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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신의 한 수는 새옹지마

월드컵 4강이 확정됐다. 대회 초반에는 남미의 강세와 함께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지만 이제 2014년 FIFA 월드컵을 거머쥘 국가는 브라질·독일·아르헨티나·네덜란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입장은 '4강에 갈 국가들만 남았다'이다. 오늘이라는 현실에서 이변은 아련한 추억에 불과한 셈이다. 패션업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과거 위기 때마다 보란 듯이 시장을 주도하며 달음질쳤던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큰 덩치를 숨 돌릴 틈 없이 복제해 냈던 유통점은 무릎 관절 약화로 주저앉아 쉬는 초식 공룡이 된 듯하다. 온라인에서 성장세를 보였던 기업들은 오프라인 시장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흥망성쇠에는 관심이 없다. 상품기획의 시즌이 사라졌고, 기본을 보장하는 유통이 스러졌다. '살아남을 브랜드'로 손꼽히는 주체가 없다는 점은 서글프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주님(안성기 역)은 "이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 아닌가"라며 초탈한 미소를 보였다. 또 "망가진 삶을 역전시킬 수 있는, 우리 인생에서도 신의 한 수가 있을까"라며 의미심장한 낯빛을 드러냈다. 고수란 어떤 상태의 사람을 지칭하는 걸까. 신의 한 수란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는 세상에 고수는 없고, 신의 한 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욕심이고, 망상에 불과하다고. 영원한 기업은 없다고 말하지만 한편에서 100년 기업을 칭송한다. 패션시장의 상태가 어떻든 하루하루 매출과 이익률을 늘리는 브랜드. 디자인이든, 유통방식이든, 컬러나 소재든 상관없이 마치 시장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거대한 몸집으로도 일순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브랜드. 문득 이들이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의 능력은 포석에 있다. 사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 살아남기 위해 한 수를 던져야 할 곳을 미리 고민하는 치밀한 계획을 할 뿐이다. 신의 한 수는 새옹지마로 읽힌다. 그나마 남아 있는 생존확률을 갉아먹는 것에 불과하니. 포석을 위한 돌을 두기에 늦었다고 말하지 말자. 패착은 피해야 하니.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7-07 12:47: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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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그대들도 건보 혜택의 수혜자 아닌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공무원이 받는 복지포인트(맞춤형 복지비)와 월정 직책급(직책수당),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아 벌어지는 특혜시비를 막기 위해 건보공단 관계자들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그동안의 경과와 쟁점사항을 보고받는 등 현황파악에 돌입했다. 복지포인트는 공무원들이 연금매장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으며 월정 직책급은 기업체 직원들의 직책수당과 비슷하다. 또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방호·치안 등의 특정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준다. 2013년 기준으로 55개 정부부처와 기관에 배정된 예산은 총 65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각종 수당에 건보료를 적용시켜 왔는데 공무원만 제외하면 특혜시비와 형평성 논란이 가중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준비한 일이지만 난관은 많아 보인다. 이런 시도는 2010년도 있었다. 당시 건보공단은 공무원과 교직원 사업장 1500여 곳을 지도 점검해 월정 직책급 등을 건보료 산정에서 빼서 건보료를 적게 낸 사실을 적발해 총 1140여개 사업장 9만2000여명에게 76억여 원의 건보료를 환수했다. 공무원 사업장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2011년 2월 복지포인트 등이 복지후생비이자 특정용도가 정해진 실비변상적 '경비'로 근로제공 대가로 받은 보수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고 결국 복지포인트 등이 건보료 산정대상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2011년에도 당시 진수희 복지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복지포인트 등을 건보료 산정에 적용시키는 것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른바 힘센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의 반대로 체면만 구겼다. 공무원 건보료 특혜 관행은 안행부의 공무원 보수 규정과 기재부의 예산 지침을 고쳐야 하는 등 여러 정부 부처가 관련돼 있고 공무원의 임금 수준 및 과세체계와도 직결돼 해결책 마련은 묘연한 상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황재 직장으로 불리는 몇몇 공기업과 고위 공직자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일반 기업체에 못미치는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형평 과세를 전제로 고통분담이냐 건보재정 확보냐의 문제를 떠나 건강보험이 공무원 당사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임을 직시한다면 해답은 명쾌해 질 것이다.

2014-07-07 08:35:06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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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상상력과 비판의식

"달도 떨어지는가?" 뉴턴의 질문이었다. 사과 이야기는 지금껏 유명하나, "달의 낙하"에 대한 뉴턴의 생각은 일반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파격적인 발상은, 당시의 세계관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었다. 천체의 운동은 중력 같은 지상의 법칙과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뉴턴은 이걸 우주로까지 확장했다. 달은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지만 지구는 자전하는 곡면이기 때문에 낙하운동이 상쇄된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결국 달은 지구를 향해 계속 낙하하지만 궤도를 도는 위성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17세기에 살았던 뉴턴의 이러한 상상과 계산의 일치는 이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원리의 출발점이 된다. 이 뉴턴의 이론은 이후 우주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해 한계가 드러난다. 태양이 있는 자리는 그 태양의 존재 때문에 움푹 들어가 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경사면을 따라 지구가 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빛도 그 휘어진 면을 따라 경로가 생겨난다. 이 이론 이전에 아인슈타인은 이제는 상식이 된 시간의 속도가 가진 상대성과 함께, 물질이 원자의 분열로 에너지로 바뀌고 거꾸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이렇게 되면 바윗덩어리도 빛나는 광선으로 변할 수 있게 된다.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에 대한 엄청난 발상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하이젠베르크는 물체의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알지 못한다고 해서 다시 충격을 주었다. 물질운동의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고 본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였다. 그러나 원자 크기 이하의 영역에서는 측정을 위해 광자를 쏘는 순간, 관찰하려는 대상의 움직임은 교란되어 그 위치가 달라지고 만다. 측정 자체가 불확정적인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사회도 다르지 않다.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나의 행동은 이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끊임없이 달라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상상력에 의해 인식하는 방법이 계속 새롭게 만들어져 온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비판과 수정이 금지된 도그마가 될 수 없다. 우주의 법칙에 대한 과학도 그런데, 하물며 인간사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기존질서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비판의식은 그래서 모든 교육의 핵심가치다. 이걸 억압하는 정치와 교육은 "중세(中世)의 감옥"일 뿐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7-06 16:24: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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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시진핑 주석의 '無信不立' 메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주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박근혜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차원 높은 동반자 관계를 다졌다. 우선 전례를 깨고 북한보다 먼저 우리나라를 선택했다. 정상회담 내용도 알차다.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핵개발을 확고히 반대했음은 물론 광복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한·중 항일 기념식 공동개최까지 제안했다. 아울러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연내 타결은 물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개설, 영사협정 타결, 비자면제 확대, 미세먼지 감축, 재난구조 협력 등 두 나라 관심사항을 공동성명에 거의 담았다. 이제 한·중 두 나라는 수교 스물두 돌을 맞아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러한 가운데 시주석은 특별한 메시지를 남겼다. 바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논어의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신뢰를 강조했다. 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자공(子貢)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충족케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답했다. 자공은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하느냐고 되묻자 군대를, 그리고 또 한 가지를 포기해야할 경우를 묻자 이번에는 식량이라고 답하면서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바로 백성의 믿음을 가장 중시했던 것이다. 이 말을 시주석은 언론기고를 통해 한·중 관계 신뢰외교의 기둥으로 삼았다. 이에 앞서 시주석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특별히 친필 서예작품을 선물한 일이 있다. 당 나라 왕지환(王之煥)이 지은 5언 절구 4행시인 '등관작루(登?雀樓)' 내용 중 뒷부분인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경상일층루(更上一層樓)-천리를 보고 싶으면 누각을 한층 더 올라야한다"는 내용이다. 풀이하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키우자면 한 차원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를 특히 마오쩌둥이 즐겨 암송했다고 한다. 논어의 무신불립과 등관작루의 시를 시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주요 메시지로 정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바로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무신불립의 정치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언론인

2014-07-06 10:56: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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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샤토 마고(Chateau Margaux)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드는 와인에서 전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는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그랑크뤼 1등급으로 선정된 4개 샤토(현재는 5개)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주인도 바뀌고 품질의 위기도 겪었지만 부활에 성공한 지금, 여전히 톱 클래스의 와인을 만든다. 흔히들 샤토 마고 와인을 '벨벳'에 비유한다. 강인한 골격임을 부드러움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나무는 피레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온 자갈밭에서 억척스럽게 자라 열매를 맺는다. 수확 후 발효를 거쳐 숙성하면서 오랜 시간 인내해 최고의 와인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인들은 자기 민족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샤토 마고는 지역적으로 와인의 메카 보르도에 속한다. 보르도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고향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야말로 보르도 와인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은 주인공이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의 도-군-면-리 행정구역과 같은 구조로 세분화된다. 보르도를 관통하는 지롱드강 하류를 바라보면서 왼쪽에 메독이 있다. 메독은 다시 하류 지역의 바메독과 상류 언덕 지형의 오메독으로 나뉜다. 바로 이 오메독에 △생떼스테프 △생쥘리앵 △뽀이악 △리스트락 △물리 △마고 등 6개 마을이 있고 여기에 그랑 크뤼 5개 등급 61개 샤토가 몰려 있다. 샤토 마고는 바로 마고 마을의 터줏대감이자 프랑스 와인 문화의 중심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샤토 마고는 큰 족적을 남겼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은 보르도 지방의 쟁탈전이었다. 손녀의 이름을 마고라고 지을 만큼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와인이며,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주 프랑스 공사로 재직할 때 샤토 오브리옹과 함께 극진히 아꼈던 와인이었다. 독일의 수상 아데나워가 1949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세계대전을 일으켜 프랑스인에게 고통을 안긴 것'을 사죄했던 장소가 바로 샤토 마고다. 프랑스인에게 샤토 마고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한 가운데서 빛나는 존재다.

2014-07-06 10:43:19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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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몽유도원도' 속을 거닐다

부암동을 걷다 보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자연이 살아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창의문 같은 운치있는 조선시대 문화재를 비롯해 백사실 등 깊은 산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계곡이 온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신록이 푸르게 물들면 마치 조선시대의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서울 사대문 안팎이 막개발로 황폐해진 지금도 그 정도의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 과연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지금으로부터 567년 전 화원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완성해낼 때 배경으로 삼은 곳이 바로 부암동 남서쪽의 무계동 계곡이었다.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으로부터 자신이 꿈 속에서 노딜던 무릉도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는 명을 받은 뒤 단 사흘만에 완성해 낸 건데, 섬세한 붓놀림과 파격적인 구도 면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필적한다는 평을 받는다. 아마 지금처럼 여름을 맞은 무계동 계곡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 요즘에도 직접 부암동을 찾아 무계동 계곡 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안평대군이 살았던 집터를 만날 수 있다. 한쪽에 '무계정'이라고 새긴 바위도 남아 있는데 당시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런 부암동의 고즈넉한 풍광이 저스스로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니다. '청와대 경호'라는 군사적인 목적에 개발이 지연된 탓도 있지만 주민들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지난 2009년, 안평대군 집터 근처에 1,700여 제곱미터 면적의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이때 주민들이 "주차장이 부족해 당장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면에서 그곳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신성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역사와 문화 경관을 위해 당장의 편리함을 유보하는 태도는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번 주말, 몽유도원도 원본은 일본에 있어 직접 보기 힘들지만 대신 부암동을 찾아 실제의 몽유도원도 속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안평대군 꿈 속의 무릉도원은 멀리 있지 않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7-03 13:05:5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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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오이지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최고의 밥반찬은 오이지였다. 지금은 어느 음식이고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으니 계절음식의 소중함이 예전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냉장고가 귀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장마와 삼복더위에 대비해 오이지를 담갔다. 오이지와 관련해 몇 가지 의외의 사실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최초의 김치는 바로 오이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가 처음으로 먹었던 저장채소는 소금에 절인 오이지 또는 식초에 절인 오이 피클이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채소 절임은 고대 시집인 시경에 보이는 것을 최초로 본다. "밭두렁에 오이가 있는데 깎아서 절인 후 조상님께 바치자"라는 구절이다. 절인다는 표현으로 김치 저(菹)라는 한자를 썼고 절이는 채소가 오이 과(瓜)였으니 바로 오이지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경에 나오는 오이는 지금의 오이와는 다르다. 지금의 오이는 기원전 2세기에 동양에 전해졌으니 시경의 오이는 동아시아에서 토종으로 자라는 참외 종류였을 것이다. 과일인 참외로 오이지를 담갔다니까 지금은 낯설고 이상하게 들리지만 사실 옛날 참외는 과일이자 채소이며 양식이었다. 어쨌든 오이지의 역사는 이렇게 뿌리 깊은데 그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맛있다고 소문난 오이지가 있었다. 용인 오이지로 해동죽지)에서 조선의 음식명물로 꼽았다. 용인에서 나는 오이와 마늘, 파로 오이지를 담그면 부드럽고 맛이 깊을 뿐만 아니라 국물은 시원하고 단 것이 사탕수수 즙보다도 뒤지지 않는다며 극찬을 했다. 용인 오이지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18세기 중반, 증보산림경제에는 담그는 법을 별도로 적어 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소금을 묽게 탄 다는 것, 오이를 반복해 뒤집는다는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용인 오이지가 별미로 소문이 났으니 해동죽지에서는 맛의 비밀을 용인에서 재배한 오이에서 찾았다. 지금은 명맥이 끊겼다는 용인 오이지의 맛이 궁금해진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7-02 10:34: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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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천의 얼굴을 가진 마법사다. 줄여서 캡(Cab, 이하 캡으로 표기)이라고 부르며 일부 소믈리에는 카쇼라고도 일컫는다. 캡은 포도알이 작다. 식용 포도의 절반도 안된다. 게다가 껍질은 두껍다. 껍질에서 우려내는 탄닌이 풍부하기 때문에 장기 숙성용 와인 제조로는 최고다. 캡은 대표적인 만생종으로서 늦은 가을에 수확하므로 추운 기후에서는 재배하기 어렵다. 온대 기후가 적당하며 특히 가을의 따가운 햇볕을 듬뿍 받으면 거의 설탕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당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완전 발효하면 알코올 도수도 높아지고 풀바디의 좋은 골격을 가진 와인으로 변신한다. 보르도 메독은 최고의 캡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 되는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캡의 맛과 향을 우려낸다. 5가지의 품종을 블랜딩하는 이곳은 나폴레옹3세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최고의 와인을 5개 등급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포함된 61개 와인 모두가 캡을 주 원료로 사용한다. 물론 와인마다 캡의 비율은 다르다. 가령 1등급인 샤토 무통로칠드는 캡의 비율이 85%, 샤토 라투르는 80%, 마고는 75%, 라피트 로칠드의 경우 70%를 섞는다. 20년 이상 숙성된 최고 빈티지의 와인은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캡은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그 모습을 천차만별로 변화시켰다. 나라의 기후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품질의 차이는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나뉜다. 가지를 덜 치고 재배하면 품질은 떨어지지만 대량의 캡 와인이 생산된다. 칠레의 경우 고급와인은 메독 와인에 버금가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캡 와인도 대량 생산한다. 신세계 와인 생산국이 대체로 칠레와 대동소이하다. 껍질에 포함된 색상과 탄닌을 우려내는 과정을 침용(maceration)이라 하는데 침용 기간을 단축시키면 탄닌이 덜 우러나와 떯은 맛이 줄어들고 따라서 오래 숙성할 필요가 없어진다. 6개월 내외의 숙성만으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캡 와인이 탄생한다. 관개 농업으로 당도를 떨어뜨리면 알코올 도수도 낮아져 미디엄바디로 변신한다. 프랑스와 같이 관개농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도 있지만 신세계 와인 생산국은 비교적 허용의 폭이 넓다. 캡 와인은 적자색이며 오래 숙성할 수록 갈색이 더해진다. 아로마는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계통의 과일 향이 강하며 삼나무향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장기 숙성이 진행되면 초콜릿 바닐라 가죽향도 더해진다. 스테이크 요리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데 이는 단백질 및 지방과 탄닌이 상호 중화 작용을 해 주기 때문이다.

2014-07-01 11:07:48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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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공존하는 마음가짐

"아빠, 이 사람은 누구야? 신고포상금이 5억원이나 되네." "세월호 참사 알지? 그 배 주인이야." "그래? 5억원이면 너무 적은 거 아냐?" 15살 학생과 그 아버지가 아파트 관리실에서 건조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들은 세월호 사고의 참상에 대해 사회가 각인시킨 대로 이해했다. 5억원이라는 금액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세월호 관계자라는 것만으로 '되네'를 '적은'으로 바꿨다.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와 관련된 메시지가 SNS를 휩쓸고 있다. 내용인 즉, 월 120만원의 연금을 65세부터 종신 때까지 지급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지급액은 시민의 경우 월 30만원씩 30년 동안 납부해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이고, 한국전쟁 때 목숨 걸고 싸웠던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 월 9만원인 점을 비교해 알리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공중파 3사에 대한 비난도 덧붙였다. 일련의 기업 명단이 퍼졌다. 유니클로, 헬로키티, 아사히, 마일드세븐, 시세이도, 다이소, 세븐일레븐, 캐논, 닌텐도, 아식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데 후원을 하는 기업이라며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에 지목된 기업이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매국노가 되지 말자고 외치는 한편 관련 기업의 광고모델을 하고 있는 연예인에 대한 비난도 퍼부었다. 세월호 사고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가 사회 전반에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보상금액의 적정성이 그 출발점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천만금도 소용없다. 천안함 사태로 목숨을 잃은 유공자의 부모도 마찬가지며, 최근 있었던 탈영병 사건에 의한 희생자 부모도 그렇다.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보상 논쟁이 불붙었다. 어떤 보상을 받았는가와 국가 보상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가 핵심이다. 물론 정답을 찾을 수도 없고, 시비를 가리는 게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핀트가 안 맞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조처 혹은 반응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역지사지를 바르게 하면 핀트가 안 맞을 일이 없다. 불행의 실체를 조장하거나 이용하지 말고 받아 들여 공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사회가 사건 사고마다 휘둘려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6-30 12:46: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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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오승환 2사 징크스와 첫 위기

한신 소방수로 듬직한 활약을 했던 오승환이 흔들리고 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등장하는만큼 소방수가 100%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결정적 실점과 블론세이브를 하고 있다. 급기야 보직전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오승환은 주니치와의 홈 경기에서 1-1로 팽팽한 연장 10회초 등판했으나 솔로홈런을 맞았다. 153km짜리 직구가 바깥쪽 높게 들어간 실투였다. 한신이 동점을 뽑아 2-2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이기지 못한데다 소방수가 또 무너졌다는 점에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오승환은 최근 7경기 가운데 네 번이나 실점했다. 특히 2사까지 잘 막고 실점하는 일이 잦다. 지난 6월 3일 라쿠텐전에서는 9회 2사 1,2루에서 끝내기 3루타를 맞았고 , 6월 17일 니혼햄전 9회 2사1,2루에서 역전 2루타를 허용했다. 세이브 15개로 2개 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방어율이 2.57로 높아졌다. 닛칸스포츠는 이날 경기를 보도하면서 '배치전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직 박탈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나카니시 투수코치는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좀 해줘야 하는데"라며 아쉬움도 동시에 밝혔다. 후자가 요즘 팀에서 오승환을 생각하는 진심이다. 오승환의 부진과 팀 부진이 겹치고 있다. 오승환은 교류전에서 3개의 블론세이브를 했는데 한신은 9승15패를 했고 승률 4할대로 내려 앉았다. A클래스(3위 이내)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숙적 요미우리를 잡겠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도 가물가물하다. 현재 한신 마운드에서 오승환의 구위를 뛰어넘는 불펜투수는 없다. 삼진을 뺏어내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결정적인 실투, 즉 제구가 문제다. 언론에서 배치전환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라면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오승환에게 첫 번째 위기가 왔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6-30 11:06:4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