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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신세철의 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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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 능력인가? 도덕성인가? 순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고위인사들의 도덕성을 표상했던 ‘인사 5대원칙’ 선언이 큰 박수를 받았지만 시작부터 흐지부지되다 기억의 파편이 되어가고 있다. 취임4주년 연설에서 “향후 인사청문회는 ‘무안 주기’ 식 도덕성 검증보다는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로 전환시키겠다.”는 말씀은 웬일인지 선택적 도덕성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물론 몸과 마음을 닦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더라도 코드에 맞기만 하면 끌어안는다는 뜻은 아니었을 게다. ‘도덕적 용기’는 자신에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더라도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고 행동하려는 의지와 자세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필요조건이다. 도덕적 용기가 하찮게 여겨지면 원리 원칙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줄어들었다 하여 지도자들을 존경할 수 없는 마구잡이 사회가 된다. 그러다보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조차 그럭저럭 그렇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자괴감에 빠져 서로 아귀다툼을 하는 패거리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외국으로부터 하찮은 국민성을 가진 종족이라고 무시당하는 참사도 벌어진다. 무엇보다 도덕적 용기를 갖춰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사회적 수용능력(social absorptive capacity)이 고양되어 미래를 기약하게 하는 성장잠재력을 함께 배양해 나갈 수 있다. 오만과 편견에 빠져 도덕성이 실종된 인사들이 큰일을 주무르다보면 확증편향심리에 매몰되어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는 길을 외면하고 자칫 외형에 치우치는 전시행정으로 낭비를 초래하고도 딴청을 부린다. 소영웅심리에서 비롯되는 비도덕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다보면 백성들의 삶을 외면하면서 엉뚱한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기 쉽다. 그 부작용으로 조직과 사회는 신뢰기반이 약화되어 너도나도 정신적 빈곤감과 피로감에 시달려야 한다. 도덕적 무장이 되지 않은 공직자(civil servant)들이 본분을 망각한 채 어정쩡한 능력을 과시하려다보면 교각살우의 우둔함을 저지른다. 생색을 내려다가 상처를 더욱 깊고 붉게 만들고도 자화자찬이나 일삼으니 나라는 피로증후군으로 허덕여야 한다. 예컨대, ‘소득주도성장’ 고집과 26차에 이르는 ‘부동산시장 땜질 방책’으로 영세자영업과 부동산시장이 실험실의 청개구리 모양새가 된 까닭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소영웅심리가 빚은 재앙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람의 도리를 하찮게 여기는 인사가 큰일을 맡으면 조직이나 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개인이나 제 패거리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좀먹어 간다.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도덕성을 간과하다보면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실질적 효과보다는 눈가림에 그치는 전시효과를 중시하며 낭비를 초래한다. 도덕적 용기를 갖추고 기본에 충실할 때, 위험과 불확실성 시대에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배양된다. 무릇 세상일은 묘수나 변칙이 아니라 순리를 지켜 나갈 때, 언제 덮칠지 모를 경제적, 병리적, 군사·외교적 삼각파도를 무리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다.

2022-03-01 10:44:1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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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안전자산 희귀본능과 기축통화

금과 같은 실물자산과 함께 이른바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는 평소보다 경제위기나 국제분쟁 같은 불확실성 시기에 선호되는 '안전자산(risk free asset)이다. 불안심리가 퍼지고 위기가 도래하면 개인이나 사회나 안전자산 회귀본능이 커지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반 증권화(securitization) 현상에 대한 과신과 들쑥날쑥 통화정책으로 말미암아 미국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진원지가 되었다. 달러화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리라는 시각이 팽배했지만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도가 더욱 커지며 달러가치가 급상승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오늘날 달러화 위상이 더 커진 까닭은 미·중 갈등 같은 그치지 않는 분쟁으로 기축통화 의존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기축통화 국가가 누리는 셰뇨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는 발행한 화폐의 교환가치에서 화폐발행비용을 뺀 수치로 화폐주조이익이다. 기축 통화국이 일단 되기만 하면 사실상 불로소득 기득권을 누리는 셈이다.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미국은 1억 달러의 상품을 수입하고 그만큼 달러를 지불하는데 실제로는 지폐 인쇄비용과 보관·이전 비용이 들뿐이다. 물론 해외로 넘어간 달러는 언젠가는 미국이 갚아야 하지만, 미국경제가 고꾸라지면 달러 부채는 나뭇잎 저버린 숲속의 낙엽이 된다. 최근 미국이 새로운 부가가치 선도국이 되어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는 재래산업 생산성이 아시아 신흥공업국에 뒤져 있었다. 만약, 셰뇨리지 효과가 없었다면 미국경제가 어떤 길을 갔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국제대차대조표(IIP)를 관찰하면 미국은 실질 대외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2021년 9월말 현재 미국의 대외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국제투자(=순대외자산)는 마이너스 16조 달러다. 일본은 플러스 3.4조 달러, 중국은 플러스 2조 달러에 이른다. 만약 기축 통화국이 아니라면 달러의 대외가치 척도인 달러 인덱스는 지금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다.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경제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크게 흔들리지 않는 까닭은 우리나라 실질 대외순자산이 2021년 말 현재 6,3백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제 상품결제나 금융거래 주요 교환수단이 되는 기축통화로 부상하려면 거래 당사자들이 당해 화폐가치를 신뢰하여 결제 수단으로 선호하면 자연발생적으로 기축통화가 된다. 예컨대,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거래 당사국들이 결제수단으로 원화를 고집하기만 하면 간단하다. 상상컨대, 미국과 중국이 채권채무를 결제하면서 상대방이 발행한 달러화나 위안화를 서로 불신하여 원화결제를 고집하고, 이런 관행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원화는 자연스럽게 기축통화가 된다. 물론, 이런 상상이 언제 현실화 될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한국의 경제력이 튼튼해지는 동시에 안보가 튼튼해야만 한다. 최소한 북쪽에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이 금지되어야 기축통화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는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질서가 펼쳐지고 있어 원유, 금, 기타 원자재 가격 모두 달러화로 표시되고 있다. 미국은 유로나 엔화의 기축통화 정착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사실 미·중 갈등도 기축통화 패권에 대한 방어와 신규진입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군사력, 외교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국제긴장이 계속되기에 가장 강한 기축통화인 달러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2-23 14:51:3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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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GDP갭과 인플레이션갭 ①

경제활동의 바로미터가 되는 (시장)금리가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루는 중립금리(neutral rate of interest)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무리 없는 경제 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외부간섭이 없는 효율적 시장에서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중립금리를 자연금리(natural rate of interest)라고 하며 잠재성장률과 물가안정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게 한다. 중립금리는 GDP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과 인플레이션갭(물가안정목표-인플레이션)이 제로(0)가 되게 하는 이상적 금리수준을 의미한다. GDP갭과 인플레이션 갭 흐름을 보면 시장금리의 높고 낮음을 추정할 수 있는 동시에 미래의 경기흐름 방향도 가늠할 수 있어 가계, 기업의 투자판단 이정표가 된다.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모두 플러스라면 경기과열 조짐이 있으니 정책금리(base rate)를 내려 시장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다. 반대로 마이너스라면 경기가 위축되었으니 시장금리 하락을 유도하여 경기를 진작시키라는 신호다. 우리나라 금통위도 금리를 올리고 내릴 때는 "중립금리 수준을 보면 금리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이며 시장에 금리 조율에 대한 타당성을 얘기한다.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흐름을 연결하는 고리로 작용하는 금리가 적정수준 즉 중립수준에서 움직여야 경제순환이 순조롭다. 현실세계에서는 경제적 동기보다 정책적 동기가 우선시되어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의 방향과 크기를 무시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경제순환을 왜곡시켜 위험과 불확실성이 잉태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잠재성장률은 2%, (중기)물가상승률은 1.5%인데 시장금리가 3.5%보다 크게 높은 5%라고 가정하면, 상당수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3.5%보다 크게 낮아지면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현상은 어느 한 부문에 충격을 가하면 다른 부문들도 실시간으로 또는 시차를 두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만약, 금융과 실물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비정상 상황에서는 누군가는 특별이익을 보는 대가로 다른 누군가는 특별손실을 봐야 한다. 플러스든 마이너스를 막론하고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확대되는 국면을 무시하고 특정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을 남용하다보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어쩔 수 없이 위험과 불확실성이 잉태되다가 극한 상황에 이르면 연결고리가 끊어지며 실물과 금융이 따로 움직이는 경제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금융부문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실물부문을 지원해야 한다. 엇갈리게 연결하다보면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망치는 재앙은 역사상 수시로 반복되어 왔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2-14 10:00: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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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확대재정과 긴축금융이 정책혼합?

재정 급팽창하곤 반대로 금융 (초)긴축 엇박자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방향타를 잡기 어려운 어리둥절한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부는 돈을 풍덩풍덩 쓰고 가계와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길로 가는 것일까? 재정적자가 점점 늘어나 국채발행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오르며 시중금리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확장재정으로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상승 다시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변죽을 울리니 시장으로 하여금 (시장)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회계연도가 새로 시작되는 "1월에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는 긴급조치는 6.25 동란 이후 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한국경제가 사실상 전시상황(?)에 처해 있음을 내비친 셈은 아닐 것이다. 추경 14조원 가운데 11조3000억 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할 계획으로 "올해 적자국채 발행액은 대략 87조5000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라 한다. 하여간 2022년 예산 607조 원 중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두고도 덜 시급한 일에 혈세를 낭비하는 구석을 냉정하게 찾아내고 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긴급상황(?)에서 금통위 의장은 2021년 처음 열린 '통화정책 방향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뒤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상황에 비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앞으로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중립금리 등에 비춰보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는 아리송한 발언을 덧붙였다. 중립금리의 기준이 국민경제의 순조로운 순환을 위한 것인지 금통위 의지에 따라 정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대출금리가 감당하기 어렵게 올라, 1,895조원의 달하는 가계부채가 미래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자 소위 '빚투 세대'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1,200원 내외에서 횡보현상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실질 대외부채를 감안할 때 대미원화환율 상승은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경제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까닭이 클 게다. 재정확대도 금융긴축도 한 방향으로 금리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재정경제부는 정책혼합(policy mix)이라고 주장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성장과 경제안정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지금과는 정반대로 금융완화정책과 재정긴축정책을 조합하는 정책혼합이 필요하다. 성장 물가 같은 거시경제 상황과 견줘 볼 때, 시중금리는 이미 초고금리 상황으로 진입하였음을 어이하여 인식하지 못할까?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1-26 09:18:5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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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모자람이 행복의 뿌리?

지난 연말 여의도 금융회사 창구에서 노신사가 수십 개의 통장을 차례로 내밀면서 긴장하며 무엇인가 불안해하였다. 그 얼마 전 허름하게 차린 이가 푼돈(?)을 저금하면서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도 흐뭇했던 장면과 대조적이었다. 사실, 무엇이든 마음대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유토피아에서는 만족을 느낄 수 없고 자칫 권태를 느끼기 쉽다. 모자람을 채워가려는 신선한 의지와 당당한 도전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을까? 플라톤은 '행복의 5가지 조건'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무엇들이 조금은 모자라는 듯해야 행복하다고 하였다. 재물, 명예, 재능, 용모, 체력 등을 추구하는 과정이 모두 다 가지기보다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렷다. 생각건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진리가 무엇인지 헤아리기 어렵듯이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인들 사이에도 완벽을 추구하는 척하는 인사를 만나면 금방 피곤해져 피하고 싶다. 사실, 모자라면 아쉽지만 넘치면 만족감보다도 피로감이 넘친다고도 한다. 쾌청한 날씨를 좋아하면서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 날씨가 오래 계속되면 웬일인지 비와 바람을 기다린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면 두 팔을 벌려 비를 받아들이며 반가워하지만 며칠만 계속내리면 다시 푸른 하늘을 그리워한다. 인생살이 쉬지 않고 겪어야 하는 희로애락도 마찬가지다. 변화도 없고 새롭게 도전할 건더기를 찾지 못할 때 인간은 의지가 약해지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한다. 칸트도 그리고 니체도 수차례 강조하였듯이, 어릴 때부터 무엇인가 선의지善意志)를 지니면 지능이 발달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높인다고 한다. 베풀려는 마음은 혼자만이 아니라 세상을 더 멀리 더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선의지가 없으면 지식, 재산, 권력이 공동체에 혼란과 해악을 끼치다가 급기야는 자신도 망가지는 광경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누구나 나름대로 가진 능력을 오남용하다가는 급기야는 제 덫에 스스로 걸려들기 마련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눈길이 자주 가는 대목은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 노자, 도덕경44장)"는 교훈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세상사 크고 작은 화근은 모두 만족을 모르는 데서 시작된다. 물론 사단칠정에 시달리는 인간으로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감히 등대지기가 되어 먼 바다를 보며 시를 읽고 싶었으나 그 거룩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멋진 등대를 찾아 키웨스트까지 갔었지만, 등대 근처에 가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헤매는 까닭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 모르겠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1-10 14:30:5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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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사자는 여우소리를 내지 않는다

[신세철의 쉬운 경제] 사자는 여우소리를 내지 않는다 성철스님이 쓴 "너 자신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는 (복사판)휘호를 받아들고 나는 자신을 얼마나 속였는지 곰곰 생각해 봤다. '불기자심'은 스님의 법어를 모아 엮은 책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넉자로 축약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을 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실체를 제대로 못 돌아보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자신조차 속이게 된다. 거짓말은 한 번하기 시작하면 또 하기 쉬운 까닭은 거짓말이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소설 호질(虎叱)'은 허위와 위선에 빠진 이중인격자 '북곽선생'이 몹쓸 짓을 들켜 도망치다 똥통에 빠진데다 호랑이까지 만나 새벽까지 혼쭐이 나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이른 아침 들판에 나온 선량한 농부들에게 "하늘을 공경하고 땅을 조심하라"고 했다. 온몸에 똥칠을 한 자신의 몰골이 어떤지 모르고 아랫사람에게 젊잖게 훈계하다 웃음거리가 되는 광경이다. 제 몸을 닦아야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세를 버리고 남만 헐뜯는 위선을 개탄한 우화였다. 닉슨 대통령을 실각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초기에 미국인들은 "미국은 대통령이 거짓말하는 나라"라며 부끄럽다는 모습을 보였었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론과 함께 수치심을 못이긴 대통령이 용기 있게 사퇴하면서 구겨진 나라 체면을 회복하고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였다. 그 사건이 후진사회에서 벌어졌다면 단순한 '정무적' 사안으로 흐지부지됐을 게다. 고관대작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큰일을 일하다보면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 보통 아닌가? 남을 속이려들지 않아야 자신의 행동과 말이 서로 어긋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다. 허위의식에 차서, 거짓말을 하면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폐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가장의 거짓말은 한 가정을 망치고, 조직 책임자의 거짓말은 조직을 통째로 흔들리게 하고, 지도층의 거짓말은 나라를 멍들게 한다는 점이다. 거짓말의 대가가 결국에는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거짓말하는 저명인사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은 거짓말을 듣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을 바보로 여기거나 곧 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민심이 분별력 없이 무턱대고 부화뇌동하는 비극이 오래오래 가지는 않는다. 호랑이띠 임인년 새해에는 뻔한 거짓말을 하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위선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2-28 09:30: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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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과거의 청년과 미래의 노인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변함없는 이치는 현재 노인은 과거의 청년이었으며, 지금 청년은 미래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 순간에 태어나는 아기들 모두 장수노인이 되어야 보다 행복한 인생의 문이 열린다. 누구나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는 인생살이에서 '부끄럽지 않는 노후', '시달리지 않는 노후'를 맞이해야 성공은 몰라도 실패하지 않은 인생이랄 수 있다. 이 세상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어떤 자세로 살아왔느냐에 달려 있기에 영욕에 급급하여 탐욕에 젖어들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야 부끄럽지 않은 노후가 기다린다. 그러나 죄 없는 보통사람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나야 시달리지 않는 노후를 기대할 수 있다. 부끄럽지 않는 노후는 개인의 책임이 크지만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는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 크다. 고령사회에서는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노후가 불안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공동체가 지켜야 의무이기도 하다. 청년들 눈에 비치는 노인들이 근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길이다. 건너야 할 다리도 흔들리고 오를 사다리도 휘청거리는 환경에서 언젠가는 노인시대를 맞이할 젊은이들이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젊은이들의 눈에 비치는 노인들의 삶이 지금처럼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빚투', '영끌'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률은 OECD 회원국 평균치(15.7%)의 3배에 가까운 43.4%(2018년 기준)로 1위다. 노인자살률이 10만명당 2016년 기준 53.3명으로 OECD평균치(18.4명)의 2.9배로 부동의 1위라는 참담한 모습을 이미 오래 동안 유지하고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이 2019년 현재 34.1%로 OECD 평균치(14.7%)의 두 배를 넘어 38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편안하게 쉬어야 할 은퇴 후에도 3명 중 한 명은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인구비율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정되어 있다. 해외 유명관광지를 지나가다보면 대체로 은퇴한 장년세대, 노인세대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노인들이 폐지 줍기 같은 허드렛일 하는 장면에 익숙했던 나의 눈에는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한 대가로 노후의 여유로운 삶을 향유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었다. 당당하게 살다가 나이 들어서는 인생을 관조할 수 있어야 멋진 삶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아시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어간다는 한국에서 젊고 늙고 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함께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외면하지 말자.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되던지 노인들의 따뜻한 삶을 위한 길을 개척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람들이 적어도 의식주는 두려워하지 않아야 젊은 세대들이 당당하게 인생을 항해할 수 있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2-20 17:22:0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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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까막눈 탓인가? 먹물 때문인가?

[신세철의 쉬운 경제] 까막눈 탓인가? 먹물 때문인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저자 신세철. 그리 길지는 않더라도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항해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무시해도 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역으로 나를 무시해도 될 사람 또한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소중하기에 아무도 업신여길 수 없고 덮어 놓고 추종할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를 덮어놓고 무시하거나 맹목적으로 받드는 인사가 있다면 언젠가는 배신할 가능성이 크니 가급적 멀리 해야 한다. 올곧은 행동은 너나없이 박수를 받고 나쁜 짓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벌을 받아야 사회의 공동선(共同善)이 쌓여간다. 어느 유명 인사가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이 (자신과는 반대로) 상대편을 지지한다는 말을 하여 죄 없는 사람들 마음을 그늘지게 만들었다. 못 배운데다, 돈 없고, 나이까지 먹는 것이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아무리 약육강식 세상이 되었다하더라도 어찌하여 공부 못하고 가난하고 늙은 것이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공동체의식이 실종되어가면서 비뚤어진 편 가르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아무 곳에나 융단폭격을 하다 보니 그런 불상사가 초래되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적과 적의 적을 가르려다보니 지도층 인사들이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어루만져 주기보다는 오히려 조장하는 느낌까지 들 때도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배우지 못했다는 까막눈들보다는 글줄이나 읽었다는 먹물들이 혹세무민하며 세상을 오염시키려 든다. 얄팍한 지식(?)을 나쁜 짓을 기획하고, 돈과 감투 도둑질에 이용하고, 만약 탄로 나면 억지 변명하는 방편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사람의 탈을 쓰고서도 그저 변칙과 변명에 이골이 난 모습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가난하고 못 배운 것이 탓이 아니라 탐욕스럽고 일그러진 밥상머리 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 아닐까?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부하고 귀한 것이 부끄럽다(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논어, 태백13)"고 하였다. 화평한 세상에서 펼쳐야 할 도리를 모르거나, 난세에 능히 지킬 절개가 없으면 선비가 될 수 없어 부끄럽다는 뜻으로도 풀이한다. 의롭지 못하면서 부자가 되거나 높은 자리를 차지함은 곧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논어, 술이15)고도 했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굽혀 베더라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다는 말을 되새기게 하는 구절이다. 다음 지도자들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에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늙어가는 사람들도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데 좀 더 힘을 기우렸으면 좋겠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2-01 15:50:3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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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삶의 '근거 상실(losing ground)'

[신세철의 쉬운 경제] 삶의 '근거 상실(losing ground)' 1980년대 초반 과잉 사회복지제도가 미국사회의 빈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빈곤을 고착시키거나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머레이(Charles Murray)는 저서 '근거 상실(Losing Ground)'에서 과도한 복지 프로그램들이 중장기로는 저소득계층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빈곤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과잉복지제도가 빈곤층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기보다는 무위도식하며 살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다. 빈곤계층의 사회적 적응능력을 저하시켜 삶의 근거를 빼앗아 주저앉게 만들었다는 논리다. 1980년대 중반 워싱톤에 있는 증권관리위원회(SEC)에 갔다가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는데, 젊잖아 보이는 백인이 "지금 몇 시냐?"고 물어봐서 의아했다. 당시 미국은 부유한 나라라는 편견이 강했었는데, 시계도 없다는 점이 이해가 어려웠다. 얼마 후 미시시피 강 하류 뉴올리언스 시내 길가에 앉아 동냥하는 이들을 보고 6.25 동란, 1.4후퇴 때 기억을 떠올렸다. 미군 헬리콥터가 낮게 떠서 피난민 행렬에 군용양식(c-ration) 상자를 던져 주는 모습을 보고 미국에 대한 외경심이 어린 마음에 솟았다. 여섯 살이던 나는 누군가 떨어트린 일회용 커피를 주워 입에 물었는데, 쓴맛과 함께 묘한 뒷맛을 느꼈다. 90년대 초에는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 흑인 밀집지역을 차로 돌아봤는데, 벤치에 비스듬히 기대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는 무기력한 모습들이 곳곳에 보였다. 사회보장에 주력했던 미국사회가 고장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비 성장론자 중에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생산요소시장에 개입하여 시장을 억누르거나 끌어당기는 것이 성장을 위한 대책인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요소시장이 왜곡되고 기술개발을 등한히 하게 되어 산업구조조정을 해치기 마련이다. 막무가내 분배론자들은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임금을 분배의 정의인 것처럼 생각하고 무조건 고임금을 사회정의로 착각하는 모습도 문제다. 기업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분배하다 보면 결국 계속기업으로서 가치가 불투명해짐으로 중장기 일자리가 없어진다. 오늘날 비정규직이 점점 늘어나는 까닭은 한 마디로 시장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보완관계에 있는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면 양쪽 모두 그르칠 수밖에 없다. 성장위주 정책이 오히려 성장을 해치고 분배 위주의 투쟁이 오히려 분배의 원천을 갉아먹는다. 모든 것을 다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이것저것 다 망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시효과에 매달리다보면 질적 요인은 무시하고 수치만을 중시한다. 개방경제 체제아래서 시장을 무시하다보면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인간다운 생활,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은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인기전술로 무턱대고 나눠주다가는 오히려 사회악으로 변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1-18 09:07:5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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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금리의 고저를 논의할 때는 금통위가 인위적으로 정하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가격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장금리로 판단해야 한다. 경제 각 분야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거시경제 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금통위가 정하는 기준금리의 기준은 시장금리가 적정수준에서 형성되도록 하는 선이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쩐 일인지 금리경로가 왜곡되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의 최소 3~4배나 되게 높게 형성되어도 이를 외면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 빚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를 변동시켜 경제활동에 모든 분야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먼저, 단기금리인 콜금리, 중장기금리인 채권금리, 예대금리를 변동시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같은 총수요를 변화시켜 물가에 변동시키는 금리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를 변동시키는 자산가격경로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자산보유 변화를 초래한다. 그 다음, 금리조정은 내외금리 차를 확대하거나 축소시켜 환율을 변동시키는 환율경로를 통해 (수출입)물가 변동과 함께 자본유출입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처럼 거시경제 각 분야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기에 금리는 절대로 누구 마음대로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연결하는 관건이 되는 금리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정책도구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시장에서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집합적 의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시장금리가 거시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경기침체 또는 경기과열에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정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이 정책도구로 남용되면 그 부작용이 기대효과보다 헤아릴 수 없이 커져 국민경제를 위험과 불확실성에 빠트리는 결과가 초래됨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정책목표에 치우치지 말고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멀리 보아야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금리를 억지로 억누르거나 끌어올려 금융과 실물이 엇박자를 낼 경우, 대내외 경제적 충격을 시장기능에 따라 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재앙을 불러온다. 만약 이러한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특정 정책목표에 따라 임의로 조정하다보면 국민경제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져가기 마련이다. 가계와 기업은 정부실패나 시장실패를 막론하고 금리가 거시경제현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동떨어져 움직이면 크고 작은 재앙을 막아내기 어렵다. 개개인이 스스로 위험과 불확실성에 미리부터 대비하여야 나라경제도 또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1-01 15:55: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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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에 대한 착각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준금리에 대한 착각 며칠 전 경제전문가들이 벌이는 금리인상 관련 토론에서 어이없는 장면이 벌어졌다. 어느 경제학교수가 도표를 제시하며 "2020년 4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왔다."는 엉뚱한 발언을 하였다. 더더구나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보다는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에 초점을 맞췄던 관행 때문일까? 금리의 고저는 금통위가 정책으로 정하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자금의 수요·공급으로 정해지는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기준금리를 0.25% 변경시키면 시장금리는 얼마만큼 변동될 것인가를 가늠해 봐야만 한다. 기준금리가 변하면 콜금리 같은 단기금리, 나아가 은행 여수신금리, 채권시장 금리 같은 시장금리를 변화시켜 가계의 소비와 저축, 기업의 생산과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장금리가 변동하는 금리경로(金利經路)가 잘 작동해야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자금중개가 순조로워 실물경제 순환에 이바지한다. 대출자인 금융기관은 (중앙은행에) 기준금리를 지불하거나 (예금자에게) 예금금리를 지불하고 대출재원을 마련하므로 기준금리는 예금금리처럼 대출원가가 된다. 기준금리가 변동되더라도 그 때마다 거시경제상황이나 금융중개구조에 따라 시장금리 변동 폭은 크게 달라진다. 금통위가 정책목표에 따라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수요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시장금리를 변동시켜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려 쓴 대가인 이자비용도 달라진다. 문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금리가 금통위가 정하는 기준금리의 무려 3~4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예대금리 차이가 비정상으로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오른 0.75%로 변경하자마자 시중은행 잔액기준 가중평균 총대출금리도 2.79%로 오르기 시작하여 총예금금리 0.67%의 무려 4배가량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시중은행의 대출원가가 되는 기준금리가 1%로 결정되면 대출금리는 (시차는 있겠지만) 4% 내외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금통위가 정책목표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려 쓴 대가인 이자비용도 그 몇 배로 올라가며 금융기관은 더욱 배를 불린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 금융중개구조 아래서는 기준금리 조정에 주력하기보다는 예대금리 차이를 합리화하는 금리경로 정상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금융부문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실물부문이 잘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데서 존재 가치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0-21 14:18: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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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화폐환상과 부동산환상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화폐환상과 부동산환상 일요일 오후 양재동 매헌기념관 근처 감자탕 집, 옆자리 노인이 집값이 십여 억 원 넘게 올랐다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높은 곳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자신과 같은 동네에 산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그 앞에 앉은 노신사는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하고 있었다. 부동산 부자(?)는 식사를 마치면서 친구에게 만원만 내라고 하였다. 감자탕 두 그릇에 18,000원, 막걸리 1병에 4,000원으로 1인당 밥값이 11,000원이니 1,000원만 내주겠다는 꼴이다. 돈이 무엇인지 우습기도 하고 부자가 되려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겁도 났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만 가정해보자. 그 노인은 평생 절약하며 돈을 모아 살고 싶은 곳에 똘똘한 집 한 채를 장만하여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려는 염원을 이뤘다. 문제는 따로 저축한 돈이 없다보니 비싼 집에서 살지만 살림살이는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아도 다락같이 올라가는 부동산 세금 내기가 팍팍해져 마음도 빡빡해졌다. 얼마 전에는 부동산세 미납자들이 늘어간다는 보도를 보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높은 집값을 자랑하면서도 옛 친구에게 국밥 한 그릇 대접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재산 3분법에 따라 전 재산의 30% 내외만 부동산을 소유하라"고 하지만, 그랬더라면 고가 부동산에 전력투구한 부자들에 비해 상대적 손실이 커진다. 이제 와서 집 규모를 줄이거나 집값이 싼 동네로 이사 가자니 허전하다. 최대 80%에 달하는 양도세에다가 부동산 취득세, 수수료 같은 것을 제하고 나면 얼마가 남을까? 고생 끝에 마련한 집값이 높이 올랐지만 실제 생활은 돈 한 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비용이 높아 잘못 집을 팔다가는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고위인사는 높은 자리를 내던지고 집을 지켰다는 루머도 돌지 않는가? 물가가 변동하면 화폐의 실질가치도 변동하는데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소득수준을 판단하다보니 소득이 늘어났다고 착각하는 화폐환상(money illusion)에 빠진다. 예컨대, 명목소득이 2% 늘어나고 물가가 3% 상승하면 실질소득은 1% 줄어드는데도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났다고 착각한다. '양재동 부동산부자'는 집값이 올라 부자가 됐다는 '부동산환상'에 들떠 있지만 주거환경은 그대로인데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사를 가야할지 말지 선택의 폭도 없어져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전세 상승차액조차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는 서민들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부동산시장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오만과 편견에 매몰되지 말고 시장흐름에 순응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답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10-12 09:04: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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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려운 잠재성장률 추락

[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려운 잠재성장률 추락 ② 경제순환 과정에서 성장에 따른 총공급 능력과 분배에 따른 총수요(유효수요) 능력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총공급을 늘려가는 성장은 경제활동의 중간목표이며, 총효용을 높이는 분배는 그 최종목표가 된다. 먼저 중간목표부터 달성해야 그 다음 최종목표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최종목표 없는 중간목표 달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장과 분배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성장잠재력 확충이 이어진다. 나눌 것을 먼저 만들어야 나눌 수 있고 만든 것을 나누어야 비로소 수요가 창출되고 생산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생산성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공급과 수요가 조화를 이루어야 경제순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경제 활력이 솟아나고 성장잠재력도 확충되어 간다. 만들지 않고 나누기만 하려들면 공급부족으로 시달려야 하고, 만들기만 하고 나누지 않는다면 만들 필요가 없어져 성장잠재력은 시나브로 시들어 간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 다시 말해 성장과 분배의 조화는 나라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성장론자 중에는 시장을 억누르거나 끌어당기는 것이 마치 성장을 위한 일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본비용, 노동비용 같은 요소 비용을 억지로 싸게 공급하면 생산원가, 수출단가가 줄어드는 반짝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중장기로는 생산요소시장을 왜곡시켜 효율적 자원배분을 해치고 기술개발을 외면하게 하여 성장잠재력을 오히려 저해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수출가격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아래 외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유입시켜 생산원가를 절감하려 들다가 결과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성장잠재력을 저해하였다. 분배론자 중에는 생산성을 무시한 고임금을 분배정의, 사회정의인 것처럼 착각하고 생산성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 임금인상 같은 분배만을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날 '자영업자의 비애'처럼 기업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분배하다 보면 결국 계속기업으로서 가치가 떨어져 중장기에 있어서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하여 생산성 없는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 같은 단기처방에 집중하다보니 성장잠재력 확충에 눈 돌릴 겨를이 없어졌다. 세상일이란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한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성장위주 시책이 결과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해치고, 분배위주 정책이 오히려 분배의 원천을 악화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성장잠재력 확충의 바탕이 되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과 조화는 시장실패를 정부가 보완해주고 정부실패를 시장기능으로 바로 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생산구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이행하는 세기의 분수령에서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에 미래가 달려 있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9-29 09:33:5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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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려운 잠재성장률 추락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려운 잠재성장률 추락 ① 성장잠재력은 사회의 역동성 나아가 가능성으로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수용능력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은 일국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로 그 나라의 경제성장 가능성의 크기를 의미한다. 경기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순환하지만, 잠재성장률은 기초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므로 배양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여간해선 어렵다. 감기몸살이 나면 고열로 고생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할 수 있지만, 체력 약화로 기력이 소진되다보면 회복이 어려워지는 이치와 같다. 2021년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경제는 고령화와 국가채무 확대로 잠재성장률 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어 한국은행은 8월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2021~2022년 중에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11~15년 중에는 3.1~3.2%를 기록하고, 2016~2020년에는 2.5~2.7%였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잠재성장률이 1%p나 하락하며 종전의 2/3 수준으로 떨어져 글자 그대로 저성장기조로 들어선 셈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경제 활력이 아주 없어져 무기력 증후군에 빠지는 "제로 성장" 시대가 닥칠 우려도 있다. 유동성을 완화하고 재정확장을 통하여 생산요소투입을 늘리면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높아질 수도 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술혁신을 통하여 생산요소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간난신고 끝에 달성할 수 있다. 하루 이틀 사이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나라의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성장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데 진력하여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저성장시대가 이어지면 정책당국은 조급증에 빠져 유동성 팽창과 재정투자를 더욱 방만히 할 우려도 있다. 단기업적을 자랑하려다보면 일시적 성과를 위한 경기부양에 급급하다 성장잠재력을 튼튼히 하는 길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일각에선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자본축적' 한가지만은 선진국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인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성장에너지를 개발하여 성장능력으로 이끄는 '사회적 수용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 간다. 만약 잠재성장률 추락을 당연시 하는 풍조가 이어지다보면 저성장기조에서 탈출하지 못하여 제로성장 시대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먼 시각으로 대비하여야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안중근 의사는 "사람이 먼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 논어15, 위령공11)"는 구절을 자주 인용하였다. 성장과 분배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성장잠재력이 확충되어 간다. 경제순환 과정에서 성장에 따른 총공급 능력과 분배에 따른 총수요(유효수요)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나눌 것을 먼저 만들어야 비로소 나눌 수 있고, 나누어야 소비수요가 창출되어 생산도 활성화된다. 다시 말해 공급과 수요가 조화를 이루어야 경제순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장잠재력도 확충되어 간다. 만들지 않고 나누기만 하려들면 공급부족으로 시달리고 만들기만 하고 나누지 않는다면 수요부족으로 성장잠재력은 시나브로 시들어 가기 마련이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는 나라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성장론자 중에는 시장을 억누르거나 끌어당기는 것이 마치 성장을 위한 일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자본비용, 노동비용 같은 요소 비용을 억지로 싸게 공급하면 수출단가가 줄어드는 등 반짝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중장기로는 생산요소시장을 왜곡시켜 효율적 자원배분을 해치고 기술개발을 외면하게 하여 성장잠재력을 저해한다. 반대로 분배론자 중에는 생산성을 무시한 고임금을 사회정의, 분배정의인 것처럼 착각하고 임금인상 같은 분배만을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날 '자영업자의 비애'처럼 기업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분배하다 보면 결국 계속기업으로서 가치가 사라져 중장기에 있어서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9-17 11:34:3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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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화살 탓일까? 과녁 탓일까?

[신세철의 쉬운 경제] 화살 탓일까? 과녁 탓일까? 이름 하여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문제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게다. 예로부터 잘못의 원인을 "군자는 자신에게서 찾으려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논어, 衛靈公 20)."고 하였다. 중용에서도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다. 과녁의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자신을 돌이켜보고 원인을 찾으려한다(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중용, 14장)."고 하였다. 소인배들은 남의 과녁에 화살을 쏘고도 제 잘못을 돌아보기보다는 화살 탓을 하거나 과녁이 잘못되었다며 딴청을 부린다. 조직이나 사회에서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찾기보다는 남 탓으로 돌리려 다투는 까닭은 구성원들의 책임의식 나아가 주인의식이 실종된 때문이다. 책임의식이 없다보면 힘센 누군가의 눈치나 슬금슬금 보며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나 따지기 마련이다. 주인의식이 없다보니 잘못된 결과가 미칠 파장을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든 하면 된다며 밀어붙이다가 문제를 크게 만든다. 조그맣더라도 성과는 자신의 공으로 돌려 자랑하려들고 모든 잘못은 무조건 남의 탓이라며 비난하는 자찬훼타(自讚毁他) 풍조가 스멀스멀 퍼지면서 사회응집력이 시나브로 훼손된다. 무려 26차례나 거듭된 부동산시장 조치로 말미암아 부동산관련법이 누더기가 되어 "입법취지나 법의 개요를 헤아리기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부동산 혼란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인사들이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화살이 잘못 되었는지 아니면 과녁이 잘못 세워졌는지 모르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은 더욱 고달프게 되었다. 얼마 전 정책 고위책임자는 국회에서 "우리나라만 부동산 가격이 뛴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에 따른 유동화 현상"이라는 소견을 폈다. 그리고는 "부동산가격이 2015년부터 올랐으니 이 사이클이 언젠가는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26차례에 걸친 투기(?)대책이 남의 과녁에 화살을 쏘고 만 셈이라는 말이 아닌가? 서로 잘못을 깨닫지 못하면 반성하지 못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기에 그 사회의 미래는 가늠하기 어렵게 된다.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부동산시장을 대부분 투기로 몰아가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음을 인식해야 한다.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비로소 올바른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어쨌든 부동산시장 혼란 여파로 허파와 다름없는 푸른 녹지대가 자꾸 파괴되어갈 광경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푸른 녹지를 뒤엎어 아파트를 짓는 데는 수년이면 충분하지만 아파트를 허물고 녹지로 바꾸려면 최소한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린다.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하더라도 자자손손 살아갈 땅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9-02 16:14: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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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가붕개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신세철의 쉬운 경제] 가붕개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지도층 인사들이 첫 번째 덕목이 되어야 할 수오지심을 상실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차피 헝클어진 세상에서 그럭저럭 살면 되지 뭣 때문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느냐며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기 때문일까?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무슨 상관있느냐는 패배의식이 숨겨져 있을까? 도덕불감증에 빠진 유력인사들이 선량한 보통사람들도 자신들처럼 허위의식에 빠져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살아가는 줄 착각하기 때문일까? 떠들썩했던 입시비리(?) 관련 두 번째 심판에서 돈과 명성과 권세를 겸비한 유력인사에게 첫 번째와 같은 벌이 내리자 누군가 불만을 토로했다. "만약 오늘 재판부의 논리를 그 시대에 입시를 치른 사람에게 랜덤으로 조사한다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는지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재주도 없고 힘도 없어서 바르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 무지렁이가 그 말을 들으니 그렇고 그런 인간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갔다는 기분이 들어 찝찝하다. 힘 있고 잘났다는 인사들이 남들도 저 자신처럼 지저분하다고 착각하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태생적 인간 됨됨이가 그랬는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탐욕에 찬 교육을 받은 때문일까? 남들도 자신들처럼 오염되었다고 지레 짐작하며 되는 대로 살다보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인 죄의식을 상실한 때문일까? 이들은 괴변을 늘어놓아 사람들을 현혹시켜 엉뚱한 판단을 하게 하는 짓거리를 취미가 아니라 본업으로 삼는 듯하다. 속담에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하듯이 제 뒤는 닦지 않고 남의 옷에 묻은 티끌을 찾아내 더럽다고 사설을 늘어놓는 꼴이다. 생각해보자,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가재들은 이 다음 세상에서라도 벌 받을까 두려워 어찌 감히 아무데서나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동아줄이 없는 붕어가 그 어려운 증명서를 가짜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엄두라도 내겠는가? 용들이야 끼리끼리 품앗이로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내지만 개구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풍진세상에서 가재·붕어·개구리들이 그 무슨 힘이 있다고 위선으로 가득 찬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구나 아는 구절을 돌이켜보자.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제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만 한다 함은 제 집안을 가르치지 못하고 남을 능히 가르칠 자는 없다(所謂治國 必先齊其家者 其家 不可敎 而能敎人者 無之, 大學 장구 제9)"고 하였다. 제 자신은 바른 자세를 가지지 못하고. 제 가정도 바르게 지키지 못하는 인사들이 큰일을 맡다가는 조직과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저러나 유사 이래 세상 일이 백성들 뜻대로 된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한 가지 간곡한 부탁은 안중근의사 같은 선현들의 거룩한 이름을 아무 입에나 함부로 담지 말기 바란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8-24 11:40: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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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거지들의 합창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전철에서 등이 많이 굽은 50~60 되는 아주머니가 힘든 모습으로 광고물을 붙이며 지나가기에 "식사 하세요" 하며 만원을 쥐어 드렸다. 거절하다가 공손하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복 많이 받으라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상당한 교양을 쌓은 분 같았다. 지하철에서 내리며, 지갑에 5만 원 짜리도 두서너 장 있어 더 드릴 수도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 며칠 후 지하철에서 앉은 채로 이동하는 아주머니에게 삼천 원을 드렸더니 흘깃 쳐다보고는 주머니에 넣으며 말없이 옆으로 갔다. 다른 승객한테도 돈 받는 모습을 보면서 뇌물전문가와 아류인 구걸전문가라는 추측이 들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지 빈부격차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잘 대해주면 줄수록 지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뻐기는데다 상대를 업신여기기까지 하는 인사들이 늘어나는데, 아마도 거지근성에 물결치기 때문 아니겠는가? 패거리에 대한 충성과 의리를 연신 외치는 인사들 가운데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다를 때는 가차 없이 패거리를 배신하는 노예근성까지 갖추고 있다. 뉴스를 보면 정치권에서 그런 모습들이 종종 나타난다. 있는 힘을 다하여 충성하다가도 주인의 힘이 빠지는 낌새가 보이기만하면 바로 침을 뱉거나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현대문명을 향유하는 우리들 어느 누구나 사회발전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 출세했다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이나 패거리의 이익만을 위하여 막무가내 일방통행하다 그들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보답을 외면한다. 동부구치소와 문두대왕함 집단감염 사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기본 명제를 거슬렸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역병과 대치한 그 두려움과 공포심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국가가 우리를 버렸는지 모른다."고 절규하는 재소자와 병사들이 있을까?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기 때문 아닐까?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자리에서 자신이나 패거리의 이해관계와 입지만을 위하여 악을 쓰다가 비롯된 재앙이 아닐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다보면 어려운 지경에 빠지기도 하고 불가피하게 도움을 받을 때도 있다. 받을 때는 당당하게 받아야 나중에 갚을 수 있다. 줄 때는 겸손한 자세로 줘야 더욱 가치 있다. 그래야만 책임지는 자세를 기르고 사회에 대한 애정도 커져간다. '거지들의 합창'은 변명으로 가득할 할 뿐이지 어떠한 책임도 지려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보니 문무대왕함 사태가 다시 일어났다는 짐작이 든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8-06 11:13:5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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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공유지 비극"보다 무서운 비극

저명인사들의 말 한마디가 웃게 하다가도 금방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가재 붕어 개구리가 모두 용이 되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였다. 그 말은 욕심 부리지 말고 그저 생긴 그대로 불평 없이 살라는 충고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는 뿌리 깊은 선민의식 구조가 깔려 있는지 모른다. 의식세계가 자코뱅과 왕당파를 왔다 갔다 하는 인사들을 보면 상황에 따라 온고(溫古)를 고집하다가도 돌연 지신(知新)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제 살길만을 찾는다.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인간에게 "욕심을 내다가는 큰일 난다"는 대선사나 소크라테스의 깊은 가르침 같기도 하였다. 그 이면에는 자신만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인간이라는 오만과 편견의 냄새가 풍기면서 사람들을 실소케 하였다. 사실, 그 때부터 한국사회에서는 '부동산 블루 현상'이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하였던 "빵이라면 밤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발언에는 그래도 쬐그만 애국심 같은 무엇이 묻어 있었다.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대책으로 초래된 부동산 가격 때문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안쓰럽기도 하다. 하여간 빵이든 아파트든 모두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었다고 평가해야 할지 모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이 매우 높아 가력 하락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애국심을 발휘하라"고 하였다. 공유지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의 한 예를 들면, 어부들이 서로 욕심을 내고 밤낮없이 저인망으로 물고기를 남획하다보면 씨가 말라 더불어 어려워진다는 경고가 스며들어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 다 같이 망가지니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의지를 어렵게 표현했는지 모른다. 짐작컨대, 앞으로 부동산이 모두 공유자산이 될 터인데, 사유지로 착각하다가 큰일 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현재 부동산가격을 진정시키려면 애국심보다는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률의 몇 배인지 모를 과속 재정적자가 진행된다면 결국 통화증발을 통하여 나라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향후 '돈의 (미래)가치'가 의심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만약, 표퓰리즘이 성행할 경우, 불필요한 공무원 증원과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로 말미암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맞게 되어 나라는 뒤 흔들리게 마련이다. 알쏭달쏭한 '공유지의 비극' 이전에 미래세대의 허리를 휘게 할 '재정적자 비극'이 한층 더 무섭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때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7-30 14:31:3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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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의 하나

[신세철의 쉬운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의 하나 우리나라가 유엔 무역개발위원회로부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되었다는 뉴스는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안쓰럽기도 했다. 선진국에서 중산층이 되려면 달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바로 일어나서 다시 뛸 자세와 동시에 체력을 갖춰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신자세와 경제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 상당수 한국인들은 자신의 삶의 처지를 생각할 때,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되었다"라는 국제사회의 평가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다. 국가의 번영은 개인 삶의 질과 동반해야 오래 갈 수 있다. '내로남불 이중잣대'로 말미암은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삶이 과연 선진국 수준인지 몇 가지만 생각해보자. 안 가진 자는 절망에 이르고 가진 자도 주거불안 그림자가 어깨를 짓누른다. 경직적 노사관계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가기가 극히 어렵고 그에 따라 산업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성을 잃어가는 교육제도 아래서 '가재, 붕어, 개구리'가 신분상승 사다리를 마련하기란 정말 어렵다. 점차 가속되는 재정적자로 미구에 포퓰리즘 성향을 걱정해야만 하는 지경이다. 포퓰리즘이 성행했던 국가들 모두 다 화폐가치가 불안해지면서 저만 살려고 몸부림치는 천민자본주의 심리가 곳곳에 넘쳐나는 광경이 벌어졌다. 포퓰리즘에 휩싸이면 땀 흘려 일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겠다는 거지근성까지 퍼져 나라경제는 흔들린다. 포퓰리즘은 초기에 (자산)인플레이션으로 빈부격차를 악화시키다 결국에는 무차별 하이퍼인플레이션 공습으로 모든 사람을 죄다 못살게 만드는 경로를 밟는다. 선진국 지위를 누리려면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시장에서 상품을 더 좋게, 더 빨리, 더 싸게 만들어내려는 경쟁이 공정하게 작동하여야 한다. 부의 축적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여야 부자들을 존경하는 사회풍토가 형성되면서 사회는 활력이 넘친다. 그 반대로 부의 축적을 억제하거나 방해하는 규제와 개입은 어쩔 수 없이 성장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서로 신뢰하고 서로 규범을 지키며 서로 협력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충실해져야 공동체 정신도 배양되기 마련이다. 진정한 부자들은 열심히 연구·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희열은 자신이 향유하고 그 과실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하려 한다. 생산물시장에서 1차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비로소 기부, 자선행위 같은 2차 분배도 활발해지는 까닭을 생각해보자. 지구상 어디에도 무리한 시장개입이 시장을 이기는 사례는 결코 없었다. 다만 시장을 망치고 혼란에 빠트릴 뿐이다. 장인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공정경쟁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의 하나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7-14 14:48: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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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천민자본주의 유산들 ①

[신세철의 쉬운 경제] 천민자본주의 유산들 ① 가계와 기업이 나름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제대로 보상 받게 해야 너도나도 더 열심히 연구·노력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한다. 1차 분배가 제대로 공정하게 작동되어야만 동기양립(動機兩立, incentive compatibility) 프레임이 확립되어 사회적 수용능력이 확대된다. 반대로 개개인의 이윤추구가 공공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비용으로 귀결되다보면 사회적 갈등이 조성되어 부지불식간에 성장잠재력이 퇴락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익과 공익이 충돌되어 공정성이 훼손되어가는 사회구조를 베버(M. Wever)는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라 일컬었다. 낙하산인사, 뇌물, 부당공동행위, 내부자거래, 부실시공 같은 것들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인에게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지만 불특정 다수인에게 크나큰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그런데다, 그럭저럭 벼락감투를 쓰거나 벼락부자가 된 인사들일수록 어느 사이에 선민의식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인다. 힘이나 줄어 없어 정직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무시하다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주변에서 보아도 힘들이지 않고 무엇인가 크게 거머쥔 인간들일수록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교만과 편견의 틀에 갇히기가 쉽다. 정직하게 바르게 사는 사람들을 오히려 바보로 여기며 괄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인간들일수록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나타나면 덮어놓고 굽실거리며 추종하기 마련이다. 생각건대, 역사의 숱한 경험을 보더라도 선민의식과 노예사상은 사실상 똑 같은 의식구조를 가졌다고 해야 옳을 게다. 그러나 탈이 벗겨지고 보면 이러한 사이비들일수록 선량한 소시민들과는 달리 부패, 입시비리, 병역비리, 세금탈루, 논문표절 같은 지저분한 일에 얼룩지고 오염되어 사회를 피곤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쉬운 예로, 개발정보를 빼돌려 땅을 미리 사두면 뒤늦게 그 자리에 집을 사거나 공장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남이 가짜로 만들어준 증명서로 제 자식을 입학 시키면 대신 떨어진 누군가에게는 말 못할 가슴의 상처를 오래 남기기 마련이다. 의식 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이들이야 말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병들게 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다. 선민의식에 젖어 사람들에게 훈계를 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지저분한 일을 꾸미는 이들은 겉으로는 태연하다. 어떤 식자는 이들을 '걸레 같은 인간들'이라고 지적하는데, 이 같은 표현은 사실이지 걸레를 모욕하는 실례다. 걸레는 더러운 물건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순기능을 하며 세탁과정을 통하여 정화한다. 이 불량 천민들은 저뿐만 아니라 사회를 오염시키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기 때문에 재생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깨끗한 걸레로도 닦아내지 못하여 악취가 나는 쓰레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1-06-27 16:29:2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