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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산다] '더치페이' 문화에 대하여

며칠전 친구 둘과 만나 한참동안 얘기를 풀었다. 처음엔 그저그런, 아주 일상적인 얘기중에 친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온라인에 등장한 '집들이'에 대한 얘기다. 친구들과 만나기전 뉴스를 접하고 의아하기는 했다. 내용은 그랬다. 직장동료 여럿이 갓 이사한 동료 집에 초대받아 선물을 사 들고 놀러갔다. 동료들은 집들이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야기를 했고 집주인이 음식과 술을 주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당일 먹게 되는 음식값, 집주인과 초대받은 사람은 음식값을 더치페이하기로 했다. 막상 그렇게 하고보니 초대받은 사람은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누리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집들이 선물도 더치페이하자고 해라" 등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도 한참동안 설전이 오갔다. 중년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들로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놀란 것도 있다. 요즈음 사라진 것이 집들이다. 신혼을 시작하면서 누구나 당연히 집들이를 하고 아이들 돌잔치도 했다. 그런날이면 아내들은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치레에 고역을 치렀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 집들이라는 것이 사라져갔다. 그런 건 아예 찾아볼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우린 "더치페이가 어떠니하는 것은 차치하고 집들이라는 걸 하는 너희들이 부럽다"는 것으로 결론났다. 세상살이가 바쁘고 동료들과는 파편화된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집들이하자고 집에 초대한 것만으로도 점수를 더 주자는 것이었다. 얘기하다보니 애초 들었던 생각과는 꽤 달라진 셈이다. 살면서 우리는 대체로 더치페이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더치페이가 일상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더치페이는 잘 하지 않는다. 밥먹자고 부르면 부른 사람이 내는 편이다. 더치페이란 2명 이상이 모일 때, 그 비용을 한 사람이 한꺼번에 계산하지 않고 n분의 1로 돈을 치르는 방식이다. 이것 때문에 갈등도 있다는 얘기가 없지는 않다. 문화가 달라지고 달라진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누리꾼들의 분분한 의견도 한참동안 진행될 듯 하다. 더치페이를 도와주는 앱이 많으니 달라지는 문화에 따라 기술도 발전해 여전히 신기할 따름이다. 예전에 나는 더치페이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이 얘길 들으면 젊은이라도 경악할 듯 하다. 그리고 그건 아니라고 하지 않을까. 20여년 전 일본 도쿄 출장길에서다. 저녁무렵 우리 일행은 고기를 구워먹는 집에 들렀다. 옆자리에는 우리보다 너댓살 정도 적어보이는 일본인 넷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린 내내 옆자리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는 불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평평한 불판 대신 옆자리는 네 구간으로 구분된 불판을 쓰고 있었다. 각 구간에 굽는 고기도 달랐다. 시켜놓은 술, 음료도 다르고 나중에 계산서도 각자에게 주어졌다. 거기서 들은 얘기로는 일본에는 더치페이가 아주 일상이어서 식당에서도 한 자리에서 불판을 같이 쓰지만 주문음식이 다르고 계산도 각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서로다른 구간으로 절대 젓가락이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당시 더치페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눈으로 실제 목격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불판까지 구간을 나눌 정도로 철저한 일본인의 더치페이 정신이라고 해야 될까. 암튼 달라지는 세상을 새삼 실감한다. 우리도 이런 일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걸 다른 이들도 알았으면 한다. 아직 어떻게 적응해야할 지 몰라서….

2023-03-21 09:25:03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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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ChatGPT'와 저작권 문제, 선제적 입법 필요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인공지능 챗봇 'ChatGPT'가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ChatGPT를 사용해 본 후 예상을 뛰어넘는 답변 수준에 인류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그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ChatGPT는 'GPT'라는 사전학습 언어모델(Pretrained Language Model)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챗봇으로, ChatGPT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방법과 내용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학습한다. 그리고 이러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ChatGPT는 사람의 사고에 근접해 간다. 사람을 닮아가는 ChatGPT는 새롭고 다양하며 복잡한 여러 법률적 이슈를 발생시킨다. 콘텐츠 산업과 관련해서는 대표적으로 '저작권'에 관해서만 살펴보더라도 ① '학습'의 단계(온라인상의 정보수집 등), ② '대화'의 단계(ChatGPT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 또는 창작물 등), ③ '활용'의 단계(ChatGPT에 의해 창작된 결과물의 활용, 저작권 귀속 등) 등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여러 쟁점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ChatGPT 현황과 저작권 이슈'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해당 보고서에서는 ChatGPT와 관련해 ▲ChatGPT 생성물 저작물성 ▲학습자료 이용의 저작권 문제 ▲CCL(Creative Commons License)과 오픈소스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다. ChatGPT와 관련해 저작권법의 관점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ChatGPT가 생성한 결과물(채팅 로그)이 인간의 창작물과 유사한 경우(예컨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만들어 낸 시나 소설 등)에 이를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으로는 ChatGPT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서 저작물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특정 알고리즘'에 기초해 산출해 낸 결과물을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저작물로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질문자 또는 개발자가 ChatGPT라는 도구를 사용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므로 인간의 창작물이라는 주장도 가능하겠지만,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해 낸 결과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다음으로, ChatGPT에 의한 저작권 침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ChatGPT는 기존에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여러 정보나 수많은 이용자(user)가 입력하는 정보를 데이터마이닝 등의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므로, ChatGPT가 생성해 낸 결과물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과 동일·유사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기존 저작물을 침해하는 결과물을 ChatGPT가 생성하고 이용자가 이를 복제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어떤 작가가 오래 전에 발표한 단편소설이 있는데, ChatGPT가 그와 매우 유사한 단편소설을 생성해 그것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경우 저작자의 입장에서 누구를 상대로, 어떠한 청구를 할 것인지 등이 고민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ChatGPT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욱 크게 또한 자주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ChatGPT의 알고리즘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장치를 추가하는 등 기술적으로도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정책이나 입법의 측면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3-03-19 11:41:2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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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9>폼마디, 사우비…'더 글로리' 시즌2 와인

<190>드라마 속 와인 '더 글로리' 시즌2 "'폼..마디?' 뭐야, X. '사우...비' X발, 읽지도 못하겠네. 뭐가 제일 비싼거야? 싼 거 먹으면 XX 억울한데."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에서 하도영의 '100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법'이 회자됐다면 시즌2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손명오의 와인 이름 읽기가 압권이었다. 손명오는 문동은에게 지옥을 안겨준 가해자 중 한 명이다. 다른 가해자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금수저들에게 기생하는 흙수저 가해자다. 금수저들을 협박해 한 몫 단단히 챙길 궁리를 하면서 자기가 모시던 전재준의 와인셀러도 탐하지만 잘 모르면 골라마시기도 어려운게 바로 와인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손명오가 폼마디라고 읽은 전재준의 와인 첫번째는 포마르(Pommard)다. 프랑스어는 마지막 자음은 보통 발음하지 않다보니 그렇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으로 포마르는 와인이 생산된 마을 이름이다. 생산자는 루이자도, 뽀마르 마을에서도 클로 드 라 꼬마렌이라는 포도밭에서 자란 피노누아 품종 100%로 만들었다. 그랑 크뤼가 아닌 프리미에르 크뤼급으로 10만원대. '사우비'는 포도 품종 'Sauvignon'을 잘못 읽은 것. 와인에 따라 라벨에 품종이름이 가장 크게 써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사우비는 철자 소리대로 읽었지만 'gnon'은 그렇게라도 하기 어려웠다. 사우비는 레드와인에 쓰이는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있지만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전재준이 시즌1에서도 그렇고 마시는 모든 와인이었으니 카버네 소비뇽일 가능성이 높다. 전재준의 마지막 와인은 칠레 와인 알마비바다. 손명오가 와인병을 꺼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정체를 알 수 없어 한숨만 쉬고 내려놓은 그 와인이다. 알마비바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유명한 와인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프랑스 와인명가 바론 필립 드 로칠드와 칠레 최대 와이너리인 콘차이토로가 손을 잡아 보르도 스타일로 만든 와인이다. 1998년 첫 출시와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3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와인이다. 손명오가 찾던 가장 비싼 와인은 알마비바인 셈. 그러나 손명오의 선택은 답답한 긴 한숨과 함께 '와인은 포기'였다. "그래. 모를 때는 안전빵이지. " 그나마 알고 있던 비싼 위스키 로얄살루트는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무기가 되었다. 그립감이 덜 좋은 와인을 택했다면 드라마의 방향이 달라졌으려나. 시즌1과 2를 총체적으로 보면 전재준은 와인에 대해서만큼은 국가와 품종, 그리고 가격까지 개의치 않는 개방적인 와인애호가다. 금수저 화가 이사라의 와인 취향은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다. 마시는 장면도 없이 한쪽 구석 탁자 위에 올려진 와인병만으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와인병에 화려하게 그려진 아네모네 꽃 디자인 덕분이다. 프랑스 샹파뉴에서 샤르도네 50%에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 등을 섞어 만들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향에 생기있는 산미와 부드러운 기포로 음식과 함께 마시가도 좋은 와인이다.

2023-03-16 13:42:2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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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균형 맞춘 관치와 내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NH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곳의 차기 회장이 바뀌었다. 관치(官治)와 내치(內治) 진영이 각각 2곳으로 균형을 이뤘다. 최근 전직 고위 금융인을 만나 지주 회장 선임 결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뜸 이번 정부는 소유분산기업(사실상 주인이 없는)의 회장이 우호세력을 주변에 두고 여러 번 연임하는 행태를 달갑지 않아한다고 했다. 관료 출신이 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배경에 대해 묻자 '쿠데타를 제외하고, 반란군이 관군(官軍)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짜여진 판이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4월에 출간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를 읽어봤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의 '경제 선생님'인 그 책의 저자들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설명과 함께.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시스템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이었다.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김낙회 전 관세청장,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당시 농협대 총장) 등 관료출신이 함께 집필했다.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의 발전적 방향과 과제, 그리고 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그가 주목하라고 한 저자 가운데 적어도 3명의 명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뀌었다. 최상목 전 기재부 제1차관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다. 이석준 전 기재부 제2차관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이번달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취임한다. 모두 음으로 양으로 윤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책 출간 당시 그들은 새 대통령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유했지만 사실상 보수 정권의 출범을 도왔다. 아슬아슬한 승부였지만 보수쪽이 정권을 잡았고, 책을 쓴 저자들이 부각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책을 쓸 때부터 정권 교체를 예언했는 지 모른다. 그리고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와 맞물려 그 자리를 눈여겨 봤을 터. 관직보다 금융지주 CEO를 픽한 것은 신의 한수다. 임기가 다가온 4개 금융지주사의 CEO를 관료출신이 모두 차지하면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 자명했다. 모든 금융지주사의 연임을 저지하고, 적당히 2곳의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2곳은 내부 출신이 맡았다. 지주 회장 교체에 대한 복선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깔렸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CEO 선임 시에는 이사회 절차 자체의 투명성 내지 합리성, 후임자 물색 과정 등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주사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미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작년 12월 "무조건 관치는 나쁘고 외압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관치와 외압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주사 회장 선임 과정의 '관치논란'에 대한 답변이었고, 이는 관료 출신 금융지주사 회장이 탄생할 것이란 예고편으로 다가왔다. 4곳의 금융지주사 CEO가 내치와 관치, 2대(신한·BNK금융) 2(농협·우리금융)로 균형을 맞추면서 그들의 향후 행보가 중요해졌다. 내부출신, 외부출신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유지하면서 조직을 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실력과 리더십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게 분명하다. 과연 '관치'가 나쁘기만 한 것인 지, 때론 조직을 쇄신하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순기능을 하는 지. 결과에 따라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운다. 과연 이 승부에서 관치와 내치 가운데 누가 이길까.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03-16 06:30:1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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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약삭빠르게 나아가면 그 무너짐도 빠르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는다.(프란체스코 교황)"고 하였다. 책임이 큰 위치에 있을수록 언행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욕심 많은 어릿광대가 노력 없이 어쩌다 분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면 책임감보다 저 혼자 잘난 채 으스대며 조직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다가 그 자신도 어느 사이에 망가지기 쉽다. 됨됨이를 갖추지 못한 인사가 우연치 않게 남다른 힘을 얻으면 마치 메뚜기가 풀잎 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우쭐거리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아는 것이 쪼끔 있다고 스스로 높아지고 교만해져 말장난을 일삼다보면 "장님이 촛불을 들고 남을 비추려들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밝지 못하다"는 격이다. 자신을 위해서 세상이 있다는 확증편향심리에 빠져들면 조직과 사회의 짐이 되고 결국에는 본인도 비극을 맞이하는 경로를 밟는다. 그래서 "약삭빠르게 나아가면 그 무너짐도 빠르다(其進銳者 其退速. 맹자, 盡心章句上 44)"고 경계하였다. 일시적 승리에 지나친 욕심을 내다가는 어느새 기운이 쇠잔해져 눈앞에 패망이 보인다는 뜻이다. 감독이 경기흐름과 선수들의 특기를 조화시키려들기보다 저만 돋보이고 저 자신을 위한 경기를 이끌려는 오만에 빠진다면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인재"라는 평을 받던 인사의 '헤아리지 못할 돌출행동과 입 놀림"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팀의 승리에 앞서 혼란스러운 언어의 유회를 남발하다보니, 오죽하면 대표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간과 쓸개까지 빼냈다."며 기진맥진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검불보다 가벼운 입으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면 관전자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공생의 길을 찾아야 같이 사는데 혼자서만 살려다보면 저 먼저 죽는 것이 세상 이치다. 허황된 영광에 사로잡히기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떳떳한 삶의 궤적이 뒷받침 되어야 좋은 마무리가 가능해지는 바람직한 인생이다. 초년 입신양명에 우쭐해져 정신이 혼미해지다보면 희한에 찬 말로가 기다린다. 이른 출세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됨됨이가 따라가지 못하면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이웃과 사회에 피해를 주고 스스로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식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그 귀한 자식에게 출세를 부추기기에 앞서 사람 됨됨이부터 가르치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하찮은 인품에 탐욕에 가득 찬 심성을 가진 인사가 허명을 얻게 되면 인간다운 시각을 가지기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기'처럼 어려워진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무지렁이들이 따로 있다는 편견에 빠진 인사가 중책을 맡은 조직이나 사회가 어찌 온전할 수 있을까? 어릴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간난신고를 겪어봐야 비로소 세상이치를 제대로 터득할 수 있다는 뜻이렷다.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고 힘을 쥘수록 더 크게 쥐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이것저것 다 잃기 마련이다. 일찍 출세하면 만년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가 드물다(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경구가 생긴 까닭 아닐까?

2023-03-15 09:25: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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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투기'란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차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투자규제가 풀린 지역의 급매물을 위주로 조금씩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기세력의 시장교란 우려도 다시 제기하고 있다. 하락장이든 저점예측이든 투기세력이든 늘상 듣던 말이지만 새삼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투기는 무엇이고 투자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투기에 대한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명확하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하는 표준 국어대사전도 마찬가지다. 사전상의 의미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라고 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투기'라는 단어의 부정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기회를 틈타 이익을 보려는 행위' 자체가 부정된다면 애초에 우리 경제는 존립할 수가 없다. 이에 반해 '투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짧은 정의로는 근본적인 의문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스크(Risk)의 존재 여부, 그 크기 정도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투자'의 종류는 이렇다. 전통적으로는 주식이나 채권이 있고, 대체투자로는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사적, 공적 자산이 주를 이룬다. 은행예금 등은 투자도 투기도 아니다. 이유는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든 투기든 리스크를 안고 있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에 그중 리스크가 큰 것만 투기라고 부르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외국에서는 투기라는 단어를 한국과 똑같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투기의 사전상의 의미에 누구보다 충실해 온 그랜트 카돈, 워렌 버핏 등을 투기꾼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투기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굳이 투자(Investment)와 구분해서 Speculation이라고 쓴다. 이 단어는 '본다, 관찰한다, 착시한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Speculatio에 유래하며, 스콜라 철학에서는 어원을 거울(Speculum)과 결부 지어서 거울에 반영된 모습, 즉 결과에서 실물, 현물이나 원인을 파악한다는 추론의 의미로 이해했다고 한다. 즉 일종의 가능성을 선취해서 그 진위를 추론한다는 도박적인 요소를 내포하지만, 이는 많은 성공적인 자산가들이 투자의 동기로도 삼아온 하나의 공격적인 투자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투기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자들을 곱지 않게 보며, 각종 징벌적 규제를 가해 왔는가. 아마 투자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까지의 이익배분과 그 국민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그 정책실패를 전가하는 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사행적 투자의 실패는 그저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지면 그만일 따름인데 말이다. 투기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고, 필자 또한 투기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추구하는 그 최소한의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본다. 투기: 국민의 기초 생활에 밀접하여 원활하고 고른 공급이 필요한 분야에, 투자자 본인의 실용성에 큰 관계가 없음에도 단기간의 큰 수익만을 얻고자 확실치 않은 정보 또는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에 기대어,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현상을 초래하고, 스스로도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내하는 도박성 행위. 부동산 하락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기회는 하락장에서 더 많이 있었다. 투기라는 말에 지나치게 위축되어 왔다면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을 리도 없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3-15 09:21:1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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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 변호사의 생활 법률] 애한테 달려드는 개 때리면 형사처벌 되나요

2022년 6월. 6세 아이에게 개가 달려들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개를 때린 아이 아빠 A씨가 견주로부터 동물보호법위반 등으로 고소를 당한 일이 있었다. 아이가 개의 공격으로 다치거나 큰 화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개를 때렸다는 이유로 A씨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까? 반려견은 동물이지만 법적 지위는 물건이다. '형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고, 제366조에서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바, 따라서 고의로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재물손괴, 동물보호법위반 등 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을 다치게 했다고 곧바로 범죄가 성립해 처벌받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가 긴급피난, 정당방위 등의 요건을 갖추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위난을 피할 다른 수단이 있거나 적절한 방법이 있었다면 과잉피난 행위가 돼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법은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정황 등을 고려해 사람을 공격하는 개를 다치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개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람을 구할 다른 수단이 없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면 긴급피난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약 그러하지 않고도 개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과잉피난 행위가 돼 재물손괴, 동물보호법위반 등 죄가 성립하고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긴급피난이 성립되는 정황이란 무엇인가? 첫째,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는가'이다. 피해자가 노약자인지, 사고 발생 시간대가 밤이었는지 등이 일응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개가 사나운 것으로 알려진 맹견에 해당한다거나 몸집이 크거나 공격 태세가 위협적이었느냐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공격이 있었고 개를 해해야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난폭한 개가 달려들었다 해도 공격이 끝난 상황에서 해하는 경우 보복으로 평가되고 긴급피난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위 사안에서 경찰은 CCTV를 확인한 후 A씨의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보고 사건을 그대로 종결했다. 개물림 사고에 견주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견주는 형법상 과실치상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민법 제759조에 따라 동물 점유자로 반려견이 사람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2023-03-14 14:18:1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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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공유공간·숙박업창업 인허가 규정 개선해야

요즘 여행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편 소비가 마스크 해제와 동시에 보복소비형태로 폭팔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일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해외여행상품들이 대박이라는 기사가 즐비하고, 제주도 항공권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전반적 경기상황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심각할 정도로 어렵다. 소상공인들의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선 아직 70%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매출대비 세금과 공과금, 원부재료비율은 오히려 크게 올라 현실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낮아져 있다. 유독 여행관련 업종들의 호황현상은 소위 그동안 사회적으로 억눌렸던 여행욕구심리가 각종 규제가 간소화되면서 폭팔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여행이 크게 증가한 원인으로는 코로나 이후 증가했던 골프인구와 비례한다. 각종 골프 비용의 급격한 상승에 오히려 해외에서 골프도 치고 여행도 하는 비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스스로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소위 그로 인한 골프인구의 해외유출은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가격,서비스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제는 제도적 불합리함을 개선하고 정비할 시간이다. 일례로 소위 유명하다는 관광지나 지역내 숙박,식당등 이용금액의 바가지는 매년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 백종원씨가 고향지역내 전통시장과 관공서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를 탑재해서 명소로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필자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보니 해당시장을 방문.여러가지를 점검했으나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고객중심이 아닌 상인,지역중심으로 서비스와 품질이 너무 아쉽게 운영되는 실정을 확인했다. 결국 휴업을 하고 새롭게 준비한다고 한다. 예견되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얼마전 동해시에서 불법숙박업소를 단속한 기사를 접했다. 동해시는 지자체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었고 서울에서 두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한 KTX 묵호역이 있으므로 급격히 선호하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만큼 잘 준비하고 노력의 결과라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허가규정에 대한 미비로 통속적 숙박시설을 그것도 바가지요금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곧 타 지역과 같은 흘러가는 지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우려된다.관광객들이 숙소가 불편하면 당연히 인근지역으로 올겨간다. 소위 공유공간 아이템인 에어비앤비의 미신고 운영 업소에 대한 규제내용이다. 물론 불법을 용인하고 조장해서는 안 된다. 반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나 제도를 무시하는 행정으로 선량한 시민을 불법적 운영의 범법자로 만들고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공유숙박업소는 숙박과 임대로 구분되고있다. 숙박은 침구류의 제공과 세탁지원,수건과 삼푸등을 제공하며 하루이상 장소공유를 의미하고, 임대는 관련한 내용을 제공치 않고 일주일 이상 단순 공간 임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 규정 또한 애매하다. 확실한 구분의 근거가 부족하다. 문제가 되었던 에어비앤비는 이미 많은 창업자들이 공유공간 임대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새로운 창업의 형태다. 법적인 허점과 행정 편의주의가 그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에어비앤비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민박업이나 한옥체험업, 외국인 도시민박업으로 허가를 득할 수 있다. 다양한 행정편의적 규정과 시설, 지역으로 국한하기 때문에 누구나 공간의 활용한 인허가를 받기는 쉽지않다. 이제는 여행 자유화와 함께 상춘객들이 전국을 누빌 것이다. 이러한 시기엔 또한 바가지요금과 숙박비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할 것은 자명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숙소는 소위 여관과 모델로 치부되는 전통적 시설보다 특색있고 자유로운 공간을 선호하고 선택하기에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업소가 성장하고 있다. 그러한 환경을 고려하여 관련된 인허가 사항과 규정을 수정하고 합법적으로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정부나 관련 단체 공무원들이 할 일이다. 그저 옛날 잣대로 흑백논리만으로 규정만 운운하면 오히려 관련 지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요인일 뿐임을 관련 공무원들은 자각하기 바란다.

2023-03-13 14:15:23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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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누구를 위한 양곡관리법인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오는 23일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7일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전제된 입법을 할 수 없다면서 여야 합의 이후 표결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한 번 더 여야가 협상을 하고,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추후 열리는 첫번째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수정 제안을 받아 정부의 쌀 의무매입 재량권을 확대한 수정안이었다. 당초 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 전년 대비 쌀값 하락이 5% 이상일 경우 의무매입토록 했으나, 수정안은 초과 생산량은 3~5%로, 가격 하락 폭은 5~8%로 의무매입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쌀 의무매입 재량권을 넓혀준 것이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법안의 골자인 쌀 의무매입이 그대로 들어간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법안을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는 정부의 의무매입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쌀 값 하락의 근본 문제가 공급 과잉인데, 의무매입은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농가에서도 쌀 공급이 증가해 쌀 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정부가 매입해주니 벼 농사를 줄일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쌀 의무매입 제도화는 본질적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3월 본회의까지 계속 협의해보고 처리가 되면 별도의 장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시 오히려 쌀 과잉 규모가 증가하면서 쌀 가격은 떨어지고, 2030년 의무매입 비용은 1조4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바 있다. 지금도 매년 쌀 수급관리에 드는 예산이 1조303억원 규모로 지난해 농업예산의 약 6.1%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쌀 수급 관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쌀 적정 생산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전략작물 직불금 1121억원을 주력으로 지자체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벼 재배면적을 전년 대비 3만7000헥타르(ha) 줄인 69만헥타르 수준으로 감축키로 했다. 이를 달성할 경우 수확기 산지 쌀값은 약 5% 오르고, 격리 비용은 4400억원 절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콩이나 하계조사료 등 타작물과 가공용 가루쌀 생산을 확대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양곡관리법을 도입해 쌀 의무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쌀 수급 안정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쌀 의무매입이 제도화하면 수혜자는 벼 농가인데, 농민단체들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농민단체는 "막대한 돈을 투입해도 쌀 값이 하락한다면 예산운용 효용성을 고려해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쌀 시장격리 비용을 차라리 타 작물 육성을 위한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쌀 수급안정 정책의 공과는 정부 몫이다. 법안이 정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며 오히려 쌀 수급 정책을 망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법안의 효용 가치가 없다는 근거들이 나온 상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2023-03-13 13:24:39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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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챗gpt도 아는 저출산 해법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복잡하고 만병통치약이 없다." 요즘 유행한다는 챗gpt에 '한국의 저출산에 대한 해법이 있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다정하게도 챗gpt는 여기서 답변을 끝내지 않았다. "더 많은 출산을 장려하고 보다 가족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위해 정부와 사회 전체가 취할 수 있는 몇가지 조치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은 '몇가지 조치'로 ▲재정적 인센티브 확대 ▲유연 근무 제도 및 일·삶의 균형 확립 ▲보육 지원 개선 ▲가족 친화적 문화 조성 ▲저렴한 주택 공급 및 주거 비용 완화 등을 제시했다.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부부가 최소한 2명 이상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거나 늘어난다. 우린 그 3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2021년 당시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를 기록한 한국은 1년 사이 더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됐다. 소위 선진국에 속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때 저출산·고령화의 상징으로 꼽혔던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아기 울음 소리가 적게 난다.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 아이를 왜 낳지 않을까. 낳은 아이를 기르는 것이 왜 힘들까. 챗gpt에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한국 정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자녀를 갖도록 장려하기위해 재정적 인센티브 및 보육 지원 확대와 같은 몇가지 정책을 폈지만 이런 노력으로는 저출산 추세를 역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와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갖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면서 공무원이 저출산 해결책을 찾는 어떤 토론장에서나 했을 법한 뻔한 이야기를 꺼냈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이나 AI나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은 여기까지일 것이다.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탁월한 해결책을 제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테니 말이다. AI가 사람을 '디스(diss)'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의 인구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해야한다. 근본으로 돌아가 최선의 해법을 내놔야한다. 더이상 미룰 일도 아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한 시절을 풍미했었다. 깊은(?) 고민끝에 나왔을 그 문구는 이젠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 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문 대통령에게 위원회 소속 한 위원을 소개하면서 "(결혼을 안해)저출산을 담당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도 거기까지였다. 현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저출산·고령화에 관한한 제발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고민만하다 종치지말고 해법을 모를땐 AI에게라도 물어봐라.

2023-03-12 10:40:11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