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미친 현실이라 불리는 시장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봄을 대표하는 노래다. 올해는 예년만큼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다. 화사한 벚꽃이 흩날리는 봄을 느낄 수 없는 날씨, 잔뜩 흐리거나 지루하게 비가 내리거나 하는 일기 탓이다. 성급한 동백꽃으로 시작하는 봄꽃의 개화는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를 거쳐 벚꽃으로 절정에 이르고, 철쭉으로 끝난다. 이 과정은 짧은 봄날처럼 순식간이다. 그나마 요즘은 순서를 가늠하기 어렵다. 봄비가 내리면 꽃이 지고 봄이 끝난다는 말도 옛말이다. 계절도, 꽃도, 날씨도 제멋대로다.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면 특정 가게가 인산인해로 진풍경인 경우가 심심찮다. 얼마 전까지(대략 3~4년)만 해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식품이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기성세대의 향수를 넘어 너무 고전적이라 할 식품이 인기다. 식품뿐만 아니라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긴 줄에서 시간을 쓰고, 몇 천원으로 손에 쥔 식품은 ‘괜찮네’ 혹은 ‘오랜 만이네’ 정도의 음식이다. 결코 두 번째 줄서기를 실행하지는 않는다. 줄 서는 것 자체에 대한 만족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반면, 좋은 재료에 고유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푸대접 받기 십상이다. 패션은 공급자가 소비자를 이끌어가는 대표적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의 흐름을 보면 공급자의 기획이나 전략은 사무실에서 업무시간을 채우는 직원의 종잇장 놀이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공급자가 제안하고 유도하는 디자인, 컬러, 아이템에 휘둘리지 않았다. 심지어 매장에서 전시된 상품의 코디네이션조차 따르지 않고, 그 뻔한(?) 믹스매치에 혀를 찼다. 구매를 촉진하려는 홍보, 마케팅 역시 심심하다며 외면했다. 소비자는 “됐어. 그냥 상품이나 잘 보이게 꺼내놔.”라고 쿨(?)한 태도를 보인다. 상대방을,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 부분에 대한 정보를 독과점할 수 있을 때 유효하다. 유통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평균 이상일 경우 예측이나 예측에 따른 대비책은 의미가 없다. 예측하고 대비하는 동안 또 다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앨런 트레플러의 ‘체스경영’이, 삼국지 제갈공명의 ‘임기응변’이 주목 받는다. 또, 바둑이 새삼스레 최고의 오락으로 조명되는 이유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예측의 측면이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에서 그렇다. 미친 현실이라 불리는 시장은 사람뿐만 아니라 날씨와 같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 생존 역량을 갖추고 싶다면 내 안으로 깊이, 깊이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