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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알기 쉬운 재건축 법률] ‘속기록, 자금수지보고서’는 도시정비법상 공개 대상에 해당하는가?

여지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해 조합원 및 토지등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해야 할 서류(정관, 의사록, 시공자의 선정계약서, 사업시행계획서 등)를 열거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또한 위와 같이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도 공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은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38조 제7호).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갖고 있다.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의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비리는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해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등).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동법 제124조). 또한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나, 속기록이나 결산보고서는 대통령령에서 공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동법 제124조 제1항 제11호, 동법 시행령 제94조 제1항). 한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1719 판결 등). 따라서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또는 대통령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는 이상,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동법 제124조 제1항 제3호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 15334 판결). 대법원은 같은 이유로 동법 제124조 제1항 제9호에서 공개대상으로 명시된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자금수지보고서가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관련 자료'의 해석이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나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 시스템 운영지침에 기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2022-04-03 08:29:2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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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3>가볍게 한 잔? 무시했다간 큰 코

<143>와인의 알코올 도수 "와인은 최악이야. 숙취가 너무 심해. 다신 마시지 않을거야." 와인 얘기가 나오자 마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이들이 있다. 그럼 이내 확신한다. 와인을 처음 마셨거나 별로 마신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혼자서도 한 병 넘게, 흔히들 말하는 참석자 각 1병씩은 먹은게 분명하다. '국민술' 소주는 어느 음식에든 가릴 것 없이 잘 어울리지만 향이든 맛이든 훅 치고 들어오는 알코올을 제외하면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반면 와인은 다르다. 과실향이 나는가 싶으면 꽃 향기가 나고, 맛이 달달한가 싶으면서도 부드럽다. 소주나 맥주에 익숙했던 입맛이라면 처음 만난 와인은 술이라곤 할 수 없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소주는 그 작은 잔도 한 입에 털어놓기 힘든데 와인은 물컵마냥 큰 잔을 금세 비우게 된다. 문제는 알코올 도수로만 따지면 와인과 소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25% 안팎이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7%까지 내려왔다. 최근엔 알코올 도수 15% 소주도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주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고 있다. 와인의 경우 나라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보통 테이블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7~13.9% 선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도 알코올 도수가 11~12%로 10%를 웃돌고 있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레드 와인은 12~14% 안팎이다. 포트와인이나 디저트와인이라면 알코올 도수는 14% 이상으로 훅 뛴다. 일반적으로 소주 한 병은 360㎖. 와인 한 병은 750㎖. 달콤한 맛에 끌려 레드 와인을 한 병 다 비웠다면 소주 한 병 반에서 두 병 가까이 마셨단 얘기다. 숙취가 있을 수밖에. 세상 좋은 술이라도 너무 많이 마셨거나, 너무 빨리 마셨거나, 빈 속에 마시면 숙취는 필연적이다. 와인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저 중에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는게 먼저다. 와인도 숙취가 최악이라는 얘기를 들을 빌미는 제공한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소량 첨가하는 아황산염이 두통 등 숙취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히 소량이고, 최근엔 유기농 기법을 중시하면서 아황산염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와인도 늘어나고 있다. 소주와 달리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포도 당도가 높아진 것과 사람들의 바뀐 와인 입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30년 전만에도 와인의 평균 알코올 도수는 12% 안팎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14%대까지 높아졌다. 온난한 기후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레드 와인도 평균 13%며, 햇볕이 좋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의 카버네 쇼비뇽 와인은 15% 안팎까지 알코올 도수가 올라갔다. 그렇다면 와인을 끓이면 알코올 도수가 다 날아가 버릴까. 와인 관련 SNS를 보다가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다던 어느 임산부의 질문이 떠올라서 찾아보았다. 와인이 많아 새로 사기도 그렇고, 남은 레드 와인을 끓여서라도 먹어볼까 하는 고민이었다. 답은 노(NO). 미국 농무부(USDA)의 조리식품의 알코올 잔류에 대한 지침을 참고하면 와인 등 알코올을 넣고 30분 열을 가해도 기존의 35%는 남아있다. 1시간을 끓여도 25%, 두 시간 반을 끓여야 5%만 남게 된다. 몇 시간 푹 끊인 와인이라니. 와인 시럽을 만들기 위한게 아니라면 새로 무알콜 와인을 찾아보는게 좋겠다.

2022-03-31 16:32:2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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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9>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1927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9> 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1927년) 어둠의 결함이 아침노을을 보는 호명의 방법은 '감정의 혼란'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인 1927년에 발표된 독일(어) 소설이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벨에포크(belle 'poque·좋은 시대라는 뜻)'가 끝나고 나치의 득세를 앞두고 힘든 세상의 문이 열릴 때 나온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년)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으로 나치의 핍박을 피해 달아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감정의 혼란'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본격 퀴어소설이다. 당시로선 소재면에서 매우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혼란스러운 주제인 동성애를 나름으로 정색하고 다뤘다. 대표적으로 비슷한 시기인 1930년에 발표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동성애를 코드로 활용하며 암시한 것과 달리 정공법을 취했다. ◆보편적 성애라는 표현은 가능한가 남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보편적 사랑으로 여겨지는 이성애와 대비시킨다. '감정의 혼란(Verwirrung der Gefuhle)'이라는 제목 자체가 남자 간의 사랑을 불편한 것으로 전제하는 듯하다. 감정으로 인해 분열하고 분열 속에서 실존적 위기를 겪으며 거기서 어떻게든 삶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된다. '비록' 남자로서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 모습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 보편적인 인간의 한계, 인간의 좌절과 추락을 그린다. 동성애를 소설의 소재로 삼되, 그것이 보편성의 주제로 받아들여지도록 형상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동성애인지 이성애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는 독자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작가의 노력이 어느 정도 문학적인 성취로 이어진 듯하다. 이 소설에서 어떤 게 특수성이고 어떤 게 보편성인가를 따져보는 다른 관점이 가능한 듯하다. 동성애를 특수성으로 보고 이성애를 보편성으로 보는 상투적인 구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이성애를, 우리가 많이 목격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저 숫자가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한쪽이 보편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설의 확실한 표명은, 교수에게 주어진 상황이 보편성의 맥락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즉, 교수는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그런 측면에서 보편적인 자아의 모습을 구현한다. 교수 부인도 이성애자로 그런 (자아의) 성적 성향을 명백히 밝힌다. 소설에서 또 분명한 것은 교수 부부 두 사람의 욕망 실현이 저지된다는 점이다. '보통명사'로 주어진 교수와 교수 부인은 각각 확정된 성적 성향을 지닌 보편적인 자아이다. 그 보편성은 보편성을 실현할 수 없는 불안정한 구조에 던져져 있다. 그것이 그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유이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성적 취향이 문제가 아니라 좌절이 문제다. 물론 사회적으로 금지된 교수의 동성애 성향은 분열이라는 근본적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다. 주인공 혹은 화자인 롤란트는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극 중에서 확신하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의 감정도 확신하지 못한다. 성적 취향에 관한 정체성을 모르거나 확립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성애이든 동성애이든) 교수 부부의 확정된 성 취향이 보편성의 모습이라면 롤란트는 특수성의 단계에 처했다고 말하는 방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유명사로 보통명사 초점 흐리기 소설의 화자가 분명한 가운데 등장인물의 호명 방법이 다른 점이 흥미롭다. 핵심 등장인물 셋 가운데 고유명사는 하나고 나머지 둘이 보통명사로 처리됐다. 소설은 고유명사의 등장인물을 내세운 1인칭 시점이지만, 변형된 1인칭 시점이라고 해야겠다. 여기서 소설의 제목에 든 '혼란'의 주체가 누구이냐고 묻는다면, 흔히 교수를 '혼란'의 주체로 언급하는데 나의 대답은 롤란트이다. 롤란트만이 고유명사로 호명되었기 때문이다. 고유명사 옆에 보통명사를 배치한다는 것은 카메라 앵글에 비유하여, 고유명사를 포커스인하고 나머지를 죽여버린 것임을 의미한다. '보통명사의 사람'은 책상, 나무 등과 다름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유일한 고유명사(롤란트)가 하나 있다는 것은 주체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 주체가 갖는 감정의 혼란을 롤란트를 통해 그려냄으로써, 나무 책상과 마찬가지로 교수와 교수 부인을 롤란트의 인생 어느 시점에 존재한 풍경의 구성물로 격하한다는 시사이다. 보통명사로 호명된 두 사람의 '혼란'은 무엇일까. 교수와 교수 부인에게서 표명된 것은 혼란보다는 분열이다. 이들에게 문제는 실현되지 않는 욕망과 그 앞의 좌절이다. 롤란트는 자기가 상대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동경인지 사랑인지 확인 또는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없을지 결단할 수 없어서 혼란을 느낀다. 즉 사랑 자체의 판단에 앞서 동성애라는 사랑의 방식 앞에서 망설인다. 교수나 교수 부인은 자신의 감정을 확신한다. 제자를 사랑한다. 제자를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감정에 확신이 있지만, 그것을 관계에 집어넣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을 품는다. 롤란트가 불확정한 자아의 혼란을 겪었다면 이들은 자아의 분열을 드러냈다. "남자가 남자에게 바치는, 끝끝내 충만할 수 없는 정신의 정열은 대체 어떻게 해야 완전한 실현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런 정열은 정신이 그러하듯이, 항상 흐르고는 있지만 영원히 만족될 수 없으며, 완전히 흘러 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입니다."('감정의 혼란') ◆신낭만주의 교수가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진 것과 관련해서 생각을 밀고 나갈 영역이 있다. 소설이 발표될 무렵 독일을 중심으로 융성한 문예사조를 신낭만주의라고 부른다. 낭만주의는 역사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다. 보편적인 정신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낭만주의라는 말을 쓰는가 하면 특정한 문학이나 예술, 정신의 흐름을 지칭하기도 한다. 후자 의미의 낭만주의는 서구에서 두 번 정도 등장한다. 처음에는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낭만주의가 나오는데, 인간 이성의 지배를 선언한 계몽주의를 반대하며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사실주의(나아가 자연주의까지)가 등장하고 다시 이것의 반동으로 새롭게 나타난 낭만주의는, 당시의 과학적 발견, 과학적 합리주의가 인간의 이성을 과하게 강조하고, 이성 외의 측면을 도외시한 것을 비판한다. 신낭만주의다. 신낭만주의는 표현주의 및 인상주의와 연결된다. 크게 보아 신낭만주의 흐름에 위치한 이 소설에서 셰익스피어는 주요한 모티브로 언급된다. 왜 하필 셰익스피어일까. 고전주의는 그리스·로마를 중시하고 낭만주의는 고전주의의 그러한 태도에서 떠난다. 소설에서 계속 셰익스피어를 얘기하는 교수를 중심으로 논의해 보자. 고대 그리스에서 말하는 비극의 주인공은 숭고한 사람이고, 본인에게서 비롯되지 않은, 운명 같은 자신 바깥의 요인으로 인한 결함 아닌 결함 때문에 고통받는다. 교수는 동성애 성향과 관련해서 자신에게서 비롯된 결함인지 아닌지 추정하기 힘든 '결함'을 갖고 있어서 그리스적이지 않고 고전적이지도 않다. 동성애 성향 자체가 인간의 결함을 의미한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시선이 그랬다는 말이다. 당시의 규범으론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개인의 '결함'이었다. 그리스가 숭고함의 결함을 이야기하는 반면 '감정의 혼란'에서는 어둠의 결함을 말한다. 분열을 일상적으로 수용하며 자기의 어둠까지 안고 살아가고, 자신의 욕망이 부정당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상황에 부딪혀 부질없는 희망을 품는다. 그리스의 고전문학과 비교하여 셰익스피어 문학에 (현대의 관점에서) 대중성이 자리한다고 할 때 희망이 없고 자신을 부정해야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희망을 계속 품는 분열된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리스 비극보다는 셰익스피어의 대중적인 비극의 성격이 더 잘 부합하지 않았을까. 글쓰기와 관련해서 예컨대 프랑수아즈 사강 같은 프랑스 작가가 사랑을 감각적이고 놀라운 표현으로 그렸다면, 츠바이크는 보다 본질적이고 공감력이 큰 표현을 쓴다. 연애나 만남의 결정적인 장면을 일상적인 구성을 통해 잘 드러내어, 말하자면 예로든 사강에 비해 감각적인 면이 좀 떨어지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흔히 운위되는 '독일 문학'과는 거리가 느껴져 적어도 이 소설만으로는 일도양단으로 오히려 프랑스 문학에 더 가까워 보인다. 모종의 편견이지만 '독일 문학'은 보통 '생생(vivid)'하지 않고 흐릿하며 영화화보다는 낭송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감정의 혼란'은 소설을 읽을 때 영화로 보는듯하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정이 뚜렷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휴고 폰 호프만슈탈 등 신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작가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로 유명하다. "자유 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아내와 함께 자살을 결행함으로써 주변인으로 죽었다. 브라질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고향에서 버려진 난민으로 삶을 마감했다. "여러분은 이 길고 어두운 밤 뒤에 마침내 아침노을이 떠오르는 것을 보시길 빕니다. 성급한 사나이는 먼저 떠나가겠습니다"는 유서를 남긴 자유주의자의 소설 '감정의 혼란'은 혼란과 분열을 얘기하지만 종국엔 자유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3-31 10:27:00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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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자영업자 봄 언제 오려나

올 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인 벚꽃 소식이 찾아왔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는 이번 주초 벚꽃이 만발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과 춘천, 강원 산골에서도 벚꽃이 개화되면서 전국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물들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봄 바람 한줄기가 아쉬운 봄인데도 벚꽃은 커녕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기미조차 없다. 그야말로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다. 봄은 왔으나 봄이 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작정 '거리 두기'가 2년 반 이상 지속됐다.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90% 이상이 매출이 줄었다. 가뜩이나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불황에 견딜 만한 기초 체력이 약한 현실에서 코로나19는 넘지 못할 장벽이 됐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보상엔 인색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빚의 악순환'에 빠졌다. 은행 대출로 버티다 은행이 막히면 카드 빚, 보험사 대출로 눈을 돌리고,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고금리 대부 업체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총액은 1027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이후 매 분기 10% 이상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 가구 중 필수 지출액 및 대출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더 많아 시간이 갈수록 궁핍해지는 '적자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영업 적자 가구는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70만 가구에서 지난해 말 77만8000 가구로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가구의 16.7%에 달한다. 자영업 적자 가구들의 금융회사 빚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에는 135조원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42조원 늘어난 177조원에 달하고 있다. 적자 가구 중 소득으로 생활비나 대출 이자를 1년 이상 조달할 수 없는 '유동성 위험 가구'만도 27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들 가구의 부채만 72조원에 이르고 있다.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와 상환 유예 연장을 당초 이달 말에서 올 9월 말까지 6개월 더 연장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4월 이후 4번째로, 지금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는 모두 합쳐서 139조 원이 넘는다. 또 정부는 윤석렬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조만간 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출 연장과 손실 보상 조치는 단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부도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그동안 희생을 강요받았던 자영업자에 대해 재정과 금융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자영업자의 경우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채권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들의 채권을 매입한 후 이자를 면제해주고,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차주는 임대료와 고정비용을 대출 원금에서 차감해주는 방법이다. 이를 제외한 남은 원리금은 차주에 따라 상환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만기 구조를 신축적으로 설계하는 방식 등도 도입해야 한다. 국내 취업자 2690만명 중 자영업자는 657만명으로 약 2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를 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2022-03-31 06:00:21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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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도심 주택공급의 원천은 재건축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주택공급 수단으로써의 재건축은 의미가 크다. 기존 주택 소유자의 매도는 거래 활성화의 효과가 있지만, 절대적 공급량의 증가는 아니다. 도시를 넓히는 택지개발의 경우 토지이용에 관한 확고한 명분과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신도시의 기반시설과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통상, 재건축은 기술의 발달로 구조가 개선되고 층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래된 아파트단지를 부수고 새로 짓는다면, 기존 소유자들에게 돌아갈 물량 외에도 일반분양물량과 장기임대주택등이 추가된다. 이는 순수하게 늘어나는 공급물량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고급 주거지역의 재건축이 막히면 그 영향은 조합원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원하는 서민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주택 공급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통해 제한된 택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최근 발표한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아파트 35층 층고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용도지역 체계도 전면 개편된다. 새 정부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 토지의 용도와 건물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던 용도지역제를 고쳐서 주거, 업무, 상업 등의 기능 구분을 없애고 하나의 건물안에 복합적으로 배치할수 있도록 했다. 사업성뿐만 아니라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30년 이상 된 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할 예정이다. 이에 2010년대 중반까지 지어졌던 용산구, 성동구 등의 고층 아파트가 다시 가능해진 만큼 빠른 시일에 신규 공급량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조합원 부담금은 줄고 강남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사실상 기존 도심의 유일한 주택 공급원으로서 재건축이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재건축 규제완화로 당장 기대되는 주택공급 효과는 다음과 같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60층대 설계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통과될 경우 현재 660세대에서 1441세대로 두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70년대 지어진 잠실주공 5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최고 50층까지 가능해지면서 기존 3930세대에서 6815세대 단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속에는 전체 세대수의 약 10%가량을 차지하는 공공주택들도 포함되어 있다. 목동 신시가지도 잠실과 유사한 개발 국면이다. 재건축 가능연한에 돌입한 14개 단지 중 1개 단지만이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속도가 붙고 종상향을 통해 사업성이 늘면 최대 4만여세대의 추가 공급 효과가 예상된다. 2400여세대의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경남아파트가 35층 제한으로 고작 일반분양 224세대를 공급 한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대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최근 고심 끝에 35층 단지를 조성한다는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이를 50층으로 수정하게 되면 기존 4424세대에서 최대 1만2000여세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 외 여의도의 준공 40~50년을 바라보는 16개 단지들,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등 다른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도 주목받고 있고, 당장 과열 논란에서 비켜서 있지만 노원구, 강북구 외 수도권 다수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향후 신규공급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은 분명 활성화될 것이지만 뒤늦게 뛰어드는 입장이라면 이에 대한 투자는 숙고해야 한다. 시장을 좀더 넓게 보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들썩이는 가운데에도, 신축아파트의 대량공급과 더불어 구옥의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장 양극화라고 볼수도 있지만 수도권 외곽에서는 현실적인 가격의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항상 규제가 풀리는 시기는 그동안의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호가에 휘둘리기 쉬운 때이다. 재건축 가격상승은 단순히 집값상승의 현상으로서가 아닌 주택공급의 청신호로 보아야 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3-30 10:06: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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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나는 여전히 예맥족인가

안거리에 나갔다가 오랫만에 어떤 아줌마 한분을 봤다. 아줌마는 5년전에 생긴 마트를 들러 막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마트에는 일본 식자재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새 일본 식품이 새로 들어왔나. 하여간 세월에 장사 없구나'. 그녀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때는 20여년 전, 월드컵이 열리던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였다. 그 날 운동장에는 스크린이 펼쳐지고 멍석도 깔렸다. 중고등학생들은 잠실로 거리 응원을 나가고 청년 몇은 양평 고수부지로 떠나 운동장에는 주로 노년층과 주부들, 어린 아이들로 가득했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마을 부녀회가 장만한 삼겹살 구이, 순대국밥 등이 차려져 진칫날 같았다. 응원전에 동원된 풍물패 소리도 특별히 흥겨움을 더 했다. 축구 관람에 한참 빠져 있을 때 한 아줌마가 우리 앞에 순대 한 접시를 가져다 놓아줬다. 그러자 옆에 있는 마을 형님이 말했다. "일본 여자인데 내 친구랑 결혼해 학교 뒷편에 사는 분이야." 당시 나는 한국사람과 결혼한 일본 여자는 본 적도 들은 적이 없어 심하게 놀랐다. 중국 조선족이나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농촌총각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는 아닐테고…. 우리 아주머니들과 전혀 구별이 안 되는 것도 신기했다. '일본은 잘 사는 나라라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몹시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응원에 미쳐 더 이상 의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만 그 때 덧니가 보이던 그 아줌마는 똑똑히 기억한다. 하도 의아해서 말이다. 그게 끝이다. 인사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그런 아줌마를 다시 본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에도 인사를 나눈 적도 본 적도 없다. 그저 그때 운동장에서 한 번 봤다는 것이고, 그녀 또한 나를 기억할 리 없다. 헌데 여전히 이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건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얘기였다. 다만 다문화속에 '한국남자+일본여자' 조합이 없던 나로서는 아주 진한 인상만 남았을 뿐이다. 아시아마트도 별다른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마트지 작은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는다. 생긴지도 7, 8년 됐다. 그렇다고 아시아마트에 일본제품이 들어오기는 한 건가 들어가볼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안거리나 곤지암 시내를 활보하던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모두 떠나 요즘 마트는 썰렁했다. '그래도 일본 아줌마는 남았네.' 하지만 그 속에 전혀 변하지 않은 내 의식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휩쓸었다. 게다가 무슨 사회운동인양 지자체마다 각종 다문화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TV에서도 외국인들이 고정 출연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에게도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어떤 이들은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 다문화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그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 용어는 아니며 본질적으로는 혈통 따지는, 저급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오히려 차별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어릴 적 '튀기'니 '짬뽕'이니 하던 말의 변종이 '다문화'다. 지금 우리나라엔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섞여 살고 있다. 결혼 혹은 노동 등 여러 이유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즉, 다문화라는 용어는 이들과 우리 한족(韓族) 사이의 구분을 칭하는 말처럼 들린다. 여전히 외국인에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내가 오늘따라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제 다문화라고 칭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 정치, 문화예술에까지 스며들어 다양한 소통, 연결을 이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일본 아줌마에게 놀라고 있으니. 곧 코로나가 끝나면 여기도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쥬신계열의 예맥족으로 산단 말인가.

2022-03-29 08:14:3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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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아름다워야 할 뒷모습!

아름다워야 할 뒷모습 기나긴 겨울 뒤에 오는 봄이 그리 짧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추위 속에서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는가싶어 신기해하다가도 어느새 무성한 꽃잎이 바람에 흩어져 흩날리는 모습을 아쉬워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이형기, ‘낙화’ 중에서)고 노래했다. 이 시 구절은 마음을 청정하게 닦으려면 먼저 비워야 함을 강조했다고 해석하고 싶다. 성경에서도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수 있을 것이다(마태복음 5장 8절)”라고 가르친다. 하느님이나 부처님을 뵙는 영광에 다가가려면 마음 비우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함을 의미하지 아닐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성패가 시작되고 가려진다.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미련(未練)을 갖는 까닭은 어리석고 둔하여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는 미련함(stupidity) 때문이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지 못하게 하는 미련 때문에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고,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는 미련에 시달린다. 고수는 버려야 할 돌을 미련 없이 버리지만 하수는 쓸데없는 사석을 붙들고 스스로에게 몽니를 부리다가 귀한 돌을 놓쳐버리고 만다. 버려야 할지 움켜쥐어야 할지를 얼른 깨닫지 못하는 까닭은 헛된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는 때문이리라. 미련함에 미련이 따라다니다 보면 세상을 바로 볼 수가 없으니 갈팡질팡하며 부끄러운 줄 모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람이 목숨을 다하기 직전, 살아생전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지나간다”고 판단되는 의학계의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는 막바지에서 뉘우쳐 받자 안타까움만 남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지나가 버린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 가슴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신석초, ‘바라춤’ 에서)”고 한탄해봤자 뭣하겠는가? 미리부터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욕망이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리라. 미련과 미련함의 틈새에 갇히다보면 시야가 좁혀져 작은 것에 집착하게 되어 정작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치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아집과 자만에 사로잡혀 꽃이 피다가 지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게 되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많이 쌓을수록 버릴 것이 많은데도 탐욕과 무지로 말미암은 미련 때문에 더 욕심을 내다가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우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옛날의 그 집’ 에서)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세상 이치는 뒷모습을 보면 진정한 지도자와 정상모리배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백성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지도자는 후회 없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지만 저나 패거리의 이익에 치중했던 모리배는 마음을 놔버리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기가 쉽다. 마음은 누구나 선구자가 되고 싶으면서 행실은 모리배들처럼 하는 거물들이 많으니 어찌 아니 안타까운 일인가? 미련한 인간들이 욕망의 노예 상태를 벗어나 미련을 훨훨 털고 자유를 찾아가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3-28 16:28:1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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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창업 박람회 활용 5가지 노하우

이상헌 브랜드MA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 성공창업을 위한 4요소는 아이템, 자금, 입지그리고 창업자의 자질을 말한다. 특히 창업자들의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고객 서비스등 소위 실행력이 자영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은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에 대한 트랜드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그래서 더욱 어렵고 복잡한 창업을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그 중 창업 아이템은 늘 시대적 환경을 대변한다. 코로나19이후 밀키트, 배달, 무인, HMR, 로봇 등의 키워드가 창업시장의 대세로 작용하고 있다. 비대면적 소비지향이 만들어낸 소비트랜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창업 아이템은 이렇듯 시대상황적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창업은 평균 38개월 이상을 운영하는 중장기적 사업의 범위임에 따라 유행하는 아이템들의 지속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최근 창업시장에 기지개를 커는 각종창업 박람회가 여러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2022년의 창업박람회 키워드는 로봇활용, 무인점포, 건강&안전, 밀키트의 쇠락, 온라인영업으로 대변할 수 있다. 작년과는 다르게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다양한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코로나19의 여파로 조심스럽게 창업정보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브랜드마다 가진 차별적 경쟁력을 현실 창업 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인지의 판단하는 일은 창업자의 몫이다. 따라서 창업박람회 참관시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아이템의 유행주기(PLC)를 분석하라.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어렵다고 한다. 수익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은 아이템을 서비스 받는 표적고객들의 소비성향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 보통의 아이템의 회전주기는 37.5개월 정도다. 창업자가 37.5개월 동안 매장 운영을 하면 고객들로부터 서서히 외면 받는 올드한 아이템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그 만큼 유행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힌다. 창업시장에서 좋은 아이템이란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즉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둘째, 기존 가맹점들의 수익성을 반드시 파악하라.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수익성이다. 본사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이 실 수익률인지 점검해야 한다. 수익률은 원부재료율과 원가율을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 적정 마진률을 담보하는 원가률 확보가 창업 시 수익성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통한 실질적 본사지원과 수익성을 꼼꼼히 집어봐야 한다. 셋째, 아이템보다 본부의 경쟁력을 분석하라. 창업 아이템은 창업 시 중요하다. 하지만 성공창업을 위해선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 경쟁력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원재료, 소스, 판매 방법, 조리법, 지원제도,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지원내용, 마진률, R&D 능력, 물류 공급체계 등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확인해야만 우수한 아이템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본사의 역할과 전문성,지원시스템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필수다. 넷째, 박람회에서 실시하는 창업 특강을 적극 활용하라. 창업 박람회에는 창업에 도움이 되는 창업 특강을 실시한다. 창업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강사가 창업 시 고려해야 할 점검사항이나 수익성을 위한 준비사항 우수 아이템 선별 전략 등 다양한 주제로 많은 정보를 준다. 창업자 입장에선 반드시 경청해야 하는 강의다. 다섯째, 반드시 업체와 직접 상담해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알고 싶은 아이템이나 브랜드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서 자세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람회장에서 수거한 프로그램과 전단지로 아이템과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실패가 예견되는 최악의 행동이다. 창업은 전쟁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본사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창업박람회는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아이템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다만 옥석을 가르는 능력은 창업자들의 몫이다./프랜차이즈 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3-28 14:50:4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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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해독 본초 '미나리'

영화 <미나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도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건강하게 해 줘." 낯선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의 제목처럼 미나리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본초이다. 특히 어디에서나 잘 자라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독성을 풀어주는 해독 작용이 뛰어나 훌륭한 해독제로 사용되어 왔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수백 가지의 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각종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는 가공 식품 등을 통해서도 우리 몸속에 수많은 독성 물질들이 유입된다. 이런 물질들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혈액을 오염시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하며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다양한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해독 기관인 간의 피로를 풀어주고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간 기능을 북돋아주는 것이 미나리다. 그래서 평소 술을 많이 마셔서 술독을 푸느라 늘 컨디션이 저하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좋다. 마찬가지로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공기 오염에 많이 노출되어 기관지나 폐에 노폐물이 많이 쌓이면 호흡기에 과부하가 걸리고 기능이 저하된다. 이때도 해독 본초인 미나리가 폐나 기관지 보호에 좋다. 생선 요리를 할 때 미나리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역시 혹시 모를 음식의 독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향이 독특한 미나리는 봄철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한다고 하지만 따뜻한 기운에 우리 몸은 나른해지고 피로가 오히려 더 늘어난다. 그럴 때는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비타민 풍부한 미나리를 자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 이루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자주 화가 나고 머리가 아플 때에도 미나리가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 찬 성질을 가진 미나리는 위로 상승하는 뜨거운 기운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화가 치밀어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흥분된 상태일 때 열을 식히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2022-03-28 05:49:1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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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현존액주의와 연대보증인의 책임 범위 및 변제자대위 행사 가부

박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주채무자인 A회사가 회생을 신청해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회생계획에서 채권자 B회사의 채권 중 30%만 현금 변제되는 것으로 정해지자, 채권자 B회사는 연대보증인인 C씨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 채권의 90%를 변제한 C씨가 자신이 변제한 90%의 한도 내에서 채권자 B회사를 대신해 A회사의 회생절차 내에서 대신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게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주채무자 A회사의 회생 절차가 진행돼 실제로 채권자인 B회사가 주채무자 A회사로부터 30%만 현금 변제를 받는 것으로 권리가 변동되더라도,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해서는 주채무의 100% 전액에 대해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연대보증인 C씨 역시 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 일반 민법에서는 연대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변제받은 채권자의 채권 및 그 부수 권리가 연대보증인에게 이전되도록 해 연대보증인이 자신이 변제한 채무를 주채무자에게 용이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민법 480조, 481조). 그렇다면 연대보증인 C씨가 회생 계획에서 정하고 있는 변제율 30%를 훨씬 상회하는 90%의 채무를 B회사에 변제한 경우, B회사를 대신해 A의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채권의 100%(이자 포함)를 변제한 자만이 회생절차 내에서 기존 채권자를 대신해 채권자가 가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08423 판결 참조). 즉, 연대보증인 C씨가 자신이 연대보증한 주채무자 A회사의 채무 전액(이자 포함)을 변제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생계획에 따라 A회사가 B회사에 변제해야 하는 채무(주채무의 30%) 그 이상을 훨씬 상회해 변제했다고 하더라도 회생절차 내에서 B회사가 가지는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C씨가 90%의 채무를 변제했더라도 B회사는 여전히 A회사의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인정된 채권 전액에 대해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채무자회생법 126조에서 나타내고 있는 '현존액주의'에서 기인한다. 현존액주의란 '채권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될 때를 기준으로 해 그 때에 주장할 수 있는 채권액을 갖고 회생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는 연대보증인인 C씨가 B회사에 대해 채권의 대부분을 변제함으로써 B회사가 채권에 대한 충분한 만족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실제로는 연대보증인으로부터 일부 변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회생절차에 참여해 변제 받게 되는 채권액은 본래 채권 전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따라 최대한 채권자의 책임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자에 대한 권리 보호와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 도모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일반 민법, 상법과는 다른 특유의 원칙과 법리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상 권리 구조에 익숙지 않은 일반 당사자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거나 대처에 미흡한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한다.

2022-03-27 08:54:51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