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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자영업자 봄 언제 오려나

올 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인 벚꽃 소식이 찾아왔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는 이번 주초 벚꽃이 만발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과 춘천, 강원 산골에서도 벚꽃이 개화되면서 전국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물들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봄 바람 한줄기가 아쉬운 봄인데도 벚꽃은 커녕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기미조차 없다. 그야말로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다. 봄은 왔으나 봄이 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작정 '거리 두기'가 2년 반 이상 지속됐다.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90% 이상이 매출이 줄었다. 가뜩이나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불황에 견딜 만한 기초 체력이 약한 현실에서 코로나19는 넘지 못할 장벽이 됐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보상엔 인색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빚의 악순환'에 빠졌다. 은행 대출로 버티다 은행이 막히면 카드 빚, 보험사 대출로 눈을 돌리고,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고금리 대부 업체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총액은 1027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이후 매 분기 10% 이상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 가구 중 필수 지출액 및 대출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더 많아 시간이 갈수록 궁핍해지는 '적자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영업 적자 가구는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70만 가구에서 지난해 말 77만8000 가구로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가구의 16.7%에 달한다. 자영업 적자 가구들의 금융회사 빚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에는 135조원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42조원 늘어난 177조원에 달하고 있다. 적자 가구 중 소득으로 생활비나 대출 이자를 1년 이상 조달할 수 없는 '유동성 위험 가구'만도 27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들 가구의 부채만 72조원에 이르고 있다.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와 상환 유예 연장을 당초 이달 말에서 올 9월 말까지 6개월 더 연장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4월 이후 4번째로, 지금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는 모두 합쳐서 139조 원이 넘는다. 또 정부는 윤석렬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조만간 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출 연장과 손실 보상 조치는 단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부도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그동안 희생을 강요받았던 자영업자에 대해 재정과 금융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자영업자의 경우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채권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들의 채권을 매입한 후 이자를 면제해주고,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차주는 임대료와 고정비용을 대출 원금에서 차감해주는 방법이다. 이를 제외한 남은 원리금은 차주에 따라 상환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만기 구조를 신축적으로 설계하는 방식 등도 도입해야 한다. 국내 취업자 2690만명 중 자영업자는 657만명으로 약 2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를 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2022-03-31 06:00:21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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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도심 주택공급의 원천은 재건축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주택공급 수단으로써의 재건축은 의미가 크다. 기존 주택 소유자의 매도는 거래 활성화의 효과가 있지만, 절대적 공급량의 증가는 아니다. 도시를 넓히는 택지개발의 경우 토지이용에 관한 확고한 명분과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신도시의 기반시설과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통상, 재건축은 기술의 발달로 구조가 개선되고 층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래된 아파트단지를 부수고 새로 짓는다면, 기존 소유자들에게 돌아갈 물량 외에도 일반분양물량과 장기임대주택등이 추가된다. 이는 순수하게 늘어나는 공급물량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고급 주거지역의 재건축이 막히면 그 영향은 조합원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원하는 서민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주택 공급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통해 제한된 택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최근 발표한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아파트 35층 층고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용도지역 체계도 전면 개편된다. 새 정부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 토지의 용도와 건물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던 용도지역제를 고쳐서 주거, 업무, 상업 등의 기능 구분을 없애고 하나의 건물안에 복합적으로 배치할수 있도록 했다. 사업성뿐만 아니라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30년 이상 된 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할 예정이다. 이에 2010년대 중반까지 지어졌던 용산구, 성동구 등의 고층 아파트가 다시 가능해진 만큼 빠른 시일에 신규 공급량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조합원 부담금은 줄고 강남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사실상 기존 도심의 유일한 주택 공급원으로서 재건축이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재건축 규제완화로 당장 기대되는 주택공급 효과는 다음과 같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60층대 설계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통과될 경우 현재 660세대에서 1441세대로 두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70년대 지어진 잠실주공 5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최고 50층까지 가능해지면서 기존 3930세대에서 6815세대 단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속에는 전체 세대수의 약 10%가량을 차지하는 공공주택들도 포함되어 있다. 목동 신시가지도 잠실과 유사한 개발 국면이다. 재건축 가능연한에 돌입한 14개 단지 중 1개 단지만이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속도가 붙고 종상향을 통해 사업성이 늘면 최대 4만여세대의 추가 공급 효과가 예상된다. 2400여세대의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경남아파트가 35층 제한으로 고작 일반분양 224세대를 공급 한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대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최근 고심 끝에 35층 단지를 조성한다는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이를 50층으로 수정하게 되면 기존 4424세대에서 최대 1만2000여세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 외 여의도의 준공 40~50년을 바라보는 16개 단지들,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등 다른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도 주목받고 있고, 당장 과열 논란에서 비켜서 있지만 노원구, 강북구 외 수도권 다수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향후 신규공급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은 분명 활성화될 것이지만 뒤늦게 뛰어드는 입장이라면 이에 대한 투자는 숙고해야 한다. 시장을 좀더 넓게 보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들썩이는 가운데에도, 신축아파트의 대량공급과 더불어 구옥의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장 양극화라고 볼수도 있지만 수도권 외곽에서는 현실적인 가격의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항상 규제가 풀리는 시기는 그동안의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호가에 휘둘리기 쉬운 때이다. 재건축 가격상승은 단순히 집값상승의 현상으로서가 아닌 주택공급의 청신호로 보아야 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3-30 10:06:4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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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나는 여전히 예맥족인가

안거리에 나갔다가 오랫만에 어떤 아줌마 한분을 봤다. 아줌마는 5년전에 생긴 마트를 들러 막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마트에는 일본 식자재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새 일본 식품이 새로 들어왔나. 하여간 세월에 장사 없구나'. 그녀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때는 20여년 전, 월드컵이 열리던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였다. 그 날 운동장에는 스크린이 펼쳐지고 멍석도 깔렸다. 중고등학생들은 잠실로 거리 응원을 나가고 청년 몇은 양평 고수부지로 떠나 운동장에는 주로 노년층과 주부들, 어린 아이들로 가득했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마을 부녀회가 장만한 삼겹살 구이, 순대국밥 등이 차려져 진칫날 같았다. 응원전에 동원된 풍물패 소리도 특별히 흥겨움을 더 했다. 축구 관람에 한참 빠져 있을 때 한 아줌마가 우리 앞에 순대 한 접시를 가져다 놓아줬다. 그러자 옆에 있는 마을 형님이 말했다. "일본 여자인데 내 친구랑 결혼해 학교 뒷편에 사는 분이야." 당시 나는 한국사람과 결혼한 일본 여자는 본 적도 들은 적이 없어 심하게 놀랐다. 중국 조선족이나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농촌총각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는 아닐테고…. 우리 아주머니들과 전혀 구별이 안 되는 것도 신기했다. '일본은 잘 사는 나라라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몹시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응원에 미쳐 더 이상 의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만 그 때 덧니가 보이던 그 아줌마는 똑똑히 기억한다. 하도 의아해서 말이다. 그게 끝이다. 인사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그런 아줌마를 다시 본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에도 인사를 나눈 적도 본 적도 없다. 그저 그때 운동장에서 한 번 봤다는 것이고, 그녀 또한 나를 기억할 리 없다. 헌데 여전히 이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건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얘기였다. 다만 다문화속에 '한국남자+일본여자' 조합이 없던 나로서는 아주 진한 인상만 남았을 뿐이다. 아시아마트도 별다른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마트지 작은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는다. 생긴지도 7, 8년 됐다. 그렇다고 아시아마트에 일본제품이 들어오기는 한 건가 들어가볼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안거리나 곤지암 시내를 활보하던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모두 떠나 요즘 마트는 썰렁했다. '그래도 일본 아줌마는 남았네.' 하지만 그 속에 전혀 변하지 않은 내 의식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휩쓸었다. 게다가 무슨 사회운동인양 지자체마다 각종 다문화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TV에서도 외국인들이 고정 출연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에게도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어떤 이들은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 다문화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그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 용어는 아니며 본질적으로는 혈통 따지는, 저급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오히려 차별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어릴 적 '튀기'니 '짬뽕'이니 하던 말의 변종이 '다문화'다. 지금 우리나라엔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섞여 살고 있다. 결혼 혹은 노동 등 여러 이유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즉, 다문화라는 용어는 이들과 우리 한족(韓族) 사이의 구분을 칭하는 말처럼 들린다. 여전히 외국인에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내가 오늘따라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제 다문화라고 칭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 정치, 문화예술에까지 스며들어 다양한 소통, 연결을 이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일본 아줌마에게 놀라고 있으니. 곧 코로나가 끝나면 여기도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쥬신계열의 예맥족으로 산단 말인가.

2022-03-29 08:14:3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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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아름다워야 할 뒷모습!

아름다워야 할 뒷모습 기나긴 겨울 뒤에 오는 봄이 그리 짧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추위 속에서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는가싶어 신기해하다가도 어느새 무성한 꽃잎이 바람에 흩어져 흩날리는 모습을 아쉬워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이형기, ‘낙화’ 중에서)고 노래했다. 이 시 구절은 마음을 청정하게 닦으려면 먼저 비워야 함을 강조했다고 해석하고 싶다. 성경에서도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수 있을 것이다(마태복음 5장 8절)”라고 가르친다. 하느님이나 부처님을 뵙는 영광에 다가가려면 마음 비우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함을 의미하지 아닐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성패가 시작되고 가려진다.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미련(未練)을 갖는 까닭은 어리석고 둔하여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는 미련함(stupidity) 때문이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지 못하게 하는 미련 때문에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고,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는 미련에 시달린다. 고수는 버려야 할 돌을 미련 없이 버리지만 하수는 쓸데없는 사석을 붙들고 스스로에게 몽니를 부리다가 귀한 돌을 놓쳐버리고 만다. 버려야 할지 움켜쥐어야 할지를 얼른 깨닫지 못하는 까닭은 헛된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는 때문이리라. 미련함에 미련이 따라다니다 보면 세상을 바로 볼 수가 없으니 갈팡질팡하며 부끄러운 줄 모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람이 목숨을 다하기 직전, 살아생전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지나간다”고 판단되는 의학계의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는 막바지에서 뉘우쳐 받자 안타까움만 남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지나가 버린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 가슴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신석초, ‘바라춤’ 에서)”고 한탄해봤자 뭣하겠는가? 미리부터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욕망이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리라. 미련과 미련함의 틈새에 갇히다보면 시야가 좁혀져 작은 것에 집착하게 되어 정작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치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아집과 자만에 사로잡혀 꽃이 피다가 지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게 되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많이 쌓을수록 버릴 것이 많은데도 탐욕과 무지로 말미암은 미련 때문에 더 욕심을 내다가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우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옛날의 그 집’ 에서)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세상 이치는 뒷모습을 보면 진정한 지도자와 정상모리배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백성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지도자는 후회 없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지만 저나 패거리의 이익에 치중했던 모리배는 마음을 놔버리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기가 쉽다. 마음은 누구나 선구자가 되고 싶으면서 행실은 모리배들처럼 하는 거물들이 많으니 어찌 아니 안타까운 일인가? 미련한 인간들이 욕망의 노예 상태를 벗어나 미련을 훨훨 털고 자유를 찾아가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2-03-28 16:28:1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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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창업 박람회 활용 5가지 노하우

이상헌 브랜드MA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 성공창업을 위한 4요소는 아이템, 자금, 입지그리고 창업자의 자질을 말한다. 특히 창업자들의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고객 서비스등 소위 실행력이 자영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은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에 대한 트랜드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그래서 더욱 어렵고 복잡한 창업을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그 중 창업 아이템은 늘 시대적 환경을 대변한다. 코로나19이후 밀키트, 배달, 무인, HMR, 로봇 등의 키워드가 창업시장의 대세로 작용하고 있다. 비대면적 소비지향이 만들어낸 소비트랜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창업 아이템은 이렇듯 시대상황적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창업은 평균 38개월 이상을 운영하는 중장기적 사업의 범위임에 따라 유행하는 아이템들의 지속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최근 창업시장에 기지개를 커는 각종창업 박람회가 여러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2022년의 창업박람회 키워드는 로봇활용, 무인점포, 건강&안전, 밀키트의 쇠락, 온라인영업으로 대변할 수 있다. 작년과는 다르게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다양한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코로나19의 여파로 조심스럽게 창업정보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브랜드마다 가진 차별적 경쟁력을 현실 창업 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인지의 판단하는 일은 창업자의 몫이다. 따라서 창업박람회 참관시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아이템의 유행주기(PLC)를 분석하라.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어렵다고 한다. 수익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은 아이템을 서비스 받는 표적고객들의 소비성향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 보통의 아이템의 회전주기는 37.5개월 정도다. 창업자가 37.5개월 동안 매장 운영을 하면 고객들로부터 서서히 외면 받는 올드한 아이템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그 만큼 유행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한계에 부딪힌다. 창업시장에서 좋은 아이템이란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즉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둘째, 기존 가맹점들의 수익성을 반드시 파악하라.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수익성이다. 본사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이 실 수익률인지 점검해야 한다. 수익률은 원부재료율과 원가율을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 적정 마진률을 담보하는 원가률 확보가 창업 시 수익성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통한 실질적 본사지원과 수익성을 꼼꼼히 집어봐야 한다. 셋째, 아이템보다 본부의 경쟁력을 분석하라. 창업 아이템은 창업 시 중요하다. 하지만 성공창업을 위해선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 경쟁력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원재료, 소스, 판매 방법, 조리법, 지원제도,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지원내용, 마진률, R&D 능력, 물류 공급체계 등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확인해야만 우수한 아이템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본사의 역할과 전문성,지원시스템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필수다. 넷째, 박람회에서 실시하는 창업 특강을 적극 활용하라. 창업 박람회에는 창업에 도움이 되는 창업 특강을 실시한다. 창업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강사가 창업 시 고려해야 할 점검사항이나 수익성을 위한 준비사항 우수 아이템 선별 전략 등 다양한 주제로 많은 정보를 준다. 창업자 입장에선 반드시 경청해야 하는 강의다. 다섯째, 반드시 업체와 직접 상담해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알고 싶은 아이템이나 브랜드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서 자세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람회장에서 수거한 프로그램과 전단지로 아이템과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실패가 예견되는 최악의 행동이다. 창업은 전쟁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본사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창업박람회는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아이템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다만 옥석을 가르는 능력은 창업자들의 몫이다./프랜차이즈 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3-28 14:50:4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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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해독 본초 '미나리'

영화 <미나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도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건강하게 해 줘." 낯선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의 제목처럼 미나리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본초이다. 특히 어디에서나 잘 자라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독성을 풀어주는 해독 작용이 뛰어나 훌륭한 해독제로 사용되어 왔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수백 가지의 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각종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는 가공 식품 등을 통해서도 우리 몸속에 수많은 독성 물질들이 유입된다. 이런 물질들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혈액을 오염시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하며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다양한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해독 기관인 간의 피로를 풀어주고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간 기능을 북돋아주는 것이 미나리다. 그래서 평소 술을 많이 마셔서 술독을 푸느라 늘 컨디션이 저하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좋다. 마찬가지로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공기 오염에 많이 노출되어 기관지나 폐에 노폐물이 많이 쌓이면 호흡기에 과부하가 걸리고 기능이 저하된다. 이때도 해독 본초인 미나리가 폐나 기관지 보호에 좋다. 생선 요리를 할 때 미나리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역시 혹시 모를 음식의 독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향이 독특한 미나리는 봄철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한다고 하지만 따뜻한 기운에 우리 몸은 나른해지고 피로가 오히려 더 늘어난다. 그럴 때는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비타민 풍부한 미나리를 자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 이루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자주 화가 나고 머리가 아플 때에도 미나리가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 찬 성질을 가진 미나리는 위로 상승하는 뜨거운 기운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화가 치밀어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흥분된 상태일 때 열을 식히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2022-03-28 05:49:1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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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현존액주의와 연대보증인의 책임 범위 및 변제자대위 행사 가부

박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주채무자인 A회사가 회생을 신청해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회생계획에서 채권자 B회사의 채권 중 30%만 현금 변제되는 것으로 정해지자, 채권자 B회사는 연대보증인인 C씨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 채권의 90%를 변제한 C씨가 자신이 변제한 90%의 한도 내에서 채권자 B회사를 대신해 A회사의 회생절차 내에서 대신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게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주채무자 A회사의 회생 절차가 진행돼 실제로 채권자인 B회사가 주채무자 A회사로부터 30%만 현금 변제를 받는 것으로 권리가 변동되더라도, 연대보증인 C씨에 대해서는 주채무의 100% 전액에 대해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연대보증인 C씨 역시 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 일반 민법에서는 연대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변제받은 채권자의 채권 및 그 부수 권리가 연대보증인에게 이전되도록 해 연대보증인이 자신이 변제한 채무를 주채무자에게 용이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민법 480조, 481조). 그렇다면 연대보증인 C씨가 회생 계획에서 정하고 있는 변제율 30%를 훨씬 상회하는 90%의 채무를 B회사에 변제한 경우, B회사를 대신해 A의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채권의 100%(이자 포함)를 변제한 자만이 회생절차 내에서 기존 채권자를 대신해 채권자가 가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08423 판결 참조). 즉, 연대보증인 C씨가 자신이 연대보증한 주채무자 A회사의 채무 전액(이자 포함)을 변제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생계획에 따라 A회사가 B회사에 변제해야 하는 채무(주채무의 30%) 그 이상을 훨씬 상회해 변제했다고 하더라도 회생절차 내에서 B회사가 가지는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C씨가 90%의 채무를 변제했더라도 B회사는 여전히 A회사의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인정된 채권 전액에 대해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채무자회생법 126조에서 나타내고 있는 '현존액주의'에서 기인한다. 현존액주의란 '채권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될 때를 기준으로 해 그 때에 주장할 수 있는 채권액을 갖고 회생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는 연대보증인인 C씨가 B회사에 대해 채권의 대부분을 변제함으로써 B회사가 채권에 대한 충분한 만족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실제로는 연대보증인으로부터 일부 변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회생절차에 참여해 변제 받게 되는 채권액은 본래 채권 전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따라 최대한 채권자의 책임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자에 대한 권리 보호와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 도모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일반 민법, 상법과는 다른 특유의 원칙과 법리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상 권리 구조에 익숙지 않은 일반 당사자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거나 대처에 미흡한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한다.

2022-03-27 08:54:5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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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2>당신의 와인 MBTI는

"분명 'I(내향형)'는 아닐테고, 'E(외향형)'겠지. 어딜봐서 'P(인식형)'야. 쟤 저번에 여행 계획을 엑셀로 만들고 있더라. 백프로 'J(판단형)'야." 시대가 바뀌니 사람 성격을 가늠해보는 잣대도 달라졌다. 예전같음 "넌 그냥 딱 B형이야" 한 마디면 끝날 것을 지난 과거사까지 요모조모 뜯어내가며 결국엔 알파벳 4개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성격 유형 테스트로 알려진 MBTI(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지표)다. 성격에 따라 와인 선호도도 다를까. 아닌게 아니라 성격을 보면 와인 취향이 보이긴 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왠지 화이트 와인보단 레드 와인을 선호할 것 같다던지, 복합적인 보르도 블렌딩보다는 존재감이 뚜렷한 단일 품종 와인을 마시겠지 싶은 거다. 일반인들보다는 와인을 좀 더 잘 알지않냐는 성화에 가는 자리마다 와인 고르는 역할을 담당해서 그럴 수도 있다. 모임 참석자들을 한 번씩 둘러보면 이날은 적어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와인은 시키지 말아야 겠다거나, 아니면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하면 무난하겠다는 등의 감이 잡힌다. 자신의 MBTI와 와인수입사들이 재미로 내놓은 와인 MBTI로 '취향저격' 와인이 뭔지 조합해 볼 수도 있다. 먼저 MBTI 결과는 'ESTJ(엄격한 관리자)'다. 외향형과 감각형, 사고형, 판단형의 조합이다. 사물이나 사람을 관리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관리자형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의 '나의 와인 MBTI 성향찾기'에선 '균형감과 맛 모두 내 꺼, 와인 완벽주의자'가 나왔다. 엄격한 관리자와 먼가 통하긴 통한다. 설명을 보자. 미식의 균형감과 궁합을 중요하게 여겨 음식을 먹어도 각 재료와의 궁합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을 경우 맛, 서비스, 비주얼이 다 좋아도 메뉴 간 조화롭지 못했다면 실패작이라 생각한다. 와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설적인 와인 스타일보다는 와인 한 병에 담겨진 아로마, 오픈 후 시간차, 온도, 음식 메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복합미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 추천된 와인으로는 화이트는 꽃 향기가 살아있는 프랑스 샤블리가, 레드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미국 워싱턴의 프리미엄 메를로 와인이다. 와인 완벽주의자를 표방한 만큼 두 말할 나위없이 마음에 든다. 나라셀라가 콘텐츠업체인 '방구석연구소'와 같이 기획한 '와인 MBTI 신 테스트'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신, 포세이돈'으로 나왔다. 엄격한 관리자와 와인 완벽주의자에 이어 완벽을 추구하는 신이 됐다. 역시 성격은 속일 수 없다. 좋아할 만한 추천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메를로 와인이다. 특유의 벨벳과 같은 질감과 함께 나파밸리 토양의 응집력이 더해지면서 신세계 메를로 와인의 기준이 된 와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와인 캐릭터는 무엇일까. 좋은 취향을 타고난 와인 미식가인지, 선택에 신중한 와인 탐구자인지. 아니면 고급 샴페인이 어울릴 아르테미스 신이나 숙성 포트와인이 어울릴 아폴로 신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무게를 잡고 앉아 한 마디 안하던 분이 'ESFP(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가 나와 모두를 웃게 한 것처럼 보수주의자로 보였던 이가 오렌지 와인이나 우루과이 와인을 꺼내들 수도 있다.

2022-03-24 13:42: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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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8>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1956년)

고승은 왜 고양이를 베었고, 금각사는 어떻게 불타올랐나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1925~70년)의 '금각사'는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50년대 중반에 나온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소위 말하는 팩션은 아니다. 흔히 이 책에 탐미주의 혹은 유미주의라는 단어를 결부하는데, 그러한 평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인간 본연의 불안을 유려한 언어로 그려낸 탐미주의 문학의 절정"이란 평에서 '인간 본연의 불안'에 동의하고 '유려한 언어'에도 동의하지만, 절정은 논외로 하고 탐미주의 문학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차라리 리얼리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양보해서 탐미주의와 리얼리즘의 종합 정도? ◆점령기 일본의 '가냘픈 로맨티시즘' 작가와 작가의 시대를 살펴보자. 먼저 미시마가 동성애적 성향에서 양성적인 성격의 남성성으로 넘어가며 조금 마초적으로 자기 몸을 개조하던 시기에 '금각사'를 썼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설의 배경은 발표 연대에 조금 앞선 미국의 일본 점령시기이다. 일본의 공식적인 역사에 미군 점령기가 표기된다. 점령으로 인해 정체(政體) 자체가 외국군에 넘어간 상태로 공식적으로 기록되며 일본뿐 아니라 독일도 그렇다. 한국은 애매하게 미군정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점령군으로 진주한 외국군에 의한 군정과 박정희 군부 쿠데타에 의한 군정 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미군정기란 명명은 반영하지 못한다. 소설로 돌아가면, 작가의 개인적인 전환과 작가가 살아가는 일본 사회의 전환이 맞물려 있다. 두 전환이 배면에 깔려 있어서 사소설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금각사'는 시대의 아픔을 매우 강하게 노정하기에 사회적 소설에 가깝다. 박경리가 일본 문화를 비판하며 사용한 "가냘픈 로맨티시즘"이란 것이 관점에 따라 '금각사'에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싶다. 만일 이 소설에서 얄팍한 로맨티시즘이란 것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아마 표층에 있을 것이다. 그 아래로 전환기의 패전국가 국민이 갖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존재의 위기, 절망이 강하게 우러나온다. 탐미주의나 유미주의가 되려면 작용원리상 사회성이 없어야 하고, 소설로는 어느 정도 사소설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데, '금각사'는 사회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소설 '금각사'에는 접대부로 보이는 어느 여성이 절에 찾아온 장면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동행한 미군은 자신의 아이를 밴 그 일본인 접대부 여성의 배를 밟으라고 주인공 미조구치를 강제한다. 점령군에게 능욕당한 동족의 아이라는, 임신하지 말아야 할 태중 아이가 하나 등장하고, 능욕당한 여인은 그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만, 능욕한 미군은 그 아이를 낙태하기를 원하고, 미군의 겁박을 받은 미조구치가 여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배 속 아이를 낙태시키는 역할을 순순히 받아들여 수행한다. 실제로 아이는 낙태된다. 거기서 표출되는 주인공의 절대 무력감과 자기 학대, 그리고 그러한 일을 가능케 한 시대에 대한 통한은 한눈에 드러난다. 점령군의 아이를 낳으려다 저지당한 일본인 접대부의 처지는 더 헤아리기 힘들다. 미시마가 그려낸 당시 시대상이다. 이러한 불모성, 사산으로 상징되는 시대 막바지의 느낌은 미군의 아이를 밴 창녀라는 타자의 개입을 통한 현상으로 우러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된다. 주인공의 두 친구 쓰루카와와 가시와기의 두 개 시선으로 포착한 여염집 여성인 꽃꽂이 선생. 쓰루카와에게 이 여자는 저 멀리서 바라보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가시와기에게는 성적 방종의 천박한 화신으로 바뀌게 된다. 미조구치가 같은 인물을 두 가지 프리즘을 통해 인식하는 장면에 낙태가 또 등장한다. 정확히는 사산이다. 일본 군인 즉, 패전군인 남편의 아이를 사산한다. 두 사건을 비교해보면, 창녀를 임신시킨 건 미군이었고, 꽃꽂이 선생을 임신케 한 정자 제공자는 일본군이자 법률상 배우자였다. 일본군 남편의 아이를 잉태한 단아한 일본 여성은 창녀와 당연히 대조된다. 창녀가 아닌 여성이 일본인의 아이를 잉태하지만 그 아이를 사산하고, 그 일본 여성은 결국 창녀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창녀였던 일본 여성은 미군 점령군의 아이를 배었다가 또 다른 일본인의 방조 하에 사산이 아니라 강제로 낙태를 당한다. 이 풍경에는 일본군과 미군, 그리고 사산과 낙태라는 대구가 놓인다. 기본적으로 시대의 비극이 있고, 주인공이 모색하는 인생의 침로와 가치에 관한 갈등이 쭉 이어진다. 여성과 미(美)가 중요한 흐름이며 둘이 중첩되기도 한다. 미가 그나마 조금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여성은 혐오적인 특성을 대변한다. ◆여성혐오와 시대의 아픔 여성 혐오적인 시각은 어머니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성이 대체로 창녀와 연관된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지켜내지 못한 남성들이 그려진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오쟁이 진 남성으로, 좁은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아내의 불륜을 감내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식이 못 보게 하는 정도밖에 없다. 그나마 아버지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느낌이 있다. 가부장제에서 자신 테두리의 여성을 지키지 못한 남성이 느끼는 사적인 무력감과 패전국 국민이 느끼는 공적인 열패감이 겹쳐진다. 소설에 나오는 여성은 거의 다 창녀의 유형으로 환원된다. 미조구치의 성적 체험 또한 궤를 같이한다. 창녀가 아닌 여자와는 모두 실패하고 창녀하고만 성적 관계를 맺는다. 꽃꽂이 선생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이 우이코이다. 말하자면 사쿠라 꽃 같은 느낌의 여성인 우이코는 사랑한 남자를 배신하고, 배신하며 같이 죽는다. 배신인지 결과적인 동반 자살인지 모호하지만, 아마 두 가지가 섞여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창녀가 아니면서 유일하게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우이코다. 다만 주체로 선택한 건 죽음이었다. 사회적인 배경이 깔린 가운데 주인공이 삶의 행로를 찾는 과정에서는 쓰루카와와 가시와기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 쓰루카와에서는 동성애 느낌이 있고, 가시와기는 이성애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아름다움과 빛의 영역에 속한 쓰루카와가 자살함으로써 우이코와 비슷한 결말을 맞도록 한 데서 미시마에서 유미(唯美)보다는 비관을 읽게 된다. ◆고양이의 목숨을 끊다 소설의 배경이 절이다 보니 공안이 등장한다. 개인적인 영역에서 소설에 중요하게 등장시킨 오브제는 여성이고, 패전국가와 민족적 비애라는 거대담론은 금각사 및 공안과 연결된다. 선종의 '임제록'에 나오는 살불살조(殺佛殺祖)와 공안집 '무문관(無門關)'의 남천참묘(南泉斬猫)가 인용된다. 살불살조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뜻으로, 조사는 스님 중에 큰 스님, 한 종파의 비조가 된 사람을 일컫는다. 얼핏 죽인다는 데서 살불살조와 동일한 남천참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당대의 선승 남천보원(南泉普願)은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의 수행승들이 고양이를 두고 다투고 있으므로 그 고양이를 잡아들고 말했다. "그대들이여. 무엇인가 한 마디 말을 할 수만 있다면 고양이를 살려줄 테지만, 말할 수 없다면 베어버릴 것이다." 아무 말이 없자 남천은 고양이를 베어버렸다. 그날 밤 제자 조주(趙州)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남천이 낮의 일을 조주에게 말하자 조주는 바로 신발을 벗어 머리에 얹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천은 "만일 조주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고양이를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소설에서 살불살조와 남전참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모티브다. 고양이가 금각사와 연결되고, 고양이를 죽이는 게 금각사에 불 지르는 것과 연결되는 식으로, 남천참묘 공안에는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 고양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지만, 제자가 머리에 신발을 이고 나가는 모습을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이 살아야겠다고 하는 부분(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는데 실화의 결말과는 다르다)과 연결 지을 수는 없을까. 이 공안은 소설 전체를 끌고 가는 중요한 모티브다. 전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이 오브제처럼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공안이 던져지면서,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곤경의 탐색이 계속 뒤섞이며 병행한다. 주인공이 말 더듬이인 것은 개인의 삶을 사회와 거리를 두어 포괄적으로 성찰하는 장치로 설정됐다. 1인칭 시점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1인칭을 통해서 모종의 성장소설의 기능을 담당하고 존재론적인 탐구를 보여주면서, 황폐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1인칭으로 의미를 탐색하는 사람이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지를 그렸다. 일본 극우 인사인 미시마에 가진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건, 어느 시대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시대의 황폐함과 개인의 절망 간의 교차로에서 의미를 발굴하는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당시 시대 상황을 예민한 개인을 통해 보여주면서, 탈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탈출구를 찾는, 특정한 시대 속 예민한 개인의 사회적 실존과 개인적 실존을 모색한 리얼리즘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이 소설이 "살아야지"로 끝난 것에서 겉보기와 달리 희망의 끈을 아주 놓지는 않은 듯하다. /글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3-24 09:17:2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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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카이로스의 시간

#.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단어는 두가지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는 물리적인 시간,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 의식적으로 보낸 시간을 의미한다.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도 뜻한다. 작년 연말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대부분 정상이었지만 간 관련 수치가 안좋았다. 정상 수치를 크게 벗어났다. 검진표는 간 질환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먹고 나오는 곳 중에 나오는 곳에 문제가 생겼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했다. 수술은 간단했다. 하지만 6주간 '금주 명령'이 떨어졌다. 부작용을 막고 빠른 회복을 위해선 술을 멀리해야 한다는 의사의 논리였다. 군대 생활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술을 끊었다. 내겐 카이로스의 시간. 간을 보호하라는 신의 명령일지도. 웃픈(웃기지만 슬픈) 우연의 일치지만 간을 보호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술을 참아야 한다는 고통이 따랐다. 술과 함께했던 시간을 반추했다. 술 취한 나의 모습과 주사(酒邪)가 스쳤다.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를 꿈꾼 것은 아닐까. #. 지난 9일 우리나라에선 어느때 보다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초접전이란 예상 처럼 결과도 그랬다. 24만7000여표 차이. 표 차이 만큼 결과는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환호했고, 다른 쪽은 멘탈붕괴였다. 승리한 쪽은 포커페이스. 아슬아슬한 승리를 속으로 즐겼다. 기대치가 낮은 만큼 기저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꿈도 꾼다고. 반대쪽을 선택한 지인(자영업자)은 대선 이후 며칠 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 정신적 충격으로 집을 나갈 수 없었단다. 또 일부는 일상이 멍해졌다고 하소연 한다. 눈의 초점없이 걷는 사람이 됐다고 할까. 그만큼 이번 대선은 극과 극의 충격을 안긴 승부였다. 승자에겐 앞으로의 5년이 카이로스의 시간일 것이다. 절호의 기회이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기간이다. 이전과 다른 정책을 내놓고, 밀어 붙일 시간이다. '국민'을 볼모로 큰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자에겐 크로노스의 시간이자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 구간이다. 5년이란 크로노스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억지와 보복이 없는 세상을 기대할 뿐. #. 크로노스의 시간은 대부분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각자가 만들어 가야 한다. 또는 갑작스레 마주할 수도 있다. 주변의 사고와 죽음에서, 그리고 건강하던 몸에 탈이 났을 때도.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빼앗는 식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의 연속이 인생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크로노스냐 카이로스냐다.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자만하다간 큰 코 다친다. 국민의 심판은 엄중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년 후 총선(2024년 4월 10일)에서 민의가 결과에 반영될 것이 자명하다. 승리에 취해 밀어붙이다간 역풍을 맞는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로 신구 권력이 옥신각신 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지금 이사가 그렇게 중요할까.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행 중이고 물가상승 속 경제침체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가하게 이사갈 곳을 놓고 티격태격할 때인가. '오직 국민'이라 말하고 '고집대로 한다'면 국민은 돌아선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기가 있는 법. 산불이 번질 위기에 어디로 이사할 지가 관심사가 되어야 할까. 국민은 새 집이든 헌 집이든 상관치 않는다.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라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끝나길 바라고, 경제가 활력을 찾길 기대할 뿐.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3-24 06:00:08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