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중전회 ⓛ] 공산당 창건 100주년 샤오캉 약속, 시진핑 '성장률 딜레마'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공산당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악화된 경제 여건을 참작해 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선택할까, 아니면 완전한 샤오캉(중산층 수준의 생활) 사회 건설을 위해 무리라도 해야할까. 중국 공산당이 성장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제 18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이하 5중전회)가 4일 동안의 일정으로 26일 개막했다. 이번 5중전회의 핵심의제는 2016년부터 5년 동안의 경제운영 방향을 담은 13·5규획(13차 5개년 계획)을 확정하는 일이다. 최근 증시 사태에 이어 경제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전세계는 5중전회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가 가장 큰 관심 사안이다. 경기 부양책 등 관련 정책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이번 5중전회가 특히 중요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1년까지 완전한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공산당의 권위는 타격을 받게 된다. 2010년 17기 5중전회는 12·5규획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7%를 제시했다. 이후 성장률 7%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선이 돼 왔다. 이른바 '바오치'(성장률 7% 유지)이다. 이는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당권을 쥐게 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현재 지도부가 이 선을 사수하기 위해 고심해 온 이유였다. 특히 시 주석은 당권을 쥐는 순간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완전한 샤오캉 사회 건설 약속이었다. 샤오캉 사회 건설은 거의 30년전부터 중국인의 꿈이었다. 실용노선을 내걸며 정권을 장악한 덩사오핑은 1987년 원빠오(기본적 의식주 해결), 샤오캉, 따퉁(태평성대)으로 이어지는 3단계 발전론을 제시했다. 따퉁이 이상적 목표라면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최고치는 샤오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은 원빠오 단계를 지나 샤오캉 완성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증시 사태 이후 중국은 바닥부터 흔들렸다. 외부에서 중국의 경제 실체를 의심했고, 국가통계마저 노골적인 불신을 받았다. 최근 중국 당국이 3분기 경제성장률을 7%대 아래인 6.9%로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불신 당했다. 외부에서는 5중전회에 현실적인 결정을 하라고 여론몰이 중이다. 5중전회를 앞두고 외신들 대부분이 6%대 성장률이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6.5%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내놨다. 시진핑 지도부 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리커창 총리는 "우리는 7% 성장률을 사수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 대신 경제운행이 합리적 구간에서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외부 일각에서는 5중전회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낮추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률 목표를 낮출 경우 완전한 샤오캉 사회 건설이 힘들다는 게 문제다. 홍콩 명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연평균 6.5% 성장으로도 GDP 2배 달성이 가능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2배 달성을 위해서는 7.1%의 성장률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2010년 기준으로 샤오캉 사회의 기준은 GDP가 3000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 1만8000 위안이고 농촌가정의 수입이 8000위안은 넘어야 한다. 경제발전에 따라 샤오캉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은 더 상향된다. 5중전회가 열리는 상황에서도 중국 내 샤오캉 사회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칭화대 후안강 국정 연구원장은 신화통신에 "완전한 샤오캉 사회 건설은 13·5규획의 절대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화통신은 "13·5규획은 새 지도부(시진핑 지도부)에서 제정하는 첫 5개년 계획으로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는 100년 목표의 달성과 관련되기 때문에 그 무게는 가히 가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2012년 당권을 쥔 뒤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5개년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완전한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뒤집는 결정을 할 경우 반대파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증시 사태 와중에 베이징의 공산당 내부에서는 반대파의 노골적인 반감이 표출되고, 외신을 통해 고스란히 전파되기도 했다. 5중전회를 앞두고도 당내 반대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처럼 경제성장률 목표를 정하는 일은 경제적인 현실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고려까지 뒤섞인 복잡한 일이다. 현재 5중전회는 베이징 시내 모처의 호텔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최고권력자 300여명(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여기서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설전의 구체적인 결과는 내년 3월 전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려야 공개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권력의 핵심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폐회기간 중 당대회의 결의를 집행하고 당의 모든 활동을 지도한다. 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부를 선출하고 대내외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주석과 군사력을 통솔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추천한다. 위원장격인 총서기, 중앙위원, 후보위원 등 300여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5년이다. 당대회에서 선출한다. 매년 한두 차례 열리는 전체회의는 '중전회'로 불리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공산당의 3대 정치행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