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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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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달콤한 유혹, 초콜릿

초콜릿(Chocolate)이란 이름 자체는 멕시코 메시카 족이 카카오 빈과 고추로 만든 음료인 나후아틀어로 씁쓸한 물을 뜻하는 쇼콜라틀(Xocolatl)에서 유래됐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강 유역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으로 일컬어진다. 멕시코 원주민은 카카오의 씨앗인 카카오 빈을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부르면서 음료나 약용으로 사용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매스는 카카오 열매의 씨인 카카오빈(cacao bean)에서 추출한 것으로, 그대로 섭취하면 먹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쓰다. 이런 이유에서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은 밀크 초콜릿보다 훨씬 더 쓰다. 시판되고 있는 초콜릿은 여기에 설탕, 우유 등을 넣어 풍미를 조절한 것이다. 특유의 쓴맛이 단맛과 조화를 이루는 대비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초콜릿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만들기 어려운 걸로 알고 있는데 초콜릿 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제과 공장에서는 전문 설비를 갖춰 놓고 제조하지만 핸드 메이드 초콜릿을 만들려면 그럴 필요는 없다. 온라인에서 제과 재료상을 찾아서 재료를 구입한 후에 각각의 재료를 일정 비율대로 혼합하고 녹여서 본인이 원하는 틀(몰드)에 부어서 굳히면 된다. 예상과 달리 매우 간단하다. 이러한 방법은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로 비유하면 원두를 볶아서 내려먹는 원두커피가 아닌 인스턴트 커피에 비유할 수 있다. 코코넛은 야자수의 일종으로 코코넛워터 음료로 사용하고 카카오와 코코넛은 나무 자체가 다르다. 카카오(cacao)는 카카오 나무에서 수확한 열매로 카카오포드(cacao pod)라고 부른다. 카카오 나무의 학명은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이고 '신의 음식'이란 뜻이다. 카카오 포드 안에는 달콤한 과육으로 둘러싸인 카카오빈(cacao bean)이 들어 있다. 카카오포드 안쪽에 과육으로 둘러싸인 카카오빈(cacao bean)을 발효해서 건조한 것이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다. 카카오빈을 잘게 부순 것을 카카오닙스(cacao nibs)라고 하고 다이어트나 항산화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한편, 코코아(cocoa)는 카카오(cacao)를 가공한 것을 말한다. 코코아매스(cocoa mass)는 카카오빈을 로스팅해서 곱게 갈아만든 것이고 코코아버터(cocoa butter)는 코코아매스를 압착해서 짜낸 지방이다. 코코아파우더(cocoa powder) 지방이 빠진 카카오 매스를 곱게 갈아 만든다. 초콜릿은 카카오 빈에서 나오는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 그리고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여 만든다. 밀크 초콜릿은 여기에 우유가 첨가된다.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카카오버터 대신 식물성유지 등의 대용유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카오매스, 카카오버터, 그리고 부산물인 카카오파우더는 모두 카카오 포드(cacao pod)의 씨앗인 카카오 빈(cacao bean)으로 만들어진다. 카카오포드를 반으로 자르면 하얀색의 카카오 과육이 나오는데, 카카오빈은 이 카카오 과육에 둘러싸여 있다. 아무 처리과정도 거치지 않은 카카오빈은 떫기 때문에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발효는 카카오빈에 붙은 과육을 제거하고 나무 통에서 발효를 하거나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발효하여 발효과정 중에 과육이 자연적으로 제거되도록 한다. 발효 과정 중 카카오빈은 중간에 한번 나무삽으로 뒤집어주는데, 5~7일간의 발효 후 세척한 뒤 9~10일간 건조 과정을 거친다. 발효가 된 카카오빈에서는 특유의 초콜릿 향이 난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산지에서 인력으로 진행되고 건조 과정까지 마친 카카오 빈은 소비국으로 수출된다. 소비국에서는 카카오 빈을 열풍으로 로스팅하여 외피를 분리한 뒤, 알칼리 처리를 하여 카카오닙스(cacao nibs)로 만든다. 시중의 90% 이상의 초콜릿은 알칼리 처리 과정을 거치는데, 알칼리 처리를 하게 되면 신맛과 카카오 본연의 향이 적어지고 쓴맛은 더 나게 된다. 알칼리 처리를 하는 이유는 수용성의 증대, 원료 색상의 조정 등이 있으며, 신맛 보다는 쓴맛이 설탕을 첨가했을 때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알칼리 처리를 거친 카카오닙스를 2차에 걸쳐 분쇄하면 진득진득한 카카오매스가 분리되고 콘칭단계를 거쳐 굳힌 것이 카카오매스다. 카카오 매스를 압착하면 카카오버터가 분리되고 딱딱한 카카오 케익이 남는다.이 카카오 케이크를 잘라서 분쇄하면 카카오 파우더가 된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분류한 초컬릿 기준은 다음과 같다. ▲초콜릿: 카카오고형분 30% 이상, 카카오버터 18% 이상, 무지방 카카오고형분 12% 이상인 초콜릿. 즉 카카오 성분이 가장 높은 초콜릿이라 할 수 있다. ▲밀크초콜릿: 카카오고형분 20% 이상, 무지방 카카오 고형분 2.5% 이상. 유고형분 12% 이상인 초콜릿. 다시 말해 우유가 첨가된 초콜릿이라 할 수 있다. ▲화이트초콜릿: 카카오버터 20% 이상, 유고형분이 14% 이상인 초콜릿. 카카오 성분은 전혀 넣지 않은 제품이다. 색깔이 하얀 이유다. ▲고급 초콜릿: 고급 초콜릿의 기준은 카카오의 품종이다. 얼마나 좋은 카카오 품종을 쓰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달라진다. 준초콜릿: 카카오 버터 대신 팜유를 사용한 초콜릿이다. ▲커버춰 초콜릿: 코팅용 고급 초콜릿. 카카오버터 함유 30% 이상으로, 비싸고 윤기내기 힘들지만 코팅에 비해 맛이 좋다. ▲이미테이션초콜릿(코팅 초콜릿): 대량의 팜유에 아주 소량의 카카오 파우더만 섞어서 만든 저급 초콜릿이다. 반려동물은 초콜릿에 함유된 테오브로민을 잘 분해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심장과 콩팥에 부담이 가서 최악의 경우에는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3-27 11:33:3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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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최선보다 최고가 되려다가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더라도 남다른 재주를 타고 태어났기에 무엇이든 타고난 재주를 개발하면 나름대로 사회에 보탬도 되면서 보람을 가질 수 있다. 옛말에도 "하늘이 나 같은 재목을 만들었을 때는 반드시 쓰임새가 있다(天生我材必有用, 이태백, 장진주사)"고 하였다. 또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나태주, 시)라고 했다. 겸허한 자세로 할 일을 다하면, 세상에 무언가 도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저마다 타고난 재주를 외면하면서 허황한 욕심을 내다보면 소중한 인생이 만신창이로 변하기 쉽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국회에서 의사봉을 함부로 두드리기보다 국회 꽃밭을 가꾸는 일이 훨씬 가치 있고 보람찰 수 있다. 한국경제 성장잠재력이 점차 떨어지는 까닭의 하나는 구성원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배양하기보다 경쟁심과 시기심 나아가 증오심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재능이 무엇인가를 발견해 주려는 노력보다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울타리 안에서 최고가 되도록 경쟁을 유도하니 사회 적응능력이 파괴되고 있다. 변화 속도가 빨라지며 세상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좁은 울타리 속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면 어찌 될까? 우물 안에서 개구리들이 서로 잘났다고 죽기 살기로 날뛰는 꼴이다. 변화 방향을 함께 읽고 힘을 합쳐 최선의 방책을 찾아내려는 자세를 가져야 개인이나 사회나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최소한의 수치심, 죄의식도 갖추지 못한 인면수심 인사들이 어쩌다 힘을 얻으면 그저 최고가 되려고 세 치 혀를 놀려 용쓰는 모습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참 보람을 느끼게 되는데, 정당한 노력 없이 최고가 되려다가는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인사가 남을 무조건 불신하듯이, 악마 근성이 있을수록 상대를 악마화시키려 든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개의치 않으며 공동체 이익을 해치다 끝내는 자신도 구렁텅이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럭저럭 큰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미상불 사회악을 저지른 대가를 치를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배우고 깨우치는 기쁨은 자신이 누리고 그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헌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최선의 노력을 하다 보면 자신이 만들어 낸 제품이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어 자부심이 커간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최선을 다하면 순간순간 행복해진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사이비 꾼들이 무대를 휘저으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최고가 되려고 애태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들이 앵무새처럼 "국민 여러분!"을 외치는 헛소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덮어 놓고 환호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질시하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 크다.

2024-03-27 09:31: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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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다양성과 함께 춤을

단순함을 즐기는 건 이제 포기해야 겠다. 글 좀 쓰려고 하면 스크린에 문자가 번쩍 뜨면서 눈길을 훔쳐간다. 누군가와 모처럼 얘기 좀 나누려 하면 스마트폰이 아우성을 치며 테이블을 흔들어 놓는다. 어디 그 뿐인가? 그 동안 묵혀둔 일을 마무리하려치면 급하다고 새로운 일이 떨어진다. 이제 좀 익숙하고 편하다 싶으면 어느새 낯선 기술이 부상한다. 어디 한 곳에 정신을 담기가 좀처럼 어렵다. 단순함은 순진하고 단조롭다는 뜻을 넘어 낙관주의까지 연상시킨다. 버트란트 러셀이 그리스 철학을 위대하다고 한 대목이 거기에 있다. "그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을 실제보다 더 쉽게 생각했지만, 이러한 낙관주의가 없었던들 그들은 감히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러셀의 서양철학사)이다. 수학과 연역추리 기술을 발견한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단순하고 우직한 사유를 즐겼다는데, 우리에겐 그런 단순함을 즐길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스 시대와 같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의 현재는 기억일 뿐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현재는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일이다. 참고로 미래에 일어날 일의 현재는 기대라고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말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지는 현재의 일에 빠져들 수밖에! 과거를 기억하는 게 그립고, 미래를 기대하는 게 즐겁더라도 우리의 내면은 현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단순함을 향유하는 삶은 영원히 사라졌다. 왜냐하면 전화, 라디오, 비행기, 자동차가 산업화 문명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에 평생교육자 에두아르드 린드만이 한 말이다. 현재로 따지면 모바일(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 전기자동차, 인공지능과 온갖 종류의 디지털 사이니지가 단순함을 깨트리는, 디지털 문명에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린드만은 이렇게 혜안을 준다. "우리는 그 주변이 아닌 그 것과 함께 우리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린드만의 성인교육의 의미)"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순응만 한다면 인간의 인격과 경험의 가치는 점점 더 퇴보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단순함을 즐기는 건 처음부터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문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것들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야 할지를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순진하고 단조로운 것보다 다양성이 삶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을. 그렇게 재미있는 일에 참여하고 적극적인 것이 변화와 성장에 충분한 자극이 된다는 것을. 오늘부터 다양성과 함께 춤을 추어야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3-25 13:08:5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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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칼국수에만 쓰기 아까운 천연 피로 해소제 '바지락'

워낙 할 일도 많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만성피로란 숙명일지 모른다. 특히 요즘과 같은 봄철에는 춘곤증 때문에 더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업무나 공부의 효율은 크게 떨어지고 운전이나 작업 시 사고의 위험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법. 평소 먹는 음식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도 피로를 줄일 수 있다. 한창 제철을 맞이한 '바지락'을 꼽을 수 있다. 바지락이라고 하면 칼국수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한식에서 꽤 쓰임새가 많다. 보통 맛국물을 내는 재료로 쓰이는데 젓갈, 볶음이나 무침 같은 반찬류, 밥 등 다양한 곳에 식재료로 활용된다. 1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특히 늦겨울부터 봄 사이 나는 바지락은 살이 오르고 단맛이 있어 인기가 무척 높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바지락을 지금 꼭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피로회복제, 자양강장제의 성분으로 잘 알려진 타우린은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이다. 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노화를 늦추고 치매를 완화시킨다는 연구도 속속 발표된 바 있다. 타우린의 성인 기준 1일 권장 섭취량은 1,000mg인데 바지락 100g(한 줌 내외)에는 거의 비슷한 양의 타우린이 함유돼 있다. 등 푸른 생선만큼은 아니지만 조개류 중에서 눈에 띄는 불포화지방산 함량도 바지락의 매력이다. 수산물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뇌의 발달과 정상적인 기능 유지, 치매 예방 그리고 타우린처럼 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아동을 포함한 성장기 자녀와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원을 둔 가정이라면 제철을 맞은 바지락이 꼭 밥상에 올라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지락에는 레티놀과 같은 비타민도 있어 들어 있어 피부를 매끈하고 탄력 있게 유지해주며, 철분이 풍부해서 빈혈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2024-03-25 05:31:4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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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개시신청으로 인한 주주의 손해배상채권, 인정될 수 있을까?

회사가 회생개시신청을 하면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회사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도 한순간에 추락한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원칙적으로 주주들은 회사에 '투자'를 한 것이므로,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할 뿐 떨어진 주식 가치 등을 이유로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물론 이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되었을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회사 임원의 배임 등이 개입되어있다면 상법상 규정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떨어트린 임원에게 책임을 추궁하도록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는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했음에도 회생에 이르게 된 경우를 전제하겠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회생개시신청 이후 발생한 손해를 사후적으로 회사에 추궁할 수 없다면, 투자할 당시 회사와 개별적, 사전적으로 손해배상규정을 둬 투자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어, 투자자 A가 B회사에 투자하면서 '회사가 회생·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그로 인한 주주의 손해를 보상하고 납입한 돈 전액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기재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아니라고 본다. "주주들은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판결 등)라는 것. 특히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원칙적으로는 그와 같은 약정을 무효라고 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를 둬 예외를 설정 해두었다는 데 있다. 이 예외가 적용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C회사가 어려운 자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신용보증기관인 D에게 거액의 투자를 받아 당사자 간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C회사가 회사의 존속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D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했다. 이후 C회사는 D의 동의 없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진행했고, D는 사전 동의 없이 회생절차를 개시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회생채권으로 신고했다. 위 사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D 역시 주주들 중 한 명에 불과하므로 다른 주주들과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계약의 내용은 D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D는 공적 지위가 인정되는 신용보증기관으로 C회사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을 투자했고,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D에게 감시 기회를 제공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았다. 또한 "무엇보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 사항으로,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아니어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 침해되는 것도 아니며, 실질적으로 '약정된 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지급'이지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D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다210670판결). 일반적으로 회사가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고 신주를 인수할 때 대표이사와 주주, 회사 간 3자 약정서 내지 합의서가 작성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사전 동의권을 규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그러한 약정의 경위와 목적,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주주의 의결권 침해 여부 등을 종합해 고려한 뒤 예외적으로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약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

2024-03-24 14:42:11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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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장수 리스크'

3~5년 주기로 개정하는 보험개발원의 경험생명표(제10회)에 따르면 국내 남성 평균 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다. 5년 전보다 각각 2.8년, 2.2년 늘었다. 인간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통상 상가에서 호상과 애상을 말한다. 평범한 죽음의 경우 평균 수명 이상을 살았는 지가 가늠자다. 보험개발원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 등으로 사망률이 개선됨에 따라 평균수명도 늘어난 것"이라며 "평균수명 및 고연령의 기대여명이 늘어남에 따라 은퇴 이후 노후 의료비 또는 소득 보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래 살 위험이 화두다. 장수 리스크다. 실제로 일본을 뒤따라 가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기준 19.0%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2005년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산의 수명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따끔한 조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이 평탄하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사는 동안 돌을 만나고 물을 만나고, 비를 맞고, 눈길을 걷기도 한다. 행복한 노후는 누가 가져다 주지 않는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노후생활에 필요한 생활비 조사결과(2021년)에 따르면 서울에서 사는 경우 월 330만원이 필요하다. 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다. 혼자인 경우 월 205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르면 50대 중반, 또는 만 60세에 은퇴하는 샐러리맨이 많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은퇴 이후 월 330만원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개인연금 등 3~4층 탑을 쌓아야만 불편하지 않은 노후를 맞을 수 있다. 우물쭈물 하다간 불행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근로소득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한다. 한달 일해 30만원을 벌면 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과 같다는 논리다. 그래서 늙어 죽기 전까지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직(職)'보다는 '업(業)'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업이 있으면 직을 얻고, 직만 찾으면 업을 잃는다는 것이다. 직장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자산의 수명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퇴직하면 연금도 맞벌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가 각자의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자녀를 둔 사람은 한가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요즘 결혼하는 MZ세대들은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엄마 아빠, 결혼할때 자녀에게 1억5000만원을 주라는 법이 만들어졌어요"라고. 결혼할 때 증여세를 내지 않는 한도가 올해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면서 나온 얘기다. 작년까지 자녀 결혼때 5000만원을 준비했다면 이젠 1억5000만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양가의 예라는 의미다. 자녀의 잡음없는 결혼을 위해선 양가에서 지원하는 3억원이 디폴트(최초 설정의 값·기본적 밑바탕)가 된 세상이다. 돈이 없어도 몸의 풍요를 갈망하는 것이 요즘 세대다. 걱정을 덜어낼 노후를 위해선 기대치를 낮추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어제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고, 내일 할 일을 걱정하면서도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03-22 07:00:0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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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0>아직도 프랑스 와인만 고집하십니까?

세상은 넓고, 와인은 많다. 넓은 세상만큼 다 헤아리기도 힘든게 바로 와인인데 프랑스 와인만 바라보고 있기는 너무나 아쉽다. 특히 최근 몇 십년간 와인양조 기술이 몰라보게 발달하면서 매년 좋지 않은 해가 없다할 정도인데 국가별로도 그렇다. 포르투갈은 포트와인, 독일이라고 아이스와인만 떠올리다면 그야말로 구시대적이다. 전 세계 100대 와인에 한 두 병 이름을 올리는게 아니라 그간 와인 생산국으로는 변방으로 치부됐던 곳에서도 나라별로 100대 와인을 꼽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서클링이 올해 처음으로 '포르투갈의 100대 와인'을 선정해 내놨다. 지난 1년간 900종류 이상의 포르투갈 와인을 맛본 결과다. 서클링은 "포르투갈 와인은 전반적으로 깜짝 놀랄만큼 바뀌었다"며 "특히 도우로 밸리는 앞으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와 같다"고 호평했다. 포르투갈 와인 1위에 오른 것은 포트와인이 아니었다. 니에푸르트 도루 로부스투스 2017년 빈티지다. 로부스투스는 도우로 지역에서 주정강화로 만들지 않은 최초의 와인이라는 기록도 있다. 지금은 니에푸르트에서 만들어진다. 일부 포도나무는 100년 이상 됐다. 편암 지질에 심어져 힘이 있고 산도가 높으며, 탄닌 구조도 단단하다. 독일은 리슬링 와인이다. 닥터 뷔르클린-울프 페히슈타인 2022년 빈티지다. 무려 100점 만점을 받았다. 독일 와인 생산자 연합에서 분류한 등급 가운데 최상급에서도 단일 보도밭에서 만든 드라이한 리슬링이다. 미네랄 표현의 걸작이란 평가가 나왔다. 서클링은 "2022년은 덥고 건조했는데 어떻게 이 정도의 집중력과 부싯돌 느낌의 미네랄 느낌을 갖춘 드라이 리슬링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 와인은 리슬링이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도전적인 새로운 상황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슈냉블랑으로 유명했던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번엔 시라 품종의 와인이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포르셀린베르크 스와트랜드 2021년 빈티지로 검은 과실과 허브, 후추, 철분 느낌이 복합적이며, 입안에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구조다. 그래도 슈냉블랑 명가답게 100위 와인 가운데 20개는 슈냉블랑 품종의 자리를 채웠다. 중국에서는 100대 와인을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1위에 화이트 와인이 선정됐다. 샤오 링 샤도네이 샹그릴라 홍포 2021 빈티지다. 중국 운남성에서도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인 샹그릴라 지역에서 만들었다. 신선한 청사과와 감귤류향에 적당한 산미와 매끄러운 질감이 잘 어우러지고, 짭쫄하다 느껴질 미네랄이 특징이다. 중국 와인의 품질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중국은 와인 소비와 생산 및 수입이 모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으로 감소했다.

2024-03-21 16:20:2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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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과 역할에 대한 정의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에게 예술은 자유의 표현이다. 벨기에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 예술을 사회적인 규칙과 문화적인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예술의 개념은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을 포괄하기에 일반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수 세기 동안 예술가와 사상가들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해왔지만, 예술 자체가 근거를 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명쾌한 답 또한 내놓지 못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만큼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역시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으나 정답은 아니다. 각종 재난의 시대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되묻고 디지털 시각 체제와 현실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것 자체를 예술의 역할로 꼽는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같은 이들도 있다. 이 밖에도 예술의 역할에 관한 판단은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욕망의 표출과 행복의 실현을, 어떤 이들은 인간 존재 의미의 탐구 및 전달을 예술의 역할로 본다. 혹자는 타인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제공하거나 위안을 심어주면 예술 본연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여긴다. 모두 맞다. 그것이 실체보다 외관을 강조함으로써 예술의 피상성과 소비주의 문화에 기여할지라도, 또는 기술을 예술의 전부로 착각하는 결과물이더라도 각각의 역할은 있다. 심지어 장식적이거나 풍수적인 작품들(미술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다)조차 어떤 이에겐 예술로써 제구실을 다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예술관이 다르고, 예술이 이해되는 방식에 관한 생각 또한 동일하지 않다. 미와 예술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게 답답하지만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예술의 정의와 역할이 무엇이든 굳이 예술가일 이유가 없는 것과 반드시 예술가이기에 가능한 것의 분간은 필요하다. 예술가와 예술가적인 것의 간극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는 사회 전반의 문제와 대면하고 현실의 삶에 참여하는 것을 예술로 여겼다. 요셉보이스(Joseph Beuys) 같은 인물은 예술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에게 예술(가)과 그 역할이란 사회 혁신의 동력이 돼야 한다는 공통된 믿음이 있다. 미술평론가 김영호의 말처럼 '예술은 당대의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적 진보와 문화적 다양성 촉진에 기여해야 하고, 부조리한 구조와 제도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며, 순응적인 모든 문법에 저항하는 실천성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술의 역할과 가치가 빈곤한 시대다. 편협의 극단에 이른 현재다. 예술가들은 보편성을 상실한 개인의 서사와 공동체적 이슈를 분간하지 못하고, 예술제도는 방향의 정립보단 온갖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바쁘다. 만약 그것이 바른길이라면 우린 예술(가)에 대해 잘못 배웠다. 그게 영원한 진실이라면 예술의 본래 기능이란 애초 존재 불가능했거나 위선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2월 같은 지면에서 나는 "예술가는 역사와 사회적 변화를 기록하는 존재다."라고 썼다. 예술작품에 대해선 그 자체로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문제에 대한 논평이자, 인류사에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토론을 촉구하는, 대화와 변화의 촉매제라 정의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 모든 건 결국 핵심 주체인 예술가들에 의해 선도돼야 한다는 것도, 정치를 비롯해 인간 삶을 억압하는 터전을 불태워 새싹을 돋게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3-20 10:49:2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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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한번 잘못 사면 무르기 힘든 분양권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호황기에 계약한 분양권을 해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고민을 한다. 뭐든 사두면 오르는 시기가 불과 2년 전이었다. 그렇게 급격히 시장 상황이 바뀐 탓도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본인의 실사용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심지어는 준공 후 임대사업을 할 계획조차 없이 시세 차익만을 노렸던, 말 그대로 투기꾼들이 상당했다. 그러나 투기 중에서도 딱한 투기가 분양홍보사를 만나서 하는 투기다. 시장이 좋을 때의 시나리오는 거침이 없다. 계약금 10%를 내고, 중도금 잔금은 무이자로 충당하고 (혜택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완공 전이라도 값이 오르면 언제든 팔면 된다. 그래서 유행처럼 번졌던 방식이 한 사람이 인접한 두 개의 호실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경우다. 투자를 권유하는 상담직원들도 공식처럼 두 개 호실을 한꺼번에 계약한 성공 사례부터 풀어 놓는다. 다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느냐고 하지만, 근거 없는 호황만한 이상징후도 없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양계약의 해지는 보통의 경우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분양 계약의 해지를 고민할 정도의 시점이면 이미 중도금을 집단대출로 충당하여 공사가 어느 만큼 진행된 시점이다. 계약금 10%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난 것이다. 게다가 짓고 있는 건물은 아직 등기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아직 내 것이 아닌 상태다. 그래서 채무 불이행으로 경매에 넘어가도록 놔두고 손을 털어버리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찌보면 부동산은 아직 남의 것이되, 빚은 내 것인 기이한 상태가 바로 분양권자의 지위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늘 분양권 해지 관련 상담을 해준다는 곳이 많지만, 상당수는 소정의 수업료(착수금)를 통해 계약 해지가 절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우선, 소송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성공사례로 내세우는 것은 승소한 케이스보다는, 분양 당시의 과장 광고 등 불완전 판매 정황을 제기하여 합의를 유도해 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시행사들도 이에 대해 많은 대비를 하고 있다. 분양권을 되팔려는 노력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같은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약금의 일부를 인하한 채 중개업소에 매물을 던져놓으면, 중개사가 예의상 물건을 접수하더라도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세상 물정에 어두운 다른 누군가를 찾는 일이 내키지도 않고, 전매 중개수수료는 매매수수료 보다 적다. 간혹 앞서 말한 분양권 해지 상담을 하러 간 곳에서 헐값에 분양권을 사줄 업체나 개인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많다. 입주 지정일 이후 잔금을 못 치렀을 때 건설사나 시행사로부터 '계약해지' 최고장을 받고, 그에 따른 위약금이 있는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결국은 채권추심이 시작되고 분양권자의 다른 부동산, 차량, 월급 통장이 압류당하면 결국 두 손을 드는 수밖에 없다. 시행사가 야박한 것이 아니다. 비싸게 잘 판 물건을 도로 물러주는 장사꾼이 과연 있겠나? 시장의 등락을 떠나서라도 그동안의 이자 비용, 운영비, 특히 비싼 되팔기 위한 인건비를 생각하면 판 사람은 어떠한 변경도 원하지 않는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은 어떻게든 대출을 받고 본인 이름으로 등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는 장기적으로 처분을 고려하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비슷한 결말을 맞는다. 후회도 소용없고 막을 수도 없다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게 낫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03-20 10:19:1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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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어느 범죄자의 외출

정신의학에서 인격이란 '개인을 특정 짓는 감정적, 행동적 경향'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인격의 문제가 지속되어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면 '인격장애'로 진단한다. 대표적인 인격장애가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반사회적 인격장애'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들은 겉보기에 똑똑하고, 말도 잘해서 일견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끼치는 해악을 잘 인식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치료가 무척 어렵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원인에 관하여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우선 어린 시절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되기 쉽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알콜중독 아버지를 가진 경우, 실제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지 않았더라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되기 쉽다는 결과를 보여서 유전적인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뇌의 세로토닌 전달 기능에 문제가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치료는 특수한 치료시설에 장기간 입원시킨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교도소라는 환경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변호사가 법망을 빠져 나가게 해 주면 상황은 악화된다. 최근 성범죄자 조두순이 야간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을 나가서 기소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두순의 삶을 살펴보자. 조두순의 아버지는 가정폭력이 심한 알콜 중독자였고, 조두순이 10세때 사망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중퇴하였으며, 18세 때 자전거 절도를 시작으로 폭행, 협박, 성폭행 등의 범죄로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었다. 1995년에는 술자리에서 만난 남성을 폭행해서 숨지게 했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두순은 고작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변호사가 심신미약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람을 때려죽이고 징역 2년이란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 때 살인죄를 적용해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면, 2008년의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조두순은 8세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성기와 항문의 80%를 손상시켰다.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을 검거한 형사에게 '교도소에서 몸을 만들 테니, 나와서 보자.'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후 조두순은 2020년 만기 출소하였다. 조두순의 삶과 행동을 보면,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생각된다. 물론 우리 헌법 하에서는 흉악범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고도 심신미약을 핑계로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받은 사건은 조두순의 반사회적 성향을 강화시켰을 것이다. 그 결과는 끔찍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절차였겠지만,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비극이었다. 그때 조두순을 변론해 준 변호사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이제는 20대 아가씨가 되어 있을 피해자 나영이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법적인 관점과 의학적 관점 중 어떤 것이 더 정의롭고 올곧은 결과로 이끌어 줄까? 그리고 잔인하게 짓밟혀 버린 한 소녀의 삶 앞에서 가슴이 타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 하나만의 느낌일까?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03-19 15:29:06 구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