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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건강한 배변, 건강의 첫걸음

건강한 배변활동은 영양섭취 만큼이나 중요하다. 배변활동이 장내의 건강상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피부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식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면서 복통이나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수면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배변활동이 나빠지는 이유로 수분과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거나 운동량이 적은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피로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향은 어린이들에게서 더 자주 관찰된다. 흔히, 끊임없이 뛰어다니는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체력이 좋다는 말을 한다. 이는 대단히 큰 오해이며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다. '양유여음부족'(陽有餘陰不足)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아이들의 특징일 뿐이다. 조금만 걸어도 안아달라고 할 정도로 피곤해하면서, 놀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땀을 뻘뻘 흘리고 뛰어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체력 이상의 활동량을 보이면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여 피로가 누적되면서 아이들의 몸에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배변의 어려움이다. 장을 이루는 근육의 섬유는 일반적으로 근육이라고 부르는 골격근과 달라서 약해지면 탄력을 잃고 늘어지게 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늘어진 장은 짜내는 힘이 약해져서 배변이 힘들어지게 되는데, 심하면 변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상담을 하면서 배변에 대해 질문을 하면 아이들의 변이 어른들만큼이나 굵거나 길쭉하게 나오면 좋다고 오해하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대변을 보는 아이들의 장은 바로 위에서 설명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배변이 좋지 않아졌을 때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적인 태도 중 하나가 배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한다는 점이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배변을 하는 것, 배변할 때 쳐다보지 말라고 하는 것, 화장실 문을 잠그고 다른 식구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배변하지 않는 것도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숨어서 배변하는 것에 대해서는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쳐다보기 싫어하거나 화장실 문을 닫는 행위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다. 그나마 얼굴이 붉어지도록 힘을 쓰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는데 그저 부끄러움을 느끼고 체면을 차리려 한다는 정도로 쉽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부끄러움', '냄새', '청결' 문제를 얘기하는데 실제로 그 이유인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그저 배운 그대로 대답했을 뿐이고, 진짜 이유는 배변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방해받지 않기 위함이다. 미숙한 무언가를 할 때 누군가 쳐다보면 신경 쓰여서 더 안 되는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배변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것도 힘든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기 위해 금방 배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이들의 장은 원래 약하기 때문에 체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고 한 번 약해지고 늘어지면 어른들보다 회복이 훨씬 어렵다. 변비로 진행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아이들의 활동량은 줄일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자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그런데 수면관리가 잘 안 되거나 수면관리를 해 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빨리 받기 바란다. /여인효 포항아이조아패밀리한의원 대표원장 *여인효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후 일산 함소아한의원 원장을 역임한 후 현재 포항아이조아패밀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진료중이며 특히 소아청소년의 수면, 식사가 정서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고 있다.

2022-06-30 16:44:3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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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8> 헤르타 뮐러의 '마음짐승'(1994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8> 헤르타 뮐러의 '마음짐승'(1994년) -슬픈 창에서 내다보는 공포의 풍경 200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르타 뮐러(1953~)의 '마음 짐승'은 작가의 개인사가 녹아 들어간 자전적 소설로 독재자 니콜라예 차우셰스쿠 지배 시기 세상을 떠난 작가의 두 친구를 기린 작품이다. 뮐러는 차우셰스쿠의 24년 철권통치가 막내리기 2년 전인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차우셰스쿠 독재시기 개인적 비망록 뮐러는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루마니아 사람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독일어를 쓰는 체코인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거대한 세력들이 각축한 중부 유럽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국적의 불일치는 흔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루마니아는 로마에서 떠나온 로마 둔전병의 후예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적잖은 세월이 흐른 데다 그곳이 민족 교류가 활발한 곳이어서 '로마의 후예'라는 말이 실질적 의미를 지니지는 않겠지만 따지고 들면 루마니아인은 원천적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인 셈이다. 뮐러의 가계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루마니아라는 근대국가에서 독일어를 쓰는 루마니아의 소수민족에 속한다. 그렇다고 뮐러를 독일인으로 볼 수는 없다. 자전 소설 '마음짐승'이 드러내듯 그는 루마니아인의 정체성을 갖는다. 물론 히틀러가 발호할 때 뮐러의 아버지가 나치에 부역한 데는 아무래도 소위 민족이라는 게 영향을 미치긴 했겠지만 그때는 민족과 국가의 개념이 혼란에 빠진 격동의 시기였다. 아버지가 독일어권에 속하는 아리안족의 이등 국민으로서 나치 행세한 것은 어머니가 (루마니아인이 아닌)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옛 소련의 강제노역에 끌려가 희생한 것과 충분히 상쇄된다. 뮐러의 가계와 자신의 삶에 현대사의 비극이 이렇게 고스란히 투영됐다. 전체주의를 비판한 이 책을 읽을 땐 그러한 시대 배경을 참작해야 한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에서 이 책은 일인칭 시점을 취했다. '1984'와 다르다. '마음짐승'은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에 휘말린 인물이 당대를 대표해서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이다. 역사성이 있지만, 개인성도 강하게 드러난다. 이 소설이 가진 강점이자 한계이다. 전체주의의 폐해를 확고하게 지적한 '1984'가 오세아니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보편적 역사성의 시야를 표명한 것과는 비판 방식에서 온도 차이 같은 게 느껴진다. '마음짐승'은 20세기 특정 시기 루마니아의 특정 인물들이 겪은 이야기이다. '마음짐승'이 표현한 전체주의 폭압은, 예민한 청년들을 자살로 내모는 등 공포스러운 것이지만, 실제로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전체주의 국가기구를 통해 자행된 폭력은 소설보다 훨씬 잔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체주의는 체계적이고 만연한 공포 시스템을 통해서 사회를 작동하지만, 그 공포 시스템에는 항상 구체적인 폭력의 본보기가 제시돼야 한다. 폭력의 본보기가 일상적으로 구축되어야 하고 이것에 근거한 공포와 복속의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랬고 루마니아도 그랬을 터이다. '마음짐승'은 당시 서독으로 망명한 뮐러처럼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의 기록이 주가 되기에 전체주의의 폭력성이 낮은 수위로 묘사된다. 현실은 낮은 수위와 높은 수위의 억압이 공존하는 것일 텐데, 작가는 저지대의 풍경을 통해 그 뒤의 비극적 풍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파시즘과 같은 독재체제가 국가를 운영할 때는 이데올로기적인 국가기구와 폭력적인 국가기구를 같이 작동하는데 두 기구는 나날이 거대 체계로 발전한다. 체제가 개인들을 통제하는 구조에서 국가기구들을 최고 압력으로 올리면 개인은 압착돼 소멸한다. 전체가 하나가 되고 하나가 전체가 되는 게 전체주의에서 흔히 표방하는 구호이다. 다만 '마음짐승'은 개인이 전체에 맞서 아직은 개인을 주장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당시 루마니아의 전체주의가 어쩌면 정점에는 도달하지 않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리바이어던이 아닌 마음 속의 짐승 제목에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마음짐승'에 해당하는 독일어 '헤르츠티어(Herztier)'는 마음(Herz)과 동물(Tier)을 합성했다. 전체주의와 관련해 가장 고전적인 동물은 성서에 연원이 있는 리바이어던이다. 리바이어던은 외부에 실재하는 거대 짐승이다. 제목의 'Herztier'는 심지어 전체주의에 복무한 소설 속 경감에게도 존재한다. '마음'은 개인의 영역인만큼 'Herztier' 또한 모든 개인이 다 갖는다. 작가는 리바이어던을 지목하지 않고 개인 영역의 'Herztier'를 다루는 형상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사회를 전체적이고 전면적으로 지배해서 개인들이 전혀 숨을 쉬지 못하는 공포스러운 전체주의 상황보다는, 오히려 혼란과 불안 속에 빠진 현대인의 실존적 모습과 흡사하다. 작가의 강점은 응축된 시정과 산문의 진솔함이다. 시의 기본은 비유이다. 시라는 건 디테일을 무시함으로써 디테일을 강하게 만드는가 하면 디테일을 강화함으로써 추상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두 경향을 결합해, 뚜렷한 스토리라인 곳곳에다 심리적인 묘사나 의식의 흐름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낮은 수위로 포착한 전체주의가 분위기로는, 이런 효과 때문에 더 공포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 드러난 사실보다 풍기는 이미지가 훨씬 더 무시무시하다. 괴물과 싸우는데, 괴물이 끝까지 안 보이고 주변에 안개가 쌓여 있는 영화 '미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괴물 자체가 무섭지만 괴물의 정체를 몰라서 사람들은 점점 더 미쳐간다. 뮐러가 이 소설에서 전체주의의 공포를 그리는 방식은 '미스트'가 공포를 그리는 방식과 비슷하다. 공포의 시적 전개이다. 공포의 산문적 전개와 분명 다르다. 내용상으로는 전통적인 소설에 가깝다. '나'랑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던 롤라가 무슨 사건에 휘말려서 자살한다. 자살할 때 '나'의 허리띠를 이용함으로써 롤라와 주인공 간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이어 친구들이 나오고 그걸 계기로 전체주의와 대립 전선이 생기고, 친구들과 자기가 해고당하고, 누구는 거기서 죽고 누구는 떠나서 죽고, 그다음에 살아남은 자들이 얘기하는 구성이다. 이야기가 단순하기에 작가는 시공간의 전통적인 배열을 의미 단위별로 쪼갠다. 쪼개서 섞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섞는 기술이다. 중간에 이미 결론이 나와 있지만 어색하지 않다. 이 책은 전통적인 수미쌍관 구조로 앞과 끝이 연결된다. 흐름의 연결이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작가가 하려는 말은 소설의 첫 문장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진다"에 함축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제안이 유효하지 않은 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무지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소설의 인물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자랑스럽지 않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느 정도 사악함을 갖게 되기에. ◆작가의 고통을 외면할 우회로가 없다 이 소설을 두고 여백이 많다고들 한다. 내가 판단하기에 오히려 꽉 차 있기에 그런 느낌이 들지 싶다. '마음짐승'을 산문으로만 보면 여백이 많다. 산문의 측면에서 여백이 있게 끌고 나가면서 산문 곳곳에 시적인 서정을 꽉꽉 채워놨다. 따라서 여백이 많은 것 같으면서 동시에 꽉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설이 어렵게 받아들여지고 전개의 미적거림이란 착시가 생긴다. 산문으로만 보면 시작과 끝이 너무 간명하다. 시적 할큄으로 꾸역꾸역 산문에 생채기를 내어놓았기에 독자는 텍스트를 뚫고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작가의 고통을 독자가 외면할만한 우회로가 없다. 그렇게 결국 'Herztier'라는 것이 결국 뭐냐는 문제에 도달하면서 그게 누구나 가진 것으로 정의된다.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거악은 아니고, 누구나 마음 속에 가진 짐승인데, 그 짐승은 사회적으로 연대해서 공포 이외의 것을 만들기도 하기에 짐승의 야수성을 잘 극복하는 한 어쩌면 인간다움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끝까지 인간의 존엄한 생존을 기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그 시기엔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다. 철학적으로는 상당히 복고적인 성향이다. 현대 소설이지만 여전히 20세기 초중반의 틀에서 인간을 파악한다는 한계가 지적될 법하다. 특정 역사의 특정 개인의 삶에 집착하였기에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탁월한 소설인 이유는 철저하게 1인칭 시점에 입각해서 작가 자신이 던져진 역사적 국면에서 그 시공의 비극과 공포를 자신이 가진 산문적이고 운문적인 작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서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역사소설이 아니라서 '1984'와 다른 전체주의를 다루는 방식의 독특한 성취를 해내었다. 내재적이고 동시에 초월적이란 뜻을 갖는 수학용어 '초한적'이란 표현을 쓰는데, 종교학이나 신학에서도 사용할 법한 이 어휘는 "초한적이라는 건 사라지지 않는 창문이야" 같은 예문에서 활용된다. 소설에서 친구는 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누군가 뛰어내려서 그 너머로 가버리는 창으로 '초한적'이 구체화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이 소설은 그러한 특정한 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특정한 창이 가진 명확한 전망이 소설에는 있다. 특정한 창이 가진 한계 또한 있다. 조감을 못 한다. 그러니 조감도를 못 그린다. 특정한 창을 통해서 세상을 보면 원근법과 초점이 분명해진다. 어느 창을 보느냐에 따라서 풍경이 달라진다. 어떤 곳에 있는 창에서 어떤 각도로 내려다보느냐 이런 것들이 그 창에서 보이는 풍경의 품질을 좌우한다. 이 소설은 뮐러라는 작가의 '초한적' 창이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6-30 13:16:2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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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국민 고통과 '관치금융'

한동안 잠잠했다가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는 '관치금융'이란 말이 있다. '관치 금융'은 국어 사전에서 국가의 행정 기관이 민간 금융의 인사나 자금 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모든 역할에 깊숙이 개입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이런 기조는 남아 있다. '관치금융'하면 이명박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전 위원장을 떠올리게 한다. 2003년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정부는 카드사들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 지원을 강제하는 '4.3 대책'을 내놨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이던 김 전 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곤 노란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봉투엔 카드사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별로 책임져야 할 금액이 적혀 있었다. 반발하는 은행장에겐 "당신 때문에 나라 망하면 책임질 거냐"며 몰아붙였다. 당시 한국경제신문 모 기자가 '관치 금융'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전 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로 스스로 '관치의 화신'임을 자임했다. 좀체 가닥이 안 잡혔던 카드 사태는 일주일 만에 해결됐다. 은행 대출 금리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전 세계적인 긴축 영향으로 연 6%대를 넘어서고 있다. 기준금리가 모든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연 6%를 넘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자산은 증발하고, 휘청거리고, 하향조정의 내리막 길을 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한 목소리로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17개 은행장들과 회동에서 "금리 상승기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7%를 웃돌던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6%대 중반대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자연스럽게 결정될 금리가 정부의 압력으로 조정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이 커지는 마당에 은행마저 수익이 줄어들면 경기 침체기에 '방파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지나친 포퓰리즘이라고 불편해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고 나섰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최근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의 본질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도 29일 정부·여당이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도를 넘는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관치금융'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옳다. 김석동 전 위원장 자신도 "관치는 평소, 정상시에는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시스템이 붕괴할 위기 때만 관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자율 기능이 무너졌을 때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맥락이다. 과도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보다 '관치'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일 것이다.

2022-06-30 09:06:17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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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전통시장의 적, 아직도 대형마트인가요

휴일 가족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식료품·생필품을 사고, 가족들과 조촐한 외식을 하는 게 평범한 소시민들이 갖는 일상의 행복 가운데 하나였다. 코로나19는 이런 행복을 빼앗아갔다. 국내 대형마트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었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오프라인 업태 중 백화점(1.6%p), 편의점(0.3%p)의 매출 비중은 모두 늘었지만 대형마트(-1.8%p)와 SSM(-0.4%p)은 감소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사지 않았다는걸까.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대신 온라인플랫폼을 선택했다. 스마트폰이나 PC로 손쉽게 자신이 필요로하는 물품들을 구매했다. 코로나19로 급속하게 퍼진 '총알배송' '새벽배송' 같은 물류시스템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심지어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이제는 쿠팡이나 11번가 같은 플랫폼 업체에서 물품을 구입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서도 온라인쇼핑의 약진이 증명된다. 실외활동과 모임 증가로 온라인쇼핑업체들은 식품(17.7%), 서비스/기타(17.6%), 패션/잡화(16.4%) 등에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체 상품군에서 매출이 상승했다. 전체적인 유통업태별 매출구성비를 봐도 대형마트와 SSM은 16.7%로 지난해 18.9%에서 줄어든 반면, 백화점은 18.8%(전년 17.2%), 편의점은 16.3%(전년 16.0%), 온라인은 48.2%(전년 47.9%)를 차지하고 있다. 한 때 대형마트는 지역 상권을 잡아먹는 '적'으로 몰렸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논리였다. 10여년 전만해도 일견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유통산업발전법안이 등장했다. 이 법안은 '발전법'이긴 하지만 실상은 '규제법'에 가까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누군가가 잘 되니 그 발목을 잡으면 다른 경쟁자가 잘 될 것이란 순진한 생각이 법안 곳곳에 담겨 있었다. 대표적인 게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였다. 한달에 두번 정도는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그럼 소비자들이 대형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 이틀 동안 전통시장을 찾았나. 그렇지도 않았다. 여전히 전통시장은 힘들어하고 있다. 오히려 한 때 '적'이었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전통시장과 함께 쇠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제에 쏠려 있고 진흥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즉, 전통시장에 손님들이 올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 없이 그저 전통시장의 경쟁자인 '대형마트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산업 규제는 그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 부작용이 발생할 때 필요한 법안이다. 대형마트를 겨냥한 규제 위주의 유통산업발전법은 폐기가 마땅하다. 진정으로 전통시장을 살리고 싶다면 소비자 관점에서 전통시장을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진흥책'이 필요하다. 깨끗한 환경, 편리한 주차, 여기에 재미(fun)도 있는 곳이라면 누가 말리더라도 소비자들은 찾아갈 것이다. 무엇보다, 대형마트든, 전통시장이든, 온라인쇼핑이든 선택의 권리는 소비자들에게 있다. 소비자들의 권리를 법안으로 막아보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사고방식도 바꿔야 한다.

2022-06-29 15:44: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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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20만원에 담긴 것들

한국의 거의 모든 예술 지원 기관은 '전문 평가위원'이란 제도를 두고 있다. 전시나 공연 등이 열리면 전문가들이 관람한 후 평가하는 일이다. 세금이 투입된 사업 운영의 적절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주로 현장 평가를 통한 소통 활성화, 의견 환류에 따른 예술계 내 건강한 토양 마련 차원에서 시행한다. 최근 모 지역 공공기관으로부터 '문화예술지원사업 전문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동안 종종 해왔던 것이었기에 이번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전시 관람을 핑계 삼아 평소 방문하기 힘들었던 전시 공간을 둘러볼 수 있고, 지역 미술계의 현장 흐름과 작가들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자발적 '사퇴'로 끝났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건당 20만원으로 책정된 평가 사례비가 지나치게 초현실적이었다. 노동이 발생하면 당연히 그것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어떤 근거로 책정했는지 알 수 없는 20만원은 그야말로 터무니없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전시 하나를 보려면 수십~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해야만 한다. 하루라는 시간이 꼬박 투자된다. 여기에 현장사진을 찍고 필요하면 인터뷰도 거쳐야 하며 A4 두 장짜리 보고서까지 작성해 제출하는 과정도 있다. 더구나 그 20만원에는 실질경비인 톨게이트비와 주유비 등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8.8% 세금도 뗀다. 그러니 일은 일대로 하고 가계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의 착취수준인 보상도 문제지만 사퇴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기관 관계자의 태도에 있었다. 내 판단에 평가위원이라는 미명하에 기관은 사실상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한 것과 진배없었다. 그런데도 태도는 당당했다. 간담회란 명목으로 위촉한 전문 평가위원들을 모아 놓곤 1시간 가까이 평가제도에 대해 길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보상에 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임은 강조하는 반면 권리에는 침묵했다. 이에 간담회가 끝날 무렵 평가료는 얼마냐고 질문했고 그때서야 20만원이라는 얘길 들었다. 나는 당장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예술가들을 지원하느라 예산이 없다느니 '내부규정'이 어떻다느니 하더니, 결국 기관의 한 책임 관계자는 20만원의 보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발언을 내뱉었다. 보상을 비중 있게 볼 것인지 평가위원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에 무게를 둘 것인지는 내 몫이다. 말도 안 되는 보상 체계를 인지하고 있으나 당장 개선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기관 관계자는 후자를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적어도 평가자의 시간과 경비를 줄여주려는 노력이라도 보였어야 옳다. 전문가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역할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게 맞다. 그동안 여타 기관에서의 유사한 활동에서도 보상 부분은 그리 흡족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간간이 참여했던 건 내가 하는 일이 비록 돈벌이는 안 될지언정 기여의 흡족함과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관 관계자는 되레 평가위원이 무슨 권력이라도 되는 냥 안 하면 네 손해라는 식의 무례한 사고를 내비쳤고, 행정의 원활함을 위한 소모품이라는 인상마저 심어줬다. 이에 작가들의 작품과 전시를 두고 대화하는 것이 '동행'의 연장일 뿐, 그 어떤 권위 혹은 권력이라 여기지 않는 나는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 한편으론 기성세대로서 후배들의 열악한 대우와 권리 보장을 회피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나 기준이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나 하나 그만둔다고 변질된 기부개념이 작동하는 우리 예술계의 악습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A4 1장당 1만3000원에 불과한 평론비처럼 예술 매개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개선될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부당함에 관해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들은 모든 문제에서 도피할 수 있는 만능키격인 '내부규정' 타령을 끝없이 해댈 것이고, 비현실적인 대우에 관한 자각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이미 나의 1시간을 앗아간 간담회 참석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도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과연 이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 너희의 행정업무가 중요한 만큼 우리의 시간도 귀중하다. 지켜볼 일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6-28 13:26:2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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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다시 떠오르는 '자판기'…아이템 다양화·넘어야할 규제도

사라져가던 자판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소비와 맞물리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자판기의 대명사인 '커피'로 대표됐던 자판기는 그 모습도 고기부터 피자, 주류, 간식은 물론 약국, 반찬, 고기, 심지어 자동차까지 판매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적 소비 환경이 조성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인기를 끈다. 직원과 접촉하지 않고 연중무휴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소비의 대안이 되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스마트 자동판매기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1.3% 이상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1462억 달러(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커피나 음료를 넘어 자판기 종류가 다양해졌고, 신용카드나 스마트폰과 결합한 스마트 자판기로 진화하면서 산업 자체의 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색 자판기들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반찬 자판기나 야채 등 샐러드 판매 자판기의 경우 이전에는 생소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정도였으나, 사용 인구가 다른 자판기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정육 상품을 24시간 내내 구매 가능한 정육 자판기를 도입했다. 신선식품 회사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정육 자판기를 미니스톱에 입점하는 '숍인숍' 형태로 이뤄졌다. 약국도 자판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일 '제22차 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화상 투약기 스타트업 업체 쓰리알코리아의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등 규제특례 과제 11건을 승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성, 코로나29 유행으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에 약 구입 절차 간소화 필요성 등도 제기된다. 사전 성인인증을 통해 주류 구매를 자동결제하는 방식의 AI 실내 주류판매기도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동차 자판기도 등장했다. 2012년에 처음으로 중고차 자판기를 만들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카바나는 중고차 판매 업체로서 오직 자판기에서만 차량을 파는 중이다. 카바나는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10배 가까이 폭등하는 등 언택트 시대의 성공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기업 알리바바 역시 자동차 자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핏 보면 주차타워나 '포드' 차량 전시장처럼 보이는 건물에서 포드의 SUV부터 머스탱까지 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프리미엄 차량 페라리,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과 같은 스포츠카까지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오토반 모터스라는 중고차 판매 업체에서 만든 자판기로 인해 15층 건물에 4열로 정렬된 슈퍼카들의 모습을 보면 장관이다. 자동차 온라인 마켓기업 오토트레이의 자판기는 정말 자판기처럼 컴팩트한 모습이 특징으로, 한 번에 차량 한 대씩 판매하는 방식이다. 결제 후에 유리문이 열리고 바로 차량을 운전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판기의 경쟁력을 말하기엔 아직은 한계가 있다. 법적 인허가 사항과 관변단체의 이권, 성인 인식이 필요한 아이템 등 자판기 산업이 성장하기엔 넘어야할 규제와 법적 조치가 많다. 자판기 사업은 편리성과 적합한 공간, 접근성이 생명이다. 벤딩머신을 활용하는 셀프 이용 방식이 편리한 세대나 구매 환경에 지원되는 서비스적 영역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6-28 10:59:05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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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언제까지 지난 정부 탓만 할건가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한전은 27일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연간 조정폭인 킬와트시당 5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인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스요금 인상은 확정된 상황이라 전기요금이 함께 오르면서 하반기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1.11원 인상한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현물가, 환율 등이 일제히 급등함에 따라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물가 상승 효과를 고려해 최소 한도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검토하며 장고를 거듭하며 발표를 미뤄왔다. 국제 연료비가 크게 올라 전기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한전이 제출한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대 상승한 데 따른 부담감도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며 "한전의 여러 자구노력 등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6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누적된 것은 지난 5년 동안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원전을 짓는 것을 중단시키고 준공시기를 늦추는 등 발전단가가 싼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LNG를 더 쓰게 하고 신재생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국제유가나 LNG 가격이 안정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지금처럼 LNG가격이 급등해 발전단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전 정부 탓은 추정에 불과하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을 올렸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2017년 71.2%, 2018년 65.9%, 2019년 70.6%, 2020년 75.3%로 유지되는 상태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이전부터 지속돼왔고,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국제유가 인상폭이 커지며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국제유가가 지속 인상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늦추다 인상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2·3분기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물가 인상 압박 등을 고려해 전기료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이후 작년 4분기엔 연료비 인상으로 인한 적자 누적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최대 인상폭인 전 분기 대비 킬로와트시당 3.0원 올렸었다. 정부는 다만 6%대 고물가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위기 경보만 내릴 뿐 이렇다할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고 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국민 부담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원인을 놓고 누구 탓을 하기보다는,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2022-06-27 17:05:0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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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안구 질환의 예방에 좋은 '당근'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안구 질환의 예방에 좋은 '당근' 색상은 그 식재료의 영양적 특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중 활력이 넘치는 '주황색'의 '당근'은 여러모로 요즘 건강관리에 참으로 적합하다. '눈 건강, 항산화 작용, 면역력 증진' 등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황사,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 눈병의 잦은 유행, 안구건조증 등 현대인의 눈 건강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눈 건강 유지에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A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고 관련 영양소를 따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주요 공급원으로 체내 흡수 후에 장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데 천연 식품으로 섭취하기에 적합한 것이 바로 당근이다. 당근의 비타민 A는 어두운 곳에서의 시야 적응 등 시력 유지와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만 세포의 분화와 분열, 정상적인 성장 등에도 주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손상 받은 눈을 보호하며 눈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베타카로틴은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면역력 관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손 씻기와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위생이나 건강 관리를 중요시하게 됐다.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항염, 항암 등 다양한 증상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데 좋다. 다만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당근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반찬에 당근이 있으면 골라내고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성인 중에도 당근을 기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행히 비타민 A가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당근은 기름으로 조리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당근은 푹 익히고 기름으로 조리할 경우 단맛이 증가하기 때문에 샐러드 등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기름에 볶아서 먹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2022-06-27 05:25: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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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한 여름다이어트 성공하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체중 증가가 심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미뤄왔던 지인들과의 만남이나 운동, 외식도 많이 늘고 있는 요즈음, 이런 일상 복귀와 여름휴가를 대비해서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복부비만이 심해지면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기도 하고,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도 무리를 줄 수 있어서 건강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하게 살을 빼기 위해 무리하게 금식을 하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나 과한 절식, 과잉 운동은 오히려 우리 몸을 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지기도 하고,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과한 운동으로 관절이 다치면 신체 활동이 부족해지면서 살이 다시 찔 수도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다이어트는 일시적으로 체중을 뺐다가 다시 '요요'가 오게 해서는 안 되며, 본인에게 맞는 식단과 운동, 생활습관을 찾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혼자 다이어트를 하기 어려웠거나 효과적인 다이어트 도움을 받고 싶다면 한의원을 내원해서 전반적인 점검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한의사의 진맥과 상담으로 본인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보고, 한약과 약침 등으로 건강하게 체지방을 감량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이어트 한약도 제형과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아이조아패밀리한의원 네트워크에서는 복약량은 줄이면서 용량 조절이 쉬운 농축한약, '슬림정'을 개발하여 환자분들의 건강한 비만 관리를 돕고 있다. 그 외 여러 가지 한약이 있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받아 부작용이 적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볼 수 있다. 더 이상 위축되거나 다이어트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건강한 다이어트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조아한의원 심윤지 원장

2022-06-24 10:56: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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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7>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1948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7>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1948년) -대머리 여가수의 단골 미용실은 어디일까 외젠 이오네스코(1909~1994년)의 희곡 '대머리 여가수'의 주인공은 대머리 여가수일까. 아니다. 아예 등장인물이 아니다. 대머리 여가수는 머리카락을 어떻게 손질할까. "그녀는 항상 같은 식으로 머리를 다듬는다."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는 등장인물, 언어, 형식의 모든 면에서 기존 연극의 문법을 파괴한 이른바 부조리극 또는 반연극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대머리'와 '여가수'를 결합한 제목 자체가 작가의 지향을 드러낸다. ◆반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1950년 초연(初演)하면서 '반연극(antitheatre)'이란 부제를 내걸어 제목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반(反)'이란 목표를 뚜렷이 했다. '안티(anti)'는 즉자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대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둘은 같은 지평에 속한다. 만일 누군가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보기에 따라 이미 이해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가) 쓴 글이다. 소설 장르에서 등장한 반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것이 이해의 지평 위에 확고히 서 있음에 관한 작가의 선언이다. 통상적으로 픽션을 정의할 때 현실에 있을 법한 가상의 현실이라고 한다. 사실 같은 비(非)사실이 픽션이고, 비사실 같지만 엄연한 사실인 것을 용어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안티픽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연극이다. 의미의 지평은 확대된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을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을 하니까 말인 거다. 의미가 통하게 말을 하든, 의미가 통하지 않게 말을 하든, 두 방식에서 모두 말을 하고 있다. 보편적인 논리의 체계가 작동한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을 조각내어 연결하면 '대머리 여가수'와 흡사한 결과물을 마주한다. A는 지금 회사에서 B에게 말하는데, 하는 말은 A가 1년 전에 C에게 술집에서 한 말이며, A와 '대화'하는 B는 1년 전의 주제와 지금의 주제를 번갈아 가며 말한다고 상상해 보면 된다. 기존의 전통 서사가 뉴턴적이라면, 반연극은 아이슈타인적이다. 많이 달라 보이지만 어쨌든 둘 다 세계에 관해 얘기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동음이의어와 각운이 활용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얘기해 볼 수 있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언어의 유희인 'pun'은 기표와 기의가 분열한 상태로, 또는 분열함으로써 의미를 확장하고 생산한다. 각운이라는 건 한 단어의 끄트머리에다 쓴 사소한 운으로, 원초적인 울림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동음이의어는 의미의 무의미를 찾는 방식이고, 각운은 무의미의 의미를 찾는 방식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취라기보다는 이 작품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포스트모던과 비슷한 외양을 취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의미의 지평에서 (어디로?) 뛰어내리려고 한다면 반연극은 이 지평에서 (결코 알 수 없는) 의미에 집착한다. 반연극ㆍ반소설이나 부조리극, 실존주의 소설 등은 모더니즘의 한계를 마치 풍선이 터뜨릴 듯이 불어대며 도착적으로 확장할 뿐이다. 초현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도식적으로 비교하면 초현실주의가 현실을 탈피하는 탈(脫)대상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탈(脫)주체이다. 초현실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이 드러나는 양상은 비슷할 수 있지만, 인식 체계는 다르다. '대머리 여가수'에서 이오네스코는 당연히 포스트모더니즘을 의식하지 않았다. 선행한 사조인 초현실주의는 참조하면서 초현실주의 표현의 부조리한 현상과 실존주의의 문제의식을 연관 지어 연극적인 양식으로 정형화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탈(脫)대상화하면서 주체가 과잉되고 그러한 과정이 악순환에 빠져들며 결국 주체가 전복되는 상황 또한 그리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실존조의의 흔적 전통적인 서구의 형이상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합목적론이 강세다. 세상은 인과관계로 이어지면서 목적에 맞춰서 구성돼 있다고 가정하고 맹목적으로 그런 생각을 수용하는 경향은 근대에 이르러 도전받는다.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인과(因果)를 알 수 없고 인접(隣接)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인접의 반복을 통해서 습관적으로 그것을 인과로 받아들일 뿐이다. 사실 엄격하게 또 정확하게 인과를 파악할 수는 없다. 인과를 추정하거나 인과라고 명명하는 것일 뿐이다. 목적론적 세계관에서는 우리의 세계를 합목적의 세계라고 일단 가정한다. 우리가 가정한 인과를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실제 인과라고 받아들이면서 세계 속에서 살고, 거기서 삶의 가치나 의미를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세계를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세계에서 사는 한 불가능하다.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 역시 완전한 부인으로 가지는 않았고, 목적론적인 기존 세계를 흄 식의 온건한 비판을 수용해 언어학적으로 풀어놓은 정도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다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개념이고, 이해를 못 했다는 이해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문장으로 작성돼 있기에 온건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를 '질서'라는 관점에서 코스모스라고 하고 코스모스 전에는 카오스가 있었다. 코스모스에 사는 우리에겐 코스모스가 카오스보다 좋다는 우열의 판단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카오스를 흔히 '무질서'로 이해하고 무질서를 정돈하여 질서를 세웠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카오스는 무질서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다른 질서라는 반박이 존재한다. 마치 장미화원과 들꽃이 만발한 들판처럼 코스모스와 카오스는 별개의 논리가 작동하는 별개의 질서라는 생각이다. 이오네스코의 세계는 카오스적인 세계를 전망하였을까. 아니다. 그는 코스모스적인 세계에 머물며 그 세계를 부분적으로 비틀어서 얘기하고 있다. 결국 실존주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에 등장한 초인종 일화. "결론적으로 초인종이 울려도 (문밖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거군요"라고 대사는 형식논리학의 견지에서는 옳지 않다. 어떨 때는 누가 있고 어떨 때는 아무도 없다고 하는 건 순차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문 앞에 (초인종을 누른) 누가 있으면서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형식논리학의 질서를 파괴하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은 아니다. 그러나 이오네스코에게는 어쨌든 초인종을 누군 누군가가 문밖에 있다. 실존주의라는 건 잘살고 싶어서 안달하는 모습이다. 실존주의는 허무주의가 아니다. 실존의 의미는 결국 삶의 긍정과 반항을 통한 자기 존재의 확인이고, 유명하게 인용되는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의 장면처럼 칸트적인 물자체를 보면서 자아를 각성하는 모습이다. 이성적인 인간의 호소와 불합리한 세계의 침묵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조리 앞에서 인간은 그 부조리에 반항하면서 삶을 꾸려나간다고 카뮈는 설명한다. 하나의 고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침묵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가 부조리이다. 카뮈에게 부조리에 대처하는 방법은 반항이다. 부조리 앞에서도 끊임없이 주어진 바위을 밀고 언덕길을 올라갔다가, 고개를 넘어봤자 내려가면 다시 밀어야 할 줄을 알면서도 기꺼이 다시 밀 각오를 하는 것이 반항이다. '대머리 여가수'에서도 동일한 정조를 확인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집착과 애착 인간이 그냥 세계 앞에서 짜부라지는 게 아니라 신도 죽었고 뭐가 있는지 혹은 뭐가 들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세계 앞에서 인간이 호소한다. 호소하는데도 세계는 침묵할 뿐이다. 호소와 침묵 사이에서 부조리가 출현한다. 호소가 없으면 부조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부조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삶의 모습이다. 실존주의는 부조리할 수밖에 없다. 실존주의는 부조리를 극복하지 않는다.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실존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 형식논리학의 파괴와 주체의 파괴가 동시에 나타난 장면. 등장인물인 메리가 갑자기 "전 이분의 소방 호스였어요"라고 말한다. 인간의 물화가 너무 자연스럽다. 제목은 조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무의미의 의미를 통해서 의미가 무의미해지는 순환 구조가 발생하듯이, 대머리 여가수도 작가가 신경 쓴 제목임이 분명하다. 대머리 여가수를 형용 모순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 당시의 여자는 대머리일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머리 여가수는 형용 모순이고, 형용 모순인 사건을 갑자기 지칭하면서, 형용 모순의 항상성을 답답해하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그 모순을 상징화하며 제목으로 삼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지금은 대머리 여가수, 머리를 빡빡 깎은 여자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여자가 없었기 때문에 해석이 달라진다. 지금이라면 대머리 여가수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핑크 코끼리는 요즘 다이어트 중인가요? 지금에서야 이런 제목을 썼어도 무방하겠다. 대화가 단절된 혹은 일방의 대화만이 있는 인간관계, 인간의 물화와 소외, 일상 표면의 항상성과 이면의 불안이 우스꽝스러운 비극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6-23 14:58:35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