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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신세철의 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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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견리사의와 견리망의 다리

어느 깊은 밤중에 양상군자가 부잣집 담을 넘으려 하는데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에게 고깃덩이를 던져 주면서 술 한잔 마시듯 기분 좋게 먹고 짖지 말라고 부탁했다. 견공이 대답하기를 ”당신이 밤손님이 아니라면 감지덕지하며 먹겠지만, 야밤에 도둑을 지키는 의무가 있는 내가 어찌 당신 같은 도둑이 준 고기를 먹을 수 있겠소? 견공을 어찌 탐관오리로 착각하고 수작을 부리냐며 도둑을꾸짖었다. (이솝 우화, ‘도둑과 맹견’에서 간추림) 이익이나 이권에 눈이 어두워 의리를 잊거나 외면하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자세를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어쩌면 세상에 는 무턱대고 받아먹으려는 개보다 못한 철면피가 많다는 경고인지 모른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3년 사자성어는 견리망의’라고 한다. 이익을 보면 어느새 도리를 외면하는 사회 풍토를 개탄한다는 뜻이다. ‘도둑이 외려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과 ‘무능한 자가 재능있는 체한다’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 모습을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사쿠라 노름’을 즐기는 뻔뻔스러운 인사들을 빗댄 말일 게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이 세상모든 불행의 원인인 탐욕에서 벗어나 사람의 도리를 지킬 수 있다. 감사하는 자세가 없으면 이권에 따라 눈초리가 돌아가 신의를 잃기가 쉽다. 작은 일에도 감사해야 조그만 잘못도 지나치지 않아 돌이키지 못할 불행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 모르는 무리에게 친절하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저 자신이 대단해서 그런 줄 알고 오히려 거들먹거린다. 감사할 줄 모르면 남의 것은 우습게 보면서 자기 것만 애지중지하다가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린다. 욕심이 많다 보니 작은 이익만 보여도 금방 돌아서서 공사 간의 은혜를 거리낌 없이 저버린다. 그들은 자랑 스러운 패배가 명예롭지 못한 승리보다 오래도록 빛난다는 사실을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에 잠에 들어서도 모두 감사할 일로 둘러싸여 있다. 의식주 어느 것 하나도 이 사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자세로 주변까지도 떳떳하게 만들지만, 감사할 줄 모르면 견리망의하여 알게 모르게 사회에 해를 끼친다. 이런 파렴치한들이 권력이나 재력을 움켜쥐면 조직과 사회는 고달프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허둥지둥하는 까닭은 감사할 줄 몰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벗어버린 자들이 여기저기 설치기 때문 아닐까?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기만 하면 견리망의에서 견리사의로 가는 ‘희망의 다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다.

2023-12-11 14:20:2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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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시장기능 해치는 '공매도 금지'

자본주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은 불특정다수가 제한 없이 참여하는 시장에서 이뤄지는 가격기능(價格機能)이다.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은 시장에서 적정하게 평가될 때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욱 좋은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면서 성장과 발전이 균형을 이룬다. 시장에서 본질가치보다 고평가된 상품은 팔고 저평가된 상품은 사는 시장청산 과정이 쉬지 않고 이어지며 적정가격이 발견된다. 이와 같은 가격발견(price discovering) 기능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주가를 서로 달리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있어야 주식시장 거래는 활기를 띠고 산업자금 조달 기능은 원활하다. 공매도도 선물거래처럼 가격발견 기능을 보완 한다. 무기력하게 움직이던 주식시장에 난데없는 주식 공매도(short selling) 금지 조치로 급등한 주가가 삽시간에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사태가 벌어졌다. 빌려서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들여야 하는 환매수(short covering) 효과가 예상보다 컸지만 소멸도 삽시간이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본질가치와 관계없이 외부 요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장면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과대 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미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결과이지만, 쇼트 커버링이 다급하게 전개되면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주가 변동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어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공매도 금지 조치에는 주가는 무조건 올라야 좋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지 모른다. 만약, 주가가 쓸데없이 많이 오르면 부실기업, 사양산업도 자금을 공급받게 되어 산업구조조정이 지연되어 경제는 활기를 잃는다. 반대로 주가가 본질 가치보다 저평가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유망기업, 성장산업에 대한 자금조달 비효율화로 산업발전이 지체된다. 쉽게 말해, 주가가 당해 기업의 본질가치에 대응하여 적정 수준을 유지하여야 산업구조조정 원활과 성장잠재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주가·환율이 균형을 이루며 적정가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끌어 올리거나 끌어 내리려 애쓰다 보면 불확실성이 잠재된다. 만약, AI 기능이 최고도로 발달하여 주식 가치를 확정할 수 있다면 주식가격이 고정되어 거래가 불필요해지면서 주식시장 나아가 자본주의는 생동감을 잃게 된다. 공매도 또한 다수가 모이는 시장에서 주가의 적정가격 평가를 위해 필요한 제도다. 만약 공매도와 관련한 부당 행위가 심해지고 있다면 시장 교란 행위를 발본색원하여 엄하게 벌을 줘야 한다. 생각건대, PER와 PBR 그리고 금리를 비교할 때, 저평가된 한국의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선진 MSCI 지수에 편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3년 11월 공매도 금지 조치로 말미암아 오래 기다려 온 MSCI 지수 편입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커짐을 부인하기 어렵다. 투자자나 감독 당국이나 멀리 보아야 한다.

2023-11-09 09:12:1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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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경제의 복병④ - 화폐가치 불안

[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경제의 함정 - 화폐가치 불안 관리통화제도 아래서 돈을 마음껏 찍어낼 수 있지만 찍어낸 '화폐의 가치는 마음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돈의 가치는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시장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돈의 가치를 표상하는 금리·주가·환율이 거시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동떨어지게 움직이면 어디선가 불확실성이 꿈틀거리다가 심하면 불거진다. 시중에 돈이 넘쳐도, 모자라도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이 일어나 정상적 경제 흐름을 방해한다. 경제 규모에 비해 유동성을 많이 풀면 풀수록 돈의 가치는 비례하여 하락하다가 어느 한계를 넘으면 속절 없이 추락한다. 한때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겠다고 쓸데없이 돈줄을 조여 정상적 경제 흐름을 방해하였다. 금본위제도 아래서는 화폐 발행량에 상응하는 금은을 보유해야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욕심 많은 권력은 '가짜 돈'을 찍어내어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백성들의 삶은 도탄 지경인데 왕권이나 강화하겠다고 경복궁을 중건하다 돈이 쪼들리게 되자 대원군은 꼼수를 부렸다. 똑같은 동전에 당오전, 당백전이라고 새기고 5배, 100배로 부풀려 강제 통용시키니 민생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져들고 나라의 명줄은 실처럼 가늘어졌다. 사실상 가짜 화폐인 '땡전'을 민간에 강제 통용시키면서 관에서는 세금으로 받지 않았다고 하니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생산품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화폐의 가치가 안정되어야 자본주의 핵심 과제인 성장잠재력도 배양되고 국민 살림살이도 편안해진다.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는 까닭은 사회, 정치 불안 같은 요인도 있지만, 제 마음대로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재정지출을 방만히 한 때문이다. 국가재정을 생산성 향상에 보탬이 되기보다 선심성으로 지출하여 돈의 정상적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1929년 대공황(거시경제와 주가의 괴리), 1998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환율의 괴리). 2008년 세계금융위기(금리의 괴리) 같은 비극은 죄다 거시경제 상황 변화와 동떨어지게 금융시장이 움직이도록 방관하여 일어난 재앙이었다. 15세기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온 금은이 범람하여 돈이 넘쳐나 일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자 산업생산을 등한히 하였다. '무적함대'는 깨지고 국력은 쇠퇴하였다. 가계와 기업이 한눈팔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화폐가치 변화로 초래되는 뜻밖의 손실이나 이득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국가부채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다 해결하려고 욕심을 내다가는 이도 저도 해결하지 못하고 물가만 불안하게 만든다. 빈곤계층을 보살펴야 국가의 안녕과 질서가 튼튼해지지만 무작정 재정적자 확대를 통한 지원은 물가 불안을 부추겨 더욱 민생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가치안정은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절대 필요조건이다. 어렵더라도 함정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3-10-16 09:15:3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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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차례상에 꼭 올라가는 인기 생선 '조기'

그 어느 때보다 식탁이 풍성해지는 추수의 계절.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라고 하면 차례를 빼놓을 수가 없고, 지역과 집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례상에 꼭 들어가는 '조기'가 있다. 수입산이 적지 않지만 서해 인근에서 나는 참조기를, 그중에서도 영광 법성포산 굴비(소금 절여 통으로 말린 조기)를 최고로 꼽는다. 수입산이 많다는 것은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잡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다. 구이, 찌개, 조림, 찜, 탕 등 어떠한 방식으로 조리를 해도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조기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다른 바닷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조기는 단백질 함량이 20%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이다. 루신, 라이신처럼 다양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르기닌이 눈에 띈다. 몸매 관리에 매진하는 헬스인(health人)들이 애용하는, 정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양 성분으로 잘 알려진 아르기닌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도 필수적인 아미노산이다. 조기에는 다른 생선류는 물론 아르기닌이 많다고 알려진 굴이나 돼지고기 등에 비해서도 더 많은 아르기닌이 함유돼 있다. 또한 살코기와 함께 고소한 맛을 배가시키는 조기의 지방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대표적이다. EPA와 DHA는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하여 혈관 건강을 지키고 심근경색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오메가-3는 등 푸른 생선 종류에 많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조기에도 그에 못지않은, 100g 기준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EPA와 DHA가 충분히 들어있다. 그 외에 뼈 건강 유지와 면역력 강화로 현대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양소 중 하나인 비타민 D와 DHA를 합성하는 비타민 B12 등 다양하고 풍부한 비타민도 조기의 강점이다.

2023-09-25 09:27: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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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중진국 함정에 다다른 중국경제

1978년 등소평의 실용주의 정책 이래 무려 45년간이나 사상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도성장을 이룩한 중국경제가 생산성향상 침체 고비에서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 각국이 겪는 인플레이션 고통과 반대로 디플레이션과 디폴트에 시달리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가 활력을 잃어간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세계적 규모의 건설업체들이 원금 상환이 아니라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디폴트 시련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경제성장 견인차 기능을 하였던 부동산 시장 붕괴조짐이 보이며 투자·소비·수출 같은 중국경제 성장 3요소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전격지원 없이는 결국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크다.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공사 도중에 멈춰버린 건설현장이 늘어나며 중소비심리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물가상승폭이 줄어드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을 겪다가 어느덧 디플레이션 공포가 어른거리는 까닭은 부동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며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냉각되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장기침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발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고도성장에 익숙했던 중국경제가 어느 쪽으로 방향타를 잡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중앙집권 강화와 그에 따른 시장기능 약화 같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중국은 이미 중진국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본주의 아래서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가정신, 근로의욕 함양에 주력하여야 한다. 중국의 급격한 공동부유(公同富裕) 정책이 펼쳐지면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진국함정은 과속정장, 압축성장(reduce?growth) 과정에서 경제의식 경직화로 상황이 변하고 있는데도 새로운 방향을 찾지 못하면서 비롯된다. 경제성장에 따라 나타나기 마련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시장원리에 따라 유연하게 해결하지 못해 더 이상 성장과 발전을 가로 막는 현상이다. 거대 부동산기업들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지불유예를 하는 모습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GDP에서 부동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고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경제적 차원에서 볼 때, 중국과 우리나라는 뗄 수 없는 경쟁자이자 동반자 관계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중국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으로 모아 새로운 금융자산을 만들어가는 증권화(securitization) 현상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의 리먼사태처럼 (중국내) 금융시장에서 꼬리의 꼬리를 무는 연쇄부도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한국경제는 수출지원 기지는 물론 필수 원자재 공급원인 중국경제와 상호의존관계로 중국 경제위기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다가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자칫하다 현재의 1% 초반성장이나 제로(0%)성장이 내년과 그 이후에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멀리서 덩치 큰 '희색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는데도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받치기 마련이다.

2023-08-24 13:49: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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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경제의 복병 ③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오래 살려고 안간힘을 다했어도 단 50여년 밖에 살지 못하고 간신 조고의 눈 흘김을 받으며 이승을 하직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현재 65~74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은 10.7%, 75세 이상 비율은 7.7%에 달하며 고령인구 비중이 18.4%로 본격 고령사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평균수명이 남녀 모두 80세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에 도달하는 자랑스러운 국가다. 동시에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에서 가장 높다"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서 자칫 저주를 받으며 생을 마감해야 할 위험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이 말세가 되어가는지 몰라도 노인들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을 때에 한해서 가족 개념이 존재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위 핵가족 현상이 진전되면서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노인은 그가 애지중지했던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반인륜적 장면들이 언뜻언뜻 나타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약해진 수많은 노인들이 '수용소군도'와 다름없는 시설에 들어가면 요양원 실력자의 지시에 따라 옴짝달싹 못하면서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환자로서 신체적 자유도 말살 당하고 의사표현도 못하는 일부 요양장(療養葬)은 고려장의 다른 명칭이라고 한다. 보호자들이 노인을 미리 저승으로 보내는 장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찌 찾아볼 수 있겠는가? 신체적 고려장 외에도 '사회적 고려장' 이야기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벌써 오래 전에 "60세가 넘으면 투표할 필요 없이 푹 쉬어도 된다."며 노인들은 국민의 4대의무인 투표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뜻을 풍겼다. 최근에는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는 발언을 듣고 노인들은 나대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는 뉴앙스를 느꼈다. 더하여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란 말을 들으면서 노인은 쓸데없이 오래 살지 말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했다. 노인을 깔보는 게 아니라 '생각의 지도'가 좁디좁아 자신들의 말이 세상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깨닫지 못하는 이들을 노인들이 이해해야 할까? 노인의 과거는 모두 청년이었듯이 청년들의 미래는 틀림없는 노인이다."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일찍 저승길을 떠나야 한다. 인생이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났다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西山大師)고 하지 않는가? 어느 누구나 순식간에 늙을 수밖에 없는데 늙어서 감방 같은 수용시설에 격리시키고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에서 열심히 살 필요가 과연 있을까?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동력은 과정의 보람과 함께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하고 그 열매를 후손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하기 까닭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노인들보다 젊은이들에게 몇 배 신경을 쓰는 까닭을 이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젊은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주권을 행사하지만 노인들은 늙어 갈수록 투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리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은 젊은이의 지식과 재능이 노인들의 지혜와 통찰력이 조화를 이뤄야 새로운 가능성이 크게 열려간다. 어린이가 커서 청년이 되고 중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는데. 노인을 멸시하는 가정이나 나라의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려장 풍향은 한국경제의 커다란 수렁이다.

2023-08-02 14:12:5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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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 얼굴의 마법사 ③

성경에서 "속임수로 뺏은 빵은 달콤하지만 뒷날 그 입은 자갈로 가득 찬다(잠언 20;7)"고 하였다. 주변에서 볼 때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사회에 기여하면서 선하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그 돈을 보람차게 쓰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보람과 누군가에게 베푸는 기쁨을 함께 느끼는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남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으려다보면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 더 큰 불행을 당하기 마련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던 개의치 않고 돈을 긁어모으는 인사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어찌 의롭게 쓸 수 있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누군가를 속여 가며 힘들게 얻은 떡을 어찌 남들에게 쉽게 나누어주겠는가? A는 일찍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말을 꺼내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들을 부럽게 만들었다. 박봉의 월급쟁이로서 살림살이도 빠듯할 텐데, 그처럼 큰 꿈을 꾸다니 나 같은 소인배가 어찌 아니 감동하겠는가? 어릴 때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선하게 대해야 자신도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점점 돈에 걸신이 들어가며 쓸데없이 남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돈에 꼬리표가 없다고 하지만, 그가 자랑하는 돈은 오염되었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 가까이 하기 싫어졌다. 언젠가 '뇌물 네고시에이터'라는 소문이 바람결에 떠다니다 결국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가 되고 말았다. 돈이 쌓여가면서 세상이 마치 자신을 위해서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렸다. 살기 힘들 때는 그래도 남을 생각하는 면모가 조금은 있었는데 쌓아올리는 돈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오만과 편견의 포로가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뇌물을 받기 시작하면 상대가 자신을 존경하기 때문에 남모르게 돈을 갖다 준다"고 착각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지 힘없고 어리석은(?) 주변사람들에게 공연한 트집을 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영문 모를 돈을 움켜쥐고부터는 남들이 열심히 사는 꼴을 못 보고 뒤에서 얼토당토않은 귓속말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속담처럼 (탐관오리들은) "내 밑이 구리면 남의 밑도 구린 줄로 착각한다."고 넘겨짚었기 때문일까? 교화를 받고 나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기커녕 더 더욱 돈에 걸신이 들어가며 돈 자랑 하는 꼴이 보였다. 정당성 없는 돈이 지나치게 넘쳐도 더욱 목말라하다 보니 그의 정신세계는 점점 더 피폐해 가지 않았을까?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차도 그 것을 지킬 수 없고, 부귀하면서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자초한다.(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노자, 도덕경 제9장)고 하였다. 하물며 남의 것을 뺏어다가 쌓아 노은 돈을 어찌 오래 지킬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돈은 은인이 되었다가도 정신 차리지 아니하면 다시 원수가 될지 모르는 두 얼굴의 마법사인지 모른다.

2023-07-13 14:45:4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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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겠다!" ①

입헌군주제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가 대관식에서 국민들에게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는 국왕이 되겠다."고 맹서했다고 한다.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그런 이상국가를 꿈꾼다면 세상에 무슨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겠는가? 어쩌면 군주제를 폐지하라는 상당수 영국인들의 저항을 염두에 둔 말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섬기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는 자세를 새겨야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미사여구 말장난이 아니라 실천하는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신뢰가 차츰 쌓여간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바와 같이 입으로만 "국민여러분!"을 외치면 외칠수록 불신은 깊어져 간다. 우리나라는 미래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키우기보다 그저 경쟁이나 부추기는 교육제도 아래서 허위의식에 젖은 인사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분위기가 자라났다. 예건대, 교육문제와 집값문제가 설키고 얽혀 갈 때 어떤 고위공직자는 강남에 산다고 으스대면서 "강남에 살려고 애쓰지 말라"며 헛기침하며 웃음을 지었다. "가재, 붕어, 개구리가 용이 되려고 버둥댈 필요가 없다"는 헛소리나 거기서거기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주인이어야 할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려는 공직자(civil servant)들이 판치게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때 한 가닥 하던 어느 노신사는 자신의 경력을 주워섬기다가 느닷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던 우리가 이제는 살빼기를 걱정하는 풍요를 누리면도서 불평불만이 많다."며 분개(?)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그 소리는 저자신이 한국사회의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큰 몫을 한 듯이 으스대는 장면이었다. 남다른 영화를 누려왔던 그가 '옛날의 금잔디 동산' 추억에 취해서 오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신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착각하고 말과 행동을 따로따로하며 '어리석은 백성'들을 세치 혀로 순치시키려드니 이들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갈수록 엷어져 가고 있다.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에 이르는 경제 강국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까닭은 무엇일까? 갈수록 뿌리내려가는 불신풍토에서 상당부분 찾을 수 있을 게다. 분명한 사실은 남을 속이려들다가는 결국 제 자신도 속여야 한다. "거짓말은 남의 마음을 잠시 아프게 하지만 자신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마련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저 자신은 남들과 격이 다르다고 혼동하는 소인배들 사이에 어찌 믿음이 싹트고 두터워지겠는가? 어느 사회고 신뢰구축은 누군가를 우러르고 받들기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때 깊어진다. 개발초기, 절대빈곤 상황에서는 경제구조가 단순한데다가 뒤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겨를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부족하더라도 그럭저럭 지나칠 수 있었다. 경제순환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불신의 폐해는 꿈틀대며 사방으로 번져간다. 불신이 커갈수록 선과 악 구분 없이 남을 속이려드는 사회가 될 위험이 자란다. 자다가도 패거리 가르기를 조장하니 애꿎은 '팬덤'들이 판단력을 상실하여 무작정 덤벼드는 자세를 가지려든다. 너나없이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휩쓸려드는 막창 환경에서 국민을 섬기려는 진정한 지도자들이 탄생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2023-06-22 13:39: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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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협력과 경쟁

[신세철의 쉬운 경제] 협력과 경쟁 세상은 주춤거리다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고 번성하는데 그 힘의 원천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협력과 경쟁이다. 협력은 경쟁력을 꽃피게 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어 1+1이 3이나 5도 되고 10도 되게 할 수 있다. 생각해 볼 때, 인류 문명과 문화 발전에 더 크게 이바지한 동력이 경쟁인지 협력인지는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은 같은 말인지 모르겠다. 세상사를 되돌아보면 혼자만의 특출한 능력보다 남과 함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인물이 사회에 큰 공을 세운다. 경쟁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할 때 비로소 그 사회의 경쟁력은 점점 커진다. 협력 또한 서로의 믿음이 클수록 그 효과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20세기 최고 성공철학서로 평가받는 'Think and Grow Rich'를 저술한 나폴레온 힐(N, Hill)은 "협력은 사랑이나 우정과 마찬가지로 주면서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지도층 인사들이 사람들을 부추겨 서로 싸우게 하여 적의 적을 만들려는 작태는 리더십이 아니라 가짜의리, 깡패의리를 조장하는 짓거리다. 서로 공생하려하기보다 배타적 경쟁에 빠져 들면 어느새 공멸의 길을 가기 마련이다. 보수는 가치 있는 전통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겠다는 것이고 진보는 새롭게 변화도모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는 뜻이다. 아무 것이나 욕심껏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야 진정한 보수의 의미가 있다. 또 변화를 모색할 때는 과거나 현재보다 발전되고 더 가치 있는 길이어야 진보의 길이 빛나게 된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논어 爲政 11)"는 구절은 보수와 진보가 불가분의 보완관계에 있어야 함을 갈파하고 있다.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고, 새롭게 터득해 가면 그 배움과 응용이 더욱 넓어지고 커져 본보기가 될 만하다는 이야기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려들기보다는 그저 사생결단의 겨루기로 공멸의 길을 가는 모습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과연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상당수 인사들은 국민들을 '편 가르기'하기 위한 도구로 보수와 진보를 외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드는 게 사실이다. 기회주의자들이 보수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도 엿보이고, 또 막가파들이 진보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우롱하는 행태도 자행되고 있다. 협력과 경쟁으로 조화를 이뤄 큰 성과를 나타낼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음색과 음량이 서로 다른 악기들이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복합 의미를 가지는 협주곡을 처음 만든 작곡가는, 세상살이는 혼자서 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세상에 주려 했는지 모를 일이다. 온고지신에서 고(故)는 예전에 배운 것이요, 신(新)은 새로운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온고지신의 자세로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보수와 진보가 함께 구가해야 할 경쟁과 협력의 화음이 아니겠는가?

2023-04-14 10:36:3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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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무서운 인플레이션 망령

며칠 전 저명한 노철학자가 옛날 일본 유학을 가서 "일본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민족은 너무 나태하다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술회한 글을 봤다. "우리는 놀고먹는 팔자가 상팔자라며 노랫가락에도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고 노래했다"며 "일본은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기에 우리민족을 지배하고 살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서 흠칫했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아무리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일본유학까지 한 부유층이라도, 그 질곡의 시대에 입에 풀칠도 못한 양민들이 겨울날 햇볕을 쬐며 조는 모습을 못 보았다는 말인가? 일본이 패망하면서 '조선총독부'는 미리 찍어두었던 조선은행권을 기존 발행액보다 2배가량 더 풀어 조선경제를 막창 혼란에 빠트리면서 현해탄을 건너갔다. 통화량이 배로 늘어나자 가뜩이나 피폐했던 조선경제는 더욱 아수라장이 되고 서민들은 살려고 몸부림쳐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웠다. 대원군이 왕실 위엄을 세우겠다며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자 얕은꾀를 내어 당오전, 당백전을 만들어 뿌리자 물가폭등으로 민생이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던 악몽과 마찬가지였다. 엽전이 갑자기 5배, 100배로 늘어나니 땡전 한 푼 없는 민생은 절망에 빠졌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라는 노래 말은 어찌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놀 수밖에 없다는 한탄 아닐까? 자유당 정부의 경제시책은 해외원조를 기다리며 화폐를 찍어내는 것뿐이라는 푸념이 나돌 정도였다. 통화량증가 속도가 빠른데다 생산물은 적다보니 화폐가치가 낙엽처럼 떨어졌다. 김광균 시인은 돈 가치가 나부끼는 바람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묘사했다. 부정부패까지 만연하니 민심이 흩어져 4.19 혁명이 일어났다. 유신정권의 몰락도 경기부양을 위해 끝없이 돈을 푼 데다 석유파동까지 겹쳐 물가가 다락처럼 올라 민심이 흉흉해지며 권력의 중심부에서 균열이 벌어졌다. 경제성장률은 1979년 8.7%, 이듬해는 △1.6%이며 물가상승률은 1979년 18.5%, 이듬해는 물려 28.7%까지 올라갔다. 인플레이션이 극성을 부린 다음에는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하강한다는 겁나는 이야기다. 생산성향상이 정체된 사회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유동성이 팽창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물가가 올라 시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이끈다. 정부의 비생산적 지출이 늘어날수록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잠복한다. 그로 말미암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어가면서 사회갈등도 깊어지며 살기 피곤해진다. 역사의 경험을 볼 때, 전체주의, 포퓰리즘 국가의 패망 원인은 거의 다 통화증발로 말미암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위기, COVID19로 풀린 유동성 팽창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 망령은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노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한 프리드먼(M. Friedman)은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나쁜 사람들이 고의로 저지른 범죄보다 잘못된 논리에 빠진 이들이 본의 아니게 저지르는 범죄가 더 무섭다"고 했다. 설익은 논리로 나랏돈을 함부로 써대며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우습게 여기는 권력 주변 인사들은 자신들의 엉터리 잣대와 논리가 서민들을 골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려든다. 이런저런 엉터리 이유를 대며 나랏돈을 제 마음대로 써대는 기생충들이 바로 사회의 공적(public enemy)임을 절대 부인하지 못한다.

2023-04-03 13:50: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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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약삭빠르게 나아가면 그 무너짐도 빠르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는다.(프란체스코 교황)"고 하였다. 책임이 큰 위치에 있을수록 언행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욕심 많은 어릿광대가 노력 없이 어쩌다 분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면 책임감보다 저 혼자 잘난 채 으스대며 조직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다가 그 자신도 어느 사이에 망가지기 쉽다. 됨됨이를 갖추지 못한 인사가 우연치 않게 남다른 힘을 얻으면 마치 메뚜기가 풀잎 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우쭐거리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아는 것이 쪼끔 있다고 스스로 높아지고 교만해져 말장난을 일삼다보면 "장님이 촛불을 들고 남을 비추려들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밝지 못하다"는 격이다. 자신을 위해서 세상이 있다는 확증편향심리에 빠져들면 조직과 사회의 짐이 되고 결국에는 본인도 비극을 맞이하는 경로를 밟는다. 그래서 "약삭빠르게 나아가면 그 무너짐도 빠르다(其進銳者 其退速. 맹자, 盡心章句上 44)"고 경계하였다. 일시적 승리에 지나친 욕심을 내다가는 어느새 기운이 쇠잔해져 눈앞에 패망이 보인다는 뜻이다. 감독이 경기흐름과 선수들의 특기를 조화시키려들기보다 저만 돋보이고 저 자신을 위한 경기를 이끌려는 오만에 빠진다면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인재"라는 평을 받던 인사의 '헤아리지 못할 돌출행동과 입 놀림"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팀의 승리에 앞서 혼란스러운 언어의 유회를 남발하다보니, 오죽하면 대표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간과 쓸개까지 빼냈다."며 기진맥진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검불보다 가벼운 입으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면 관전자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공생의 길을 찾아야 같이 사는데 혼자서만 살려다보면 저 먼저 죽는 것이 세상 이치다. 허황된 영광에 사로잡히기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떳떳한 삶의 궤적이 뒷받침 되어야 좋은 마무리가 가능해지는 바람직한 인생이다. 초년 입신양명에 우쭐해져 정신이 혼미해지다보면 희한에 찬 말로가 기다린다. 이른 출세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됨됨이가 따라가지 못하면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이웃과 사회에 피해를 주고 스스로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식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그 귀한 자식에게 출세를 부추기기에 앞서 사람 됨됨이부터 가르치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하찮은 인품에 탐욕에 가득 찬 심성을 가진 인사가 허명을 얻게 되면 인간다운 시각을 가지기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기'처럼 어려워진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무지렁이들이 따로 있다는 편견에 빠진 인사가 중책을 맡은 조직이나 사회가 어찌 온전할 수 있을까? 어릴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간난신고를 겪어봐야 비로소 세상이치를 제대로 터득할 수 있다는 뜻이렷다.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고 힘을 쥘수록 더 크게 쥐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이것저것 다 잃기 마련이다. 일찍 출세하면 만년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가 드물다(少年登科 不得好死)라는 경구가 생긴 까닭 아닐까?

2023-03-15 09:25: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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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지초난초 향기 되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마음의 온도"만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도 크게 달라진다. 어릴 적 읽은 동화 '빨강머리 앤'에는 도시로 진학하는 고아 앤에게 사려 깊은 양모는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라"고 당부한다. 잘못된 만남을 갖다보면 정작 큰 인연이 올 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충고다. 착한 심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면 타락한 인생항로를 가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 오늘날 선악이 뒤바뀌는 패거리 행각이 판치는 사회에서 잘못 하다가는 커넥션에 갇혀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실제 상황으로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불가에서는 인생을 당당하게 항해하는 자세를 간단명료하게 설파한다. "어질고 착한 행동을 하며 바르고 굳센 동무를 만나 짝하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편안하고 즐거울 게다.(若得賢能伴 俱行行善悍, 能伏諸所聞 至到不失意. 법구경. 제23 象唯品. 328)고 하였다. 그러면서 "함께 어울려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차라리 혼자서 선을 행하라, 놀란 코끼리가 제 몸을 보호하듯 홀로 악을 피해가라."(寧獨行爲善 不與愚爲侶 獨而不爲惡 如象驚自護(위. 330)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신뢰해주는 벗을 만나 같이 길을 걸으면 커다란 행운이다. 신실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홀로 가야지 아무하고나 동무하다가는 피곤해진다는 경고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 주지 말라. 그 놈들이 그것을 밟고 돌아서서 너희에게 덤벼들까 두렵다."(마태복음, 7장 6)고 경고하였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베풀려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을까? 아니면 따뜻한 정을 받고도 덤벼드는 '개'에게 잘못이 있을까? 가까이 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들고 멀리하면 원한을 사면서 시시각각 변해하는 무항배(無恒輩)와 같이 놀다가는 생각지 못한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미련한 자의 귀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가 너의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뿐이다."(잠언, 23장 9절)라는 성경 구절에 있다. 자신을 신뢰하는 이에게 보답하고 조그맣더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수차례 반복하여 강조하는 바와 같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단장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史記, 刺客列傳, 豫讓)."고 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보살펴준 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 끝까지 헌신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때는 이해관계를 따지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으면 이 세상 명리를 뿌리치고 순결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바로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겠는가? 선악과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세태에서 참된 사람을 만나 신뢰하고 존경할 기회를 쥐게 되면 정녕 행운이다. 반대로 욕심과 시기심 많은 자에게 함부로 마음을 열다가는 상처를 입기 쉽다."마음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따뜻한 봄바람처럼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念頭寬厚的 如春風煦育 萬物遭之而生. 채근담 4부)고 하였다. 반대로 질투가 많고 인정이 없는 사람은 북녘 땅 차가운 눈처럼 만물을 얼어붙게 만든다.(念頭忌刻的 如朔雪陰凝 萬物 遭之而死)"고 하였다. 세상은 베풀 줄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점점 발전해 간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좋은 벗을 만나려면 자신부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초봄에 "내가 알아주는 사람이 나를 알아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내가 알아주면, 지초난초 향기 되어 멀리 멀리 퍼지기를!

2023-03-02 12:02: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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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경제의 함정 ② -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혼란이 더해지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경제는 성장잠재력 저하, 가계·기업·국가 부채 증가, 대외경쟁력 약화 같은 곤경에 마주쳐 있다. 정말 큰 문제는 우리사회에 불신풍조가 어지럽게 뒤엉켜가면서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그 실마리를 찾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나 아래서나 경쟁하듯 "네 탓이다, 네 탓이다"하며 내지르는 괴성에 진저리가 처진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사회 구성원 간에 수많은 의견을 집합하고 조율하는 능력인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해야 해결방안이 찾아지고 서로 경계하는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나는 무조건 옳고 남은 덮어놓고 틀렸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와 잘못 하고도 고치려 들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진실이 뭉개져 거짓말 파편이 된다. 공생이 아니라 사실상 공멸을 외치며 끝없는 아귀다툼을 하는 동안 사회적 수용능력은 시나브로 무너질밖에 없다. 지도층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의논하기보다 자신은 무조건 높이고 남은 막무가내 헐뜯는 자찬훼타(自讚毁他) 심리를 부추겨 불신을 조장한다. 덮어놓고 으르렁거리며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어찌 내일을 기대하겠는가? 오래전 차 뒤꽁무니에 매단 "내 탓이오 내 탓이오"구호가 마침내 "네 탓이다, 네 탓이다."로 바뀐 셈이다. 잘못을 고치려들면 허물을 씻어낼 수 있지만 고치지 않으면 점점 굳어져 악습으로 변한다. "잘못하고도 고치려들지 않는 행실이 허물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논어 위령공 29)고 하였다. 자신의 허물을 외면하는데 어떻게 허물을 고치겠는가? 자신의 허물은 개의치 않고 툭하면 상대방에게 덤터기를 씌워 사정없이 헐뜯는 인면수심 작태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까닭이다. 하구한날 거짓말을 듣다 보면, 듣는 사람들조차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러려니 하며 타성에 젖게 된다. 말장난으로는 불신풍조가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커갈밖에 도리가 없다. 아시타비, 자찬훼타에 익숙해진 모리배들이 한 가닥 수치심도 죄의식도 없이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고 외치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은 과연 무슨 뜻일까? 국민들이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는 한 우리사회를 곤두박질치게 할지도 모르는 불신의 함정은 더 커갈게다. 따지고 보면 후백제, 고려, 조선의 패망의 원인은 지도층 의 상호불신 때문이었다. 까마득한 옛날 전제군주시대에도 사마천은 "사회의 흥망성쇠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데 달려 있다"고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과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불신사회에서 신뢰사회로 가는 전환점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끝없는 탐심에서 비롯되는 지도층 인사들의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하는 헐뜯기 타령부터 자제해야 만 한다. 망국적 불신풍조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트러스트(Trust)를 쓴 후꾸야마(F. Fukuyama)는 "국가경영에서 경상적자, 재정적자보다도 '신뢰의 적자(deficit of trust)'가 한층 더 위태롭다"고 했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3-02-14 10:28: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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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뻐하는 마음이 복을 부른다

[신세철의 쉬운 경제] 기뻐하는 마음이 복을 부른다 2021년 한국여자오픈골프 3라운드는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라고 강조하는 뉴스가 있었다. 4라운드를 시청하면서 두 선수가 호각지세로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보며 공이 하늘로 나르거나 깃대를 향해 구를 때 긴장감이 돌았다. 숨 막히는 접전을 장시간 벌이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그 압박감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신기했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면서 정신력이나 기량이나 모두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마지막 72홀을 동 타로 맞이하였다. 박민지 선수가 두 번째 샷에서 공을 좌측 물가 바로 옆에 있는 깃대 가까이에 붙이는 묘기(?)를 부리면서 대결은 막을 내렸다. 방송 진행자와 해설자도 혀를 차며 그 숨가쁜 순간에서 강공책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강심장에 대해 거듭 찬사를 보냈다. 자칫하다가 공이 물에 빠질 수 있었기에 조그만 계산착오도 용납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만년초보인 나도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보인 과감한 샷에 대하여 감탄했다. 게임이 끝나면서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기자가 우승자에게 "그 숨 막히는 순간에 정면 돌파가 두렵지 않았었느냐?"라고 질문하자, "중앙을 겨냥했는데 긴장한 탓에 공이 좌측으로 날아가 뜻하지 않게 깃대 옆에 붙게 되었다"면서 겸연쩍어했다. 다시 말해, 깃대를 겨냥했었다면 공이 물에 빠졌을 거 같다는 얘기로 "실수였는데 운이 좋았다"는 뜻이었다. 정신없는 순간에도 얼버무리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말한 것은 어쩌면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상대선수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인지 모를 일이었다. 방송해설자는 "이전의 박 선수는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울해하다 머리가 아파 고생했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실수를 하더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웃으려 노력하니 머리도 맑아졌다"고 전했다. 자주 웃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샷의 정확성도 높아지고 행운도 슬며시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행복한 마음은 조그맣더라도 서로 기뻐할 때 다가오는 것이지, 교만에 빠지면 행운이 오다가도 무서워 도망가니 찌푸리지 말아야 한다. 싱겁게라도 자꾸 웃고 하루 한번이라도 크게 웃어야 한다. 행운의 묘약은 밝게 웃으려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따라오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복은 바란다고 오는 것이 아니니 기쁜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福不可? 養喜神 以爲召福之本而已, 채근담 제2부)고 했다. 남이 박수 칠 때 같이 박수를 치거나, 남이 웃을 때 같이 기뻐하며 따라 웃으면 덩달아 마음이 환해지기 마련이다. 더불어 기쁨을 나누는 벗이 있으면 있을수록 보람찬 인생이 아닐까? 남의 기쁨을 시기하고 비양 거리다보면 남들이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나눠주는 크고 작은 기쁨들을 놓치는 셈이 된다. 웬일인지 모르지만, 계묘년 새해에 환하게 웃을 일이 보다 자주 있으리라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2023-01-25 09:35: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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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진짜 수지맞는 장사

어릴 적 태릉 화랑대에 있는 '지인용(智仁勇) 탑' 아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군인은 지략을 닦아 인화단결 하여 용감하게 싸워야 승리한다는 의미라고 여겼다. 나중에 논어를 읽으면서 "지혜로운 자는 의혹하지 않고,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맹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논어, 자한 28)."는 구절을 보고 가슴에 새기고 싶었다. "지혜가 사리를 충분히 밝힐 수 있기에 의혹하지 않고, 어짊이 욕심을 이겨내니 근심이 없고, 기개가 도리에 어긋나지 않기에 두렵지 않다."는 뜻이렷다. 지인용은 후대에 중용에서 재조명하여 설명하고 있다. 배우기를 좋아함은 깨달음(知)에 가깝고, 힘써 베풂은 어짊(仁)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깨닫는 일은 용기(勇)에 가깝다(好學近呼知 力行近呼仁 知恥近呼勇. 中庸20)고 하였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깨달음은 도덕성 바탕과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기보다 숨기는 일이 능력이라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으로서 도리인지를 생각하지 않으니 남다른 입신양명이 내면세계에서는 오히려 오욕이 되어 어려워하는 경우를 엿보게 된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깨닫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 상대방 잘못으로 덤터기 씌우려는 꼬락서니를 용기라고 착각하는 걸까? 미래의 대한 고귀한 희망을 가져야 할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겉은 태연할지 몰라도 내면세계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그 인생은 결국 멍들 수밖에 없다. 만용과 용기를 구분하지 못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자신까지 결국 바보를 만들고 만다. 덧칠하고 위장하는데 진력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결국 거짓의 노예가 되어 부끄러움을 외면하고 지나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어찌 용기를 말할 수 있겠는가? 자기 스스로의 생각과 다른 말을 내뱉어야 한다면 '생각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꼴이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똑바로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미래를 어찌 기대하겠는가? "싹이 났으나 꽃이 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꽃은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논어, 자한 21)"는 말이 있다.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 아닐까? 죄의식과 수치심을 잃지 않으려면 번민할 때도 있지만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말라는 뜻일 게다. 반백년 더 너머 본 '지인용'탑은 군인의 길을 가려 할 때는 번쩍이는 별을 달려는 목표보다 먼저 참 군인이 되려는 다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강조했을 게다. 경제성장과 발전도 과정을 중시해야 탄탄해져 대외적 위험과 불확실성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공자는 진정한 "용기란 어려운 일을 먼저하고 나중에 이익을 취하는 자세다"라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일등이 되려고만 욕심을 내다보면 세상은 엉망이 되고 진창이 된다. 멀리 미국 미시간에서 운 좋게 중국인 서예가를 만나 '지인용 12자'를 써 달라 했더니 그도 의외라는 모습이었다. 휘호를 받아 간직했다가 친구에게 주면서 지인용을 실천해야만 한다고 하며 서로 웃었다. '지인용'은 비록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옳다고 여기면서 지향하는 자세만 가져도 '진짜 수지맞는 장사'다!

2023-01-19 10:23:1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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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통계조작과 '분식회계 거절'

'신화의 나라'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성행한 포퓰리즘과 전체 고용의 1/4이 될 정도로 공무원이 늘어나며 국가채무가 확대되었다.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통계를 조작해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낮추려다가 국제사회의 불신을 사면서 경제도 움츠러들었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동 기관에서 20년간 근무했던 그리스인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를 그리스 통계청장에 임명하도록 주선하여 '그리스 재정의 진실'을 파악하려 했다. 당시 그리스는 EU 국가로부터 재정건전성을 인정받아 구제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에 재정적자 통계는 매우 중요한 잣대였다. 초대 통계청장 게오르기우는 2009년 재정적자 규모를 전년 국내총생산(GDP)의 13.4%보다 늘어난 15.8%로 사실 그대로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통계의 진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엘스타트(ELSTAT)도 게오르기우가 작성한 통계를 인정하였다. 문제는 그리스의 유력인사들이 재정 적자규모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씌워 게오르기우를 고발하였다. 그는 "분식회계가 아니라 '분식회계 거절'이라는 죄를 짓고 체포되었다며 황당해 했다. 후진국에서 권력의 말을 듣지 않는 통계 책임자들은 자리보전이 어렵다는 말인가? 눈앞의 국가이익을 위해 가짜통계를 작성하여 국제사회에서 불신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사실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알려 어려움을 호소하고 단합시켜야 옳은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전쟁 상황이 아닌 데도 상대를 속이기 위해 통계자료를 허위로 작성한다면 국가 간 신뢰 구축은 상상할 수 없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그리스는 EU로부터 수차례의 구제 금융을 받고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실업률은 2020년 유럽 내 최고 수준으로 18%를 넘어섰다. IMF는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서 가장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국가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9.5% 역성장 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그리스의 어려움은 상환능력을 넘어선 거액의 국가채무에서 비롯되었다. 통계조작이 없었다면 빚을 그렇게 많이 지지 않고 상환도 빨라졌을 게다. 개인이나 기업도 억지로 부채 상환능력을 부풀리다가는 자칫 부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못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여간,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정직하고 열심히 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가짜뉴스, 가짜여론이 진실을 왜곡시켜 국민적 판단을 왜곡시키듯이 통계조작은 나침판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먼 바다를 항해하려는 짓거리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도 투명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 통계조작이 심해지면 경제적, 정치적 판단을 그르쳐 나라살림은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통계조작은 고대사회에서 절대자인 제사장이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는 주술행위에 다름 아니다. 어쨌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나라에서 최근 불거진 '통계 마사지' 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2-12-28 11:19:0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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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 한국경제의 함정 ① - 성장잠재력 추락

연구기관 발표를 종합해보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 전후 2.0%선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1%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질성장률 추세선과 엇비슷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경기침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든 회복해 나가지만 한번 추락한 잠재성장률은 여간해선 되돌리기 어렵다. 2023년 우리나라 성장률 예상치는 한국은행 1.7%, 외국계 투자은행은 평균 1.1%,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1.3% 역성장을 예상하였다. 그 예측이 틀리지 않으면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 징후를 부인하기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능동적 대응능력이 약해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무기력해진다. 1·2차 오일쇼크, 아시아 금융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맞고도 그럭저럭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비교적 건강했던 가계와 잠재성장률이 높아 위기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개발초기단계에서는 유휴노동력이 많고 저급기술 습득이 용이한데다 선진국들이 중간재를 팔기위해 기술이전을 독려하여 잠재성장률이 높아진다. 중진국으로 다가가면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경계하면서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실제성장도 더뎌진다. 새로운 기술을 쫓아가지도 스스로 개발하지도 못하다가는 중진국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한때 해외 완제품을 들여다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분해공학(reverse engineering)을 활용하여 선진국으로 다가갔었다. 오늘날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게 된 배경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시키는 동력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범국가 차원에서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을 북돋우지 못했다는 경고의 의미도 된다. 언제부터인가 유수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만들려 노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늘날 세계경제는 패권다툼이 치열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실적에 목마른 정부가 이것저것 다 참견하려다가는 성과는 없이 재정적자만 쌓이면서 성장잠재력 추락으로 나타난다. 서두르지 말고 외부환경변화에 따른 충격을 시장 스스로 흡수하도록 시장기능을 충실히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민간부문이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을 북돋을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추격자에서 기술 선도자로 변하려면, 변화의 물결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판단하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한다. 성장잠재력이 낮아지는 환경에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같은 자원빈국은 국가의 재정건전성 확보는 물론 가계와 기업도 위기극복 능력을 키워가야 언제 휘몰아칠지 모를 태풍을 함께 견뎌낼 수 있다.

2022-12-12 11:44: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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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 얼굴의 마법사②

사람들은 감사하면서 지켜야 할 무엇들을 하찮게 여기고 엉뚱한 무엇에 매달리다가 돌이키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회하기도 한다. 그들은 소중한 인생을 제 스스로 망쳐버리고 나서도 자신이 아닌 세상을 탓하며 원망의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한다. 욕심에 눈이 어둡다보니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혼동하고 엉뚱한 것에 매달리기 때문일 게다. 바른대로 말해,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들이 제 목숨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재물과 권세는 탐욕과 공포로 얼룩진 오물덩어리에 다름없다. 어떤 누구는 근면검소한 자세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간다. 어려운 이웃에게 훈훈하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다 보니 점점 더 여유로운 모습이 얼굴에 나타났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 매사에 감사하면서 일을 하다가 감사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고 하였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싶어 하는 그 자신이 어찌 아니 행복하겠는가? 반대로 다른 누구는 어쩌다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자신을 위해서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렸다. 살기가 넉넉지 않을 때는 그래도 인간다운 면모가 조금은 있었는데 쌓아올리는 돈의 높이가 높아가면서 오만과 편견에 물들어 갔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심술을 부리며 의기양양해 한다. 겉으로는 오기를 부리며 으스댔지만 속내는 조급증에 빠져들어 초조하게 허우적거리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엿볼 수 있었다. 영문 모를 돈을 움켜쥐고부터는 남들이 열심히 사는 꼴을 못 보고 뒤에서 얼토당토않은 귓속말을 늘어놓았다. 돈을 언제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말을 하여 몇 사람을 감동시켰다. 말과는 다르게 점점 더 돈에 대한 탐욕이 커다는 그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그가 가진 돈은 떳떳치 못한 돈이라는 짐작이 갔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하지만, 그런 돈으로 자선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갔다. 나중에야, 그 분야에서 '뇌물 네고시에이터'라는 입소문이 났는데, 그 동료가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가 되어 그를 교화 받게 만들었다. 풀려나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는커녕 더욱 돈에 걸신이 들려 일그러진 행색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피해가지 못하는 하고 많은 불행은 대부분 스스로 짊어진 탐욕과 원망의 보따리에서 비롯되기 쉽다. 옛말에 "부귀공명이 사라지는 길을 직접 따라가서, 그 결말을 지켜보면, 탐욕이 저절로 가벼워진다.(功名富貴 直從滅處, 觀究竟 則貪戀自輕.)" 또 "횡역(橫逆, 도리에 어긋나는 행실)과 곤궁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직접 따라가서 유래를 따져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橫逆困窮 直從起處, 究由來 則怨尤自息. 채근담)"하였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탐욕에서 벗어나 인간의 도리에 충실해야 진정한 행복이 기다린다는 말이다.

2022-12-01 09:54:0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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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 쉬운경제] 더 기울어지는 경제패권

세계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이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이연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고금리의 부작용으로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같은 준기축통화의 신뢰도는 점점 희미해지며 기축통화 패권은 달러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원인을 제공하는 모양새가 엿보이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인플레이션 초기단계부터 각국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금리인상 명분을 쌓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물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발언을 끊임없이 반복하였다. 고위전문가들의 지나친 떠벌림효과(profess effect)로 부지불식간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키워가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이연시키는 부작용이 벌어졌다. 가격을 올릴 까닭이 하등 없는 상품도 남들이 값을 올리자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광경이 벌어졌다. 다음, 2020년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은 경기활황에 따른 수요초과라기보다는 공급망 교란에 따라 총공급이 감소하는 비용인상(cost push)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허겁지겁 초고금리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을 키워갔다. 물가를 낮추려는 초고금리가 생산원가를 급격하게 높여 오히려 물가를 자극하는 셈이다. 미국의 공격적 고금리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하는 나라들은 신용경색, 경기침체 나아가 경제위기 가능성으로 노심초사해야 하는 지경이다.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이탈, 물가불안 영향을 살피느라 자국경제 여건과 어긋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통화정책 관계자들은 자국의 경제동향을 살펴보기보다 FED의 점도표 분석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거시경제 현상에 크게 어긋나는 고금리 정책으로 자국인들이 자국경제가 신음하는 모습을 모르는 척해야 하는 처지다. 개방경제 체제, 세계화 시대에 유일한 기축통화가 되어가는 달러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1980년대 초반과 2008년에도 미국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한 결과 오히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치를 굳히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지금까지 미국에 협력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대하여 타격을 입히고 있다. 세계경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제패권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위기 원인을 제공한 최강대국은 기초체질 개선 없이 더 강해지고 기타 국가는 더 약해지는 비정상이 벌어진 셈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기타 국가의 통화가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는 운동장에서는 뜻밖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더 빈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한눈팔지 말고 미리부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2022-11-20 20:28:3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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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의리와 배신 사이에서

세간의 화제가 된 유명인사가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이 "그 세계에는 의리가 없다"고 실토하였다. 아마도,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의리'처럼 줄기차게 유행한 헛소리도 없을게다. 물정모르는 동네 조무래기들도 툭하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자"며 패싸움을 벌렸다. 심술궂은 대가리는 미운 놈을 까닭 없이 '의리 없는 놈'으로 찍어 바보로 만들어 고개를 못 들게 하였다. 목청껏 의리를 외칠수록 나중까지 '의리'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옳고 그름 이전에 그저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오염된 세상에서 행실과 달리 입으로만 의리를 외치기 때문 아닐까? 오래전에 유난히 의리를 강조하는 자가 주변에 있었다. 나는 '주먹도 아닌데 그 자는 부동자세로 "이 다음 형님이 돌아가시면 무덤 주변에 측백나무를 심겠습니다."라고 몇 번이나 맹서했다. 죽은 후에도 변치 않고 모시겠다며 내 속에 숨겨진 허영심을 자극한 셈이다. 의가 직언을 하여 옳은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라면, 맹목적 충성은 아첨과 다름없어 듣는 이의 판단을 그르친다. 백범은 마음이 올곧지 못해 왔다 갔다 하는 무항배(無恒輩)들은 가치의 기준과 행실이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다. 이역 땅에서 독립운동가가 되었다가 금방 밀정으로 변하여 종잡을 수 없는 무리라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의리(ぎり,기리)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의 도리가 아닌, 계약이나 법률 같은 겉으로의 의무를 뜻한다. 베네딕트(R. Benedict)는 일본사회의 의식구조를 분석한 '국화와 칼'에서 그들은 의형, 의부, 의모에 대한 (마음에 없는)의무를 소홀히 하다가 "기리 없는 자"가 됨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기리를 너무 강조하다가는 이중인격을 조장할 수 있다는 뜻이렷다. 의리라는 말은 조선후기까지 별로 쓰이지 않다가 식민지시대에 야쿠자 문화가 퍼지면서 본래의 의(義)와는 본질이 다르게 대유행하게 되었다. 기리가 패거리의리가 되어 끄나풀들이 '가짜형님'앞에서 소리 높여 의리를 외쳤다. 그들 대부분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속담을 실천해 보인다. 맹자는 사단칠정(四端七情) 중에서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의의 실마리라고 하였다(羞惡之心 義之端也, 公孫丑 장구상6). 올바르지 않음을 거부하는 마음이 쌓여 덕(德)이 형성된다. 정조임금은 의가 바로 선 뒤에야 통치의 도가 행해지는 법이라며 "조정 벼슬아치들에게 한결같은 뜻이 없다"며 개탄했다. 욕심만 가득하여 지켜야 할 도리는 지키지 않고 입으로만 인의예지를 뇌까리니 의가 바로 서지 못하여 나라의 기반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진리도 변한다고 하지만 진실은 하나임을 생각할 때, 의는 변하지 않는 진실을 지키려는 인간의 도리라 할 수 있다. 의는 사람이 가야할 올바른 도리와 진실이라면, 그들만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패거리의리는 세력판도와 먹잇감에 따라 그때그때 구겨지고 찢어지는 거래관계다. 하수인들이 맹목적 추종을 요구받는 동시에 반대급부로 신변을 보호받는 가짜의리와 의(義)는 처음부터 다르다. 의가 없는 세상에서는 그저 강자에게 빌붙어 부화뇌동하려는 인사들이 준동하기 마련이다. 진실을 말하고 비리를 지적하는 사람을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 찍으려든다. 그런 관계가 형성되면서 허위가 진실을 구축하는 위선사회가 되어 갖가지 사회악이 번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의리와 비리를 혼동하다가는 배신이 넘치는 세상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의의 바탕은 진실이다.

2022-10-27 09:24:18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