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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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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고금리시대의 그늘

#. 최근 지인을 만났다. 그는 요즘 아내와 말다툼이 잦아졌다고 한다. 지난해 봄 대출을 받아 늦었지만 집을 샀던 그였다. 내집마련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리인상도 시작됐다. 대출 이자가 가파르게 올랐다. 불안감을 느낀 그는 집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도를 놓고 아내와 옥신각신이란다. 아내는 버티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를 믿는단다. 집값이 급락할 때까지 정부가 손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또 하락기엔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반면 남편은 월급의 상당부분을 이자로 지불하느니 집을 팔자고 한다. 집값이 수 천 만원 떨어진 상황에서 더 떨어지기 전에 집을 내놔야 한다는 것. 매도가를 내려 싸게라도 팔아서 대출을 갚고, 전셋집으로 들어가자는 생각이다. 지인은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수 년 동안 저금리 지속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수요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학개미 운동'이나 내집마련 대열에 동참했던 투자자들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트리거였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시작됐고, 이를 따라가는 우리나라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덜컹거리는 이유다. 최근 1년새 30~40%씩 하락한 주식이 수두룩하다.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인데 대출이자는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이번 생에 내집마련을 하겠다고 영끌했던 2030세대는 잠을 설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을 산 수요자의 30~40%가 2030세대였다. 대부분 은행빚으로 집을 샀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도 많았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멘붕이다.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말이 오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채 폭탄을 안고 갈 것인 지, 해소할 것인 지. #.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줄었다. 1995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소매판매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한 5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고물가 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화장품이나 가전제품 소비가 부진했다. 물가상승이 이어지다보니 소비를 늦춘 것이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외식이나 여행 지출을 많이 하고 있어 소비위축으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 문제는 물가상승 지속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2.50%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2.00%포인트(p) 뛰었다. 시장에선 연내 두 번 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씩 인상을 예상한다. 이렇게되면 기준금리는 올 겨울엔 연 3.0%에 이를 전망이다.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6~8%대로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 #. 고금리시대가 무서운 건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금리가 오르면 주식 대신 채권을 사고, 은행에 맡긴다. 금리가 오를 수록 이자가 불어난다. 반대편은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삶이 곤궁해진다. 돈을 빌려 집을 살 수도 없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서다. 대출로 집을 샀거나 전셋집을 구했던 일부 수요자는 이자를 못이기고 집을 팔거나 월세로 내몰린다. 자산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 위기가 덮친다. 더 오르기 전에 빌린 돈을 갚거나 감내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9-01 08:31:1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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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부동산 대세하락 vs 조정국면

시장이 활기를 띤다는 말은 가격이 오른다는 뜻일까? 반면에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표현은 가격이 내려간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서는 시장이 얼어붙어야 하는 걸까? 이러한 표현은 가격의 등락이 아니라 순전히 거래량과 관련된 표현이다. 흔히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활성화'는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저절로 적정선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거래량인데, 지금 우리는 거래절벽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찌 됐건 요즘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지역은 지난 2년간의 상승분을 바쁘게 토해내고, 철옹성과 같던 강남 3구도 최근 보합세로 전환했다. 용산구는 용산정비창 개발 호재가 반영되면서 최근의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의견은 '대세 하락'과 '조정 국면'으로 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예측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사실은 부동산 전문가라 칭하는 이들도 자기가 투자한 지역에 후한 점수를 쳐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공교롭게도 금리인상 추이, 정권초기의 정책기조 등이 맞물려 향후 수 년간의 변화를 결정지을 변곡점이 될 시기라는 것만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집값이 급락하면 이 또한 경제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부 대출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실제로 '집값 급락 방지책'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집값 급등시기에 뒤늦게 마련한 '250만호+α 공급'대책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값 고점 인식과 가격 피로감, 거기에 장기적인 공급대책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시장 하락을 이끌고 있는 매수심리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이 없을 때는 불안감에 수요가 늘어서 가격이 상승했고, 공급 계획이 생기고 금리가 오르니 이제 가격이 하락한다. 이번에는 급락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할 상황이다. 시장은 어떻게 될것인가? 올해부터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아져 재산세 부담이 줄어든다. 종부세의 경우 단독명의 기본공제가 12억원으로 상향되고 공동명의는 총 18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게 된다. 반면, 1주택자는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와 양도세가 모두 2년으로 완화되었다. 실거주자가 아닌 오직 투자목적의 다주택자조차 전월세 인상율을 5%미만으로 지키면 상생임대인으로 인정하여 양도세 절세가 가능하다. 이처럼 하나의 정책이 부동산 처분을 독촉한다면, 동시에 다른 정책은 보유가 쉽도록 한다. 가격정책으로만 본다면 일견 모순처럼 보이지만 보유가 어렵고, 매각이 쉽도록 만들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굳이 하락을 꾀하지 않아도 대세하락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수도권 공급계획에 용적률 완화, 재건축 활성화까지 번복없이 진행된다면 이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셈이다. 앞으로의 하락폭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상승과 하락을 제쳐두고 우선 공급이 늘고 수요도 함께 늘면 거래량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다. 매매 거래량이 늘면 임대거래도 함께 늘어 난다. 그러면 유주택자든 무주택자든 거주이전이 용이해진다. 누군가의 공(功)이라기보다는 늘 안정과 혼란을 되풀이하는 시장의 역사인 셈이다. 시장 왜곡이 사라지면 투자환경은 더 나아진다. 머지않은 그 시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8-31 09:31:1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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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꿈과 욕망의 도가니 '신도시'

요즘 경기 분당신도시에 가면 일부 역세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인들이 북적인다. 아예 역세권 일대 식당들도 노인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 많다. 그야말로 베드타운에서 실버타운으로 변해가고 있다. 저녁무렵 정자역, 서현역 일대에 젊은 층이 있기는 하나 예전보다 청장년 비중이 현격히 떨어졌다는 걸 실감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렇게 분당신도시가 변모한 지는 30여년만의 일이다. 30년, 즉 하나의 도시가 태어나 늙어가기까지의 생애주기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경주라는 도시가 천년동안 이룩된 것을 감안하면 일장춘몽 같은 사태다. 오늘날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기 신도시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신도시 반성론이라는 광풍이 모든 지성을 압도했다. 당시 많은 학자와 언론이 일본 타마신도시를 모범으로 삼았다. 학자들마다 입에 거품물 듯 극찬을 내놓았다. 어떤 학자는 아예 찬양하는 모습도 보였다. 따라 배우지 못해 열등감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와중에 어느 봄날 나는 타마를 간 적 있다. 그곳은 도시를 순환하는 자기부상열차, 공원같은 주거단지, 건물간의 넓은 이격거리, 저층아파트들은 우리의 신도시와는 달랐다. 헌데 도시를 빠져나올 때쯤 '저걸 보고 학자들이 그토록 환장한 건가'하는 의구심을 지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당시의 도시계획 관련학자들을 절대로 믿지 말자고 다짐했다. 내가 본 타마신도시는 한낮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고 그나마 노인들 뿐이었다. 타마의 중심역마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상가 지대에는 파친코 업소만이 성업중이었고 나머지는 줄줄이 서 있는 먼지 쓴 자판기뿐이었다. 그야말로 현대판 '고려장'터와 같았다. 아마도 학자들 중 대다수는 타마신도시에 와 보지도 않은게 분명했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건물만 덩그러한, 썰렁하고도 음산할 정도였다. 간혹 베란다에 흩날리는 빨래들만이 사람의 흔적을 일러줬다. 지금 분당신도시는 타마신도시를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바로 10년전 국토부장관은 "더 이상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언한 적 있다. 아마도 뉴타운 건설에 경도된 대통령때문인 듯 싶다. 게다가 바로 직전 정부에서 판교 등 2기 신도시 건설을 진행중이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지금 전혀 틀렸다. 얼마전 3기 신도시가 시작됐고, 현 정부는 재건축 활성화와 신도시 건설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대대적인 물량 공급을 예고했다.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늙어가고 있다. 아니다. 이미 늙었다. 도시 재생을 위해 리모델링 혹은 재건축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정도로 대수술이 필요하다. 신도시는 지난 1993년 분당·일산 등 제1기 5곳, 이후 성남 판교 등 제2기 12곳이 완료됐다. 그리고 지금은 제3기 신도시 5곳이 진행중이다. 열병처럼 번졌던 '신도시 반성론'과 그같은 어설픈 논쟁, 고민도 없이 또 신도시는 여전히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사는 이들 중 젊은 층 상당수는 월세 혹은 전세민이다. 집값에 밀려 탈서울한 '전세난민'이다. 30여년전 처음 분당에 들어왔던 이들은 대부분 떠났다. 바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3∼4회 이상 거래된데서 알 수 있다. 분당 사람들은 지역우선공급 혜택을 받고 판교로 갔고 다른 이들은 광교, 동탄으로 옮겨갔다. 그 빈자리를 채운 이들이 노인과 젊은 세입자들이다. 현대판 고려장터로 변해가는 신도시, 그곳에 집 있는 이들은 인근의 또다른 신도시에 집을 더 가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주택공급의 고도한 계산이 요구된다. 1기 신도시에 대한 용적률을 500%로 상향해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그곳에 간신히 보금자리를 튼 젊은이들은 또 내쫓겨야 한다. 그리곤 살지도 않는 다주택자들의 배만 불려줄 건 뻔하다. 예전, 내집마련의 부푼 꿈을 이룬 도시였지만….

2022-08-30 09:22:09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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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문제는 건설사와 정부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에 전국에서 레미콘공장을 운영하는 대표 등 900여 명이 모였다. 생업을 뒤로 하고 이례적인 인원이 한 자리에 집결했다. 시멘트 회사들이 지난 2월에 가격을 17~19% 올린데 이어, 오는 9월부터 일부 시멘트사가 또다시 12~15% 추가 인상한다고 통보하는 등 전에 없는 시멘트값 인상 움직임에 대국민 호소를 하기위해서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레미콘업계의 경우 폐업 14건, 매각 41건 등 총 132건이 대표자 또는 법인이 바뀌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멘트업체들을 향해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가격인상을 즉시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멘트 회사들의 제조원가 및 인상요인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덧붙였다. 레미콘 제조시 시멘트는 약 40~50%가 들어간다. 나머지는 모래, 자갈 등 골재와 물을 섞어 만든다. 레미콘 회사들에겐 시멘트값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보니 이처럼 민감하게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중소 레미콘 업계들의 이날 외침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회사들은 이미 통보한 9월 시멘트값 추가 인상안을 철회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시멘트업계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급등한 유연탄 가격 뿐만 아니라 최근엔 원·달러 환율마저 13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수입 유연탄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등 시멘트 제조 원가 급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강화된 환경규제 입법에 따른 화물운임비 급등, 물류비 상승과 전력요금 인상과 같은 요인도 시멘트 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레미콘업계와 시멘트업계가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시멘트와 레미콘의 최종 수요처인 건설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시멘트→레미콘→건설로 이어지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단가'를 쳐줘야하는 건설사의 '결정'이 없이는 지금의 시멘트·레미콘간 싸움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를 대주는 시멘트회사와 레미콘을 사주는 건설사들 눈치를 본다. 시멘트사도 대부분이 레미콘사들보다 몸집이 크지만 레미콘 업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슬 구조에서 유일하게 건설사는 항상 '갑' 역할을 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자신들의 원가가 모두 공개돼 있다며 시멘트사를 향해 제조원가를 공개하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바라는 건설사의 분양원가는 꽤 오래전부터 화두가 됐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례 없는 경제 상황에서 '동반 생존'을 위해 시멘트, 레미콘, 건설사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이를 관장하는 정부도 '강건너 불구경'만 하면 안된다. 아울러 새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납품단가 원가연동제 법제화 문제도 이번 레미콘 업계가 외친 목소리에서 해답을 찾아야한다.

2022-08-28 10:15:09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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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2>와인도 살쪄요?…다이어터의 선택은

<162>주류 열량 표시 소주는 취하지. 맥주는 배 나온다며. 막걸리는 배불러. 그럼 와인은. 밤마다 한 잔씩 홀짝홀짝. 이렇게 계속 먹어도 될까. 과일향이 달콤하게 올라와 꿀떡꿀떡 마시기도 좋다. 한 두 잔만 마셔도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할 취기가 올라오니 와인으로 배채울 일은 없다. 문제는 매 끼니마다 밥은 한 숟갈씩 덜어내고, 그 좋아하는 빵도 참아내는데 와인은 뱃살 걱정없이 이렇게 마셔도 되는지다. 지난주 애주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술의 열랑을 표시하겠다는 뉴스다. 사실 주류의 열량 표시는 해묵은 과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대부분의 식품은 칼로리가 얼마인지,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포장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유독 술만 제외였다. 술은 몇 도인지 알코올 함량만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많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다른 나라들도 주류 열량 표시를 강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자율 표시 형태를 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율협약에 연 매출액 120억원 이상의 업체가 대부분 참여해 소비자에게 주류의 열랑 정보를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 보면 시장 유통 주류의 약 72%가 대상에 포함된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열량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막걸리 등 탁주·약주다. 포장재 교체 시기에 맞추느라 첫 타자가 됐다. 먼저 칼로리 기준은 이렇다. 성인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남자가 2700㎈, 여자가 2000㎈다. 밥 한 공기는 300㎈ 안팎이다. 막걸리 한 잔을 200㏄라고 하면 92㎈다. 사람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초록색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시면 345㎈. 빈대떡과 막걸리 한 병을 다 먹어도 과히 부담스럽지는 않다. 국민술 소주와 맥주는 라벨 변경이 쉬운 병 제품부터 우선 적용하고, 캔 용기는 기존 포장재를 다 쓰면 열량 표기를 추진한다. 소주 한 잔 50㏄는 54㎉다. 한 병을 다 먹게 되면 408㎈. 단위당 칼로리가 막걸리보다 2배나 높다보니 소주를 병 단위로 먹는 '소주파'라면 술로만 하루 열량의 절반을 채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맥주는 500㏄ 잔을 기준으로 생맥주가 185㎉, 일반 맥주는 238㎉다. 단위당 칼로리는 낮지만 한 잔이 보통 350~500㏄라 한 잔당 열량 기준으로는 맥주가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맥주는 안주도 문제다. '치맥(치킨+맥주)'처럼 시원하게 톡 쏘는 맥주에는 튀김이 제격이라 칼로리가 몇 배는 높아진다. 1차로 소주 한 병 반 정도를 먹고, 2차로 맥주 두어 잔을 마신다면 안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녁 만으로도 하루 열량도 채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와인은 대형마트 유통 제품에 우선 적용한다. 와인 한 잔은 보통 5온스, 150㏄다. 평균 130㎉. 알코올 도수를 11~14% 사이로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그러니 알코올 도수가 더 높거나, 더 많은 당이 포함된 디저트 와인의 칼로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칼로리를 표방하는 와인도 한 잔에 100㎈ 안팎은 된다. 이대로라면 절망적이다. 매일 저녁 일과가 끝난 후 두 잔씩만 홀짝거려도 260㎈, 밥 한 공기 가까이를 먹는 셈이니 말이다. 반전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의 체중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다. 특히 화이트 와인보다 칼로리가 높은 레드 와인의 경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체지방을 분해해 주는 역할도 한다. 와인을 마시면 몸 속에서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고 신진대사를 높여준다. 물론 적당한 양을, 즐겁게 마셔야 효과가 있다는 전제 조건은 기억해 두자.

2022-08-25 11:04:1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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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염치없는 은행 노조

'아미타경'을 비롯한 많은 불교 경전에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공명지조(共命之鳥)에 관한 우화가 등장한다. '두 머리'는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다. 그럼에도 불구 '한 머리'가 맛있는 과일을 나누지 않고 혼자 욕심내서 먹어버리자 다른 '한 머리'가 그것을 시샘해서 독과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한 몸뚱이를 가진 새는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 비슷한 상징물은 서양에도 존재한다. 13세기 이탈리아 작가 단테의 '신곡'에는 각기 다른 죄를 범한 인간들이 갇힌 아홉 개의 지옥 감옥이 묘사되어 있다. 그 중 세 번째 감옥에는 탐욕이라는 죄목을 가진 이들이 갇혀 있는데 감옥의 입구는 머리가 셋 달린 신화 속 괴물 '케르베로스'가 지키고 있다. 지옥의 문지기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와 입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리 먹어도 하나의 몸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세 개의 머리는 평생 서로를 물고 뜯으며 살아가는데…. 두개의 우화는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은행 노동조합이 속한 금융산업노조가 지난 19일 93.4%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임금 6.1% 인상, 정년 65세 연장, 주 36시간(4.5일) 근무,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촉구 등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9월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수익 급증,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를 들며 6.1%의 높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의 이자이익은 2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1000억원(18.8%)이나 늘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결과물은 은행의 치열한 경쟁과 노력 끝에 창출된게 아니라 대출 금리 인상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은행원들은 연초 300% 남짓한 성과급을 지급받기도 했다. 지난해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550만원에 이른다. 올해는 지난해를 웃돌 것이 유력하다. 그런데도 공무원(1.4%)이나 100인 이상 사업체(5.3%)의 올해 평균 인상률보다 더 높은 수준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요구 역시 청년 채용에 훼방을 놓으면서까지 기득권에 집착하는 행태로 비칠 뿐이다. 특히 주 36시간(4.5일) 근무제 도입 요구는 '일은 덜하고 임금은 더 받겠다'는 노골적인 양심 불량의 발로다 금융권에선 노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은행들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1시간 단축 영업을 하고 있는데 노조가 동의해줘야 정상화할 수 있다. 노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단축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은행들은 오후 3시30분까지만 문을 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5개월 연속 무역 적자와 1300원대로 치솟은 환율, 고공행진하는 물가, 연 3%에 육박하는 기준금리,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파동 등 어디 하나 위기 아닌 곳이 없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 상당수에게는 벌써 비상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염치 없고 눈치 없는 은행 노조들의 탐욕적인 요구는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2022-08-25 10:21:36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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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수교30주년, 중국과의 관계 새로 정립해야

8월 24일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 세대에 걸친 중국과의 우정을 축하하는 분위기보다 우려와 걱정 섞인 목소리가 더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여러 군데에서 금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차제에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은 6·25 한국전쟁의 나쁜 감정을 잊고 빠르게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기업인들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자 앞다퉈 현지에 진출했고,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저임금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분위기는 '영원한 우방'으로 생각되던 미국보다 중국이 더 가까운 나라가 되는 게 아니냐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과의 수교 30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은 90년대의 중국과는 180도 달라졌다.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 이후 중국은 각종 분야에서 '굴기'를 선언하며,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모습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어느새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패권을 다투는 제2의 강대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찌보면, 중국의 도광양회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공산당 주도의 계획경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업활동에 여러 족쇄를 채워왔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과거 우리나라와 서방 국가들을 베끼던 수준에서, 이제는 독자적인 자생력을 갖추고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게임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업체들의 게임을 불법복제하다가 아예 한국 업체 자체를 사들여 기술을 빼갔다. 중국 정부는 게임 판매 허가권(판호)을 통제함으로써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방해했다. 그러면서 자국의 게임산업을 키워 이제는 중국 업체들이 우리 게임업체들을 앞서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굴기를 시도해 성공했다. 심지어 IT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5G기술에서는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 와중에 지난 30년간 중국에 진출했다가 쓴 맛을 본 기업들이 속출했다. 우리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SK는 한 때 중국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겠다며 현지진출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유통대기업 롯데는 2016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핑계로 불매운동이 벌어져 결국 현지 매장을 철수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굴기'는 눈에 띈다. 이제는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툰다는 자부심이 확산됐고,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애국'이 거대한 화두가 돼 중국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이어도 대만·홍콩을 지지하거나 신장위구르·티벳 등의 독립을 거론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국 정부의 검열과 규제를 받아 더 이상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게 되는 사례를 빈번하게 목격할 정도다. 지금은 반도체 동맹인 '칩4'로 중국과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기술굴기의 '화룡점정'격인 반도체 굴기를 이루기 위한 중국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칩4'동맹을 제안한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봐야겠지만 장기적인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칩4'에 대한 판단을 현명하게 내려야 한다.

2022-08-24 16:10:5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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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교수의 치유영양학] 헷갈리는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법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는 기능성 원료가 고시되어 있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소비자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규격과 원료·성분을 제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기준 및 규격 중 프로바이오틱스의 원재료로 인정한 균주(학명)는 Lactobacillus, Lactococcus, Enterococcus, Streptococcus, Bifidobacterium의 5종이다. 제조방법은 상기 5종의 미생물을 배양·건조하여 제조하여야 하고, Enterococcus 속 균주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 및 독성 유전자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사용이 가능하며 기능성분(또는 지표성분)의 함량은 생균을 1억 CFU/g 이상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CFU란 'Colony Forming Unit'의 약자로, 집락형성 단위를 뜻하며 균의 수를 측정하는 단위로 나타낸다. 박테리아나 균은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한 마리씩 셀 수가 없으므로 한 덩어리를 형성(집락)하는 Colony를 세는 것이다. 이렇듯 눈으로 보이는 한 덩어리를 1 CFU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PFU(plaque form unit)로 나타낸다. 최종제품의 기능성은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 및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일일섭취량은 1억~100억 CFU로 규정되어 있다. 건강의 척도로 장내 미생물 즉 유익균의 분포를 나타내는 것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고 유익균의 먹이를 프리바이오틱스라고 한다. 병원균을 배출하기 위해 설사나 구토를 하는 것도 뇌가 아니라 장 신경계 시스템이 결정하는 것으로 발혀졌다(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Gastrointestinal and Liver Physiolog). 기능성 원료중에 프락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이라는 것이 있는데 장내 유산균의 한 종류인 비피도박테리아의 생육을 촉진하게 되므로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프리바이오틱스는 균이 아니라 유익균의 먹이로서 균의 입장에서 볼 때 영양원이 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건물을 건축할 때 기초공사에 비유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기초공사에 해당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안전한 건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장에 서식하는 균 중에서 인체에 유익한 균을 통틀어서 프로바이오틱스라 말하고 보통 유산균을 지칭한다. 프로바이오틱스란 도움이 되는(friendly), 유익한(beneficial) 뜻의 Pro와 생체물질이라는 뜻의 프로바이오틱스가 결합된 것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에 도움을 주는 물질을 의미한다. 장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적군)과 싸우는 아군이다. 인간의 위장관에는 숙주세포, 영양소, 미생물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ecosystem)가 존재한다. 장관에서 배양 가능한 미생물의 종류는 500종 이상이며 위, 십이지장, 공장에는 미생물의 수가 105 CFU/g으로 증가한다. 장내 세균의 수는 1000개가 넘는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다른 미생물, 장상피세포, 점막면역체계같은 주위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한다. 인체에 대표적으로 유익한 장내세균은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와 락토바실리(lactobacilli)이며 프로바이오틱스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몸을 치유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음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첫째 효능성이다. 유해균의 억제력, 혈중 콜레스테롤의 감소능력, 유해균의 장 정착 저해능력, 면역 활성의 증강, 항암효과 등이 높을수록 바람직하다. 둘째 안전성이다. 균주개발 시 동물실험을 통해서 철저히 안전성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잔존력이다. 제조 공정 단계에서 사멸하지 않고 잔존해야 한다. 넷째 대장과 직장까지 도달하여야 한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위산, 담낭에서 분비되는 담즙, 소장에서 분비하는 각종 소화효소에 대하여 생존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유산균을 발견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을 하거나, 미생물 세포를 다른 보호막으로 감싸 주어야 한다. 다섯째 용도에 맞도록 균주를 분리하여야 한다. 식용균은 인분에서, 사료용은 동물의 분뇨에서 분리하여야 장내 정착성이 높아진다. 프리와 프로는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역할과 효능은 전기차와 수소차처럼 메커니즘이 다른 것이다. /연윤열 숭의여대 교수

2022-08-24 10:39:0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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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위기'의 사립미술관, 정부 지원 시급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영리 공공기관으로 등록된 사립미술관은 모두 179개다. 국·공립 포함 전체 미술관(260여개)의 약 70%에 해당한다. 한국 미술의 근간이자 문화예술향유의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사립미술관은 운영주체별로 기업(법인 및 재단)에 의해 만들어진 미술관과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나뉜다. 삼성문화재단의 리움 등이 전자에 해당된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아트센터나비를 비롯해 금호미술관, 영은미술관, 대림미술관, 세화미술관, OCI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도 여기에 속한다. 개인(미술전문가, 컬렉터, 작가 및 유족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주요 미술관으로는 토탈미술관을 꼽는다. 현대미술분야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1976년 이후 지난 45년간 문화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오랜 시간 작가 발굴과 미술 인구의 저변확대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사비나미술관(1996~)과 큐레이터의 산실이기도 한 모란미술관(1990~)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미술관은 사립미술관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 현대미술문화를 이끌어온 축이다. 이외에도 국·공립 문화예술시설의 부족한 틈을 채우고 공공적 기능을 도맡아온 사립미술관은 적지 않다. 1995년 세워진 성곡미술관을 포함해 환기미술관, 해든뮤지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시안미술관, 안상철미술관, 쉐마미술관, 김세중미술관, 정문규미술관, 엄미술관, 간송미술관 등이 그 예이다. 이 미술관들 또한 작품의 수집·관리·조사·연구·보존·전시·교육이라는 미술관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면서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 한국 문화예술의 저변확대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의의를 지닌다. 이처럼 사립미술관은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에 가깝다.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것'인 셈이다. 그러나 사적 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사립미술관의 다수는 만성적 '위기'에 처해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재정적 어려움이다. 열악한 재정은 운영의 불안전성을 촉발할뿐더러,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실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미술관을 통한 창의의 지평을 넓히거나 건강한 문화예술 보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꽤나 인색한 편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육기관에 걸맞은 대우와는 거리가 멀다. 10년 새 두 배나 증가한 공립미술관 건립 지원과 영리목적의 아트페어까지 세금을 쓰는 양태에 비하면 그 심리적 격차는 매우 크다. 실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란 소수의 인력과 종사자들의 인건비, 공간 운영에 관한 직접경비의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개는 공모로 진행되는 경쟁구조인데다 역시 공모방식을 통해 위촉된 '비전문가들'의 심사로 인한 낭패(기관 특성 몰이해, 일괄적 배분 등)도 경험하기 일쑤다. 어쩌다 운 좋게 선정된들 규모 면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사실상 전시 한 번 치르기에도 턱없는 액수다.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쪼그라드는 추세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모든 운영예산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전시 한 번 개최할 때마다 지출되는 아티스트피와 운송비 등의 기본적인 비용조차 사비로 충당한다. 몇천원 남짓한 입장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역민은 그 몇천원에서도 할인을 받거나 무료다) 때문에 학예사들이 하는 일이란 주로 공적 예산을 받기 위한 기획안 작성이다. 보다 고차원적인 전문성 확보에 공들일 시간에 선정 여부마저 불분명한 사업계획서 짜기에 바쁘다. 한해의 운명이 그것에 달렸기 때문이다. 사립미술관의 순기능을 인식한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보다 공격적인 지원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인력 지원 사업 확대를 비롯해 종사자들의 안정된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며, 비대면 전시에 맞는 환경 조성 지원(온라인 특성화 프로그램 구축, 온라인 마케팅 등)에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특히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들이 앞다퉈 한국에 상륙하고 있는 최근 상황으로 인해 사립미술관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수다. 미술관 출연금에 대한 재화적 가치의 인정, 상속세의 물납(物納) 제도화, 보조사업에 대한 미술관 자부담 경감 등의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비록 운영자의 사명감과 남다른 열정이 사립미술관의 설립 동기이자 지속의 이유이나, 그것은 우리가 사회적 공기로서 높이 살 부분이지 공공의 자산을 함께 지켜나갈 의무를 배척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 사립미술관이니 개인의 당연한 희생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한국미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그들의 존재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8-23 15:33:0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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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새 정부 교육정책 산 넘어 산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특권교육' 적폐로 지목되며 폐지가 예고됐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기사회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 추진 일정을 국회에 보고하면서다.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한 업무설명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연말까지 고교체제 개편 시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통해 개편 방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이후 내년 연말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는 일정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세부 이행 계획서 등을 미뤄 자사고 존치 등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자사고를 비롯해 외국어고와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개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 3건이 진행 중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국회 보고용 설명자료 상 추진일정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새로운 고교체제 도입 시기와 내용 등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원과 학부모 학생 등 이해당사자의 여론조사를 포함한 공론화를 거쳐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만 존치하고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예정대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외고 등 특목고를 존치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공약과 어긋나면서 외국어고와 국제고 존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연합회 등도 성명서를 내고 외고 존치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학생들의 선택권 확대에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면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경우 이전 정부에서 퇴출이 예고됐던 특목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켜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도입될 경우, 이들 특목고로의 쏠림 현상과 그로 인한 사교육 심화, 고교 서열화 등은 이전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수강을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듣고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기존 석차 중심의 등급평가 체계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로 바뀌는 게 전제다. 결국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그간 특목고가 '내신에는 불리하다'는 단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직전 정부에서 적폐로 지목됐던 특권교육이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고교체제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며, 이들이 처음으로 치를 2028학년도 대입제도 또한 전면 개편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린 새 대입제도를 2024년 2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와 새로운 대입제도는 서로 상호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현재로선 대입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도 어렵다. 이러면서 이런 변화를 처음 겪게 될 현 중학교 1학년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한 상태다. 현 중 1학년 앞 뒤 학년도 영향권이다. 대입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대입제도 3년 예고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앞으로 바뀌는 고교체제와 고교학점제, 대입제도의 변화의 폭을 고려하면 정부의 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뼈대로 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 첫 교육부장관이 만 5세 입학 정책을 들고나왔다가 사실상 경질되면서 교육부의 정책 철학이 부재하다는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등 떠밀린 정책이 다시 나올지 걱정이다.

2022-08-22 16:16:59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