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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온라인몰의 '템플릿',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산업과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저작물과는 달리 새로운 형식, 매체 등을 활용한 저작물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서 이를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항소심)에서 작년에 판결한 사안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성과물(창작물)과 관련돼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나10615 판결). 웹페이지 개발·운영 등과 관련해 사용되는 용어로 '템플릿(template)'이라는 것이 있다. '템플릿'이란 일부 세부정보가 포함된 샘플(sample) 문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업제안서, 발표자료 등의 기본적인 형식이나 구성요소를 담은 문서를 말한다. 웹페이지 개발과 관련해서는 판매하는 상품의 특성이나 주요 정보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하는 것을 지원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된다. 위 사안에서 원고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온라인 쇼핑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을 올려두고 해당 템플릿에 콘텐츠를 채우는 방식으로 제품 상세페이지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피고는 위 템플릿을 구매한 뒤 새로운 템플릿을 생성하거나 이를 재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우선 위 사안에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웹페이지 화면구성 등을 지원하는 '템플릿'은 고객들에게 해당 웹페이지의 상품 정보와 특징, 장점을 효과적으로 부각해 전달함으로써 구매의욕을 고취시키는 '기능성 저작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법원은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 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 편의성 등에 의해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해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해 위 사안에서 문제가 된 '템플릿'에 대해서 ▲웹페이지에서 상품, 각종 이벤트, 공지사항에 관한 정보에 대한 고객들의 집중력을 높이거나 판매하는 상품의 특성 및 주요 정보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그 텍스트 및 이미지의 위치, 구성 등을 정하는 것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높고, ▲위 '템플릿'이 이미 다른 기업이나 쇼핑몰 업체에서 널리 활용하는 방식과 특별한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여기에 어떠한 '창작성'이나 독점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처럼 저작물성이 아이디어 등에 그치지 않고 저작물로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기업의 권리 행사에 있어서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새로운 판례 등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3-06-11 13:44:0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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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9>인플레이션을 견디는 법?…집술·홈파티!

<199>드리즐리 '2023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 인플레이션이 술잔 안으로까지 들어왔다. 더 이상 마스크를 쓸 필요도 없고, 레스토랑과 술집마다 문이 활짝 열렸지만 사람들이 다시 팬데믹 때와 같이 '집술'을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인플레이션으로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부담되는 가격으로 밖에서 한 끼, 한 잔 하느니 집에서 먹겠다는 이들이다. 드리즐리가 내놓은 '2023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4명 가운데 한 명은 올해 바(bar)나 레스토랑보다는 집에서 더 자주 술을 마실 것이라고 답했다. 드리즐리는 미국의 최대 주류배달 플랫폼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우버가 지난 2021년 인수한 곳이다. 배달 가능한 지역이 미국 내에서 가장 넓은 것은 물론 주문하면 오래 걸려봐야 한 시간 내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애주가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게다. 술에 있어서만큼은 필요한 바로 그 때,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을. 드리즐리가 올해 술을 구입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26%가 바나 레스토랑보다는 집에서 마실 술에 돈을 더 많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문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강타했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집술'로 방향을 튼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 응답자는 거의 60%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바와 레스토랑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모임도 홈파티가 대세가 됐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한 잔 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보통은 근사한 곳을 예약했을 생일이나 기념일까지 말이다. 응답자의 21%가 작년보다도 올해 더 '홈파티'를 많이 열 계획이며, 주로 ▲바베큐 파티(46%) ▲캐주얼한 모임(44%) ▲연휴 모임(41%) ▲생일 파티(39%)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Z세대(34%)와 밀레니얼세대(31%) 등 '신세대'가 X세대(18%)와 베이비붐세대(12%) 등 '구세대'에 비해 올해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겠다고 답했다. 드리즐리 관계자는 "주류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 적응하면서 점차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며 "외부에서의 주류 소비는 줄이는 대신 가정에서 술을 즐기고, 모임도 집에서 가지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와인에 대한 선호도는 극명히 갈렸다. 마시려면 진한 레드와인, 아니면 아예 무알콜 와인이나 가벼운 칵테일을 선택했다. 올해 여름에 주로 마실 와인에 대해 31%가 레드와인을 꼽아 보통 여름에 더 인기를 끌었던 화이트와인(28%)이나 로제와인(17%)을 앞섰다. 또 Z세대(21%)와 밀레니얼세대(22%)는 무알콜 와인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인 등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소위 인플루언서보다 지인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응답자들의 57%가 가족이나 지인의 추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광고(14%)나 SNS 인플루언서(8%), 유명인 추천(6%) 등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3-06-08 12:08: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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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이복현의 현재와 미래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경험이 있으니까 불공정거래 등 이슈는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렇게 쉽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해서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했다. 그리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금융회사 내부의 탈법 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SG증권발 주가급락 사태(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한 것이다. 과거 금감원장 재임 때 볼 수 없었던 낮은 자세다. 지난 2019년 10월 펀드 환매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다시 소환한다. 이른바 '라임펀드 사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20년 7월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가 펀드의 손실액을 전액 배상하라는 결정을 했다. 사모펀드의 손실을 판매사가 모두 물어주라는 억지(?)였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은 윤석헌 원장.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 부실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의 반성은 어땠을까. 금감원은 운용사의 운용 현황 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규제완화로 사모펀드 운용 규모가 급증했음에도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 검찰'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당시 원장은 모든 책임을 펀드를 판 판매사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2020년 2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와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 존경받는 리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 지, 자신의 미션이 무엇인 지 자신있게 말한다. 또 비전과 핵심 가치를 통해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 나간다. 그런 면에서 이복현 원장은 적어도 '괜찮은 리더'다. 그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대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기관을 이끄는 장으로서 시스템을 잘 못챙기고 업무 우선순위를 부여 못한 제 잘못"이라고 했다. 해당 부서나 조직원 개인의 잘못이 아닌 수장이 잘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동안 불공정거래를 엄단할 수 있는 법 제도와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자기 반성과 함께 조직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금감원에 들어와 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금융 전반을 들여다보는 금융당국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수장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반성할 일이다. 이번에는 지능화하는 금융 범죄를 초기에 잡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수장의 생각일 터. 정체성이 분명한 이 원장의 방향은 정해졌다. 문제는 그가 정말 금융당국 수장의 임기(3년)를 마칠 수 있느냐다. #.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금융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향후 1년간 금감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속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주변에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원장으로선 최선의 답변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는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자영업자의 상환능력 악화에 따른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순간이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를 비롯한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엄중하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경기침체 먹구름이 짙다. 그렇지만 정치판은 생물처럼 움직인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여당의 '전략 공천'이 부상할 수도 있다. 또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금감원장이다. 임명권자가 정치판으로 '소환'하면 어쩔 수 없다. 총선에 뛰어 들어야 한다. 과연 그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06-08 07:00:1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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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편의와 복지 극대화 위해 공공자산 활용성 높이자

최근 주요 언론에 자주 언급된 것이 미국 국가부도 위기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빚을 비교하는 국제 기준인 국가채무는 지난해 1067조7000억원(GDP 대비 49.6%)으로 2021년 GDP대비 46.9%에서 2.7%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코로나와 국제경제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소득이 낮은 계층의 민생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하여 복지부문의 지출을 팽창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선출제의 특성 등으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재정의 문제점을 완화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출되는 예산내역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서울에서도 초등 및 고등학교가 폐교되고, 학급 정원이 1990년대 50~60명에서 최근에는 15명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시설과 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교육 예산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 항목에서는 증가까지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운영에 있어 중요도와 필요성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아도 예산 미확보로 사업자체를 추진하지 못하거나 추진하더라도 지연되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자격(전문)시험을 시행하면서 매년 교육기관과 협의하여 시험장을 임차해 쓰고 있다. 국가자격시험 운영 프로세스에 있어 시험장 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으며, 소요되는 비용이 지난해의 경우 1150억원에 달할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디지털시험장 확보를 위해 연차적으로 유관기관이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5년간 임차하여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예산의 한계성으로 연간 5억으로 매년 1~2개의 시험장을 점진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이 종료되면 설치된 장비와 설비를 철거?원상복구해야 하고, 연간 설치되는 시험장 수가 적어 일부 종목의 경우 수도권의 수험자가 시험장 부족으로 충청도 이남까지 이동하여 시험을 봐야 한다. 국민들이 겪는 현재의 불편함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올들어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시내 초등 및 고등학교 3~4곳이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러한 건물을 연간 426만명의 수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지자체 등이 협의한다면 가까운 곳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자격시험 운영기관은 시험장 임차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줄여 자격시험 품질 향상에 투입, 질 높은 자격시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교육청도 폐교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다시금 우리나라는 세계로, 미래로 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근 블록화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고 지속 발전 국가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정된 공공자산을 부처 및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가적, 국민적 편의와 복지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간의 협의체가 하루빨리 구성,운영되길 기대해 본다.

2023-06-07 16:38:4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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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전세제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최근 '역전세난', '역전세 공포'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전셋집주인이 전세시세가 내려가면 그 만큼을 돌려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당초 전세임대를 운영하려면 당연히 고려했어야 할 위험이다. 우리는 왜 심지어 지금도 전세시세든 집값이든 끊임없이 오르기만 한다고 전제할까? 전세제도가 임차인 임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내집마련에 도움이 되는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실질적 이득보다 표면적인 재정상태를 유지한 채 장기간 주거를 해결한다는 심리적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임차인 변경 시 개인 간에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그 거래일자를 맞추고자 기존 임차인과 신규임차인, 그 신규임차인이 살던 집의 신규임차인까지 동시에 이사날짜를 조정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매달 수 만건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전세제도는 70년대 중반 전국적인 아파트 개발과 맞물려서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극도의 도시 주거난은 세대를 거듭하여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인식으로 뿌리내렸다. 따라서 장점이라기보다는 전세제도가 주류로서 자리잡은 환경이 이미 지난 이후에 그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면이 크다. 그리고 인구절벽, 가구형태의 변화 등의 이슈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전세제도를 개선할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금융기관 등 공적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의 전세보증금 위탁관리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현재 전세금 반환보증업무보다 적극적인 방식이다. 즉, 임차인은 전세 목적물에 대하여 집주인이 아닌 제3자에게 그 보증금 전액을 예치하고, 제3자는 이를 안전투자형식으로 운용하여 집주인에게 수익을 배분하거나,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저리 대출 등으로 한꺼번에 빌려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임대차 종료시에는 물론 HUG의 추심업무보다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그 채권자가 개인이 아닌 기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는 것이다. 사실 전세세입자가 주택을 목돈으로 유동화해주는 역할을 해주고도, 이를 돌려받기 위해서 보험료까지 지출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집주인은 그 중 위탁운용 혹은 선대출의 비율을 스스로의 필요로서 정하고, 만일 전세계약의 중도해지가 있더라도 그 요구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원금손실, 이자소득의 포기 등을 전제하면 어느 일방에게 불리한 효과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HUG 대신 국민연금기금이 이러한 업무를 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연기금이 현재 운용 중인 950조원 규모에 전국 총 1000조원이 넘는 주택보증금까지 위탁운영 한다면, 전세사기예방은 물론 연금고갈 우려까지 해결할 수 있다. 올해 초 HUG는 '깡통주택'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60%로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전히 당사자들에게 위험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가령, LTV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물론 채무자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는데 전세 제도상에서는 그 채권자가 금융기관이 아닌 임차인일 뿐임에도 차입액에 대한 제한이 없다. 담보물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지표들도 서민들로서는 일일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계약의 비율은 차츰 하향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규제들이 늘어남에 따라 임대인의 전세기피 현상이 생길 수 있지만 이 또한 임대인 측의 건전성에 따른 전세 도태현상일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스스로 정화하는 과정에서도 특히 고통받는건 약자들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함께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6-07 13:47:2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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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 변호사의 생활 법률] 음주사고 후 "술 취해 기억 안난다" 발뺌 안 통한다

음주 사고를 낸 이들이 사고 직후 "기억이 안 난다"라고 변명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얘기로 면죄가 될 수 있을까. 술에 취해 기억 안 난다는 변명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이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로,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변명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스스로를 심신장애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그 상태에서 범죄를 행하는 것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 한다. 예컨대, 범죄를 결심한 자가 용기를 얻기 위해 대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행위자는 비록 심신장애 상태에서 행위를 했다고 할지라도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되지 않고 완전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책임주의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 본래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 등 책임능력이 없는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범행은 형이 면제 또는 감경될 수 있는 것(범죄는 성립)이나, 고의든지 과실이든지 간에 스스로를 만취 등 심신장애 상태를 만들어 범행을 행하는 경우에는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도 "형법 제10조 제3항은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 피고인은 음주 시에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을 예견했는데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등을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 하기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예견한 경우로서 완전한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니 정말 당시 일이 진짜 기억 안 난다고 해도 형을 감경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음주운전은 그 하나의 행위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고, 사고를 일으켰거나 재범인 경우 가중처벌을 받는다. 최근 경각심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는 음주운전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과 수사기관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음주운전에 대해 엄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음주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잠재적 살인행위에 해당하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 단속에 적발된 후 처벌이 두렵다고 측정에 응하지 않거나 본인만 적발된 것이 억울하다며 경찰관에게 폭언 등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측정 불응, 공무집행방해 등까지 함께 성립돼 훨씬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2023-06-06 13:47:5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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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꿀벌의 '소리없는' 아우성

지난 5월 20일은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한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이다. 현대 양봉의 아버지로 불리는 18세기의 슬로베니아 양봉가인 안톤 얀사의 출생일이 5월 20일이었기 때문이다. 양봉(養蜂)은 벌을 기르는 축산업을 말한다. 벌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BC 7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벽화에서부터라고 추정된다. BC3200년경 고대 이집트 문자에서는 꿀벌의 모양이 왕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고 왕의 피라미드에도 꿀단지를 함께 넣어 벌꿀의 귀중함을 나타내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열이 날 때 벌꿀을 권유했다고 기록하고 있어 의학용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헌 기록상 약 2세기 경 고구려 태조대왕 때 중국으로부터 꿀벌을 가지고 와서 기르기 시작했고, 일본서기에도 643년 백제의 왕자 부여풍이 일본으로 건너가 양봉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성경에는 하나님이 가라고 명한 가나안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선택받은 곳으로 묘사할 만큼 벌꿀은 온 인류가 오래전부터 귀하게 애용하여 온 자연건강식품인 것을 알 수 있다. 꿀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연식품은 꿀 외에도 로얄젤리, 프로폴리스, 화분 등이 있는데 이를 일컬어 양봉 4대산물이라 칭한다. 하지만 같은 꿀벌이 자연에서 채취한 4가지 양봉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영양성분 및 조성은 아주 다르다. 더욱이 같은 양봉산물이라 하더라도 생산지 또는 채취시기에 따라 그 조성성분의 차이가 생긴다. 이는 꿀벌이 비행하는 지역의 환경과 동선, 채취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4대 양봉산물의 대표주자인 벌꿀의 성분 및 효능은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방향성 물질, 아미노산 등의 이상적인 종합영양성분 이외에 설탕과 같이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감미료와 달리 효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자연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포도당과 과당은 물론 장내 유익균 증식을 위한 프리바이오틱 성분인 올리고당, 자당, 맥아당과 아미노산 17종, 비타민 10종, 미네릴12종 및 소량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다. 둘째 로얄제리(Royal Jelly)는 외관상 유백색의 크림상 물질로서 맛은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시큼하고 특수한 냄새를 나타내며 생로얄제리는 냉동보관하여야 변질되지 않는다. 이는 일벌의 인두선에서 분비된 분비물에서 기인하는데 생로얄젤리에는 10-H2DA라는 고급지방산이 들어있기 때문에 산소와 결합하면 쉽게 산패되기 때문이다. 10-H2DA가 1.6%이상 함유되어야 하고, 생로얄젤리가공식품은 10-H2DA가 1.6%이상 함유되어 있는 생로얄젤리가 35% 이상 들어있어야 한다. 여왕벌과 일벌은 똑 같은 알에서 태어난 유충이라도 6일간의 먹이에 의해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벌은 부화후 초기 3일간은 모두 로얄제리를 먹게되나, 후반 3일간은 꽃가루와 꿀만 먹으면 일벌이 되고 로얄제리를 먹으면 여왕벌이 되는데 3일간의 먹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고 45일뿐이 살지 못하는 일벌이 되기도 하고 일벌에 비해 30배이상 오래살며 몸집도 2배 이상 크며 일생동안 200만개의 산란능력을 갖는 여왕벌이 된다. 셋쩨 프로폴리스(Propolis)는 꿀벌들이 다양한 식물들로 부터 수지상 물질을 모아 온 지성의 물질이다. 프로폴리스는 꿀벌들이 수많은 식물의 꽃이나 잎, 그리고 수목들의 생장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물질과 나뭇가지의 껍질 등이 벗겨져 상처난 곳을 오염으로부터 예방하고 미생물을 막기 위하여 분비하는 보호물질들을 모아들인 것이다. 수집해 온 프로폴리스는 육아봉의 대시선에서 만들어 내, 박테리아와 균류의 일반적인 항생물질로서 작용하는 꿀벌 타액의 효소와 혼합하여 약효가 있는 교상물질로 만들어진 천연항생물질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것들을 봉교라고도 한다. 꿀벌은 이것을 봉군의 보호를 위해 봉상내에 오염되기 쉬운 곳에 부착시켜 유해균과 바이러스 등 외적을 방어하는데 활용한다. 따라서 프로폴리스(Propolis)의 'pro'는 '방어'를 뚯하고, 'polis'는 '도시'라는 뜻으로 도시 앞에서 도시전체를 안전하게 지킨다는 뜻이며, 결국 벌집의 봉군을 안전하게 지키는 물질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프로폴리스를 주로 항생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포퓰라나무에서 얻는다. 우리 나라의 프로폴리스 생산 수목류는 주로 소나무, 포플러, 참나무, 자작나무 및 느릅나무 등이다. 필자가 미국 연구소장 재직시 브라질 아마존산 그린플로폴리스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카리나무(EUCARYA)에서 수집한 그린프로폴리스는 프로폴리스 괴(고체원료)부터 추출물에 이르기 까지 짙은 초록색을 띠고 있어 그린플로폴리스라고 칭하며 항산화물질인 아테필린C라는 독특하고 강력한 프라보노이드성분을 함유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넷째 화분은 벌들이 꽃에서 화밀(花蜜)을 수집하면서 함께 모아 온 것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믈이 각각 25%씩 들어있고 8~10종의 아미노산, 10종의 비타민 2~3%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사무엘 S 마이어 하버드 공중보건대교수 연구팀은 만일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100% 사라지게 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과일 생산량의 22.9%가 감소하고 채소는 16.3%, 견과류의 생산도 22.9%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 천년동안 인간에게 이로운 자연식품을 선사하는 유익곤충인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서 계속 연구 중에 있으며 네오니코티노이드가 함유된 농약 사용, 기생충, 서식지 감소, 기후 변화의 영향, 심지어 휴대폰의 전자파 등이 주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환경의 파괴 등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꿀벌의 집단적 저항이라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확증편향일까.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6-06 13:36:1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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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균형 있는 필수 아미노산 섭취에 좋은 '오리고기'

날이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면 곧 다가올 무더위가 걱정이다. 자연스레 보양식이 생각나는 날씨다. 대표적으로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전복이나 낙지 요리 등을 떠올리겠지만 오리고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오리는 탕, 구이, 볶음 등으로 활용되어 수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같은 가금류이면서도 닭고기보다는 오히려 돼지고기와 식감이 비슷하고 고유의 향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는다. 오리의 살코기(이하 오리고기의 영양소 함량은 살코기 기준)에는 소고기의 등심이나 민물장어(뱀장어)와 비교하여 더욱 많은 단백질과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반면 오리의 지방은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우리가 아는 보양식 중에는 고칼로리 요리가 적지 않은데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거나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다면 오리고기에 더욱 주목해 볼 만하다. 오리고기 100g에는 10,000mg에 가까운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특히 류신, 이소류신, 라이신, 트레오닌, 페닐알라닌 등이 풍부하다. 필수 아미노산은 우리 신체가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꼭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데, 이렇게 오리고기처럼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야 좋은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필수 아미노산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게 되면 다른 필수 아미노산 또한 제한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미노산을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오리고기는 여타 고기류에 비교하여 손에 꼽힐 만큼 많은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비타민 D의 경우 오리고기는 (특별하게 비타민 D 함유량이 높은 일부 버섯류를 제외하고) 모든 식재료 중에서 손에 꼽히는 공급원이기도 하다. 비타민 D는 전 세대에 걸쳐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할 영양소이다. 비타민 D 결핍은 뼈 건강을 악화시키기 때문인데, 노년층의 경우에는 골연화증이나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비타민 D는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므로 오리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면 질병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2023-06-05 05:00: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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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이제는 국가체질을 바꿀 때다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이제는 국가체질을 바꿀 때다 "경제가 장기 저성장구조에 진입했는데 이를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 학계나 민간 연구원의 경제학자가 일갈한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총재의 작심 발언이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대개 신중하고 우회적이고 젊잖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총재의 발언은 분명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에 대한 월권논란을 부를 만 했다. 본인도 발언도중에 이를 의식해 "언론에서 이 부분만 집중 다룰 것 같다"고 부담스러워 할 정도다. 이 총재는 1년여전 취임한 이후 줄곧 중앙은행 고유 영역인 신용통화정책과 물가관리를 넘어 나라 경제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해왔다. 이날도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구조로 이미 진입했다며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며 장기적 관점의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이 총재가 이렇게까지 발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기 처방의 경기부양 정책이 반복되다 보면 중앙은행 고유의 임무가 단기 성과에 휘둘리게 되고 이러면 국민경제의 장기 안정 목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포함,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어김없이 슈퍼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락하는 경제를 부양하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때 뿐이었고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는 말기 환자처럼 경제활력은 식어갔고 결국 1%대 저성장이 현실화됐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3% 증가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0.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3분기 연속 OECD회원국 평균에도 못미친다. 조기에 반등 모멘텀이 없다면 연간성장률도 2021년(4.1%). 2022년(2.6%)에 이어 3년 연속 회원국 평균(5.6%.2.9%)을 밑돌 수 있다. 이런 성장 부진은 취약해진 경제체질을 볼 때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외 주요 경제조사 기구와 투자은행(IB)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초중반대로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의 전망치는 올려잡고 있고 선진국 그룹의 전망치도 상향조정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내려잡았다. 지난해 2월 2.5%로 잡은 이래 5번째 연속 하향조정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추세를 '상저하고'로 하반기 회복을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앞으로는 1%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성장동력 자체를 망가뜨려 수년내 잠재성장률을 0%대로 떨어뜨릴 것이란 섬뜩한 경고가 나라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부 조사에서 인구추계가 이대로 간다면 2026~2035년에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경기부양에 올인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통화정책으로까지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총재가 '단기정책은 망국의 지름길'이라고까지 일갈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사전 대응차원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추경에 대해 '검토 안한다'며 선을 분명히 긋고 있고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상저하고'를 주장하지만 현장 상황은 결코 정부 여당 편은 아닌 형국이다. 단기부양과 경제구조 장기 체질개선이란 두가지 상반된 명제를 두고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자리를 함께 전직 경제수장들은 하나같이 단기적 처방보다 구조개혁, 체질 개선에 힘을 실었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획기적 저출산.고령화 해결책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명제가 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혹 보여주는 굳은 표정의 결기가 정책 전반에 이입돼야 할 시점이다. 파격적 대응책이 작금의 위기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점잔만 빼던 한은맨도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2023-06-01 15:33:05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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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이곳에도 길이 있다

3일간의 황금연휴, 걸어봐야겠다. 물론 주변에 한강길이 있어 문경새재를 넘고 부산 구포까지 닿을 순 있다. 그 길을 10여년전쯤인가 의성 낙단보에 이른 적이 있다. 그 후 새로운 길을 걷고 싶은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마침 마을 인근에 두개의 길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하나는 '동학의 길'이고 또 하나는 한국판 산티아고길인 '남한산성∼천진암 둘레길'. 이곳에서만 만들 수 있는 길이다. 둘 다 산보하듯 걷기에는 적당할 정도다. 물론 필자는 도보길을 나서진 못 했다. 연휴 첫날은 친척들을 만나고 그 다음날은 비가 내렸다. 여기서 20여 년을 살면서 들었던 의문 하나가 있다. 여느 지역과 달리 경기 동쪽지역에는 웅장한 사찰이 없다는거다. 여주 신륵사가 있기는 하나 화엄사나 해인사 처럼 중후한 사찰은 아니다. 이런 사찰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데…. 작고 아담하고 푸근하다. 강변에 자리한 것도 다른 절과는 독특하다. 대신 동학과 서학(천주교)의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두 종교를 생각해볼 때 특이한 노릇이다. 우리 마을은 여주, 이천, 광주, 양평의 접경 지역이다. 바로 천덕봉과 원적산, 앵자봉 등이 수 킬로미터(㎞) 이내다. 원적산 400m 고지에는 동학의 성지로 최시형 묘소가 있다. '동학의 길'은 금사면 주륵리에서 원적산 최시형 묘소에 이르는 숲길이다. 길 초입 동부화재 연수원 뒷편, 가을에는 아이들과 밤 주으러 자주 오르내리던 곳이다. '동학의길'은 역사문화생태 융합콘텐츠 발굴 목적의 역사생태탐방로로 해월 최시형의 묘소를 목적지로 걷는 코스다. 해월 최시형은 동학 2대 교주, 조선 말 36년간 전국을 누비며 동학을 설파했던 인물이다. 당초 해월은 동학농민전쟁 직후 관군에 체포, 서울 종로에 처형돼 경기 광주(현재 송파)에 묻혔다가 비밀리에 원적산으로 이장됐다. 총 9.5㎞ 길이인 '동학의 길' 코스는 주륵리 마을에서 시작해 초입의 오르막과 잣나무 임도, 해월 최시형 묘소를 경유해 주륵리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특히 주륵리 임도를 둘러싸고 있는 원적산과 천덕봉을 돌아오는 코스도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 옷을 입는 숲과 맑은 계곡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 익숙한 곳이지만 최근 몇해 동안 걸어보지 못했다. 그런 그 길에 역사적 의미가 붙여져 뜻깊다. 인간 평등을 가르친 종교실천가 최시형, 역사의 변혁을 위해 싸우다 스러졌다. 그런 이의 행적을 찾을 수 있는, 그 원적산을 앵자봉과 양자산이 마주 보고 있다. 앵자봉 아래 천진암 일대는 천주교인들이 성역화한 곳이다. 천진암은 한국천주교회의 발상과 관련되는 사적지로, 이곳에 있었던 천진암은 지금은 폐사됐다. 조선 말 남인계 소장학자들이 성경을 강학(講學)했던 장소 중 하나다. 천진암을 자주 찾던 인물로 이벽, 정약용 등이 대표적이다. 정약용은 훗날 '여유당전서'에 쇠락한 천진암 모습을 여러 시문을 지어 남겨놓기도 했다. 젊은 실학자들이 서학을 통해 조선 변혁의 이념을 만들어갔던 부분 또한 특기할 만 하다. '남한산성~천진암 순례길' 조성은 '광주역사둘레길'로 명칭이 바뀌었다. 불교계의 반발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은 남한산성에서 천진암까지 이어진 한국형 산티아고 순례길을 조성키로 했었다. 그러나 역사왜곡과 종교화합 저해를 이유로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대신 역사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총 길이 121.15㎞, 7개 코스로 조성된다. 제주올레길 이후 전국에서 만들어진 수백개의 길과는 다른 의미여서 마음에 닿는다. 인간 평등, 변혁의지와 현실개혁이라는 큰 이상이 담긴 길이 내가 사는 곳의 내력을 이룬다는 점에서 가을녘에 꼭 한 번 걸어봐야겠다.

2023-05-31 09:41:07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