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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산업은행 이전에 대하여

이사는 누구나 힘든 일이다. 하물며 직장이 낯선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삶 자체가 달라진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에서 기본구상이 나왔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지난 2019년까지 16년에 걸쳐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 153개의 지방 이전이 마무리됐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이 통했기 때문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세종시에 19개, 지방도시에 22개 기관이 옮겨갔다.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국책은행)의 부산 이전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과 한국재무학회는 지난 7월 말 '부산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표하며 이전 반대 논리를 폈다.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면 업무별 수익감소와 직원 퇴사 등으로 기관 손실이 10년간 7조원이나 발생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또 국가경제에 미치는 재무적 손실이 15조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무학회는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면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6조7200억원 손실되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2400억원에 그친다고 했다. 특히 산은이 관리하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손실로 22조원을 추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수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언론에는 이전을 추진 중인 산은에서 20~30대 직원의 이탈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퇴직했는데 20~30대가 전체의 78%에 달한다는 것이 요지다. 산은의 직원 평균보수가 1억원을 훌쩍 넘는 데도 이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다는 것. 산은 사측은 자체 컨설팅을 통해 전 기능·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 거점별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권역센터를 도입하면 국가균형발전 동력을 창출한다고 강조한다. 또 동남권 및 부산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측은 서울에도 수도권 금융시장과 기업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을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내 정책금융 수요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와 이전 강행을 추진하는 사측 모두 논리가 있다. 하지만 인력 유출로 손실이 발생한다거나 이전으로 기업 구조조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노조쪽 추정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방으로 이전한 153개 공공기관을 떠올려 보자. 그 기관의 인재가 유출돼 본연의 업무에 문제가 발생했을까. 또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지 못할까. 이는 LH가 진주로 이전해서 주택공급 정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사가서 기금운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약과 같다. 특히 산은의 본점 이전이 예정돼 있어 인력 유출이 심하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기사에 붙은 댓글이 따끔하다. '부산 아니라 산골로 들어가도 다니겠다는 사람 미어 터진다. 근무 조건이 좋으니까 스펙 좋은 사람이 많은 조직이지 스펙 좋은 사람이 그렇게 많아야 하는 조직은 아니다'. 결국 산은 부산 이전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산업은행법을 변경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사실상 여소야대 정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 권력'이 그 어떤 권력보다 막강한 현실이다. 산은 이전은 내년 총선 결과가 중요한 기로다. 지금처럼 여소야대 정국이 재현된다면 산은의 부산 이전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산은 직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기원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3-09-07 07:00:0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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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인공지능과 초(超)가공식품

7080세대에게 식품가공학개론은 식품공학과의 전공 필수과목이었다. 가공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인공을 가하거나 품을 들여서 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가공이라는 행위를 긍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식품가공의 목적은 식품의 원재료인 농수축임산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함으로서 소비자의 기호성을 충족시키고 상품의 품질가치를 향상시키는 수단과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취급하고 있는 모든 식품의 규격과 기준은 '식품공전'이라는 가이드라인에서 관리, 통제되고 있는데, 가공식품 용어정의에 따르면 "가공식품이라 함은 식품원료(농임축수산물 등)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키거나 이 같이 변형시킨 것을 서로 혼합 또는 이 혼합물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제조, 가공, 포장한 식품을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가공식품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의 발전은 식품가공 기술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한다.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재료인 햄과 살라미 역시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킨 것"이라는 가공식품의 정의를 충실히 지킨 것이다. 가공식품을 소비할 것인지 또는 가공식품이 들어간 (초)가공식품을 소비할 것인지의 선택은 소비자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가공식품이나 초가공식품이 반드시 우리 몸에 해롭다거나 소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안전성과 위해성 관리제도는 선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쿠킹로봇과 음식점의 서빙로봇 등 푸드테크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발전과 식품가공기술의 발달로 인한 조리의 즐거움과 손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수년전 필자가 국가프로젝트 교수단 일원으로 참여했던 아프리카 길거리 커피숍은 비록 초라해 보였지만 즉석에서 손으로 볶고 손으로 돌려서 분쇄한 거친 식감의 핸드드립 커피로서 진정한 최소가공(Minimal Processed)에 의한 아로마(Aroma)였다. 현재 우리가 구입, 섭취하는 소비재중에서 가공식품은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소비행태를 유도한다. 개인의 기호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현대인의 입맛은 가공식품의 가공정도를 더욱 가속화시켜 왔다. 초(超)가공식품에서 접두어 초(超)의 뜻은 '훨씬 뛰어난'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떨어져 관계가 없는'이라는 전혀 상반대의 개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초(超)가공식품(Ultra Processed Foods)과 대척점에 있는 김치와 전통장류는 대표적인 최소가공식품(Minimally Processed Foods)이다. NOVA의 식품분류 체계는 브라질 상파울루 보건대학에서 만들었으며 우리가 구입하는 식품을 비가공식품부터 초가공식품까지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그룹: 비가공 또는 최소가공: 가공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만 가공된 식품들을 말한다. 이 식품들은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 씨앗류, 곡물, 콩류, 계란이나 생선, 우유 같은 동물의 천연 생산물이 여기에 속한다. 최소가공식품은 말리거나 갈거나 굽거나 얼리거나 끓이거나 저온살균한 식품이다. 추가된 성분은 들어가지 않는다. 냉동 과일, 냉동 채소, 생선, 저온살균 우유, 100%과일 주스, 무가당 요거트, 향신료, 말린 허브 등이 속한다. 2그룹: 가공된 요리 재료: 가공된 요리 재료는 오일류, 버터 같은 지방류, 식초류, 설탕류, 소금류 등을 말한다. 이것만 따로 먹지도 않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도 않는다. 다른 식품과 함께 먹는 것들이다. 3그룹: 가공식품: 한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혼합해 만든 식품이다. 훈제하거나 단단하게 만든 육류, 치즈, 신선한 빵, 베이컨, 염장 또는 설탕 견과류, 시럽, 맥주 및 포도주 통조림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식품을 가공하는 주된 목적은 더 오래 보존하거나, 맛을 한층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4그룹: 초가공식품: 보통 가정식 요리로 얻을 수 없는 성분들이 들어간다. 이 성분들은 화학 성분, 착색료, 감미료 및 방부제 등이라서, 이름만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들 수 있다 . 초가공식품을 구별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같은 식품도 가공 방법에 따라 최소가공, 가공, 초가공 식품이 되기 때문이다. 플레인 요거트는 최소가공식품이다. 하지만 감미료, 방부제, 안정제 등을을 첨가하면 초 가공식품이 되고 귀리, 밀 등 곡류를 그대로 분쇄하면 최소가공식품이지만 설탕, 향료, 착색료 등을 첨가하면 초가공식품 시리얼이 된다. 밀가루, 식염, 가공된 이스트로 만든 빵은 가공식품이다. 하지만 유화제나 착색제가 들어가면 초가공식품이 된다. 토마토를 그대로 착즙한 RTD(Ready To Drink)음료는 최소가공식품에 해당되지만 증점제, 구연산, 당류, 식초, 향신료, 식염 등을 첨가해서 토마토케첩으로 변신하면 초가공식품이 된다. 초가공된 식품은 밀도가 높아져 소화기관에 들어가면 포만감이 감소하고 혈당수치(GI)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공하기 전 식재료의 특징이나 세포에서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라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호모'는 인간, '데우스'는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놀라운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비로소 신만이 갖고 있던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이 차세대 인류를 '신'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9-06 07:45: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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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죽 쒀서 남 줬던' 키아프, 올해는 다를까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고의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영국의 프랜차이즈 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9월 6일부터 10일(프리즈는 9일 폐막)까지 코엑스 전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로 제22회를 맞는 키아프는 이번 행사에 국내 갤러리 약 140개를 포함한 20여개국 약 210개 화랑을 통해 1300여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독일 디 갤러리를 비롯해 최근 용산에 둥지를 튼 일본의 화이트스톤 갤러리 등이 외국 화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프리즈에는 전년과 비슷한 국내외 120여개 갤러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큐브, 타데우스 로팍을 포함 세계 정상급 화랑들이 대거 포진했다. 밀레, 피카소, 폴 세잔, 앙리 마티스, 루치오 폰타나, 루시안 프로이트, 에곤 실레 등 서양 거장들의 작품도 마스터스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두 개의 아트페어를 같은 공간에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8만원에서 25만원까지 하는 입장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김구림 전, 리안갤러리의 이강소 전, 아트선재센터의 서용선 전, 구띠갤러리의 김종숙 전 등 페어 개최 기간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이벤트도 많다. 하지만 한 지붕 두 행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속엔 걱정도 있다. 안방까지 내주었는데 주도권은 프리즈가 쥐자 '죽 쒀서 남 줬다'는 평가가 나온 2022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공간 내 관람 인원에서부터 느껴지는 온도차, 많게는 8000억원으로 추정된 프리즈 대비 약 10분의 1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 주요 판매 작품의 대부분이 외국 작가 작품이었던 현실은 지금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올해는 어떨까. 일단 지난해가 준비 부족 상태에서 치러진 느낌이었다면 금년엔 대비된 흔적들이 엿보인다. 주최 측인 화랑협회는 참여 갤러리들이 추천한 작가 20명을 소개하는 하이라이트와 채색화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국제 예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법한 이슈들을 모은 토크도 마련했다. 또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키아프 플러스'를 키아프의 한 섹션으로 재배치하는 등 나름 차별화를 꾀하려 애썼다. 하지만 프리즈와 체급을 맞추기엔 여전히 부족한 인상이 짙다. 뭔가 풍성해 보이지만 글로벌 위상을 담보할 키아프만의 선명한 색깔은 잘 읽히지 않는다. 문제는 작품이다. 올해도 '장식'에 머무는 얄팍한 출품작들이 주를 이룬다면 미학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 즐비한 프리즈와의 격차는 또다시 확연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막은 올랐고 이번 행사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아니면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독사과'를 덥석 물은 것인지는 나흘 뒤면 알 수 있다. '젊음'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키아프와 페어 참가 갤러리 120개 중 100여개를 아시아 및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갤러리로 채우며 '돈 되는 아시아' 공략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프리즈와의 경쟁 결과에 따라 키아프는 향후 세계적인 페어로 발돋움할 수도, 아니면 외국 유수 페어의 위성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키아프는 현재 그 기로에 섰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3-09-05 14:37:5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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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아들에게 빚을 선물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막차 세대에게는 큰 라이프 스케줄이 남아 있다. 장성한 자녀들의 결혼을 치르는 거다. 사실 자녀 결혼과 관련해선 마땅한 해답을 찾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일 큰 비용은 신혼집 비용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2022 결혼 비용 보고서'에서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이 2억8739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늘어난 신혼집 비용이 결혼 비용 급증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걸 보는 심정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물론 대부분은 신혼집 비용이고 나머지는 예식 등 결혼식 비용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놀랍다. '결혼은 꿈도 꾸지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난한 부모는 물론이고, 사랑에 빠진 청년들에게도 무언의 협박처럼 다가올 듯 하다. 며칠전 친구 아들이 결혼했다. 그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아이들 결혼 준비는 반평생에 걸친 숙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혼식은 여느 중산층 처럼 평범했다. 그러나 특별한 부분이 있다. 그는 결혼하는 아이를 위해 얼마전 집을 사줬다. 교사부부로 정년을 앞둔 그들이 돈이 많아 집을 사줬을리는 없고, 아무튼 이 어려운 판국이 그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가 아들에게 집을 사준 내력은 이렇다. 아들은 코로나19 직후 수율문제 해결을 위해 폴란드로 장기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유능한 2차전지 공정 엔지니어다. 아직 서른도 안된 청년인 점을 감안하면 유능한 셈이다. 그런 아들에게 결혼할 시기가 닥쳐 친구는 비장의 카드를 커냈다. 바로 아들 명의의 '만능통장'이라는 청약통장이다. 십수년이 넘어 진즉에 1순위가 된 통장이다. 그리고 아들 회사 근처인 화성 동탄 인근의 아파트단지에 당첨,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무튼 결혼식날 조금은 감격한 듯한 친구의 성취 어린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네게 결혼비용으로 아파트 분양권 하나와 5000만원 밖에 줄 것이 없구나. 결혼식, 아파트 중도금 등은 너희들이 감당해 나가는 걸로 하자." 아들은 내년 중반 신혼집에 들어가기로 하고 월세집에서 신접살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교사인 며느리감도 납득하고 혼수도 새 아파트 입주 이후로 미뤘다. 그가 아들에게 증여한도인 5000만원 외에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만능통장을 준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결혼이란 게 아이때부터 준비해온 셈이다. 또 있기는 하다. 엄밀히 말해 신혼의 출발부터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갚아가야할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즉 빚이다. 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한결같이 '애들 결혼준비를 20여년을 해온 것 아니냐'며 이구동성이었다. 만능통장이 없는 친구는 한탄하기도 하고 어느 친구는 선견지명이라고 감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는 자녀 결혼을 위해 만능통장을 만들고 매달 십수년동안 한두푼씩 꼬박꼬박 불입해온 이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노고와 비애가 먹먹하게 비쳐졌다. 친구의 심정은 어떤가. 차마 친구에게는 그 심정을 묻지는 못했다. 집과 빚을 함께 물려줘야하는 저 갸륵한 부성애.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선사한 첫 선물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냐고 물어볼 자신이 없었다. 다만 내 친구들은 그렇게라도 결혼을 치르는 친구에게 감복하는 걸로 봐서는 나쁜 것 같지 않다. 빚 한덩어리보다는 집 한채에 모두 시선이 사로잡혀서 그 빚마저 선물할 수 없는 처지가 더욱 아플거라는 생각은 왜 이리 허전한 지. 만능통장이라는게 자녀들 결혼을 20여년 이상 준비하라는 족쇄란 걸, 그리고 그 족쇄를 물려주는 인계식이 결혼이라는 걸 알게 된다.

2023-09-05 10:09:1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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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대학이 제2의 인생을 디자인하다

2024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코 앞이다. 학생들은 여섯 장의 대입원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터다. 내년 1월이면 곧바로 시작되는 정시까지 가게 된다면 초조하고 지루한 5개월여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입시즌이 되면 으레 푸릇한 젊은이들의 결박된 삶이 조명되거나, 산업전망과 같이 뜨는 직업의 이야기가 언론에 도배된다. 거기에 산업 현장에서 일하느라 대입 기회를 놓친 직장인들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인다.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야 이제 공부할 겨를이 생긴 만학도들은 대입이라는 무대의 조명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대학이 학령기의 등용문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만큼 그런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리라. 숲만 보지 않고 나무까지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재수, 삼수가 아니라 오수, 십수, 육십수의 대학 신입생도 있다. 물론 학령기 학생들과는 다르게 연거푸 시험을 보다가 대학에 온 건 아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일반고에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했다면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경험으로 대학에 온다. 이를 '특성화고졸재직자 전형'이라고 부른다. 만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만학도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면 학령기 학생들과는 10년 정도 세월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세상의 별 관심 없이 대학에 들어 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 충청북도에 있는 한 대학을 보면 23살부터 83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학습자들이 200명을 넘는다.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대학공부를 시작하나? 당장에 만끽하고 즐길 것도 많은데 왜 두꺼운 책을 들어야 하나? 밑도 끝도 모르는 의문이 들지만 성인학습자들의 대학생활은 오히려 유쾌하다. 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사회적 인정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모두 다르고 다양하지만 대학에 가는 성인학습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희망한다. 재직자들은 지금 몸 담은 직장에서 승진을 하거나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려고 한다. 오랜 기간 경력단절을 끊고 새로운 직업을 누리려는 여성들도 그렇고, 다문화 가정이나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사회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바로 대학이다. 아이들로부터 능력있는 부모로 인정받고 싶고, 젊은이들에게 표상이 되고픈 고령자가 있으며,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싶은 기초의회 의원들도 이 맘 때면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모두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고 새로움을 성취하는 일이다. 필자는 작고한 소설가 고(故) 박완서님의 광팬이다. 그의 소설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끄트머리 세대이고, 콩나물교실에다 이부수업을 톡톡히 경험했으며, 대학 갈 땐 졸업정원제로 물반 고기반이랄까 젊은 대학생들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캠퍼스를 기억하는 필자에게 지금의 대학은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이다. 그런데도 수시모집이다, 정시모집이다, 이런 때가 되면 좁은 문의 학력경쟁이 극성이다. 그러니 대학 서열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이제는 열린 눈으로 보자. 대학은 성인학습의 장(場)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인생설계의 '아비투스'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서열화 대신 평생학습 서열화라도 만들어보자.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3-09-04 10:10:4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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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부정경쟁행위 성립요건인 '주지성(周知性)'은 유형에 따라 달리 해석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각목은 개별 부정경쟁행위에 관해 정의하면서 이를 통해 그 성립요건도 규정하고 있다. 여러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 공통으로 등장하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요건이 있다. 이는 이른바 '주지성(周知性)' 요건으로 설명되고,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가목 및 나목), 저명상표 희석행위(다목), 도메인이름 사용행위(아목), 타인 식별표지 무단 사용행위(타목)의 성립을 위해서는 위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요건에서 '국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그러나 '널리 인식된'은 불확정 개념으로 구성돼 있어서 어느 정도로 알려져야 이를 널리 인식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법원은 이를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우선 상품주체·영업주체 혼동행위(가목, 나목)와 관련해 법원은 "단순히 그 표지 등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계속적인 사용, 품질개량, 광고선전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획득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나, 국내 전역에 걸쳐 모든 사람들에게 주지돼 있음을 요하는 '저명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의 일정한 지역적 범위 안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알려지게 된 이른바 '주지의 정도'에 이른 것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저명상표 희석행위(다목)와 관련해서는 관계 거래자 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이른바 '저명의 정도'에 이르러야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상품표지 등의 사용기간, 방법, 사용의 모습이나 형태,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에 기초해 해당 상품표지 등이 널리 알려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실무적으로는 해당 상품표지 등의 등장시기, 국내 판매처의 개수 및 연간 판매수량(또는 매출액 규모), 광고 등을 통한 홍보 여부 및 홍보 매체, 수상실적, 시장점유율,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상품표지 등이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를 다투게 된다. 한편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위 요건과 관련해서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사회에서는 상품표지 등의 인지도가 급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에서 누구나 알고 있던 상품이 내년에는 금방 잊혀진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형벌 조항)의 적용과 부정경쟁방지법 제5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침해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 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른 금지청구에 있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삼았다. 부정경쟁행위의 성립요건은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침해를 주장하는 쪽이나 침해 주장을 방어하는 쪽이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러 부정경쟁행위와 관련해 문제 되는 위 '주지성' 요건을 미리 알아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3-09-03 10:55:02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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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근감소증 치유를 위한 밀솔루션(下)

[연윤열의 치유보감] 근감소증 치유를 위한 밀솔루션(下) 단백질은 필수 영양소로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함은 물론 인체 조직을 생성하거나 성장시키고 회복하는 기능을 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분자들로 구성되어 사슬모양을 나타낸다. 아미노산은 주로 탄소, 산소, 수소, 질소로 이루어진 분자로서 인체에는 21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아미노산으로 결합이 기능하므로 수백만 종류의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다.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다른 배열로 재결합해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의 주요 특성은 스스로 형태를 접거나 비틀어서 각각의 단백질이 특정한 모양을 나타내도록 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단백질은 우리 인체안에서 수많은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 중 9가지를 생성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 9가지 아미노산을 필수아미노산이라 부르고 인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이러한 9가지 단백질을 모두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완전 단백질이라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두부, 콩, 견과류(캐슈너트, 피스타치오, 아몬드 등), 퀴노아, 씨앗 등을 꾸준히 섭취하기 바란다. 특히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어서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에는 좋은 지방이지만 햇빛에 노출되거나 가열, 장마철 습기에 취약하여 분해되기 쉽다. 견과류와 씨앗은 14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마이아르 반응에 의해 고소한 맛과 냄새를 나타낸다. 볶을 때 황금색이 되자마자 불을 끄고 남은 잔열을 이용해서 케리오버 쿠킹을 하면 견과류 세포내에 들어있는 미세한 지방분자(올레오좀)가 확산되면서 내용물이 견과류 전체로 침투되어 훨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근육은 주로 근육의 섬유소를 형셩하는 긴 사슬모양의 단백질로 형성된다. 근육형성을 위해서도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고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음식에 함유된 단백질이 일단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 DNA부터 각종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류의 분자구조 생성에 관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미노산은 새로운 단백질로 조립되고 이런 단백질의 일부는 근육같은 인체를 구성한다. 한편 나머지 단백질은 효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근감소증이 의심되는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물건을 잘 들지 못함 ▲계단 오르기가 어려워짐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체중이 많이 줄어들었음 ▲종아리 둘레가 많이 가늘어졌음 ▲악력이 평균보다 약해짐 등이다. 1일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당 1g 정도가 적절하다. 70㎏ 체중인 남성은 적어도 하루 70g의 단백질을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만 한다면 오히려 근육량이 더 감소할 수 있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더불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류신(Leucin) 등 근육생성에 효과적인 측쇄상 필수아미노산이 유효하고 육류, 생선, 유제품뿐 아니라 비타민D, 검정콩, 대두 등은 근감소증을 물리치는 밀솔루션이 될 수 있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3-08-31 16:51:2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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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美금융자본의 對中 접근금지 의미

"우려 국가의 군사·정보·감시·사이버 능력에 중요한 민감 기술 및 그 발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첨단 반도체, 양자정보 기술, 인공지능(AI) 3가지 분야에서 국가안보에 민감한 기술과 관련 활동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언급한 발언이다. 그는 국가 안보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라고 특정하며 미국의 투자가 이같은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단정했다. 미국의 투자회사들은 반도체,AI 등과 관련한 중국의 첨단기업들에 투자하려면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자본이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미국 대통령. 중국의 군사 및 정보 역량 개발에 악용됐다고 백악관이 지목한 미국자본. 미국의 금융자본이나 투자회사들은 자국내 제조업의 쇠락과 對중국 무역적자에 따른 국부 유출에 대응해 전세계를 상대로 자본이득을 벌어주며 미국을 지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하이테크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수익이 있다면 주권국가의 존립도 흔들어대는 초국적 자본들의 거센 반발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국익까지 거론하며 초강수를 둔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닌 것 같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우리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이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받아들일 것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관련, 서방 진영에서 논란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설에서 중국의 WTO가입을 옹호하며 한 발언이다. 그는 중국이 미국 국익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국은 국영기업이 많고 국가주도 경제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시장경제국가로서의 회원자격에 많은 이의가 제기됐다.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100여개 회원국은 물론 자국 의회까지 설득했다. 결국 중국은 이듬해 국제 자유무역의 틀 속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흘러 2018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은 큰 경제 권력이지만 WTO에서는 개발도상국으로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게 공평한가"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그 해에 "무역상대국들에 의해 미국이 도난당하고 있다"면서 대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연 3500억달러에 달하는 對중국 무역적자 외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 도용과 미국 기술 탈취 등을 앞줄에 세웠지만 첨단기술 문제는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에서 첨예화됐다. 첨단기술·군사용 반도체 수출금지부터 고사양 반도체 생산장비 판매금지, 반도체 보조금 수령기업의 중국사업 제한, 첨단기술기업 중국투자 사전심사제 등 첨단기술 관련 對중국 규제는 줄을 이었다. 화룡정점이 이번 자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업 접근금지 명령일 것이다. 중국의 WTO가입 이래 밀월을 즐기던 두나라 관계는 17년만에 금이 갔고 이제는 적성국이 돼버렸다. 국제 질서는 최근 5년여 사이 분명히 바뀌었다. 소련해체 이후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과 동방의 패자 복귀를 노리는 중국 사이에는 전운이 감돈다. 역사적으로 기성 대국과 신흥 대국이 쟁패를 할 때는 무력으로 그 승부를 가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를 일이다. 일단 경제 전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예측못하는 변수는 항상 있어 왔다. 지난 세기에 태평양전쟁과 일본의 붕괴가 그랬고 소련 해체 또한 그 전개과정이 예측불허였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국의 안보와 군사문제가 전면에 거론돼 자칫 무력분쟁의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진 미국의 對일본 전략물자 봉쇄를 얼핏 떠오르게 한다. 과거와 현재의 정보로는 언제나 한계를 보였던 것이 극단적 패권전쟁의 결말 예측이다. 단, 분명한 것은 패권의 향방에 따라 그 주변자들도 부침했다는 점이다. 살얼음판 위에 선 대한민국의 형편을 모두가 좀더 냉철하게 살펴볼 때라고 하면 기우일까.

2023-08-31 15:51:42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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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금리 인상은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협업에 인색했던 대형 중개법인들이 최근 소규모 골목 중개사들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매수보다는 매도제안이 많다.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그들에게도 보이는 것이다. 주택시장은 그런대로 낙폭을 줄이며 버티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건설업 PF 위축과 상업용 건물 거래량 감소는 여전하다.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인상에 있다.우선 단어 선택에 있어 지금 상황은 '고금리'보다는 '정상 금리'라는 말이 적절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약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2023년 3분기 현재 기준금리 5.25%는 근 20여 년 내 최고 수준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는 확고하고 한결같다.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통화 긴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중반에도 금리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때마침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하여 정상화를 보류했었다. 2019년의 금리 인상은 직후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상황은 고금리 정책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지금의 고금리가 비정상이 아니라 지난 제로금리 시대가 비정상 시대였던 만큼, 연준은 이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주어서 시장이 지레짐작하는 것을 경계 한다. 이러한 연준의 뉘앙스에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은 과거의 그 비정상적 시기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엿보는 셈이다. 본래 조금이라도 말의 틈이 보이면, 시장은 언제나 한발 앞서 행동하곤 한다. 이를 잘 아는 연준에서는 단어 하나를 쓸 때도 고심한다. 미국은 과거 대공황 시절을 비롯해서 지엽적인 지표들로 경제 회복을 속단하고, 섣불리 정책의 종료를 시사한 탓에 낭패를 보았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이제는 정책을 펼칠 때 앞선 말들에 발목 잡히지 않고자 한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간신히 한풀 꺾인 것을 보고, 일부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 시기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시기상조인지 알 수 있다. 그러한 모습이 언론을 거쳐 일반 국민들까지 전달되는 동안 낙관론은 기정사실화 되고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물론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가 줄고, 이자지출과 원금 상환 압박에 소비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라는 예방주사를 맞은 덕인지 현재 미국은 1980년대 폴 볼커(Paul Volcker)시대에 견줄만한 금리 인상속도에도 실업률이나 소비수준에 충격을 최소화할 정도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다. 십 수년간의 비정상적인 저금리 시대에 쌓였던 부실채권들은 한꺼번에 폭발하는 대신에 적절한 속도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중 대립 구도, 중국의 경기침체 등의 이슈로 인해서 상당한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현재의 미국은 당장의 경제 부스터보다는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선택할 여력이 있다. 국내의 경우도, 한미간의 금리 차이로 인해서 증권시장이나 부동산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이 미국시장의 대체용으로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아시아 각국의 투자대상과도 비교해야 하며, 투자자들도 미국만이 아니라 비교적 전 세계에 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의 입장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가계대출의 과열을 어느 만큼 식히고, 부동산을 비롯한 내수 경제의 체질개선을 이루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해도 이것이 금리 인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투자기회를 예측할 시기가 아니다. 물론 비싼 이자가 반가울 리는 없다.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대국의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다만 세계 경제는 더 늦기 전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금이 정상이라는 것을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8-30 11:07: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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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9860원의 최저임금, 바람직한가?

2024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되었다. 한달에 206만740원을 수령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9860원에는 식대나 교통비 같은 복리후생비, 연차수당, 시간외 근로수당등이 제외된 금액이며 주휴수당도 빠져있다. 주휴수당은 쉬는날 지급되는 급여를 말하며,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에 관계없이 유급휴가를 적용받게 되어있다. 따라서 월 최저임금 206만740원을 수령하면 국민연금 4.5%인 3만8730원과 건강보험료로 3.545%인 3만510원, 요양보험료 12.81%인 3900원, 고용보험료 0.9%인 7740원을 제외한 197만9860월 수령한다. 최저임금 9860원은 2023년 대비 2.5%인상되었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4년 소비자물가인상률 3.5%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물가 인상률에 근접한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고 있다. 특히 2024년 최저임금의 확정에 따른 노동자 단체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에 밑돌았지만 내년에는 그 반대현상이 예견되기에 실질적 임금하락이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과속인상을 가져왔으며 사용자측에선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채산성 하락을 주장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고용축소라는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연평균 영업상승률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1.6%에 불과한데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한다. 그 결과 2023년 소상공인 월 평균이익은 281.7만원으로 나타났으나 지불하는 월 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이미 소상공인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건비로 지불하는 결과를 나타나고 있다. 결국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의 상승은 고용없는 소상공인들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공연측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인상되면 소상공인들의 58.7%가 신규 직원채용을 축소하고, 44.5%는 기존직원을 감원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이미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실질적 수익성이 감소하면 당연히 가장 먼저 고용을 감소하여 경상을 맞추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에 대한 합리적 해답은 소원한가? 다 함께 검토해볼 사항 중 첫 번째는 업종별 최저임금의 기준을 달리하는 이원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와 같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나라의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면 업종별 금액의 차이와 지역적 차등을 제도화함으로써 공통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필요하다. 그러한 국민적 관심과 노력이 이제는 제도화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프랜차이즈브랜드 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소장 (컨설팅학 박사)

2023-08-29 15:51:03 김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