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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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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1>"한 잔 더?"…당신 인생에서 부족한 0.05%는

<141>영화로 맛보는 와인 ⑨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 원제 Druk) "인간의 혈중 알코올수치가 0.05% 부족하단 거야. 알코올수치가 0.05%가 유지되면 더 느긋해지고, 침착해지고, 음악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한대. 결국 더 대담해진다는 거지." 노르웨이 철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핀 스코르데루는 음주가 현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와인 한 두잔 마신 상태를 항상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영화 '어나더 라운드'가 만들어진 발단이다. 영화 제목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는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1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흔히들 하는 "한 잔 더?" 정도의 표현일테다. 주인공들은 마르틴을 비롯해 한 고등학교에 같이 일하는 교사들이다. 배경은 '온 국민이 술을 퍼마시는' 덴마크다. 각기 다른 과목을 가르치지만 공통점이라면 의욕없는 학생들만큼이나 열정이라곤 남아있지 않고, 가정에서도 설 자리 없는 중년이다. 니콜라이의 마흔살 생일 축하를 위해 친구들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모인다. 차를 가져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못박은 마르틴. 역시 생일 파티의 시작은 샴페인이다. 2013년산. "미네랄리티가 특징이죠, 눈을 감으면 프랑스의 포도밭이 떠오를 겁니다." 다음은 북유럽산 캐비아와 보드카다. "차르(러시아 황제)도 만족할 만한 보드카죠. 러시아의 임페리아로 발효한 밀을 식한 후 수정으로 여과해 질감이 벨벳같고 풍부합니다." 보드카를 한 모금씩 하곤 혈액으로 바로 훅 들어오는 것 같다는 평에 마르틴도 침이 꼴깍,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건배. 메인 코스는 와인과 함께다. "부르고뉴 2011년 빈티지. 로버트 파커가 이 와인에 95점을 주면서 말하길 부르고뉴 정신을 담고 있다고 했죠." 좋은 와인을 연거푸 두 잔 마신 마르틴은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글썽여진다. 그동안 혈액 속에 부족한 0.05%의 알코올이 문제였던 걸까. 마르틴과 친구들은 스코르데루 가설에 대한 증거수집이란 명목으로 혈액 속에 0.05%의 알코올을 채우기 시작한다. 다음날 글쓰는데 지장이 없도록 저녁 8시까지만 술을 마셨다는 헤밍웨이까지 끌어들이며 낮동안 내내 술에 취해있기로 한다. 다만 저녁 8시 이후와 주말은 금주. 혈중 알코올농도 0.05%가 어느 정도인지 보자. 일단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 기준으로 보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어가면 술에 취한 거로 본다. 보통 성인 남자(몸무게 70kg)가 맥주 한 캔을 먹으면 혈중 알코올농도 0.02%다. 소주 한 병을 먹으면 0. 062%. 소주 한 병을 먹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면 0.032%로 내려온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0.05%는 소주 한 병을 먹고 취기는 적당히 올랐지만 술이 깨지는 않은 상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적당한 취기 덕인지 이들의 삶엔 생기가 돈다. 자신있게 진행한 수업은 어느때보다 활력이 넘쳤고, 배우자와도 이제 말이 통한다. 낙제할 위기에 처했던 학생은 이들이 권한 시험 전 한 잔으로 졸업할 수 있게 됐고, 왕따를 당했던 아이는 용기를 얻었다. 물론 문제도 생긴다. 학교 체육관 창고에선 술병들이 발견되고, 학생들 역시 술 냄새 폴폴 풍기는 선생님들을 지나칠 리 없다. 몸은 0.05%로의 알콜로는 더 이상 만족하질 않고, 만취와 알코올 중독은 겨우 일으켜 세웠던 학교와 가정을 다시 박살내고 만다. 샴페인이 팡팡 터지는 학생들의 졸업 파티에서 마르틴을 다시 춤추게 한 것은 술이 아니라 인생이었다. 취했다는 것도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한 형태일 뿐 가치없는 인생은 없다. "이 얼마나 멋진 여정인가. 어디 있는지 당장 알지 못하지만 난 아직 젊고 살아있어.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멋진 인생이니까."

2022-03-17 14:58:4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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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자본시장 원칙은 선과 충이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자인 함영주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고객의 원성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리고, 하나은행이 이에 불복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판결은 앞서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고 1심을 먼저 치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승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예상 밖 결과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내부통제 위반 이슈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게도 똑같이 중징계가 예고되면서 금융권이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이번 함영주 부회장 법정 소송 패소 결과를 보면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기본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는 금융인들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의 철학적 기반은 '선(善)'이다.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 가치다. 그래서 금융회사와 금융종사자에게는 선량한 관리자라는 엄중한 의무가 있다. 또 하나의 철학적 기반은 '충(忠)'이다. 바로 고객에게 충실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다. 의무를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에 '충'이 더해져 '믿음(信)'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금융은 '선'과 '충'을 추구해야만 하는 엄중한 의무가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자세도 돌아보게 된다. 금융당국은 '선'과 '충'의 절대적 기준에 어긋난 과거를 덮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실운용이 밝혀진 펀드의 총수익스와프(TRS)거래다. 라임운용의 펀드를 보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초대형 증권사들은 명목상으로는 라임자산운용이라는 작은 사모운용사가 시키는 데로 부실한 종목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였다. TRS 거래를 하는 초대형사들은 높은 수수료만 받는데, 펀드자금이 담보로 제공되어서 손해 볼 가능성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중간에 팔아버리고 빌려준 돈을 담보에서 회수하곤 해왔다. 심지어 이들 PBS증권사들은 먼저 펀드를 기획해서, 자산운용회사를 이용해 돈 버는데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PBS 증권사는 단순히 펀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이고 운용에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금융당국은 TRS 거래 뒤로 숨어버린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의 비겁함과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린 악행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TRS가 단순한 거래라고 말한다면 거래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TRS 거래는 단순한 금융거래이니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외치는 CEO가 있다면 이는 고객을 속이는 사람이다. 부실운용의 실체는 덮어두고, 은행 등 판매회사의 보상으로 끝내면 비겁한 금융당국자가 되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저질러진 일을 스스로 끝내지 못하고 법원으로 보내는 일은 더 이상 곤란하다. 앞으로도 부실펀드는 계속 나올 것이다. 언제까지 운용과 관계없는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공모펀드든 사모펀드든 고객자산의 무책임한 운용, 부실한 운용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과도하게 손실이 발생한 펀드에 대해 처음부터 수수료를 벌기 위해 기획된 상품인 지,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상품인 지, 운용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 지 '선'과 '충'의 관점에서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운용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자본시장의 기본과 원칙이 선다.

2022-03-17 09:18:43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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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7> 조지 오웰의 '1984'(1949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7> 조지 오웰의 '1984'(1949년)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표작인 조지 오웰(1903~1950년)의 '1984'를 다시 읽으면서 잘못 기억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매매춘하는 장면이 있는데, 상대방 여자가 이가 없어서 입이 동굴처럼 보였고 그를 할머니라고 표현해서 70살 이상일 것으로 기억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까 최소 50살 정도 되는 늙은 여자라고 해 놀랐다. 당시 하층계급의 50살 여자를 아마 그 정도로 늙었다고 여겼을 것 같기는 하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년)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마흔 살까지 사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하는 대목도 있다. ◆전쟁은 평화이고 무지는 힘이다 이 소설은 전체주의를 비판한다. 소설의 '오세아니아'가 소련의 스탈린 정권을 모델로 했으라는 데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물론 스탈린 정권만을 겨냥한 건 아니고 사회시스템 전반에 걸친 전체주의 비판까지 창작의 지평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세 개의 구호가 나오는데, 첫 번째 구호가 '전쟁은 평화이다'. 소설에는 3개의 나라가 약속대련처럼 항상 전쟁을 벌인다. 죽기 살기로 싸워 어느 한쪽을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전쟁 상태를 유지하도록 싸운다. 전체주의에서 대외적인 적대세력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평화로운 전체주의라는 올더스 헉슬리(1894~1963년)의 '멋진 신세계'의 특이한 전체주의와 달리 '1984'의 전체주의는 인류에게 익숙한 모양이다. 전체주의, 파시즘, 나치즘 등 뭐라고 부르든, 기본적으로 전체주의는 대외적인 배타성, 즉 적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평화다'는 전쟁이라는 현상을 통한 전체주의 내부의 '평화적인' 체제유지로 이해될 수 있다. '무지는 힘'이란 구호는 오랫동안 전가의 보도로 작동한 통치의 기술이다. 오웰의 나라인 영국에서는 자본주의를 먼저 발전시키면서 구빈법 논쟁 등 빈민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18세기 말에 영국의 언론인 로버트 레이크스(1736~1811년)는 평일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일요일이면 방치돼 부랑차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주목해, 그들을 데려다가 교회에서 가르치는 주일학교를 세계 최초로 열었다. 주일학교는 영국 교회 전반에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그러나 가르치는 내용은 성서를 읽고 교리문답하며 인간의 죄성 등을 주입하는 것 중심으로 구성됐다. 빈민이 각성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는, 최소한의 교육과 온순화 목적의 주일학교에만 많은 성직자가 동의했다. '자유가 예속이다'는 방종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얼핏 기독교 교리나 실존주의 철학을 연상하게 되지만, 자신을 즉자적인 자아가 아니라 대자적인 자아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어떤 가치 있는 현실에 자신을 구속함으로써 자유에 도달하게 된다는 실존주의의 설명과 다르다. 자신을 즉자적 자아에서 대자적 자아로 변환하면서 더 높은 가치에 자신을 구속하여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실존주의 명제와 다른 점은, 실존주의 철학이 자기 몸에 결정권을 가지고 의지를 행사하는 살아있는 주체를 전제로 하는 반면 전체주의는 주체가 소멸한 상황을 자유라고 말한다. ◆공포 너머 궁극의 전체주의 오웰은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이라는 현실 속의 디스토피아를 목격했다. 또 나치와 스탈린 통치, 프랑코 독재 체제, 이탈리아 파시즘, 그리고 중국의 공산화 과정을 통한 전체주의화를 보았다. 이 책에는 오웰이 목격한 이 모든 것이 담겼다. '멋진 신세계'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먼 미래를 설정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체주의를 그린 반면, '1984'는 현실에 존재하는 전체주의를 새롭게 조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멋진 신세계'(1932년)가 '1984'(1949년)보다 먼저 출간됐다. '1984'가 '멋진 신세계'를 오마주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주인공 스미스가 꿈에서 깨어나며 셰익스피어를 중얼거렸다고 하는 부분이다. '멋진 신세계'는 물론이고 '1984'에서도 핵심 모티브에 해당하는 것이 셰익스피어다. 인간 존재의 내면에 깊숙이 존재하는 저항의 최종 근거지? '1984'에 나오는 '골드스타인'은 한눈에 트로츠키를 염두에 두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출범 과정의 스탈린과 트로츠키 간의 갈등과 대립, 트로츠키의 실각 등이 당대의 현존 역사였기에, 유대인, 백발, 턱수염 등의 묘사를 통해 골드스타인이 트로츠키이며, 콧수염 등 빅브라더의 묘사를 통해 스탈린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오웰이 '1984'를 통해 실재한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을 비판했느냐고 묻느냐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다만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현존 러시아 역사를 넘어 사회주의 체제, 전체주의 전반을 비판하고 경고하였다. 사람들이 자유를 어떻게 잃고 어떻게 인간이 아니게 되는지를 이야기하였다. 역사에서 목격한 전체주의는 외부적으로는 배타성, 내부적으로는 공포를 특징으로 한다. '1984'가 말하는 전체주의는 궁극의 전체주의다. 공포를 넘어서, 공포를 통해 전하려는 의식을 내면화하고 복속하는 방식의 전체주의. 누군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아직 주체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나'가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가 없어져야 하고, 그러면 '공포'마저 저절로 없어진다. 공포가 없는 공포로 무장한 전체주의야말로 최상급 체제이다. 나치나 소비에트가 꿈꾸었을 뿐 도달하지 못한 경지이다. 오웰이 제시한 최고의 전체주의에서는 '1984'의 끝 대목에서 나타나듯 마침내 공포를 넘어서고 더는 두려워하지 않고 그 체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소설의 전체주의는 전체주의 적대자를 쉽게 죽이지 않는다. 체제를 내면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체제와 일체를 만드는 것을 기도한다. 내면화하는 것은 주체가 존재한다는 뜻이기에 체제와 일체화하는 것이 전체주의에게 더 소망스럽다. 체제와 일체화한, 한때 문제를 겪은 개인은 카페의 지정된 장소에서 술을 마신다. 술을 계속 따라주고 사람들은 그를 바라본다. 이것은 이 체제가 보여주는 방식이다. 끝까지 수용하지 않는 사람을 죽여서 순교자로 만들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수용하게 만들고 그가 이 사회를 사랑하게 만들어서 대중 앞에 내보인다. 우리는 모두 하나고 누구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모두가 빅브라더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체제는 총살을 지연한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와 도스토옙스키의 공리 그렇다면 그 개인은 왜 자살하지 않을까. 첫 번째로 육체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이유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인간 주체성과 생의 단절 의지마저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자살은 인간 특징의 하나인데, '1984'의 전체주의는 자살이라는 인간적인 선택이 가능한 상황을 체제의 실패로 받아들인다. 개인은 결코 자기 몸과 자기 인생의 결정권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러한 결정권을 체제에 귀속되어야 한다. 죽더라도 체제가 죽여야지, 개인이 스스로 죽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스미스가 한 말 중에 "당신은 허리 밑으로만 반역자인 것 같다"는 것이 있다. "허리 아래 인격 없다"는 어느 나라 속담과 비교해 비슷한 듯 다르다. 소설에서 체제의 수호자인 오브라이언은 "전체주의는 오르가슴마저 없앨 것"이라고 말한다. 오르가슴은 남녀가 (혹은 아니어도) 성적으로 몰입하여 육체를 통해 최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감각이다. 생식이나 번식과 상관없어진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용어고, 인간의 인격성과도 관련 있다. 인간이란 동물은 번식 본능을 인격적 차원으로 수용하고 승화하여 문화화한 유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체제는 허리 위로는 인간의 존엄과 특성을 없애면서 허리 아래에서 인간이 만든 성적인 문화마저 없앤다. 한마디로 인간을 동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만 때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양면적인 존재이다. 전체주의는 인간 존재의 양면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을 만들어 철저하게 복종하는 체제로 만드는 게 '1984'의 전체주의 시스템이다. 셰익스피어가 언급된 부분이 '멋진 신세계'와 연결된다면, '2+2=5'가 나오는 부분은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떠올리게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체르니솁스키라는 러시아 사상가가 썼던 구호가 '2x2=4'였다. 간단히 합리성과 진보의 신뢰라고 정리하자. '1984'에서는 스미스가 '2+2=4'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브라이언이 '2+2=5'라고 한다. 우선 오웰은 왜 '2x2'가 아니라 '2+2'로 했을까? 'x'(곱하기)가 속성상의 변동을 의미하고 사회와 개인 간의 역동적인 변화 같은 것을 상징한다면, '+'(더하기)는 명백하게 드러나는 공리를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곱하기보다 더하기가 훨씬 단순하기에 가장 단순한 공리 체계를 부인하는 양식을 오브라이언을 통해 오웰이 소설 속에 가져왔다고 해석된다. 부인은 부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부인은 어떤 형태로든 긍정이 되어야 한다. /글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3-17 09:11:3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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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대선은 결국 부동산싸움이었다

20대 대통령선거는 결국 부동산 싸움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싸움이 두 후보의 정책대결이 아닌, 이전 정부와의 대결이었다는 점이다. 누가 낫다고 할 수 없는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에도 과거의 부동산 실책만큼은 두 후보 모두 공감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대출이 막히고 양도세가 올라 매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매물들은 시장가격에 양도세까지 포함한 값이었고, 드문드문 이루어지는 거래가격들이 신고가이자 평균가가 되어왔다. 이 같은 결과는 정책의 검토단계부터 비전문가들 조차 우려했던 일이니 정책을 발의한 주체들도 짐작은 했을 것이다. 잘못 끼운 단추의 영향력은 컸다. 논란이 있다고 해서 정책의 기조를 아무 때나 바꿀 수 없었고, 반대편 진영의 논리를 선뜻 채택하지 못했다. 결국 실패를 국민들이 몸소 증명하고 난 뒤야 바꾸게 된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보여졌듯이 양자 후보간 해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는 실거주 1주택자에게 합당치 않은 세부담을 줄여주고, 두 번째는 공급확대를 차치하고 우선 거래부터 활성화시켜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안정화 하는 것을 두 후보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차기정부의 행보는 다음과 같이 예상된다. 우선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을 통한 보유세 완화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란 쉽게 말하면 세금을 부과할 때 공시가격이 아닌 특정비율에 따라 그 일부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가령 어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10억원일 때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100%라면 10억원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지만, 60%로 낮아지면 6억원이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의 경우 40∼80%, 종부세법은 60∼100%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시행령을 손보는 것만으로 국회의 동의없이 바꿀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해서 완화하는 것은 당장 다수당을 설득해야 하고, 20여년간 운영하던 세법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일인 만큼 우선의 완화 효과를 지켜본 뒤 그 정도와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부동산 등락은 결국 향후 재건축 등 신축공급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나 일단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당장의 수급불균형만큼은 어느 정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둘 점은 인기가 높은 지역보다 비선호 지역의 매물 증가가 더욱 클 가능성이다. 즉, 수도권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양극화는 감내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절대다수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강남3구를 포함한 전체 시장의 집값을 일괄적으로 억누르려는 시도가 실패한다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맨해튼이 되어서는 안되고, 될 수도 없는 법이다. 지역 불균형을 탓하기보다는 지역 별 격차에 맞춰 각각 특성화된 산업, 상권에 따라 각자의 속도로 개별적 발전을 하면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처방도 역시 변함 없다. 필요 이상의 다주택자는 한시적 양도세 완화기간동안 처분을 검토하고 무주택자는 내집 마련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방향은 이미 입증이 되었다. 정부의 개입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고통이 따랐으나 그 '적절함'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장기적인 안정이 이루어지면 모두가 실망할 필요도, 지나치게 들뜰 필요도 없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다만, 과거 중도실용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써왔던 정부조차 정책 차용의 이념적 한계는 뛰어넘지 못했었다. 새 정부는 부디 위태로울 때마다 반대편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3-16 09:26:1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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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성공창업은 수치분석이 정답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이 분주한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암울한 창업환경에서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력과 내성을 키웠으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 또한 일부이긴 하나 상승하는 효과로 기인한다. 보통 일년 중 3~6월과 9~11월이 창업박람회나 설명회가 많이 열리며, 매년 소비트렌드의 변화와 소비자의 구매반응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많은 박람회나 세미나에서는 서로 자신들의 브랜드와 회사가 성공창업을 담보하는듯 성공창업을 외치고 있다. 어떠한 이유와 근거로 대박 아이템이라고 홍보하는 걸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러한 브랜드나 창업지원회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트렌드분석, 성공사례, 투자비용 대비 고수익, 유행아이템, 매스컴 출현경력, 스타사장이나 스타전문가, 유명모델을 전방에 내세워 성공할 것 같은 허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창업에서 목표로 한 성공의 기준을 만들기는 부족하다. 창업은 철저한 수치분석이 필요하다. "장사는 몫이다"는 속담이 있듯이 점포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수치의 정확성이다. 고객유동량, 성별비율, 경쟁업소현황, 평균구매력, 구매주기, 원가률과 마진구조, 상품별 구매효율과 계절별 수탁 금액률, 권리금 및 보증금, 실평수와 가동률, 예상매출 등 모든 것을 수치로 표기되고 그 수치로 평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시설과 설비에 따른 인테리어도 모든 것은 수치로 효율성을 검증한다. 매대의 규격과 크기, 선반과 조명의 높이, 진열상품의 크기에 따른 배열방식의 변화, 외식업의 경우는 주방 동선의 넓이, 주방과 업장의 비율 등 모든 것이 수치가 조율한다. 실질적 수익성을 판단하는 점포운영은 더욱 수치가 중요하다. 객단가, 마진율, 한계가격, 구매주기, 로스율, 빈도수, 용품별, 시간별, 월간 매출수치 분석, 반품율과 품목별 회전율 등 모든 것을 수치로 분석하고 제어해야 효율경영을 통한 성공창업을 실현할 수 있다. 창업자들의 평균 마진율은 판매가 대비 25~35%정도이다. 결국 경상비를 줄이는 운영전략이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수익성은 정량분석과 수치통제로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구매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도 경영분석을 통해 계획과 실천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원은미기자 silverbeauty@metroseoul.co.kr

2022-03-14 15:55:14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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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잣나무골에 비가 내린다

봄비가 줄곧 내렸다. 비가 반가운 이유는 봄을 깨우느라 분주해서라기 보다는 바짝 마른 숲을 적셔줄 수 있어서다. 나는 숲을 좋아한다. 집 뒤는 바로 잣나무숲. 거기서 몇 걸음 더 위로는 밤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잡목숲이다. 온갓 산나물도 많다. 고사리, 취나물, 당귀, 참나물, 혼잎나물 등 지천이다. 봄철, 도시민 중에는 나물을 채취하러 오는 이들도 심심찮다. 게다가 고라니며 멧돼지 등 산짐승도 꽤 많다. 잣나무골은 천덕봉의 한 능선을 등지고 있다. 천덕봉은 이 일대에서 원적산, 양자산과 더불어 제법 큰 산이다. 그래 봐야 해발 수 백m 남짓이지만 예전에는 호랑이가 많기로 유명했다. 인근 마을 중에는 상호리, 하호리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골짜기가 깊다. 바로 그 능선 너머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고 그 동편에는 골프장이 자리잡고 있다. 종종 아이들과 그 능선을 걸으며 산책을 즐겼다. 능선은 천덕봉을 향해 밋밋한 오르막으로 돼 있고 능선 끝에서 본격적으로 천덕봉으로 이어지는 곳부터는 골프장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골프장 맨 북쪽, 능선과 맞닿아 있는 홀은 슬라이스홀이다. 그래서 능선에는 OB(아웃오브바운스)난 골프공이 수두룩하게 나뒹굴었다. '골프공도 여기만 오면 등산하고 싶어지나 보다'. 일부러 로스트볼을 주으러 아이들과 숲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낡은 골프채 하나를 지팡이 삼아 아이들과의 산책은 두어시간 걸린다. 그건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봄철 어느 일요일. 여느 때처럼 회사에 출근해 오후 식사를 마쳤을 때 긴급한 전화가 울렸다. 능선 뒷편에서 불이 번져 우리 집쪽으로 능선을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내는 불길이 너무 무섭단다. 급히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에서도 천덕봉의 자욱한 연기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걱정스러웠다. 건축한 지 얼마 안 된 목조집. 숲 언저리여서 삽시간에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한 시간을 달려 가까스레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께. 이미 소방차 두대가 올라와 있었다. 불길은 집에서 수 십m까지 도달한 상태. 소방차는 연신 우리집, 윗집 지붕과 주변 숲 언저리에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불길이 내려와도 집은 안전하게 할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숲은 곧 소방 헬기가 도착,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숲이 불타는 광경이란 그야말로 끔찍하다. 화르륵! 키 큰 소나무마저 푸른 잎새가 순식간에 폭발하듯 불꽃으로 덮혔다. 그 공포감은 무섭다는 말로는 표현도 안 된다. 나도 괭이를 들고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마을 사람들과 불길이 내려오지 못 하도록 방어선을 만들던 중에는 헬기에서 퍼붓는 물폭탄에 생쥐꼴이 되기도 했다. 어둡기전에 간신히 불길이 잡혔다. 우리는 잔불을 정리하고 내려왔을 때는 해가 질 무렵,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숲속에서 불길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건 왜 그리 비호같았던지, 불길은 무서웠으나 몸은 새털같았다. 머리 위에서 치솟던 불길도 겁나지 않았다. 모두 돌아가고 나서도 윗집 형님과 밤 이슥하도록 숲을 지켰다. 잔불이 다시 살아나 집을 덮칠지 몰라 겁 먹은 채 어느 봄날을 보냈었다. 그건 추억이 아니라 트라우마다. 요즘 동해안 일대는 산불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피해 중에서도 집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울진, 삼척, 강릉, 동해, 영월 등 수백채가 불타고 이재민도 수 천 세대. 화재 진압에 헬기, 지휘차·진화차·소방차 등과 소방·경찰·해경·군인과 공무원 등 수만명의 인력이 투입됐다니. 이제 비가 잔불마저 정리하게 됐다. 산불,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산불, 겨우 하늘에 기대어 살아가는 시간이지 않기를 바란다.

2022-03-14 08:38:4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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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기력 회복 본초 '둥굴레'

한방에는 약성이 강하지 않아서 차로 끓여서 자주 마셔도 좋은 본초들도 많다. 둥굴레도 그중 하나인데 맛이 구수하고 향이나 약성이 강하지 않아서 연하게 끓여서 차로 마시면 좋다. 황정이라는 약재명을 가진 둥굴레는 식탐을 조절하는 효능 때문에 다이어트 차로 한때 각광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식탐을 완전히 없앤다거나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식탐 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스트레스를 조절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식탐 조절에도 효과가 있는 것이다. 즉 둥굴레는 스트레스가 많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일 때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효과가 있다. 짜증스럽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초조하고 긴장이 될 때 모두 도움이 된다. 이럴 때는 커피나 술을 마시기보다는 둥굴레를 끓여서 1~2잔 마시면 훨씬 도움이 된다. 둥굴레는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신선들이 먹었던 본초라고 불리기도 했을 만큼 기력 회복과 장수에 도움이 되는 본초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건강이 나빠지면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기혈의 순환도 잘 되지 않고 신진대사도 저하된다. 둥굴레는 이처럼 우리 몸의 깨진 균형을 바로잡고 신진대사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과다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피로가 집중되고 있을 때나 체질적으로 허약해서 늘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둥굴레가 좋다. 병후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회복이 더딜 때도 둥굴레가 몸을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남자들의 경우에 정력이 감퇴하게 되면 체력도 떨어지고 신체 기능도 전반적으로 저하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둥굴레를 자주 먹게 되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둥굴레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근육의 감소, 골격 약화 등에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폐의 기운을 보충하여 마른 기침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2022-03-14 05:15:2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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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규 변호사의 상속설계 제대LAW] 상속설계를 위해 당신이 고려할 두 번째, 남겨질 재산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당신이 떠난 뒤 무엇이 남겨질 것인가, 아니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난 후 당신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은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된다. 이때 전해지는 재산에는 당신이 살던 집이나 보유하고 있던 예금만이 아니라 꼭꼭 숨겨놓았던 성인잡지나 부끄러운 속마음이 드러나는 일기장도 포함된다. 당신이 떠날 시간을 미리 예측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남기고 싶지 않은 물건들을 미리 처분할 수 있겠지만, 항상 사고는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 않는가. 반대로, 당신이 당연히 상속인들에게 이전될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상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밤을 지새우며 십년 째 공들여 만든 사진 블로그, 매일매일 열심히 가족의 사진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이렇게까지 오를지 모르고 오래 전에 사놓았던 비트코인 그리고 배우자 몰래 짬짬이 획득한 게임아이템은 당연히 상속인들에게 이전될까. 당신이 먼 곳으로 가게 되면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가 상속인에게 이전되지만, 인격권은 재산권이 아니므로 당신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고, 재산권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에게만 귀속될 수 있는 권리는 상속되지 않는다. 현행 법령에 의하면, 앞서 열거한 소중한 것들이 상속인들에게 당연히 이전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당신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떠난다면, 상속인들이 이를 얻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상속설계를 통해 당신이 가진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어떤 것을 누구에게 남길지를 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남길 재산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그리고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상속설계의 내용과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자산의 경우 다른 상속재산처럼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전해 접근 권한을 부여하거나 개인코드를 전하는 방법으로 처분권한을 이전하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간단한 내용의 크지 않은 규모의 재산을 남긴다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상속을 설계할 수 있는 유언이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단순히 재산만의 이전이 아니라 가치를 상속시키고 싶거나 보다 구체적인 재산 이전의 조건이나 방법을 정하고 싶다면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상속제도는 사람이 먼 곳으로 가게 됐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누구에게 이전시킬 것인지를 정한다. 그런데 사람은 모두 가지고 있는 재산이 다르고, 각각의 물건에 대한 애정이나 의미도 다르며, 남겨질 사람들이 그 물건에 대해 갖는 생각이나 그들에게 그 재산이 갖게 될 의미가 다르다. 상속제도는 당신이 남긴 카메라가 당신과 가족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당신이 보물처럼 아끼던 물건이고 당신의 첫째 자녀가 사진을 전공하기에 카메라를 받을 적임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속설계를 통해 상속제도를 우리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최적화시킬 필요가 있다. 상속재산의 종류나 규모는 남겨질 사람들이 부담하게 될 상속세를 정하는 지표가 된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재산의 합산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자녀들이 각각 취득하는 재산 가액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재산의 합산액에 따라,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누진적으로 적용된 세율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간단하게 당신이 30억 원을 초과한 재산을 남긴다면, 상속재산 중 30억 원을 초과한 부분은 50%에 상당하는 상속세가 부과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속인은 상속세뿐만 아니라 상속받은 재산의 종류에 따라 취득세도 부담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1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긴다면, 상속인들은 최대 약 40억원 정도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남겨진 재산의 종류에 따라 이에 대한 취득세까지 부담하게 된다. 상속인의 자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상속세 등의 납세를 위해 당신이 남겨준 재산을 처분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상속설계를 통해 상속세 등 세금 납부의 재원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오랜 시간 고민해서 자녀들에게 넘겨준 재산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심지어 취득세까지 낸 후에) 처분돼야할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당신이 남길 재산이 어떤 것이며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은 상속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당신이 남길 재산을 곰곰이 생각하며,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그 물건을 받게 되었을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혹시라도 숨겨야할 물건의 처분을 누구에게 부탁할지도 생각해보자. 이러한 준비는 당신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줄 것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2-03-13 08:44:5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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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0>"와인 맡기면 돈 빌려드려요"…1200억 와인 폰지사기

미국을 대표하는 컬트와인 '스크리밍 이글'. 한 병당 와이너리 출고가는 3000~4000달러 안팎이지만 이게 대기자가 워낙 많다보니 매년 가격이 뛰는 것은 물론이요, 부르는게 값이 될 경우가 많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한 병의 시장가치를 500만원이라고 치고, 20병이면 1억원이다. 가능한 대출 한도는 시장가치의 35%라니 3500만원. 담보가 있어도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이니 이자는 10% 이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담보로 보관해 놓은 20병 가운데 몇 병만 팔아도 충분히 변제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와인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수백명, 아니 전 세계에 수천명이 넘는다. 스크리밍 이글의 초기 빈티지는 경매에서 억대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와인을 맡겨놓고 대출을 갚지않으면 채무자만 손해다. 당신이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다고 치자. 이 와인 담보 대출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까지 와인 관련 사기라면 가짜 와인이 문제였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소장했다는 소위 '제퍼슨 와인'을 만들어내 거부들에게 판매한 하디 로든스탁 사건과 저가 부르고뉴 와인을 사들여 로마네 콩티로 팔아먹은 루디 쿠니아완 사건 등 등 굵직굵직한 와인 사기는 모두 그랬다. 이번엔 가짜 위조 와인이 아니라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와인 폰지사기다. 와인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자 와인사기도 진화한 셈이다. 보르도 셀라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버튼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제임스 웰즐리가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보르도 셀라스가 중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간 대출에 약 9940만 달러 이상을 투자토록 유도했다. 브론 피스 뉴욕 동부 지방 검사는 "피고인들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와인을 담보로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만적인 계획"이라며 "소유하고 있다는 고급와인은 없었으며, 투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두 사람은 작년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피해자들에게 5600만 파운드(한화 약 900억원)를 배상하라는 명령은 받은 바 있다. 버튼과 웰즐리가 보르도 셀라스로 투자자 모집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 전후다. 대출 대상은 고급 와인을 가진 부유층이지만 당장 현금조달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와인만 가져오면 조건없이 와인 시장가격의 35%까지 돈을 빌려주고, 10%가 넘는 이자를 받는다. 고급와인은 보르도 셀라스 명의의 와인 보관 창고로 옮겨지고, 투자자들은 이자나 와인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분기별로 나눠 가진다. 버튼은 2015년 칸쿤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채무불이행 우려에 대해 "와인 시장가격의 35%만 대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와인은 매우 빠르게 바로 팔린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웰즐리 역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고객들은 현재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개발업자"라며 "우리는 투자 등급 와인에 대해서만 대출해주며, 주로 프랑스 와인과 스크리밍 이글과 같은 고급 미국 와인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렸다. 제로 금리 시대에 다른 수수료 없이 10% 넘는 수익을 주겠다는 약속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알고보니 초기 투자자에 대한 수익금은 후기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전형적인 폰지사기였다. 버튼은 한 번은 이혼 소송 중인 미국인이 현금 조달을 위해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 넘게 맡겼다고도 떠벌렸다. 이번엔 투자자 관점이 아닌 대출을 하려는 차용인 관점에서 보자. 사전 등록한 회원에게 한 명당 3병까지만 판매한다는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뭐 하려 3000만원 안팎을 쓰겠다고 10%가 넘는 이자를 내며 보르도 셀라스를 찾아오겠는가. 낮은 이자에 정규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도 널렸을 터인데. 결국 보르도 셀라스의 수익금 배분은 오래가지 못했고, 버튼은 2019년 영국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그의 방에서 두 개의 위조 여권, 최고급 시계, 골드바 등과 함께 1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영국돈을 발견했다. 버튼은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풀려났고, 현재 행방은 불명이다.

2022-03-10 13:21: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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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석열 당선인, 코로나 긴급 대책·소상공인 체질 강화 앞장서야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생협력추진단장. 대선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새로운 희망 대한민국으로의 변화를 선택했다. 길고 긴 코로나 사태로 영업제한을 겪으며 생존의 끝자락까지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2년 넘는 기간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사회적 분위기마저 극도로 위축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장사를 아예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인원제한과 시간제한으로 손발이 다 묶인 상태에서도 임대료, 인건비, 제세공과금은 꼬박꼬박 날아들었고 그 경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작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 말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원으로, 2019년 12월 대비 173조원(21%) 늘었다.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종인 음식업(26.9%), 개인서비스업(20.9%) 등 열악한 자영업의 대출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더 이상 버틸 돈도, 버틸 희망도 사라진 것이 오늘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손실보상제가 시행됐지만 작년 4분기분의 경우 50%에 가까운 소상공인들이 50만원에 채 못미치는 손실보상금만을 손에 쥐었다. 소급적용도 안되고 실제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이 지급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정부가 확진자 관리를 손 놓은데다 방역패스 마저 중단된 마당에 무의미한 영업제한이 지속되고 있어 무책임한 정치방역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정부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 흩어진 민심을 회복함과 동시에 윤석열 당선인은 당장 최우선 국정 과제로 무너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생존력을 복원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방역으로 불리우며 소상공인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했던 영업제한을 조기에 철폐하고 지난 1차 추경에서 소상공인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던 소상공인 지원금을 대폭 상향해 2차 추경의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 또한, 빚지고 살아가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감당할 수 없는 채무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한 특별 채무 탕감 방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 당선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눈물로 하는 호소에 귀 기울여 대선 과정에서 특단의 대책들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온전한 소급적용에 기반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지원금 상향을 포함한 정책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회복력 강화 프로젝트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상위에 해당될 정도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흔들리면 경제 전반이 그대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긴급 대책과 함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2중고, 3중고를 겪으며 체력이 허약해진 소상공인들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국정 아젠다의 기조로 삼는 새정부가 되길 바란다. 더 이상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며 소상공인들이 울부짓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돼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2022-03-10 10:56:05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