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자산가 잡아라"…증권사, '패밀리 오피스' 무료 제공
국내 증권사들이 초고액자산가(UHNW)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투자자문을 넘어 세무, 승계, 컨시어지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산관리 시장의 고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초고액자산가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서비스를 본격 확대 중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패밀리 오피스는 단순한 자산관리를 넘어 세무, 법률, 상속·승계, 자선 등 포괄적인 자문 서비스를 포함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전략"이라며 "증권사 사업다각화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원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초고액자산가는 2022년 기준 약 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08%에 불과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국내 전체 금융자산의 36.3%를 차지한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자산 보호 및 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이 패밀리 오피스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들의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는 현재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소형사로의 확산도 이뤄지고 있다. 고액 고객에게 사모펀드, 비상장 투자, 글로벌 자산 배분 등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동시에 법률·세무 자문, 가업 승계, 2세 교육,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패밀리 오피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서비스 구조의 무료 제공, 신탁 및 세제 설계의 제약, 투자상품 규제 등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거래 및 중개 수수료에 집중돼 있고,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 기준을 충족하는 고객에게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증권사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문 서비스의 유료화"라고 짚었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자문보수, 상품 거래 및 판매에 대한 수수료, 거래 플랫폼 사용 수수료, 일부 서비스에 대한 시간당 비용 등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증권사는 고객이 자사에 예치한 금융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고객 전체 자산이나 가족 단위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부의 원천, 연령대, 가족 구성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 정교한 세그먼테이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연구위원은 "초고액자산가는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 모험자본 공급자이기도 하다"며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와 증권사 투자은행(IB) 사업 간의 연계를 강화해 딜 소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