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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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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가중처벌 '공동폭행죄' 판단 기준은 실제 가담 여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 등의 죄를 범한 사람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라 그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해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위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를 질 수 있다. 3명이 같이 모여 1명이 피해자를 폭행하고, 나머지 1명은 그 폭행 장면을 촬영할 것을 계획했다. 실제로도 1명만 피해자를 폭행했을 뿐, 나머지 2명은 그 자리에서 폭행장면을 촬영하거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 경우 위 3명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한 것으로 봐 폭력행위처벌법위반(공동폭행)의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1명만 폭행하고, 나머지 2명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폭행의 실행행위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켜보거나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이 불과한 경우라면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폭력행위처벌법위반(공동폭행)죄의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의 죄를 범한 때'에 해당하려면 그 수인 사이에 공범관계가 존재하고,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폭행의 범행을 해야 한다. 따라서 폭행 실행범과의 공모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나머지 한명이라도 그와 같이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이상 공동으로 폭행죄를 범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3명이 모여 범행을 계획하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공동폭행이 아닌 단독폭행을 계획했고, 실제로 범죄현장에서도 공동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실제 폭행을 저지른 1명에 대한 단독범행에 의한 폭행과 나머지 2명에 대한 폭행교사 또는 방조로 인한 죄책 유무는 별론으로 하고, 위 3명에게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경우 성립하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죄의 죄책은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행을 공모하고 그 중 2인 이상이 범행장소에서 실제 범죄의 실행에 이르렀어야 한다. 만약 이 사안에서 1명만 더 폭행에 가담했다면 나머지 공모자에게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했을 것이다.

2023-11-19 14:51:3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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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종이컵·종이빨대와 '표심'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겠습니다. 종이컵은 사용금지라는 강제적 규제보단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가겠습니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환경부 브리핑실에서 임상준 차관이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환경부의 발표로 당초 오는 24일부터 예정됐던 음식점 및 카페에서의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사용 금지는 아예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앞으로 음식점에선 손님들에게 종이컵을, 카페에선 종이빨대가 아닌 플라스틱빨대 등을 제공해도 불법이 아니다. 과태료도 없고 단속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 사용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빨대의 대체품인 종이빨대, 생분해성빨대 등의 품질 향상과 가격 안정화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4년 전부터 예고했던 정부 정책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현장은 양쪽으로 갈렸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논평을 내고 "일회용품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공연을 비롯해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외식업중앙회 등의 단체는 관련 제도 시행을 재검토하거나 계도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건의한 터였다. 정부도 이번에 내용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 부담 해소'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환경론자들은 반대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환경을 지키기위해 더욱 강력한 규제를 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시행 예고에 맞춰 플라스틱빨대 대신 종이빨대 등을 이미 들여놓고 준비를 하던 프랜차이즈나 소상공인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기존 친환경 정책에 따라 관련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던 스타트업 등도 복병을 만났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쓰레기를 줄이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규제가 뒷받침 안 된 자발적 참여는 공허하다"며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려 싸우는 곳이다. 국민 환심을 사는 정치,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실제 종이컵, 종이빨대를 놓고 벌어진 이번 정책 번복 사태를 놓고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제품과 직접적 연관이 큰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표를 의식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에 앞서 연출된 또다른 풍경이 오버랩된다. 지난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현역으로선 처음 참석한 일이 그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에게 지원의 손길을 힘껏 내미는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행보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한 환경부의 결정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한번 지켜볼 일이다.

2023-11-19 11:58:42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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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16>2023년 올해의 와인은…이탈리아의 명예 회복

<216>2023 와인스펙테이터·제임스서클링 톱100 연말이다. 전 세계 와인 평론 매체들이 올해의 100대 와인을 줄줄이 내놓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톱100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와인의 가격이 뛰고, 물량은 동이 난다. 와인애호가들 입장에선 올해 마셨던 와인, 또는 사서 쟁여놓은 와인이 목록에 올랐다면 그 자체로 짜릿함을 느낄 일이고, 그게 아니라도 와인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올해의 특징은 이탈리아의 명예 회복이다. 두 군데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꼽은 올해의 최고 와인은 '아르지아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8년 빈티지다. 와이너리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스타일이 확고히 다른 와인업계에서는 주인이 바뀌는 것은 위기이자 기회다. 아르지아노에게는 기회가 됐다. 2013년 아르지아노를 인수한 브라질의 억만장자는 아르지아노를 브루넬로의 좀 더 전통적인 스타일로 변화시키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우아한 2018년 빈티지를 만나며 결실을 맺었다. 전통적인 브루넬로답게 장미와 딸기, 체리향과 풍미가 잘 나타났고, 허브와 미네랄, 마른 잔디의 느낌이 고급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와인마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지만 순위는 꼭 점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점수로 나타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은 물론 와인에 담긴 스토리까지 합산된다. 톱100 와인의 평균 점수는 93점, 평균 가격은 미화 54달러다. 물론 비싼 와인도 있지만 가격과 접근성도 중요한 요소인만큼 60% 이상이 50달러 이하이며, 25%의 와인은 25달러도 안된다. 미국 피노누아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2위가 '옥시덴탈 피노누아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프리스톤-옥시덴탈 2021', 4위가 '레인 피노누아 소노마 코스트 로얄 세인트 로버트 퀴베 2021'이었다. 이와 함께 와인스펙테이터에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레이웨키 소비뇽블랑 말로보 2022'다. 와인 인투지애스트 역시 1위 와인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했다. '포지오 디 소토,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2018년 빈티지다. 포지오 디 소토는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한 곳이다. 흙의 느낌에 미네랄, 탄탄한 골격, 좋은 산미까지 잘 갖춰져 숙성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와인 인투지애스트는 마시기 좋은 시기를 무려 10년 뒤인 2033년까지로 봤다. 와인 평론가로 유명한 제임스 서클링은 좀 다른 선택을 했다. 화이트 와인에 대한 애정이 깊기로 유명했는데 이번엔 1위로 샴페인을 올려놨다. 훌륭한 질감에 깊이, 복잡미까지 놀라운 품질로 평가되며 1위를 차지한 샴페인은 '로랑 페리에 그랑 시에클 그랑드 퀴베 N.26'다. 2012년 빈티지가 65%, 2008년 25%, 2007년 10%를 섞어 만들었다. 2012년은 미묘하고 밝은 과일향과 함께 균형미를, 2008년은 깊이, 마지막으로 2007년으로 생동감까지 조화를 잘 이뤘다. 병당 가격이 미화 235달러나 한다는게 유일한 단점으로 꼽혔다. 제임스 서클링이 100대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 올해 시음한 와인만 총 3만9000개다.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가별로는 100대 와인 가운데 프랑스가 33개로 가장 많았다. 그레이트 빈티지로 평가된 2020년 와인이 출시되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이탈리아가 17개로 그 뒤를 이었고, 칠레와 스페인이 각각 8개씩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3-11-16 13:37: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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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레지던시'의 위기

레지던시(Residency)는 예술가들이 예술창작 공간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작품 활동과 국내외 예술 교류, 전시, 학술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을 뜻한다. 작가들은 1년 안팎의 입주 기간 동안 전문 인력의 조력과 작업실, 제작 비용, 설비, 시설 등을 지원받는다. 국내 최초의 레지던시는 1995년부터 개관한 광주광역시의 '팔각정스튜디오'다. 공원관리실을 개조해 사용했다. 2008년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창작스튜디오 정책이 본격 전개되면서 현재는 200여개의 공사립 레지던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레지던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문화재단의 금천예술공장,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플랫폼 등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신당창작아케이드, 부산문화재단의 홍티아트센터,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대전문화재단의 테미예술창작센터도 주목받는 레지던시에 속한다. 이 중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를 통해 예술가의 존재 및 창작 활동에 대한 인식과 가치의 사회적 '공유'에 앞장서 왔다. 15년 가까이 예술인 역량 강화, 국제 교류, 지역민 대상 예술 교육 등을 진행하며 낙후된 원도심을 새롭게 변모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천의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높이고 창작 활동에 반영할 수 있었던 '리서치투어'를 포함해, 문화예술 활동으로 평화도시로서 인천과 서해 5도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자 마련된 '백령도 평화예술 레지던시' 등은 플랫폼만의 색깔 있는 기획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천아트플랫폼은 현재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인천시가 플랫폼의 주요 목적 사업인 레지던시 기능의 잠정 중단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공론화 과정조차 없었고 대체할 공간 또한 마련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는 사실상의 폐지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인천아트플랫폼 외에도 레지던시 기능을 중단하거나 시설 자체를 없애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민의 거점 공간이자 예술인 등용문으로 인정받아온 제도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우연인지 흐름인지 헤아리긴 어려우나 창작공간 생태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는 형국임엔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 4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을 맡았던 대구 1호 레지던시인 '가창창작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 2009년부터 지역 예술단체 및 예술인, 시민단체의 자발적 참여로 홍대 앞 예술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해온 서교예술실험센터도 운영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창작센터는 2021년 레지던시 입주작가 공모를 취소한 이후 운영을 멈춘 상태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역시 현 부지에 제2문학관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지속성이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도 국내 주요 레지던시로 꼽히는 곳들마저 인력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추세다. 이에 미술계는 '정리'의 전 단계가 아닌지 우려한다.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K아트' 바람에 역행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레지던시의 본질은 창작 진흥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거푸집으로, 주민의 문화적 질 향상과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통합을 위한 담론 구축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사회적 창의성을 비롯한 미적 다양성 확대에도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만큼 레지던시의 의미와 가치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뿐더러, 오랜 시간 한국 예술 창작의 기본 토대가 돼 왔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존립 여부의 '키'를 쥔 일부 정책 실행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레지던시를 다다익선식 성과주의가 결합된 행정 사업의 연장으로 본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를 밀어낸 자리에 스타벅스 입점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인천시의 사례처럼 산업 영역에서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 레지던시의 위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문화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천박한 가치관을 지닌 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한 레지던시의 앞날은 밝지 않다. 아니, 건강한 문화예술의 미래를 기대할 수가 없다. 해결 방안은 결국 문화예술에 관한 올바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지자체장을 잘 뽑는 것뿐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후진국으로 향하고 있는 작금의 나라 꼬락서니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투표의 중요성을.■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11-16 13:03:2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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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말의 품격과 은행

대화를 해보면 상대방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 '언어의 품격'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고. 입을 통해 뱉는 말이 불과 30초밖에 안되지만 상대방의 가슴 속에는 오랫 동안 남아 복이 되든, 화가 되든 작용한다는 의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갑질하고 있다'며 은행을 다시 한 번 직격했다. 올해 초 '은행은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권의 고통분담을 요구한 이후 두번째다. 종노릇, 갑질 등 표현이 조금 더 격해졌다. 은행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주요 은행들이 바빠졌다. '상생금융 시즌2' 묘안 짜기에 바쁘다. 대통령의 격한 발언에 이달 들어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발빠르게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확대 등으로 1000억원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등 금융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한금융의 지원 규모는 하나금융보다 50억원 많은 1050억원. 그렇지만 금융당국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 공감대를 만족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생색내기 수준이 아닌 넓이와 깊이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이 다양한 상생금융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서다. 결국 은행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막을 장치 마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가 필수다. 은행은 비가 올 때 금융 소비자의 우산 역할을 해야 한다. 넘어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그 사람의 품격과 절제력을 엿볼 수 있어서다. 결국 좋은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말에서 시작된다. 입에서 나온 30초의 말이 상대방을 어렵게 만든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은행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절제 대신 직설법을 썼다. 그 말이 순기능(상생금융 확대)으로 작용하겠지만 부메랑(부실증가 우려)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고 핀잔을 주지만 시장경제에서 금리는 수요과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각 은행이 처한 여건에 따라 금리가 정해진다. 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 배당만 늘린다고 '미운털'이 박힌 형국이다. 은행은 국가가 내준 라이선스로 영업을 한다. 나라님이 크게 혼을 내지 않아도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은행을 향해 격하게 반응하기 이전에 금융당국이 먼저 나섰으면 어땠을까. '가져오면 좋은 것을 고를께'라며 안일했던 것은 아닐까. 은행에 상생금융안을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금융당국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컨설팅을 할 수도 있었다. 좀 더 넉넉한 상생금융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도 있다. 상대방을 꼬집을 때도 언어의 품격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특정 업종을 향한 격한 발언이 아쉬운 이유다. 아주 짧은 말이었지만 은행은 물론 은행업과 관련있는 모두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에둘러 표현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정치이고, 통치다. 나눗셈이나 뺄셈보다 덧셈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리더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11-16 06:30:10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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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혼란 예고하는 부동산 시장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혼란 예고하는 부동산 시장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분수령이 되고 있다.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세계 경제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 지금은 2차대전 때처럼 돈을 찍어 낼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연준에서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국채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이 흡수되는 만큼 시장금리와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우리 경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수도권에 한정해서 집값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오는 동안 국고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측을 한다. 기준금리도 곧 인하될 거라 기대한 사람들은 다시금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도 겹쳐졌다.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저금리 혜택을 발표하자 무주택자인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가 돌게 된 것이다. 인센티브 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것인데 소득이 아닌 집값으로만 기준을 정했더니 중산층들이 반응했다. 거기에 1가구 2주택의 양도세 완화까지 효과를 더했다. 이제는 기준금리의 한걸음 뒤에서 국고채 금리와 주담대 이자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청년층의 '영끌'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집값의 본격 상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0년대 중반 집을 샀던 상당수 1주택자들은 이미 열매를 맛본 만큼 더 큰 평수로 옮겨타는 것을 꿈꾼다. 전세 사기 현상으로 인해 다세대주택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전세든 매입이든 아파트로 시선을 돌렸다. 부동산 양극화를 경험한 지방 사람들은 경기권으로 들어오고, 경기도 주민은 서울로 들어오고자 한다. 그래서 지금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외곽에 거주할수록, 또 청년층일수록 부동산 투자가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예측들이 오간다.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이다', '곧 상승세가 꺾이는 때가 적기이다', '그 이후에는 주택 신규 공급물량의 부족으로 다시 오른다', '그 후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현실화되면 다시 떨어진다.' 이러한 예측들은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한번 사면 수십 년을 살 집 일 수도 있는데, 등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단기간의 예측이 큰 의미가 있을까? 지금의 국내외적 불안요소들이 사라지면 앞으로는 더 이상의 위험요소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업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주택이나 상가 개발업자들은 지난 하락기 동안에 어려워진 부실 사업장들로부터 저렴한 토지들을 사들여야 사업성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부실업자들의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고 이자도 납입 조건도 완화해 주었다. 고통스럽지만 시장의 자연적인 체질개선 작용도 있는 법인데, 이 같은 시혜성 정책은 총선 이후의 은행권 부실과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짜 시장을 볼 줄 아는 개발업자들은 지금의 토지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일부 지역은 집값이 반등하는 사유가 된다. 그럼에도 여력이 있는 개발업자들은 당분간은 기다릴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개미와 기관의 시각차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상태로는 지난 정부의 참사를 반복할 가능성도 보인다. 당시 정부는 집값 급등이 코로나 사태의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세계적 추세였다고 했다. 그러나 초반의 원인은 실제 공급계획 없이 막연히 값이 내린다는 감성적 호소로 일관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정권 후반에 유동성 문제까지 겹쳐져서 더욱 오르자 부랴부랴 공급계획을 검토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장기적인 공급계획은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아쉽다. 공급의 핵심인 1기 신도시 특별법은 국토위 법안 심사에 상정된 이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11-15 10:14:3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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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깻잎 논쟁이 없다

지금은 잠잠해진 이야기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깻잎 논쟁에 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원조는 '한 연예인 부부와 그 부부가 다 아는 친구인 여자가 같이 식사를 하는데, 친구가 여러 겹의 깻잎에서 한 장을 떼지 못하고 낑낑대는 걸 도와주려고 남편이 깻잎을 잡아주었다. 이게 아내가 화낼 일이냐 아니냐를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엉뚱하게도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한 일본에서의 경험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일본에 건너갔을 때는 히라가나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해졌고 일본인들과의 교류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일본인과 생선구이 집에서 단둘이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잘 구워진 임연수와 고등어가 식탁에 올랐고 군침을 흘리며 젓가락을 들었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생선구이를 좋아해서 생선 가시를 바르는 것이 능숙했지만 그 중년의 신사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한참을 생선 가시와 씨름하고 있기에 반사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잡아주었더니 정색을 하면서 젓가락을 치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늘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정색하고 말을 하니 내가 무엇인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서 많은 경우의 수가 지나갔다. 그중에서도 내 침이 묻은 젓가락으로 자기 음식을 집어서 그런 것이라는 합리적인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일본에서는 한 접시에 두 개의 젓가락이 같이 들어가는 것이 식사 예절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식사 예절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일본에는 그들만의 특이한 식사 예절이 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다들 한 번씩 불편하다고 느낀 것처럼 거의 모든 음식을 숟가락을 쓰지 않고 젓가락으로만 먹는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음식점에서도 그 젓가락을 가로로 차려놓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젓가락을 세로로 두면 상대방에게 공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로로 놓는 것이라고 한다. 한 접시에 두 개의 젓가락이 들어가는 것을 식사 예절에 어긋난다고 하는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어 자기의 영토에 다른 사람이 침범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식사 예절은 아주 오래전 사무라이 정신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 문화 중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일본의 전통 씨름인 스모의 경기 규칙이다. 스모 규칙은 매우 단순하여 경기장 밖으로 발이 나가거나 발 이외의 신체 부위가 바닥에 닿는 쪽이 패배하는 것이다. 조금 다르게 보면 일본이라는 섬나라에 침략한 외부의 침입자를 쓰러트리거나 몰아내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규칙으로 보인다. 일본 문화가 우리와 매우 닮아있다고 말을 하지만 식사 예절에서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에서도 역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깻잎 논쟁으로 돌아와, 내 선택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본에서는 깻잎 논쟁과 같은 이유로 연인이나 부부가 다툴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깻잎을 때주기 위해 젓가락을 들이미는 것은 호의가 아니라 전쟁 선포나 다름없으므로 오히려 둘의 싸움을 말려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일본인들은 깻잎을 먹지 않으니 애초에 깻잎 논쟁 따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3-11-14 13:21:4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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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집들이' 추억

지난달 말 마을 단체여행 버스에서 마을 총무는 돈봉투 하나씩을 낸 찬조자의 이름을 불렀다. 매번 여행 경비 중 일부는 찬조로 이뤄진다. 오랜 관습이다. 전입 초기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찬조금이 솔찬했다. 심지어 기백만원이 넘는 찬조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마을에 공장을 지은 업체들이 몇 십 만원 가량 마을에 희사하기도 한다. 우리 마을엔 생활공예품을 만드는 기업, 의료기기업체, 골판지 생산업체, 가구공장, 마늘장아찌를 만드는 공장, 소똥·닭똥을 발효해 퇴비를 만드는 업체, 피자공장 등 10여개가 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는 않다. 그래도 잔업·특근할 정도로 활발하다. 인근 안거리 한식뷔페식당 세군데에 저녁 시간에도 노동자들이 북적이는 걸로도 대번 알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야유회에는 마을의 한 가정에서 100만원, 또 한 가정에선 20만원이라는 찬조금이 나와 모든 이들이 의아해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예상치 못한 찬조금에 놀라자 총무는 20만원 찬조금의 사연을 들려줬다. 이날 두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몇해전 마을로 이사온 할머니의 딸이 첫번째다. 딸은 50대, 서울에서 산다. 그녀가 찬조한 까닭은 그랬다. 어머니와 매일 마을노인정에서 들은 얘기며, 사연들로 한 시간 이상 전화를 나누다보니 아예 여기가 고향같아서 이번엔 꼭 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얘기를 마치고 노래도 두곡이나 불렀다. 마을 사람들이 노래를 시키고 앵콜을 요청한 때문이다. 아마도 그녀를 환영한다는 의미일게다. 다음으로 100만원을 찬조한 이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카센터 사장이다. 40대 중반인 그는 내가 이 마을에 전입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우리나라 굴지의 자동차서비스회사에 들어가 정비를 익혀 마스터, 명장 등의 칭호를 얻을 정도로 경력을 쌓았다. 그가 얼마전 집을 개축, 입주했다. 그래서 부부가 합의끝에 집들이 대신 마을에 찬조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6년 전에 결혼,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리다 마침내 징피패널 벽체와 아스팔트 슁글로 지붕을 얹은, 번듯한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을 때는 창고같이 볼품없고 작아서 신혼살이도 만만치 않았을거다. 40대는 극히 드물어 마을사람들이 무척 아끼는 부부다. 게다가 아이 낳고 새집 짓고 인근에 카센터를 차려 어엿한 가정을 이뤘으니 마을사람들이 칭송할 만도 했다. 그러면서 집들이 대신이라고 찬조금도 내놓았다니 더욱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부모는 지독히 가난했고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까닭에 짠했던 까닭에서다. 잣나무골에 들어와 몇 번의 집들이를 경험했다. 출장뷔페로 잣나무골 입주자들과 회사원들을 불렀던 앞집, 작년에 롤케익과 사탕 한 봉지를 돌린 윗집, 마당에 노래방기기를 차리고 국밥을 대접했던 옆집 등 새삼스레 '집들이'란 단어에 유독 꽂힌 날이기도 했다. 30여년전 집들이, 돌잔치가 몰린 적 있다. 라이프스케줄 상 친구들이 막 결혼하던 때다. 그때 집들이하러 상계·중계동, 상일동, 잠실 등 저층 주공아파트가 즐비했던 동네를 많이 찾곤 했다. 신혼부부들이 작은 전세집에서 새 출발하기에 적당해서 내가 아는 이들이 많이 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곤 또 얼마 후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고층아파트로 집들이를 다녔다. 내가 이 마을로 오던 당시 도시로 이주한 아버지집에도 집들이 갔던게 분당신도시다. 그 신도시 이후 집들이는 거의 잊혀진 말이 됐다가 이번 야유회에 번쩍 귀에 꽂혔다. '집들이', 그래 그런 말이 있긴 있었지. 잊혀진 추억, 단어를 마을사람들이 되찾아준 날이다.

2023-11-14 11:17:35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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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창업과 평생학습

여우는 고슴도치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약삭빠르게 상황을 예측한다. 제 딴에는 머리를 굴려 복잡한 전략을 세워서는 고슴도치 굴을 서성거리며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고슴도치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굴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와 기다리던 여우와 맞닥트린다. 여우가 '이 때다' 싶어 고슴도치를 덮치면 잽싸게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버린다. 결국 여우는 고슴도치의 놀림감이 되어 달아나게 된다. 거대한 기업이 여우라면, 위대한 기업은 고슴도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저: Good to Great)의 저자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선을 딱 그어 기업을 구분하는 상징이자 은유다. 그는 수십년 동안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그런 위대한 기업은 좋은 것, 거대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좋고 거대한 기업들도 물론 많지만 그런 기업들은 화려했다가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시류에 민감하게 자만심을 보이다가 시장의 냉정함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기업은 단순하리만치 일관성을 보이는 고슴도치형 기업이다. 위대한 기업은 여우의 약삭빠름보다는 고슴도치의 무던한 사랑을 먹고 자란다. 고슴도치형 리더십은 단순함과 일관성을 말한다. 단순함은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를 하나의 사업개념과 체계로 단순화할 수 있는 통찰을 의미한다. 일관성은 창업에서 수성까지 인재를 중시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역경을 딛고 성공하리라는 믿음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고슴도치는 부단한 자기노력과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연상시킨다. 여우처럼 외부에서 빼앗아오기보다는 내부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단순하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산을 떨지 않지만 움직일 때를 안다. 원 포인트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고 창조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사회를 지나 다가온 지식경제와 창조사회는 통찰과 확신으로 업(業)을 창조하는 창업자의 사회다. 거대한 기업이 산업화 사회의 표상이었다면 이제는 창조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사람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바로 창조성이다. 문제는 이러한 타고난 창조성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샘을 평상시에 잘 관리하고 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생학습이다. 짐 콜린스의 첫 마디인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명언은 고슴도치처럼 평생 동안 학습하라는 말이다. 그럴 때 창조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요즘은 창조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정보통신시장의 고슴도치형 창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정보통신기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창조기업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위대한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그 길은 통찰과 확신을 가진 창업자만이 나아갈 수 있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은 지금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진한 정보 시장이다. 누가 새로운 규율과 표준을 만드느냐의 경쟁이다. 그야말로 창조적 경쟁이 뜨거울 것이다. 이러한 때 잘 만들어진 안내서가 있다면 가는 길이 훨씬 자신 있을 것이다. 출발할 때는 길을 밝히기 위해, 가는 길에서는 확신을 얻기 위해, 좀 멀리 갔다면 일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평생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3-11-13 10:28: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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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겨울철 1등 횟감 '방어', 영양소도 1등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산물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다. 특히 몇 년 사이 겨울철을 대표하는 횟감으로 자리매김한 '방어'의 인기가 무척 높다. 날이 추워지면서 기름기가 오르는 방어는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몸집이 커질수록 지방이 많아져, 크기가 클수록 좋은 상품으로 취급된다. 방어의 맛을 좌우하는 지방질은 특별한 영양소이기도 하다. 방어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등 푸른 생선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가장 잘 알려진 고등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참치(다랑어)보다도 2배 정도 높은 함량을 자랑한다. 우리 몸에서 합성이 되지 않아 음식으로 꼭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 리놀레산과 알파리놀레산은 물론, 고혈압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주고 성장기 두뇌 발달에 필수적인 EPA, DHA가 무척 풍부하게 들어 있다. 몸에 좋은 지방질만큼이나 단백질도 풍부해서 돼지고기(등심 기준)와 비슷한 수준의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또한 방어에는 마그네슘, 칼륨, 인과 같은 여러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셀레늄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성분으로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셀레늄의 충분한 섭취가 폐암 등을 비롯한 암의 발병률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비타민 B군, 비타민 D 등도 들어 있는데, 비타민 E 함량은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다양한 영양소들 중에서도 비타민 E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이 항산화 기능을 바탕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예방에 도움이 되며,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겨울철 횟집의 슈퍼스타가 된 방어는 영양소 측면에서도 가히 1등이라 불릴 만큼 몸에 좋은 식품이다. 이번 겨울에는 횟집에서만이 아니라, 구이나 조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에서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2023-11-13 05:38:0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