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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간을 보호하고 혈관 튼튼하게 하는 '갈근'

칡뿌리의 약재명은 '갈근'이다. 씁쓸하면서 단맛을 가지고 있는 갈근은 해독 효과가 강한 약재이다. 그래서 미세먼지, 중금속 같은 다양한 독성 물질들이 체내에 들어와서 쌓이는 것을 막아주며 혈액을 깨끗하게 유지시켜준다. 독성 물질의 해독을 돕는 갈근은 애주가나 흡연가들에게도 좋다. 갈근이 간을 보호하며 간의 해독 작용을 강화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후 나타나는 숙취 증상들을 다스려주며 간의 피로를 풀어준다. 마찬가지로 갈근은 폐와 기관지에 쌓이는 담배의 독성 물질을 억제한다.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고 정화해서 호흡기 면역력을 강화한다. 갈근에는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혈관의 노화를 방지하며 혈관에 쌓이는 혈전을 제거하기 때문에 혈액 순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혈관 건강이 걱정되는 중년을 비롯해서 20~30대라고 해도 혈압이나 혈당이 높은 경우에 혈관 건강에 갈근이 도움이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도 갈근이 효과적이다. 운동 부족이나 잘못된 자세 등으로 자주 근육이 뭉치거나 관절의 통증이 있는 경우,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등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하느라 다리, 어깨나 목이 자주 뭉치고 아픈 경우에 갈근차가 좋다. 감기로 온몸이 쑤시고 아플 때 갈근을 달여서 하루 1~2잔 정도 마시면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나 혈액 순환 등의 문제로 누구나 흔하게 겪을 수 있는 긴장성 두통의 해소에도 갈근이 좋다. 갈근은 갱년기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데 이는 칡 속에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갱년기가 되어 여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면 뼈가 약해지면서 골다공증 등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피로와 불면증이 생기거나 갑작스러운 짜증 등 감정 변화가 심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갈근처럼 천연 여성 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본초를 자주 먹게 되면 호르몬 감소로 발생하는 갱년기 증상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022-02-14 05:16: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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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 LAW] 데이터 무단 사용 금지 등 추가된 부정경쟁행위 살펴야

법무법인 바른 박상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제공 개정 부정경쟁방지법(법률 제18548호, 2021. 12. 7. 일부 개정된 것)이 오는 4월 20일 시행(아래 타목의 경우에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법은 '데이터의 부정한 사용' 및 '타인의 성명 등 인적식별표지의 무단 사용'을 새로운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데이터의 부정한 사용(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은 최근 제정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 기본법')의 위임에 따라 추가된 부정경쟁행위이다(데이터 기본법 제12조 제3항). 데이터 중 업(業)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즉, 불특정 다수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를 그 대상으로 한다. 위 '카'목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부정경쟁행위의 모습은 ▲접근권한이 없는 자가 절취·기망·부정접속 또는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는 행위 ▲데이터 보유자와의 계약관계 등에 따라 데이터에 접근권한이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데이터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데이터를 사용·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위 두 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의 보호를 위하여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장치 또는 그 장치의 부품을 제공·수입·수출·제조·양도·대여 또는 전송하거나 이를 양도·대여하기 위해 전시하는 행위이다. 기업이 보유하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는 회사의 핵심자산으로서 지속적으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위와 같이 다른 회사로부터 절취한 데이터의 사용 등이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됨에 따라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타인의 성명 등 인적식별표지의 무단 사용(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은 영미법상의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의 내용을 금지 규정의 형태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일부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인적식별표지')를 그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인적식별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위 '타'목의 규정만을 가지고 퍼블리시티권이 우리나라에도 완전히 도입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 규정의 신설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위 규정의 신설에 따라 인적식별표지에 대한 권리 행사 역시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02-13 07:48:5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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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6>발렌타인데이, 달콤쌉싸름한 사랑 한 잔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6>발렌타인데이, 달콤쌉싸름한 사랑 한 잔 발렌타인데이를 얘기하려면 로마 시대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로마 황제는 가족이 그리워 탈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인들에게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발렌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금지령을 어기고 결혼을 시켜준 사제의 이름이다. 황제의 명을 어겼다는 죄로 죽음을 당했고, 그 날이 바로 2월 14일이다. 사랑을 지켜주려다 순교한 날은 연인들의 축일이 됐고,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다. 고백의 마음이 담긴 초콜릿. 종류를 불문하고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게 초콜릿이지만 와인에게만은 쉽지 않은 상대다. 초콜릿의 진하고 강한 개성 때문이다. 와인을 자칫 잘못 골랐다가는 서로의 향을 죽이고, 쓴 맛만 남을 수도 있다. 가장 쉬운 해법은 초콜릿 보다 더 달달한 와인이다. 초콜릿 뿐만이 아니다. 어떤 디저트라도 와인이 더 달콤해야 씁쓸하거나 신맛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고로 쳐주는 스위트와인 중 하나는 귀부와인이다. 프랑스 소테른이나 바르삭, 독일의 베렌아우슬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등이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고 불리는 곰팡이로 인해 포도 안에 있는 수분은 날아가고 산이나 풍미, 당분은 더 농축된다. 두드러진 꿀 풍미에 이보다 더 우아한 달달함이 있을까 싶은 맛이다. 근데 이게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특정 자연 환경은 물론 날씨 등 조건이 까다롭다. 와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포도 한 그루가 필요할 때도 있다. 비싼 가격이 귀부와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같은 포도라도 건포도가 더 달다. 와인을 만들때도 그렇다. 프랑스의 방당주 타르티브(VT), 독일의 스패트레제(spatlese) 등은 일부러 포도를 늦게 수확해 만든 와인이다. 포도가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건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의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파시토 와인 등은 수확한 포도를 건조해 만든다. 달지 않아도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도 물론 있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숙성시키지 않아도 바로 마시기 좋은 드라이 레드와인은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과 어울릴 때가 있다. 달달함보다 쌉싸름한 맛이 더 도드라지는 초콜릿은 와인의 과일이나 바닐라, 초콜릿 맛을 배가시켜준다. 두번째 팁은 강한 개성의 초콜릿에 밀리지 않을 '센' 와인이다. 포트와인은 와인을 발효하는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와인이다. 알콜함량이 높은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으면서 발효를 멈추고, 결과적으로는 잔류 당분이 높아진다. 단맛이 강하고, 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진 포트와인은 초콜릿을 버틸 수 있는 무게를 지니게 된다. 마지막은 와인 고수들을 위한 팁. 와인과 초콜릿의 복합미를 최대한 활요하는 방안이다. 와인과 초콜릿 모두 선택에 따라 토피나 커피, 호두, 아몬드, 체리, 베리, 과일의 향이나 맛이 날 때가 있다. 테이블 위에 올릴 초콜릿의 가장 대표적인 맛이나 향에 근접한 와인을 고르면 된다.

2022-02-10 15:17: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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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공정과 2030세대

#. 설 연휴에 처가에 들러 식사를 했다. 그리고 하루 뒤 먼저 다녀간 조카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시차를 두고 처가에 들렀던 여러 가족에게 비상이 걸렸다. 집집마다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야 했다.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 아들이 먼저 자가진단을 했고, 음성이 나왔다. 다음은 내 차례. 걱정이 됐다. 혹시라도 양성일 경우 파급력이 크다. 주저했다. 그러나 아들은 단호했다. 아빠도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공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자식에겐 자가진단을 강요하고 부모는 머뭇거리냐는 것. 결국 아내와 함께 검사를 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그제서야 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갓 스무살이 된 녀석이 '공정'을 얘기한다. 이것이 '이대남'의 모습인가 싶다. 20대 남성들은 정치인을 '음식점' 처럼 여긴다고 한다. 맛이나 가격 등 마음에 들면 단골이 되지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단골이라고 소홀히 대하면 바로 돌아선단다. 또 단골 음식점에 불만이 생기면 곧바로 다른 음식점을 찾는다. 젠더갈등으로 '착한 남자 코스프레'에 지친 그들의 역습은 부모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 2030세대에게 '공정'은 민감한 화두다. 일각에선 공정을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에 승복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입사 시험과정이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가 지켜진다면 그 시험에 떨어져도 억울해 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30세대 일부가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계기도 공정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전환 문제와 '조국 사태'였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의 경우 서로 다른 시험과 과정을 통해 입사한 사람들을 조건없이 동일시 한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우리편이든, 남의편이든 룰을 어기면 똑같이 책임을 지거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우리편이니까 룰을 어겨도 된다는 생각은 누가 생각해도 정의롭지 않다. 과거 진보의 편에 서 있던 일부 젊은이들은 진보정권의 '내로남불'과 뒤늦은 반성에 실망했다. 집값은 또 어떤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5억, 10억짜리 집을 10억, 20억으로 만들었다. 현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젊은이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그래도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른 집값을 싫어하는 집주인은 없을 터. 그만큼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 20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은 2030세대에 공을 들인다. 2030세대는 대한민국의 현재이자 미래다. 잡아야 하는 표심이다. 3월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20(18·19세 포함)∼30대 유권자 비중은 전체의 32% 정도다. 40∼50대(38%)보다는 적고, 60대 이상(29%)보다는 많다. 그들의 표심이 선거 막판에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40~50대는 이재명 후보를,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유력 후보들이 2030세대에게 애원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까지 그들의 표심이 살아서 꿈틀꿈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누가 더 공정하고,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 누구에게 투표할 지 결정하지 못한 '스윙보터'를 잡는 후보는 누가될까. 그 사람이 청와대의 새 주인이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2-10 06:00:2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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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실재와 가상현실(VR)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실재(實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인간의 질문은 '실존(實存) 경험'이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물질은 실재하는가? 인간의 경험은 실존적인 경험인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답하기 쉽지 않다. 물리학에서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도달하는 것이 더 쪼갤 수 없는 알갱이일 것이라고 상상했고 그것을 우리의 조상들은 '원자'라고 했다. 그래서 근대의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갰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그 쪼깨고 쪼갠 것이 입자가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로 만들어진 파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어떤 자연 현상에서는 상상하던 바로 그 입자라는 성질도 관찰되었다. 그런데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한 그 어떤 것의 차이가 놀랍게도 우리와 무관하게 항상 저 밖에 존재하는 달과 달리 어떤 무엇이-인간만이 아닌 측정도구까지- 관찰할 때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자인 보어는 그냥 천재적으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려고 하기보다 그냥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존재가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확률이라는 알 듯 말 듯한 개념으로 정리해버렸다. 그걸 불확정석 원리라고 한다. 이후 과학자들은 완전한 진공에서 얼마만한 숫자의 입자로 측정하면 파동의 성질이 입자의 성질로 바뀌는지 야금야금 그 크기를 키워가면서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실재가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는 실체로서가 아닌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이란 얘기다. 물질에 대해서 그렇다고 하자. 그럼 우리가 존재하고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경험하는 실존이란 또 무엇인가? 이러한 철학적 질문의 시작은 사실 오래되었다. 그러나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철학적 이론들이 있었다. 다만,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연구가 다소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모두 일종의 이야기로써 언급되었지만 역시 현대의 다양한 과학적 연구들이 이에 대한 간접적인 그러나 다소 SF같은 몇 개의 답들을 내어 놓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이론들 중 하나가 '물통속의 뇌'이다. 이 이론은 '메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예를 볼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경험하는 경험들이 일종의 경험하고 있다는 가상현실에서의 착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어떤 장치에 연결된 물통 안에 있는 뇌이며 이 뇌는 누군가가 제시하는 전기 자극에 의해 경험되고 있는 것처럼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그 꿈의 실재성을 경험하듯이 말이다-물론 자각몽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물통이든 아니든 우리의 경험은 그 자체가 실체적인 것이다. 아마도 이것을 그냥 실존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런 오래된 논쟁을 다시 언급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이 물통 속에 있는 뇌의 경험이 이제 이론이나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전자적 자극의 처리와 연관된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에서 다시 실현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굴이라는 물질적인 한계를 벗어나 궁극적으로 영원한 진실의 세계로 가려던 플라톤의 욕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동굴을 벗어나서 이데아의 밝은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동굴 안에서 다른 동굴을 만들어 궁극적 영원한 가상의 진실 세계로 옮겨가는 전자적 욕망으로 변화된 것이다. 감각의 허상을 벗어나려는 욕망이 감각의 허상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고 조작하는 것을 통해 가상의 실재로 가는 문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질문은 우리가 실재하는가 아니면 실제로 우리는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현재 경험이 얼마나 실재적인 정도인가? 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가장 실제적인 실재는 혹시 우리의 존재가 사라져야만 들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유는 우리가 실재하지 않는 존재라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실재가 들어나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혹시 독자 중에 이런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독자는 아마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체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2022-02-09 10:07:4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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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보다

아방가르드(Avant Garde)는 통상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와 예술의 유토피아를 염원한 급진적, 비전통적, 진보적인 예술운동을 가리킨다. 시대적 제한 없이 사회 개혁을 지향하는 모든 도전과 전위적 태도를 포괄하는 일시적 개념이지만, 근·현대사적 관점에선 곧잘 20세기 초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적 혼돈과 이데올로기의 투쟁 과정에서 발화한 예술 흐름으로 정의되곤 한다. 191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이어진 러시아 아방가르드 또한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서유럽 아방가르드와 개념상 크게 다르지 않다. 칸딘스키의 추상과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그리고 신원시주의를 비롯한 광선주의, 구축주의, 생산주의를 포함하는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갖고 있음에도 러시아 아방가르드 역시 관성화로부터의 이탈이 형식과 내용의 변화를 소환한다는 내적 믿음과 코뮌주의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 10월 혁명(1917)이라는 외적 전환기에 탄생했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배경을 지닌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4월 17일까지)은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예술에 있어 삶의 문제를 놓지 않은 채 정치적 혁명과 예술적 혁명을 동일시했던 49명의 러시아 작가의 작품 7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서구 아방가르드와의 교류 속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태동과 전개는 물론, 스탈린의 전체주의 체제에서 퇴폐 예술로 낙인 찍혀 긴 시간 고립돼야 했던 역사적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론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충돌한 채 정치적 탄압이라는 엄혹한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내면에 살아 생명력을 유지해온 러시아 전위 예술의 단면들을 6개의 섹션 아래 고루 펼쳐냈다. 출품작들은 러시아 민속미술인 루복과 1910년대 서유럽 모더니즘을 수용하며 생성된 초기 작품을 비롯해 러시아 추상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광선주의, 입체미래주의 및 절대주의, 구축주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중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1914~1917년의 작업 중 극도의 정신성을 담은 말레비치의 '절대주의'(1915)와 칸딘스키의 비기하학적 추상인 '즉흥' 연작(1909/1913/1917)은 이번 전시의 핵심 콘텐츠다. 그만큼 관람객의 주목도도 높다. 하지만 리시츠키와 로드첸코의 구축주의 작품들과 표현주의에 입각한 바실리 체크리긴의 목탄화인 '죽은 이들의 부활' 연작(1921), 알렉산드르 티실레르의 펜화인 '장애인들의 시위'(1925)도 예술과 삶을 교합하려 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와 작품에 속한다. 이외 다이아몬드 잭(1912~1913)파의 멤버였던 알렉산더 쿠프린의 '담배 파이프가 있는 정물'(1917)이나 오브젝티비즘 작가인 다비드 시텐베르크의 '푸른 화병이 있는 정물'(1919),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시작을 알린 여성 작가 곤차로바와 류보프 포포바의 '라일락'(1906) 및 '공간-역학적 구성'(1921)도 전시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작업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미래주의자들이라는 개념을 넘어 현실의 조건을 다루는 프롤레타리아적 창조의 세계에 시선을 뒀다는 점에서 분모가 같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등 4개 기관의 소장품이 전시의 밑동이기에 기획의 한계가 읽히지만, 그럼에도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는 예술 변혁을 통한 사회 변혁을 꿈꾼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미학과 실천성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유효하다. 특히 시장자본주의가 하사하는 달콤한 쾌락에 취해 고급 취향에 봉사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며 다이소 같은 전시를 통해 예술을 논하고 상업적 성과가 곧 예술가가 획득해야 할 가치인 양 여기는 동시대에서 과연 아방가르드 정신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이번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 지점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2-08 11:04:0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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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일관성 없는 대입개편에 우려가 현실로

교육당국의 일관성 없는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첫 절대평가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평가 결과,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은 물론, 과목별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선택과목 쏠림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절대평가로 전환된 수능 제2외국어 과목의 난이도는 이전 상대평가 때보다 높아졌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꿔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목별 1등급자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난도 조절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이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과목선택 눈치작전이나 특정 과목 쏠림이 우려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년 수능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 채점 결과 1등급(45점 이상~ 50점 만점) 전체 비율은 2.9%로 전년도(2021학년도) 상대평가때 1등급자 비율인 4.5%와 비교해 1.6%포인트 감소했다. 과목별 1등급자 비율을 보면, 프랑스어Ⅰ(1.33%), 일본어Ⅰ(1.49%), 중국어Ⅰ(2.27%), 아랍어Ⅰ(2.83%), 러시아어Ⅰ(2.94%), 한문Ⅰ(3.68%), 베트남어Ⅰ(5.09%), 스페인어Ⅰ(5.24%), 독일어Ⅰ(11.31%) 등 과목별 편차가 매우 크다. 2등급(40점이상~45점미만) 비율도 5.7%로 전년도(7.8%)와 비교해 2.1%포인트 줄었다. 반면, 6등급(20점이상~25점미만)부터 9등급(10점 미만)까지의 비율은 68.7%로 전년도(38.5%)와 비교해 30.2%포인트나 증가했다. 절대평가로 바뀌자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우려해 제2외국어 한문 과목을 아예 평가에서 배제했고, 그 결과 응시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 전체 응시자는 3만3243명으로 전체 수능 응시자(44만8138명)의 7.4% 수준으로 전년도 응시비율(13.0%)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능 제2외국어와 한문이 상대평가였던 2021년 정시모집까지는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주요 대학 인문계열에서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을 탐구1과목으로 대체했으나, 2022학년도부터는 대체가 불가능해졌다. 서울대 인문계열에서만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을 3등급부터 등급당 0.5점씩 감점하는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종로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대입전형에서 제2외국어 응시자 및 상위 등급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도 사실상 이원화 체제로 굳어져 버린 모양새다. 십수년간 대학들이 준비해 온 학생부종합전형을 불공정 전형으로 낙인찍으며 수도권 몇개 대학을 정해 수능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라고 압박한 결과다. 애초부터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위주로, 나머지 비수도권 대학들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모집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부 방식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는게 얼만큼 비효율적일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02-07 15:58:48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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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객관적인 자기분석이 창업의 正道이다

"창업의 정도(正道)는 무엇인가요?" 창업 전문가들이 대답하기 가장 곤란한 질문이다. 그저 '착실하게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판에 박힌 대답을 하기엔 예비 창업자들의 간절함이 묵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목숨형 창업자가 증가하는 시기에 필자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창업하셨습니까?" 창업의 정도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창업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흔히 '자영업 푸어'라고 불리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성공 창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 심리로 인해 그저 '될 것 같은' 아이템이나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자영업 역시 비즈니스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창업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물며 비즈니스의 시작인 창업 준비 단계에선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만이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창업 자금, 신용도, 매장 입지 등 수치로 판단 가능한 부분부터 창업자의 성격, 가정 환경, 보유 기술, 경험 등 수치로 판단 불가능한 부분까지 모든 부분을 객관적으로, 가급적이면 정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아이템 선택은 분석이 끝난 다음으로 미뤄도 늦지 않다. '맞춤형 창업'이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맞춤형 창업은 정형화된 창업 아이템과는 달리 창업자의 개인별 상황에 맞는 아이템을 설계해주는 창업방식을 뜻한다. 일명 창업 스크리밍 기법이라고도 한다. 창업자들의 상황에 맞는 창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창업자의 역량을 최대한 분석하여 최적화된 아이템과 입지 운영전략을 도출하는 맞춤형 아이템의 목적이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창업 아카데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창업은 정도를 통한 효율성의 승부처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창업 아이템을 철저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선택한 후 가성비의 극대화와 투자금액에 따른 효과성,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창업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엄청난 자신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가지고 창업 시장에 진입한다. 다양한 매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통해 소비에 대한 안목을 탄탄히 다졌다는 자신감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객관성보다 주관성이 더욱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正道(정도). 직역하면 '바른 길'이다. 예비 창업자가 달려야 할 길은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일 수도,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도로일 수도 있다. 창업 시장에선 어떤 길이든 바른 길이다. 다만 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자신이 탄 자동차의 상태를 가장 먼저 점검하길 바란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2-07 14:49:51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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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술 마시고 머리 아플 때 먹으면 좋은 '콩나물'

술을 많이 마신 후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고 갈증이 심할 때는 숙취 해소 음식을 찾게 된다. 다양한 숙취 해소 음식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콩나물국이다. 가장 저렴하고 흔한 식재료 중 하나인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술독을 풀어준다. 아스파라긴산은 술을 마시면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을 분해시킨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두통, 울렁거림, 피로, 구토 등의 숙취 증상들을 유발하는데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을 먹게 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빨리 분해되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술에서 빨리 깨고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실 때마다 숙취가 심하다면 안주로 콩나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만 아스파라긴산은 콩나물의 뿌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뿌리 부분을 잘라내지 않고 요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콩나물은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는 본초이기도 하다. 콩나물이 완전히 성장하기 전 콩이 발아해서 싹 정도만 난 상태일 때 이를 한방에서 약재로 쓰는데 청심환에 사용된다. 즉 콩나물은 심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흥분된 상태로 열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할 때, 두통이 생기고 갈증이 심해졌을 때, 불안하고 가슴 두근거림이 있을 때 콩나물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콩나물은 식이섬유도 풍부하고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좋다. 칼로리가 낮은 데다가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가볍게 무침을 해 먹거나 찌개나 볶음 요리 등에도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비타민 C가 풍부하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많이 쌓였을 때 원기 회복 음식으로도 좋다. 또한 콩나물은 열감기에도 효과가 있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완화하며 호흡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기 때문에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뇌 기능의 활성화를 돕는 데도 좋다.

2022-02-07 05:18: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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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개성(開城) 없는 文 정부

"2016년 2월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가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을 위반하지 아니하며,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조치라도 (중략)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헌재)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위헌확인'에 대해 지난달 27일 내린 결정문의 일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10일에 단행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헌법을 어겼다며 같은 해 5월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헌재가 5년9개월만에 '기각'과 '각하'를 결정하면서다. 헌재는 정치적 일정, 특히 정치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독립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6년 가까이 판단을 미뤄오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부랴부랴 마무리짓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한 시간동안 "빨리 결정해달라"며 1인 시위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그런데 시간을 그렇게 끌다 현 정부 3개월 정도를 남겨놓고 속결했다. "재판관 전원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또 입주기업의 재산권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헌재 결정만 놓고 보면 앞으로 남북경협은 정부가 책임지지않을테니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말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여러명의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 중 90번째엔 '남북경협기업 피해 조속 지원과 여건 조성 시 개성공단 정상화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동안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지원해준 금액은 고작 660억원이다. 공단 폐쇄의 장본인인 박근혜 정부가 지원한 4838억원의 약 7분의1 수준이다. 물론 두 정부가 지원한 총액은 공식 확인 피해액(7860억원)보다도 2362억원 모자른다. 현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절호의 찬스가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양, 백두산 등에서 만났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나 북측 고위관계자는 수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은 열려있다"는 말로 우리쪽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의지였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백두산에서 함께 손을 들고, 천지를 나란히 바라볼 때가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결단의 시기였다. 미국 눈치를 볼 일도 아니었다. 2018년 4월27일의 '판문점 선언'에 쓰여 있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문구가 핵심이다.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의 불씨는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떠나가는 문재인 정부에 개성공단은 없었다.

2022-02-06 12:54:55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