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김민웅의 인문학산책] 거대한 뿌리를 다시 돌아보며

"독립을 외쳐봐야 부질없다. 강해지는 법을 모르는 이상, 약자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설령 독립이 주어진다 해도 우리는 이득을 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윤치호의 일기에 나오는 글귀들이다. 당대 최고 지식인이자 감리교 원로였던 윤치호는 학식, 재력, 명망을 모두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독립운동 무용론을 내세운다. 물론 독립의 가능성까지 포기하진 않았다. "일본인은 조선인의 독립열망을 꺾고자 할 때 조선이 역사상 한 번도 독립국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주장해서 조선인을 극도로 격분케 만들곤 한다. 그 주장이 맞는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곧 조선은 결코 독립국이 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인은 지난 2천년 동안 게다를 신어왔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절대로 구두를 신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뛰어난 반론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국 친일협력자로 전락하고 만다. 당장은 힘이 없으니 훗날을 도모하자면서 교육에 매진했으나, 기본적으로 윤치호는 현실의 정세에 따라 처신을 결정한 기회주의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늘 상 말했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때를 기다리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나마 있던 이빨마저 뽑히고 말았다. 그가 뼛속 깊이 친일파였던 것은 아니었다. 3,1 운동이 야만적으로 진압되는 것을 보고 그는 끝없는 비통함을 느낀다. 그러나 "우선 일본인에게 호감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억울한 희생을 막자는 논리였고,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건 독립의지를 소멸시키는 쪽으로 기여했다. 일본처럼 실력을 양성하자고 했으나 독립의지가 없는 조선인들의 실력이란 일제의 도구가 될 뿐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 자신도 마침내 그런 도구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실력이란 그럼 뭔가? 천재적인 인물이 그렇게 허무하게 낭비되었다.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 "거대한 뿌리"에서 근대화의 대단한 성과물로 내세워진 당시로는 웅장했던 제3한강교 철근기둥 조차도 우리 역사의 전통에 비하면 "좀 벌레의 솜털"이라고 일갈한다.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 연장선에 있는 박정희 식 산업화의 자랑을 단번에 묵살해버린 것이다. 자기 역사의 정신적 뿌리에 담긴 깊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결국 길을 잘못 들어서고 만다. 한 나라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성공회대 교수

2014-06-22 17:26:37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진보 교육감들 정치적 중립부터 선언해야

'6.4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시도광역단체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석권해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국 17곳 가운데 절대다수인 13곳이 전교조 출신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체의 84%에 해당되는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진보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러한 가운데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탄원서까지 내면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취소'를 제기했으나 지난주 19일에 열린 서울행정법원에서 패하고 말았다. 따라서 교육계가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질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패소 판결 후 전교조 지도부는 단식농성 등 총력 투쟁을 이미 선언했다. 이제부터 진보세력의 교육감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만일 이들의 손을 계속 잡아준다면 교육현장은 유례없는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의 리더십은 지난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만일 계속해서 소수의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면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 된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은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갈라진 점도 있지만 현재의 교육환경에 대해 불만도 표심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득표율은 33.5%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유권자는 전교조를 미덥지 않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교조 출범 25년만의 대승이라고 자축에만 젖을 일이 아니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은 먼저 이념투쟁을 종식하고 정치적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좌편향에 따라 '이명박 정권'때는 '쥐박이'라고 폄하하면서 조롱하고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흔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보성향의 교육감은 전교조=진보=좌편향?종북과 같은 등식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김일성 추모제'는 고사하고 '빨치산 교육'에 이르기 까지 전교조의 종북 활동은 이제 거의 고착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 바람에 학부모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점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노선이 정리돼야 '참 교육' 실천에 믿음이 간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내세우는 참교육 내용도 대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면 수정해야 옳다. 특히 학생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내세워 교권이 무너지고 인성교육이 퇴보하고 있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다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올바른 역사교육의 길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등장이 신선해진다. /언론인

2014-06-22 10:59:12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김현수 법무사의 개인회생 이야기] '애물단지' 자동차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동차를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가용을 유지하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영업직이어서 자동차를 갖고 움직여야 하거나 사업을 위해 꼭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한달에 1000km, 1년에 1만km 뛰는 데 불과한 자동차를 캐피탈회사의 빚으로 유지하는 신청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새 차를 사면 즉시 가격이 하락한다. 바로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아도 몇 백만원의 손해를 볼 정도다. 1년이 지나면 쑥쑥 가격이 내려간다. 차를 전혀 쓰지 않고 가만히 세워놔도 세금이 나간다. 평생 의사인 이근후 박사는 자동차를 사본 적이 없고 움직일 일이 있으면 택시를 탄다고 했다. 어느 회계사는 일단 개인적으로 튼튼한 재무설계를 하려면 자동차를 무리하게 사지 말라고 조언한다. 개인회생 신청인들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캐피탈회사의 빚을 얻어서까지 자동차를 사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쇼핑을 하는 데 자동차가 없으면 어려움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시장이나 대형할인마트에서 집이 멀리 있어서다. 한국의 도시 설계 문제 탓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을 구할 때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또 어린 자녀가 있거나 중고등학교에 멀리 통학을 시켜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자동차를 유지하는 비용과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의 불편함을 냉정하게 저울질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빚을 얻어 차를 샀다가 압류당하는 고통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김현수 법무사 http://blog.daum.net/law2008/> www.lawshelp.kr

2014-06-22 10:30:47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모놀로그] 불면의 나날

요새 장편소설의 마무리를 하는 중이라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평소 잘 안 쓰고 사는 뇌를 총동원해서 가동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렸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도 계속 머리 속은 컴퓨터의 하드처럼 쉴새 없이 돌아가며 멈출 줄을 몰랐다. 짧은 시간을 자도 숙면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뇌가 바쁜 채로 자니 꿈을 아주 현란하게 꾸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더욱 피로감만 가중되었다. 초여름 더위나 밤중에 누워 자꾸 확인하게 되는 온갖 SNS도 숙면을 방해하는 데 한몫 했다. 이삼일은 어떻게든 낮에 버텼는데 문제는 나흘째였다. 그 날의 일을 끝내고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귀가하니 그간 꾹꾹 눌러왔던 만성피로와 불면증이 폭발했다. 어지럽고 가슴과 호흡이 답답하며 몸이 땅으로 꺼질 것처럼 탈진상태가 되었다. 혼자의 몸이라면 병원에 달려갈 텐데 현실은 옆에서 아이가 배고프다며 보채는 상황. 응급약을 먹고 정신 나간 상태로 겨우 아이 밥을 해 먹이고 손가락을 따서 혈액순환을 시키는 등 어찌어찌 기사회생을 하긴 했지만 수면부족의 무서운 결과를 적나라하게 느꼈던 악몽 같은 경험이었다. 나흘간의 잠 설침에 이어 이틀간의 '폭풍수면'이 이어졌다. 하여간 틈이 날 때마다 잠을 자고 또 잤다. 체험 극과 극이었다. 자고 일어날수록 흔들려 보였던 세상의 모습이 차츰 제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아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잠을 푹 못 자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 스트레스들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자리에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욕망해야 하는 것은 더욱 많아지는데 나는 항상 그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상황이고, 몸은 정신을 따라잡질 못한다. 내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자각에 절박감으로 숨이 답답하고 생각이 많으면 위장이 불편해서 생리학적으로도 자연스레 잠을 설치게 된다. 요즘처럼 불안으로 점철된 환경에서 기분 좋은 숙면을 취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아침 7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서 같이 월드컵 응원하자,같은 이야기는 제발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6-22 10:28:05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한국 철도의 시발지 쇠뿔고개에서

인천시 창영동에는 우각현, 우리 말로 '쇠뿔고개'라 불리는 야트막한 언덕이 하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지금으로부터 한반도 최초의 철도, 바로 '경인선' 기공식이 열린 곳이다. 공사를 시작한 것은 1897년 미국인 제임스 모스에 의해서였으나 자금난으로 철도 부설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가면서 경인선은 결국 1899년 일본인의 손으로 완성됐다. 철도와 기차는 근대성의 상징이었다. 그 전까지 다소 불명확했던 시간 관념이 시와 분 단위까지 명확해지는 계기가 됐고 국제적으로는 '세계 표준시'도 만들어졌다. 사람과 물자의 대량 수송도 가능해졌으며 정보 교류의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땅에 놓여진 철도는 근대성을 실어나르기보다는 '침략과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크다. 그들은 철도 용지를 거의 무상으로 이용했고 철도 용품이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건설 과정에서 논과 밭의 곡물을 마음대로 베어내는 등 수많은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임금 부분에서도 일본인 노동자가 하루 60~100전을 받은 반면 같은 일을 한 조선인 노동자가 받은 임금은 그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1904년 경기도 시흥 주민 만여 명이 당시 군수와 그의 아들을 살해하기까지 한 이유도 그런 횡포에 있었다. 일본은 그렇게 놓은 철도를 이용해 이 땅에서 생산된 쌀과 목재, 석탄 등 농수산품에서부터 지하자원까지 각종 자원을 일본으로 반출해 갔다. 예컨대 철도를 이용해 약탈해 간 쌀의 양이 1911년 7만6천여 톤에서 27년 뒤인 1938년에는 약 14배인 108만7천여 톤으로 증가하는 등 수탈량은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대륙 침략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된 것도 물론이다. 그런 아픔을 안고 탄생한 한국의 철도…. 그러나 지금은 국토가 그렇듯 철도 역시 남북으로 단절된 상태다. 끊겼던 경의선과 동해선이 지난 2009년 연결되기는 했지만 다시 쓸모 없는 철도마냥 버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애초 수탈과 침략을 목적으로 놓여진 철도였지만 남북을 오가며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는 메신저가 될 가망은 없는 것일까. 쇠뿔고개에서의 잡감은 그래서 더 쓸쓸한지도 모르겠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6-19 14:30:46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

상추쌈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장 한국적인 정서의 음식이다. 예전부터 농부의 밥상에서부터 구중궁궐 대왕대비의 수랏상에도 올랐다. 신분의 높낮음을 떠나서 누구나 상추쌈을 즐겨 먹었는데, 우리가 얼마나 상추쌈을 좋아했는지 고려 때는 원나라에까지 소문이 났다. 지금은 퇴색한 용어가 됐지만 가히 한식 세계화의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쌈 싸먹기를 좋아한다. 영조 때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조선 사람은 커다란 잎사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쌈을 싸먹는다고 했을 정도다. 상추를 비롯해 호박잎, 배춧잎, 깻잎과 곰취는 물론 미나리, 쑥갓, 콩잎으로도 쌈을 싸 먹는다. 김과 미역, 다시마 같은 해초 역시 쌈 싸먹는 재료로 빠지지 않았으니 우리는 유별나게 쌈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추쌈이다. 성호 이익은 집집마다 상추를 심는 까닭은 쌈을 먹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 벌써 상추쌈은 국민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추쌈은 한입 가득 싸서 볼이 메어져라 먹어야 제 맛이다. 때문에 점잖은 체면에는 먹기 어려웠을 것 같지만 왕실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도 상추쌈을 즐겼다. 승정원일기에 숙종 때 대왕대비인 장렬왕후 수라상에 상추가 올랐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조리를 하지 않았으니 쌈을 싸먹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어지는 내용은 실수로 상추에 담배 잎이 섞여 들어갔으니 담당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숙종은 그럴 것까지 없겠다며 용서를 했다. 순조의 장인으로 세도정치를 시작한 김조순 역시 상추쌈을 즐겼다. 여름날 불암천에 천렵을 가서 갓 잡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상추쌈에 밥을 싸먹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렇게 왕실 최고 어른부터 막강한 세도가는 물론 농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상추쌈을 즐겼던 것인데 우리의 상추쌈 사랑은 속담에서도 확인된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는 말이 그 말이다. 상추쌈이 맛있는 계절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6-18 10:31:39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조민호의 와인스토리]수천 가지 맛과 향의 비밀

와인은 포도만으로 만든 술이다. 그러나 품종이 다양한데다 같은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왜 그럴까? 간단히 답하자면 토양의 차이 때문에 뿌리에서 올라오는 영양소가 천차만별이고 나무가 자라는 기후적 지역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하는 과정에서도 향이 밴다. 와인 이론서는 포도 자체가 갖는 향을 아로마, 숙성에 의해 추가되는 향을 부케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단순한 답 속에는 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생과일로 먹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은 입지조건이 좋다. 대개 비옥한 토양이며 비도 많이 맞고 비료로 영양보충도 한다. 그러니 포도 알도 크고 즙도 풍부하다. 생산량은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와인을 빚는 포도는 다르다. 우선 포도 자체가 다르다. 대체로 과일로 먹는 포도에 비해 알이 작고 껍질은 두껍다. 포도 품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와인용 포도는 토착종까지 포함해 500종 안팎이다. 익는 과정의 포도 알은 땡감 처럼 떫지만 다 익으면 설탕보다 달아진다. 그래서 포도즙 발효만으로 10도 이상의 알코올 도수가 나온다. 와인 양조에는 챕탈리제이션(chaptalization) 즉 알코올 도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을 추가하는 제조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당은 지역에서 소비되는 극소수 저급 와인만 해당될 뿐 국내에서 시판되는 웬만한 와인은 수입국 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다. 재배되는 장소도 남다르다. 와인용 포도나무는 자갈밭, 편암지대, 화강암이 부서진 왕모래밭, 진흙 섞인 석회암지대 등 도대체 나무가 자랄 수 있을 지 의심되는 땅에서 재배된다. 연중 강우량도 500~800mm 수준의 지극히 건조한 곳이다. 비가 많이 오면 포도 알이 묽어져 당도가 떨어지고 충분한 알코올을 얻을 수 없다. 가물어도 임의로 물을 주지 않는다. 독일의 라인강변이나 프랑스 론지역 등에서는 경사 50도가 넘는 가파른 벼랑 같은 곳에 계단식으로 포도밭을 일군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받기 위해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선다. 방법은 뿌리를 깊게 내리는 수 밖에는 없다. 와이너리의 포도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해서 철사 줄에 달아매면 키가 1m 내외인데 뿌리의 깊이는 10m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20m 이상 뻗는다. 다양한 지층을 거쳐 내려가니 뽑아 올리는 양분도 각양각색이다. 포도 품종이 갖는 자신만의 특징에 각종 암석이나 광석의 독특한 미네랄 향이 더해진다. 과거 지각활동이 활발해 단층 생기고 지층이 복잡할수록 향도 복합적이다. 생산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더운 곳에서 자란 포도는 같은 품종 중에서도 당도가 더 높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고 풀 바디의 와인이 된다. 바람이 센 곳의 경우 포도알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껍질 비중이 아주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탄닌이 많이 우러나와 장기 숙성이 필요해진다. 와인의 골격이 더욱 탄탄해진다. 매년 달라지는 기후, 토양의 변화, 재배 방식의 차이 등이 수천 가지 맛과 향을 우려낸다.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케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불에 그을린 오크통에 오랜 기간 와인을 숙성하게 되면 오크향은 물론 바닐라 초콜릿 캬라멜 등 열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향이 더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얽히고 설켜 와인의 향을 구성하니, 와인의 맛과 향 가짓수를 말하라면 전세계에서 팔리는 와인 병 수만큼이나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06-17 10:37:50 조민호 기자
기사사진
[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뜨거워지는 국가대표 선발 경쟁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야구 대표팀이 선수구성에 착수했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삼성)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명장이지만 WBC와 아시아시리즈 등 유난히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다.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야 명예회복이 가능하다. 류 감독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우등 성적 우선 원칙은 병역 미필자들에게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 아시안게임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병역특례 제도가 점수제로 바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태극마크를 노리는 주요 병역 미필 선수들을 살펴보면 외야수 손아섭(롯데)·나성범(NC)·나지완(KIA), 내야수 오재원(두산)·안치홍(KIA)·황재균(롯데)·김상수(삼성), 투수로는 이재학(NC)·한현희(넥센) 등이 꼽힌다. 하나같이 성적표가 좋다. 야수들은 김상수만 제외하고 모두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슬러거 나성범과 나지완은 커리어하이 기록에 도전할 정도로 방망이가 뜨겁다. 이재학도 우완투수로 존재감이 높고 한현희는 중간투수로 쓰임새가 높다. 대표후보로 손색이 없지만 모두 태극마크를 달기는 힘들다. 미필자 경쟁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가대표 경험을 갖춘 베테랑 선수들과 포지션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같은 실력이면 미필자를 뽑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필자 위주로 구성했던 2006년에는 도하 참사를 당했다.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류중일 감독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앞으로 최종명단이 발표되기까지 두 달 남았다. 미필자들이 펼치는 뜨거운 여름승부가 꽤나 흥미로울 듯 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6-16 11:58:3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필요한 강박은 '한가로움'

한 소비자가 서점 점원에게 책값을 물었다. 점원은 5달러라고 답했다. 소비자는 서점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책값을 다시 확인했다. 점원은 6달러라고 대꾸했다. 소비자는 잠깐 사이에 책값이 달라진 것에 대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점원이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고 답했다. 점원은 자신이 독서를 하고 있는 시간을 의미 없이 빼앗은 것에 대해 일갈한 셈이었다. 이 점원이 100달러짜리 지폐의 주인공이자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작성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시간은 금이다'는 말은 이 사람의 말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 영화 '도둑들'에서 절도범 뽀빠이는 법 집행을 운운하는 형사들에게 '원래 법이라는 게 좀 느리지 않나'라고 빈정댔고, '이제부터 빨라지지 법이, 특별히 너한테는'이라는 대꾸가 붙었다. 중년을 넘기는 어른들은 '세월 참 빨라'를 입에 달기 마련이다. 사람이 체감하는 인생의 속도는 나이의 두 배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지 싶다. 그래서인지 떡볶이를 만들 때, 시험공부 할 때, 사업계획서를 쓸 때, 출장을 갈 때, 데이트 할 때, 자료를 찾을 때, 결혼준비를 할 때 등 모든 순간에 시간 절약은 필수다. 시간을 낭비하는 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정말? 최근 개봉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외계인이 가진 시간 리셋 능력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우연하게 외계인의 능력을 얻게 됐다. 하루를 리셋 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을 가지고,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이길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여의치 않다. 시간을 다시 쓰면 잘 될 것 같은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결국 주인공이 택한 방법은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다. 시간을 쓰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감정적, 육체적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다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영화에 숨은 메시지 중 하나가 그렇다. 패션시장에서 SPA란 화두에 쏟아 부은 시간의 성적표는 어떨까. 스포츠아웃도어 열풍에 편승시켰던 시간의 결과는 무엇인가. 지자체 활성화 명목의 홍보에 투입했던 시간의 산출물은 어디 있나. 어떤 강박에 휩싸여 시간을 쓰는 건 무위도식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원치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에 대한 시간을 또 써야 하는 연결고리 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을러 질 때 더 많은 걸 볼 수 있기도 하다. 여유,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강박은 한가로움일지도 모르겠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6-16 11:16:5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뉴스룸에서]코스트코에서 배운 교훈

"죄송하지만 아직 기업을 공개할 때가 아닌 듯합니다." 구직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중견·중소기업을 취재하는 '알짜기업탐방' 코너 섭외 전화를 이렇게 거절하는 기업이 간혹 있다. 제품·서비스 현황, 매출 등 일반적인 기업 소개는 가능하지만 복지제도 등을 취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가 많이 알려지면 좋지 않으냐"고 다그치면 그제야 "과도한 복지라고 생각하는 주주들이 항의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최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미국 비즈니스 업계에서 화제다. 페이스북·어도비 등 쟁쟁한 첨단 IT기업들을 제치고 구직정보업체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미국 내 직원 보수·복지 톱 25개사' 중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1위)과도 평점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글래스도어의 조사에서 코스트코의 직원들이 올린 회사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마트 잡역부로 시작해 코스트코를 창업한 짐 시네갈 전 CEO의 경영철학인 '주주보다 직원 우선'에 따라 직원에게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코스트코 매장 계산대 직원의 시급은 평균 20달러(약 2만300원)로 월마트 등 경쟁사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또 월마트가 직원의 절반 정도에게만 건강보험료를 보조해주는 반면 코스트코는 대부분의 직원을 지원해준다. 시간제의 경우에도 이직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직원들의 애사심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코스트코가 이처럼 직원들의 복지에 돈을 '펑펑(?)' 썼는데도 경쟁사인 월마트보다 주가 상승률이 훨씬 높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코스트코의 주가는 3배 이상 뛰었지만 월마트는 50% 성장에 그쳤다. 이 덕분에 코스트코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통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복지=비용' '고임금=비효율'이란 인식이 아직 강하다. '저비용 고효율'을 절대과제처럼 받들며 직원들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코스트코처럼 '고비용 고효율'로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직원 행복도가 현명한 투자지표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주주가 늘어나길 바란다.

2014-06-15 19:18:00 이국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