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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백색 실선 침범, 교특법상 처벌특례에 해당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하고 있다.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와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거나 종합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 및 제4조 제1항 본문). 다만 특례법에서 정한 12대 중과실의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 보험가입 여부와 별개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4조 제1항 단서). 교통사고처리법상 처벌특례가 배제되는12대 중과실 중 하나로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가 있다(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제2항 단서 1호, 이하 '단서1호'라고 한다). 운전자가 편도 4차로 도로의 1차로를 진행하다가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 실선을 무시한 채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상해를 입힌 경우 이러한 사안이 위 단서1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도로상에 안전표지로 표시한 노면표시 중 진로변경제한선 표시인 백색 실선이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 실선은 단서 1호의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하여도 처벌특례는 적용되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승용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므로 처벌특례에 따라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기존에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 실선이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도1196 판결)도 있었지만, 이 사건 판결로 견해를 변경한 것이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단서1호는 '안전표지' 위반의 경우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를 위반하는 경우로 그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백색 실선은 교차로 또는 횡단보도 등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도로구간에 설치해 통행하고 있는 차의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로 단지 진로변경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의 백색 실선과 같은 진로변경제한선은 해당 표지에 위반해 진로를 변경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진로를 변경한 이후 해당 방향으로는 계속 진행이 가능하므로 그 위반행위를 '통행방법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도로교통법은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를 구분해 규율하면서 처벌 체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에 관해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백색 실선 침범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처벌특례 배제사유에 해당하는 12대 중과실 중 하나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4-08-25 13:34:4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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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바람 잘 날 없는 소상공인연합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소상공인 관련 유일한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신들은 도대체 무슨 집단인가. 소공연에 묻고 싶다. 고물가, 고임금, 저성장, 고비용, 내수 침체, 경쟁 격화 등 소상공인 관련 이슈가 산적한데 언제까지 집안 싸움만하다 허송세월할 것인가.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소공연은 이달 29일 5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선거에는 현재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유 모씨와 소공연 감사 출신인 송 모씨가 출사표를 던졌다. 소공연은 직전 회장을 하다 야당에 줄을 대 비례대표로 이번 22대 국회에서 배지를 단 오 모의원이 정치권으로 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분란을 겪었다. 오 의원은 소공연 회장을 하기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법정단체인 소공연의 정관이 무색하게 조직을 정치판으로 전락시키며 사심을 챙겼다. 국회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오 의원은 현재 선거법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런데 그가 떠나면서 조직에 남긴 상채기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덧이 나고 있다. 소공연 내외부 인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조직의 정상화를 소리높여 외치면서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공연이 회원들의 정보를 유출하고 정부보조금을 부정수급했다며 중기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은행과 카카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회계 보고 누락 등 의혹을 제기하며 역시 중기부가 조사에 나설 것도 요구했다. 차기 회장 선거 과정에서 지역연합회를 분열시키고 파행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운영 규정 보완과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판에서 비대위가 나선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조직 정상화'를 명분으로 또다른 '사심'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비대위의 몫이다. 내홍을 겪고 있는 소공연 조직을 이끌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도 이대론 안된다. 저마다 출마 공약을 내놨지만 지금의 문제를 촉발시킨 '정치적 중립'을 약속한 이는 보이질 않는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차기 소공연 회장은 임기 중 정치권에 줄대는 일을 하지 않는 등 조직을 정치판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해야한다. 중기부도 뒷짐만 쥐고 있어선 안된다. 전임 회장이 정치권으로 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돼 앞서 진행했던 소공연 내부 감사와 후속조치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이후 일부에서 제기한 의혹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조사해 이 역시 모두 공개해야한다. 소공연이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제발.

2024-08-25 11:56:3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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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수분양자, 신탁계약 종료 후 신탁사에 권리주장 못 해

분양계약의 상대방(매도인)이 신탁회사인 경우 분양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신탁계약이 종료됨과 동시에 매도인 겸 수탁자의 모든 행위 및 권리·의무는 별도의 조치 없이 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포괄승계되며,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도 계약변경 등 별도조치 없이 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승계되는 것에 관하여 인지하고 동의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신탁계약의 종료를 불확정기한으로 하는 면책적 계약인수약정'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49945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다23674 판결 등). 면책적 계약인수란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의 포괄적 이전을 말합니다. 따라서 계약인수가 이뤄지면 양도인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게 되고, 더 이상 잔류당사자와 양도인과의 계약관계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잔류당사자는 양도인에게 아무런 계약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45958 판결). 따라서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신탁회사로부터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위탁자로부터 반환받아야 하는데, 위탁자는 변제 자력이 부족해 결국 분양대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의 당사자로서 '신탁계약 종료시 포괄적·면책적 계약인수 조항'을 받아들임으로써 부담해야 하는 위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사한 판결이 있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6. 12. 선고 2023나2049142 판결). 수분양자는 "계약인수 조항이 약관규제법상의 불공정약관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수분양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고 수분양자가 계약의 거래형태 등과 관련한 모든 사정에 비춰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 조항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의 신탁회사가 분양을 실시하는 경우의 일반적이고,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조항이므로 수분양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49945 판결). 또한 수분양자는 위 조항이 건축물분양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건축물분양법은 '신탁을 정산할 때에는 수분양자가 납부한 분양대금을 다른 권리보다 우선해 정산해야 한다'는 사항을 신탁계약서 조항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동법 제4조 제1항 제1호), 이 사건의 신탁계약에도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 건축물분양법 조항은 '신탁재산의 정산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정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대법원은 '신탁계약 종료와 동시에 신탁회사가 부담하는 모든 권리와 의무는 별도의 행위 없이 포괄적, 면책적으로 위탁자에게 이전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도, 신탁계약이 종료된 이상 신탁회사는 더 이상 공사대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도 있습니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다264420 판결).

2024-08-25 11:22:0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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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49>오겹살에 피노누아?…쉽게 즐기는 페어링

흑돼지 오겹살에 통목살, 특수부위까지 나열된 고기 메뉴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와인 리스트였다. 올해 여름 휴가로 찾은 제주도의 식당에서다. 와인 생산 국가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피노누아 품종이 주를 이뤘고, 산지오베제도 보였다. 레드 와인 중에서도 산미가 좋고, 체리 등 붉은 과실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부류다. 사실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구운 고기엔 진한 레드 와인 아니었나. 쉽게 카버네 소비뇽이나 아니면 더 진하게 말벡이나 쉬라즈 같이 말이다. 산미보단 타닌을, 붉은 과실보단 잘 익은 검은 과실을 느낄 수 있는 부류다. 와인 칼럼니스트라고 해도 주로 소고기에나 와인을 마셔봤지, 삼겹살엔 으레 소주를 곁들였으니 그럴 법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잘 어울렸다. 소고기 마블링과는 다른 오겹살의 쫀득한 기름기를 피노누아의 과실과 산미가 깔끔하게 마무리 해줬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경험치가 쌓였다. 사실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지만 쉽다. 페어링은 과학 시험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계산하거나 공식에 맞출 필요가 없단 얘기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먹고 싶은 음식에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라는 것이다. 음식의 맛을 더 좋게하기 위해 선호하지 않았던 와인을 마시는 것 보다 상반된 궁합이라도 좋아하는 와인을 따르는 것이 낫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오겹살을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오겹살을 맛있게 느끼도록 하는 와인은 세상에 없으며, 반대로 피노누아를 멀리 했는데 오겹살과 같이 마신다고 좋아하게 될 리 없다. 차라리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도 시차를 두고 먹고 마시고 하면 된다. 호불호가 크지 않아 그래도 더 나은 짝을 찾고자 한다면 다음 기준은 균형감이다. 무게감, 강도, 풍미 등 모든 면이 해당한다. 어느 한 쪽이 지배하거나 어느 한 쪽이 너무 밀리지 않게 말이다. 그냥 고기엔 레드, 생선이나 샐러드엔 화이트 와인이라고 했던 고전적인 방식을 떠나보낼 때도 됐다. 화이트 와인이 대부분 가볍고 과일 맛이 나고, 레드 와인이 대부분 타닌이 강하고 무게감이 있었던 시절에나 통했다. 레드 와인보다 무거운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보다 산도가 좋은 레드와인도 많은 세상이다. 꼬뜨도르 등 부르고뉴나 미국 캘리포니아 혹은 신세계 샤도네이, 비오니에, 론 화이트 와인 등은 레드 와인 못지 않은 무게감이 있다. 보졸레나 다른 가메 품종, 돌체토, 발폴리첼라 레드 와인은 화이트 와인 못지 않게 가볍다. 부르고뉴나 키안티, 꼬뜨 뒤 론 지역이나 카버네 프랑, 그르나슈, 피노누아 품종 등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타닌 보단 산미가 도드라지고 과실향이 좋다. 음식 역시 재료로만 판단하기 힘들다. 같은 닭고기라도 튀긴 치킨은 무겁고, 삶은 닭고기는 가볍다. 샐러드라도 마요네즈나 치즈가 들어간 꾸덕한 드레싱을 올리면 무거워지고 과일 소스라면 가벼워진다. 다시 오겹살로 돌아간다. 글로벌 와인 평론지 디캔터는 삼겹살과 선선한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와인을 최고의 음식과 와인 페어링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단다. 칠레 카르미네르 등 가벼운 레드 와인도 두루 어울리며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단맛이 살짝 가미된 리슬링을 추천했다. 이젠 삼겹살과는 와인이다.

2024-08-22 14:10:5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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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내집마련과 빚

지인이 최근 은행에서 돈을 빌리느라 분주하다. 연말에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이 부족해서다. 11월 입주면 몇 개월 남았지만 9월부터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액이 줄어든단다. 이른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이다. 2단계가 시행되면 대출금액이 줄어드니 미리 대출에 나선 것. 이런 수요가 많아 실제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주택담보대출이 전분기 대비 16조원이나 늘었다. 지난 1분기 증가액(12조4000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3분기(+17조30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데다 대출 '막차타기' 수요가 몰려서다. 정부는 올 초부터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 중이다. 미래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미리 대출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비은행은 50%)를 넘지 못한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25%(1단계), 50%(2단계)로 올린다. 지난 2월부터 1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돼 0.38%포인트(p)의 가산 금리가 적용 중이다. 9월부터 2단계가 본격 시행되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4% 금리(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의 주담대를 받을 때, 기존 DSR 40%를 적용하면 최대 3억988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1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가산금리(0.38%p)가 부과되면서 대출 한도는 3억7700만원으로 2180만원 감소했다. 같은 조건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가산금리 상승(0.38%p→0.75%p)으로 대출한도는 2000만원이 더 줄어든다. 경기도 파주에서 청약을 통해 내집마련에 성공한 지인은 이달에 대출 승인이 떨어졌다. 월 200만원씩 40년을 갚는다고 한다. 40년을 채우지 못하면 자녀에게 빚을 물려준단다. 물론 집값이 크게 오르면 금상첨화다. 집을 팔아 빚을 청산할 수도 있다. 40년이 길어 보이지만 그래도 새 집 살기에 대한 희망과 내 집이란 안도감이 불안감을 상쇄하고 있었다. 정부는 가계빚을 줄이기 위해 대출규제를 지속할 태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할 것"이라며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서울·수도권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DSR 스트레스 금리를 0.75%p 대신 1.2%p로 상향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수도권의 대출한도를 더 줄여 집값 상승과 가계빚 증가 모두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서 여유있게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 위주로 새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한때는 빚을 내서 집을 사라던 정부(박근혜정부)였다. 문재인정부 때는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50% 이상 올랐다. 공급부족이 원인이었다. 지금 정부는 빚으로 집을 못사게 틀어막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빚에 민감하다. 평범한 직장인의 내집마련 꿈은 '희망고문'이다. 샐러리맨에게 내집마련과 빚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40년을 갚더라도 새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수요는 여전하다. 그런데 정부는 그만 멈추라고 한다. 빚을 줄이고,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가계빚과 내집마련, 정부나 가계나 쉽지 않은 문제다. 하나의 답은 2030세대에게 싸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아닐까.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4-08-22 07:46:30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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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비평의 죽음은 곧 예술의 장례(葬禮)

한국 미술 생태의 건강성을 추구하고 예술가들의 창작 환경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의 대부분은 민간 영역에서 지급하는 통상 원고료의 20%에서 30% 정도를 책정하고 있다. 지식 노동을 기관의 권위와 헐값에 교환하는, 착취에 버금가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10월 국내 최고의 비엔날레라고 자평하는 곳에서 비평가들에게 제시한 평론비는 30만원이었다. 지난 4월 지역의 모 도립미술관이 명시한 원고료 또한 25만원에 불과했다. 이 사실은 과거 본 란을 통해 다룬 적이 있다. 그러나 일부만의 사례가 아닌데다,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론의 여지는 충분하다. 최근에도 부산의 어떤 공공기관은 A4 10장에 달하는 원고의 고료로 13만원을 지급했다.(130만원이 아니라 13만원이다.) 영천시가 운영하는 모 예술창작스튜디오의 평론가 원고료는 2024년 기준 30만원이다. 고맙게도(?) 2020년에 비해 5만원 올랐다. 당시엔 교통비 포함 25만원이었다. 근거는 공무원들이 정한 저마다의 규정이다. 출자·출연기관이라서 그렇다거나, 지방자치 인재개발원의 수당 규격별 지급액 기준 등을 이유로 든다. 작품을 보기 위해 많게는 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하는 물리적 거리와 시간, 온갖 자료를 찾아가며 분석해 한 달 내내 쓴 글 값이 20만~30만원대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본적인 민생고 해결조차 안 된다. 실질임금으로 따지자면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평론계를 대변할 한국미술평론가협회의 대응은 안일하다. 현실에 둔감한 친목 모임인가 싶을 정도다. 개인이 아닌 단체의 발언이라면 조금 더 영향력을 갖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관련해 이렇다 할 발언은 별로 없다. 지난해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술진흥법'에서마저 예술 매개자들에 관한 조항이 전무하다시피하자 소수가 모여 토론회 한번 연 게 거의 전부였다. 그나마도 주변에서 등을 떠미니 마지못해 진행한 듯한 여운이 컸다. 평론가들의 기대를 모은 '미술진흥법 시행령'(7월 26일부터 시행) 역시 진일보한 측면이 없다. 미술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흥 정책을 추진한다기에 비물질 노동자들의 남루한 처우 과제도 포함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미술진흥법에서처럼 평론가나 기획자 등에 대한 구체적 조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도 '예산의 범위에서'로 제한해 처음부터 예외의 길을 터놨다. 오래 전부터 평론계에는 '비평의 죽음'이 부유하고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긴 글이나 심도 있는 분석보다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스스로 판단하는 문화적 흐름의 영향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내부의 문제도 있다. 법이 낡았거나 미진하다면 우리 자체라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보단 문제의식 없이 응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과 기관은 변화할 이유를 체감하지 못한다. 형편없는 고료에도 대신 써줄 사람이 널렸으니 제도 변화에는 애초 관심도 없다. 작품의 의미 해석과 사회적 맥락에서의 분석, 예술적 기준 및 가치 설정 등의 미학적 소통이라는 측면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비평의 직능은 여전히 살아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러한 평론의 역할과 가능을 알고 있다면 향후 설계할 '미술진흥 기본계획'에라도 평론가와 기획자들의 현황과 실태, 지원 방안 등을 섬세하게 다루는 게 맞다. 비평의 죽음은 곧 예술의 장례(葬禮)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8-21 14:10:1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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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커피 한 잔에 담겨 있는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당신은 전략적 인적자원개발(Strategic HRD)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는가? 거창하다, 추상적이다, 경쟁적이다, 거대 담론일 것이다, 아니면 흥미로울 것 같다 등 다양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의 글을 읽고 새로운 느낌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스타벅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다. 초창기엔 커피생산지에 서리가 내리면서 원료가격의 폭등으로 경영혼란이 야기됐다. 경쟁업체들이 신속하게 가격을 인상한 반면, 스타벅스는 고심 끝에 가격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게 바로 경영전략이다. 그 다음 위기는 오히려 순탄한 경영상황과 성장세에서 비롯됐다. 매출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장수를 늘리고, 아침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심지어 음반과 영화산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이 게 왜 위기란 말인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CEO로 경영 현장에 복귀한다. 그는 스타벅스의 커피 정체성이 흔들리면 조만간 큰 위기가 닥칠 것을 감지했고, 실제로 스타벅스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 때 하워드 슐츠는 이사회를 설득해서 하나의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스타벅스의 문을 닫고 전세계 모든 매장에서 바리스타 재교육을 단행했다. 매장 윈도에 휴점 안내문을 달고 본사에서 공수된 동영상을 통해 매장마다 바리스타 교육이 실시되는 동안 스타벅스는 몇백억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것은 스타벅스가 새롭게 혁신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전략으로 환골탈태하는 첫 신호탄이기도 했다. 우리가 마시는 스타벅스 한 잔에 이러한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이 담겨 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다양한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의 결과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LGU+, 애플(iOS), 구글(안드로이드), 카카오(카카오톡), CJ넷마블(게임) 등 대기업은 물론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의 부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등은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의 소산이다. 이제 여러분은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절실하다, 현실적이다, 결과지향적이다, 구체적이다, 섬세하다, 아니면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등 또 역시 다양할 것이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SHRD)은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인재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고 활용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과 훈련을 넘어,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적자원 관리와 개발을 포함한다. 커피 한 잔에 비유하자면, SHRD는 한 잔의 커피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고유한 원두의 특성을 살려 최적의 로스팅과 추출 방법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8-20 10:50:0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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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공급망 대 중국 제재의 여파는?

미국이 대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의 일환으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신규 수출 통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제품 수출 시, 미 상무부 허가를 의무화한 규정을 말한다. 신규 제재방안은 중국 반도체 생산공장, 장비 제조업체, 설계 자동화툴(DEA)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 등을 겨냥한다. 제재안에는 약 120개 중국 기업을 거래제한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는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해 30개국에는 적용되지 않고, 도쿄일렉트론과 ASML 등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와 중국 기업 대상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공급 규제가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동맹국과 주요 거래 기업은 예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 중국 제재 효과가 돌고 돌아 우리 공급망 사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를 피해 범용 레거시(Legacy Semiconductor) 반도체 확장 전략에 나서며 그에 따른 우리 반도체 공급망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접근이 막히자 막대한 투자를 동원해 레거시 분야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레거시 반도체 설비에서 중국 비중이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거시 반도체란 통상 28나노미터(nm) 이상의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로 첨단 반도체와 대조되는 구형의 범용 반도체를 일컫는다. 자동차와 항공, 가전, 통신, 전자기기,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레거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 인도가 크게 지연되며 자동차 공급망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특히, 전력반도체의 경우 미사일과 레이더 등 필수 군사장비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아울러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절반을 차지해 반도체 기업의 중요 수익 기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조치는 기존 첨단 반도체에 이어 레거시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든 모양새다. 미 상무부는 올해 1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보조금 지급과 덤핑을 지적하면서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관련 공급망 조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 레거시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낮고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국내 개별 기업 차원의 설비확장만으론 현실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반도체 희귀가스, 흑연, 요소 등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품목 185개를 선정, 2050년까지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내용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품목 자립기반을 확충하고 대체 수입처 발굴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은 최소 3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된다. 언제든 공급망 위기가 닥칠 경우 바로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미-중 공급망 전쟁 등 우리가 끼어들 공간이 적은 변수에 대응하기보다는 공급망에 긍정 영향을 주는 상수를 더 늘리는 정책을 강화하는게 필요하다.

2024-08-19 16:59:0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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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천연 영양제, '다시마'

평소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시마는 무척 친숙한 존재다. 멸치와 더불어 육수의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MSG가 다시마 육수의 맛을 연구하다가 탄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미끈거리는 식감 탓에 요리의 메인 재료로는 잘 활용되지 않는 편인데, 영양소를 생각한다면 다시마는 밥상에서 자주 봐야 할 식재료임이 틀림없다. 김이나 미역은 필수 미네랄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다시마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다시마의 주요 미네랄 성분은 요오드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 주요 성분으로 우리 인체에서 단백질 합성, 효소 활성 등의 생리적 작용에 관여한다. 요오드가 부족할 경우 체온 및 체중 조절부터 뇌 기능까지 다양한 부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임신 중에도 충분한 요오드 섭취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칼륨을 들 수 있다. 음식을 짜게 먹는 이들이라면 나트륨 배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칼륨이 풍부한 다시마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말린 다시마의 경우 100g당 칼륨의 함량이 무려 7,500mg에 이른다. 칼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커피나 술을 자주 즐기는 사람들은 칼륨이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다시마처럼 칼륨이 많이 든 음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도한 칼륨의 섭취는 부정맥이나 신장 손상을 가져오기도 하므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한 후 적절히 섭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마는 해조류임에도 불구하고 녹황색 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베타카로틴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C 또한 밀감의 절반에 가까울 만큼 함량이 높다. 다시마 육수 또한 티아민, 리보플라빈 같은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니 미네랄만큼이나 비타민 또한 다시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시마는 유해물질의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으로 건강이 염려될 때도 다시마를 자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2024-08-19 05:46:3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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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도덕 불감증

2024년 현충일 기념식을 시청하면서 참석자 면면을 보니 타의 모범이기는커녕 '도덕불감증'에 빠져 죄의식도 수치심도 저버린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과연 그들이 호국 영령을 기리고 나라의 앞날을 기약하는 신성한 의식에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을까?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그들을 본받아 행동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 세상이 탐욕과 파벌에 휩싸이면서 빚어진 국면으로 웃을 수도 없고 울지도 못할 막장 드라마인지 모른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유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논어, 泰伯 13)고 하였다. 나라에 도가 없어서 막가는 인생들이 책임 있는 자리를 차지했는지? 아니면 막가파들이 나라를 뒤흔들고 날뛰다 보니 혼란의 혼란이 이어졌는지 선후는 분명치 않다. 어떤 유명 인사는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듯하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날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대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 채근담)"는 액자를 집에 걸어놓았다. 막상 그의 행동거지는 남의 잘못은 조그맣더라도 물고 늘어지고, 자신이나 패거리의 잘못은 껄껄거리며 흐지부지해 버린다.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하였듯이 남의 조그만 잘못은 부풀리고 모질게 추궁하다가도 제 잘못은 뭣이 문제냐며 웃어넘기려 드니 그들에게 법의식, 질서 의식이란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다. 어찌 된 셈인지 모르나, 사면권이 남발되고 한때는 거래되었을지 모른다는 의혹까지 있었던 질곡의 역사 속에서 법과 도덕성을 논하는 일이 부질없는 짓인지 모른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죄를 짓더라도 입신출세(?)하면 특별 사면을 받아 풀려나 흐지부지되는 도깨비 같은 세상에서 용을 쓰다 보니 도덕불감증에 빠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춘풍추상으로 써 붙여놓고 추풍춘상(내로남불)으로 읽는 데 익숙한 데다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무시하려 드니 홍두깨 방망이인들 뭐 그리 두렵겠는가? 도덕불감증에 빠지다 보니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 도리인 법질서를 교란시키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히죽거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온 도덕불감증에서 벗어나려면 누가 뭐라 해도, 지도층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높이 올라갈수록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에 조그만 잘못도 엄하게 벌을 내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대 그리스의 솔론(Solon)은 "법이 거미줄처럼 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했다. 거미줄이란 착한 나비가 날아가면 잡히고 사나운 사금파리가 날아가면 저항 없이 뚫린다. 모어(T. More)는 "탐욕과 파벌 두 가지 악은 모든 정의를 파괴한다"고 하였는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미리 짐작하고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간다. 어떻게 생각하면 도덕적용기(道德的勇氣)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흔한 보물이 아니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것도 대단한 데 도덕불감증에서 벗어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에게, 탐욕이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해서는 아니 될 일을 하도록 유인하는 무서운 병이다.

2024-08-13 15:16:29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