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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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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일의 항공세상] 해경헬기 추락사고와 비행착각(Vertigo)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났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 있는 맹장염 수술이 필요한 7살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 출동한 해경 헬기가 바다에 추락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13일 오후 8시 27분께 가거도 방파제 남쪽 인근 해상에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B-511 헬기가 추락했다고 한다. 가거도 주민과 공무원들은 짙은 해무 속에서 헬기가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방파제에서 손전등을 들고 착륙을 유도했다. 하지만 짙은 해무로 불빛을 보지 못했는지 선회 후 재착륙을 시도하는 것 같았다. 선회시도 5초 정도 지날 즈음에 헬기 충돌방지등 불빛이 바다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응급환자 어린이는 어머니, 교사, 간호사와 함께 어선을 통해 해군 3함대 함정으로 인계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구 500명가량의 가거도는 목포에서 4시간 30분 동안 쾌속선을 타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섬 지역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에 조차 외면 받아왔던 섬이라고 한다. 사고 헬기인 B-511 헬기는 프랑스제 8인승으로 인명구조장비를 장착한 팬더(Panther) 기종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서 단원고 학생 일부를 구출했던 헬기다. 야간 항법장비, 자동비행장치, 전자동 엔진조종장치, 응급의료장비, 탐색구조장비와 인명구조인양기(Rescue Hoist) 등을 탑재하고 있는 인명구조 전문 헬기다. 사고 헬기가 추락한 원인은 짙은 해무로 착륙지점 못 찾아 재착륙 시도를 위해 상승 중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짙은 안개 속이라면 항공기 상승자세 판단을 못해 비행착각을 일으킨 상태에서 한쪽으로 경사져 바다에 추락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평형을 유지하는 삼반규관이 귀의 내부부분, 즉 내이內耳)에 위치해 있는데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착각은 언제든지 조건이 되면 발생하고 인간으로서 일단 발생된 착각은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각 등 인체의 감각을 느끼는 부분과 함께 비교해 판단하고 착각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으면 몸이 한쪽으로 꼬이고 불편하더라도 평형유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지상에서 착각은 다른 고정물체와 비교함으로써 쉽게 회복되지만 공중에서는 고정물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회복이 어렵다. 더구나 짙은 안개속이라면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또 다른 기동은 급 조작으로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번 사고와 유사한 한 사고는 바다상공에서 야간이나 구름 속에서 자주, 거의 연례적으로 발생했다. 그 예로 1990년 공군헬기의 격렬비열도 응급환자 구조를 위한 출동으로 군의관을 비롯한 5명이 사망했다. 2010년 3월 공군전투기 2대가 구름 속에서 강원도 황병산에 추락했고, 이튿날 육군 헬기 1대가 항공기 결함이 없는 상태에서 추락했다. 2011년 야간에 환자구조를 위해 출동한 제주해경 헬기사고도 비행착각으로 밝혀진 바 있다. 사람의 몸은 원래 2차원의 세계에서 살 수 있도록 모든 신체의 운동이 발달해 왔다. 그러나 항공기의 등장과 더불어 인간이 3차원의 세계로 진입한 이후 비행착각을 100% 방지해 줄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앞으로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이를 대체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비행착각에 대비한 심적 자세나 다른 신체감각기관인 시각을 활용한 항공기 자세 계기를 활용한다면 적절한 주의 분배 등을 통해 이 위험을 어느 정도 감소할 수 있다.

2015-03-15 14:08: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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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세상 보기] IMF 권고 무시한 사외이사제 방치해선 안된다

요즘 주총 시즌을 맞아 재계와 금융권이 시끌법적하다. 올 주총에선 사외이사선임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오너나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독단적 결정을 감시·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7년이 지난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경영 감시는커녕 '거수기'나 '방패막이' 등 정경유착을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10대 그룹이 이번 주총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47명이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이다.심지어 고위 검사를 지낸 법조인들이 한창 수사나 재판을 받는 CJ,효성,포스코등 재벌그룹의 지주사와 계열사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됐다. 대주주 등을 위해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사실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경영위기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총수가 징역형을 받은 SK·CJ는 물론이고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동양·STX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는 사외이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황제대우를 받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하나은행 모 사외이사는 회의 한 번에 시급으로 773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서민은 한달 내내 일해도 만져보기 어려운 고액보수 아닌가.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금융권이 정치권과 연계된 이른바 '정피아' 인사들 위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급기야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관피아 척결을 외치던 정부가 '청피아', '정피아', '서금회(서강금융인회)'를 앞세워 신관치금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완구 총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패 사슬을 끊겠다고 담화했다"며 "낙하산 인사를 철폐해 그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개혁이 없이는 어떤 부정부패 척결도 불가능하다"라고 촉구했다. 오죽하면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형국일까. '거수기','방패막이'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방만 경영을 방조한 사외이사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IMF는 지난달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경제의 하방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경제전망 기관들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까지 하향 조정하는등 어두운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예사롭게 봐서는 안된다. 본래 취지와 달리 역주행하고 있는 사외이사제에 대해 IMF로부터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경고장이라도 날아 와야 정신을 차릴런지 답답할 뿐이다.

2015-03-15 10:01:35 김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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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밀레의 봄, 나의 봄, 우리의 봄-장 프랑수아 밀레

봄은 왔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아직 겨울이어도 되요. 봄이 와서 만물에 생기가 돋더라도 당신은 자고 싶으면 더 자고 아직 움츠리고 있는 시기라면 더 기다려도 되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으니까요. 밀레가 표현한 봄 풍경은 무조건 화사하지도, 매우 밝지만도 않아요. 그의 그림 한편에는 어둠이 있고, 소나기가 지나간 흔적도 있어요. 모두에게 오늘이 봄일 수 없고 모두에게 오늘이 화창할 수 없죠. 봄 이라는 계절 안에도 꽃샘추위가 있고, 봄비가 있고, 소나기가 있고, 먼지가 날리는 날씨가 있듯이 우리 삶의 계절 역시 그럴거에요. 하루하루 봄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아 그때가 봄이었구나.'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레데릭 하트만은 사실 처음에는 밀레가 아닌 테오도르 루소에게 사계절 연작을 주문합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화가 테오도르 루소가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자 밀레에게 다시 주문을 하죠. 밀레의 사계절 연작 중 <봄>을 그린 이 작품 속에는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왼편에는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와 채소밭이, 그리고 이제 막 기지개를 피려는 들꽃들이 보입니다. 지나가던 농부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해 나무 밑에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농촌 풍경을 묵묵히 담아낸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다양한 봄의 시간을 만날 수 있어요. 먼저 핀 꽃이 있는가하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이 있고 저 무지개가 지나야 성장을 시작할 아직은 땅 속에서 자고 있는 씨앗도 있으며 이미 한 차례의 소나기 폭격을 맞아 봄비를 세차게 겪은 사람도 있겠죠. 내가 있는 곳을 성실하게 그려낸 그의 그림은 이야기합니다. 내가 있는 곳을 멈춰서 자세히 둘러보기…….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나의 계절을 인정하기……. 모두가 가진 다른 속도의 봄을 인정해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 출근길 명화 한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bbigsso@naver.com)

2015-03-12 16:11:3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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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봄 건강은 봄나물로 지키자

사시사철 밥상에 푸릇푸릇한 채소가 빠지지 않는 것이 건강에는 이롭다. 봄나물이 풍성하게 나는 봄에는 더더욱 그렇다. 냉이, 달래, 봄동, 두릅 등 봄을 알리는 봄나물을 골고루 섭취하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지치고 피로해지기 쉬운 우리 몸에 활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봄나물에는 공통적으로 비타민 C,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그래서 세포를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준다. 즉, 세포의 재생과 회복을 돕고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머리를 많이 쓰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은 봄나물이 뇌 세포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봄철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경우 봄나물 섭취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봄동은 수분이 많아 갈증 해소에 좋고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맞는 봄나물이다. 기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화로 인해 답답함을 느낄 때 이를 풀어주기도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며 봄철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봄동과 달리 달래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몸이 찬 사람들에게 좋다. 달래는 비장과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준다. 입맛을 돋우며 춘곤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혈을 제거하며 자궁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생리통, 생리 불순 같은 여성 질환의 예방에도 좋다. 냉이는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서 봄철 기운을 나게 해준다. 특히 간의 작용을 도와 해독 작용을 하며, 봄철 나른함과 피로를 없애주고,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이뇨작용이 뛰어나 소변 배출을 돕고 장의 운동을 촉진시켜서 변비 예방에도 좋다. 두릅은 비타민, 사포닌, 탄닌 같은 성분들이 풍부해서 혈당을 낮추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두릅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들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갖게 한다. 따라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한다거나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도움이 된다. /김소형 한의사(bonchotherapy.com)

2015-03-11 14:00: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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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리퍼트와 라이샤워

지난 토요일 밤 20여년만에 헤어졌던 대학 시절 선배를 만났다. 긴 시간 궁금했던 서로의 소식을 묻고 답하다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사건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에서 자라 버클리대와 서울대를 오가며 동양학을 전공했던 선배라 관심이 많았던 때문이다. 그는 리퍼트 대사의 침착한 대응을 칭찬하며 과거 에드원 라이샤워 주일미국대사 피습사건을 말해줬다. 버클리대 시절 강의시간에 교수들이 많이 이야기하곤 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라이샤워 대사는 1964년 한일수교 협상차 일본을 찾은 김종필 당시 공화당 당의장을 만나러 가던 중 일본의 극우파 청년에게 칼부림을 당했다. 라이샤워 대사는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 대신 "(수혈로) 내 몸 안에도 일본인의 피가 흐르게 됐다"는 감동적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우리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선배는 "라이샤워 대사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며 "그럼에도 학자로서는 일본의 뿌리가 백제에서 비롯됐다는 학설을 주창했던 지극히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일본 사랑과 객관적 판단 능력이 감동적 성명의 배경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선배는 라이샤워 대사의 성명은 무엇보다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패전 이후 급격히 성장한 사회주의 세력에게 세 확장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고려가 작용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이케다 하야토 자민당 내각이 테러 직후 '미친 자의 돌출행동'이라고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라이샤워 대사 피습이 있기 4년 전 일본은 '안보투쟁'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겪었다. '미일상호방위조약 개정은 미국 주도의 냉전 가담'이라는 이유로 사회주의 세력은 물론 전 시민사회가 들고 일어나면서 전후 보수정권이 위기를 맞았다. 일본의 보수세력은 기시 노부스케 내각의 퇴진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악몽 같은 기억이 생생한 시점에 미 대사 테러사건으로 꺼진 불씨를 되살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정치적 판단은 빛을 발했다. 10년마다 연장해야 하는 미일방위조약은 1970년 첫 위기를 대중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무사히 넘겼고 이후 미일관계는 '록히드 사건' 같은 악재에도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었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라이샤워 대사를 피습한 범인이 극좌파 인물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대동소이'했을 거라는 데 우리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케다 내각은 사회주의 세력을 자극해 분란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샤워 대사 역시 미국 지지세력을 돕는 '외교관다운'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50여년이 지난 한국에서도 사태 전개는 역시 정치논리를 따르고 있다. 중국의 굴기로 이른바 2강시대가 열리자 한미일 동맹은 미국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입안했다는 리퍼트 대사가 이를 간과했을 리 없다. 리퍼트 대사는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했고 미국 내 반응도 이번 피습을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새누리당은 한달여 남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종북세력에 의한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야당에 대한 공세에 활용하고 있다. 한미관계 악영향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계산 빠른 미국이 국내정치용 행보임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치논리가 우리사회에 남길 부산물이다. 벌써 극우보수단체들의 종북세력 척결 시위로 서울시내가 요란하다. 피습 사건의 범인인 김기종씨는 통일부나 외교부를 출입했던 기자라면 취재현장에서 몇 번은 마주쳤을 인물이다. 과거 취재현장에서 마주쳤던 김씨는 영화 '택시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를 연상시켰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트래비스는 택시기사로 일하며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지만 연이은 좌절에 삶의 탈출구로 대통령 후보 암살을 꾀한다. 하지만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한 그가 결국 살해한 이들은 매음굴의 포주들이었다. 대통령 후보 암살범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을지 모를 그는 사회정의를 실현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은 김씨는 암살범도 영웅도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가까이 1950년대 미국에서의 매카시즘은 생존을 위해 지인을 공격하는 비정한 미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 멀리 19세기말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사회의 분열은 물론 시오니즘 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씨의 꼬인 인생사는 물론이고 종북논란 역시 우리의 아픈 과거사가 남긴 유산이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이 우리사회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헤집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5-03-09 17:26:43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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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문화의 업그레이드

대학로 배우는 생활이 팍팍하다. 몇 달 걸친 공연 준비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지만 그 대가로 손에 쥐는 벌이는 크지 않다. 제법 경력이 있고, 지명도가 있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극이란 게 절대 시간을 소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는 몇 달간 연습하고도 정작 무대 위에서는 보름을 넘기지 못한다. 창작지원을 받은 공연의 대부분이 그렇다. 연극배우가 무대를 지키면서 다른 벌이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학로는 이들로 뜨겁다. 뮤지컬은 현대인의 럭셔리 문화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배우로 유명해진 연예인(?)의 공로도 있지만 유명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의 출연이 한 몫 했다.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입장객도 늘었다. 공연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관련 이벤트와 홍보도 활기차졌다. 그 만큼 출연 배우간의 생활격차도 커졌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면서 공연의 인기는 높아졌지만, 그들의 막대한 출연료 덕분에 나머지 배우들의 수입은 그저 그런 수준이 됐다. 몇 명의 배우를 뺀 나머지 배우들은 틈만 나면 오디션을 다니느라 신발밑창이 닳을 지경이다. 영화배우의 삶은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소위 조연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배우들의 인기가 주연을 능가하며 바람직한 영화인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또 한국영화의 인기가 헐리우드 영화의 인기를 능가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스크린쿼터제 등으로 분연히 일어섰던 영화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관객들은 어느 새 한국영화의 힘을 인정했고, 그 잠깐 사이에 또 다시 한국영화의 어설픈 제작 현실이 드러나 눈살을 찌푸렸다. 시나리오의 복제, 기획과 연출의 괴리를 알아 채는 관객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업그레이드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잠깐 동안 보여지는 어떤 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근원적 에너지의 상승이 이뤄지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전면적인 수준의 상승이다. 이는 결코 다시 무너지거나 약화되지 않을 때 의미가 있다. 문화의 업그레이드 역시 다르지 않다. 연극, 뮤지컬, 영화와 같은 컨텐츠 산업의 부흥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끝없이 자신을 태우는 이들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인기 연예인이 아니라 예술인이 되길 원한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5-03-09 14:51:1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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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일의 항공세상] 해리슨포드 사고로 본 비상착륙시 승객대처 요령

영화 '인디아나존스'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가 며칠 전 항공사고를 당했다. 2차 대전 때 사용됐던 군용기를 취미로 비행하던 중 엔진 이상으로 비행장이 아닌 골프장에 비상착륙하다가 항공기가 파괴돼 머리 부분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최근 대형 여객기들이 눈이나 비가 와서 미끄러운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착륙 방향 유지를 적절하게 하지 못해 활주로를 벗어나거나 앞바퀴가 부려져 지상에서 비상탈출을 하는 사고가 몇 건 있었다. 지난 4일 승객 224명을 태운 터키항공 소속 에어버스 A330 여객기가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일으켰다. 항공기의 앞바퀴가 부러지면서 급작스럽게 정지하는 바람에 승객이 다치고 공항운영을 사실상 중단했다. 네팔에는 해당 항공기를 끌어낼 장비가 없어 공항이 폐쇄되고 인도에서 장비를 가져와야만 활주로에 정지된 항공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여파는 우리나라 인천공항에도 영향을 미쳐서 히말라야로 트래킹가려는 손님들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카트만두공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렸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5일 오전 애틀랜타를 출발해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착륙한 델타 1086 항공편이 활주로에서 미끄러진 뒤 울타리에 충돌했다고 밝혔다. 당시 여객기에는 125명의 승객과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행장 외각 울타리와의 충돌로 인해 일부 승객이 다치고 항공기의 앞부분과 앞바퀴가 파손됐다. 대형 항공사의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장들은 눈이나 비가 올 때에도 이륙이나 착륙을 한 경험이 많다. 미끄러운 활주로에 착륙하는 절차도 수시로 교육을 받는다. 실제 항공기와 유사한 해당 기종의 시뮬레이터에서 1년에 2번 이상 '미끄러운 활주로에서 착륙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의 착륙 속도가 워낙 고속이고 바람도 측풍으로 강하게 불면 바람을 받는 표면적이 크다보니 항공기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기장은 전문용어로 크레빙(Crabing, 게걸음)이나 윙로우(Wing low, 한쪽날개경사) 등의 방법을 사용해 활주로 중앙에 정확한 착륙을 시도한다. 하지만 활주로가 얼어있는 경우나 호우같이 많은 비가 장시간 오는 경우에는 항공기가 미끄러질 위험성이 크다. 안전을 고려해 공항을 운영하는 공항당국에서 활주로의 미끄러운 강도를 점검해 기준치 이상이면 착륙을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함으로써 항공기 사고를 예방한다. ' 해리슨 포드도 머리를 다쳤듯이 착륙 시 항공기 사고로 손님 대부분은 머리 부분을 많이 다친다. 급작스러운 감속이나 라과디아 공항 착륙 사고와 마찬가지로 지상 장애물과 충돌하면 사람의 몸도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의해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때 제일 많이 충격을 받는 부분이 머리와 목뼈 부분이다. 자동차가 급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을 때와 유사한데 항공기 내에서는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을 취해야 한다. 브레이스 포지션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머리를 감싸고 팔을 앞좌석 등받이에 붙이는 자세다. 앞에 좌석이 없는 경우에는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감싼 뒤 머리를 무릎에 대야 한다. 이 자세는 항공기의 급감속이나 지상 장애물과 충돌 시 순간적인 급정지를 하더라도 머리와 목뼈 부분의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부상을 당하더라도 부상의 정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항공기에 탑승하면 의자 전면 앞좌석에 있는 '비상시 승객절차'에 그림으로도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지상에서 이륙 전 승무원이 직접 시범을 보이는 △좌석벨트 착용 △구명동의 착용 △산소마스크 착용 등은 승객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비상탈출 시 나가야 할 '비상구 위치'는 승무원이 직접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 알려주니,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킨다는 생각으로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항공편 이용이 출퇴근처럼 일상화된 요즘, 탑승객 개개인이 승무원의 안전브리핑과 비상시 승객절차를 숙지할 때 보다 안전한 항공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2015-03-08 16:33: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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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심플한 금요일을 위해-파울 클레

얼마 전 조카가 잠자기 전, 제게 질문을 했어요. “이모, 왜 어른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꼭 손을 씻으라고 하더니 나만 씻고, 전부 다 안 씻어?” 순간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났습니다. 어른들이 시킨 약속을 아이는 애써서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어른은 못 지키는 경우가 참 많지요. 이를 테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라든가 “음식은 골고루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라든가 “차례차례 줄 서서 질서 있게 타야 한다.” 라든가… 오늘 보여드리는 그림처럼 아이들이 늘 어른들을 지켜본다는 생각과 함께 어린이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나는 잘 지키고 살아가는 어른인지 생각했던 밤이었어요. "그림 속에서는, 비록 비스듬하게 세워진 집일지라도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일이 없으며 화폭에 담긴 나무가 반드시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하는 법도 없고, 사람이라고 해서 꼭 숨을 쉬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그린 파울 클레(Paul Klee/1879-1940)가 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그림은 피부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을 앓게 되며 점점 더 단순해져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저는 클레의 그림을 볼 때마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 아이처럼 심플해져야 함을, 단순해져야 함을 느낍니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제게 클레의 그림은 늘 나침반 같아요. 파울 클레의 어린이 같은 그림처럼 오늘은 복잡한 일은 잠시 잊고, 다른 날들보다 심플한 금요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품사진 출처:위키백과 ​

2015-03-05 10:54:3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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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구취 잡는 녹차와 솔잎

봄은 생기와 활력의 계절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일도 많아진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입 냄새이다. 입 안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입 냄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입 냄새는 식후 양치만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흡연, 잇몸 염증, 충치, 설태 등은 물론이고 위장이나 대장 질환, 비염이나 천식 같은 질환의 영향으로 입 냄새가 유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인에 맞게 입 냄새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입 안을 항상 청결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줄이고 소화가 잘 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침 분비는 입 냄새와 연관이 있어서 입 안이 자주 마르고 건조한 사람들은 입 냄새가 발생하기 쉽다. 입이 마르면 음식 찌꺼기가 남거나 세균이 증식되면서 입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입 안이 건조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평상시 단 맛을 지닌 음식보다는 신 맛의 음식을 가까이 하는 것도 좋다. 신 맛의 음식이 침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녹차나 솔잎차도 도움이 된다. 녹차는 탄닌, 카테킨 등의 성분들이 각종 유해 성분과 독소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생선이나 육류 요리에 활용하면 비린 냄새나 세균을 잡는 데도 좋고, 충치 예방이나 구취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입 안이 찝찝할 때는 녹차를 마시거나 녹차 잎을 씹으면 도움이 된다. 솔잎도 효과적이다. 솔잎의 은은하고 시원한 향은 테르펜이라는 정유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이 혈관 속 노폐물이나 독소를 제거해주며 항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입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깔아서 향긋한 향을 즐기는 것처럼 입 속을 정화하고 향긋하게 만드는 데도 좋다. 금연을 하는 사람들도 솔잎을 씹거나 솔잎차를 마시면 입 안이 개운해져서 흡연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소형 한의사(bonchotherapy.com)

2015-03-04 13:50: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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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느림에 대한 상대성 이론

필자는 한때 '느리게 걷기'라는 카페를 애용했다. 도산공원 정문 앞에 커다란 노천 탁자가 맘에 들었다. 그곳에서 책을 펼치면 거짓말처럼 시간이 느려졌다. 책을 쥔채 그 작은 도산공원 안을 거닐면 주말나들이로 찾았던 아침고요수목원이 부럽지 않았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마찬가지였다. 식사 시간만 피하면 한 두 잔의 샴페인이나 와인을 곁들인 수다로 밤공기의 편안함에 빠져들었다. 이 행복은 '느리게 걷기'가 이전을 하면서 너무 쉽게 끝났다. 패션은 영국에서 디자인되고, 밀라노에서 만들어지고, 파리에서 선보이고, 뉴역에서 팔린다. 4대 컬렉션이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에서 열리는 이유다. 이 도시중 밀라노는 좀 다르다. 도시 자체가 디자인이고, 시민의 삶 자체가 패션이기 때문이다. 유독 밀라노가 패션시티로 손꼽히는 이유는 뭘까. 패션위크를 보내면서 찾은 답은 '느림'이었다. 한국이라면 오분도 안 걸릴 일이 십오분, 이십분을 넘긴다. '명 짧은 놈 숨 넘어갈' 상황이 다반사다. 밀라노 사람들은 일찍 일어난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건 아니다.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련하지도 않는다. 대신 1년 뒤에 떠날 휴가를 계획한다. 시간, 돈, 열정을 모두 쏟아 붓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의 경우 십 년 이상의 계획을 가졌다. 얼마를 벌겠다 혹은 어떤 회사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한 걸음씩 나갈 시간과 다리가 튼튼해지면 속도를 올려 뛸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기 위해 물을 마실 시간을 나열해 놓는다. 그 안에는 너무 섬세해서 가늠조차 안되는 섬세한 고민이 빽빽하다. 느림은 부지런함의 결과일 수도 있다. 마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가 너무 빨리 돌아서 느린 것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여유는 무관심을 담보로 하는 게으름과는 다르다. 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자포자기의 기운도 아니다. 확신과 꾸준함, 인내가 가슴 안에서 하나가 될 때 밖으로 드러내지는 자신감인 셈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여유있다'라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 티내는 것이 아닌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지런함의 느림이다. 대한민국 학교의 등교시간이 9시로 바뀌었다. 이 물리적 변화에 대한 부모의 생각과 태도가 기대된다. 저마다의 능력과 개성을 마음껏 표출하며 살려면 느림에 대한 상대성 이론, 여유가 필요하다. 몸에 베여야 하고, 일상에서 유지돼야 한다. 청소년이 미래라는 걸 믿는가? 이미 자녀들의 아침 시간을 떼우게 할 계획을 세웠다면 미련을 두지 말고 버리자. 믿음을 더 굳게 하고 느리게 살도록 내버려 두자. 그들은 충분히 창조적으로 살 수 있다.

2015-03-02 17:09:5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