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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가까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 약초 '구기자'

약으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식물들은 왠지 산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적지 않은 약초들이 인적 드문 곳에서 자라난다. 그런데 어떤 식물들은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심지어 도시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기자'가 그렇다. 구기자라고 하면 보통 구기자나무의 열매를 의미한다. 『동의보감』에는 "허약한 몸을 보하고 근육과 골격을 강하게 만들며 음을 강하게 하고 정기를 보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렇듯 참으로 귀한 약재이지만 구기자나무는 여느 집의 담장 아래나 정원에서 관상용 수목으로 쉽게 접하곤 한다. 구기자 열매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이에 더하여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 비타민 C나 에너지 대사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티아민 역시 가득 들어 있다. 무기질 중에서는 칼륨 함량이 돋보인다.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이들은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칼륨이 효과적으로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을 적절히 조절하고 피를 맑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 구기자라고 하면 빨갛고 예쁜 열매를 먼저 생각하는데 그 잎과 새순 역시 식용이 가능하고 열매만큼이나 몸에 좋으며 근래에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기자 열매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지만 칼슘은 꽤 부족하다. 하지만 구기자 잎에는 칼륨은 풍부하면서도 칼슘 또한 그만큼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비타민 K 함량의 경우 식재료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비타민 K는 혈액의 정상적인 응고를 돕고 골 대사에 있어 중요한 작용을 한다. 구기자 잎에는 비타민 K가 양배추보다 무려 4배나 많이 들어 있다. 보통 구기자차라고 하면 열매로 만든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잎사귀 역시 얼마든 차로 음용이 가능하다. 구기자의 새순 또한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물론 영양소도 열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몸에 좋은 구기자의 가치를 몰라보고 지나쳤다면, 이제부터라도 가까이 있는 구기자로 겨울철 건강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2023-12-11 16:10:39 메트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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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견리사의와 견리망의 다리

어느 깊은 밤중에 양상군자가 부잣집 담을 넘으려 하는데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에게 고깃덩이를 던져 주면서 술 한잔 마시듯 기분 좋게 먹고 짖지 말라고 부탁했다. 견공이 대답하기를 ”당신이 밤손님이 아니라면 감지덕지하며 먹겠지만, 야밤에 도둑을 지키는 의무가 있는 내가 어찌 당신 같은 도둑이 준 고기를 먹을 수 있겠소? 견공을 어찌 탐관오리로 착각하고 수작을 부리냐며 도둑을꾸짖었다. (이솝 우화, ‘도둑과 맹견’에서 간추림) 이익이나 이권에 눈이 어두워 의리를 잊거나 외면하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자세를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어쩌면 세상에 는 무턱대고 받아먹으려는 개보다 못한 철면피가 많다는 경고인지 모른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3년 사자성어는 견리망의’라고 한다. 이익을 보면 어느새 도리를 외면하는 사회 풍토를 개탄한다는 뜻이다. ‘도둑이 외려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과 ‘무능한 자가 재능있는 체한다’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 모습을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사쿠라 노름’을 즐기는 뻔뻔스러운 인사들을 빗댄 말일 게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이 세상모든 불행의 원인인 탐욕에서 벗어나 사람의 도리를 지킬 수 있다. 감사하는 자세가 없으면 이권에 따라 눈초리가 돌아가 신의를 잃기가 쉽다. 작은 일에도 감사해야 조그만 잘못도 지나치지 않아 돌이키지 못할 불행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 모르는 무리에게 친절하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저 자신이 대단해서 그런 줄 알고 오히려 거들먹거린다. 감사할 줄 모르면 남의 것은 우습게 보면서 자기 것만 애지중지하다가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다. 욕심이 많다 보니 작은 이익만 보여도 금방 돌아서서 공사 간의 은혜를 거리낌 없이 저버린다. 그들은 자랑 스러운 패배가 명예롭지 못한 승리보다 오래도록 빛난다는 사실을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에 잠에 들어서도 모두 감사할 일로 둘러싸여 있다. 의식주 어느 것 하나도 이 사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자세로 주변까지도 떳떳하게 만들지만, 감사할 줄 모르면 견리망의하여 알게 모르게 사회에 해를 끼친다. 이런 파렴치한들이 권력이나 재력을 움켜쥐면 조직과 사회는 고달프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허둥지둥하는 까닭은 감사할 줄 몰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벗어버린 자들이 여기저기 설치기 때문 아닐까?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기만 하면 견리망의에서 견리사의로 가는 ‘희망의 다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다.

2023-12-11 14:20:2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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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의 부동산 세상] 조합의 남은 재산 분배, 함부로 하면 손해배상책임질 수 있어

갑(甲)재건축조합은 을(乙)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고, 乙은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乙은 2018년7월 甲조합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12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조합이 항소했지만 2021년6월 항소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조합은 1심 소송 도중인 2019년5월 조합원총회를 열어 조합을 해산했고, 해산 당시 남은 조합재산 약 21억원을 조합원 411명에게 배분했습니다. 乙이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조합에게 공사비를 지급받으려 해도, 조합에는 아무런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乙은 조합원들이자 청산인들을 피고로 해 공사대금 지급청구를 주위적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이 해산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종전 권리가액 비율에 따라 잔여재산을 배분하기로 결의했으므로, 민법 제711조(이익 또는 손실에 대하여 분배의 비율을 정한 때에는 그 비율은 이익과 손실에 공통된 것으로 추정된다)에 따라, 위 결의에는 소송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결의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했습니다. 乙은 또 청산인이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채권신고가 없더라도 청산에서 제외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민법 제89조 후문) 청산인들이 그 직무를 위반해, 乙의 채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乙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24. 선고 2021가합567759 판결). 법원은 "조합은 '민법상 조합이 아닌 법인'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조합에 관한 민법 제711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乙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16일 조합이 해산등기를 접수했고, 청산인들이 취임했는데, 잔여재산은 해산등기 접수일 전에 조합원들에게 지급됐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미 청산인 업무를 개시할 무렵에는 잔여재산 분배가 마쳐진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들에게 청산인으로서의 직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시공사인 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5. 25. 선고 2022나2035665 판결).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도 채권자의 채권 실행을 방해할 경우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알면서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 내지 곤란하게 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7다239311 판결 등).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제3자 채권침해' 법리에 따라 乙의 채무자는 조합이고, 피고들은 채무자가 아닌 제3자라 할 것이지만, 피고들이 乙의 채권 실행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봐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조합과 청산인들은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조합이 乙에게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합의 책임재산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乙의 채권 실행과 만족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조합의 2019년 5월 해산결의 당시 이미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 ▲조합과 피고들이 위 소송에서 乙의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조합원들에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를 전제로 조합이 취할 조치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점 ▲청산인들이 조합장, 이사였던 자들로서 乙과의 공사도급계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청산인들에게 乙이 조합으로부터 변제받지 못한 공사대금에 대해 피고별 지분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다만 청산인들이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바 귀추가 주목됩니다.

2023-12-10 12:27:4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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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19>연말, 마법을 기다리는 시간…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219>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와인이 시간의 예술이라지만 샴페인은 기다림의 차원이 다르다. 일반 와인의 숙성 과정에 샴페인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병 속에서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좋은 포도를 확보하기는 또 얼마나 힘든지. 샴페인이 생산되는 샴파뉴 지역의 경우 비싼 값에라도 포도밭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 드물고, 등급이 높은 그랑크뤼는 말할 것도 없이 마을급 단위로도 포도를 조달하기가 힘들다. 기존 대대로 이어져온 샴페인 하우스가 아니라면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 바로 샴페인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는 처음하는 도전이면서도 최고를 목표로 잡았다. 세계 최고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클락이 샴페인을 손을 잡았으니 말이다. 로칠드 가문 270년의 명예를 건 셈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의 프레데릭 메레스 제너럴 매니저는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샹파뉴 지역의 포도 생산량 가운데 30%만이 샤도네이지만 로칠드는 사용하는 포도품종의 70%가 샤도네이로 기본급 샴페인에도 높은 비중으로 사용한다"며 "샹파뉴 지역에서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을 정체성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롱 드 로칠드의 샴페인은 샤도네이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으면서도 전량 1등급 또는 그랑 크뤼 밭에서만 조달한다. 높은 숙성력에 우아한 샴페인 스타일이 가능했던 이유다. 메레스 매니저는 "원료 자체의 순수성이 잘 발현될 수 있게 당도가 전혀 없거나 낮은 수준으로 당을 추가(도사쥬)한다"며 "최고급 원재료인 샤도네이가 제공하는 미려함에 탄탄한 산미구조, 테루아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좋은 포도로 사용하면서도 초기즙이라는 퀴베만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나머지 즙은 로칠드 샴페인에는 쓰지 않고 시장에 팔아버린다. 여기에 매년 일관된 스타일의 품질을 얻기 위해 40% 이상을 이전 3년 안팎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한다. 보통 다른 샴페인 하우스들의 리저브 와인 비중이 10~15%임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이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콩코르디아 브뤼'는 기본급임에도 샤도네이의 비중이 60%에 달하고, 리저브 와인의 비중이 40%나 된다. 그래서 산미와 골격이 어느 것 하나 튈 것없이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4년간의 숙성 시간을 보여주듯 매끄럽고 편안하다. 식전주로도는 물론 해산물이나 흰 육류 등 음식과도 궁합도 좋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 100%로 만들었다. 샤도네이에 집중하는 바롱 드 로칠드에선 간판격인 샴페인이다. 좋은 블랑 드 블랑답게 산미는 짜릿하고 쨍하다. 샤도네이 전형의 감귤류와 이국적인 말린 과일의 향, 숙성에 따른 브리오슈와 버터향도 느낄 수 있다. 입에서는 우아하면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로제'는 일반적인 로제 와인보다는 핑크 샤도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샤도네이의 비율이 94%로 블랑 등 블랑에 가깝다. 처음부터 샤도네이가 중심인 고급 로제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로칠드 로제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낮춘 양질의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와인을 섞어 만든다. 때문에 산미구조가 탄탄하면서 라즈베리와 석류 등의 향이 복합적이다. 토마토나 붉은 과일과 함께 참치와도 잘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12-07 16:29:3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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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선진국시장 편입의 불편한 진실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선진국시장 편입의 불편한 진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6일부터 전격적으로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거래소의 회원권을 지닌 증권사는 유동성거래자로서 적용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당분간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됐다. 공매도를 통해서 헷지거래나 차익거래를 하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단방향 공매도(naked short)를 하던 이들에겐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이들의 공매도 잔고 청산을 위한 솟커버링으로 인해 당일 시장지수는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 오른 5.66%, 그리고 코스닥지수는 57.40포인트(7.34%)나 상승했다. 이처럼 역대급의 지수상승에 동원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1.1조원 수준이었다. 이에 여러 언론기관에서는 당분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MSCI 선진시장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먼저, 예고도 없는 공매도금지 조치가 우리 자본시장 신뢰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동안 필자가 주장했던 건 불법공매도의 근절이었지 공매도 금지는 아니었다. 전날 일요일의 금지발표와 익일 월요일의 전격 시행은 파격이었고, 혼란이었으며, 전무후무한 자본시장 조치로 기억될 것 같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필자는 시장의 양적·질적 요건으로서 유동성이 높고, 가격변동성이 낮으며, 가격발견이 효율적이어야 하고, 예측가능성 또한 높아야 함을 지적한다. 그런데 사전 예고도 없는 공매도의 전격 금지가 우리 시장에서 얼마나 긴급하게 요구되었을까?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하루를 즐겁게 지내려면 이발을 하고, 한 달을 즐겁게 지내려면 승마를 하고, 1년을 즐겁게 지내려면 집을 짓고, 평생을 즐겁게 지내려면 신뢰를 지키며 살아라'. 불교에서 최고의 친척은 '신뢰'라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신의와 신용으로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말도 있다. 그런데 신뢰라는 자산은 좀처럼 쌓기 어렵지만 잃어버리기 또한 매우 쉽다. 신뢰의 이런 특성이 반영된 개념이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우리가 보통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는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관계에서 보면 예고도 없는 갑작스러운 공매도금지 조치는 우리 자본시장 신뢰수준의 한 단면을 보였는지 모른다. 다음으로, 언론에서 언급한 공매도 금지조치에 따른 우리의 MSCI 선진시장 편입 어려움에 대해 살펴보자. MSCI 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지수로서 선진국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된다. 역대 정부에서 2008년, 2015년, 2021년, 2022년에 4차례 선진국시장의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먼저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라야 하고, 다음 1년 이상 경과 후 편입대상으로 결정하고, 이후 1년 이상 경과 후에 최종적으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 우리 자본시장은 편입요건 중 예전부터 경제규모 및 발전 가능성, 시장규모와 유동성은 모두 충족된 상태이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개방과 자본출입의 용이성 등을 따지는 시장접근성에서 외환시장의 문제로 인해 지난 3차례에 걸쳐 고배를 마셨다. 이에 직전 정부에서는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허용과 외환규제 자유화에 의한 역외 원화거래 허용,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외환시장 영업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한국은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은 MSCI가 매년 블랙록, 피델리티와 같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마다 한국이 신흥시장에 머물 때와 선진국시장에 편입될 때 각자의 이해득실이 다르다. 이는 우리의 단순한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이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그들의 외환시장 문제 거론은 어쩌면 형식적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이런 경제적 이유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간 한국은 규모가 크고 변동성도 꽤 큰 시장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최적의 투자처가 되어 왔다고 본다. 보수적 투자 성격의 패시브(passive) 자금은 선진국시장 위주로 투자하며, 공격적 성격의 액티브(active) 자금은 주로 신흥시장에 투자한다. 현재 신흥시장에 있는 나라 중 규모가 큰 국가는 중국, 한국, 인도, 러시아 정도뿐이다. 한국의 선진국시장 편입 여부를 결정하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설득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장기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과 제도가 구축되어야만 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도 제고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3-12-07 08:38:3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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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장수(長壽)를 위한 몇가지 조언

2023년 11월 현재 대한민국 총인구는 5155만800명이다. 이중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18.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70년에는 1747만명으로 증가해 46.4%로 예상되고 있다. 약 45년후 한국사회는 약 절반 정도가 고령인구가 된다. 국제기구에서는 인구를 나이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0~14세까지는 유소년인구로 분류하고 15~64는 생산가능인구라고 부른다. 이들 생산가능인구는 국가의 경제활동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으로 65세 이상의 인구를 고령인구라고 부른다. 이러한 인구 구분 기준을 바탕으로 UN은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UN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해당 국가를 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 되면 해당 국가를 후기고령사회 또는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25년간 장수와 노화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싱클레어 박사는 그의 저서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세포안에 DNA라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DNA는 뉴클레오타이드의 중합체인 두 개의 긴 가닥이 서로 꼬여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는 고분자화합물이다. 사람의 체세포에는 46개 염색체로 이뤄져 있고 부모로부터 각각 23개씩 물려 받는다. 염색체는 유전정보 DNA를 담고 있으며, DNA는 다시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네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네 가지 염기만 있을 경우 염색체 복제가 완전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TGCGTAG라는 DNA가 염색체에 담겨 있다고 하자. DNA 복제효소는 A(왼쪽)에서 G(오른쪽)방향으로 복제를 시작한다. 복제는 오른쪽 끝에 있는 G염기 앞에 있는 A염기까지만 이뤄진다. 그 다음의 염기가 없기 때문에 복제효소 텔로머라제가 G염기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G염기를 복제하려면 해당 염기 뒤에 또 다른 염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을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DNA의 작은 조각들이다. 텔로미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끝'과 '부위'의 합성어다.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길이가 짧아진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세포가 분열할 때 DNA 복제가 말단까지 이루어질 수 없어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약 200개의 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텔로미어 염기 수는 태어날 때 1만 개 정도지만, 35세에는 7500개, 65세가 되면 4800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노화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러나 복제효소 텔로머라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분열을 멈추지 않는 암세포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긴 쥐는 사람보다 빨리 죽기 때문에 단지 텔로미어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동안에 염색체와 DNA를 복제하는 효소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복제를 계속할 수 없다. 텔로미어가 없는 상태로 세포가 분열된다면 세포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없어질 것이다. 이 때 각 염색체는 자신의 DNA를 보호하고 인접한 염색체들과 엉겨 붙지 않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의 소실을 지연함으로써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DNA 불안정성 변이에 의한 암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주장이다. 노인이 되어 갈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환경을 가능한 적게 하고 명상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 등을 지속하게 되면 텔로미어가 안정되고 길어질 수 있다. 노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는 첫째, 단백질 섭취 등 균형잡힌 영양공급이다. 고령자에게는 근감소증과 함께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골격근에서 단백질 합성이 부족하게 되므로 단백질 요구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매 식사마다 골고루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매 식사마다 가능하면 고기, 생선, 두부 등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자. 둘째, 자신에게 맞는 꾸준한 운동이다. 정상적인 보행을 위한 하체 근력운동뿐만 아니라 유산소운동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한발 서기 등의 균형운동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다. 비타민과 미량의 미네랄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및 조직의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체내에 저장될 수 없으므로 균형잡힌 식생활을 통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게 중요하다. 무기질처럼 특정 비타민이 부족하면 결핍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고령자를 위하여 우리나라 한국산업표준 KS규격에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품질기준을 제정하였다. 고령친화식품이란 고령자의 식품 섭취·소화·흡수·대사 등을 돕기 위해 식품의 물성 및 영양 성분 등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도록 제조·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경도, 점도, 영양성분)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하였다. 1단계(치아로 섭취)는 치아로 씹어서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한다. 단백질6g/100g이상, 리보플라빈0.14㎎/100g이상, 식이섬유2.5g/100g 이상 섭취해야 한다. 2단계(잇몸으로 섭취)는 잇몸으로 으깨어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하는데, 비타민A 70μg RAE/100g이상, 나이아신1.4㎎ NE/100 g이상이다. 3단계(혀로 섭취)는 섭취 가능한 물성을 가지도록 제조한 고령친화식품을 말한다. 비타민C10㎎/100g이상, 비타민D1.5μg/100g이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기반구축사업으로 전남바이오진흥원에서 화순에 신축중인 '기능성HMR실증실용화지원센터'에서 고령친화식품등 (초)고령시대에 대비한 메디푸드와 케어푸드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12-06 10:39: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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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2023년을 통계로 점검하고 진단하자

창업은 수치와의 전쟁이다. 힘겹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수, 객단가, 마진률, 회전률, 경상비, 수익률 등은 모두 수치화해 경쟁력을 확인해야 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산업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사업체 수는 2021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특히 숙박과 음식점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대비 숙박업·외식업은 7.5%인 약4만9000개가 늘었다. 뒤를 이어 제조업도 3.7%인 1만3000개가 증가했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업은 0.11%(110개) 감소했다. 문제는 이같은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수는 업종별로 전부 감소했다는 점이다. 종사자 중 비임금 종사자는 증가했으나 임금종사자는 줄었다. 사업체 수에서 증가를 보인 숙박·음식업에서도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16.2%인 25만2000명이 감소했다. 사업체 수가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며 임금 종사자에 비해 비임금 종사자가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임금 종사자 수가 감소한 배경에는 무인과 1~2인 소자본 창업 증가가 있다. 창업시 수익성과 직결되는 항목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그리고 변동성 비용이 있는데, 소상공인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업종 선택부터 고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간 무인창업이나 1~2인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무인아이템의 특성상 서비스가 부족하고 고객들의 지속적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매력도가 떨어진다. 매출이나 수익성 기반에서 실효를 거둔 아이템이 거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코로나 정국이 창업시장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전에도 소상공인이 사업하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그 몇 배로 소상공인이 창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지수인 BSI는 71~90사이를 널뛰기 한다. 창업도 힘들지만 이미 창업한 소상공인들의 경영환경이 그에 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년도 대비 약 18.5% 상승한 원부재료비율과 함께 일반 관리비인 전기, 가스 등 경상비는 지난 3년간의 상승률을 넘어선 약 17.5%로 이미 버틸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정부는 소상공인이 자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 어떤 지원이나 대책도 전무하다. 고용의 불안과 일자리의 부족은 젊은 층을 창업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울러 매출과 수익성을 위한 비대면, 저인력 그리고 저자본적 창업 아이템에만 관심이 쏠리는 기형적 창업 환경이 형성됐다. 결국, 어려운 창업 환경에서 스스로가 사업을 객관화해 돌아보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2023년을 수치화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프랜차이즈브랜드 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소장 (컨설팅학 박사)

2023-12-04 15:17:22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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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파산폐지결정 받았는데, 또 신청해도 되나요?

파산폐지결정을 쉽게 말하면 파산절차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 파산절차를 진행해 끝마친 사람이 그 이후 다시 채권, 채무관계를 맺으며 생활을 했다가 코로나로 생계에 위기가 닥쳐 다시 파산신청을 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파산신청은 무한정으로 허용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파산제도에 '재도의 파산신청'이란 게 있다. '재도의 파산신청'이란 채무자가 동일한 파산에 관하여 면책신청기간을 경과하거나 재차 면책신청을 하지 못하는 등의 법률상 제한을 피하고자 오로지 면책을 받기 위해 동일한 파산원인으로 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파산신청과 함께 채무를 면하게 해달라는 면책신청을 하는데, 면책신청은 파산신청일부터 파산선고가 확정된 날 이후 1월 이내에 진행해야한다(채무자회생법 제556조 제1항). 따라서 파산신청은 했지만 개인의 잘못으로 위 기간이 지날 때까지 면책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 해당 당사자는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면책 신청을 하기 위해 재차 동일한 파산신청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재도의 파산신청'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파산선고를 받은 후 면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파산신청을 했다는 외형적 경과만으로 '재도의 파산신청'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파산신청의 원인이 동일한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A씨는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여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그 후 면책신청을 취하해 종국적으로 파산폐지결정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약 3년 4개월 후, 자녀가 중증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종전 파산신청 당시보다 상황이 악화돼 새롭게 발생한 채권을 추가해 파산신청을 했다. 이 사안에서 최근 대법원은 "종전 사건 이후에 새롭게 발생한 채권을 추가함과 동시에 종전 사건 이후에 개인회생신청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종전 파산신청 당시보다 재산상황이 악화된 경위를 파산원인으로 추가해 구체적으로 소명함으로써 새로운 파산원인을 주장하면서 파산신청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 6. 30.자 2023마5321결정). 간단하게 말하면, 직전에 파산신청을 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채권, 채무관계가 생긴 상태에서 다시 파산을 신청하게 된 추가적인 경제사정 악화 등의 경위가 있다면 그 파산신청은 '재도의 파산신청'이 아니므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수시로 파산 절차를 이용하여 채무를 면하려고 시도했거나 충분히 소득을 발생시켜 채무의 상당부분을 계속적으로 변제하는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도 파산을 신청한 경우, 재도의 파산신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파산을 기각한다. 따라서 회생이나 파산경험이 있는 채무자가 다시금 도산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2023-12-03 13:02:1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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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18>걸작을 위한 서사곡…'1865 프렐루전'

<218>칠레 산 페드로 '1865 프렐루전' 골프 한 라운드인 18홀의 기준 타수는 72타다. 65타로 타수를 줄이기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주말 골퍼들에게는 골프를 사랑하는 열정과 노력, 여기에 행운까지 더해줘야 가능한 타수다. 칠레 와인 1865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행운의 골프와인 이미지였지만 기본기인 맛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반짝 인기에 그쳤을 터. 반대로 품질이 좋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도 이만한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는 힘들다는 면에서 보면 1865는 그 어느 골퍼보다 스스로에게 행운을 안긴 셈이다. 1865는 사실 산 페드로 와이너리가 세워진 연도를 말한다. 그간 만나온 1865가 모두의 입맛을 맞춘 입문용이라면 '1865 프렐루전'은 산 페드로 와이너리가 새로 선보이는 1865의 최상위 프리미엄 와인이다.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기 위해 산 페드로는 1865가 시작된 마이포 밸리로 돌아갔다. 마이포 밸리는 칠레에서도 최고의 와인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1865의 수석 와인메이커 안드레아 카데론은 프렐루전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이포 밸리는 안데스 산맥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커 포도가 숙성되는 속도를 늦추고 산도를 유지해 우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며 "프렐루전은 떼루아를 최대한 표현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1865는 5개 대륙, 약 40개국에 수출되지만 산 페드로는 프렐루전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그만큼 산 페드로에 한국 시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작년에만 한국에서 팔린 1865가 무려 102만병이다. 1865 전체 수출 물량의 60%에 달한다. 한국에 수입돼 팔리는 칠레와인 4병 중 하나가 1865라고 보면 된다. 프렐루전(PRELUSION)은 서사곡(Prelude)이란 의미다. 1865가 시작된 마이포밸리의 떼루아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처음과 중간, 끝이 명료하게 보여지는 걸작이 될 와인이라는 의미에서다. 프렐루전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등을 섞어 보르도 스타일로 만들었다. 로사이로·알토 하우엘·피르케·엘 마리스칼 등 4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100% 손으로 수확해 만들었다. 프렐루전은 프리미엄 와인이라고 하지만 기존 1865와 변함없이 접근성이 좋다. 까다로운 보르도 와인과 달리 어렵지 않고, 바로 마셔도 맛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와인으로서 갖춰야할 높은 균형미와 우아함, 숙성 잠재력을 갖췄다. 붉은 과실의 풍미에 오크 숙성에서 나오는 시가와 감초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탄닌과 질감좋은 산도를 느낄 수 있고, 끝맛이 길게 남는다. 1865 프렐루전은 출발이 좋다. 2019년 첫 빈티지부터 와인 전문지 디켄터로부터 97점을 받았다. 당시 포도 성숙과 수확 시기에 기후 조건이 잘 받쳐주면서 포도 자체가 균형과 집중력이 뛰어났다. 칠레 프리미엄 와인 가운데 첫 빈티지가 고득점을 받은 경우는 프렐루전이 처음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3-11-30 13:26:5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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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죽음과 탄식의 강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는 '쾌락의 정원'(Garden of earthly delights)이라는 걸작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플랑드르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가 15세기경 나무판 위에 유채로 그린 세 폭짜리 제단화(Triptych)다. 바로크 시대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의 작품 '시녀들'(Las Meninas), 그리스 신화 속 세 여신을 그린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삼미신'(The Three Graces) 등과 함께 프라도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이다. 대 피테르 브뤼헬(Pieter Bruegel the Elder)의 '뒬러 흐릿'(Dulle Griet) 등의 작품에서처럼 여타 미술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쾌락의 정원'은 괴이하고 난해하며 신비롭다. 몽환적인 구성과 분위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촉발한다. 특히 수만 가지 욕정과 욕망, 타락의 징후들을 하나로 모아 놓은 장면에선 시각적 흥미로움과 더불어 인간 삶의 태도가 어떠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세 개의 그림 중 가장 왼쪽은 '낙원'이다. 선악의 구분 없는 에덴동산(Garden of Eden)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 그리고 이들을 축복하는 창조주다. 작품 위 호수를 비롯한 초현실적인 풍경은 이상세계(Utopia)를 나타내며 신을 중심에 둔 두 인물은 그 자체로 인간의 기원이자 정욕의 절제 및 출산을 통한 성의 순수성, 건강한 생명성을 통한 아름다운 인간사를 말한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중간그림은 '현실의 쾌락'을 다룬다. 그림 속 인간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비유기적 물체들과 암흑을 상징하는 올빼미 등의 각종 짐승들에게 둘러싸여 난잡한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유혹과 방탕함이 하나로 뒤섞인 아수라장 속에서 향락을 즐기느라 정신없다. 그림 곳곳에 식욕, 육욕, 죄악이 가득 차 있다. 맨 오른쪽 그림은 앞선 이야기의 결말이다. 타락과 방종의 인간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저울'은 인간의 죄를 잰다. 짐승들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어떤 것은 사람을 하나씩 잡아먹은 후 기포에 가둔 채 생지옥이랄 수 있는 아래 구멍으로 내려보낸다. 또 다른 것은 사람을 꼬치처럼 꿰어 나른다. 향락에 찌든 사람들은 몸이 잘리고 찔려 혼비백산한다. 이제 낙원에서의 인간은 온데간데없다. 추하고 고통스럽다. 당시 그림의 주제는 대부분이 '권선징악'이었다. 주로 계몽, 선도, 교화, 파종의 목적으로 쓰였다. 낙원과 인간계, 지옥을 순차적으로 형상화한 '쾌락의 정원'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지침도 같다. 탐욕과 교만은 죄를 짓는 것이요, 도덕적·윤리적·종교적 가치에 반하는 무분별한 행위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원인임을 '경고'한다. 하지만 보슈의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탐욕의 바벨탑(Tower of Babel)을 쌓고 있다. 탐욕의 상징인 '돈'에 정신과 마음을 뺏긴 채 살아가며, 허세와 '오만'도 넘친다. 쾌락을 추구하는 무절제하고 감각적인 '욕망' 역시 끝이 없다. 이 모든 것은 단테의 《신곡》(La commedia)에 나오는 인간 '악의 본성'으로 갈음된다. 악의 본성은 현실에 만연해 있다. 온갖 이유로 자행되는 '전쟁'이라는 이름의 학살, 이타성을 상실한 갈등과 대립, 일상에서조차 빈번한 유무형의 폭력이 그렇다. 그 본성은 무능하고 파렴치한 정치, 진영에 따라 양심과 정의의 온도마저 달라지는 위정자들, 태만하나 권력욕에 눈이 먼 어용 지식인들의 난립, 불평등과 부조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저항은 없다. 인간을 바른 길로 인도할 이성과 철학이 들어설 자리도, 모든 질병의 치료제인 사랑도 없다. 그렇게 우린 다 같이 저승을 감싸고 흐르는 죽음과 탄식의 강 아케론(Acheron)을 건너 모든 희망이 사라진 깔때기 모양의 지옥으로 향하는 중이다. 점점 더 청동으로 된 지옥문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11-29 13:44:11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