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뻥 연비 논란’ 누가 책임져야 하나
"명령 좀 내려주세요. 말을 안 들어요."(세월호 실종자 가족) "지금 오늘 여러분들하고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책임지고 다 물러나야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박근혜 대통령) 지난 4월 17일,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실종자 가족들은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최근 국토부와 산자부, 기재부 등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연비 조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사고 때의 정부 대응이 떠오른다. 연비 측정을 놓고 제각각의 기준으로 조사해 놓고 산자부는 적합,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중재를 맡았던 기재부는 통일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사과하는 촌극을 보여줬다. 규칙도 없고 책임자도 없고 컨트롤타워도 없는 한심한 상황이다. 산자부는 이번 연비 테스트 모델에 대해 "소비자 불만 접수와 판매량이 많은 모델, 전년도 사후관리결과 오차율이 큰 33개 모델이 시험 대상이었다"면서 "수입업체들은 2013년부터 강화된 국내 연비규정에 대해 부실하게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국내업체는 2012년 미국 연비보상 이후 사후관리에 적극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자부의 테스트 차종 중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포드 익스플로러, 닛산 알티마 2.5, 토요타 프리우스, 푸조 3008, BMW 528i는 신고 연비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반면 국내 업체의 경우 조사 연비가 신고 연비보다 낮게 나온 차종이 12개, 더 높게 나온 차종이 8개였다. 적극 대응했다는 국내 업체에서 12개 차종이나 낮은 연비를 기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토부가 복합 연비를 조사한 10개 차종의 결과를 보면, 닛산 큐브와 현대 포터2, 한국GM 라보는 측정 연비가 더 높게 나왔고 나머지 7개 차종(국산 6개, 수입 1개)은 같거나 더 낮게 나왔다. "국내업체들이 적극 대응했다"는 산자부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의 연비 관리는 국토부가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자동차업체들을 향한 소비자들의 연비 소송이 시작됐고, 이러한 소송은 앞으로 줄을 이을 전망이다. 지금이라도 연비에 관한 확실한 관리규정을 세우고 관리 감독하는 게 땅에 떨어진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