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7>와인 한 잔으로 시작하는 여름휴가
<157>여름휴가 와인 갖 구운 빵과 함께 윤기가 흐르는 올리브, 샐러드가 차려졌다. 그리고 얇게 썰린 햄과 치즈까지. 여행지에서 자주 만날법한 조식을 특별하고 평생 기억에 남게 해준 것은 테이블마다 따라주던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한 잔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니. 여름휴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섬 마조르보에 갔을 때다. 아침술도 낮술도, 아니 삼시세끼 술도 눈총받지 않을 휴가의 계절이 왔다. 휴가라면 먼저 쨍하게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호사로운 버블만 있으면 '홈캉스(홈+바캉스)'도 '호캉스(호텔+바캉스)' 부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드 샹세니 크레망 드 루아르 브뤼'는 촘촘한 버블과 섬세한 향으로 루아르 크레망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크레망이란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샹파뉴(샴페인)가 아닌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말한다. 드 샹세니는 슈냉 블랑의 신선함과 샤도네이, 카베르네 프랑에서 오는 꽃의 우아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아주 촘촘한 기포는 부드럽게 지속되는 여운과 잘 어우러진다.휴가지에 도착하자 마자 식전주로, 혹은 카레 등 간단한 식사와도 두루 곁들일 수 있다.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사토'는 지중해를 담은 로제 와인이다. 옅은 핑크 컬러가 눈길을 잡아끌고, 이어 시칠리아 에트나의 화산재에서 자란 네렐로 마스칼레제 품종의 미네랄과 신선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마치 꽃이 활짝 핀 등나무 밑에 서있는 듯 은은한 향기가 주위를 감싸고, 자두와 핑크 자몽의 맛이 느껴진다. 샐러드나 신선한 치즈와 같은 지중해식 음식은 물론 맵지 않은 아시아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이제 휴가지에서 맛집을 찾아 메인요리와 먹을 와인들이다. '덕혼 골든아이 피노 누아'는 미국 고급 피노누아의 명산지로 손꼽히는 앤더슨 밸리에서 만들었다. 2009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오찬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좋은 테루아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낸 포도로 빚어 부드러운 질감과 섬세한 탄닌, 매끈한 구조와 더불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매력적이다. 구운 연어나 참치, 돼지고기, 오리고기까지 다양하게 같이 마실 수 있다. 해산물이라면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리저브'다. 회는 물론 해산물 찜과 구운 생선과 마시기 좋다. 레몬이나 라임, 복숭아, 사과와 같은 과일의 향과 흰 꽃의 아로마가 우아하게 어우러진다. 산미는 입 안을 신선하게 해주고, 알자스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풍미가 와인의 맛을 돋워준다. 고기파라면 '카이켄 울트라 말벡'이다. 카이켄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와인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가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표 품종인 말벡으로 만들어 입을 꽉 채우면서도 둥글고 벨벳처럼 부드럽다. 과실미와 함께 여운은 따뜻하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10년 숙성도 기대할 만한 와인이다./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