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3>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3>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년) 플라톤도 울고 갈 '이상국가'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의 의미를 묻다 과학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해 출생과 직업 등 인간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미래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 올더스 헉슬리(1894~1963년)가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의 막간인 1932년에 발표했고, 당시로는 약 700년 뒤, 지금으론 약 600년 뒤 세상을 무대로 한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소설 속의 사회는 매우 안정돼 있다. 어떤 측면에선 인간이 유사 이래 꿈꾼 세상의 모습이다. '국가' 등에서 플라톤이 구상한 세상과 흡사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플라톤은 사회 구성원이 각자에게 맞는, 혹은 맡은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얘기했고, 특히 '국가'에서 그 소임 중 통치는 철인(哲人)들에게 맡겨야 하며 통치자 집단은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개별적으로 아내와 자식을 갖지 않고 공동 생활과 공동 육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헉슬리가 '국가'를 염두에 두고 '멋진 신세계'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작권은 '국가'에 어느 정도 귀속되는 셈이다. 철학사에서 플라톤은 심심찮게 전체주의자라고 공격을 받는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플라톤이 전체주의의 수괴가 몰리곤 한다. 플라톤의 구상은 이상주의에 기반한다. 이상주의는 종종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을 자체적으로 포함한다. 헉슬리의 플라톤적인 '멋진 신세계'는 안정성이 매우 높은, 또는 궁극의 안정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에서, 더는 다른 체제로 대체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역사의 최종적인 단계, 즉 역사의 종언으로 설명했듯이, '멋진 신세계' 또한 플라톤주의 실체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또한 더 이상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역사인 종착점이다. 안정성이 고도로 구현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이상 사회이다. 비유로써 말하면 안정성이 높으면 방향성이 소실된다. 역사의 종점에서는 방향성이 없다. 반면 소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야만인 세계에서는 안정성이 없지만 역동적이기에 역설적으로 방향성이 존재한다. 방향성이 있지만, 안정성은 떨어진다. 안정성과 방향성은 상쇄 관계로 볼 수 있어 하나가 커지면 하나가 줄어든다. 여기서 안정성이 높은 말하자면 유토피아적인 세상이 아름다우냐,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행복하고 자존하느냐를 묻는다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소설을 읽을 현재의 독자라면 작가가 제시한 소설의 무대를 일변하는 것만으로 쉽게 동의할 법하다. 그것은 현대인이 미래인이 아니어서, 또는 미래인의 관점에서 현대인이 미개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점은 전제하도록 하자. 소설 속 시점은 소설 발표연도(1932년)를 연상시키는 A.F. 632년이다. A.F.는 '애프터 포드(After Ford)'의 줄임말로 '포드 기원'을 뜻한다. '아노 도미니(Anno Domini)'의 줄임말인 A.D.가 주후, 즉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한 역사 산정이듯 '멋진 신세계'는 포드사가 모델T 자동차를 만든 시점을 새로운 역사의 시점으로 본다. 헨리 포드가 모델T를 처음 생산한 게 1908년이니 A.F. 632년은 소설 발표 시점으로부터 딱 떨어지는 700년 뒤는 아니다. 정치체제는 지금의 국민국가를 넘어서 세계정부가 들어섰고, 모든 인간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다. 인공수정이 보편적이니 산아제한을 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인구폭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에서 세계인구는 20억명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인공 수정과 출생, 육아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맡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태어나기 전에 미래 인간은 지능을 기준으로 어떤 삶을 살지 미리 결정된다. 즉 계급사회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뉘는데, 순서대로 더 낮은 계급을 의미한다. 임신과 출산을 목적으로 한 배타적인 가족 공동체가 없기에 자유성애가 기본이다. 특정한 파트너하고만 섹스하는 것은 덜떨어진 태도로 간주되며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군다나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종종 '소마'라고 일종의 마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한다. 소설에서 야만인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주인공의 하나인 존은 인간 사이의 섹스에서 태어났다.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문명인인 어머니가 낙오되는 바람에 태어났다. 어머니 린다가 아들 존에게 글을 가르치려고 셰익스피어 전집을 외우게 해 실제로 외우는 인물이다. 문명사회에 온 야만인 존이 소동을 일으키다가 마지막에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줄거리 자체에 문명비판이 줄어 있다. ◆포드기원 포드기원을 쓰는 소설 속 세상은 분명 모종의 유토피아이다. 경험한 적이 없는 세상이지만, 유토피아는 악몽일 수 있어 보인다. 생산력이 낮은 단계에서는 굶주림과 빈곤 등을 해결하는 것이 유토피아이겠지만, 생산력이 고도화한 이후엔 그 생산력을 기반으로 더 높은 수준의 인간 존엄을 기대하게 되기에 고도 생산성을 가능하게 한 통합적인 대량 생산 체제가 인간에게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단적으로 나타났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서는 더 직접적인 풍자로 제시된다. 전체적으로 안정성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개인이 획일화하고 부품화한 세상이 지금 우리가 보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에 오래된 이 소설이 아직도 자주 인용되는 듯하다. 사회 차원에서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과 인간 실존은 소설에서 반비례한다. 신세계에서는 인간 혹은 인간의 실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이런 진단 또한 미래인의 교화를 받지 못한 20~21세기 인간 인식의 한계일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말자. 사회가 안정되면서 개인의 실존이 보장되는 적정한 조합이 어떤 수준일까. 유토피아는 둘 중 어느 한쪽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그 적정 수준을 찾아내는 것에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말 자체의 정의대로 유토피아라는 게 도달할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유토피아 논의가 현실에서 전체주의나 파시즘을 소환하기에 십상인데, 신세계에서는 사회가 놀라울 정도의 안정성에 도달했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적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주의나 파시즘과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목격한 전체주의나 파시즘은 적대적인 에너지를 최대한 긁어내고 모아서 그것을 사회 전체로 확산하고 획일화하는 과정이다. 그때는 방향성이 존재한다. 전체주의나 파시즘에서는 방향성이 확고하고 강력하게 존재한다. 신세계는 적들이 소멸한 세계정부 통치하의 전체주의 세상이라는 측면에서 이상향이다. 불편한 이상향. 신세계와 대립하는 야만인 세계 또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야만인 세계는 존엄하지 않은 실존을 드러냄으로써 사회와 개인 간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한다. 야만인 세계는 신세계의 안티테제라기보다는(혹은 신세계가 야만인 세계의 안티테제라기보다는) 사회에 맞선 개인의 표상으로 보아야 한다. ◆사랑에서 야만의 극복과 원시의 회귀 사랑의 유토피아, 정확하게는 유토피아적인 사랑이란 것이 있을까. 야만인 세계가 가지는 사랑의 고유한 논리가 신세계에 와서는 깨진 상황이 어쩌면 역으로 사랑의 유토피아에 관한 시사를 줄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곤경이란 것에서 만일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다면 욕망과 욕정, 혹은 사랑이란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다음에는 다양한 의미의 인정투쟁이 있겠고, 자본주의가 본격화한 뒤로는 돈이 인간사의 모든 것을 대표하게 된다. 포드기원이 상징하듯 600년 뒤가 아니라 지금도 자본주의에 삼켜지지 않은 곳은 지구상에 없다. 누구나 자신과 자신의 삶을 상품으로 내어놓는다. 더불어 자본에 따른 계급질서를 수용한다. 소설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내용 면에서 신세계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세계정부이다. 더는 저항하는 세력이 없다. 모두가 시장을 얘기하고, 돈의 신을 숭배하고, 스스로 상품으로 자임하면서 어떤 문제이든 거래로 해결하려고 하고, 보편적으로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받아들인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혹은 미래에도 논란거리이다. 사랑에도 시대마다 사회적 얼개라는 것이 작용하였지만 쉽게 개인에 의해 돌파되곤 했기 때문이다. 소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만인 대 만인이 연인으로 존재한 시기가 인간 역사에서 있었을까. 난교 난혼 상태가 존재했다고 추정하지만 역사의 범위 안에선 목격되지 않는다. 난점인 게 섹스 또는 성교와 관련해서 인간은 이러한 물리적인 행동에 사랑이라고 부르든 무엇으로 부르든 정신 작용 비스름한 무엇인가를 탑재하길 원했다. 신세계는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만들어낸 사랑의 신화라는 걸 말살한다. 이 신세계에선 특정한 파트너에 구속됨 없이 번식 없는 섹스를 하며 그것도 왕성하게 한다. 이러한 섹스의 미래는 원시의 복원이다. 소설의 용어로는 야만의 극복과 원시의 회귀가 이뤄진다. 만인 대 만인이 연인이 되는 그 상황은 사랑이라고 하는, 즉 번식을 넘어서 인간적인 유대에 기반한 비(非)포유류적 인간성이 잔멸(殘滅)하는 장치가 돼 버리고 만다. 고도의 인간화가 인간을 파괴한 소설 속의 역설이다. 존재와 사랑을 극단으로 고도화한다는 사회적 구상이 이상사회를 초대할 개연성을 열지만 인간 개인에게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고 더러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얘기는 너무 뻔한가.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5-19 10:54:46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윤휘종의 잠시쉼표] 윤석열 대통령, 시작은 신선하다

일단 시작은 참신하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다. 인수위 시절 '정치 초년병'이란 타이틀 때문에 언행 하나하나가 불안불안했지만 취임과 함께 그런 편견이 잦아들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열흘 동안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더군다나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그를 반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대통령직에는 안착했다고 조심스레 말해도 될 것 같다. 윤 대통령은 74년의 청와대 시대를 끊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전격 바꾸면서 '용산시대'를 열었다.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공약은 이전 대통령 선거 시절에도 들었지만 이를 실천한 건 윤 대통령이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한 이후 그곳을 방문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그런 공약을 지키기 어려웠는지 알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과감한 결단을 한 것이다. 취임 이후 첫 주말을 광장시장에서 떡볶이를 사고 백화점에서 운동화를 샀다는 뉴스도 신선했다. 일부에선 가식적이란 비판도 하지만 대부분은 '국민 곁으로'란 공약을 지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집무실 등을 오갈 때마다 늘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것도 탈권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예전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16일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통해 협치를 요청할 때는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제는 야당이 된 거대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향해 정중히 예의를 표하고, 시정연설이 끝난 뒤에는 야당 의원석으로 찾아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에는 보수당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전격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100여명도 함께 KTX를 타고 이동했다. 이 역시 그 동안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 바빴던 국민의힘의 전력을 감안할 때 파격에 가깝다. 만약 윤 대통령이 뿌리부터 '국민의힘 DNA'를 갖고 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그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 신인'이어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인물이어서 어찌보면 민주당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사람들과 교류가 잦았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민주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이 '배신자'란 낙인을 찍고 눈엣가시처럼 볼 수도 있다. 한 때 같은 편이었던 거대 야당의 강력한 견제는 윤석열 정부의 첫발부터 삐걱거리게 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을 지휘해야 할 국무총리는 여전히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일부 장관들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이 강행됐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서로 협치를 하자고 했지만 지금 정치권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니나 다를까"다. 누구나 분열보다 협력과 공조를 원한다. 더군다나 지금 세계는 정치·군사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경제가 그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아니라 여야의 하모니를 듣길 바란다. / /윤휘종 정치·정책부장 yhj@metroseoul.co.kr

2022-05-18 14:22:01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코리아 디스카운트' 오명 벗을려면

얼마전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화두였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것을 뜻하나 싶었지만, 각종 횡령 범죄에도 경영진이 책임 지지 않는 국내 경영 시스템을 조롱하는 말이었다. 이에 기자는 국내 횡령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 평균 4만6000건 정도의 횡령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무려 10년 사이 횡령 범죄는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과정 가운데 흥미로웠던 점은 횡령 범죄로 검거된 인원 중에는 남성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횡령 사건의 피의자 중 남성은 평균 2만8000명에 이르지만 여성은 평균 7100명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내부회계관리 담당자는 대부분 '여성'을 고용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남녀차별이 아닌, 외부적인 이익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여성'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에서는 금융사 사고 발생 시 해당 기업이 존폐 기로에 서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 관련 보고서 작성 내용이 부정확하더라도 최대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여기에 기업개혁법 '사벤스-옥슬리법'을 기반으로 상장 기업들이 사내 회계감독위원회에 금융전문가 한 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영국도 고위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법적 의무'로 설정했으며 금전 처벌도 상당하다. 반면 한국은 경영진에 대한 금전적 처벌 관련 규정이 없다. 특히 처벌 수위는 개인에 대한 인적 징벌 수준에 불과하다. 업무상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정도다.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 처벌을 받으며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국내 금융범죄조사 담당자에 따르면 국내의 횡령 방지 방법으로는 '처벌'과 '통제' 두가지로 구분된다. 이에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 금융범죄의 사전 예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처벌을 강화해도 내부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횡령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진과 회사의 책임은 배제된채 개인의 경미한 처벌로 책임이 끝난다. 결국 피해는 사고와 무관한 주주에게 돌아간다.

2022-05-17 16:27:20 구남영 기자
기사사진
[홍경한의 시시일각] 투기판 우려되는 미술시장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미술품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도 하향화됐다. 그중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의 부상은 동시대 아트마켓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후원사인 UBS가 펴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 중국, 멕시코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6%가 20~30대가 주축인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인 X세대가 32%로 뒤를 이었다. 20대에서 50대가 전체 컬렉터의 80%가 넘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방문객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키아프 서울 2021 리포트'에 따르면 처음 키아프를 방문한 53.5%의 관람객 중 MZ세대인 21~40세가 60.4%로 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40~50대가 33.8%를 기록했다. 최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된 미술장터인 '아트부산'(5월 13~15일)도 마찬가지였다. 10만여 명의 방문객 중 MZ세대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 주최 측의 판단이다. MZ세대가 소위 '불장'(상승장)을 이끄는 축이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MZ세대가 시장의 주류가 되자 화랑과 경매사들은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발 빠르게 내걸었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미술시장 출품작들이 다양해졌다. 소유와 공유의 개념이 보편적인 MZ세대는 미술품투자 방식에도 변화를 줘 2018년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동구매나 조각투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의 새로운 투자방식이 생겨났다. 또한 이들은 같은 감성을 공유하는 아티스트들을 주요 작가군으로 부상시켰다. MZ세대에게 미술품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투자해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들에게 미술품은 '나'를 드러내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면서 취미가 돈이 되는 '상품'인 셈이다. 그러니 미술품과 한정판 스니커즈(운동화)를 어찌 비교할 수 있느냐는 시선은 (적어도 그들에겐) 촌스럽다. 널뛰기하는 주식과 가상자산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것도 미술품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미술품은 각종 세금의 제약에서도 자유롭다. 수익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요소다. 온라인 플랫폼과 언론에선 매각률과 평균 매각기간, 평균 수익률 등을 심심찮게 다룬다. 작든 크든 투자 대비 이익의 비중만 놓고 보면 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일부 거장들의 작품을 제외하면 그들이 선택한 작품들의 경우 대체로 예술성을 논하기 어렵다. 실제 MZ세대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 없어서 못 판다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미학적, 미술사적 가치 면에서 한계가 있다. 때론 기초가 부족한 아마추어 작품이 부풀려졌다는 인상도 준다. 하지만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특정 세대가 메뚜기 떼처럼 몰려와 작품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MZ세대의 미술품 구입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작가 소비' 외 의미적인 게 없다. 이는 작가 및 작품의 내용 따위엔 아무 관심 없이 작품가격과 판매 여부만 묻는 현실이 잘 증명한다. 지속 가능한 투자보다 주기가 짧은 단타 형식의 미술 투자로 돈만 벌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일부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설픈 작가 작품에 '신선하다', '새로운' 등의 형용사를 남발한다. 젊은 작가들을 수혈하며 작가 소비에 동참한다. 심지어 점쟁이마냥 "이 미술품을 사 놓으면 오른다"는 식의 무책임한 전망을 내놓거나 거장의 꼬리표에 젊은 작가의 이름을 붙여 신화화하는 무리수까지 둔다.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작가를 보호하지 않는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면서도 자정 노력 없는 행태는 시장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이런 양태라면 오늘의 호황은 3년을 채 못 갈 것이 자명하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5-17 10:39:27 김현정 기자
기사사진
[이상헌 칼럼] 코로나 이후 '리모델링 창업'의 성공 전략은

"너무 빨리 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요. 개업한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영업시간이 풀리면서 주문이 거의 없어요." 며칠 전 창업 강의를 듣고 사무실로 찾아온 K씨의 푸념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가정간편식 아이템으로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한지 15개월. 처음에는 비대면적 소비형태에 따라 주문이 많아 수익성도 괜찮고, 고객 반응도 우수해서 신나게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방역 지침 시행이 오히려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매출이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격감,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떨어지기 시작한 매출이 최근엔 거의 바닥 수준으로 내려가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해봐도 특별한 이유가 없어 답답한 심정뿐이다. 점포를 팔려고 해도 거의 맨손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비단 K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처지의 자영업자들이 우리 주변에 수도 없이 존재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적 소비 성향 증가의 영향이다. 창업관련 박람회를 돌아보면 코로나19로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창업 형태가 등장해 왔다. '공동창업' '업종전환' '리모델링 창업' '투자창업'이 그러하다. 발 빠른 배달업종 창업과 업종 전환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K씨와 같이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해 표적 고객층이 확실한 유망 아이템으로의 업종 변경을 원하고 있다. '리모델링형 창업'을 원하는 것이다. 창업 컨설팅을 20여 년 동안 진행하면서 업종 리모델링을 통해 회생한 점포를 많이 봐왔는데, 업종 변경에도 성공전략이 있다. 먼저 매장 주변의 1차상권(500m)내 업종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업종의 구성과 점포수, 판매의 형태 및 규모, 상권 내 소비자들의 소비 현황 분석, 구매주기, 구매형태, 객단가, 구매동기, 브랜드충성도, 주고객의 연령 및 성별, 수익성 분석이 조사 요소들이다. 일련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점포를 변경할 업종을 결정해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당 업종에 대한 기술력, 인력지원, 유통구조, 협력업체 정보, 가격정책 등 다양한 내·외부적 창업요인을 충분히 검토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2의 창업을 준비하는 절차는 신규 창업보다 세심한 점검과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시설, 집기 홍보물 등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창업자금에서 난관에 봉착하는 자영업자들이 다수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에서 업종변경 자금과 운영지원 자금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용불량자만 아니라면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성공창업은 서비스할 아이템에 대한 표적고객을 파악하고 내부적인 장점요소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고객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그 새로움에 대한 준비와 실행이 결국 매장의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5-16 14:49:08 원은미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을 개선하며 위장을 보호하는, 감자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을 개선하며 위장을 보호하는, 감자 감자 하면 짭짤한 감자칩이나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감자의 영양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조리해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포만감을 주는 탄수화물이 풍부해서 외국에서는 주식으로 주로 먹고 우리나라에서는 국이나 찌개, 반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삶거나 찌면 든든한 간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감자에는 비타민 A,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다. 자외선에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키고 자외선으로 생긴 잡티를 줄이며 피부를 뽀얗게 해준다. 그래서 감자를 얇게 저며서 피부에 올려두거나 감자를 곱게 갈아서 팩을 하기도 한다. 이는 감자의 항산화 성분들이 피부의 손상을 빠르게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다만 천연 재료인 만큼 감자 자체가 피부에 자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피부에 직접 사용하려면 미리 손목 등에 테스트를 해 보고 사용해야 한다. 피부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과가 있는 감자는 섭취하게 되면 같은 원리로 위장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위장 질환을 자주 겪는데 가벼운 소화불량에 그치지 않고 위염, 위궤양 등으로 통증이나 속쓰림을 느끼고 위장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감자가 위벽을 보호하는 막을 형성해서 약해진 위 점막을 보호한다. 위 점막이 자극에 손상받지 않도록 하고 이미 손상받은 경우에는 빨리 회복시키고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 감자를 익히지 않고 생즙을 내서 먹게 되면 효과가 있다. 생즙으로 먹기 너무 힘들 경우에는 감자를 굽거나 삶아서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 기운을 북돋우는 역할을 하는 데도 감자가 좋다. 감자에 풍부한 비타민 C, 아르기닌 성분 등은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피로를 줄여준다.

2022-05-16 05:11:39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창작자의 콘텐츠 활용을 도와주는 저작권법상 부수적복제 조항

법무법인 바른 박상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제공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 그 콘텐츠에 포함되는 모든 구성요소(배경음악, 효과음, 그래픽 등)를 직접 창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콘텐츠는 제3자가 이미 창작한 음악, 영상, 사진 등의 저작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물론 이와 같이 제3자의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사용료 등)를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타인의 저작물 사용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콘텐츠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제작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컨대, 특정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콘텐츠인 '브이로그'의 경우 유명한 장소에 방문한 모습,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 등이 촬영?편집되어 콘텐츠로 제작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생활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주변 배경으로 사진이나 영상저작물이 포함되기도 하고, 길거리에 재생되어 있던 음악 등이 그대로 녹음돼 브이로그에 포함되기도 한다. 4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분야에서도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저작물의 복제 등이 발생한다. 메타버스로 서울의 한 동네를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긴다고 했을 때 그 동네 안에 있는 미술품이 가상공간에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복제가 이루어지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에 일률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콘텐츠의 창작이나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9년 11월 26일 개정된 저작권법에서는 부수적 복제 등에 관한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3)을 신설했다. 위 조항의 신설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 할 목적으로 촬영 등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다른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를 면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위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주된 내용은 '사진촬영, 녹음 또는 녹화를 하는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촬영 등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에는 이를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이로그에서 배경으로 아주 잠깐 영상저작물 등이 스쳐 지나가듯 포함되는 경우, 가상현실로 옮겨둔 현실의 공간에 부수적으로 미술품이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 등에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위 조항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된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의 목적 및 성격 등에 비추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저작권법 제35조의3 단서 부분). 어떠한 경우가 위 단서규정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 판례 등을 통해서 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면, '미술관을 그대로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옮겨서 사용자들이 이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경우' 등에는 이를 부수적 이용으로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행위는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게 되므로 위 경우에는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필요성은 분명히 인정되지만, 해당 조항이 창작자(=저작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해하지 않도록 위 조항의 운영에 있어서는 단서 조항의 균형 있는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2-05-15 13:02:03 이현진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8>취임 만찬장 주름잡은 한국 와인

쉬운 답을 어렵게 찾아갈 때가 있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일이 딱 그렇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매콤한 제육볶음은 물론 식탁에 자주 오르는 나물, 아니면 순대, 육회 같은 가벼운 한식 안주거리와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자칫하면 뭔가 비려지고, 아니면 매운 양념과 와인이 만나 입에 불이 난듯 화끈거리는 느낌이다.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음식과 와인,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지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제대로된 궁합은 아니었다. 정답은 오히려 눈 앞에 있었다. 피자엔 이탈리아 와인이, 프렌치 요리엔 프랑스 와인이 제격이듯 간장과 고추장 양념이 많은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이었다. 그럼 관건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토종 와인이 있느냐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만찬주가 공개되자 업계가 술렁였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통주 하나는 들어가 있겠지 하던 예상과 달리 리스트에 오른 것은 전통주, 그것도 주류였던 도수 높은 증류주가 아니라 와인이 주를 이뤘다. 식전 스파클링 와인부터 디저트와 함께할 달달한 와인까지 퓨전 한식에 맞춰 완벽한 코스가 짜여졌다. 한식에 반주로 올릴만한 토종 와인이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말끔하게 걷어낸 셈이다. 선택된 와인들은 강원도부터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소위 각 지역의 테루아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놨다. 만찬 식탁에 오를 정선 곤드레와 가평 잣, 공주 밤, 구례 보리순, 제주 고사리 등 만큼이나 세련되고 영리한 구성이었다. 먼저 스파클링 와인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다. 와이너리 샤또나드리가 강원도 홍천에서 생산된 사과로 애플 와인이다. 일반 과실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과를 착즙해 1차로 발효시키고, 다시 압력탱크에서 2차 발효를 시켜 스파클링 와인으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허니문'은 양평의 꽃꿀로 만든 벌꿀 발효주다. 발효를 위해 필요한 당분이 충분하다보니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었고, 산뜻하고 은은한 단맛을 낼 수 있었다. 3~5도 사이로 차갑게 식전주로 마시기 좋고, 어떤 음식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제주 '니모메'는 유일하게 쌀로 만든 약주다. 쌀을 주 원료로 하고, 제주의 향은 담을 귤피를 이용해 술을 빚었다. 니모메는 '너의 마음에'란 제주 방언이다. '붉은진주머루'는 덕유산 자락에서 자란 산머루로 만들었다. 도수는 12도 안팎이다. 다른 와인들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과실주였다면 '샤토미소로제스위트'는 우리 포도로 만든 토종 와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양조 대표 품종으로 꼽히는 것들은 우리 나라에서 잘 자라기가 쉽지 않다. 대신 식용 포도로 맛이 좋은 캠벨로 와인을 빚었다. 식용 포도로는 좋을 와인을 만들수 없다는 기존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식용포도로 양조해 맛이 부드럽고, 한국음식과 궁합이 좋다. 특히 매운 음식이나 디저트와 어울린다.

2022-05-12 13:57:53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2>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1933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2>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1933년) 혁명이란 뜨거운 상황을 통해 포착한 인간 조건과 인간 존엄 소설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은 1927년 3월 21일 밤 10시 30분에 이야기가 시작한다. 르포와 유사한 기술방식을 취하면서 국공합작의 혁명군이 지방정부를 정복하고, 다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 반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자들을 몰살하는 과정을 그린, '4·12 상하이 쿠데타'라고 하는 특정한 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한국어로는 제목이 동일한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 에세이집이 앙들레 말로(1901~1976년)의 이 소설 못지않게 유명하다. ◆'싯다르타'가 될 뻔한 '싯다르타'와 다른 소설 이 소설에서 다룬 인간의 조건은 예컨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 처럼 흔히 짐작함 직한 포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인간의 조건을 다룬다기보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삶의 조건 안에서 인간이 자신의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제시한 일종의 인간 조건 같은 것과 다르다. 상황 속 인간의 '존엄'과 '고뇌'와 연결지어 소설은 인간의 조건을 운위한다. 소설에서 인간의 조건을 직접 언급한 대목을 살펴보자. "인간이 단 하나밖에 안 가진 목숨을 어떤 사상을 위해서 버리다니 인류의 독특한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이 질문에 주인공 '기요'의 아버지이자 지식인으로 캐릭터가 설정된 '지조르'가 "그렇습니다. 인간으로서 조건을 견뎌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겠죠"라고 대답하며 인간의 조건을 거론한다. 이어 그는 "인간이 이해를 뛰어넘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려고 하는 모든 사상은 이 조건의 바탕을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 위에 놓고 그 올바름의 증명을 막연하게나마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상으로는 노예에게 그리스도, 시민에게 국가, 노동자에겐 코뮤니즘이 제시된다. 소설이 천착한 인간의 조건은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즉 이렇게 해야 인간이다라고 하는 그런 막연하지만 정체성이라고 할 것의 조건이라기보다는, '어떤' 인간이 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의무의 의미로 쓰이는 듯하다. 의무를 조건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소설 속 문장으로는 "인간 세계에서 인간 이상의 것이 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가 가장 명시적으로 제목의 뜻을 진술한다. 그러려면 인간이 가진 한계의 목록을 내어놓아야 한다. 어떤 고양된 인간다움에 도달하는 과정 또는 결과를 보여주려면 무엇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정의해야 한다. 그러나 한계만을 논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조건'은 'from'과 'to'를 혼용한다. 또한 문맥에 따라서는 인간 조건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소설이 암시한 '정의'와 살짝 결이 다르게 인간의 조건은 인간이 존엄해지는 'to'의 의미로써 종종 사용된다. 존엄하기 위해서 인간은 고뇌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남의 목소리는 귀를 통해서 듣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재단하고 정제할 수 있지만, 자기 목소리는 자기의 목구멍을 통해서 듣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의 목소리를 타인의 목소리 처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정제할 수 있는 고뇌를 통해서 자신의 존엄을 인정함으로써" 'to'의 의미로 인간 조건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까지라면 '인간의 조건'은 '싯타르타'와 비슷한 소설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특정한 중국 역사의 시기에 국공합작과 반혁명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흑과 백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극한에 몰린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는가, 경계에 있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어섰을 때 그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존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선택하는가를 보여준다. 보편적인 인간론을, 양자택일의 선택지밖에 없는 혁명이라는 구체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해서 존엄을 성취하는지를 통해 보여준다. ◆'to'만 존재한다면 소설의 등장인물은 각각 하나의 전형이다. 앞서 언급한 '지조르'와 '기요' 외에 '첸', '카토프', '메이'가 주요 인물이다. 프랑스인 아버지(지조르)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낭만적인 지식인 혁명가 기요는 한자로 '청(淸)'이다. '청(淸)'이란 이름을 택한 데에, 또 중국 피가 섞이지 않은 혼혈을 중국 역사를 다룬 소설의 주인공으로 다룬 데에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요의 아내 메이는 독일인이고 카토프는 러시아인으로 직업혁명가이다. 국공내전은 세계혁명의 무대이자 인종과 무관한 보편적 인간 조건을 설정한다. 혁명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죽음이 주어지고, 기요뿐 아니라 모두가 죽을 때에 맑은 존엄의 양식을 취한다. 그들은 느닷없이, 망설임 없이 죽어버린다. 죽음에 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약하다고 판단할 법도 하다만, 소설이 다룬 사태의 죽음 성격이 그러하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변론할 수 있지 않을까. 기요는 자기 몫의 청산가리를 주저 없이 털어먹어 자기 존엄을 확인한다. 의학도이기도 한 카토프는 주변 동지들에게 청산가리를 모두 나눠줘서 그들이 존엄한 방식의 죽음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대신 자기에게 주어진 개 같은 죽음, 혹은 고통스런 결말을 기꺼이 감수한다. 죽음에서도 타인을 배려한다. 고통을 통한 존엄의 승화가 죽음의 장면에서 카토프를 통해 표현된다. 첸도 자살하는데, 장제스 암살을 기도하다가 실패하고 거사 현장에서 하반신이 날아간 상황에서 스스로 총을 자기 목구멍에 집어넣어 방아쇠를 당긴다. '인간의 조건'은 공산주의 이념에 애정을 가지고 접근한다. 공산주의가 다수의 인권과 존엄을 존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체제로 설정돼 있어, 흑과 백의 선택밖에 없을 때 많은 사람이 공산주의를 떠받들다가 스스로 그 이념을 위해서 죽어가는 형태를 취한다. 살아남은 인물은 메이와 지조르이다. 매력적인 꼰대 지식인으로 묘사된 은퇴한 대학교수 지조르는 처음부터 아편에 의지하면서 시대와의 불화를 견뎌낸다. 더불어 선지자다운 면모를 유지한다. 성서의 선지자들은 그들의 배면에 신이 있어서 선지자로서 삶을 버틸 힘을 얻었다. 반면 지조르와 같이 고뇌와 고독밖에 없는 격변기의 공산주의자 지식인에게는 그런 힘이 없었고 절대고독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담대하게 선언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게 한 유일한 힘은 아편이었다. 필부와 다름없는 인간 조건으로 인간 조건을 넘어서 보편을 설파하는 역설이 지조르에게 나타난다. 지조르에게서 인간 조건에 관한 'from'과 'to'가 동시에 나타나는 변증법적 종합을 목격한다. 나약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고, 마지막에도 아들이라는 이념의 혈연, 자기 인생의 의미, 또는 인생의 동지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아들을 넘어서 전우의 시체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전사적인 이미지로 비약하지 않고, 또다시 아편에 의지해서 뒤에서 머물러버린다. 그런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 인간 조건이라는 게 항상 'to'만 있는 게 아니다. 'to'를 지향하지만 'from'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이중적인 존재로서 끝내 우리는 'from'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to'만 존재한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을 것이다. 지조르라는 인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신플라톤주의 도식을 쓴다면 '일자(Hen)'를 향한 'to'라는 지향과 'from'이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기에, 보편적인 인간의 지향과 개별적인 한계, 그리고 인간 모두가 가진 성취와 좌절을 두루 성찰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노인과 여자 지조르와 관련해서 실천 방식의 다양성으로 그를 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사변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끊임없이 아편에 의지하는, 즉 'from'의 인간 조건에 구속되어 있지만 또한 끊임없이 'to'라는 인간 조건을 이야기하는 유형의 지식인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빨치산이 되거나 빨치산을 죽여야 하는 선택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순간이라면 선택해야 한다. 성서 표현으로는 장사 지낼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죽은 자들끼리 장사 지내게 하고 갈 길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소설의 지조르 또한 장사 지낼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떠나야 하였을까. 내가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때 생각은 지조르가 한심한 늙은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비겁이 일상인 나이가 되어서인지 장사를 지내며 아편 정도를 피울 권리 비슷한 게 지조르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울어진다. 그것 또한 인간 조건의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나. 메이라는 등장인물은 지금 관점에서는 마뜩잖은 캐릭터이지 싶다. 혁명가라는 성격이 주어졌지만 메이는 혁명가라기보다는 혁명가 아내의 모습을 노정한다. 같은 혁명가인 다른 주요 인물들이 장엄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메이에게는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남아 상처를 극복하고 마치 순정만화 주인공 캔디처럼 의연하게 이겨내는 삶을 말로는 펼쳐놓는다. 메이가 유기적으로 전체 구조에 끼어있지 못한 채 계속 서걱거린다는 느낌을 받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물론 메이의 생존을 이유로 해피엔딩 혹은 희망이라는 해석 또한 가능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 뜨거운 혁명의 시대는 가고, 지조르 또한 아편 속에 잦아들었을 텐데, 메이는 어떤 삶의 흔적을 남겼을까. 혹은 어떤 삶이 가능한 것으로 주어질 수 있었을까.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5-12 09:04:21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초심, 욕심, 의심

#. 초심(初心). 처음 부장(부서장)이란 직책을 맡았을 때다. 가장 가까웠던 형님은 초심을 잃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늘 겸손하라고 했다. 그렇게하면 실패하는 부서장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언론사의 부서장도 그럴진대, 회사의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는 어떨까. 늘 미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리다. 어떤 환경에서도 실적이란 부담감을 떨쳐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떠한가. 많은 권력과 함께 책임과 비판이 따른다. 부서장이나 CEO는 바꾸면 된다. 시기도 기간도 상관없다. 대통령은 다르다. 탄핵이나 불의의 사고 외에는 바꿀 수 없다. 아직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는 만들어질까. 5년간 초심을 유지해야 가능하다. 시작은 매끄럽지 않다. 장관 임명 등 출발부터 늦어지고 있다. 첫걸음이 진보와 보수 모두의 박수를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끝은 달라지길 바란다. 진영을 떠나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 욕심(慾心). 분수에 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아직도 논공행상이 한창인 모양이다. 며칠전 저녁자리였다. 윤 대통령과 벗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욕심을 내는 것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 도와달라고 한다. 욕심이다. 제대로된 실력과 인품을 갖췄다면 그럴 필요없다. 미리 찾을 일이다. 지역과 학력을 떠나 오로지 전문가를 찾는다는 것이 새 정부다. 어설프게 줄을 대다간 오히려 역풍 맞는다. 명예마저 실추된다. 진심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면 더 겸손해져야 한다. 그것이 새 정부의 성공을 돕는 것이다. 논공행상은 5년 내내 이뤄진다.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주먹구구, 비전과 철학이 없는 인사는 정권의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욕심 있는 사람을 버리고, 전문가를 써야 한다. 일에 대한 욕심이 중요하다. #. 의심(疑心).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이다. 어떤 일에 확신이 없을 때 주로 생긴다. 삶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등용하는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엄중하다. 원화값과 주식이 떨어지고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있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경제는 원팀이 중요하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제수석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눈빛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호흡이 중요하다. 금융권은 제대로된 금융당국 수장을 원하고 있다. 금융위원장까지 윤곽이 나왔다. 마지막 퍼즐은 금감원장이다. 전 정권에선 최흥식 원장(11대)과 김기식 원장(12대), 윤석헌 원장(13대)을 거쳐 정은보 원장(14대)이 금감원을 맡았다.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윤 원장이 유일하다. 문제는 금융권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 검사와 제재가 3년 내내 이뤄졌다. 진행 중인 소송도 많다.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미비를 명분으로 금융회사 CEO를 옥죄었다. 앞으로 달려가기도 바쁜데 발목이 잡혔다. 금감원의 건전성 종합검사가 진행됐지만 한 은행에선 수 백 억원대의 횡령사건이 일어났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CEO를 잡겠다는 감독당국이 돈을 빼돌린 직원을 못잡은 꼴이다. 새 정부의 첫 금감원장은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와야 한다. 초심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의심은 사라져야 한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5-12 06:00:29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