩, P2P대출, 개인종합자산관리 분야)를 제공하는 다양한 핀테크기업이 출현하고 있으며 지난 4월 3일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무점포 온라인기반 은행, 1년 365일 24시간 영업)가 출범했고 6월 중에는 제2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 것으로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다양한 핀테크기업의 출현은 간접비용 절감에 따른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은행보다 유리한 예금 및 대출금리 제공, 낮은 수수료, 24시간 신속하고도 유연한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예·대금리차 축소)와 금융자금의 이동(은행·제2금융권→인터넷전문은행)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핀테크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소비자의 금융생활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예금의 경우 은행의 높은 신용도로 제2금융권(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신협 등)에 비해 예금금리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며 대출측면에서도 목표고객이 달라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할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어 영업을 해온 몇몇 선진국(미국, 일본, 유럽)의 예를 보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은행과는 목표고객층이 다른데다 영업방식도 특화된 서비스(소액신용대출·카드론·오토론 등)에 주력한 은행들만이 살아남아 기존 일반은행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IT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환경 하에서도 핀테크기업과의 업무제휴나 자체개발에 의해 모바일금융서비스(신한의 써니뱅크, 우리의 위비뱅크 등)를 성공적으로 제공하여온 점 등을 고려할 때 핀테크로 촉발된 금융혁신흐름에도 잘 대응할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핀테크 산업의 성장은 기존 은행의 중심적 역할을 위협하기 보다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서비스공급방식의 변화(금융상품위주의 사고→금융소비자중심 사고)를 유도하면서 각각의 한계로 인해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전 세계적인 핀테크의 확산추세 속에서 핀테크기업이 일부 금융서비스부문에서 은행의 역활을 대체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은행들도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영역을 확대하고 서비스제공방식도 고객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계속 혁신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전 한국금융연수원장·메트로신문 자문위원

2017-05-16 14:20:3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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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칼럼-객관적인 자기분석이 창업의 正道

이상헌칼럼-객관적인 자기분석이 창업의 正道 "창업의 正道(정도)는 무엇인가요?" 창업 전문가들이 대답하기 가장 곤란한 질문이다. 그저 착실하게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판에 박힌 대답을 하기엔 예비 창업자들의 간절함이 너무 묵직하다. 자영업 위기의 시대, 생계형 자영업자가 만연하는 이 시기에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더욱 난감하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창업의 정도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창업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흔히 '자영업 푸어'라 불리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성공 창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 심리로 인해 그저 '될 것 같은' 아이템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자영업 역시 비즈니스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창업의 승패를 좌우한다. 더욱이 비즈니스의 시작인 창업 준비 단계에선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만이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창업 자금, 신용도, 매장 입지 등 수치로 판단 가능한 부분부터 창업자의 성격, 가정 환경, 보유한 기술 등 수치로 판단 불가능한 부분까지 모든 부분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아이템 선택은 분석이 끝난 다음으로 미뤄도 늦지 않다. '맞춤형 창업'이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맞춤형 창업은 정형화된 창업 아이템과는 달리 창업자의 상황에 맞는 창업 아이템을 설계해주는 창업방식을 뜻한다. 창업자의 상황에 맞는 매장 환경을 조성하고 창업자의 역량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것이 맞춤형 아이템의 목적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진행했던 '자영업자 힐링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창업은 정도를 통한 효율성의 승부처다. 즉 자신에게 맞는 창업아이템을 철저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선택한 후 가성비의 극대화와 투자금액에 따른 효과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창업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창업 시장에 진입한다. 다양한 매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통해 소비에 대한 안목을 탄탄히 다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안타깝지만 소비와 생산의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와 같은 판단 자체에 객관보다 주관이 더욱 깊숙이 개입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정도는 직역하면 '바른 길'이다. 예비 창업자가 달려야 할 길은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일 수도,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도로일 수도 있다. 창업 시장에선 어떤 길이든 모든 바른 길이다. 다만 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자신이 탄 자동차의 상태를 가장 먼저 점검하길 바란다. 그것이 시작이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17-05-15 15:11:48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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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퇴직연금과 은퇴설계] <44> 담보대출과 중도인출

[김현기의 퇴직연금과 은퇴설계] 담보대출과 중도인출 퇴직연금제도는 개별 근로자가 법정 사유를 충족한 경우, 담보대출과 중도인출이 가능합니다. Q: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급여를 사용할 수 없나요. 근로자들의 경우 퇴직급여가 우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긴급자금일수도 있어 필요에 따라 사용 가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담보대출과 중도인출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A:퇴직급여는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자금입니다. 이 목적에 맞게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퇴직연금제도에서 월 급여, 연봉급여, 상여금, 연금, 퇴직금, 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에 대하여는 2분의 1을 초과하여 압류할 수 없습니다. 또 퇴직급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퇴직금중간정산제도도 금지되었습니다. 퇴직급여는 근로자의 노후 준비라는 취지가 반영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근로자들이 목돈이 필요할 때 퇴직급여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퇴직연금제도에서는 일정한 사유와 요건(법정 사유)을 갖춘 경우 담보대출과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법정 사유(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상의 사유와 요건)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 표를 통해 지난 2012년 7월 이전 일괄 적용된 퇴직금중간정산과 퇴직연금제도에서 시행되고 있는담보대출, 중도인출의 적용범위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담보대출은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퇴직연금(IRP)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50% 이내에서 가능합니다. 다만 담보대출은 담보의 설정, 대출금리의 적용, 담보의 회수 등이 얽혀 있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도인출은 DC·IRP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 이내에서 가능합니다. 이러다 보니 DB를 DC로 전환하여 중도인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퇴직급여의 선택 시 DB가 유리하여 DB를 선택한 근로자의 경우 DC전환 후 중도인출은 자제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DB로 다시 전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담보대출과 중도이출은 반드시 회사 담당자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와 상의 후 결정 하시기 바랍니다. 또 6개월 이상 요양하는 경우 등은 적용하는 한도가 정해져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퇴직연금제도에서 담보대출과 중도인출의 확대는 근로자들의 긴급자금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퇴직급여는 노후자금임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네오50연구소장

2017-05-15 14:25:53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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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과 액세서리

얼마 전 모 미술관에 근무하는 한 지인은 “미술관이 돈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 같다”며 머잖아 그만 두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소장, 교육, 연구라는 미술관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지도 않을뿐더러, 예술자체를 품위 있는 척 포장하는 ‘액세서리’ 정도로 여긴다는 의미였다. 그의 푸념은 안타까움을 불러왔지만 그렇다고 버텨보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예술과 예술 공간을 처세와 고상함을 꾸미는 사적 도구로 여기는 곳에 오래 있어봤자 남는 건 피폐해진 정신일 것이라 오히려 그만두라고 조언했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예술가들에게 수준 높은 미적 태도와 인문학적 지식을 겸비한 자본주들의 관심은 때로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와 같다. 특히 요즘처럼 예술가로서의 삶이 위태로운 시대에서 남다른 예술 안목을 지닌 부호들의 지원과 애정은 창작의 지속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후원과 지원이 공익적이거나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에도 거죽의 명분과 내용은 각기 다르게 존재하며,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부유하거나 동기에 따른 차이가 이입되어 있다. 이는 메세나(mecenat)의 기원으로 꼽는 로마시대는 물론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메디치 가문을 위시한 이사벨라 데스데,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같은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예술지지자로 나섰던 르네상스시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잊힌 고대세계의 문화(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찾으려 했던 14세기 이후의 르네상스가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엔 당시 권력 핵심이었던 교회와 도시국가를 지배하던 영주들, 그리고 경제력을 갖춘 일부 가문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권력자들은 단테를 비롯한 인문주의자들에 의한 인문 열풍에 힘입어 고대의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예술창작을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때문에 고작 200여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의 배경엔 개인의 영웅화와 가치실현의 인위성도 들어 있었다. 역사에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예술 후원과 권세를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예술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가문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고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미술의 시각적 권위(기념물이나 초상화, 역사화 등)를 이용했다. 도시공국의 유력 가문들은 다른 도시국가와의 원만한 외교를 위해 예술가들을 이용하기도 했다. 취약한 정통성을 확보하고 권위를 획득하려는 목적에 따라 예술 사랑을 내세운 예도 있다. 외교무역과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한 거상(巨商)들이 고대의 조각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에 바빴던 사례가 그 하나이다. 흥미로운 건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을 고상함과 품격을 유지하는 '장식'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들은 천한 장사치의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찬란한 예술의 후광을 ‘하얀 가면’처럼 여기며, 허세 차원에서 혹은 그 세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 공간을 짓고 그림을 구입한다. 누군가는 지식과 역사, 인류사의 전당인 미술관의 가치를 등진 채 탈세의 목적으로, 부의 조건 없는 이전 창구로 공간과 미술품을 악용한다. 물론 보편적이지 않아 그렇지, 문화향유 확대라는 공공적 관점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예술품을 수집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 지원은 기념비적인 예술의 탄생을 예고케 하며 문화예술의 틀과 미래마저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한 이들도 드물지는 않다. 허나 아직도 우리 사회엔 지역 유지로 행사하기 위한 도구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들이 있고, 미술관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 관장이라는 직함에 따른 사회적 평가에 고무되어 미술관을 유지하는 듯한 느낌을 심어주는 곳도 없는 건 아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들에게서 체감되는 사실은 예술을 천박하고 세속화된 욕망의 수단으로 삼거나 창작환경의 열악성을 자신의 불편한 예술취향에 대한 호불호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남들은 다 알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만 모른다는 점이다. 내부에서 보면 되레 그들 자체가 문화 인식적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2017-05-14 11:53:12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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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54) 무엇이 우리를 구속 하는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사람도 많고 사고(思考)도 그만큼 다양하다. 넓고 많고 다양하게 수평적 삶은 풍성한데, 수직적 삶은 그만큼 곤고하고 빈약하다. 다시 말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삶은 가시화된 풍성함과 반면에 드러나지 않는 깊이 중 결국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선택인데 그것은 물론 개개인의 몫이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는 수혜자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관계를 보자. 오래 알았다고 가까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익숙할 뿐이다. 반면에 짧은 기간 교제를 했어도 익숙함을 넘어 내면적인 동질감과 친근함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 역시도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 중 어느 쪽에 더 중함을 두느냐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인간관계에서도 정답은 없다. 이런 이유에서 결국 우리는 자신이 편한 방향을 찾게 되고 여기서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할 여력도 의지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 사람의 행동을 믿을 뿐이다. 말로는 하루아침에 만리장성도 쌓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정직하고 신뢰 있는 사람은 많은 말을 하기보다 행동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어 속담 중에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즉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비춰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고 경륜이 생겨날수록 서로가 상대의 말보다는 행동이나 약속의 실천이 서로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자신을 제외한 타인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사실상 우리의 모습이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신의 얼굴에 붙어 있는 오물을 우리는 결코 볼 수 없다. 하지만 상대의 얼굴에 있는 희미한 오물 하나까지도 우리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정작 알아야 할 자신의 모습은 가장 모르면서, 남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는 이유이며 인간의 모순이기도 하다. 그 흔한 말이 있지 않나.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세상에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잘 난 사람은 너무나 많다. 본인이 아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상대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만 한 없이 관대하고 이유도 변명도 많은 사람, 행함은 없고 입만 바쁜 사람, 절대로 먼저는 인사할 줄 모르는 사람, 일이 있어 연락하면 부재중이면서 답신도 주지 않는 모습들. 이런 모습들이 결국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아상이다. 사람은 대부분이 자신이 자라온 환경, 배우고, 경험한 범위 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표현을 달리 하자면 그만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 옳고 자신 밖에 모르는 것. 당연히 말로는 아니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실이다. 거기에는 객관성도 없으며, 이해와 배려는 물론 합리성도 없다. 단지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만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상대를 절대 이해 못할 일은 없다.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스스로를 그런 생각의 틀에 가둘 뿐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니어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누군가를 오해하고 미워하고 부정적으로 판단한다고 해서 내 자신에게 돌아올 유익은 과연 무엇인가. 오히려 그런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자신만 어렵고 힘들고 불편할 뿐이다. 사고의 틀을 깨자. 그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적이지 않으면서 타인을 물론 내 스스로가 가장 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의 생각과 사고의 전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한 조급한 말보다는 좀 더디어도 묵묵히 행동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더 멋지지 않은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05-14 11:51:33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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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잠' 이야기 ②] 봄이 되면 쏟아지는 잠, 춘곤증과 기면증 구분해야

[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잠' 이야기 ②] 봄이 되면 쏟아지는 잠, 춘곤증과 기면증 구분해야 봄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자주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통계결과에 따르면 사계절 중 봄에 유독 졸음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 중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졸음운전과 같은 2차 사고다. 대한수면의학회 조사결과에서도 직장인 중 12%가 졸음 때문에 이 같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봄에는 사람들의 활동량이 증가된다. 때문에 생치리듬의 변화로 나른함을 느끼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운동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누적된 사람들에게는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이같은 나른함을 단순히 춘곤증 증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면장애, 간 질환, 빈혈 등 다른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춘곤증은 대게 일시적인 증상으로 2~3주 정도 적응 기간이 지나면 좋아진다. 하지만 낮 시간 과도한 졸음이 지속되거나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 단순 수면 부족이 아닌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질환이다. 기면증의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기면증'은 주로 15세 전후인 중·고등학교 시기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뇌를 깨어 있도록 만들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긴다. 기면증 환자의 경우 잠으로 인해 학습, 직장생활은 물론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사회 진출에 있어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없이 졸림 현상만 나타날 수 있어 학부모나 일선 교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기면증을 단순한 졸림 현상으로 방치했다가는 기계 조작, 운전 등 각 산업현장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개월 이상 낮에 졸음이 지속된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보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기면증은 수면다원 검사와 반복적 수면잠복기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리는 데, 정상인은 평균 80~90분 이후 렘(REM) 수면 단계로 진입하지만 기면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짧은 15분 이내에 깊은 잠에 빠진다. 기면증의 치료제로는 '모다피닐'과 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도 나와 있다. '모다피닐'은 각성 물질이 분비되도록 도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2017-05-11 13:52:40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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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 쉼표] 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드디어 새 정부가 출범했다.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혁명이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이란 평가다. 그렇지만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정부는 과거 정부 출범보다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들처럼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지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출범한 탓에 바쁘게 일을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시작되는 국정운영이라 불안감도 든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제 정세는 미국의 트럼프정부 출범으로 보수주의와 자국이기주의가 드세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며 미국과 맞서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발사 실험을 계속 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위 국가들에게도 위협을 주고 있다. 일본은 이런 틈을 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한 치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라 안으로 눈을 돌리면, 저성장시대에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상태다. 고령화에 따라 나라가 늙어가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자본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만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한다. 기업에는 돈이 넘치지만 시중에는 돈이 없어 난리다. 가계빚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44조3000억원에 이른다. 1년 동안 늘어난 부채만 해도 141조2000억원이다. 이는 연간 증가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돈이 돌아야 경제에 활력이 넘치는데, 그러지 않아 사회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것 하나 마음 놓을 게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41.1%는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낮지만 다자간 경쟁구도인 점을 생각하면 낮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이런 지지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 정부 관계자들이 깊이 생각해 정국을 운영해주기를 바란다. 대통령도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했듯이, 지금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어느 한 정당의 힘으로, 특정 세력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지금 우리가 구한말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이럴 때 분열과 반목, 대립은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도 반대 진영에 손을 내밀어야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패한 후보들이나 정당들도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저성장시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도약을 하느냐, 아니면 뒤쳐져 후손들에게 불행을 남겨주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17-05-10 19:52:2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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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숙취 줄이고 간 보호하는 '술자리 건강법'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줄이거나 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자리를 피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건강을 덜 상하게 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술로 인해 간이 손상되는 것을 보호하려면 술을 최대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술자리에서 물을 자주 마시면 물이 술의 독성 물질들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술에서 빨리 깰 수 있고 숙취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술을 마신다면 평상시 복용하는 약도 주의해야 한다. 술은 간을 지치고 피로하게 만들며 이는 약도 마찬가지다. 특히 술을 마시고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을 경우 두통약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간 독성을 증가시켜서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약을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위장약은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것을 방해하면서 오히려 알코올 농도를 높여서 술 마신 후 숙취가 늘어날 수 있다. 숙취를 줄이고 간을 보호하는 데 좋은 음식으로는 매실과 갈근이 있다. 매실은 대표적인 해독 식품으로 음식의 독성을 제거하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세균 등의 우려가 있는 어패류에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술이나 담배 등을 자주 해서 체내에 독성 물질이 많이 쌓인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매실차를 마시면 간을 보호하고 간의 해독 작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 숙취로 인한 메스꺼움, 복통, 두통, 설사 등의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칡뿌리를 우려낸 갈근차도 애주가들의 건강 관리에 효과적이다. 칡 역시 노폐물이나 독성 물질의 배출을 촉진한다. 또한 칡은 간 기능을 강화해서 숙취로 저하된 컨디션을 회복시켜주는 데도 좋다. 술을 마시면 몸에 열이 올라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지며 갈증이 심한 사람들에게도 갈근차가 도움이 된다. 두뇌 활동량이 많아 늘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잦은 사람들, 스트레스로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갈근차가 좋다.

2017-05-10 11:15:04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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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화해

밀레의 만종(晩鐘)! 그저 바라만 보아도 고요해지고 평온해진다. 어스름이 깔리는 황혼녘, 저 목가풍의 광활하고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에 서서 기도를 올리는 한 쌍의 농부. 그림의 스토리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반목도 다툼도 없다. 그 시각 시계바늘은 ‘평화’에 멎어 있다. 두 손을 모은 채 고개 숙인 부부 농부의 실루엣이 그렇고, 들판에 쉬고 있는 손수레와 바구니, 자루가 평화롭다. 새 아침을 맞은 이 시각. 밀레는 세상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까. 나는 그를 통해 화해하는 감성을 익혔다. 삶이란 수고와 그 고단함을 늘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일전에 우연히 그를 조우할 수 있었다. 햇살이 선한 봄날, 책갈피에서 갑갑증을 느끼고 있을 활자들이 안쓰러워 기지개라도 켜줘야겠다 싶어 책장을 정리하다 낱장으로 발견한 것이다. 그간 무심하게 방치하다시피 했으니 이게 얼마만인가? 하고 손을 내밀기도 겸연쩍었다. 어쩌다 그와 마주치노라면 한 편의 감동 드라마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그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동네 허름한 이발소에서였다. 그의 분신인 만종은 액자 속에 담겨 거울 위 벽면 한복판에 걸려 있었다. 내 말똥거리던 눈은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장미꽃에 빠져 있었다. 길 건너 담장 너머로 만발한 장미꽃! 같은 반 친구 집의 꽃이었다. 하오의 햇살은 화사했고, 장미꽃은 눈부셨다. 꽃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걸 그 때 알았다. 언젠가 친구에게 한 송이를 달라고 간곡하게 말했던 그 장미꽃. 친구는 언하에 거절했다. 친구가 야속했던 건 장미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산수시간 시계공부를 위해 학습용 시계를 구입해야 했다.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달린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원형 시계. 학용품이 귀했던 그 시절, 학습 시계를 구입한 학생은 열에 한두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 금쪽같은 시계를 구입한 날 눈앞에서 사라졌다. 교문과 신작로를 이어주던 다리 아래 어디론가 말이다. 친구가 내 시계를 뺏으려 손을 치는 바람에 다리 아래 그 성깔 사나웠던 강물에 휩쓸려 간 것이다. 친구는 그 길로 도망자 신세가 됐다. 만일 친구 자신이 갖고 있던 시계를 공동 명의로 공유했더라면 문제는 쉽게 타결됐을 것이다. 그는 그런 협상을 거부했고, 내 시야에서 점점 벗어났다. 우정도 아득하게 멀어졌다. 나는 시계공부 시간 때마다 허탈해진 빈손을 만지작거려야만 했다. 내 조급한 마음의 시계바늘은 그렇게 돌아갔고, 서너 주 후에야 시계공부가 끝나면서 멎었다. 그러나 내 기억의 시계태엽은 머리를 깎는 내내 뿔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뿔난 화를 누그러뜨린 건 거울 위 그림이었다. 이발소를 들를 때마다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밀레의 만종. 화가의 이름도 제목도 관심 밖이었다. 그저 내 어린 가슴에 평온하게 와 닿았던 그림. 때론 슬퍼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뭐랄까 우수(憂愁) 같은 것도 느꼈던 것 같다. 그 그림이 울화를 풀어주고, 슬픔을 다독거려주는 넉넉한 뜰이었다는 사실을 그땐 난 몰랐다. 웬일인지 그날따라 그 그림에 내 시선은 오래 머물렀지만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마냥 평화로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야속했던 내 친구가 거울 속에 있지 않은가. 활짝 열린 이발소 문 옆에 숨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장미꽃 여러 송이를 든 채 말이다. 화해란 이렇게 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인가. 새 아침을 맞은 이 시각. 치열했던 대선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이 시각. 밀레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그동안 빚어졌던 대립과 반목을 훌훌 털어내고 화해와 소통의 손길을 내밀어보라고.

2017-05-10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