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대국 중국과 FTA
우리나라 경제 영토가 세계 3번째 규모로 커졌다. 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까지 타결하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3.2%와 자유무역을 하는 'FTA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뉴질랜드, 베트남과 각각 벌이는 FTA 협상도 연내 타결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경제 영토의 80% 돌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한·중 FTA 30개월만에 타결=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세부사안의 협상을 마무리한 뒤 국회비준 동의를 거쳐 내년초 FTA를 발효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한중 FTA가 2년여만의 협상 끝에 드디어 핵심사안에 합의,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질적 타결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서명·발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22개 챕터 타결, 상품 90% 이상 개방=청와대가 밝힌 합의내용을 보면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챕터에서 FTA가 타결됐다. 상품의 경우 양국은 품목수 기준 90% 이상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품목수 91%, 수입액 85%(1371억 달러)를, 한국은 품목수 92%, 수입액 91%(736억 달러)를 각각 20년내에 관세철폐하기로 했다. 자동차는 양국 모두 양허제외됐으며 LCD(액정표시장치)의 경우 10년 철폐로 합의됐다. 농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합의됐다. 특히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합의됐다. ◆연간 관세 절감 54억 달러=중국과의 FTA가 타결되면서 우리나라의 FTA 상대국은 50개 국가로 늘어났다. 50개 국가의 GDP 총합은 전 세계 GDP의 73.2%에 달한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모두 FTA를 맺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칠레, 페루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경제영토 순위 역시 칠레(85.1%)와 페루(78.0%)에 이어 세계 3위다.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의 빗장이 풀리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FTA에 따른 자유화(관세 철폐)가 모두 이뤄지면 중국에 수출할 때 절감할 수 있는 관세가 연간 최대 54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미 FTA(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유럽(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다. 이에따라 철강(냉연·열연·도금강판), 석유화학(프로필렌·에틸렌)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을 비롯해 패션(의류·액세서리), 건강·웰빙제품, 생활가전(냉장고·에어컨·밥솥) 등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낮은 수준 타결 아쉬움 남겨=경제 전문가들도 이번 한·중FTA 타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3%를 교역에 의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 체결이 꼭 필요했다"며 "한·중FTA로 전체 GDP의 2∼3%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분야의 품목을 FTA 대상에서 빼면서 다소 낮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농수산물·공산품 간 민감품목 범위 설정을 놓고 이견을 보여 낮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다"며 "높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을 경우 물론 피해도 있겠지만 몇 배 이득을 더 볼 기회도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측면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