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 연봉제'…보신주의 무너진다
금융권 성과중심 문화 확산 핵심, '성과연봉제' 도입 금융당국, 노사갈등 해결 위해 "현장의견 반영할 것" 은행권, 성과연봉제 외 특진인사 등 성과주의 시행 정부가 금융 공공기관에 보다 강화된 성과중심 연봉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당국의 눈치를 보며 잇따라 성과주의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상황인데다 노조의 반발도 심해 성과주의 도입의 성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 공공기관에 강도 높은 성과주위 문화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금융권에 뿌리내린 보신주의 때문이다. 성과보다는 직급이나 호봉에 따라 보상이 좌우되다 보니 창의·혁신적 조직문화 형성이 지체된다는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공공기관의 성과급 기준이 다른 공공기관보다 엄격한 이유에 대해 "금융공공기관은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며 노동, 공공, 금융개혁의 핵심이다"면서 "금융 기능과 시장 안전판 등 정책금융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공공기관의 업무가 민간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민간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공기업 '비상'…방안 마련 돌입 금융당국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화가 자리 잡도록 '무임승차자'를 솎아내고 일 잘하는 직원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하려는 성과중심 문화는 임금체계 뿐만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보수체계에서 최하위 직급(통상 5급)과 기능직을 제외하고 성과연봉제를 적용해 성과연봉제 직원 비중을 현재 7.6%에서 68.1%로 늘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승진 등 인사운영에도 개인성과가 철저히 연계되며 직원 교육 및 영업형태에도 성과주의 문화가 적용된다. 은행권 가운데 당장 시범 대상인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사간 성과주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국이 발표한 대로 개인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성과주의를 확대하는 것은 노사 간 합의 사안인데, 노조 측이 개인 평가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성과주의, 노조 반대…'최대 과제' 금융위는 우선 노조 합의가 필요한 보수체계를 제외하고 직무분석, 교육과정 신설 등 법률 상 문제가 없는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방침이다. 노사 합의가 필요한 과제는 사측과 방안을 마련해 노조 측에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하는 기관에는 '경영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또한 성과주의 도입의 어려움으로 노조 측에서 주로 지적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사 공동 TF' 구성을 제안, 노조 뿐만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공공 금융기관에 대한 예산권을 바탕으로 성과주의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설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고, 성과주의는 근로조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임금체계는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할 권리가 없다"며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인센티브 인건비'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중은행 '성과주의' 우회로 찾기 '분주'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밝힌 올해 경영방침에는 '성과주의'가 공통 키워드였다. 하지만 노조 반대 등에 부딪혀 보수 대신 인사나 차등형 임금피크제 등 성과주의의 우회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차등화를 시도하는 은행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6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탁월한 영업성과를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승진 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24일 8명의 직원에 대해 특별승진을 실시한 데 이어 정기인사에서 지점장 승진자 130여명 가운데 90여명을 40대로 발탁했다. 한국SC은행은 작년말 4년 만에 뽑는 공채 신입행원 50명에 연봉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성과주의 확산이란 명분아래 본점 부서장 일부를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융위의 성과주의 도입 압박과 노조의 강력한 반발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노조와 합의점을 찾고 성과주의제도를 시행하는데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공기관이 내놓는 성과주의 규모를 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