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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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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결핍과 공포로부터의 자유

한국말이 국제화되어 외국사전에 새로 등재된 단어로는 내로남불(naeronambul), 갑질(gapzil), 화병(hwa-byung, 火病), 반지하(bangiha) 따위가 있다. 한국인 정서의 한 가닥을 의미하는 이 말들은 세상 어디에 내 놓더라도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내로남불 허위의식이 뿌리내리는 풍토에서 최저소득계층은 갈수록 소외되어가면서 반지하의 공포가 자라나지 않았을까? 내로남불에 더하여 편 가르기를 조장하여 저만의 이권을 챙기려는 황당무계하고 불결한 풍토에서 소위 지도층 인사들은 반지하의 아픔을 먼 나라 이야기로 외면하였을 게다. 주변에도 땀 흘리지 않고 힘을 얻은 인사들일수록 남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들기는커녕 외면하거나 비웃으며 우쭐대려 든다. 사자가 아닌 생자라면 어느 누가 축축하고 곰팡이 피어나는 어둑어둑한 반지하에서 살려할까? 지하로 몰려드는 거센 물길로 문을 열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신발만 보이는 방범창살을 뜯지 못하고 절규했을 그 모습을 상상해보자. 누구의 잘못일까? 고위인사들이 내로남불 의식에 젖어 자신은 뽐내며 남을 욕해대는 자찬훼타(自讚毁他) 포로가 되어 반지하의 비극을 외면하였기 때문 아닐까? 갈수록 극심해지는 기상이변을 생각할 때 무려 33만 가구에 달한다는 반지하세대는 언제 다시 처참한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풀뿌리 민주주의 국가라면 반지하 삶을 방치하는 일은 미필적 고의라고 생각한다. 6.25 동란 당시 북괴군이 삼팔선을 뚫고 몰려올 때, 160만 "서울시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그대로 생업에 종사하라"는 반인륜적 망령이 떠오른다. 먹고살기 어려운 농경시대에 가장의 큰 기쁨은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광경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거라고 했다. 연탄시대에 지하 1,000m나 되는 동굴로 석탄 캐러 내려가는 광부의 마음은 시냇물이 검은 빛이라 오인하는 어린자식들에게 맑은 냇물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의 삶이 안정되어야 자신을 닦고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당장 제 피붙이도 가누지 못하면서 큰일을 어찌 도모하겠는가? "백성들은 의식주가 안정되지 않으면 올곧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맹자, 양혜왕 장구상7)고 했다. 백성들을 옭아매려 들지 말고 먼저, 백성들이 제 살 방도를 찾아가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뜻이렷다. 반지하 퇴출 작전은 사회 전체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내 자식 내 부모가 반지하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물난리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해결방안이 곧바로 보일게다. 대부분 반지하 세대는 땅값 비싼 곳이 아니라 구시가지역으로 재개발이 용이한 지역에 있다. 뒤늦었지만 정부는 270만 세대 건설이라는 허울보다 거시안목으로 '반지하 세대 구하기'에 진력해야 한다. 재개발에 따른 거대이익을 누군가가 꿀꺽하다가 감방으로 가게 놔두지 말고, 지역 저소득 계층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실천의지를 결연히 다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 온) 결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와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을 33만 가구에게 되찾게 해주기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8-19 14:22: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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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1>퍼펙트 페어링

<161>영화로 맛보는 와인 ⑩퍼펙트 페어링(A Perfect Pairing) "이건 마치 소박한 산장에서 캐시미어 담요를 두르고 벽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는 맛이에요." 와인 수입업체에서 잘 나가는 롤라 앨버레즈(빅토리아 저스티스)에게 와인은 전 세계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는 매개체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가 휴가이기도 연휴가 되기도 한다. 영화 '퍼펙트 페어링'의 주인공 롤라에게 추운 겨울 몸을 녹이는 맛을 선사한 와인은 호주 야라 밸리에서 만든 쉬라즈였다. 쉬라즈는 호주 와인의 대표 선수다. 근데 고개가 꺄우뚱해진다. 보통 묵직하고 강렬한 과일 풍미를 내는 호주 쉬라즈에 대한 표현이라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이유는 생산지에 있다. 무더운 헌터 밸리도, 따뜻한 바로사 밸리도 아닌 서늘한 야라 밸리다. 야라 밸리는 멜버른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서늘해 피노누아가 잘 자라지만 쉬라즈가 여기서 자라게 되면 기존 호주 쉬라즈의 무거운 풍미와 차별되는 절제된 맛을 낼 수 있다. "체리, 라즈베리, 향신료, 담배향." 한 모금으로 와인의 본질을 꿰뚫는 셰프 해미쉬 킹. 유명세를 떨치는 셰프 앞에서도 롤라의 입담은 빛을 발한다. "전 이 레드 버건디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답니다. 따스한 가을날 디종 어딘가의 저택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죠. 이걸 마시면요." 거래를 연이어 성사시킨 롤라지만 회사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상사는 부려먹을 궁리만 하고, 동료는 롤라의 아이디어마저 가로챈다. 사표를 던지고 와인 수입사를 차리지만 주류 수입 면허가 나오는 것만도 두 달은 걸린다. 새내기 최고경영자(CEO) 롤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호주의 본 패밀리 같은 거물급 와이너리다. 무작정 호주행이 용감한 건지 미친 건지 판단이 안 선다는 롤라에게 아버지는 "용감하게 미친 짓을 하연 되는 것"이라 밀어준다. 본 패밀리 와인은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모든 와인은 유기농이며 생물 역학적이다. 화학약품은 일절 쓰지 않고, 유전자 조작도 없이 포도로만 승부한다. 이런 와인을 만드는 깐깐한 CEO에게 주류 수입 면허도 없는 롤라가 눈에 찰 리 없다. 롤라를 살린 것은 마침 부족했던 일손. 양 목장의 일꾼을 자처하고, 양떼를 몰 줄 알게 되면 와인 얘기를 해보자는 수준까지는 이끌어낸다. 와인에서 '페어링'이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을 말한다. '마리아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것이다. 음식과 와인이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것은 넘어 맛과 향을 배가시켜야 진정한 페어링,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끼리의 페어링 역시 다르지 않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정도가 아닌 서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진정한 짝꿍일 터. 몸을 사리고만 살아온 맥스 본(애덤 데모스)에게 롤라가 딱 그랬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롤라 덕에 맥스는 이제 본 패밀리 와인의 숨겨진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롤라는 본 패밀리 와인은 놓쳤지만 독특한 우루과이 와인을 들고 와인 박람회장에 당당히 하나의 부스를 차지한다. "언젠가 롤라 앨버레즈가 직접 운영하는 와인 수입사를 와인 박람회에서 보고 싶네요"라고 했던 셰프 해미쉬의 말대로 말이다.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 앞에서 어디로 데려다 줄 와인을 선택할까. 호주의 광활한 초원에 데려다 줄 시라즈, 아니면 미국 나파밸리의 찬란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카버네 소비뇽도 좋겠다.

2022-08-18 13:57: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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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고심하던 금감원은 지난 11일 결국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1심과 2심 모두 졌지만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1·2심과 하나은행의 1심 판결 내용에 일부 엇갈린 부분이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원 최종 판결을 통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관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상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의 결정은 다른 소송과 징계에도 파장을 일으킨다. 대법원이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다면 내부통제 관련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반대일 경우 금감원은 체면을 구긴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줄소송이 불가피하다. 금융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아 소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금융당국이다. 금감원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도 DLF 소송이 진행 중이다.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은 '라임펀드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지난해 3월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의 상고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의 횡령사고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CEO 등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추궁이 전혀 안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모든 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안되고 경영자들이 소극적으로 금융기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상식적으로 수긍 가능한 내용과 범위가 아니라면 금융기관 CEO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CEO를 중징계했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는 다른 생각이다. 그땐 특정 파생상품과 펀드 판매도 문제가 생기면 CEO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모펀드시장에서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음에도 손실을 물어 줘야 했다. 현재의 금감원장은 결이 다르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이 과거 금감원의 중징계가 지나쳤고, 소송전이 소모전이란 것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 DLF와 라임펀드 사태는 여러 후유증을 낳았다. 금융당국과 금융사와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국내 로펌(법무법인) 시장에 '큰 장'이 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떤 금융회사는 금융당국과의 CEO 소송비용만 100억원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소송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 명예가 걸려 있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CEO는 소송으로 버틴다. 하지만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소송 자체가 힘들다.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과 맞설 용기도 필요하다. 일부는 회사를 떠난다. 스스로 물러나거나 회사의 징계성 인사가 있어서다. 한 금융회사에서 잘 나가던 A임원은 올해 초 옷을 벗었다. 회사 CEO의 징계를 피하지 못해서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명분이 그를 옥죄었다. 결국 회사를 떠났다. 금융당국 수장의 검사와 제재 논리에 따라 여러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다. 억울할 만 하다. 과거와 현재의 금감원장을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다. 대법원의 향후 결론을 떠나 안타까운 것은 뒤엉킨 여러명의 인생까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8-18 07:30:1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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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인구절벽, 부동산의 미래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주요국들이 모두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예외인 나라가 하나 있다. 한 때 발행 화폐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과거가 무색하게 그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나라, 바로 일본이다. 현재 일본은 만성 디플레이션에 빠져 물가도 임금도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기록적인 엔화 약세까지 겹쳐서 지금 일본을 둘러싼 예측에는 공포와 절규까지 등장한다. 일본은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였던 80년대에 해외의 부동산에까지 눈을 돌려 뉴욕의 록펠러센터를 비롯한 '미국의 상징'들을 먹어치우기도 했었다. 그 후 고령화와 버블붕괴로 내리막길을 걸어서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자산을 내다파는 입장이 되었다. 엔화 가치는 최근 몇달 사이에 약 15% 하락했고, 그만큼 저렴해진 가격에 일부 외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사례도 보이지만, 이마저도 실물경제의 반등 재료로 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빈 집, 빈 가게들을 살리고자 제도 개선, 산업·관광특화 등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줄어드는 인구와 이미 황혼으로 접어든 산업구조까지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래도 이제는 세계를 선도하던 기술선진국의 위상을 내려놓고 유럽 일부 국가들처럼 특색있는 관광지 몇 개와 최소한의 먹거리만 유지해서 복지국가로 접어드는 편이 그나마 최선으로 보인다. 대한민국도 인구 재앙이 본격화되었다. 올해 대한민국의 외국인 포함 총인구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0.2% 감소했다. 당장 숫자가 미미해 보이지만 코로나로 해외 유입인구까지 줄면서 모두가 예상했던 문제가 몇 년 앞당겨 시작된 것이다. 인구수는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인구가 줄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이 더디게 되어 인력난에 저임금까지 동반된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인구에 기반해서 성장해온 부동산 분야에 가장 치명적이다. 일례로 현재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1970년대생의 숫자는 약 100만명이고, 새로 시장에 뛰어들 2001년생은 50만명이며, 2021년 신생아 수는 26만명이다. 이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대세를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부동산은 교통, 상업, 교육, 환경,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원천이자 결과인 시장경제의 결정체다. 국내 인구감소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우려되었지만 그럼에도 부동산가격은 특히 최근 수년간 달아올랐다. 잘못된 정책과는 별개로, 인구수와 관계없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체가구 수는 계속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가구 수는 전년 대비 약 50만가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쪼개지고 나면 그 다음은 1인가구 자체도 줄어들게 된다. 현실에 무색하게 250만 주택공급, 1기 신도시 재정비, 3기·4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대란 시기에 생성되었던 한발 늦은 정책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폭등시기에 경험했듯이 정부의 정책은 멈출 수 없는 열차와도 같다. 물론 인구감소에 대비한 다양한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청년 인구를 서로 끌어담기 위해 광역시마다 환경정비를 계획하고 발표한다. 국토부는 주택과 기반시설을,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스타트업 지원을 서로 융합하여 지방 소도시에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할 것이다. 동시에 기존 정책에 따라 수도권은 더욱 커지고 손님이 있든 없든 주택도 인프라도 더욱 밀집되어만 간다. 앞으로 더 줄어들 인구는 어느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땅따먹기식 공격 투자의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방어형 투자를 생각해야 될 때이다. 지금까지처럼 막연한 믿음으로 상승 또는 하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만, 인구증가에 따른 지방소멸, 경기도의 소멸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빌리는 대출상환 만기보다 먼저 올지도 모른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8-17 09:15:4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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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또 물폭탄을…

서울 강남에 물폭탄이 터졌을 때 경기도 광주 곤지암 일대는 물론 양자산계곡도 산사태가 속출, 전원주택들이 물에 휩쓸렸다. 하지만 잣나무골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얼마전 상하수도 및 오폐수 관로, 빗물 배수로가 정비된 때문이다. 최근 이 지역은 하루 4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원에 산다는 건 장마철마다 한번쯤 물폭탄을 감내해야 한다. 장마, 폭우가 적은 해는 다행이지만 수난이 없기를 바랄 순 없다. 잣나무골에 사는 동안 겪었는 수난이 주마등 같다. 4대강사업이 막 끝났을 무렵 폭우가 내렸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오목교, 인양천 일대에서 물난리가 났다. 당시 우리 지역에서는 팔당댐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가 하면 이포보는 아예 성난 바다처럼 변했다. 곤지암천은 모래사장으로 변했고 경안천도 범람해 농경지가 침수됐었다. 그래서 폭우속 '자동차가 아니라 모터보트를 끌고 가는 거네'하고 투덜거리며 일하러 간 적도 있다. 한 번은 우리집으로 토사가 엄청나게 밀려들었다. 도저히 삽으로 흙더미를 치울 수 없을 정도였다. 돌덩이까지 밀려든 데다 물빠진 뒤 마당은 단단한 자갈밭으로 변해버렸다. 토사를 치우려고 포크레인을 부를 수도 없었다. 다들 수해복구에 동원돼 보름이나 지나서야 겨우 장비를 불러 복구했다. 간혹 정화조나 상수도를 덮쳐 애먹은 적도 있다. 올해는 좀 괜찮으려나 싶다가도 폭우에 한번쯤은 된통 당하기 일쑤. 미리 배수를 정비하고, 비설걷이를 한다고해도 미찬가지다. 그렇게 비가 덮친 날에도 출근하는 신세를 낙담하면서 살아온게 전원생활인가 싶다. 폭우가 내리던 엊그제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물난리를 보면서 참 남일같지 않다. 어떤 남자가 배수구에 엎드려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이고 물바다가 된 도로에 차들이 잠겨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날 서울 강남은 완전 전쟁터 처럼 처참했다. 반지하방에서 일가족이 죽음을 당한 소식도 있었다. 문득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아들에게 '출근은 괜찮았니'하고 전화를 했다. 아들은 지금 집에 들어와 잠을 자려는 중이라고 대꾸했다. 지난밤 강남일대가 물에 잠겨 도저히 퇴근할 수 없어 회사에서 밤샘했다고 한다. 게다가 새벽녁에는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다고 푸념했다. 물난리로 정치권도 난리다. 재난당한 사람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찍기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 수해봉사 마치고 술파티를 벌이면서 민생을 돌본다는건지 한심할 지경이다. 헌데 어떤 정치인은 반지하를 법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2020년 현재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320가구다. 서울에만 20만849가구,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반지하에 사는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기초수급자들도 많다. 물론 '기생충'의 무대인 반지하는 뉴욕, 베를린과 같은 외국 대도시에도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적 주거형태로 굳어졌다. 당연히 열악한 주거를 없애자는데 동의한다. 그러자면 반지하 거주자를 위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울 시내에 분당만한 신도시 너댓개는 더 만들어야 가능하다. 재개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두배쯤 높여도 쉽지 않다. 그게 아니고서는 모두 사탕발림이다. 신규 임대수요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물폭탄을 적당히 모면하려는 정책은 가뜩이나 힘겨운 이들에게 또 물폭탄을 퍼붓는것과 다르지 않다. 현실적인 정책을 기대할 뿐이다.

2022-08-16 10:19:50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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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계획 인가전 폐지결정 나면 그간의 계약 효력은?

A회사는 B회사와 2017. 8. 총판계약을 체결했으나 A회사는 지급기일까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A회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진행했고 2019. 3. 18.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이루어졌다. A회사의 관리인이 2019. 5. A회사와 B회사 사이 총판계약을 해제했는데, 2020. 3. 11. A회사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은 채 회생절차폐지결정이 내려져 확정되면서 A회사에 대한 채권자들의 권리변경이나 채무면제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A회사는 이미 총판계약이 해제됐음을 이유로 B회사에 총판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2억 원의 반환과 공정증서에 기초해 취득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양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B회사는 회생절차폐지결정으로 인해 관리인이 진행한 계약해제의 효력 역시 부인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채무자회생법 제288조 제4항에서는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회생절차폐지결정이 이뤄진 경우, 회생계획의 수행과 채무자회생법의 규정에 의해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함으로써 회생절차 개시 후 이뤄진 행위의 법적 효력은 회생절차 폐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안은 회생계획안의 인가를 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생절차폐지결정이 발령된 경우인 바, 채무자회생법 제288조 제4항의 경우와 동일하게 그간의 행위에 대한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대법원은 회생계획의 인가 여부를 불문하고 회생절차 개시 후 있었던 법률관계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회생절차폐지결정은 그 확정 시점이 회생계획 인가 이전 또는 이후인지에 관계없이 소급효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에 따라 관리인이 쌍무계약을 해제·해지한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므로, 그 이후 회생절차폐지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위 조항에 근거한 해제·해지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회생절차의 폐지로 인해 회생절차 개시 후 이뤄졌던 모든 법률행위가 소급하여 효력을 잃는다면 이에 관여한 당사자들의 법률적 지위가 매우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불문하고 회생절차 내에서 이뤄진 쌍무계약에 대한 해제권, 해지권 행사의 효력은 여전히 존속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거래 당사자가 현재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회사로서는 관리인에게 계약의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할 필요가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 본문). 만일 회사의 최고를 받은 후에도 30일 이내 관리인이 확답하지 않는다면 관리인은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계약 존속 여부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같은 법 제119조 제2항 단서).

2022-08-15 12:59:4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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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감기나 비염 달고사는 아이? 잠부터 체크해야

요즘은 '여름감기'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여전히 환절기의 감기환자가 조금 더 많지만 큰 의미를 둘 정도의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과도한 에어컨의 사용, 아이스크림이나 얼음이 든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 그리고 잦은 물놀이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로 한정해서 본다면 가장 큰 요인은 단체생활이다. 또래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매일 밀접한 접촉을 반복하므로 단 한 명만 감기에 걸려도 대다수가 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은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맞지 않은 수면환경과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추위를 느껴도 몸이 차가워지지만 더위를 느껴도 차가워진다. 땀을 흘리고 몸이 식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잠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잠을 자는 아이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느끼거나 팔다리가 서늘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이불을 덮지 않은 채 자고 있다면 그렇게 된 것은 더워서 땀이 났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면이 부족한 것은 시간이 부족한 것과 숙면을 못한 것이 모두 작용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숙면을 못하는 아이는 저절로 수면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수면시간이 다시 늘어나기는 하지만 숙면을 못 하면 어차피 길게 자도 수면이 부족한 것과 같게 된다. 또한 어른들과 함께 자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함께 자는 보호자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는데 그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면부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일수록 더 자주 확인하고, 잠이 얕은 아이일수록 더 자주 확인한다. 그리고 자주 확인할수록 혼자 자는 것을 더 무서워한다. 그러니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정도가 심한 아이일수록 더 빨리 혼자서 자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시 감기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면, 에어컨 때문에 몸이 차가워지고 콧물이 나는 것과 에어컨 없이 땀을 흘리면서 자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쁠까. 정도의 문제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유불리를 따져본다면 요즘 날씨에서는 에어컨을 밤새 사용하는 쪽이 덜 나쁘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바람을 직접 쐬면서 자는 것이 아니라면 에어컨을 사용해서 콧물이 늘어나는 증상은 며칠 후면 몸이 적응을 하여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더워서 땀을 흘리고 숙면을 못하는 상황은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분히 시원하게 해서 더위를 느끼지 않도록 하지 못하면 당장 그 날은 콧물이 나지 않을지 몰라도, 수면부족이 누적되어 피로가 쌓이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되거나 감기가 감기로 끝나지 않고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들과 함께 잔다면 아이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어른들이 참아야 한다. 걱정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어른들에게 맞춰놓고 아이들에게 맞춰 살라고 강요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여름에 감기나 비염증상이 있을 때 간과하거나 혹은 반대로 생각하기 쉬운 수면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잠을 잘 잤다고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숙면을 통해 피로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면 감기에 걸려도 쉽게 자연치유가 되어 면역력이 더욱 높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비염은 감기와 다르므로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치료받기 바란다. /아이조아패밀리한의원 (포항점) 여인효 대표원장

2022-08-15 10:42:1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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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0>전세계 와이너리가 주목하는 그곳은…한국?

"와인업계에서 보면 활기가 넘치는 그야말로 '핫 스팟'이다. 팬데믹 이후 와인 소비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이곳은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와인에 지출하는 비용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와인 가격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앞으로도 와인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전세계 와인 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다름아닌 바로 한국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만 해도 '관심 시장' 정도로 꼽히던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글로벌 와인 조사 기관인 와인 인텔리전스는 2020, 2021년 연속으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시장' 2위로 꼽았고, 올해도 성장세가 여전한 '핫 스팟'으로 평가했다. 사실 지난 2년간 와인 열풍은 누구라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백화점이 아닌 대형마트나 집 앞 편의점만 가도 와인은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했고, 와인을 살 수 있는 매장과 와인바도 동네마다 속속 들어섰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먼저 팬데믹 속에서 유일한 대안이었던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에는 와인이 유리했다. 소주처럼 안주와 함께 본격 술판을 벌이지 않고 간단하게 홀짝거릴 수 있다. 최근 와인 소비형태를 보면 조사대상의 80% 이상이 주로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곁들이거나 하루 일과를 끝낸 뒤 한 두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행이나 건강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도 한 몫을 했다. 와인은 확실히 막걸리, 소주보다는 '세련'됐고,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인식됐다. 와인 소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도 스웨덴이나 독일에 이어 내추럴 와인이나 유기농 와인의 소비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와인을 사기는 쉬워졌다.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와인도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예약하고 구매하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실제 와인을 받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와인을 고르고 결정해야 하는 '당황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와인을 좀 좋아한다는 이들에게도 와인 고르기는 언제나 어려운 법이니까. 최근 1년간 와인 소비자 5명 중에 한 명은 스마트 오더로 와인을 샀고, '위드 코로나'로 아무 제약이 없는 지금도 스마트 오더의 인기는 여전하다. 와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와인 소비자는 2017년 1020만명에서 2022년 1260만명으로 급증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수가 무려 200만명이 넘게 늘었다.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와인 수입액은 2억9748만달러(한화 약 3870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증가폭이 두 자릿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주춤하지만 오히려 정상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1인당 소비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다. 와인 인텔리전스는 "한국에서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새로 진입하거나 혹은 기존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소비량이 늘 수 있다"며 "와인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08-11 14:18: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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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교수의 치유영양학] 현대인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장이 건강해야 장수한다"는 옛 어른들의 경험적인 말이 사실로 밝혀졌다. 우리 몸은 30조~6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에 약 3000억개, 1초당 380만개의 세포가 끊임없이 교체되고 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닌 것이다. 연구진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매일 교체되는 세포의 86%는 혈액 세포(적혈,백혈구)였으며 장 상피세포가 12%로 그 뒤를 이었고, 몸을 덮고 있는 피부세포는 1.1%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포들은 다 합쳐도 1%미만이었다. 인체 세포의 질량은 몸 전체의 66%정도다. 몸무게 50㎏인 여성인 경우 33㎏은 세포의 무게이고 나머지는 세포 밖의 체액과 고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몸속의 미생물은 대부분 장내에 번식하고 있는데 미생물의 수는 약 100조 마리나 되며 무게로 환산하면 대략 2㎏정도다. 이러한 체내 미생물의 약80%는 대장과 소장에 존재하며 나머지 20%는 피부, 입, 생식기 등에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속 세포의 중요한 동반자로서 기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으며, 외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훈련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식품을 섭취하면 외부 항원이 장 점막을 통해 유입되고 주로 장 점막 외층에 분포하는 장내 미생물이 식품에 포함된 미생물에 대하여 일차 방어기능을 담당하면서 신속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면역 시스템과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면역체계를 더욱 강화한다. 한편,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은 전분과 같은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고 비타민, 엽산,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 등 필수영양소를 공급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발현 스위치 역할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도 한다. 부모에게 나쁜 유전자를 물려 받았더라도 내 몸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많거나 유기한 식품을 섭취한다면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지 않아 발암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유산균,고초균, 비피더스균 등), 해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유해균(식중독균, 병원성 대장균, 웰치균 등),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 중간균(박테리아균, 무독주 대장균, 연쇄구균 등)이다. 하지만 유익균만 많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최적의 면역력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유해균은 신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로 작용하지만 우리 몸은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유해균이 침투하면 저항성을 갖게 된다. 즉, 유해균이 어느 정도 있어야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면역이 높아지는 원리다. 인체가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의 비율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렇게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장내 미생물 집단을 '장내 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게놈(genome)의 합성어로, 인간, 동·식물, 토양, 바다, 대기 등 거의 모든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포함하는 미생물 군집을 말한다. 최근에는 식물마이크로바이옴, 동물마이크로바이옴, 환경마이크로바이옴, 인체마이크로바이옴, 장내마이크로바이옴, 피부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체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인체마이크로바이옴 중에서도 장내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총이 균형을 잘 이룬 상태에서는 중간균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가 유익균이 많아지면 유익균처럼 행동하고 유해균이 증가하면 유해균 역할을 한다. 장내 미생물총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유익균이 풍부하게 함유된 발효식품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은 100세에 이삭을 낳았고 175년을 살았으며 소의 엉킨 젖(치즈)과 양의 젖을 먹었다고 하였다. /연윤열 숭의여대 교수

2022-08-10 10:03: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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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부조리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다큐 영화 '뱅크시'

동시대 가장 미스터리 하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작가 뱅크시(Banksy). 그는 '얼굴 없는 작가'로 통한다. 그동안 그의 신상에 관한 다양한 보도가 있었으나 현재까진 1974년 브리스톨 태생의 영국인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뱅크시'(2020)에서도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에선 모자이크로 처리된 채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부조리하고 억압된 세상을 고발해온 뱅크시 작업의 문화예술사적 의미를 약 2시간에 걸쳐 짚어본다. 동시에 제도권 내 공공미술관 및 상업전시들과 미술품시장이 안고 있는 자본논리와 허세,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의 가치 또한 살핀다. 바로 여러 증언과 특유의 직관적 작업을 통해서다. 뱅크시는 도시 곳곳의 벽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특정한 의도가 불특정 수용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그라피티를 조형의 틀로 삼는다. 범주는 정치, 사회, 환경을 아우른다. 주제는 자본주의, 반전, 평화, 인권, 권력, 기아, 난민, 차별, 탐욕, 위선, 절망 등 폭이 넓다. 화법은 주로 패러디와 차용을 통한 조롱과 풍자다. 야유의 대상엔 자본주의 체제에 잠식된 미술계도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반전과 평화는 뱅크시 작업의 핵심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이스라엘이 2002년부터 건설한 요르단강 서안 분리 장벽에 '풍선을 든 소녀', '꽃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소년', '방탄조끼를 입은 비둘기', '페인트 통을 들고 있는 소년' 등의 벽화 9점을 남겼다. 2017년엔 베들레헴 인근에 군사적 갈등지역 최초의 호텔인 '월드 오프 호텔'(The Walled-off Hotel)을 열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분쟁의 상징이자 세계 최대의 감옥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을 통해 전쟁의 역사를 종식하고 평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2006년 뱅크시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포로 모습의 인물상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디즈니랜드에 세워 공권력에 의한 인권문제를 지적했다.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쪽 관타나모 만(灣)에 설치된 미 해군 기지 내 수용소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고문과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는 증거가 여럿 발견되며 최근 폐쇄 논란이 일고 있다. 뱅크시의 날카로운 시선은 권력과 권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다. 그는 노상방뇨 중인 경찰을 그린 작품을 통해 제복 뒤에 숨겨진 권력의 음험함과 가식의 가면을 벗겨 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바주카포를 들고 있는 모나리자로 둔갑시키거나 엉덩이를 드러낸 모습으로 표현해 명작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5년 3월부터 메트로폴리탄, 루브르,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벌인 가짜 그림 걸기 이벤트는 미술계 권력과 그들만의 시스템을 조롱한 사례로 꼽힌다. 관람객은 물론 미술관 관계자들마저 끝내 알아차리지 못해 비웃음을 샀던 이 일화는 '미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기 위한 뱅크시의 당돌한 기획이었다. 뱅크시는 자본주의 미술시장에 대한 공격적 성향도 드러내 왔다. 2018년 그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가 약 16억원에 낙찰되는 순간 액자 속 그림이 '자폭'한 작품 파쇄 사건이 한 예이다.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벌어진 이 소동은 돈으로 작품의 가치를 매기고 환산하기 바쁜 미술 시장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뱅크시의 작품 '그림 경매'에서처럼 엉터리 그림도 마구잡이로 구입하는 세태를 꼬집으며 무명의 예술가 지망생이 어느 날 갑자기 대형 스타작가로 둔갑돼 '돈만 많은 바보들'에게 그림을 팔아치우는 게 가능한 현실(작금의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을 비꼰 작업의 연장이다. 이 밖에도 뱅크시는 'CCTV'라는 작품으로 감시받는 현대사회의 오늘을 말하고, 네이팜탄에 놀라 발가벗고 길 위를 내달리던 사진 '베트남소녀'를 맥도널드의 손에 이끌려 걸어 나오는 장면으로 바꿔 인간을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 지배구조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주문하곤 했다. 뱅크시의 작업에 대해 일각에선 선동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모든 것이 계획된 쇼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주의를 저격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이 그 어떤 작가 작품보다 고가로 판매되는 아이러니의 주연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줄곧 엘리트주의에 반대한 대중성의 부각을 통해 소외된 객체들의 부활을 노려왔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그의 작업이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만으로도 행위와 현상의 긍정성은 퇴색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몸 사리며 회피하기 급급한 시대에서 당대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발언하는 용기와 배짱은 인정해줘야 한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8-09 10:13:02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