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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6>전세계 와인시장 '떠오르는 별' 한국

중국에서 한 레스토랑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여섯 명이 들어와 꽤 비싸보이는 레드와인을 주문했는데 한 모금을 마시더니 이내 직원을 불러 따졌다. 많은 말이 오갔지만 내용의 요지는 맛이 없다는 것. 어쩌려나 봤더니 사이다, 콜라가 나왔다. 빈 통에 먼저 와인을 콸콸 따르더니 곧 이어 사이다와 콜라도 남김없이 쏟았다. 중국 특유의 긴 나무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는 와인잔에 다시 서빙됐다. 그제서야 고객들은 맛있다며 직원을 돌려보냈다. 저렇게라도 마시면 다행이다. 중국에서 봤던 열 번 중 여덟, 아홉 번은 비싼 와인을 시키고는 와인병과 와인잔을 들어 포토 타임을 갖는다. SNS에 올리고는 와인은 그대로 남겨지기가 일쑤였다. 전 세계 와인업계가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보다 5000만 인구의 한국 시장을 주목했다. 중국이 맛보다는 와이너리의 명성과 브랜드에 집착하는데 반해 한국은 전문가의 그것을 추구하는 애호가들이 많은 덕분일까.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미국 와인업계는 2023년 가장 매력적일 와인시장으로 한국을 꼽았다. 프로바인이 와인생산자와 수출·수입업자, 레스토랑과 호텔 등 47개국, 약 2500명의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구세계, 신세계 할 것 없이 한국은 주목할 만한 곳이 됐다. 구세계에서는 와인종주국 프랑스가 아시아 중에서는 일본(2위)과 싱가포르(4위) 다음으로 한국(7위)을 유망하게 봤고, 이탈리아는 일본(5위)과 한국(6위)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세계에서의 선전은 더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도 각각 5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 때 고급와인의 가격을 좌지우지했던 중국은 프랑스에서는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이탈리아와 칠레에서만 한국을 앞섰다. 한국 와인시장에 대해 달라진 시각은 이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프랑스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Vinexpo)가 열린다. 홍콩 정도는 가야 가능했던 국제 와인 행사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비넥스포는 이탈리아의 빈이탈리(Vinitaly), 독일의 프로바인(Prowein)과 함께 세계 3대 와인박람회 가운데 하나다. 원래 아시아에서는 홍콩에서 열리던 것이 올해는 한국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60곳 안팎의 와인 생산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에 내세운 주제는 '떠오르는 한국(Rising Korea)'이다. 비넥스포는 "경제력 세계 10위인 한국은 2021년 와인 수입 규모가 전년 대비 금액 기준 69%, 용량 기준 41%나 급증했다"며 "전 세계 와인생산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가운데 한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와인업계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 비넥스포는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벌써부터 진지하게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시음노트를 쓰고 있을 학구파 한국 와인애호가들이 그려진다.

2023-02-23 13:38:1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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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사면초가'에 몰린 은행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뜻이다. 전쟁에서 적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를 말한다. 최근 은행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온통 초나라 노래만 들린다. 이 전쟁은 이미 승부가 난 듯 하다. 은행이 졌다. 기준금리 상승과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은 작년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이자 장사'라는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따가운 시선을 뛰어 넘어 뺨을 맞고 있다. 뺨을 때린 주인공은 놀랍게도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다"라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에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선 한 발 더 나아갔다. 직원들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염두에 둔 듯 은행이 '돈 잔치'를 하고 있다며 금융위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면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은행을 향한 그의 발언은 작심비판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대통령을 거들었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등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도 곳곳에서 불만을 터뜨린다. 불과 1년새 이자 부담이 두 배로 커지면서다. 은행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공의 성격은 있다. 대통령의 지적 처럼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한 은행에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뺀 민간은행은 최근 수 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익의 일부로 성과급을 줬고, 해마다 늘었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 이상이다.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늘렸다. 은행이 이자 장사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적당히 '잔치'를 했어야 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익을 늘렸어야 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자신하고 다른 사람의 소득이나 분배 비율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즐겁고 유쾌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다면 질투나 시기, 고통까지 동반한다. 지나친 '이자 장사'와 '돈 잔치' 때문에 은행은 땅을 산 꼴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배가 아프다. 그래서 은행은 앞으로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전쟁에서 졌고 도와줄 우군이 없기 때문이다. 수 천 만원의 성과급은 물론 수 억원의 희망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다. 공공재로 낙인 찍힌 이상 이익의 많은 부분을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주가 상승이 힘들 지 모른다. 또 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도 포기할 것이 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은 접어야 한다. 적어도 현 정권에선 금융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맘껏 벌 수 없으니 외국 은행이나 금융투자회사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 은행이 뺨을 맞고도 울지 않는 이유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02-23 08:09:1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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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영산강 홍어 예찬

정부에서 발행한 한국하천일람에 따르면 영산강(榮山江)은 전라남도 담양에서 발원하여 장성, 광주, 나주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총길이 115.5㎞의 광주와 전남 젖줄이다. 또한 영산강은 세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뉴스 매체인 CNN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된 바 있다. 독특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숙성홍어의 원재료 홍어는 예로부터 신안 흑산도에서 많이 잡혔지만 최대의 소비처는 나주 영산포 일대였다. 지금도 나주 영산교 일대가 '선창'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짐작이 간다.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는 바람을 이용한 돛배에 실려서 나주까지 가져오는 데 달포나 걸렸다. 이 과정에서 홍어는 저절로 삭는다. 자연발효되는 셈이다. 숙성홍어가 자연 발효음식으로 태어난 역사적 동기이다. 지금도 영산강변에 국내 유일의 내륙 등대가 잘 보존되어 있는데 황포돛배 나루터 인근에 국내 최대의 홍어거리가 형성되어 있음은 그 당시 흑산도에서 갓 잡은 홍어를 나주고을까지 실고 오면서 자연 발효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후기 한국 최고(最古)의 어류학서(魚類學書) 자산어보를 간행한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배에 복결병이 있는 사람은 홍어국을 끓여 먹으면 낫고, 숙취를 없애는데 효과가 있으며, 뱀에 물린 데에는 껍질을 붙이면 낫는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당시 복결병은 배 속에 어혈이 생긴 병을 일컬었다. 또한 "나주(羅州) 고을 사람들은 홍어를 삭혀 즐겨 먹는다"고 기술 한 것으로 보아 숙성홍어의 효시가 나주라는 것이 분명하다. 홍어와 가오리는 생김새는 많이 닮았지만 홍어는 씹히는 식감이 특유한 반면, 가오리는 살이 두툼해서 부드러워 보이지만 질긴 편이다. 홍어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값싼 가오리가 종종 홍어로 둔갑하여 유통되기도 한다. 홍어는 한자로 홍어(洪魚)라고 표기하는데 두께가 납작하면서 옆으로 넓어서 넓을 홍(洪) 생선 어(魚)란 뜻에서 비롯되었다. 홍어가 물속에서 넘실대며 이동하는 모양이 마치 바람에 너울대는 연잎을 닮았다고 하여 하어(荷魚), 가오리 같다고 하여 분어라고 표기하였으며 이는 홍어가 숨을 내쉴 때 눈 바로 뒤쪽에 있는 한 쌍의 분수공(噴水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분어는 모든 가오리무리를 지칭한다. 전남에서는 고동무치, 포항에서는 가부리, 신미도에서는 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홍어에는 베타인(betaine)과 타우린(taurine), 칼슘 함량이 높고 특징으로는 어류 중에 요소 함량이 매우 높아 홍어 100g당 약 2.6g의 요소가 들어있다. 해양생물학자들에 따르면 높은 농도의 해수 속에서 살아가는 어류는 상대적으로 저농도인 체내 수분을 지키기 위해 체액에 요소를 생성하여 삼투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홍어가 발효되면서 코를 자극하는 강한 냄새와 독특한 맛을 내는 이유는 요소와 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TMAO)가 우레아제(urease)효소와 미생물에 의해 환원되면서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TMA)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흑산도홍어와 수입홍어의 영양 생화학적 가치에 관한 연구에서 유리아미노산은 국내산 홍어가 더 많았고 홀수탄소를 가진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도 국내산 홍어가 수입산 홍어보다 훨씬 많았다. 지방산의 경우도 오메가-3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좋은 단백질과 지방 공급식품임을 알 수 있다. 홍어는 번식력이 강한 어종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산 홍어는 수요가 모자라 아르헨티나, 칠레, 미국 등 10여 개 국가에서 수입 유통하고 있다. 홍어회는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 막걸리와 어울려서 홍어삼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홍어는 보통 날개살이 아닌 자투리살을 이용하여 회무침으로 먹거나 탕, 구이, 찜 등으로 요리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엔 영산포 홍어거리로 가서 대표적인 슬로우푸드인 숙성홍어에 막걸리 한 사발하고 영산강 황포돛배에 몸을 실어 보기를 권장해 본다. /연윤열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2-22 10:17:4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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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조각 전시장에 조각 대신 놓인 '균열'

동시대미술은 통제, 관리, 지배, 통치라는 지휘적 명제들과 끊임없이 대결한 채 이전과 다른 가치를 창안하기 위한 태도를 중시한다. 새로운 형태의 문화라고 하는 것들 역시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 태도의 산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표현의 방식 면에서도 동시대미술은 어떤 제한을 두지 않는다. 문화와 문화 간 교섭과 상호 교류에 적극적이다. 조각·회화라는 구분은 구시대적이다. 주제, 소재, 기법 등 다양한 조형언어의 고정관념까지 해체한다. 따라서 당대 미술은 일종의 '혼합 감각적 예술'에 가깝다. '제12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오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조각가협회가 주최하고 국제조각페스타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조각 중심의 전시다. 150여 개의 부스 25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한다. 주제는 '조각, 공간을 넘다'이다. 주최 측에 의하면 이번 행사는 조각의 사회적 기능과 담론 형성에 무게를 둔다. '작은 조각 특별전', '서울시 청년작가 특별전', '중국현대조각 특별전' 등은 그 일환이다. 미술이론가 조은정이 감독을 맡은 '한국근현대조각, 시공초월(時空超越)'이라는 또 다른 특별전도 마련된다. 인간 삶이 반영된 한국조각의 역사를 다룬다. 다채로운 특별전은 협회까지 나서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알리바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 국제교류, 한국조각의 위상 제고라는 복합적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참가다. 여타 페어형 전시에 비해 비중이 높다. 올해도 크라운해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 산하기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수한 작가를 후원하고 타 분야와 창조적 융합을 통한 조각 영역의 확장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가운데 김포국제조각공원(경기 김포시 월곶면 고막리 435-14)을 운영 중인 김포문화재단은 김포조각가협회와 함께 이색적인 전시를 꾸린다. 바로 '균열'(Crack)을 테마로 한 기획전이다. 김포조각가협회 회원들의 자발적 협의에 의해 선보이는 '균열' 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은 출품되지 않는다. 조각 행사에 조각이 없다. 대신 매체 확장성에 기반을 둔 '개념'을 선보인다. 형상을 만들기 전의 과정과 아이디어를 녹여낸 작품 20여점이다. 이들 작업은 '혼합 감각적 예술'에 부합한다. 취향에 봉사하기 위한 상품과는 거리가 멀다. 지각적(perceptual)인 것에서 이탈하고 시각적 만족에 저항하는 '도발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각(개념)'도 완성된 형상 못지않은 작품임을 제시하는 무대 한편에선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성악가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 '세레나데'도 펼쳐진다. 점차 희박해지는 사람 사이의 순수한 감정과 희망을 다룬 작품이다. 김포조각가협회 부스 내에선 '살아 있는 조각'인 '침대(Bed)'가 관객을 맞는다. '세레나데'의 대척점에서 고요한 절망과 죽음을 뜻한다. 이 절망과 죽음 속에는 미술, 사회, 정치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 등 세상의 어둠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이 담겼다. 이 밖에도 김포조각가협회는 무빙아트(moving art)인 '카트'를 진행한다. 이는 전시장 내 모든 곳을 미술 장소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다. 부유한 채 유동하는 동시대인들의 현재를 녹였다. 특히 카트 내에 가득 실린 오브제는 개개인의 정체성이자 욕망이다. 카트를 끌며 천천히 내딛는 예술가들의 걸음에서 강제된 질서 속 살아가는 현실의 은유를 엿볼 수 있다. 작가들은 이들 작업을 통해 '예술의 존재의 이유'를 묻고 진실한 교류와 관계 속에서 싹트는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우린 누구인가'라는 명제 아래 인간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사명이란 무엇인지를 직접 혹은 타자의 행위를 빌려 제시한다. 물론 사회적 의사표시로서 미술의 경제성이 곧 진정한 미술품의 가격임을 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제도·상품·자본·노동 등 인간 삶을 지배하고 '포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탈주를 추구하고, 형식으로부터 자유를 드러내기 위한 김포조각가협회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복잡다단한 시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 시대변화에 따른 예술 생산방식 역시 다양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그들의 태도는 충분히 의미적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02-21 14:09:2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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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유망업종은 4가지 필수조건이 필요하다

모든 예비창업자가 한결같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바로 '유망한 업종'이다. 항상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의 유망업종들을 발표한다. 유망한 업종이 모든 사람에게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유망한 업종을 선택하면 성공확률을 훨씬 높여준다. 소비자들의 소비트랜드와 함께 사회적 이슈, 경제환경 그리고 전문성과 편리성을 기반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업종의 유망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필수조건 4가지는 바로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그리고 정체성이다. 첫 번째 성장성은 무엇을 기준으로하는가? 창업아이템에는 항상 PLC(제품수명주기: Product Life Cycle)가 존재한다. 소비자들의 구매요인에 따라 제품별 도입기에서 쇠퇴기까지 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장기와 성숙기 아이템들에 대한 소비력이 증가되는 창업시장에서는 그에 따른 아이템 선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큰 수익이 없어도 시장이 확대되면 반드시 전체 매출도 커질 것이고, 덩달아 돈을 버는 사업자도 많아질 것이다. 때문에 성장성은 유망업종의 판단 여부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성장성 요인에도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수준, 즉 충분히 시장이 성숙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면 소규모 사업자들은 버텨내지 못한다. 소규모 사업자들은 자금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창업한 후 6개월 내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해야 하고, 창업후 40개월 안에는 투자비 회수가 가능해야 한다. 업종과 성장성을 보는 또 한가지 관점은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 문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업종을 유행 업종이라 하고, 긴 업종을 고유 업종이라 분류한다. 유행업종의 경우 반드시 성장 단계 초입에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반면, 고유 업종은 라이프 사이클이 길기 때문에 성숙기나 쇠퇴기에 창업을 해도 큰 위험은 없다. 결론적으로 성장성과 관련된 업종을 선택할 때 너무 앞서거나 뒤져도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정성이다. 안정성이 있다는 말은 곧 시장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업종의 경우 잠재 수요가 충분할 경우에는 손쉽게 성공할 수 있으나, 새로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업종은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신규 업종을 선택할 때는 숨어있는 수요, 즉 그 상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설득을 해서 이 사업에 주목하도록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안정성이 높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자금 회전속도와도 관련이 있다. 아무리 장사가 잘되는 업종이라도 지나치게 투자비가 많이 들어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안정성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아무리 성장성이 높고 안정성이 높아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유망한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세 번째 수익성이 중요하다. 수익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진이다. 마진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둘째는 투자비 문제다. 아무리 장사가 잘될 만한 업종도 투자비 부담이 너무 크다면 수익성이 좋다고 할 수 없다. 투자비 부담이 크면 결국 전체적인 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투자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회수 안 되는 투자비와 회수가 되는 투자비다. 점포 구입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면 점포 구입비는 대체로 회수되는 돈이므로 안심 할 수 있다. 단, 권리금이 많이 드느냐, 보증금이나 월세로 많이 들어가느냐는 좀 다른 문제이다. 권리금은 영업권리금, 장소권리금 등으로 영업권리금의 경우 점주의 능력이 떨어지면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시설권리금의 경우 해당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데 해당 시설을 인수하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뜯어고치게 되거나 하면 손해가 나므로 이 또한 잘 따져봐야 한다. 셋째는 운영의 경제성이다. 월세는 얼마나 드는가, 인건비가 많이 드는가, 재투자비가 많이 드는가, 홍보 및 접대비는 많이 드는가 등의 여부다. 마지막으론 정체성이 중요하다. 정체성이란 해당 아이템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을 가진 고객군이 누구냐에 대한 의미다. 즉 성별과 연령대가 표적고객이냐에 따라 영업방법과 마케팅 방법을 달리해야만 원하는 수익성 기반의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맥주전문점 창업을 준비한다면 아이템의 특성상 표적고객군은 20대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하는 아이템이다. 또한 평균 구매력이 2, 3명이 1시간40분간 3만2800원을 소비한다.그러하기에 해당하는 고객들의 유동성과 집객성이 우수한 입지를 선택해야만 승산이 있는 아이템이다. 따라서 고객의 정체성은 창업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창업은 전쟁이자 분석이다. 철저한 분석과 점검 판단만이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가능케 한다. /프랜차이즈브랜드 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소장 (컨설팅학 박사)

2023-02-20 14:09:35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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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퍼블리시티권' 도입, 콘텐츠산업 성장 촉진할 것

'퍼블리시티(publicity)권'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이 강력하게 보호되고 폭넓게 활용돼 왔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권리라는 이유로 그 권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판례 역시 이를 인정하는 판결들과 부정하는 판결들이 엇갈려 왔는데, 최근에는 부정적인 판결들이 더 많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정경쟁방지법이 2021. 12. 7. 일부 개정되면서 '타인의 성명 등 인적식별표지의 무단 사용'이 새로운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추가됐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인적식별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새롭게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는 퍼블리시티권을 금지 규정의 형태로 도입한 것이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더 나아가 작년 말경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신설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입법예고 기간 2022. 12. 26.부터 2023. 2. 6.까지). 법무부는 위 민법 개정안의 입법취지를 "SNS, 비디오 플랫폼 등으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인격표지영리권을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을 ▲사람이 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격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하며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후에도 인격표지영리권은 상속돼 30년간 존속하도록 하고 ▲인격표지영리권 침해 시 침해제거·예방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무부는 위 민법 개정안을 2023년 상반기 중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하므로, 퍼블리시티권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해 입법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을 포함해 우리 정부와 국회가 그 동안 논의만 활발했던 퍼블리시티권의 도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의 도입은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개인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 현대사회에서 개개인의 재산권을 보다 강하게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콘텐츠 산업,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퍼블리시티권이 명문 규정을 통해 명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원해 본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3-02-19 09:57:2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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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5>시즌2를 기다리며…'더 글로리' 와인

<185>드라마 속 와인 '더 글로리' 시즌 1 "신 대표가 보낸 거면 백(만원) 이하는 아닐 겁니다.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만 원짜리 와인을 한 병 사요. 치즈도 좀 사고. 그 만 원짜리 와인을 먼저 마시고, 그걸 마셔요. 그럼 마실 줄 알게 될 겁니다." '100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법'으로 회자된 드라마 '더 글로리' 하도영의 대사다. 운전기사가 이런 귀한 것은 마실 줄도 모른다고 하자 답한 말이다. 하도영은 주인공 문동은을 괴롭힌 주동자 박연진의 남편이다. 건설사 대표로 나온다. 운전기사가 들어온 선물을 건내자 고가의 와인임을 알면서도 어떤 망설임도 없이 "아, 가져가 마셔요"라고 하는 인물이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영화 '아가씨'에서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이 탐한 그 태도. "내가 탐하는 건 뭐랄까, 가격을 보지 않고 포도주를 주문하는 태도? 그 비슷한 어떤 거에요." 사실 감탄했다. 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고, 백 만원짜리를 맛봐라. 좋은 와인의 맛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너무나도 간결명료한 방법이어서다. '나이스한 개새끼' 하도영이 좋은 와인 마시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액면이 그냥 개'인 전재준은 실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다. 첫 번째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프랜치 콜라주(Franchie Collage)'다. 전재준이 거품 목욕을 즐길 때 욕조 위에 놓여 있던 와인이다. 프랜치 콜라주는 카버네소비뇽과 쁘띠베르도, 쁘띠시라에 말벡, 템프라니요 품종 등을 섞어 만들었다. 와이너리 소유자인 장샤를 부와세와 전재준의 공통점이 있다면 애견가라는 것. 와인 레이블에 불독의 그림들이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바로 부와세의 반려견이다. 와인명 프랜치 역시 애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전재준도 드라마 속에서 반려견에 루이11세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애지중지 키우는 것으로 나온다. 두 번째는 스페인 와인으로 '그레이스 하비스트 토로 로즈'다. 박연진의 아이 예솔이의 그림을 보며 깊은 한숨과 같이 마신 와인이다. 자신과 같이 색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생부임에도 예솔이를 데려올 수 없는 분노가 뒤섞였지만 와인의 레이블은 전재준의 현실과 달리 사랑을 뜻하는 장미로 뒤덮여 있다. 이 와인은 카네이션과 장미, 모란 등의 시리즈로 되어 있다. 카네이션이 기본급이고, 모란이 상급이다. 전재준이 마신 장미는 우리나라에서도 3만원대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다. 시리즈 모두 숙성 기간만 다를 뿐 틴타데토로 품종 100%로 만들었다. 틴타데토로라는 말이 낯설다면 스페인 와인의 대표주자인 템프라니요 품종을 생각하면 된다. 템프라니요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재배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데 토로에서 자란 포도를 쓸 경우 와인이 힘차고 농축된 맛을 보여준다. 토로 로즈 역시 검붉은 색에 묵직한 풀바디 와인으로 체리와 블랙베리, 제비꽃 등의 향이 복합적인 것이 특징이다.

2023-02-16 14:29: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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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1·3 대책, 가격보다 거래량이 중요하다

2023년 1월 3일, 올해 첫 부동산 대책이자 이번 정부 들어서 가장 큰 변화가 발표되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였고 그로부터 한달여 시간이 지난 지금은 시장의 반응과 향후 추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된 시점이다. 우선 많은 전문가들이 비유하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8년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비슷한 조치가 있었다. 그 내용은 행정상의 투기지역 해제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이번 발표와 비슷한 방향이었다. 효과는 상당했다. 그 직전까지 약 30% 폭락하던 시장이 정책발표 후 단기간에 회복했고, 거래량도 늘어서 자칫 금융위기와 겹쳐 더욱 가라앉을 뻔 했던 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당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맞추어 우리도 금리를 기존 5%에서 2%까지 인하했었고,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지금은 고금리시대가 막 시작되어 금리 인하는 커녕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론'만으로도 호재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당시의 결과에 비추어 이번 정책의 효과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인 것이다. 1·3대책 이후에 처음 집계된 서울의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1000여 건이다. 이는 평균 거래량인 월 5000여 건에 비해 터무니 없는 수준이다. 서울의 아파트 및 유사 주거형태의 가구수를 약 200만개로 보았을 때, 적어도 월 5000여건의 매매는 있어야 적절한 순환이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당장은 가격 회복을 떠나서 거래량의 정상화를 통한 시장 안정은 아직도 멀었다는 뜻이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올해는 강남 4구에서만 약 2만 세대가 새로 공급되어 가뜩이나 하락중인 전세가격에 물량폭탄을 더한다. 이는 역전세난으로 인한 '전세 사고'로 전이되어 경매지표에 반영된다. 1월의 경매 낙찰률이 약 20%를 밑도는 가운데 입찰자들 사이에서는 최소 3회 유찰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더구나 영끌족, 갭투자자들이 본격적인 고금리에 항복을 선언하게 될 올 하반기부터는 경매물량증가가 더욱 두드러질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때에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기사에도 신중해야 한다. 앞서 말한 과거의 완화정책의 결과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곧 바닥을 다지고 반등한다는 식의 예측이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시장의 상황이 아닌 몇몇 상승 거래사례일 뿐이며 일부 예측은 소위 전문가들의 '개인적 욕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바닥 다지기'는 어디까지나 상승여력이 분명한 극히 일부 지역에나 해당될 뿐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해졌고 거래환경은 더욱 투명하게 바뀌고 있다.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하는 집값 올리기, 즉 계약해지를 염두에 둔 허위신고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들과 중개사들의 과거와 같은 행태는 그 기록이 남게 된다. 이제는 시장의 착시현상을 걸러내기가 쉬워진 것이다. 모두가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일부의 우려와 달리, 부동산 침체로 인한 국가경제의 위기까지 언급할 상황도 아니다. 물론 일부 부실 건설사도 생기겠지만 극단적인 경제위기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주택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인프라, 토목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전체 건설업의 예상 총매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던 일부 건설사들의 문제에 투자자도 실수요자도 휘둘릴 필요는 없다. 지금은 그저 단단한 거래환경이 조성되길 기다릴 때이다. '저점'은 그때 확인해도 늦지 않는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2-15 10:19:1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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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한국경제의 함정 ② -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혼란이 더해지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경제는 성장잠재력 저하, 가계·기업·국가 부채 증가, 대외경쟁력 약화 같은 곤경에 마주쳐 있다. 정말 큰 문제는 우리사회에 불신풍조가 어지럽게 뒤엉켜가면서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그 실마리를 찾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나 아래서나 경쟁하듯 "네 탓이다, 네 탓이다"하며 내지르는 괴성에 진저리가 처진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사회 구성원 간에 수많은 의견을 집합하고 조율하는 능력인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해야 해결방안이 찾아지고 서로 경계하는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나는 무조건 옳고 남은 덮어놓고 틀렸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와 잘못 하고도 고치려 들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진실이 뭉개져 거짓말 파편이 된다. 공생이 아니라 사실상 공멸을 외치며 끝없는 아귀다툼을 하는 동안 사회적 수용능력은 시나브로 무너질밖에 없다. 지도층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의논하기보다 자신은 무조건 높이고 남은 막무가내 헐뜯는 자찬훼타(自讚毁他) 심리를 부추겨 불신을 조장한다. 덮어놓고 으르렁거리며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어찌 내일을 기대하겠는가? 오래전 차 뒤꽁무니에 매단 "내 탓이오 내 탓이오"구호가 마침내 "네 탓이다, 네 탓이다."로 바뀐 셈이다. 잘못을 고치려들면 허물을 씻어낼 수 있지만 고치지 않으면 점점 굳어져 악습으로 변한다. "잘못하고도 고치려들지 않는 행실이 허물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논어 위령공 29)고 하였다. 자신의 허물을 외면하는데 어떻게 허물을 고치겠는가? 자신의 허물은 개의치 않고 툭하면 상대방에게 덤터기를 씌워 사정없이 헐뜯는 인면수심 작태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까닭이다. 하구한날 거짓말을 듣다 보면, 듣는 사람들조차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러려니 하며 타성에 젖게 된다. 말장난으로는 불신풍조가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커갈밖에 도리가 없다. 아시타비, 자찬훼타에 익숙해진 모리배들이 한 가닥 수치심도 죄의식도 없이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고 외치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은 과연 무슨 뜻일까? 국민들이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는 한 우리사회를 곤두박질치게 할지도 모르는 불신의 함정은 더 커갈게다. 따지고 보면 후백제, 고려, 조선의 패망의 원인은 지도층 의 상호불신 때문이었다. 까마득한 옛날 전제군주시대에도 사마천은 "사회의 흥망성쇠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데 달려 있다"고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과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불신사회에서 신뢰사회로 가는 전환점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끝없는 탐심에서 비롯되는 지도층 인사들의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하는 헐뜯기 타령부터 자제해야 만 한다. 망국적 불신풍조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트러스트(Trust)를 쓴 후꾸야마(F. Fukuyama)는 "국가경영에서 경상적자, 재정적자보다도 '신뢰의 적자(deficit of trust)'가 한층 더 위태롭다"고 했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2023-02-14 10:28: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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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산다] '영끌'을 부추긴 이들은 지금

'영끌', '빚투'로 호들갑스러웠던 엊그제다. 뉴스 뿐만 아니라 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조차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이 운위될 정도였다. '영끌'이라는 호들갑은 곧 한국적 사회현상이 되고 집없는 젊은이들은 더 불안해졌다. 마치 집을 사지 않는 청년은 출발선에서부터 낙오자인 듯 서로가 서로를 부추겼다.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는 엄밀히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전제로 한다. 그 전제를 기정사실로 설정, 최후의 수요자인 청년들에게 청춘을 바칠 것을 강요한 것이다. 그 덕분에 몇몇은 앉아서 한몫 챙겼다. 거기에 전문가들은 어떠했나? 매일같이 집값 오른다고 난리를 치며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을 주택판으로 내몰았다. 집값 상승의 에스컬레이터 끝이 절벽임을 경고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젊은이들을 부추겼던 이들은 지금 어느 한구석에도 일말의 반성이 없다. 지금 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누가 제일 먼저 죽을 판인가. 영끌, 빚투해서 집을 산 청년이 제일 먼저 절벽끝에 내몰려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 강남 등 고가아파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일례로 잠실주공 5단지 82㎡의 경우 최고가 대비 10억원 가량 떨어졌다. 더 많이 떨어진 채 거래된 급매물도 있다. 강남, 서초 등은 물론 서울 전역에서 두달새 급락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규제지역 해제 이후 하락 폭은 더 커졌다.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로 급매물마저 거래 실종사태를 맞았다. 서울뿐 아니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도 낙폭이 커졌다. 분당, 일산도 마찬가지다. 1기 신도시 재정비 발표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 다시 반등할 거라는 조짐은 없다. 규제완화로 서울의 집값 하락률이 감소하는 추세인 것 맞다. 그러나 서울, 경기는 물론 세종 등 전국 모든 곳에서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던 제2기 신도시의 경우 하락세가 가파르다. 역전세도 심각한 상황이다. 1억∼2억원 정도 낮아진 것은 보통이다. 그래서 이번엔 집주인들이 울상이다. 계약 갱신기간이 되면서 떨어진 가격 만큼 돈을 돌려줄 수 없자 반대로 집주인이 하락분을 월세로 환산,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세입자들은 이사를 가려 해도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 태산이다. 역전세로 그런 난리가 없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역전된 상황을 가리킨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고, 이전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역전세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 더욱 많다. '깡통전세'도 또다른 태풍이다. 전셋값이 아예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깡통전세가 확산될 경우 분쟁을 넘어 세입자에게 강제경매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 짐을 짊어질 사람들이 바로 '영끌족', '빚투족'이다. 올해는 전세 물량이 지난해보다 5만가구 가량 더 늘어난다. 전세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늘어난 입주물량 만큼 전세값이 조정되는 정도가 아니다. 그 누구도 지금 시장이 바닥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없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떨어지는 집값을 막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지난날 젊은이들을 '영끌', '빚투'로 내몰았던 이들의 반성은 언제쯤 이뤄질까.

2023-02-14 09:22:25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