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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수능에서 킬러문항 빼면 무엇이 달라질까

"아빠, 킬러문항이 뭐예요?" '대통령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올해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묻는다. "글쎄, 어려운 문제를 말하는거겠지..." 대답을 해놓고도 무언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빠는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를 낸다는 얘기"라고 했다. 킬러문항의 뜻을 챗GPT에 물었다. 쭈욱 나온 답변 중에 '의도적으로 어려운 질문이나 도전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지원자의 대응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리더십 능력 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킬러문항에 대해 응시자 중 한 자릿 수 이하 비율만 정답을 맞추는 초고난도 문항으로 알려져 있다. 고득점자들간 변별을 위해 출제하는 문항으로 볼 수 있지만, 명확한 정의는 없다. 교육부가 26일 공개한 킬러문항을 봐도 그렇다. 정답률이 최하 2.9%부터 최고 36.8%인 문항도 킬러문항이다. 일부 문항은 수능 출제기관이 시험 당일 'EBS 교재와 연계한문항'이라고 밝힌 것도 포함된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내년 수능을 약 150일을 앞두고, 대통령이 '공정수능' 화두를 던지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능의 예고편이라고 할만한 6월 모의평가를 이미 치른 뒤여서 더 그랬을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에 술렁이던 이들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보완 설명에도 어리둥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공정수능이 쉽거나 어려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 다루는 내용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고, 적정 난이도로 출제해 변별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해서다.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대통령의 발언 전과 후, 수능이 어떤 차이를 보일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년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 내 출제'를 강조해왔고, '학교 수업에만 열심히 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식의 거의 판에 박힌 얘기를 해왔다. 이제 와서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이 뜬금없다고 받아들일만 하다. 결론은, 올해 9월 모의평가나 2024학년도 수능의 난이도는 지금까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수능 점수가 대부분 상대평가임을 감안할때, 최상위 수험생간 변별력을 무력화한다면, 대학 입시에서 대 혼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수능 출제기관의 실패다. 교육부가 서둘러 변별력 있게 출제하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교육 카르텔이 있다면 그걸 막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공정수능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련의 프로세스는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학원을 사교육 카르텔로 낙인찍은 것도 넌센스다. 학교 교육에서 미흡한 부분을 학원에서 보강하는 현실을 보면, 사교육을 아예 금지하지 않는 이상, 공교육과 사교육은 함께 가야할 상호보완이나 선의의 공생 관계다. 앞으로 당분간 학원가에선 수험생들에게 '킬러문항'을 언급하지 않을지 모른다. 대신 변별력 있는 고난도 문항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수험생들을 코치하며 학원비를 받을 것이다. 방과후 보충지도 확대 등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지만, 갈 길이 먼 얘기들 뿐이다. 애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혼란을 겪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2023-06-26 16:36:3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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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면역력 높이는 십자화과 채소 '케일'

몸에 좋은 음식은 입에 쓰다고 한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그런 음식만 먹고 살 수도 있겠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채소가 하나 있다. 바로 '케일'이다. 영양학자들이 슈퍼푸드로 꼽는 식재료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십자화과(十字花科) 채소류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언급되는 채소들이 무, 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그리고 케일이다. 케일은 특유의 향과 씁쓸한 맛, 거친 식감 때문에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 성분들이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암 환자들이 즐겨 찾는 채소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질환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십자화과 채소 중 최고라 할 만한 케일의 영양소에 주목할 만하다. 칼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꼭 섭취해야 할 필수 미네랄이다. 케일에는 100g당 300mg 이상의 칼슘이 함유돼 있다. 이는 모든 채소류 중에서 최고에 속하며, 고칼슘우유보다도 함량이 높고, 아몬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칼슘은 뼈의 성장과 골다공증 예방에 필수이며, 근육과 혈관의 대사 과정에도 관여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통한 칼슘 섭취가 적은데, 밥상에 꾸준히 케일을 올리는 것도 좋은 칼슘 보충 수단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을 따져 봐도 케일은 부족함이 없는 식재료다. 비타민 A와 C가 가득 들었는데 그중 베타카로틴 함량은 당근이나 시금치 못지않다. 베타카로틴은 피부와 점막의 손상을 치유하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효능이 있다. 비타민 B군에서는 3대 영양소의 대사에 작용하는 비오틴이 특히 풍부하다. 지용성 비타민의 일종인 비타민 K도 다량 함유돼 있다. 골밀도를 높여 뼈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도 하며, 인슐린 분비에도 작용하여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케일의 영양 성분을 최대치로 섭취하려면 쌈채소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으로 꼭꼭 씹어서 섭취할 때 여름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023-06-26 05:07: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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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의 부동산 세상] 수익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甲회사는 乙신탁회사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고, 丙회사는 甲회사에게 대출을 해준 다음 신탁계약의 우선수익권을 취득했다. 그 후 甲회사는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다. 甲회사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우선수익자인 丙회사를 상대로 우선수익권의 부존재 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다. 甲회사는 소송에서 丙회사의 '담보신탁된 부동산을 처분해 그 환가대금으로부터 대출금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급부청구권인 수익채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논리를 폈다. 신탁법 제63조 제1항은 "수익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의 예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甲회사는 이를 근거로, ⅰ) 회생절차에 참가한 丙회사는 甲회사의 회생계획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담보신탁된 부동산에 대한 처분을 청구해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으므로, 위 수익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회생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시점이고, ⅱ) 현재 그로부터 상사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경과했다고 주장한 것. 甲회사는 또 乙신탁회사에게 담보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丙회사에겐 우선수익권 증서를 인도하라는 청구도 했다.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이 시효로 소멸했으므로, 이는 신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신탁계약이 종료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모두 甲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丙회사의 수익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2. 9. 23. 선고 2022나2003408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그 근거로 신탁법 제63조 제3항을 들었다. 신탁법 제63조 제3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신탁이 종료한 때부터 6월내에는 수익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고 해 소멸시효의 정지규정을 두고 있다. 甲회사는 위 소송에서 신탁법 제63조 제3항은 '신탁계약 종료 이전에 이미 수익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무한정 연장하게 되는 불합리함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甲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수익채권의 소멸시효는 ⅰ) '소멸시효 기산점으로부터 그 시효기간이 진행한 날'과 ⅱ) '신탁이 종료한 때부터 신탁법 제63조 제3항이 정하는 6개월의 소멸시효 정지기간이 진행한 날' 중 뒤의 시점에 완성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신탁법 제63조 제3항의 취지가 '신탁종료시까지 수탁자가 충실의무를 위반하는 등으로 수익자가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채권만이 신탁 존속 중 독자적으로 시효가 완성하여 소멸하지 않도록 해 수익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신탁법 제63조 제3항이 정하는 '종료한 때'에는 수익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한 경우는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은 甲회사의 乙회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및 丙회사에 대한 우선수익권증서 인도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와 같이 수익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지 않았으므로, 신탁계약이 종료됐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신탁법 제63조 제3항은 신탁이 종료하고 6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수익채권의 시효가 정지되도록 함으로써 수익자가 신탁이 종료한 때부터 6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언제든지 수익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는 이유를 들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다295070 판결).

2023-06-25 13:04:5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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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겠다!" ①

입헌군주제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가 대관식에서 국민들에게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는 국왕이 되겠다."고 맹서했다고 한다.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그런 이상국가를 꿈꾼다면 세상에 무슨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겠는가? 어쩌면 군주제를 폐지하라는 상당수 영국인들의 저항을 염두에 둔 말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섬기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는 자세를 새겨야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미사여구 말장난이 아니라 실천하는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신뢰가 차츰 쌓여간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바와 같이 입으로만 "국민여러분!"을 외치면 외칠수록 불신은 깊어져 간다. 우리나라는 미래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키우기보다 그저 경쟁이나 부추기는 교육제도 아래서 허위의식에 젖은 인사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분위기가 자라났다. 예건대, 교육문제와 집값문제가 설키고 얽혀 갈 때 어떤 고위공직자는 강남에 산다고 으스대면서 "강남에 살려고 애쓰지 말라"며 헛기침하며 웃음을 지었다. "가재, 붕어, 개구리가 용이 되려고 버둥댈 필요가 없다"는 헛소리나 거기서거기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주인이어야 할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려는 공직자(civil servant)들이 판치게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때 한 가닥 하던 어느 노신사는 자신의 경력을 주워섬기다가 느닷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던 우리가 이제는 살빼기를 걱정하는 풍요를 누리면도서 불평불만이 많다."며 분개(?)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그 소리는 저자신이 한국사회의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큰 몫을 한 듯이 으스대는 장면이었다. 남다른 영화를 누려왔던 그가 '옛날의 금잔디 동산' 추억에 취해서 오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신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착각하고 말과 행동을 따로따로하며 '어리석은 백성'들을 세치 혀로 순치시키려드니 이들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갈수록 엷어져 가고 있다.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에 이르는 경제 강국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까닭은 무엇일까? 갈수록 뿌리내려가는 불신풍토에서 상당부분 찾을 수 있을 게다. 분명한 사실은 남을 속이려들다가는 결국 제 자신도 속여야 한다. "거짓말은 남의 마음을 잠시 아프게 하지만 자신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마련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저 자신은 남들과 격이 다르다고 혼동하는 소인배들 사이에 어찌 믿음이 싹트고 두터워지겠는가? 어느 사회고 신뢰구축은 누군가를 우러르고 받들기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때 깊어진다. 개발초기, 절대빈곤 상황에서는 경제구조가 단순한데다가 뒤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겨를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부족하더라도 그럭저럭 지나칠 수 있었다. 경제순환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불신의 폐해는 꿈틀대며 사방으로 번져간다. 불신이 커갈수록 선과 악 구분 없이 남을 속이려드는 사회가 될 위험이 자란다. 자다가도 패거리 가르기를 조장하니 애꿎은 '팬덤'들이 판단력을 상실하여 무작정 덤벼드는 자세를 가지려든다. 너나없이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휩쓸려드는 막창 환경에서 국민을 섬기려는 진정한 지도자들이 탄생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2023-06-22 13:39: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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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1>와인, 오래 묵힐수록 좋다고?

<201>마궁와세 ④와인 숙성 "아이들의 탄생빈(출생 연도+와인 빈티지)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요?" 와인이란게 그렇다. 한 번 시작을 하면 점점 더 맛있는, 다른 말로 하면 좋지만 가격도 비싼 것을 찾게 되고 기념일에 함께 하고싶은 와인이 생긴다. 문제는 와인의 가격이 아깝지 않을만한 기념일은 현재와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난 해를 기념해 같은 연도에 만들어진 와인을 샀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추천을 받아 샀더라도 그 와인이 실제 20년간의 세월을 견뎌줄 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마실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지는게 와인의 세계다. 이번 '마궁와세'의 주제는 와인의 숙성이다. 먼저 고정관념부터 깨고 들어가야 한다. 와인은 숙성할 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변해간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다. 와인은 다 만들어져 병입되서도 복잡미묘한 변화가 계속된다. 레드 와인이라면 보라색에 가깝게 짙은 색은 옅어지고, 단단하고 거친 부분은 둥글어진다.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포도 품종부터 생산된 해의 기후나 환경에 따라 정해진다. 보르도의 엉프리뫼르처럼 와인 전문가들은 잘 숙성되면 어떤 맛일지, 언제 마시는게 가장 좋을지 예측한다. 만약 오래 숙성해서 좋을 와인이라면 매력 포인트가 다를 뿐 바로 마셔도 당연히 맛있다. 만든지 얼마 안된 와인이라면 밝고 신선한 과실미가 매력일테고, 수 년 동안 숙성됐다면 복합적이고 2차 숙성에 따른 흙내음과 가죽의 향까지 느낄 수 있게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의 입맛에는 오래 숙성한 와인이 맞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경향이다. 실제 소위 '5대 샤또'라고 불리는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와인의 시음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장 오래된 빈티지가 1964년이었고, 1978년, 1983년 와인들도 있었다. 한 병에 수 십만원, 많게는 백만원에 달하는 와인인데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호평을 하는 이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와인의 맛은 꿈꿔왔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수십만원을 지불할 만한 값어치가 있냐는 물음이 나왔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하나의 조언은 일반적으로 오래된 와인에서는 오래된 맛이 난다는 것. 오래 묵혀둘 수 있는 와인은 소수일 뿐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와인 자체의 숙성 잠재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보관이다. 직사광선이 없고, 진동도 없는 상태에서 온도는 약 12도 안팎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창고나 싱크대 밑에서 오래된 와인 한 병을 발견했다면 아마도 마실 와인이 아니라 그냥 기념품으로만 간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한 기념일 와인을 찾는다면 포트와인처럼 태생부터 장기 보관을 고려한 주정강화 와인이 답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자녀의 '탄생빈'으로 포트와인을 사놨다가 성년식이나 결혼식과 같은 기념일에 같이 마시곤 했다. 강한 단맛에 탄닌,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녔으니 맛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또 다른 고려사항이다. 역시나 와인은 많이 마셔보는 것이 답이다.

2023-06-22 13:10:0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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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반복되는 '낙하산'...국민·국가의 손해

'낙하산 인사'는 내부 경쟁을 거치지 않고 위에서 바로 떨어진다. 대선 캠프를 거쳤거나, 집권세력과 이념 코드가 같거나, 선거에서 낙마한 사람들이 꿰찬다. 공수부대로 비유해보면 낙하 훈련도 안받고 갑자기 땅에 뚝 떨어진 모양새다. 백이면 백 다 실패작들이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이학재 전 국회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는 윤석대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에는 유병태 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가 취임했다. 이학재 사장은 민선 3·4기 인천 서구청장과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는 캠프에서 정무특보로 일했다. 윤석대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윤석열 캠프에서 비서실 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임 사장은 윤석열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끈끈한 학맥을 갖고 있다. 유 사장은 원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2009~2018년 케이비(KB)부동산신탁 이사, 2019년부터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를 지내는 동안 준법감시 업무를 맡았다. 앞서 지난 2월 함진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11월엔 정용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같은 해 12월에는 최연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 사장 자리를 꿰찼다. 하나같이 해당 분야 경험이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정치인들이다. 주목해야 할 일은 이달 12일에는 최연혜 사장에 이어 '2인자'격인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 자리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진구 전 법무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입성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공천 교통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정치권발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도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차기 사장 공모를 앞둔 한국전력 사장직을 두고도, 윤석열 대선 후보 특별고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동철 전 의원과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이자 여의도연구원장 출신인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장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경영·관리를 맡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 대선 후 어느 정도의 논공행상은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근 인사가 이뤄진 곳들이 상당한 정책 전문성을 요구하는 중요 기관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낙하산 인사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는 '누구나 그랬다'는 식으로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낙하산 인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국민과 국가에 타격을 준다. 우선 국민의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다. 함량 미달의 낙하산 기관장은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복리 후생을 늘린다. 부채가 수백조원에 이르는데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비효율과 방만 경영이 초래되는 배경이다. 이는 공공요금 인상, 세금 증가 등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둘째, 국가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 낙하산이 만연하면 열심히 해당 분야에서 경험·지식을 쌓는 것보다 권력에 줄 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한다.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공정 경쟁의 원칙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악폐는 여기서 싹튼다. 그래서 낙하산 인사가 나쁘다는 것이다.

2023-06-22 07:00:0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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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소액으로 건물주가 되는 부동산 간접투자

부동산 투자를 생각할 때 현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은 자본금이다. 만약, 3000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으로 투자대상을 물색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이는 크다면 큰돈이지만 부동산투자를 위한 자금으로는 터무니없는 액수다. 도시지역에서 단독으로 상가나 사무실을 매입하기에도 부족하고, 그 가격에 경매, 공매시장을 둘러보면 태반이 지분매각이다. 간혹 시골의 자투리 땅이 매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시세차익이나, 일정한 임대수익을 내기에 좋은 땅은 그만한 가격에 나오지 않는다. 혹시 저가 주택시장의 장기적 상승을 예상한다면 갭투자로 다세대 주택을 사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옵션이다. 그러나 최근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시장은 리스크가 너무 커졌고, 도덕성 논란도 있는 만큼 실패하면 금전적 손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결국 새로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의 계약금 정도로 쓰거나, 대출을 많이 끼고 지방 중소도시를 찾아 내려가게 된다. 부동산 간접 투자 방식 중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편한 상장리츠는 저자본 투자자에게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실 간접투자라는 말이 정확하지는 않다. 주식을 주식회사의 간접경영이라고 하지는 않듯이 리츠는 대리인을 통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다만 그 매입, 운영, 처분을 전문가에게 맡겨서 수익을 거두는 직접투자라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그 운용구조, 투자대상, 자산의 구성 및 공모의무 등 운용에 필요한 요건들을 갖춘 운용사에 한하여 인가를 해줌으로서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흔히 임대사업은 그저 땅이나 건물을 빌려주고 월세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시장의 상황이나, 건물 유지관리, 공실관리에 있어서 전문기술과 경쟁력이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투자 경험과 인력을 갖춘 자산운용사 및 자산관리회사가 개인 투자자보다는 그 자산가치를 극대화 시키는데 적합하다. 최근 국내 상장리츠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기회가 있었다. 2022년 레고랜드의 여파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장리츠 주가는 평균 23% 하락했었다. 이에 자금조달 비용도 증가해서 배당률 역시 하향 조정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상장리츠는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아 배당수익률은 평균 7%를 회복했다. 배당가능 이익의 90%이상을 배당해야 법인세를 감면받는 리츠의 특성은 운용사가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상장리츠는 매각시에도 양도소득세가 면제 된다. 또한 환금성이 뛰어나면서도 주식에 비해서 그 변동 폭이 적은 편이다. 아무래도 실물자산인 부동산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그 운용수익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소위 쪽박을 차는 일도, 그 대신 엄청난 자본이득을 얻는 일도 드물다. 개인이 직접 집이나 상가를 사고 팔아 그 차익을 남기던 환경은 점점 변해간다. 경쟁도 규제도 심해지고, 날이 갈수록 더 깊은 전문지식이 필요해진다. 당장 신축아파트에 딸린 작은 상가 하나를 분양받아도 크고 적게 돈과 시간을 쓰게 마련이다. 게다가 중요한 건 그 매입가격은 시장이 정한다기보다는 분양사가 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리츠의 운용 대상은 대형 소매점뿐 아니라, 업무시설, 호텔, 물류창고 등 다양하고 우리의 80년대 인구구조를 가진 해외의 부동산도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상업용 오피스의 주요 투자 지역은 강남, 광화문의 중심상업지구이다. 인구구조와 여러 경제 여건들을 생각하면 부동산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서는 더욱 필연적이다. 적은 자본으로 지방의 수익성 부동산을 찾고 있다면, 한번 쯤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안이다. /이수준 대표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2023-06-21 16:45:3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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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부러진 뼈를 붙여주는 '골쇄보'

골쇄보(骨碎補)라는 약재는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효과를 발휘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자를 풀어 보면 '뼈 골, 부술 쇄, 도울 보'로 되어 있는데, 손상된 뼈가 잘 아물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 데 좋은 약재라는 뜻이다. 바위나 오래된 나무의 옆에 딱 붙어서 길게 자라나는 넉줄고사리의 뿌리를 잘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골쇄보인데 허리나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플 때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식품으로 유통이 되지 않는 것이라서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름에서처럼 골쇄보의 주된 효능은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충, 우슬, 가시오가피 같이 뼈에 좋은 약재들과 궁합이 잘 맞아서 함께 처방하기도 하는데 뼈와 근육을 강화하며 골절 등에 처방한다. 우리 몸에서 겉으로 드러나 있는 뼈인 치아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도 좋다. 치아와 잇몸이 약해서 자주 염증이 발생하고 피가 나는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골쇄보를 쓰면 치아는 물론이고 잇몸을 튼튼하게 하여 구강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골쇄보는 간과 신장에 작용하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뼈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통증을 가라앉히며 부러진 뼈가 잘 붙게 만들어준다. 특히 우리 몸의 젊음과 에너지 생성과 관련되어 있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뼈도 약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발생하는 골절이나 관절의 통증을 다스리는 데도 좋다. 뼈뿐만 아니라 타박상 등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을 입고 붓거나 멍이 들고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을 돕고 신장 기운을 강화하는 골쇄보는 냉열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는 상열하한을 다스리는 데도 좋다. 뜨거운 열이 몸의 상부로 몰리면서 입이 마르고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붉어지고, 반대로 따뜻해야 할 복부나 하체에는 냉기가 들어 차고 시릴 때, 그로 인해 복통이나 설사를 자주 할 때 골쇄보가 도움이 된다. 뜨거운 열기는 식히고 아랫배와 하체의 냉기는 몰아내서 냉열의 균형을 되찾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2023-06-19 05:06:4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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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일부 변제에도 회생 개시된 연대보증인은 채권 전액 책임져야

채권자가 A회사에 1억 원을 빌려줄 때 B회사가 연대보증을 섰다. B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그 직후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다. 이 경우 채권자는 B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얼마의 채권액을 신고할 수 있을까? 정답은 1억 원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미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으니 채권자는 연대보증인인 B회사에게 8000만 원만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의 전액이 소멸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생절차의 개시시에 가지는 채권의 전액에 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해뒀다(제126조 제1항, 제2항). 어차피 회생이 개시된 B회사로부터 변제 받게 되는 채권액은 본래 채권 전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리를 '현존액주의'라고 부른다. 최근 대법원이 현존액주의를 강조하는 판결(2023. 5. 18. 선고 2019다227190)을 내놓았다. 원심에서는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으므로 8000만 원이 회생계획상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채권금액이 일부 소멸했더라도 채권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의 채권전액에 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 회생절차 개시 당시인 채권액 1억 원이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이 곧 A회사가 2000만 원을 갚았음에도 B회사는 채권자에게 1억 원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1억 원을 기준으로 현금변제액 및 출자전환액을 산정해 회생계획을 정한 뒤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소멸하고 남은 금액을 한도로 원고가 실제로 변제해야 할 범위를 정하라는 것이다. 현금변제율이 90%인 회생계획이 작성된 경우라면, 원심은 8000만 원을 기준으로 해 B회사가 채권자에게 그 90%인 7200만 원을 현금 변제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은 1억 원을 기준으로 해 B회사가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현금변제액은 9000만 원이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2000만 원이 소멸했으므로 나머지 8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현금변제를 이행하면 된다는 의미다. 위 예시만 봐서는 원심과 대법원의 결론이 같아 보이나 그렇지 않다. 만일 현금변제율이 30%인 경우, 채권자는 원심의 기준에 따르면 2400만 원을, 대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3000만 원을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주채무자의 변제에 따른 잔존 금액인 8000만 원의 한도 내에 있으면서도 채권자는 600만 원의 금원을 더 받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존액주의에 기한 대법원의 판단은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접어듦으로 인해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채권자의 책임재산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취지에 있다. 도산제도가 채권자들의 권리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타당하다.

2023-06-18 13:41:11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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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0>한 여름 바베큐에 로제와인…만능 '로제'의 매력

<200>로제와인 글로벌 톱10 캠핑이든 가벼운 주말 1박 여행이든 빠질 수 없는게 바로 고기 굽기다. 고기엔 레드와인이란 단순한 명제를 따라 진득한 까버네 소비뇽이나 시라를 함께 했더니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뭔가 텁텁하고, 그렇다고 차갑게 얼음물에 재워둔 소비뇽 블랑을 마시자니 뭔가 싱겁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 마리아주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굽는다면 까버네 소비뇽이나 시라 품종의 와인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양념 고기라면 소스에 따라 진판델이나 산지오베제, 또는 산도와 달콤함이 어우러진 리슬링도 좋다. 닭고기나 생선, 아니면 채소를 불판 위에 올렸다면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 그리지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재료들을 모두 어우르는 와인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로제 와인이다. 로제와인은 적포도로 만들어 색이 붉은 빛을 낸다. 그런데 양조할 때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듯이 빠르게 압착해 만들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물론 잘 익은 김치까지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니 그야말로 '만능'이다. 로제의 위상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 예쁜 빛깔 만을 내세워 이벤트용이거나 와이너리에서도 구색 맞추기로 취급받았다면 지금은 화이트와인의 섬세함에 레드와인의 매력이 더해져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마스터 오브 와인(MW)과 마스터 소믈리에 등이 '글로벌 로제와인 마스터'로 꼽은 와인들은 로제의 전통 강자인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와 랑그독 와인이 상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탈리아 투스카니와 뉴질랜드 말로보까지 지역도 넓어졌고, 가격도 1~2만원 선부터 몇 십만원까지 다양했다. 이제 로제와인도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글로벌 마스터는 대부분의 와인 품평회와 달리 특정 품종 만을 대상으로 하며, 생산지 등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만 평가한다. 먼저 가성비 최고의 '메모리 드 소피 발로즈'다.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졌으며, 마스터급으로 오른 로제 와인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소피 발로즈는 19세기 후반 랑그독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일했던 한 여성의 이름이다.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결국 더 나은 노동 여건을 쟁취한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다. 옅은 복숭아색을 띠며, 부드러운 복숭아와 사과, 석류 등의 과실을 느낄 수 있다. 호주 빅토리아 지역의 '디 보톨리 로제로제'는 품종 블렌딩의 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산지오베제와 시라, 메를로, 소비뇽 블랑, 그르나슈까지 들어있다. 옅은 핑크빛에 딸리와 체리, 살구 등 과실향이 가득하다. 산미는 산뜻한데 버터같은 부드러운 질감에 타닌까지 느낄 수 있다. 섬세하면서 구조감도 좋다. 가격을 좀 높이면 샤또 데스클랑의 '레 클랑'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레 클랑은 한국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 로제 와인이다. 대한항공의 퍼스트 클래스와 프리스티지 클래스에서 이 와인을 제공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복숭아에 달콤한 오렌지, 바닐라 향 등이 특징이며, 여운이 길다. 프로방스에서 고급 와인으로 이름난 도멘 오뜨의 '에뚜알'과 제라드 베르뜨랑의 '샤또 라 쏘바존 로제', 샤또 데스클랑의 '가루스' 등도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3-06-15 10:40:16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