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원·달러 환율 잡힐까…국민연금 '조율' 나선다
국민연금이 연일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 진정을 위해 외환당국과의 통와스와프, 전략적 환헤지를 한시적으로 연장한다. 또 환헤지 시 시장 가격 영향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탄력적 집행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도 최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고환율 대책 마련에 돌입한 만큼, 유관기관의 적극 개입을 통해 환율이 진정될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 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기금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 기간 연장(안)'을 의결했다. 올해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공단과 한은의 통화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1년간 연장하고, 기관 간의 스와프 한도를 650억달러까지 늘리는 방안이다. 통화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시 필요한 달러를 한은의 외환보유고에서 조달하는 방법이다. 빌린 금액을 만기 시 일시 상환하는 만큼 해외 투자 시에도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환율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해외 투자를 확대하며 달러 수요를 늘리고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 연장·확대를 통해 달러 현물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 앞서 두 기관은 지난 2022년에 한도 100억달러의 외환스와프를 최초로 체결했으며, 이듬해인 2023년에는 만기 연장과 함께 한도를 350억달러까지 증액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500억달러까지 한도를 늘렸으며, 6개월 만에 150억달러를 재차 증액한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통화스와프 거래를 지속해서 연장 및 확대하는 것은 국내의 지속적인 달러 수요로 환율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달러당 1471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 종가)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 9일 이후 5거래일 연속으로 1470원을 상회했으며,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 평균은 1470.5원을 기록 중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 억제를 위해 '전략적 환헤지'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일부 해외자산을 선물환 매매하는 방안이다. 환율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매매하는 만큼 시장에 달러가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전략적 환헤지가 실행되는 기준이 알려지면서 환헤지만으로는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던 만큼,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수시로 환헤지를 진행하는 '탄력적 집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시장의 예측을 어렵게 해, 전략적 환헤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율 안정을 위한 부처 간 논의와 대응방안 탐색을 지속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재부, 복지부, 산업부, 한국은행, 금융위, 금감원 등 주요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석하는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용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한은 외에도 복지부와 산업부가 참석한 만큼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수출 기업이 보유한 외환 보유분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가 단기간 환율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만 유독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는데, 달러 약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이 원화 추가 약세 우려를 충분히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 수준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가 주목된다"라고 분석했다. /안승진기자 asj123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