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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아랫목으로의 초대

윗목과 아랫목 중 어디가 따뜻한 곳일까? 온돌방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아궁이에서 가까운 쪽의 방바닥인 아랫목이 아궁이로부터 먼 쪽에 있어 불길이 잘 닿지 않는 윗목보다 따뜻하기 마련이다. 기형도 시인은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이라고 썼다. 윗목은 그러니까 따뜻함으로부터 먼, 차가움에서 추론하여 불안감, 외로움, 배고픔 등을 연상시키고, 거기에 문풍지가 떨어져서 너덜너덜한 것 같은 가난하고 초라한 풍경을 펼쳐 놓는다. 기형도 시인은 29세에 요절했다. 1989년 3월 7일이었다. 삼개월 후쯤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발행되었고, 거기에 수많은 윗목의 상징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시인의 어머니는 팔순이 되어서야 아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읽고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 한 신문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무 삼십단, 그건 내가 한 거니까. 아들이 그 걸 시로 썼구나, 그랬지. 그래도 머리에 들어오는 건 하나도 없어요." 시인의 어머니는 왜 머리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셨을까?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다시 읽어보았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의 은유·직유·대유적 표현에 이어 '내 유년의 윗목'으로 마감하는 문학적 구조가 이제 막 글을 깨친 어머니에겐 마땅치 않았으리라. 그렇겠다.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과 같은 구체적 표상들을 읽으면 마치 아들이 살아 있는 듯 선연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글을 다 이해할 것 같이 기쁘다가도 추상적이고 시적인 표현들이 불쑥 나서면 또 낙담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이제 글쓰기를 떼고 시짓기로 넘어가야겠다고 다짐했을 지도 모른다. 재작년에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개최한 문해교육 시화전에 가보았다. 시·군 지역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 온 작품들이니 모두 만만찮았다. 그 중 오랫동안 머물며 읽은 시가 '엄마 문자로 하세요'였다. 학교 청소에 식당 설거지로 생업을 이끈 어머니가 이민 간 딸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시다. 딸은 야속하게도 문자를 남기라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듣고 싶은 목소리 참으며 한자 한자 익힌 글자로 딸아, 언젠가 멋있게 편지를 쓰마.' 또 최근엔 음성군 설성평생학습관에서 문해교육 강의실을 엿볼 수 있었다. 박장대소에 강의실이 들썩들썩하여 물어봤더니 중등 검정고시 합격생 어머니들이 4명이나 나왔다고 했다. 무엇보다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을 이제 마친 지 3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시험삼아 공부해서 모두 합격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단하다고 연신 박수를 치면서도 어머니들이 살아 온 인생의 윗목이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매년 9월이 되면 세계 문해(文解)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을 맞아 전국이 들썩인다. 유네스코는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을 기념하여 문해상을 제정하였는데, 그 이름이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이제는 윗목이 차가우니 아랫목으로 앉으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문해교육이 그런 자리를 만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3-09-11 09:31:2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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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절차 종결된 회사, 산재사고 위자료청구 가능한가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채무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고 채권자들은 자신의 채권을 법원에 신고한다. 채무자가 작성한 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채권자 스스로도 회생절차가 개시된 걸 알면서도 채권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채권은 실효된다. 그런데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회생채권액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반적으로는 회생채권액이 명백히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채권 발생의 원인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했다면 일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액을 적어 회생채권으로 신고해야 한다. 어차피 회생계획안에 따라 이와 같이 아직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채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때 회생계획안에 따른 변제가 진행되도록 별도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회사에 다니던 근로자 B가 있다. 근로자 B는 2014년 6월경 추락으로 인한 뇌손상 등 산재사고를 당해 요양급여 등을 받으며 2019년경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그 이후에서야 A회사에 대해 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그런데 A회사는 이미 2014년 8월25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2015년 3월24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2016년 12월 회생절차가 종결된 상태였다. 먼저, 근로자 B가 가지고 있던 위자료청구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 원인을 갖춘 것이므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즉 그 위자료 청구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어도 이미 산재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위자료청구권 역시 동시에 발생하는 것. 근로자B는 회생채권자로서 회생절차에서 자신의 위자료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A회사도 위자료청구권을 채권목록에 기재하지 않았고, 근로자 B 역시 회생절차가 종결된 뒤에야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위자료 청구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하고, A회사는 회생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회생채권에 관해서는 책임을 면한다(채무자회생법 제251조). 그러나 (1) 회생채권자인 근로자B가 회생절차의 개시사실 및 회생채권 신고기간 등에 관해 개별적인 통지를 받지 못하는 등 회생절차에 관해 알 수 없었거나 (2) 관리인이 회생채권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는지를 살펴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생채권이 실권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91009판결). 위와 같이 도산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채무자들은 아직 변제기가 다가오지 않았거나 채권의 존재가 명백하지 않으면 회사의 회생 절차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다가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아예 회생절차가 진행되었는지를 몰랐다면 예외에 해당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겠으나, 통상적으로는 이를 알면서도 잘못된 판단으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과 연관된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접어든다면 채권의 인정 여부는 추후에 다투더라도 일단 그 권리 내역을 모두 신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23-09-10 11:20:3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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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9>세상의 모든 화이트와인…프랑스 알자스

<209>프랑스 알자스 화이트와인① "전 세계에서 이토록 다양한 화이트와인을 선보일 수 있는 산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프랑스의 알자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바너는 신선함이 가득하다. 피노블랑은 소박 단순하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풍부함이 넘치지만 산미도 섬세하다. 알자스 대표주자 리슬링은 신선함과 풍부함을 고루 만족시켜준다. 뮈스카와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잔에 따르자마자 화사한 향이 코를 사로잡는다. 화이트와인을 경험할 단 하나의 산지를 꼽으라면 알자스일 수밖에 없다. 알자스와인생산자협회 띠에리 프리츠(사진)는 지난 6일 엠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3 알자스 와인 마스터 클래스'에서 "토양의 다양성으로 보면 알자스는 세상 와인산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지질 유형이 다 있는 전시장과 같다"며 "최적의 기후와 토양, 여기에 식문화까지 더해져 가장 뛰어난 화이트와인 산지가 됐다"고 말했다. 띠에리는 알자스를 대표하는 양조학자이기도 하다. 알자스는 와인 산지로 따지면 규모가 정말 작은 곳이다. 만약 전세계 와인 생산량을 와인 한병이라고 하면 알자스 와인은 몇 방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모든 상황과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다양함이다. 알자스 와인의 90%는 화이트다. 포도원은 길이가 120㎞인 반면 너비는 2~15㎞에 불과하다. 폭이 좁고 길게 뻗어진 알자스에서도 포도원은 산자락에 매달린 모양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반대륙성 기후다. 9월 수확시기에는 따뜻한 낮과 시원한 밤이 포도알을 보호해준다. 훌륭한 화이트 와인 양조에 이상적이다. 지금이 딱 수확이 시작될 시기다. 조짐이 좋다. 그는 "연중 내내 기후가 까다롭다가 수확을 앞두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좋은 와인을 만들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2023년은 훌륭한 빈티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바뀐 소비 트렌드도 알자스 와인의 전망을 밝게 한다. 띠에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레드 와인이 지배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화이트 와인의 수요가 늘었다"며 "알콜 도수 15~16도의 진한 레드 와인보다는 과실미나 향긋함을 가진 가벼운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다"고 전했다. 와인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거나 까다롭게 따질 필요가 없다. 원할 때면 편하게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실 수도 있어야 한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에 대한 관심도 알자스 와인에 긍정적이다. 알자스는 이미 1960년대 말부터 유기농 농법을 시작했다. 알자스 와인의 35%가 유기농으로 생산된다.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 수로 보면 독일 전체나 이탈리아 전체보다 알자스 한 지역에서가 더 많다. 그는 "마케팅 기회주의 차원의 유기농이 아니라 환경 보호는 물론 포도밭 일하는 사람과 소비자에 대한 존중, 그리고 지속가능한 와인 생산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3, 14, 15대째 이어진 와이너리가 가능했던 것도 그래서다. 이와 함께 알자스 와인은 무조건 지역 내에서 병입한다. 전체 공정에 대한 품질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는 의미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3-09-07 16:16:5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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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사춘기가 너무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 한의학적 치료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 세대보다 사춘기 시작이 많이 빨라졌다. 초등학교 5~6학년이 초경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사춘기 진행을 늦추는 호르몬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으며 관리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만과 동반된 상태의 성조숙증 아이들은 체중을 관리하며 성장을 관리하지만, 마른 편에 저신장 상태의 조기성성숙을 경험하여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성조숙증이 증가한 원인은 성장환경을 위협하는 요인들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요인으로는 비만, 환경호르몬의 지속적인 노출, 학업스트레스와 스마트폰 중독, 수면장애 등 성장환경을 방해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조숙증, 자가진단은 필수 성조숙증에 걸린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2차 성징을 보인다. 8~9세 사이에 가슴 멍울이 만져지거나 고환이 자라거나 음모나 겨드랑이 털이 나는 등의 대표적 증상 외에도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여자아이(만 8세 이전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경우에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거나 봉긋해지고 ▲난소가 있는 아랫배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냉대하와 같은 분비물이 나온다 남자아이(만 9세 이전 초등학교 3~4학년 때)의 경우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고 ▲음경이 길어지고 색깔도 변하며 ▲피지가 분비되고 여드름이 생긴다 ▲머리 냄새나 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음모, 액모가 있다 ▲목젖이 나오고 변성기가 시작 된다. 이밖에 공통적으로 ▲머리정수리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피지분비가 왕성해지고 여드름이 나며 ▲키가 갑자기 1년에 7~8㎝ 이상 자라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큰 편이었다가 그 이후에는 키가 자라지 못해 최종키는 오히려 작아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가 3개월에 한번씩은 키의 변화와 아이의 몸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었다면 대부분 자녀의 사춘기도 빨리 찾아올 수 있으므로, 성장기에 키가 일찍 크고 빨리 성장이 멈췄던 부모라면 역시 자녀들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균형잡힌 몸과 마음을 지닌 성인으로 자랄수 있도록 올바른 성장을 돕는 치료가 관건 성조숙증의 진단은 양방과 한방이 동일하지만, 치료방법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양방치료가 성호르몬 주사를 통해 생식샘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의 농도를 사춘기 이전으로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방 성조숙증 치료는 보다 근원에 집중한다. 따라서 만약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만 8~9세 이하의 아이에게는 호르몬 치료를 먼저 권유하되, 한약치료는 성조숙증을 불러일으키는 아이가 갖고 있는 체질상의 취약성을 파악, 체내 생리활동의 불균형 상태를 정상화, 일상생활속의 원인을 찾아 바로 잡아줌으로써 신체 성장의 정상 속도를 되찾아주고 올바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어, 성조숙증과 함께 성장을 관리하여 처방한다. 성조숙증은 한의학적으로 ▲음허화왕(陰虛火旺 : 몸 안에 음이 허하고 화가 왕성한 상태가 되어 허열이 심하게 뜨고 몸 안의 진액이 말라버리는 병증) ▲간울화화(肝鬱化火 : 몸의 해독기능과 화를 삭이는 역할을 하는 간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제 기능을 못해 기운이 막히고, 그로인해 열이 발생하면서 더욱 화가 쌓이게 되는 현상) ▲비허습온(脾虛濕蘊 : 비장이 허약해져 습이 정체되고 뭉쳐 습담이 생기면서 열이 발생하는 것) 등의 병인병기가 불러일으키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성조숙증을 불러일으키는 음기부족을 보완해주고 순환이 잘되게 하여 열을 내려주며 병의 근원을 해결해준다. 또한 성장 혈자리 침치료와 아로마 마사지, 면역 뜸 치료 등을 통해서 기혈을 순환시키고 올바른 성장과 면역으로 이끌어줄수 있다. 나이에 따라서도 치료적 접근이 다른데, 만 7~8세 여자아이의 경우에 호르몬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호르몬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는 아이들은 성성숙을 기다리는 동안 사춘기를 늦추는 한약을 복용하고, 성조숙증 진단의 대상은 아니지만 조기성성숙으로 키성장이 빨리 멈출 것을 염려하는 만 10세 이상의 아이의 경우에는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가 아닌 급성장기 동안 키가 더 잘 크도록 관리한다. 또한 내원하는 아이들을 직접 검진해보면 각각의 체질, 성장상태, 섭생과 환경 등이 천차만별로 다르므로 아이와 부모의 상담을 통해 성조숙증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한 후 아이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1:1의 맞춤처방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조숙증 치료는 단기간에 끝나는 치료가 아닌 만큼 장기 복용할 한약재 역시 원산지, 친환경적 농법, 채취 시기, 가공 방법, 잔류 농약 및 중금속 등에 대해 꼼꼼히 따진 후 선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성조숙증이 나타났더라도 빠르게 대처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사춘기 발달을 2년 정도까지 늦출 수 있고 최종키를 더 크게 올릴 수 있으므로 적절한 대처와 함께 적합한 치료가 중요하다.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균형 잡힌 식습관과 식단을 구성하고, 생활습관 관리까지 이루어진다면 성조숙증을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다. /오세미 위례아이조아패밀리한의원 대표원장

2023-09-07 10:38:4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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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산업은행 이전에 대하여

이사는 누구나 힘든 일이다. 하물며 직장이 낯선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삶 자체가 달라진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에서 기본구상이 나왔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지난 2019년까지 16년에 걸쳐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 153개의 지방 이전이 마무리됐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이 통했기 때문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세종시에 19개, 지방도시에 22개 기관이 옮겨갔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국책은행)의 부산 이전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과 한국재무학회는 지난 7월 말 '부산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표하며 이전 반대 논리를 폈다.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면 업무별 수익감소와 직원 퇴사 등으로 기관 손실이 10년간 7조원이나 발생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또 국가경제에 미치는 재무적 손실이 15조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무학회는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면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6조7200억원 손실되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2400억원에 그친다고 했다. 특히 산은이 관리하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손실로 22조원을 추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수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언론에는 이전을 추진 중인 산은에서 20~30대 직원의 이탈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퇴직했는데 20~30대가 전체의 78%에 달한다는 것이 요지다. 산은의 직원 평균보수가 1억원을 훌쩍 넘는 데도 이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다는 것. 산은 사측은 자체 컨설팅을 통해 전 기능·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 거점별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권역센터를 도입하면 국가균형발전 동력을 창출한다고 강조한다. 또 동남권 및 부산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측은 서울에도 수도권 금융시장과 기업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을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내 정책금융 수요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와 이전 강행을 추진하는 사측 모두 논리가 있다. 하지만 인력 유출로 손실이 발생한다거나 이전으로 기업 구조조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노조쪽 추정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방으로 이전한 153개 공공기관을 떠올려 보자. 그 기관의 인재가 유출돼 본연의 업무에 문제가 발생했을까. 또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지 못할까. 이는 LH가 진주로 이전해서 주택공급 정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사가서 기금운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약과 같다. 특히 산은의 본점 이전이 예정돼 있어 인력 유출이 심하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기사에 붙은 댓글이 따끔하다. '부산 아니라 산골로 들어가도 다니겠다는 사람 미어 터진다. 근무 조건이 좋으니까 스펙 좋은 사람이 많은 조직이지 스펙 좋은 사람이 그렇게 많아야 하는 조직은 아니다'. 결국 산은 부산 이전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산업은행법을 변경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사실상 여소야대 정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 권력'이 그 어떤 권력보다 막강한 현실이다. 산은 이전은 내년 총선 결과가 중요한 기로다. 지금처럼 여소야대 정국이 재현된다면 산은의 부산 이전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산은 직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기원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09-07 07:00:0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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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인공지능과 초(超)가공식품

7080세대에게 식품가공학개론은 식품공학과의 전공 필수과목이었다. 가공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인공을 가하거나 품을 들여서 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가공이라는 행위를 긍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식품가공의 목적은 식품의 원재료인 농수축임산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함으로서 소비자의 기호성을 충족시키고 상품의 품질가치를 향상시키는 수단과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취급하고 있는 모든 식품의 규격과 기준은 '식품공전'이라는 가이드라인에서 관리, 통제되고 있는데, 가공식품 용어정의에 따르면 "가공식품이라 함은 식품원료(농임축수산물 등)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키거나 이 같이 변형시킨 것을 서로 혼합 또는 이 혼합물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제조, 가공, 포장한 식품을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가공식품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의 발전은 식품가공 기술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한다.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재료인 햄과 살라미 역시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킨 것"이라는 가공식품의 정의를 충실히 지킨 것이다. 가공식품을 소비할 것인지 또는 가공식품이 들어간 (초)가공식품을 소비할 것인지의 선택은 소비자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가공식품이나 초가공식품이 반드시 우리 몸에 해롭다거나 소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안전성과 위해성 관리제도는 선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쿠킹로봇과 음식점의 서빙로봇 등 푸드테크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발전과 식품가공기술의 발달로 인한 조리의 즐거움과 손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수년전 필자가 국가프로젝트 교수단 일원으로 참여했던 아프리카 길거리 커피숍은 비록 초라해 보였지만 즉석에서 손으로 볶고 손으로 돌려서 분쇄한 거친 식감의 핸드드립 커피로서 진정한 최소가공(Minimal Processed)에 의한 아로마(Aroma)였다. 현재 우리가 구입, 섭취하는 소비재중에서 가공식품은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소비행태를 유도한다. 개인의 기호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현대인의 입맛은 가공식품의 가공정도를 더욱 가속화시켜 왔다. 초(超)가공식품에서 접두어 초(超)의 뜻은 '훨씬 뛰어난'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떨어져 관계가 없는'이라는 전혀 상반대의 개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초(超)가공식품(Ultra Processed Foods)과 대척점에 있는 김치와 전통장류는 대표적인 최소가공식품(Minimally Processed Foods)이다. NOVA의 식품분류 체계는 브라질 상파울루 보건대학에서 만들었으며 우리가 구입하는 식품을 비가공식품부터 초가공식품까지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그룹: 비가공 또는 최소가공: 가공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만 가공된 식품들을 말한다. 이 식품들은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 씨앗류, 곡물, 콩류, 계란이나 생선, 우유 같은 동물의 천연 생산물이 여기에 속한다. 최소가공식품은 말리거나 갈거나 굽거나 얼리거나 끓이거나 저온살균한 식품이다. 추가된 성분은 들어가지 않는다. 냉동 과일, 냉동 채소, 생선, 저온살균 우유, 100%과일 주스, 무가당 요거트, 향신료, 말린 허브 등이 속한다. 2그룹: 가공된 요리 재료: 가공된 요리 재료는 오일류, 버터 같은 지방류, 식초류, 설탕류, 소금류 등을 말한다. 이것만 따로 먹지도 않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도 않는다. 다른 식품과 함께 먹는 것들이다. 3그룹: 가공식품: 한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혼합해 만든 식품이다. 훈제하거나 단단하게 만든 육류, 치즈, 신선한 빵, 베이컨, 염장 또는 설탕 견과류, 시럽, 맥주 및 포도주 통조림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식품을 가공하는 주된 목적은 더 오래 보존하거나, 맛을 한층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4그룹: 초가공식품: 보통 가정식 요리로 얻을 수 없는 성분들이 들어간다. 이 성분들은 화학 성분, 착색료, 감미료 및 방부제 등이라서, 이름만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들 수 있다 . 초가공식품을 구별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같은 식품도 가공 방법에 따라 최소가공, 가공, 초가공 식품이 되기 때문이다. 플레인 요거트는 최소가공식품이다. 하지만 감미료, 방부제, 안정제 등을을 첨가하면 초 가공식품이 되고 귀리, 밀 등 곡류를 그대로 분쇄하면 최소가공식품이지만 설탕, 향료, 착색료 등을 첨가하면 초가공식품 시리얼이 된다. 밀가루, 식염, 가공된 이스트로 만든 빵은 가공식품이다. 하지만 유화제나 착색제가 들어가면 초가공식품이 된다. 토마토를 그대로 착즙한 RTD(Ready To Drink)음료는 최소가공식품에 해당되지만 증점제, 구연산, 당류, 식초, 향신료, 식염 등을 첨가해서 토마토케첩으로 변신하면 초가공식품이 된다. 초가공된 식품은 밀도가 높아져 소화기관에 들어가면 포만감이 감소하고 혈당수치(GI)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공하기 전 식재료의 특징이나 세포에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라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호모'는 인간, '데우스'는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놀라운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비로소 신만이 갖고 있던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이 차세대 인류를 '신'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9-06 07:45: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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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죽 쒀서 남 줬던' 키아프, 올해는 다를까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고의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영국의 프랜차이즈 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9월 6일부터 10일(프리즈는 9일 폐막)까지 코엑스 전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로 제22회를 맞는 키아프는 이번 행사에 국내 갤러리 약 140개를 포함한 20여개국 약 210개 화랑을 통해 1300여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독일 디 갤러리를 비롯해 최근 용산에 둥지를 튼 일본의 화이트스톤 갤러리 등이 외국 화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프리즈에는 전년과 비슷한 국내외 120여개 갤러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큐브, 타데우스 로팍을 포함 세계 정상급 화랑들이 대거 포진했다. 밀레, 피카소, 폴 세잔, 앙리 마티스, 루치오 폰타나, 루시안 프로이트, 에곤 실레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도 마스터스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두 개의 아트페어를 같은 공간에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8만원에서 25만원까지 하는 입장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김구림 전, 리안갤러리의 이강소 전, 아트선재센터의 서용선 전, 구띠갤러리의 김종숙 전 등 페어 개최 기간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이벤트도 많다. 하지만 한 지붕 두 행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속엔 걱정도 있다. 안방까지 내주었는데 주도권은 프리즈가 쥐자 '죽 쒀서 남 줬다'는 평가가 나온 2022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공간 내 관람 인원에서부터 느껴지는 온도차, 많게는 8000억원으로 추정된 프리즈 대비 약 10분의 1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 주요 판매 작품의 대부분이 외국 작가 작품이었던 현실은 지금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올해는 어떨까. 일단 지난해가 준비 부족 상태에서 치러진 느낌이었다면 금년엔 대비된 흔적들이 엿보인다. 주최 측인 화랑협회는 참여 갤러리들이 추천한 작가 20명을 소개하는 하이라이트와 채색화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국제 예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법한 이슈들을 모은 토크도 마련했다. 또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키아프 플러스'를 키아프의 한 섹션으로 재배치하는 등 나름 차별화를 꾀하려 애썼다. 하지만 프리즈와 체급을 맞추기엔 여전히 부족한 인상이 짙다. 뭔가 풍성해 보이지만 글로벌 위상을 담보할 키아프만의 선명한 색깔은 잘 읽히지 않는다. 문제는 작품이다. 올해도 '장식'에 머무는 얄팍한 출품작들이 주를 이룬다면 미학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 즐비한 프리즈와의 격차는 또다시 확연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막은 올랐고 이번 행사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아니면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독사과'를 덥석 물은 것인지는 나흘 뒤면 알 수 있다. '젊음'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키아프와 페어 참가 갤러리 120개 중 100여개를 아시아 및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갤러리로 채우며 '돈 되는 아시아' 공략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프리즈와의 경쟁 결과에 따라 키아프는 향후 세계적인 페어로 발돋움할 수도, 아니면 외국 유수 페어의 위성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키아프는 현재 그 기로에 섰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09-05 14:37:5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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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아들에게 빚을 선물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막차 세대에게는 큰 라이프 스케줄이 남아 있다. 장성한 자녀들의 결혼을 치르는 거다. 사실 자녀 결혼과 관련해선 마땅한 해답을 찾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일 큰 비용은 신혼집 비용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2022 결혼 비용 보고서'에서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이 2억8739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늘어난 신혼집 비용이 결혼 비용 급증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걸 보는 심정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물론 대부분은 신혼집 비용이고 나머지는 예식 등 결혼식 비용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놀랍다. '결혼은 꿈도 꾸지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난한 부모는 물론이고, 사랑에 빠진 청년들에게도 무언의 협박처럼 다가올 듯 하다. 며칠전 친구 아들이 결혼했다. 그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아이들 결혼 준비는 반평생에 걸친 숙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혼식은 여느 중산층 처럼 평범했다. 그러나 특별한 부분이 있다. 그는 결혼하는 아이를 위해 얼마전 집을 사줬다. 교사부부로 정년을 앞둔 그들이 돈이 많아 집을 사줬을리는 없고, 아무튼 이 어려운 판국이 그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가 아들에게 집을 사준 내력은 이렇다. 아들은 코로나19 직후 수율문제 해결을 위해 폴란드로 장기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유능한 2차전지 공정 엔지니어다. 아직 서른도 안된 청년인 점을 감안하면 유능한 셈이다. 그런 아들에게 결혼할 시기가 닥쳐 친구는 비장의 카드를 커냈다. 바로 아들 명의의 '만능통장'이라는 청약통장이다. 십수년이 넘어 진즉에 1순위가 된 통장이다. 그리고 아들 회사 근처인 화성 동탄 인근의 아파트단지에 당첨,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무튼 결혼식날 조금은 감격한 듯한 친구의 성취 어린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네게 결혼비용으로 아파트 분양권 하나와 5000만원 밖에 줄 것이 없구나. 결혼식, 아파트 중도금 등은 너희들이 감당해 나가는 걸로 하자." 아들은 내년 중반 신혼집에 들어가기로 하고 월세집에서 신접살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교사인 며느리감도 납득하고 혼수도 새 아파트 입주 이후로 미뤘다. 그가 아들에게 증여한도인 5000만원 외에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만능통장을 준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결혼이란 게 아이때부터 준비해온 셈이다. 또 있기는 하다. 엄밀히 말해 신혼의 출발부터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갚아가야할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즉 빚이다. 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한결같이 '애들 결혼준비를 20여년을 해온 것 아니냐'며 이구동성이었다. 만능통장이 없는 친구는 한탄하기도 하고 어느 친구는 선견지명이라고 감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는 자녀 결혼을 위해 만능통장을 만들고 매달 십수년동안 한두푼씩 꼬박꼬박 불입해온 이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노고와 비애가 먹먹하게 비쳐졌다. 친구의 심정은 어떤가. 차마 친구에게는 그 심정을 묻지는 못했다. 집과 빚을 함께 물려줘야하는 저 갸륵한 부성애.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선사한 첫 선물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냐고 물어볼 자신이 없었다. 다만 내 친구들은 그렇게라도 결혼을 치르는 친구에게 감복하는 걸로 봐서는 나쁜 것 같지 않다. 빚 한덩어리보다는 집 한채에 모두 시선이 사로잡혀서 그 빚마저 선물할 수 없는 처지가 더욱 아플거라는 생각은 왜 이리 허전한 지. 만능통장이라는게 자녀들 결혼을 20여년 이상 준비하라는 족쇄란 걸, 그리고 그 족쇄를 물려주는 인계식이 결혼이라는 걸 알게 된다.

2023-09-05 10:09:1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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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대학이 제2의 인생을 디자인하다

2024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코 앞이다. 학생들은 여섯 장의 대입원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터다. 내년 1월이면 곧바로 시작되는 정시까지 가게 된다면 초조하고 지루한 5개월여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입시즌이 되면 으레 푸릇한 젊은이들의 결박된 삶이 조명되거나, 산업전망과 같이 뜨는 직업의 이야기가 언론에 도배된다. 거기에 산업 현장에서 일하느라 대입 기회를 놓친 직장인들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인다.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야 이제 공부할 겨를이 생긴 만학도들은 대입이라는 무대의 조명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대학이 학령기의 등용문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만큼 그런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리라. 숲만 보지 않고 나무까지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재수, 삼수가 아니라 오수, 십수, 육십수의 대학 신입생도 있다. 물론 학령기 학생들과는 다르게 연거푸 시험을 보다가 대학에 온 건 아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일반고에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했다면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경험으로 대학에 온다. 이를 '특성화고졸재직자 전형'이라고 부른다. 만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만학도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면 학령기 학생들과는 10년 정도 세월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세상의 별 관심 없이 대학에 들어 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 충청북도에 있는 한 대학을 보면 23살부터 83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학습자들이 200명을 넘는다.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대학공부를 시작하나? 당장에 만끽하고 즐길 것도 많은데 왜 두꺼운 책을 들어야 하나? 밑도 끝도 모르는 의문이 들지만 성인학습자들의 대학생활은 오히려 유쾌하다. 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사회적 인정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모두 다르고 다양하지만 대학에 가는 성인학습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희망한다. 재직자들은 지금 몸 담은 직장에서 승진을 하거나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려고 한다. 오랜 기간 경력단절을 끊고 새로운 직업을 누리려는 여성들도 그렇고, 다문화 가정이나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사회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바로 대학이다. 아이들로부터 능력있는 부모로 인정받고 싶고, 젊은이들에게 표상이 되고픈 고령자가 있으며,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싶은 기초의회 의원들도 이 맘 때면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모두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고 새로움을 성취하는 일이다. 필자는 작고한 소설가 고(故) 박완서님의 광팬이다. 그의 소설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끄트머리 세대이고, 콩나물교실에다 이부수업을 톡톡히 경험했으며, 대학 갈 땐 졸업정원제로 물반 고기반이랄까 젊은 대학생들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캠퍼스를 기억하는 필자에게 지금의 대학은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이다. 그런데도 수시모집이다, 정시모집이다, 이런 때가 되면 좁은 문의 학력경쟁이 극성이다. 그러니 대학 서열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이제는 열린 눈으로 보자. 대학은 성인학습의 장(場)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인생설계의 '아비투스'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서열화 대신 평생학습 서열화라도 만들어보자.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3-09-04 10:10:4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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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부정경쟁행위 성립요건인 '주지성(周知性)'은 유형에 따라 달리 해석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각목은 개별 부정경쟁행위에 관해 정의하면서 이를 통해 그 성립요건도 규정하고 있다. 여러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 공통으로 등장하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요건이 있다. 이는 이른바 '주지성(周知性)' 요건으로 설명되고,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가목 및 나목), 저명상표 희석행위(다목), 도메인이름 사용행위(아목), 타인 식별표지 무단 사용행위(타목)의 성립을 위해서는 위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요건에서 '국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그러나 '널리 인식된'은 불확정 개념으로 구성돼 있어서 어느 정도로 알려져야 이를 널리 인식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법원은 이를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우선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가목, 나목)와 관련해 법원은 "단순히 그 표지 등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계속적인 사용, 품질개량, 광고선전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획득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나, 국내 전역에 걸쳐 모든 사람들에게 주지돼 있음을 요하는 '저명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의 일정한 지역적 범위 안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알려지게 된 이른바 '주지의 정도'에 이른 것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저명상표 희석행위(다목)와 관련해서는 관계 거래자 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이른바 '저명의 정도'에 이르러야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상품표지 등의 사용기간, 방법, 사용의 모습이나 형태,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에 기초해 해당 상품표지 등이 널리 알려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실무적으로는 해당 상품표지 등의 등장시기, 국내 판매처의 개수 및 연간 판매수량(또는 매출액 규모), 광고 등을 통한 홍보 여부 및 홍보 매체, 수상실적, 시장점유율,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상품표지 등이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를 다투게 된다. 한편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위 요건과 관련해서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사회에서는 상품표지 등의 인지도가 급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에서 누구나 알고 있던 상품이 내년에는 금방 잊혀진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형벌 조항)의 적용과 부정경쟁방지법 제5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침해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 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른 금지청구에 있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삼았다. 부정경쟁행위의 성립요건은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침해를 주장하는 쪽이나 침해 주장을 방어하는 쪽이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러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 문제 되는 위 '주지성' 요건을 미리 알아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3-09-03 10:55:02 원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