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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8>성숙기인가, 정체기인가…작년 와인 수입량 줄어

성숙기인가, 정체기인가. 우리나라 와인시장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 와인 수입 규모가 다시 한 번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마냥 좋아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일단 자체로도 증가폭이 미미한데다 수입량을 기준으로 하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와인 수입 규모는 5억8125만 달러로 집계됐다. 2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던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팬데믹 1년차인 2020년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서더니 올해는 6억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규모 약 7700억원에 각종 세금과 마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와인 시장의 규모는 이미 2조원대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로 보면 기세는 크게 꺾였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 69.6%로 급증했지만 2022년은 3.8%에 그쳤다. 전체 수입 주류 시장을 놓고 보면 와인과 맥주 같은 비교적 '순한' 술이 주춤했고, 위스키와 꼬냑, 고량주 같은 '독한' 술이 다시 살아났다. 위드 코로나로 외부활동을 시작하면서 소위 '집술'보다 '업소술'을 찾는 이가 많아진 탓이다. 게다가 물량 기준으로 보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수입된 와인은 7102만리터로 전년 대비 7.3% 줄었다. 와인에 돈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덜 마셨단 얘기다. 와인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의견은 엇갈린다. 사실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이 사라진 이후로도 와인 시장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또 절대적인 물량 소비는 줄었지만 금액은 유지됐으니 질적 성장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실제 저가 와인의 대표 주자들인 칠레와 스페인 와인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칠레 와인은 수입 규모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로는 10.8%, 스페인 와인도 12.4% 줄었다. 반면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와 미국 와인은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은 금액 기준으로 각각 12.3%, 13.2% 늘었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소비가 많이 늘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액은 26.5%, 수입량도 21.4% 늘었다. 반면 이제 와인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이들도 많다. 금액 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이 좋은 와인을 찾아 나섰다기 보단 와인 가격 자체가 오른 결과로 보는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와인 업계에도 불어닥쳤고, 거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널뛰기를 하는 환율도 악재 요인이긴 하다. 내부 해석은 뜻이 모아지지 않고 있지만 외부 시선은 긍정적이다. 프로바인이 전 세계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주목하는 유망시장이다. 미국 와인업계는 2023년 가장 매력적일 와인시장으로 한국을 꼽았고, 와인종주국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한국을 상위권에 올려놨다. 오는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와인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비넥스포(Vinexpo)가 한국에서 열린다.

2023-03-12 08:46: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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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안하느니만 못한 국힘 전당대회

국민의힘의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 달 가량의 대장정을 마치고 8일 마침내 끝났다. 지난 1월 31일 후보자등록 공고 이후 2월 2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뒤 13일부터 제주합동연설회 등 일곱번의 합동연설회를 거치며 한 달 가량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너무 뜨겁게 달아올랐나보다. 주요 당대표 후보자들 간의 경쟁은 과열을 넘어 분열의 씨앗마저 잉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정도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김기현·안철수·황교안·천하람 등 4명의 당대표 후보들은 당의 미래나 보수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친윤'이냐 '비윤'이냐의 싸움에 매몰됐다. '윤심(尹心)', 즉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있느냐를 놓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윤심'을 찾기 위해 삼만리를 헤매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과연 집권여당의 당대표 후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진흙탕 싸움'의 수위는 올라갔다. 김기현대 안철수·황교안의 대결구도는 같은 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에 달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네거티브 공세를 그만하라고 경고를 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들의 대립은 김기현 후보의 울산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에 대통령실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절정에 달했다. 심지어 안·황 후보 측은 김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패할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대통령실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며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하기도 했다. 강 수석이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기현 후보 홍보물 전파 요청'에 개입했다며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것이다. 여당의 당대표 후보가 대통령 핵심 측근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천하람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행위는 범죄이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김 후보가 대표가 되어도 정당성이 큰 흠집이 생겨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김기현 후보는 이런 안·황 후보 측의 공세를 '내부 총질'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본인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안·황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막장드라마 저리 갈 정도다. 집권여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자는 '땅투기꾼'으로 몰렸으며, 여당과 호흡을 맞춰야 할 대통령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인 공정선거질서를 해쳤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패한 후보들이 과연 그 결과를 제대로 인정할지조차 의문인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그 동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당 대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오히려 분열과 분당의 가능성만 더 높아지게 생겼다. 집권 여당의 분열은 정부나 대통령실에서도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라 할 수 있는데,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저런 모습이면 정당정치가 자리잡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국정운영 추진도 쉽지 않을 것이다.

2023-03-08 14:44:5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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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굴욕적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

미술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초현실주의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비하면 대개는 그저 비루한 생존법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역사에 죄를 짓는 참사가 ‘결단’으로 둔갑하는 현실에 비하면 거론될 깜조차 안 된다. 근래만 해도 그렇다. 이게 과연 나라인지, 어느 나라 행정부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정부가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민간의 기부를 받아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재원은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케이티(KT)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일본의 자금을 지원받았던 16개 한국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정작 배상을 해야 할 일본 전범 기업은 빠졌다. 2018년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은 일본 쪽 주장과 판박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은 없었다며 줄곧 부정해왔다. 과거사 배상문제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억지를 부렸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맞섰다.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에 의한 기부금 조성 및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배상으로 요약되는 해당 방안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궤변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주도적이고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친일·굴욕 외교를 말장난으로 혹세무민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관계가 사활을 걸 만큼 시급한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보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일본 정부의 범죄 사실 인정과 정당한 배상, 사죄가 우선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할 미국에겐 아시아 동맹인 한·일 관계 개선이 다급할지 몰라도 일본이 먼저 침략 침탈의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건설적 관계는 이뤄지기 어렵다. 우리가 아닌 일본이 풀어야할 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은 물론 강제동원 문제까지 부정한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고, 위안부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발표를 재촉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일본 쪽의 ‘성의 있는 조처’를 얻어내야 한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돌연 한·미·일 협력 강화를 배경으로 한 윤 대통령의 조급함으로 인해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 등 ‘성의 있는 조처’는 끝내 무산됐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도 물 건너갔고, 협상의 주도권마저 일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일본 정부의 포괄적인 사죄와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기여 및 호응을 기대한다”는 정부의 어리석은 판단과는 달리 일본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역사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두루뭉술’ 넘겼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여서 언급할 입장이 없다는 자국 기업들의 입장을 전했다. 정부 산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고 일본 전범기업들은 배상이나 사죄를 하지 않게 된 이번 해법은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과 같다. 피해자가 오히려 고개를 숙인 채 가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꼴이다. 특히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박진 장관의 발언은 스스로의 권리와 주권을 포기했다는 뜻과 다름없다. 우리 정부의 노골적인 저자세에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규탄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기금을 국내 기업 단독으로 조성하는 정부안에 대해선 친일·굴욕 외교라고 비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양금덕(93) 할머니는 “억울해서 지금은 죽지도 못한다”며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론 (배상을) 안 받겠다"고 했다. 제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일제 치하 35년간 이어진 고통의 역사를 아무 일 없듯 할 수는 없다. 피해자와 국민 동의부터 구했어야 옳다. 개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대승적 결단”이라며 자기 마음대로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 임기 5년의 선출직 공무원이 국민 합의 없이 무슨 권리로? 가해자는 뒷짐 지고 피해자가 먼저 해법을 고민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본 식민지배를 받은 것이 우리가 못나서였다는 식의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이라는 점에서 머잖아 조공까지 바치겠다는 말도 하지 싶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03-08 11:14:0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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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온돌'과 합당한 대접

봄이 왔다. 안도감이 밀려든다. 겨울, 참 잘 났다. 온돌 덕분이다. 'K 브랜드' 맨 앞에 '온돌'을 놓고 싶다. 온돌은 한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한국의 힘이 어디서 비롯됐는 지 알게 한다. 오늘날 외국인들은 '한(韓) 스타일'에 열광한다. 특히 한국에서 겨울을 낸 외국인 중에는 온돌생활에 신선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가 많다. 심지어는 온돌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아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다시금 온돌을 추억한다. 온돌도 당연히 한류의 새로운 장르로 대접받아야 한다. 특히 'K-주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온돌이야말로 인류의 미래일 수 있다. 온돌은 오래전부터 몸과 몸으로 체득, 계승해온 우리 '삶의 기술'이다. 우리만이 발현해온 정신이다. 온돌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과 산업적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프랑스의 와인이나 이탈리아의 피자 처럼 우리의 문화 정체성, 즉 온돌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중국은 온돌도 김치나 한복처럼 자기문화라고 '도적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특히 그렇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에는 'ondol(온돌)'로 표기돼 있으며 '한국의 고유한 바닥 난방장치'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온돌은 아랫목이 덮혀지듯 은근하면서도 집요하게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인의 아랫목을 점령해가고 있는 온돌이야말로 한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재 독일 등 유럽국가에선 신축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온돌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돌 사용을 권장하고, 양로원 등에는 아예 의무적으로 온돌을 적용토록 법제화한 경우도 있다.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온돌방식을 적용한 주택은 '고급' 혹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미 일본에서는 온돌 사용이 피부 질환, 감기·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 고급 양로원의 선택기준으로 삼고 있다. 고급맨션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주거로도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리 조상들이 이뤄온 '참살이' 전통을 바탕으로 온돌산업을 육성하느라 각축을 벌이고 있다해도 틀리지 않는다. 온돌의 쓰음새는 무궁무진하다. 찜질방의 따뜻한 바닥이 그야말로 힐링공간인 것 처럼 말이다. 비용도 차이가 크다. 외국처럼 라디에이터로 난방하는 경우 그 비용이 온돌보다 4∼5배 많이 든다. 우리는 겨울에도 집안에서 반팔차림으로 생활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코타츠안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한 사례도 수시로 나타날 지경이다. 온돌은 우리 삶의 방식에 스민 DNA가 어떻게 산업화, 세계화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또한 우리 전통이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제시해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준다. 온돌에는 미래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 높은 감성이 담겨 있다. 우리 주거에는 온돌과 같이 '참살이'(웰빙) 방식과 '친환경성'이란 독특한 유전자(DNA)가 내포돼 있어 그 값어치를 따지기 어렵다. 온돌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민족의 정체성, 문화적 속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면면히 이어온 문화산업이다. 여전히 우리를 상징하는 미래산업인 셈이다. 그야말로 명품이며 미래 문화콘텐츠다. 그러므로 이제 온돌 좀 제대로 대접해주자. 유형적인 유산은 생명이 유한하다. 그러나 무형 유산은 사람을 통해 전달되며 미래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온돌산업 만큼은 우리 먹거리임을 분명히 챙기자.

2023-03-07 08:48:31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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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청년창업의 꽃에서 무덤으로...그 많던 푸드트럭의 행방은?

지난 9년간 전국에서 허가받은 푸드트럭은 4895대나 된다. 행안부에 등록된 휴게음식 인허가 데이터상 푸드트럭으로 분류된 숫자다. 2022년까지 폐업한 푸드트럭은 3054대다. 전체 창업대비 62.4%에 달한다. 1년 내 폐업한 푸드트럭이 1947대로 평균 트럭10대가 창업해서 4대꼴인 39.8%는 1년을 못 버티고 트럭을 떠났다. 그 중 경기도 푸드트럭 폐업현황은 2018년 85대, 2019년 126대, 2020년 156대로 전체 창업대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신규 창업한 푸드트럭은 2017년 448대, 2018년 325대, 2021년 276대로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푸드트럭은 청년창업의 대표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청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노력을 통해 새로운 성공을 가능한 업종이라는 인식이 통념화했다. 미국 맨하탄에서 활성화 되고 있는 거리축제형식의 푸드트럭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맨하탄거리의 스모가스버거 축제가 지역내 대표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롱아일랜드시티 공원주차장에서 판매하는 멕시칸푸두 부리토가 대표적 시그니쳐 메뉴로 각광받는다. 특히 퓨전한식 korilla BBQ는 밥과 고기를 활용한 한국식 바비큐 간편식으로 많은 뉴욕커들의 명물로 자라잡았고 푸드트럭 앙업의 성공 모델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푸드트럭 창업을 독려하기위해 그동안 많은 규제와 허가의 까다로음을 없애는 동시에 규제개혁을 통해 지자체별로 다양한 지원체계로 인하여 청년창업형태로 창업이 증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형 새로운 청년창업의 모델에 대한 기대와 성공모델이 되었던 미국시장의 성장과는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왔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푸드트럭은 1841대다. 서울이 가장 많은 461대, 경기도 424대,경상도 250대,충청도 153대,전라도 141대,강원도 88대등으로 지역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현실은 데이터상으로만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등록된 주소지로 영업상황을 확인해보면 거의 운영을 하지 않거나 트럭 조차도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 신문사가 확인한 서울시내 인가받은 461대 푸드트럭중 운영중인 푸드트럭은 고작 10여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와 대책이 필요함을 당연하다. 먼저 푸드트럭이 왜 청년창업의 대표 열정창업아이템으로 불려져야 만 하는가? 푸드트럭은 점포형 창업이 아닌 로드형&이동형 창업이기에 많은 영업적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실행력이 필요한 창업형태다. 오히려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성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창업형태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기관에서 모집하고 지원하는 창업대상은 거의 청년으로 국한되고 그들에게만 푸드트럭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오히려 시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능력, 자본의 건전성이 결합된 형태의 푸드트럭 창업이 성공확률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영업형태를 100% 푸드트럭만을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는 행정적 절차기준도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예를들어 서울시에서 공모한 밤도깨비 푸드트럭 행사에 창업기업 모집요강을 보면 사업자등록을 푸드트럭으로 국한된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점포형사업과 병행하는 사업자는 신청조차 불허하고 있다. 탁상행정과 현실을 무시한 공고기준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가지고 있어 야외에서 판매하는 푸드트럭의 계절별 영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장소적 허가를 득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제한이 더욱 푸드트럭의 활성화가 어려운 환경임을 직시해야 한다. 현실적 성공 가능한 사업형태는 점포형과 결합된 푸드트럭운영이 합리적이고 성공할 가능성 이 훨씬 높은 창업형태다. 계절적 비수기엔 점포형 창업으로 운영하고 축제나 행사 계절적 호환되는 기간에는 푸드트럭으로 이동형 운영의 경우가 훨씬 합리적 형태의 창업이다. 근본적으로 청년창업으로 국한되는 푸드사업 형태나 지원형태 변화도 시급하다.시니어나 장년층 창업자에 대한 푸드트럭 문호를 넓히고 업종의 다양화도 음식업 아닌 서비스업이나 판매업으로의 활성화도 필요한 대책이다. 영업장소의 규제를 완화해서 고객과의 접근성과 흡입성 측면에서 안정적 상권확보가 절실함을 기본이다. 청년의 본질은 열정일 것이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승부하기엔 창업시장이 총탄없는 전쟁터라는 사살을 기억하기 바란다.

2023-03-06 15:17:09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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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알기 쉬운 재건축 법률] 우선수익자의 공매절차이행청구권, 채권 변제기 도래여부나 범위확정여부와 무관하게 행사가능

'부동산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해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해 우선수익자의 채권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말한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대부분의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는 우선수익자에게 신탁부동산 처분요청권(공매절차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신탁계약은 일반적으로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와 체결한 여신거래약정을 위반한 경우, 위탁자가 신탁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경제사정의 변화나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조속히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위 권한의 요건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수익자는 수탁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신탁부동산 처분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우선수익자가 위와 같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5. 선고 2021가합571444 판결, 다만 위 사건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임). 위탁자의 계약위반사실이 인정됐고,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의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 우선수익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환가정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피담보채권)을 지급하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우선수익자는 처분요청권을 행사할 수 없을까? 위 사건에서 신탁회사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한 위탁자들은 우선수익자의 금전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수익자에게 공매절차이행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급심 판결은 우선수익자의 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거나, 미정산단계여서 '우선수익자의 채권의 발생 여부 및 범위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매절차이행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의 채권이 변제기가 도래했을 것을 처분요청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처분요청사유로 신탁부동산 담보가치의 훼손·하락 사유들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요청권은 신탁부동산의 가치 유지의 취지일 뿐, 공매절차에서 우선수익자가 반드시 채권의 현실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위와 같이 우선수익자의 처분요청에 따라 신탁부동산이 처분되는 경우, 위탁자 등은 부동산 전부가 아니라 잔존담보가치 등을 기준으로 차등을 둬 합리적인 범위로 처분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분범위를 제한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우선수익자의 처분요청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환가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인도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위탁자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우선수익자는 위 회생절차와는 독립해 우선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우선수익권은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4다765 판결,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2023-03-05 11:40:2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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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7>챗GPT와 와인을 즐기는 법…그래도 건배는 사람과

영국의 수제 맥주업체 앳워터 브루잉(Atwater Brewing)이 '인공지능(AI) IPA'라는 새로운 맥주를 선보였다. 이슈가 된 것은 붙인 이름처럼 AI가 고안한 레시피로 만들어서다. IPA는 맥주의 한 종류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쓴 맛과 아로마의 향이 특징이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앳워터 브루잉의 사장인 케이티 맥브래디가 대표 AI 채팅로봇(챗봇)인 챗GPT에게 "IPA 레시피를 써줘(write me an IPA recipe)"라고 했더니 미국산 홉에 유럽산 홉까지 섞어 알코올 도수 6.9%의 IPA를 만들어냈다. 집에서나 만들 양이길래 양조 시스템에 맞게 레시피를 20배럴로 확장해 달라고 했고, 실제 맥주 생산까지 이어졌다. 맥주보다 수십 배는 더 복잡하겠지만 AI가 양조한 와인을 맛볼 날도 멀지 않았을 터. 오늘의 와인 테이블에 같이 앉을 이는 바로 챗GPT다. 다음은 챗GPT와의 대화다. 일부 요약이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먼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데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안녕! 반가워요. 나는 AI 모델이라 와인과 그에 관한 주제들에 대해 지식이 있어요. 당신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해볼테니 자유롭게 물어봐요." 당신이 만든 IPA 레시피를 봤어요. 와인 레시피도 줄 수 있나요. 카버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인데 과실향이 풍부하면 좋겠고, 스테이크와 잘 어울려야 해요. "난 AI라 와인 레시피를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카버네 소비뇽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대략적인 방법은 알려줄 수 있어요. 이것을 활용해 당신의 취향에 맞게 활용해봐요. 와인은 최종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아주 많아요. 당신이 원하는 와인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연구과 실험이에요." 한국에서 유명한 와인인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이 어떤 맛인지 알려줘요. "빈티지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풀바디 와인으로 잘 익은 검은 과실과 바닐라, 오크향도 느낄 수 있어요. 타닌은 단단하지만 산도가 받쳐줘서 균형감이 좋다고 느낄거에요. 붉은 육류와 스튜, 진한 치즈 등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울려요." 마음에 드는 와인이네요. 비슷한 와인 3가지만 추천해 주세요. "당연하죠. 카테나 자파타 카버네 소비뇽과 베린저 나이츠밸리 카버네 소비뇽,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이에요."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당신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은 뭐에요. "첫번째는 와인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두번째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차이점. 세번째는 와인과어울리는 음식에 대해 물었어요. " 대화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AI로 로망을 실현할 시간이다. 몸은 주방에서 아이가 깰세라 숨죽여 마시는 와인 한 잔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프랑스의 샹파뉴다. 그러니 AI에게 첫번째 부탁할 그림은 프랑스 샹파뉴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아름다운 여성. 화풍은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로 주문했다. 다음은 과거로 돌아가 와인 한 잔이 가장 절실했던 순간을 재현해달라고 했다. 힘겹게 사막마라톤의 결승 지점에 골인한 후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여성 마라토너다. 지구 반 바퀴는 돌아 참가했던 그 순간 와인 한 잔만 있었다면 모든 피로가 사라졌을텐데 말이다.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와인 라벨 붙이기가 가능할 때를 대비해 팝아트 스타일로 그림을 완성했다. 마무리는 별이 빛나는 밤, 별처럼 빛나는 샴페인 한 잔이다. 당연히 화풍은 빈센트 반 고흐다.

2023-03-02 15:29:2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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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지초난초 향기 되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마음의 온도"만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도 크게 달라진다. 어릴 적 읽은 동화 '빨강머리 앤'에는 도시로 진학하는 고아 앤에게 사려 깊은 양모는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라"고 당부한다. 잘못된 만남을 갖다보면 정작 큰 인연이 올 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충고다. 착한 심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면 타락한 인생항로를 가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 오늘날 선악이 뒤바뀌는 패거리 행각이 판치는 사회에서 잘못 하다가는 커넥션에 갇혀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실제 상황으로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불가에서는 인생을 당당하게 항해하는 자세를 간단명료하게 설파한다. "어질고 착한 행동을 하며 바르고 굳센 동무를 만나 짝하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편안하고 즐거울 게다.(若得賢能伴 俱行行善悍, 能伏諸所聞 至到不失意. 법구경. 제23 象唯品. 328)고 하였다. 그러면서 "함께 어울려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차라리 혼자서 선을 행하라, 놀란 코끼리가 제 몸을 보호하듯 홀로 악을 피해가라."(寧獨行爲善 不與愚爲侶 獨而不爲惡 如象驚自護(위. 330)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신뢰해주는 벗을 만나 같이 길을 걸으면 커다란 행운이다. 신실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홀로 가야지 아무하고나 동무하다가는 피곤해진다는 경고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 주지 말라. 그 놈들이 그것을 밟고 돌아서서 너희에게 덤벼들까 두렵다."(마태복음, 7장 6)고 경고하였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베풀려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을까? 아니면 따뜻한 정을 받고도 덤벼드는 '개'에게 잘못이 있을까? 가까이 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들고 멀리하면 원한을 사면서 시시각각 변해하는 무항배(無恒輩)와 같이 놀다가는 생각지 못한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미련한 자의 귀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가 너의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뿐이다."(잠언, 23장 9절)라는 성경 구절에 있다. 자신을 신뢰하는 이에게 보답하고 조그맣더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수차례 반복하여 강조하는 바와 같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단장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史記, 刺客列傳, 豫讓)."고 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보살펴준 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 끝까지 헌신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때는 이해관계를 따지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으면 이 세상 명리를 뿌리치고 순결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바로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겠는가? 선악과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세태에서 참된 사람을 만나 신뢰하고 존경할 기회를 쥐게 되면 정녕 행운이다. 반대로 욕심과 시기심 많은 자에게 함부로 마음을 열다가는 상처를 입기 쉽다."마음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따뜻한 봄바람처럼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念頭寬厚的 如春風煦育 萬物遭之而生. 채근담 4부)고 하였다. 반대로 질투가 많고 인정이 없는 사람은 북녘 땅 차가운 눈처럼 만물을 얼어붙게 만든다.(念頭忌刻的 如朔雪陰凝 萬物 遭之而死)"고 하였다. 세상은 베풀 줄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점점 발전해 간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좋은 벗을 만나려면 자신부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초봄에 "내가 알아주는 사람이 나를 알아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내가 알아주면, 지초난초 향기 되어 멀리 멀리 퍼지기를!

2023-03-02 12:02: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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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실효성 없는 김영란법 이참에 없애자

얼마전 한 기업체 홍보 담당자와 만났더니 "시행 초반에야 시범 케이스로 걸릴까 봐 다들 조심했지만 솔직히 요즘 누가 3만원 따지면서 밥을 먹느냐"며 "밥값이 3만원 넘으면 식사 인원을 부풀리는 식으로 꼼수를 동원한 지 오래됐다"고 털어놨다. 서울 시내 음식점 사장님도 "식재료값과 인건비가 폭등해 음식값도 많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거기에 따라가는 맥주나 소주 같은 음료값을 고려하면 1인당 3만원은 지켜질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물가는 오르는데 법은 그대로인 탓에 식사비 한도를 어기는 경우가 많고, '요즘 누가 경조사비를 5만원만 내느냐'는 푸념도 쏟아진다. 명절이면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김영란법'이 동원되는 것도 기형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최근 정부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식사비 기준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기준이 조정된 적이 있었으나 식사비는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안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대상자들에 대해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사비 외에는 축의금과 조의금이 5만원, 화환과 조화가 10만원, 선물은 5만원 등으로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농수산물 선물은 2017년 개정을 통해 10만원으로 예외를 뒀다. 또 2020년과 2021년에는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만 농수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20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영란법'의 도입 목적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제1조)였지만 법의 파급 효과가 공직자·공직기관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전 국민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았다. 불필요한 접대문화, 인식개선, 기업의 접대비 지출 감소 등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법망을 피하는 수법이 진화하는 등 편법과 꼼수가 만연해 실효성 없는 법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않다. 큰 도둑은 못잡기에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보장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당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현직 검사와 박영수 특검 사건,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251만여 명에 이르지만 2021년 제재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321명에 불과했다. 위반 신고 건수도 2018년 4386건에서 2020년 이후 연간 1000건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영란법'을 유지하면 물가 상승으로 식사비가 오를 때마다 정부가 식사비 기준을 변경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청탁과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뇌물죄로 처벌해 부정부패를 막자는 법의 취지는 살리고, 실효성 떨어진 '김영란법'은 이참에 없애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홍식 작가의 '자존감 산문집'에 나오는 "필요없는 담은 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세워져 있는 담이 필요 없을 때는 빨리 허무는 것이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비결"이라는 글귀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2023-03-02 08:09:4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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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집값의 정상화는 무슨 뜻일까

A와 B는 친구 사이였다. 둘의 경제적 형편은 시작부터 사뭇 달랐다. 평범한 직장인인 A는 취직, 결혼과 동시에 대출을 받아서 서울 변두리에 3억원 짜리 낡은 아파트를 간신히 마련했다. 그에 반해 B는 적잖은 규모의 자영업을 운영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도움도 받아서 강남의 아파트를 10억원에 마련했다.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불과 수년, 대통령의 임기가 한번 남짓 지날 만한 기간의 이야기이다. 출발점이 엄연히 달랐지만 친구 사이에 위화감은 크지 않았다. 둘 다 아직 젊었고 시작이 어떠했든 남은 생을 살아갈 방향성이 중요했기에 당연히 서로의 차이를 인정했다. 문제는 그 직후에 닥쳐온 집값 폭등 시기였다. 불과 몇 달 사이 거래가 절멸했고 수요는 과장되었다. 그 후 연달아 다른 법안이 발표되었고 세상이 달라졌다. A의 낡은 3억짜리 아파트는 짧은 기간 동안 12억이 되었다. 그에 반해 각종 규제의 표적이 되었던 강남의 10억짜리 집은 최고가 24억을 찍었다. 상승률은 달라도 싼집과 비싼집이 동시에 오르자 두 친구의 상대적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3억과 10억의 차이는 컸었다. 그러나 12억과 24억의 차이는 두 배의 차이임에도 묘하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A에게 그 12억짜리 집은 그가 가진 전부였고 그마저도 아직 대출금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집값이 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 즈음 분기별로 발표되는 '평균 상승율'을 비웃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내 주변의 모든 단지 모든 아파트가 '평균'을 뛰어넘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세금을 올리던 정부조차 예뻐 보이는 나날이었다. A의 자부심도 매일 최고점을 경신해 갔다. 그들 사이에 당초 존재했던 경제적 차이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그러나 파티는 길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더 많이, 더 나중에 오른 곳일수록 그 하락이 가팔랐다. 한바탕 시장이 곤두박질 친 뒤 A의 집값은 실거래가 5억원대까지 내려갔다. 물론 당초 매입가격을 고려하면 A는 여전히 큰 이득을 본 셈이다. 그 기간에 어느 예금상품이 안정적으로 연 10%의 복리이자를 지급했겠는가? 만일 A가 여전히 무주택자였다면 그 조차도 요원했을 것이나 그의 열패감은 무주택자들보다 심각했다. 같은 기간에 역시 하락한 B의 강남 집값은 20억 안팎이었다. 그 둘의 격차는 과거에 각각 3억과 10억이었을 때보다 더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불과 몇 년의 비정상적인 시간 동안 A와 B는 서로의 차이를 잠시 잊었던 것이다. 오히려 B는 상대적으로 편했다. 그에게는 강남 아파트만이 자산의 전부가 아니었을 뿐더러 집값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에도 보유세에 대한 부담이 늘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A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삶의 어느 지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친구인 A도, 과거의 정부도, 지금의 정부도, 그 때나 지금이나 힘든 무주택자들까지도 모두 적으로 느껴졌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사회적 분노가 퍼졌다. A가 다시금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짧은 환상이 깨진 후 찾아온 박탈감을 떨쳐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오랜 세월 이어지는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였다면, 짧은 부동산 폭등기는 그 한복판에 높게 솟은 낙타의 혹과도 같다. 시장을 넓게 멀리 볼수록 그 낙타의 혹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언제나 단기간의 등락에 연연한다. 그 혹의 꼭대기를 정상가격로 기억하고 있는 한 스스로의 자산 관리에서도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양극화가 없었던 시대가 있었던가? 경제적 계층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현실이고 모두를 위해서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집값의 정상화를 기다린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화는 정상(正常)일까? 혹은 정상(頂上)일까?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3-01 10:38:15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