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차 없이도 완벽 검증”…한자연, 가상개발로 탄소중립차 시대 앞당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가상 개발 기술로 자동차 탄소중립 가속화… 디지털 트윈 기반 R&D 혁신 주도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이 자동차 개발의 전 과정을 가상공간과 실제 환경을 결합해 수행하는 '가상개발(Virtual Development)' 기술을 고도화하며, 탄소중립 시대의 연구개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31일 한자연에 따르면, 한자연 탄소중립기술연구소와 동력제어연구본부는 엔진, 연료전지, 모터, 인버터, 배터리, 제어시스템 등 차량 구동계의 핵심 요소를 실차 수준으로 정밀 모델링하고, 실제 데이터를 결합한 실시간 시뮬레이션 검증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차량 개발의 설계·해석·검증을 통합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R&D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연구원은 전동화 및 수소 파워트레인까지 확장 가능한 모듈형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시제차 없이 설계·성능 검증·제어 로직 검토·내구 신뢰성 평가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실제 주행환경과 차량 시스템의 반응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고신뢰도(High-Fidelity) 모델링 기술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개발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면서, 개발 기간과 비용은 크게 줄였다. 김덕진 한자연 동력제어연구본부장은 "가상개발 기반 기술은 차량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단"이라며 "완성차뿐 아니라 중소·중견 부품사가 자체 설계와 검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개발 과정 전반에서 설계·검증·시스템 통합을 가상화하는 기술은 산업 전반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자연은 이런 변화 속에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융합해 가상개발 체계를 지속 고도화하고, 산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을 뒷받침하고 있다. 동력제어연구본부가 개발한 '가상 환경 파워트레인 성능 개발 기술'은 대표적인 성과다. 이 기술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품이 차량에 적용됐을 때의 성능을 예측·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차량 개발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품과 차량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어 최근 완성차 업계의 기술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간 다수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도로 및 비도로 모빌리티 전반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중소 부품사의 기술 내재화와 완성차사의 개발 기간 단축을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가상개발 기술은 정부의 전동화 가속화, 산업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실현 정책과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진종욱 한자연 원장은 "자동차 산업이 100년 만에 엄청난 기술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내연기관에서 자율주행차, SUV로 이어지는 큰 전환의 흐름 속에서 한자연은 부품기업과 완성차(OEM)기업이 기술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규제를 완전히 풀어 단기간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고, 미국은 테슬라 중심으로 앞서가지만, 우리는 현대차·기아 등 OEM기업과 부품기업들이 잘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원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원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기술 수준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우리가 갈 길이 멀지만 기업들이 도와주고, AI 디지털 트레이닝이나 데이터 수집·저장·관리할 수 있는 GPU 서버가 잘 구축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규제만 해소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R&D를 통한 국산화 지원이 필수"라며 "중국은 자율주행 실증 데이터를 자유롭게 확보하지만, 우리는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로 제약이 많다. 규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 원장은 "탄소중립연구소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세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환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고, 전동화·수소화·자율주행 등 미래차 핵심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