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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우리가 그렇다

대학교수 A씨는 오래 전 임파선암을 앓았다. 다행히 조기 발견됐고, 적지 않은 시간과 수술을 거쳐야 했지만 이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완치 판정은 병의 종류에 따라 관찰 기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치료 후 5-7년을 전후로 확정된다. 안타까운 점은 완치 판정을 받아도 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소위 '리스트'에 올라 있어 보험사들로부터 거절되거나 특별 심사(대부분 거절되지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다.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대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고 격리시키는데 익숙하다. 직장인 B씨는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볼까 싶어 체크카드 사용을 늘렸다. 경기가 안 좋으니 가진 돈 안에서 지출을 하는 게 꽤나 현명한 일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하지만 신용등급의 하락을 경험했다. 신용등급 평가 기관에서는 B씨가 신용카드로 외상거래를 하고 이를 상환하는 일을 잘 해왔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았는데 체크카드 사용으로 이 가산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그렇다. 필요한 게 있으면 지금 당장 참여하도록 유도해 놓고, 그 일이 가져올 후유증은 나 몰라라 하는데 선수다. 경영자 C씨는 회사 주차장에 차를 둔 채 직원들과 회식을 했다. 밤 10시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은 차량에 출차를 못 했다. 불법주차 차량에는 연락처가 없었다. C씨는 목이 터져라 차량 번호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을 불러 차적 조회를 했지만 신고된 번호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불법주차이니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하고, 구청에 연락해서 견인 조치하라고 알려줬다. C씨는 견인차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과 밤에 구청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우리가 그렇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주장이 가능해지고 나서는 문제 해결의 여부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그렇다. 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거나 이익을 가질 수 있는 일에는 목숨을 건다. 그것이 불법이든 편법이든 상관없다. 당장 눈에 띄거나 문제로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 남의 이익이나 권리에 내 소유의 어떤 것(시간, 돈, 마음 등)이 쓰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피해나 손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개인주의 대신 슬픈 이기주의를 택하는 사회, 그 안에서 우리가 그렇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7-21 14:24: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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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응시(凝視)

"바위를 그릴 때 처음에는 그저 고정된 형태의 딱딱한 물체야. 그런데 계속 응시하고 한참 그리다보면, 그 바위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신을 변모시켜 가거든." 화백 박재동과 난데없이 중력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의 화제는 저절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쪽으로 옮겨갔다. 암석 같은 무생물도 인간과 인연을 맺으면 어느새 생물체처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운과 움직임, 그리고 표정을 갖게 된다는 그의 깨달음에 나 역시 크게 동의를 표했다. 세상의 만물은 우리의 마음과 서로 통하는 순간, 서로 엉켜 내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우주로 창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한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의 개념과 맞닿아 있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상생(相生)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뇌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다 싶었다. "공진화"란, 자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전체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로 이해하면서 등장하게 된 개념이다. 지구란 그 안에 있는 생물과 무생물 전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환경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대기 중의 산소가 생물의 생명활동에 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땅에 사는 존재가 하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주 한겨레신문에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풍경, 우리들의 초상"이라는 사진과 글이 눈을 끌었다. 한 마리 갈매기가 점처럼 날고 있는 하늘과 구름으로 수평선을 드러낸 바다, 그 바다와 맞닿아 있는 해변, 그리고 그 안에 누군가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작가 고현주의 작품이다. "바람과 빛이 오랜 시간 서로 관계를 맺으며 펴낸 것이 풍경이다. 그 산이 원래 거기 있었던 게 아니다. 끊임없이 일렁이고, 움직이고, 흐르고 반짝이며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에 따라 풍경의 색이 달라진다. 동네에서 머물러야 동네사람이 되고 (.....) 머문다는 것은 함께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 저 혼자 존재하는 풍경은 없다." "응시"라는 한자는 엉길 응(凝)자와 자세히 본다는 시(視)가 합친 말이다. 무생물의 존재와 풍경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눈길이 이 힘겨운 세상도 살려 낼 수 있지 않을까? 깊고 오랜 바라봄을 통해서. /성공회대 교수

2014-07-20 14:43:0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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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러시아 여객기 피격 떳떳하다면 국제조사 협조하라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보잉 777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을 맞은 뒤 추락해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이 전원 사망하는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 민간 여객기가 격추돼 발생한 사망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한국인 탑승자는 없었지만 189명의 자국인이 숨진 네덜란드와 29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 27명의 호주 등 세계 각국은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과 서방 당국은 여객기 피격이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반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분위기다. 여객기에 대한 공격에는 러시아제 SA-11 지대공 미사일이 동원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러시아와 친 러시아 반군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소행이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주도로 객관적인 국제조사가 필요하다. 유엔 역시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이러한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국제조사단의 현장 접근과 자유로운 조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미 사고 현장은 우크라이나 반군 주도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반군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사건 현장에 몰려들어 유류품들을 모두 헤집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반군이 블랙박스(비행기록·음성기록장치)를 다른 곳으로 옮겼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장의 시신들은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에 빠르게 부패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반군은 여전히 현장을 통제하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 조사단의 접근을 일부만 허용하는 실정이다. 러시아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군 세력이 이번 사건에서 떳떳하다면 현장 통제를 접고 국제 조사단 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이들의 소행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테러단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 네덜란드 국민은 희생자의 시신이 들판에 내버려져 있는 사진을 보고 분노하며 전쟁이라도 벌일 태세다. 러시아가 자꾸 문제를 회피한다면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4-07-20 13:34:59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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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개인회생 이야기]주식투자 실패도 문제삼지 않는다?

요즘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는데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개인회생 신청 요건을 따지면서 주식투자 실패는 문제삼지 않는다. 도박을 하건, 로또 복권을 무리하게 많이 샀든 어떻게 빚을 진 과정은 개인회생의 기각사유가 되지 않는다. 반면 도박 등을 하다 빚을 지면 파산 인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실하지만 불운한' 피해자를 구제해주려는 취지이다.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낙오되거나 실패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를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으로 볼 수 없는 여지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빚을 진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불행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가 구제해주려는 것이다. 다만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무리하게 주식투자에 나선 점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이 어렵고 소득이 높지 않아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서나 돌파구를 모색하다 주식투자에서 손댔을 것이다. 실제 채무자들의 입장은 절박하다. 어느 사람은 주식투자 실패후 어려운 입장에서 보이스피싱까지 당했다. 돈 조달이 어렵자 간단하게 전화로 대출해준다는 말을 믿고 사기를 당한 것이다. 미리 주식투자의 위험성, 도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자세가 채무자들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주식투자도 자신의 보유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만 한다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김현수 법무사 http://blog.daum.net/law2008/> www.lawshelp.kr

2014-07-20 12:23:5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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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최 경제팀, 경기부양책 위험요소도 많다

박근혜 정부 제2기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에 올인 할 태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 취임식을 갖고 첫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측면에서 심각한 축소균형을 향해 가는 불균형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올해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각종 기금 등을 통해 내년까지 30조원을 풀기로 했다. 또한 지금까지 부동산 경기부양의 핵심 이슈로 제기됐던 부동산 담보대출도 과감히 완화할 방침이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올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서울과 수도권 관계없이 60%로 올릴 것을 시사했다. 이번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업들의 사내유보에 대한 시각이다. 기업에서 창출된 소득이 배당이나 임금으로 가계로 흘러가게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사내유보금은 515조 9000억 원으로 5년 전 271조원 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저성장 속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얼마나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보면 종전보다는 매우 파격적이다. 최 부총리 자신도 "할 수 있는 정책은 모두 동원해 우리 경제에 온기(溫氣)를 느끼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드라이브에는 위험요소도 적지 않음을 직시해야한다. 우선 우리나라는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각각 1000조원을 넘어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이러한 판에 재정적자 확대를 얼마나 감수할 것인지? 부동산 대출을 완화해 생기는 가계부채 증가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전에 숙고하지 않으면 예상되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비록 재정적자는 감수한다고 해도 가계부채 대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비록 배당이나 임금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린다고 하나 대부분의 서민가계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더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로 비롯되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데 깊은 배려가 요구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소득의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위험수준(0.4)을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다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이 이미 45%나되어 일본이나 프랑스보다도 불평등하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에 올인 하다 자칫 가계부채와 양극화 문제가 더 악화되면 더 많은 시련을 겪을지도 모른다. /언론인

2014-07-20 10:58:1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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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보르도의 반란, 소테른 귀부와인

프랑스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함께 값비싼 레드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떼루아(포도가 자라는 자연환경을 통칭하는 용어)로 봐도 레드와인에 적합하다. 그래서 이곳의 화이트와인은 대접받지 못한다. 화이트와인 산지가 보르도라고 하면 구매의 손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 보르도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스위트 귀부(Noble rot)와인의 명산지 소테른이다. 소테른 와인은 귀부 현상으로 인해 말라 비틀어진 포도를 손으로 직접 따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귀부는 포도 과육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곰팡이(Botrytis Cinerea)로 인해 만들어진 현상이다. 그래서 '귀하다'는 의미의 '귀'자를 붙인다. 이 와인은 헝가리의 토카이,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귀부와인에 속한다. 그리고 소테른의 특1등급 와인 샤토 디켐은 마니아라면 꿈에서라도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소테른은 점토질과 석회석이 적절히 뒤섞여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 및 지형이다. 가론강의 영향을 받아 가을철에는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에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 곰팡이는 새벽에는 포도껍질 밖으로 나와 이슬을 먹고 한낮 뜨거운 태양으로 대기가 마르면 포도껍질 안으로 들어가 포도 과육의 수분을 섭취한다. 그래서 포도알이 말라가고 반대로 당도는 높아진다. 처음에는 곰팡이가 피기 전에 수확해 드라이한 화이트와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샤토 디켐의 소유주 뤼 살루스 백작이 러시아로 출장가 수확을 하지 못해 모든 포도가 바짝 말랐다. 버리기 아까와 시험삼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는 게 귀부와인의 유래다. 소테른 귀부와인은 세미용 소비뇽블랑 뮈스카데 등 세가지 품종으로 만드는데 세미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품종이다. 소비뇽블랑은 신맛을 가미해 균형을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귀부와인은 황금색이며 엄청나게 달다. 곰팡이의 영향을 받아 벌꿀과 꽃향이 강하다. 거기에 블랜딩된 소비뇽블랑의 산미가 받쳐준다. 워낙 소출량이 적어 가격은 엄청 비싸다. 여름철 시원하게 냉장해 열대 과일과 함께 마시면 제격이다.

2014-07-20 10:56:11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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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판화가의 동분서주가 반갑지만은 않은 까닭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 앞을 지날 때면 생각나는 예술가가 한 명 있다. 판화가 이윤엽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지난 2006년, 이 작가는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 있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다. 별다른 연고도 없는 대추리를 작업 장소로 택했던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했다. 그 느낌은 그해 5월 4일과 5일의 대추리 상황을 묘사한 작품 '황조롱이의 숲'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이 떼를 지어 진격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실제로 당시 대추리에서는 행정대집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여느 행정대집행들과는 달리 1만5천 명의 군인과 경찰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 의미심장한데, 대추리와 바로 옆 도두리 일대가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로 낙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힘이 없다는 이유로 고향과 농토에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단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대학생들도 연대했다. 그리고 이윤엽과 같은 예술가들은 판화와 벽화를 그리며 힘을 보탰고 나아가 한가닥 희망을 승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군대까지 동원해 옥죄어온 공권력을 주민들은 끝까지 막아낼 수 없었고, 2007년을 전후해 대추리와 도두리는 미군기지 영역 안으로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현장에 판화가 이윤엽이 뛰어 들었던 이유는 무얼까? 그에게 있어 미술이란 여느 예술가들의 고답적이며 우아한 작업이 아니었다. 평택에서의 첫 만남 이후 수 년만에 다시 만난 이윤엽은 "연대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판화로 힘을 보태는 것이 나의 역할, 나아가 예술가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다른 사회참여적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일명 '파견미술팀'을 만들어 서울 용산참사 현장과 부산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농성장,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 그리고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와 대한문 앞 농성장,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등 예술가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현장'을 찾고 있다.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정작 그 저변의 부조리와 모순을 보도하는 언론이나 그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애써야 할 정치인은 잘 보이지 않는 오늘의 한국…. '파견미술가' 이윤엽의 동분서주가 반갑기는 하지만 그가 그래야만 하는 현실이 동시에 야속하기만 한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7-17 15:33:0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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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대왕대비의 여름 보양식 초계탕

전통적으로 삼복더위는 이열치열로 물리쳤다. 한 여름에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으며 땀 한 바가지를 쏟는 이유다. 하지만 이열치열도 한 두 번이지 솔직히 더울 때는 오장육부까지 얼어 버릴 것 같은 차가운 음식이 더 간절하다. 더위에 지친 몸, 뜨거운 삼계탕은 부담스러울 때 몸보신도 하고 더위도 한방에 날려주며 잃었던 입맛까지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 초계탕이 있다. 차갑게 식힌 닭고기 육수를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후 닭고기 가늘게 찢어 넣고 오이 배추, 배 등으로 고명을 얹어 먹고 난 다음, 시원한 닭 국물에 메밀국수까지 말아 먹으면 흐르던 땀도 들어가고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 좋은 음식을 보고 흔히 임금님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말하지만 초계탕은 그 이상이다. 임금님의 어머니인 왕대비, 할머니인 대왕대비의 생일 잔칫상에 주로 올랐던 음식이다. 초계탕을 즐긴 대표적 인물이 정조의 어머니이며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다. 1795년 정조는 회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100리 길을 떠나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 화성행궁으로 행차해 성대한 회갑잔치를 열었다. 이때 차린 음식 중에 초계탕이 보인다. 헌종 14년 창경궁 통명전에서 열린 대왕대비의 생일잔치, 고종 때 덕수궁 경운당에서 열린 헌조의 계비 효종왕후 홍씨의 칠순잔치에도 초계탕을 준비했다. 그런데 왕실잔치를 기록한 진연의궤나 진찬의궤를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대왕대비, 왕대비의 생일상에는 초계탕이 놓이지만 임금이나 신하의 음식상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초계탕과는 달리 버섯, 전복, 해삼을 비롯한 산해진미가 들어간 고급요리여서 생일 주인공에게만 차린 것인지 아니면 특별히 여자에게 좋은 음식이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초계탕이 왕실 웃어른의 수랏상에만 특별히 오른 보양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내일이 초복이다. 뜨거운 삼계탕이 부담스러우면 시원한 초계탕으로 여름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7-16 10:35: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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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피해의식을 고치고 싶어요

Hey 캣우먼! 의존을 많이 해서 고민인 2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고서도 자꾸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옷을 하나 고르더라도 집에 가면 엄마한테 이런 옷을 왜 샀냐고 꾸중을 들을 거 같아서 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옷을 골라도 엄마가 보기에 저한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골라주시고 저도 그래야만 마음이 놓입니다. 싸울 때도 제가 생각이 꼬여서 피해의식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답답해요. 최근에는 친구관계에서도 제가 늘 을인듯 해서 성격이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캣우먼님이 생각하시는 피해의식 많은 사람의 특징들을 알 수 있을까요. 고치고 싶어서요. (뫼비우스) Hey 뫼비우스! 첫째로 그들은 스스로가 '착하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엄마의 말을 잘 듣고 존중하는 착한 딸, 친구들에게 늘 숙이고 들어가는 너그러운 친구. 하지만 그거, 착한 것 아니고 의존적인 겁니다. 둘째로, 그들은 스스로를 남의 눈치를 살피는 '타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들은 가족이든 친구든 그들이 늘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즉 자의식과다인 것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불쌍하고 안쓰러워하면서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선택을 못하고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실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만 그렇게 하지 사실 고칠 이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위의 세 가지가 꼬인 성격과 '피해자의식'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행복과 만족을 타인의 반응에 의존할 때 분노는 내 안에 쌓이게 되고 내가 원하는 대가가 안 돌아오면 객관적인 판단 없이 무시당했다고 분노하는 뫼비우스의 띠가 됩니다. 또한 타인의 반응에 휘둘린다는 것은 그만큼 나와 타인의 경계가 애매하고 나만의 기준, 생각, 세계가 없다는 뜻이지요. 엄마건 친구건, 나의 의존성을 높이는 사람들에게서 거리를 두고 물리적, 심리적 독립을 해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은 의외로 당신을 뒤쫓아 오지 않을 겁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

2014-07-15 11:32: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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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나에 대한 책임

독일은 월드컵을 가져갔고, 한국은 축구 문화를 난도질했다. 대표팀을 맡았던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를 거두지 않았다. 그의 부동산 매입을 두고 '상대팀 분석할 시간에 투기했다'라는 식의 여론이 형성됐다. 16강 탈락 후 선수단의 회식은 '천하에 몹쓸 베짱이 놀이'로 손가락질 받았다. 최근 20년 가까이 축구를 지켜보며 그에 대한 존경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은 티끌에 불과했다. '책임'이라는 칼날로 그를 내리쳐서 무엇을 얻었나. 책임을 묻지 않고, 책임이란 이름으로 감정적 분노의 덫을 씌운 것이니 빈손도 아닌 자해의 상처뿐이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그를 마땅치 않게 여겼던 사람들이 화살을 날린 곳은 그의 사생활이었다. 부인이 아닌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에 대해 '행실'이란 족쇄를 씌웠다. 이 행실이라는 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억지춘향이다. 우리는 어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유명인의 삶도 책임지지 않는다. 공인이란 비닐을 씌우고 숨통을 조이는 일만 한다. 마치 그것이 사명이고, 정의인 것처럼 몰입한다. 그렇게 하나의 화제를 화재로 만들어 버리고는 또 다른 화제를 찾는다. 화제의 결론 따위는 관심 없다. 후폭풍? 미필적 고의? 안중에도 없다.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더 이상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인 장더장에게 전달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접한 아베는 '고무라의 사적 견해'라며 즉각적인 부정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과의 국제정치적 관계는 물론 최근 기류가 심상찮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발언이었다. 그는 무엇을 얻으려 주저 없이 고무라의 발언에 반박을 했을까. 중요한 건 고무라를 향한 비난이 없었다는 점이다. 나라 안에서 자연재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나라님을 탓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그랬다. 선거에 져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말단 공무원이 잘못을 해도 우두머리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 책임이란 건 사직, 사퇴 등 자리를 내놓는 것뿐이다. 그 순간 돌을 던지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할 일을 다한 입장이 된다. 던지는 사람은 또 다른 대상을 찾고, 맞은 사람은 또 다른 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반복할 뿐 어떤 분야에서도 문제의 근원은 도려내지지 않는다. 근거 없이 비난하기 좋은 무기인 책임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학력, 지적 능력을 가졌다. 이를 드러내는 사상, 기준, 방식의 수준도 가장 높았으면 싶다. 나에 대한 책임부터 다시 시작하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7-14 14:13:03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