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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박서보 예술상'과 광주비엔날레의 권위

박서보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반복해서 선을 긋는 '묘법'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사적 평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미술시장에서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작품 한 점에 많게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의 1986년작 '묘법 No.200~86'(165×260㎝)은 지난해 10월 경매에서 12억원에 팔렸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집계한 2021년 경매 낙찰 총액만도 약 200억원에 달한다. 비엔날레(이탈리아어로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미술전)는 원래 정치와 자본 등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목적으로 한 문화 쟁의장치였다. 동시대미술에 관한 각축장 내지는 경연장이었고, 미술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차단하며 과도한 상업성에서의 독립과 예술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무대였다. 한국에선 광주비엔날레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광주의 문화예술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5·18광주 민주정신의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의 승화를 기치로 1995년 창설됐다. 2002년 첫발을 뗀 부산비엔날레와 함께 양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엔 20여개의 비엔날레가 난립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 생활미술축제 수준이다. 광주비엔날레 역시 나이에 비해 차별성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고유한 이념과 방법론은 무엇인지 의아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고, 내용 면에서 또한 변별력이 약했다. 해마다 수십억원의 혈세가 투입되지만 여전히 국제적 담론 부재,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서의 기능 부족 등에서 아쉬움이 많다. 광주비엔날레는 베니스비엔날레가 만든 전통적 프레임마저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대표적인 게 시상제도다. 실험성을 텃밭으로 전위적이며 도발적인 작업을 통해 예술담론의 틀을 제시하기보단 상(賞)으로 비엔날레의 권위를 획득하려 했으며, 출범 초기부터 만들었다 없애기를 반복한 채 공적 상속을 지속해왔다. 지난 7일 (재)광주비엔날레는 또다시 예술상을 제정했다. 이른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다. 내년 4월 개최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2042년(총 10회)까지 총 100만달러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심사한 뒤 선정된 작가 1인(팀)에게 매회 10만달러씩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작가들에게 줄 돈은 박서보 화백이 후진 양성을 위해 기탁한 재원으로 설립된 '기지재단'에서 나온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보도자료에서 "단색화를 세계무대에 알렸던 박 화백의 예술적 신념과 한국 미술을 국제무대에 소개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역할이 상응해 이 상이 제정됐다"고 밝혔다. '박서보 예술상'에 스스로 '최고 권위'라 칭하며 "예술상을 통해 비엔날레다운 비엔날레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예술상은 예술이라는 개념을 증언하고 확증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까지 맡는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다.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은 가장 자유롭고 구속되지 않아야 할 비엔날레와 가장 제도적이고 세속적이며 '인정'과 '질서'를 부여하는 상의 조합이기에 그 자체로 개념적 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모든 귀속에 도전하는 하나의 방식 아래 가능한 비엔날레의 권위가 시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믿음은 의무방어전처럼 변질된 광주비엔날레의 현실을 보다 남루하게 할 뿐이다. 예술작품과 예술가를 비롯한 시장의 가치와 다른 차원의 가치란 스스로 존재할 뿐 외적 기준과 평가에 의한 승인이 아니다. 진정 비엔날레다운 비엔날레를 원한다면 상에 연연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본연의 소임에 충실할 수 있을 지부터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게 맞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2-22 12:07:3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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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봄이 왜 이리 더디지?

작년 이맘때 봄날 같았다. 텃밭에 냉이도 나고 철쭉과 산수유가 움 텃었다. 그래서 뉴스 속 온난화를 걱정하며 왠지 모를 죄의식에 사로잡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 달리 영하 10도를 오르내릴 만큼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북서향을 이루는 잣나무골은 여전히 잔설이 남아 있고 맞은 편 절골엔 겨울 햇살이 번져 있다. 마냥 따뜻할 것만 같다. 햇살만으로도 아랫동네가 부럽기조차 하다. 월동준비하던 게 아득하고 봄은 감감할 지경이니…. 해마다 이맘때 늘상 한 번쯤 쓰던 말이 있다. '춘래불사춘'이다. 봄 같지 않은 봄! 난 그게 싫다. 며칠전 새벽녘 경강선 곤지암역에서 전철을 탔다. 내가 타는 칸은 여섯량 중 맨 뒤편이다. 이매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할 때 최단 거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칸에는 여분의 자리가 있어서다. 그날도 나는 맨 뒤칸에 올랐다. 마침 몇 자리가 남아 있다.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휴대폰을 꺼낸 다음 주위를 둘러보자 온통 검은 색이다. 한결같이 검은 패딩을 장착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조는 듯한, 마치 무덤처럼 고요했다. 침묵과 검은 옷들. 우리가 언제부터 흑의민족으로 변신한거야. 어떤 데자뷰가 머리를 짓눌렀다. 8~9년 전 어느날 출근길 새벽 전철에 올랐을 때 모든 이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있어 놀랐던 그 광경이다. 그 때 나는 '불경기라서 그런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이 여전히 검은 옷을 벗지 못한 걸까? 그 때와 다른 건 있다. 예전 전철에서는 청소부 아줌마나 아파트 경비원 처럼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일부는 퇴근하는 것 같았고 일부는 출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직장인 같은 청장년이 대부분이다. 모두들 출근하는 분위기다. 같은 것은 모두 푸대같은 겉옷을 뒤덮고 조는 듯한 행색들이라는 거다. 이 우울한 풍경, 마치 십여년을 두고 반복되는 듯한 모습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또다시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모두 검은 옷을 입는거지 ?' 난 내가 목격한 풍경에 답을 할 자신은 없다. 다만 힘든 세상이 그렇게 나타났을 거라는 짐작은 해본다. 어느 사회학자라도 속시원한 답을 내려주면 좋겠다. 간혹 흰색이나 붉은 색 혹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도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대개 이 나라엔 겨울이면 대체로 두세가지 색의 옷을 입는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대체로 옷 색깔이 비슷비슷하다. 심지어 흰색이나 청색도 도드라질 정도로 눈에 띨 정도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옷 걸이를 살펴봤다. 파카 둘, 반코트 하나, 패딩 둘 그게 겨울 웃의 전부다. 반 코트만 고등색과 검정색의 중간쯤이고 나머지는 모두 검거나 거무스레하다. 반코트는 이번 겨우내 한 번 입었다. 친구 딸 결혼식날, 좀 단정하려고 선택했을 뿐 회색 버버리는 몇 년째 옷장 밖을 나온 적이 없다. 30여년전 버버리 열풍이 불었고 나도 하나쯤 가져야할 듯한 기분에 결혼 이듬해 장만했었다. 한번은 아들녀석이 패딩 하나를 사준 적 있다. 그래서 패딩이 두개가 됐다. 패션에 둔감한 나는 극구 다음부터는 옷은 사주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녀석은 반색하지 않는 내게 뾰로퉁한 채 투덜거렸다. '뭐 기분 좋아하면 안 돼!' 그런 녀석에게 '요즘 옷은 수 십 년씩 입을 수 있으니 너한테 다 물려줄게'라고 응수했다. 녀석은 질겁했다. '우린 아빠랑 달라'. 그리고 생각한다. 날 풀려 검은 옷들을 모두 벗었으면 좋겠다.

2022-02-22 08:36:03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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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돌직구] 교육부, 방역 책임 떠넘기고 숙제검사 하나

교육부가 21일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새 학기 학사운영 지침을 또 다시 바꿨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새 학기 오미크론 대응 비상 점검·지원단'을 구성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의 대책반 회의를 열고 3월 2일~11일까지 약 2주간 '새 학기 적응주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 중 학교장이 신규 확진 학생 비율 등에 관계없이 자체 판단에 따라 단축수업, 전면 원격수업, 급식 간편식 제공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일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2022학년도 1학기 방역·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각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을 정하는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 비율 3%' 또는 '확진·격리에 따른 등교중지 비율 15%'를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아울러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함께 '오미크론 대응 비상 점검·지원단' 체제로 전환하고 3월31일까지 신속항원검사도구 수급·지원과 현장 이동형 유전자증폭(PCR)검사소 설치·운영 등을 집중 점검·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전면 온라인 수업 지침을 바꾼 건 공교롭게도 새 학기 시작과 오미크론 대확산 시기가 겹치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학교에 방역 책임을 떠넘긴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별 학사운영 기준이 제각기 달라지면서 생기는 문제가 오미크론 방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의 학사운영 지침이 불과 2주 만에 바뀌었는데, 개별 학교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교별 눈치보기와 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개학을 열흘 앞둔 학교 현장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 10만명 수준에 근접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정상적인 학사운영은 물론 방역까지 떠안게 된 학교 현장도 오미크론 확산세를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학교 현장에선 학교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도록 질병당국과 지자체가 학교 방역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교육부의 '새 학기 적응주간 운영' 발표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내고 원격수업 전환 기준과 지침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학생과 교직원 건강 보호를 위해선 방역학적 기준과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데도 학교 자율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 행정일 뿐"이라며 "확진·격리 수준 별로 원격수업 전환 규모를 설정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학교에 즉시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도교육청 별로 기준이 달라 혼란스러운데다, 여기에 학교 별로도 판단이 달라지고 원격수업 유형 등이 들쭉날쭉할 경우, 차이와 비교에 따른 학부모 민원과 비난이 빗발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이로 인한 갈등과 책임 부담 등 학교와 교원이 겪어야 할 고충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총은 "방역당국과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치가 아니라 원격수업 전환과 관련한 과학적이고 명확한 기준, 지침을 즉시 마련해 학교에 안내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2022-02-21 16:27:21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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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상처 치유와 피부 탄력 강화에 좋은 '호두'

정월 대보름이 되면 한 해의 부스럼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호두 같은 견과류를 깨서 먹는다. 이는 단순히 세시 풍속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호두 같은 견과류에는 부스럼 등 피부 트러블을 막고 상처 치유에 효과가 좋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호두에는 비타민 E, 셀레늄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조직과 피부의 손상을 막아주고 상처의 회복을 빠르게 하며 피부 재생력을 높여준다. 또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떨어지는 피부의 탄력을 강화하며 노화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호두에는 지방이 많은 편인데 육류의 포화지방과 달리 불포화지방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불포화지방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지방이면서 동시에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에 관여해서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 수치를 낮춘다. 그래서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혈관을 탄력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호두는 뇌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호두에 풍부한 리놀렌산과 같은 항산화 물질들이 뇌로 가는 혈액 순환을 개선해서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마그네슘 같은 성분들이 뇌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긴장, 초조, 흥분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호두는 기력 보강에도 좋은 식품이다. 체력 저하로 피로를 느낄 때 호두 몇 알을 먹으면 피로 해소와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다만 간식으로 꾸준히 먹으면 피로 해소, 혈액 순환 개선 등에 두루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을 먹을 경우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다. 호두의 경우 하루에 5~7알 정도가 적당하며 과도하게 먹을 경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복통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022-02-21 05:15: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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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변호사의 친절한 회사법] 비상장주식에 관한 유질계약과 그 실행 방법

김다연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유질약정은 질권설정자가 채무변제기 전의 계약으로, 질권자에게 채무변제에 갈음해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거나 법률에 정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질물을 처분할 것을 약정하는 것이다. 민법 제339조는 위 유질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민법은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소액의 채권담보를 위해 고가의 동산에 유질권을 설정하였다가 질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그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면 질권자는 폭리를 얻고 채무자는 희생당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유질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상법 제59조는 상행위로 인해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한 질권에는 유질약정금지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거래의 당사자는 서로 평등한 경제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상인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 자이므로, 법이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자의 질권실행을 용이하게 하여 상인이 쉽게 금융의 편의를 얻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상행위로 인해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질권의 경우 유질계약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상사질권설정계약이 당연히 유질계약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유질계약에 관해 별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성립돼야 한다. 한편, 상법은 상사질권설정계약의 유질약정을 허용하지만 질권의 실행 방법이나 절차에 관해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질약정이 포함된 질권설정계약이 체결된 경우 질권의 실행 방법이나 절차는 원칙적으로 질권설정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질물인 비상장주식의 가격이나 그 산정방식에 관하여 질권설정계약에서 정한 바 없고, 객관적으로 형성된 시장가격이 없거나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어떻게 될까? 채권자가 유질약정을 근거로 처분정산의 방법으로 질권을 실행할 때 일반적으로 허용된 여러 비상장주식 가격 산정방식 중 하나를 채택하여 그에 따라 처분가액을 산정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와 처분 상대방 사이에서 채권자의 처분행위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나중에 그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었다고 인정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유질약정의 내용에 따라 피담보채무의 소멸 범위나 초과액의 반환 여부, 손해배상 등이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채권자가 유질약정이 포함된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라 질권을 실행할 의사로 질물인 비상장주식을 원고에게 처분하면서 위 주식의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상장주식의 가격 평가방식으로 인정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0원으로 산정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이 사건 질권 실행 자체를 무효라고 다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022-02-20 08:32:3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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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7>"쉐이퍼 빈야드가 韓 명품 기업에 팔렸다"

"쉐이퍼 빈야드가 한(韓) 명품 기업에 팔렸다." 미국 와인 전문 미디어의 첫 화면을 한국 기업이 장식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와인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미국의 와인 심장이라고 할 나파밸리에서도 상징적인 와이너리로 꼽히는 곳을 사들이면서다. 신세계그룹이다. 한국 와인업계에는 충격 강도가 더 컸다. 신세계L&B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와인 시장을 공략하긴 했지만 와이너리 자체를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니 사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번 와이너리 인수가 단순히 와인에 조예가 깊은 '(부)회장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만 보기엔 뭔가 아쉽다. 이전에도 와인을 사랑하는 회장님은 너무나 많았고, 미국 나파밸리는 물론 와인 종주국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와이너리를 사들인 회장님도 있었지만 국내외 업계가 주목할 일은 없었다. 먼저 쉐이퍼 빈야드가 어떤 곳인지를 좀 보자. 쉐이퍼 빈야드는 할란, 스트리밍 이글과 함께 '원조 컬트 와이너리' 9개 리스트 중 하나다. 부띠크 와인이 소량으로 최고의 품질로 생산하는 와인을 뜻한다면 컬트 와인은 여기에 놀랄만한 풍미와 희소가치로 열광적인 추종자들이 더해져야 한다. 딱 컬트 와인이 이거다라는 정의는 없지만 미국 와인업계에서 컬트 와인으로 인정해주는 나름의 '심리적' 기준은 있다. 생산량의 희소성, 세계적인 평론가로부터의 지속적 고평점 획득, 그리고 마지막으로 높은 소비자 가격이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와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프라노 천서진이 선택한 와인이 바로 '쉐이퍼 릴렌트리스(Shafer Relentless)'였다. 나파밸리의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존 쉐이퍼(John Shafer)는 원래 출판업자였다. 50세 나이에 와인 생산자라는 꿈을 꾸며 시카고에서 나파밸리의 황무지로 이사를 결심한다. 1973년 봄이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첫 와인은 '힐사이드 셀렉트 카버네 소비뇽' 1978년 빈티지였다. 첫 작품이었지만 시음회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대표 컬트 와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무려 6번이나 100점의 점수를 받았을 정도다. 힐사이드 셀렉트는 최고의 포도만 골라 제한적으로 생산하며, 과일 풍미는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며 풍부하고 집약적이다. 매끄러운 탄닌에도 숙성잠재력은 길어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쉐이퍼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버네 소비뇽'은 존 쉐이퍼의 아들 더그 쉐이퍼를 상징한다. 원 포인트 파이브, 즉 1.5세대란 말이다. 아들 더그 쉐이퍼는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와이너리를 가꾸었고, 이후 양조학을 전공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활약했다. 신세계가 쉐이퍼 빈야드를 사들인 가격은 225에이커의 포도나무들을 포함해 3000억원(미화 2억5000만 달러) 안팎이다. 더그 쉐이퍼와 와인메이커 엘라이아스를 비롯해 핵심 양조 직원들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는다. 쉐이퍼는 오랜 고객들에게 성명을 통해 "이번 와이너리 매각으로 와인 생산에만 좀 더 집중하고 고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와이너리는 앞으로도 이전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와인애호가들의 관심은 하나다. 비싼 가격과 희소성이 있다는 그 컬트와인을 좀 더 손쉽게, 이전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을까.

2022-02-17 14:00: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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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4>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4>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년) 소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타자화하는 주체’의 전형이다. 사실 그런 주체는 탈(脫)주체이기도 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따라붙는 평을 종합하면, 미국 남북전쟁 시기(1861~1865년)의 남부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스칼렛이란 '주체적인' 여성의 삶과 사랑을 그린 소설 정도일 것이다. 소설은 "스칼렛 오하라는 미인이 아니었지만, 탈턴 쌍둥이 형제처럼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남자들은 그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로 시작해 그 유명한 "투모로우 이즈 언아더 데이(Tomorrow is another day)"로 끝난다. ◆덜 주체적인 여성 묘사 미국이 자랑하는 이 소설은 유장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서사와, 스칼렛에서 한눈에 드러나듯 빼어난 인물창조 등 여러모로 뛰어난 작품이다. 동시에 그 유명세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는데, 크게 흑인혐오와 여성문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소설 속에선 늘 두 개의 세계가 대립한다. 남과 여, 남과 북,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 흑과 백 등. 당대의 편견에 맞서 싸우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스칼렛 오하라는 분명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활력 있게 그려진 온갖 생의 역동에도 불구하고 스칼렛은 한 번도 주체로 서지 못한다. 압축적으로 설명해 그는 크게 보면 (남자에 의해) 사랑받고 버림받는 피동적 존재이며, 동시에 계몽의 대상으로 표현된다.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그를 계몽하는 이들은 레트 버틀러나 애슐리 윌크스 등 그가 사랑한, 그를 사랑한 남자들이다. 그는 한 마디로 타자화한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스칼렛에 대칭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멜라니 해밀튼 역시 결이 다를 뿐 타자화한 주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스칼렛과 멜라니는 분명 주체적으로 곤경을 헤쳐나가지만, 그들에겐 강인한 삶의 의지와 여성적인 연대, 그리고 (남자를 향한 또한 남자로부터) 사랑만이 주어질 뿐 시대를 뚫어보는 역사성과 통찰력이 빠져 있다. 결여된 능력을 보충하는 역할은 버틀러나 애슐리 같은 남자들이 맡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요 등장인물 4명을 4분면 상에 배치하면 스칼렛과 멜라니의 타자화한 탈주체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로축을 '역사인식', 세로축을 '시대구분'으로 하면 어울리는 두 쌍이 자연스럽게 추출된다. 새 시대에 속한 버틀러와 스칼렛은 원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스칼렛은 대각선에 위치해 잘 연결되지 않는 애슐리를 연모했으나 중국에서야 자신의 진정한 짝이 버틀러임을 깨닫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의 등장인물 스칼렛과 멜라니가 사분면의 아래쪽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두 여인은 그들의 시대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두 남자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짐작할 뿐이다. 이런 소설 속 여성상은 작가 마가렛 미첼의 여성관이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관점을 배제하고 되도록 과거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 작가의 (부작의(不作意)의) 리얼리즘 정신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가 도래한 이후 남성의 대응물로서 자발적이고 순응적인 타자화를 걷는 여성의 모습은 앞서 인용한 이 소설의 첫 문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첫 문장의 사실들을 정리하면 ▲스칼렛 오하라는 미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그 남자들은 그 사실, 즉 스칼렛 오하라가 미인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당시 조지아 주에서 잘 나가는 저널리스트였던 미첼의 필생의 역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 소설의 첫 문장이 고작 주인공 여성의 용모를 지적한 것이라니 허망하기도 하고 절묘하기도 하다. '미인'이란 규정은 남성에 대한 성적인 매력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그녀가 미인이 아닌데도 남자들이 매료당한, 다소 억울한 상황을 모종의 부당함으로 그려내기까지 한다. 요즘의 페미니스트였다면 좀처럼 쓰기 힘들 법한 첫 문장이다. ◆새로운 미국인 스칼렛 동시에 스칼렛은 남북전쟁 즈음의 미국 남부인을 대표하며 동시에 새로운 미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지아의 붉은 흙에 터를 잡은 스칼렛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소작인 집안에서 태어나 신대륙으로 넘어온 인물이며, 그에겐 헝그리정신이라 할까 일종의 개척정신이 있고 그것은 스칼렛에게로 이어진다. 19세기 중반에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굶어 죽었고, 굶주림을 피해서 많은 아일랜드인이 대서양을 건넜다. 소설에서 스칼렛의 아버지가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영국인을 죽이고 도망쳐 왔다는 점에서 모종의 저항정신이 발견된다. 어머니는 남쪽에 정착한 프랑스계 혈통으로 스칼렛에서 세계시민적인 융합이 일어난다. 스칼렛 이전의 유럽 가계는 조지아의 농장에서 미국의 역사로 새롭게 작성된다. 출발점은 아버지와 그의 농장 '타라'이고, 타라와 애틀란타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된다. 타라는 아버지 등 남부인의 세계고, 애틀랜타는 남부인과 북부인이 함께하는 새로운 미국인의 세계다. (새로운 미국인은 유럽을 계승하지, 흑인은 배제된다.) 스칼렛은 그의 아버지와 달리 이 양쪽에 걸쳐진 인물이다. 타라는 목화농장, 곧 농업을 상징한다. 애틀랜타는 상업과 자본을 상징한다. 남북전쟁은 미국 자본주의의 재편과 맞물린 사건이다. 남부의 삶이 목화와 농업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북부에서는 상공업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성장이 이뤄졌다. 남북전쟁이 거론되다가 실제로 터지는 와중에 '양키'와 '목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의 이항대립을 보여준다. 남부는 자유무역을, 북부는 보호무역을 선호했다. 많은 국가에서 자국의 자본주의 성장기에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 및 육성을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나라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미국이란 신생국은 영토가 워낙 넓기도 하거니와 연방이란 이름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내부에서 하나의 노선을 정하지 못했다. 남부인은 목화를 키워 영국 등 유럽에 팔아넘겨야 하니까 자유무역이 더 이득이었고, 유치산업을 키워야 하는 북부인은 정도의 문제이지 보호무역이 불가피했다. 다만 남부의 자유무역은 노예노동과 결합하기에 순수한 자본주의 기제의 작동이라고 할 수 없다. 반쪽짜리 자본주의다. 보호무역 정책하에 국내 상공업 발전 정책 또한 각국의 발전 단계에서 두루 목격되지만, 보호무역은 언필칭 전형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은 아니다. 이 두 노선 사이에서 약간의 기형적인 싸움이 19세기 중반 북미에서 일어났는데, 그것이 남북전쟁이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농업과 상공, 북부의 양키 문화와 남부의 '전통' 문화 사이의 대립이 소설 전편에 깔린다. '전통'적인 남부 문화에 프랑스적이고 융합적이면서 거만한 느낌을 부여한 반면 양키 문화에는 작가가 은연중에 경멸적인 느낌을 드러낸다. 아무튼 작가는 남과 북의 이러한 대립과 반목이 전쟁으로 폭발하여 시대에 녹아드는 미국 역사의 중요한 장을 기록했다. 1492년에 소위 신대륙에 유럽인이 상륙한 이후 격변을 거치며 미국이란 나라가 태어났지만 그 나라를 주도할 세력이 확립되지 않은 채 19세기 중반을 맞았다. 1776년의 독립선언이 국가 형식의 출범을 의미했다면, 100년 후에 일어난 남북전쟁은 내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가 짧기에 남북전쟁은 미국인들에게 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미국 독립선언 이후 온존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폭력적으로 정리되면서(혹은 정리되는 외양을 취하면서) 명실상부한 연방국가로 가는 과정을, 소설이 네 사람을 주축으로 한 갈등과 사랑을 통해서 그려냈는데, 총 1300쪽에 걸쳐서 그렸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재밌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도 하다. 민주당 공화당 등 미국의 정당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에서 계속 나온다. 이름을 들으면 바로 전통과 노선을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유럽 정당과 달리,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념으로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유럽과 같은 뚜렷한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없고, 보수에 가까운 성격에서 다시 정치적으로 분화하였기 때문이다. KKK단 등 흑인혐오의 역사와 미국 정당 형성의 모습을 소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유형의 문화 사이에서 부유하고 갈등한 스칼렛이 마지막에 타라로 돌아가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되는데, 신시대와 구시대 사이의 조화를 모색하는, 희망의 결어인 셈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이 소설 마지막 문장에 대한 유명하고 창의적인 과거의 '오역'이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2-17 09:18:1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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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MBTI의 오류와 동쪽에서 해가 뜨는 이유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필자가 모 대학원에서 성격심리학 관련 강의를 하던 중에 MBTI의 비과학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강의를 듣던 학생 중 한 분이 매우 불쾌해 하며 강의 내용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서 필자가 여러 가지로 설명을 했지만 뭔가 화가 풀린거 같지는 않았다. 뭐 그분이 MBTI검사에 대한 교육 과정에 많은 돈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구나 인생에서 여러 번 호갱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 분노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분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주장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그 것으로 충분하다. 미국도 한국처럼 MBIT가 폭발적인 인기인 듯 한데 미국의 경우 한해에 약 250만명이 이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도 많은 분들이 이 검사를 받을 것이다. 당연히 필자도 그러한 분들 중 하나였다. 오래전 대학생이었을 당시 필자는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지만 MBTI검사에서 '잔다르크 형'으로 나와 내가 화형될 확률에 대해 생각하고 혹시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말조심하는 것이 좋은 대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10년 후에 다시 했을 때는 '사교적 유형'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유형이 바뀌는 건 2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즉 내가 잘못 응답했거나 MBTI가 잘못된 것이다. 강의 중 학생이 싫어할 이야기 같지만 필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은 다 필자의 오류인 경우가 많지만 MBTI는 성격검사로 오류다. 현재의 성격 이론까지 도달하는데는 많은 심리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걸 쉽게 사람의 '성격'이라고 바꿔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호기심에서라도 많은 성격 연구가 있었고 역사적으로 성격 이론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성격유형론은-사람을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이론- 두 가지의 이론적 패러다임이 있다. MBTI처럼 어떤 범주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분하는 유형론을 범주 유형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한 유형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성격 분류는 혈액형 성격론이다. MBTI나 혈액형 성격 이론은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오류투성이인 이론이다. 물론, 그냥 쓱 사람을 쉽게 그리고 약간의 의도성-대부분 편견이다-을 가지고 분류하기 쉬운 측면 때문에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유지하지만 말이다. 대표적인 오류 중 한 예를 들라면 필자가 경험한 것과 같은 것이다. 즉, 할 때마다 유형이 달라진다. 그러나 범주 유형론은 이론적으로는 유형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환경이 변화되어도 기본적인 성격 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론적 틀이 있고 그래서 태어날 때 O형이 욕을 많이 먹어서 AB형으로 바뀔 수 없는 것과 같은 룰이 있다. 또 하나 오류를 설명하자면 4×4로 만들어지는 16가지 유형이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배타적인 형태로 범주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인간이 16가지 유형을 가진다는 설명 자체는 이런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없고 어떤 사람은 오른쪽 다리가 없는 방식으로 16가지 종류의 성격을 가진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검사를 하다보면 항상 '나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MBTI로 보면 머리가 반만 있는 사람에 해당되는데'라거나 '반쪽이지만 그래도 오른쪽 다리가 있는데' 라는 식의 애매한 유형의 경계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MBTI의 논리로는 '모 아니면 도'처럼 사람들을 그냥 한 쪽 유형으로 몰아버리게 된다. 이상으로 말하면 필자가 MBTI를 싫어한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필자는 반대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오류가능성 때문에 활용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MBTI유형으로 설명하면 관련하여 그 분이 '어떤 면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격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하거나 성격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학적 연구를 할 때는 더 검증된 이론과 방법으로 연구된 다른 성격평가를 활용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은 해가 열심히 저 지평선 넘어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구가 그냥 자전을 해서다. 일상생활에서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 라는 말을 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갈 계획이라면 지구가 자전한다는 진실은 우리 생명과도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MBTI는 참 재미있는 은유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2022-02-17 08:55: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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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반칙과 불공정 냄새가 풍긴다

이정희 대기자. "상자나 농은 새로 만든 것이 없고, 구슬과 옥, 옷감은 그 지역 산물이 없어야 맑은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이다. 제주 목사로 있던 이약동이 돌아갈 때 가죽 채찍 하나만 가졌을 뿐이었는데, '이 역시 제주도의 물건이다' 말하고 관아의 문루(門樓)에 걸어두었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 가죽 채찍을 보물처럼 보관하여 목사가 새로 부임할 때마다 내걸었다." 다산 정약용의 대표 저술 '목민심서(牧民心書)'의 마지막 부분 '해관(解官, 벼슬자리를 내놓는 것) 6조'의 두 번째 내용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공직자로서 지녀야할 기본 덕목으로서 올바른 마음가짐과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청렴(淸廉)은 공직자가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백성들이 고통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공직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디스커버리)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디스커버리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국 대사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 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서 장 대사 부부는 2017년 7월 6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시기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도 이 펀드에 4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스커버리는 2016년 11월 장 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대표가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한 사모펀드 회사다. 이 펀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등을 만들어 기업은행·하나은행·IBK투자증권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 12곳을 통해 판매했다. 디스커버리는 신생 운용사가 처음 내놓은 사모펀드임에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밀어줬고, 시중에선 '장하성 동생 펀드'라고 팔려나가며 거액의 자금을 모았다. 그러다가 2019년 4월 다이렉트트랜딩글로벌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자산이 동결됐고 한국 투자자들의 환매도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사기성 펀드'에서 생긴 피해 규모는 2562억 원에 이른다. 장 대사의 펀드 연루 의혹은 환매 중단 직후 불거졌다. 신생 운용사의 펀드를 국책은행이 판매해 설정액이 급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핵심 인사였던 장 대사가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 추론이다. 이번에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의 펀드 가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등의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장 대사와 김 전 실장은 법 위반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데 이어 다시 '환매를 신청하거나 환매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 만기 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에 투자한 일반인 펀드 피해자들과 달리 이들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에 가입한 점 때문에 일반 투자자와 달리 손실을 회피하거나 투자금을 보전받았을 '불공정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고위공직자의 사모펀드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가진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이 재직 중 돈을 더 벌겠다고 펀드에 거액을 투자했으니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공정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이 정부의 기반 역시 공정에 대한 약속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이 촛불이 있던 그때 광장의 요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주창하던 공정이 왜 이리 허망한 일이 됐는지 씁씁함을 넘어 분노를 불러온다. /파이낸스&마켓부 대기자 ljnh@metroseoul.co.kr

2022-02-17 06:00:04 이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