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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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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처음 가본 3번국도의 끝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이용한 길이 3번국도다. 곤지암을 지나 양재 말죽거리로 이어지는 3번국도는 20여년 동안 거의 날마다 한번쯤 밟아본 것 같다. 그 길은 남쪽으로 장호원을 거쳐 남한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그 길이 몹시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길이야. 한번도 그 길을 가 보지 않고 이렇게 들락거리기만 해도 되는건가." 지도를 펴놓고 그 길의 시작점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느날 3번국도의 시작점인 남해군 초전마을 3번국도 빗돌앞에 가 봤다. 바닷물이 찰랑거렸다. 내 고향 서해바다와는 완연히 달랐다. 갯벌은 보이지 않고 앞섬은 아스라히 다가왔다. 빗돌 사진을 찍고 두어바퀴 둘러보고 주변 나무(동백나무?)들도 어루만지고, 거기서 집까지 내달렸다. 올라오는 길에 온천마을도 만나 목욕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사과도 샀다. 그렇게 사천∼진주∼문경새재∼여주∼이천∼곤지암에 이르러 나의 3번국도 순례는 끝이 났다. 3번국도는 광주∼양주∼북녘 평강고원을 거쳐 함경도 초산군 강계리 1198㎞, 삼천리 화려강산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길이라는 걸 알았다. 한때 영남 유림들이 조선 개혁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던, 임진년 왜적들이 조선 침탈을 위해 쳐들어왔던 길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에서 3번국도 처럼 많이 등장하는 길은 없다. 그 숱한 스토리텔링에 나의 행적쯤이야 우주의 먼지만큼도 안 되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 위에 발자욱 하나를 더 했다. '아! 감격스러움' 자체다. 그후 나는 해파랑길, 4대강길, 문경새재길, 북한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청계천길 등 여러 길을 걸어봤다. 전원에 살지 않으면 갖지 못했을 추억이라고나 할까. 얼마전 3번국도의요충지인 곤지암 앞으로 경전철이 놓였다. 또 성남∼장호원사이엔 자동차전용도로도 새로 뚫리고, 동쪽으로 가지를 쳐서 제2영동고속도로도 생겼다. 앞으로 서울을 둥글게 감싸는 제2수도권 외곽순환도로가 생겨 3번국도와 두개의 JC가 만들어진다.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라고 할때 사람에게는 선택, 태도, 과정이기도 하고 인생을 통칭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는 사건, 사고 나아가서는 역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길은 단순히 인마가 통행하는, 지상의 공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누군가와 동업을 한다고 할 때도 길이라고 표현하고, 취업해 사회에 진출하는 것조차 길이라고 말한다. 하여간 세상 모든 공간에는 길이 있다. 육로, 수로, 해로, 항로, 철로 등…. 길은 헤아릴 수 없다. 또 시간 위에도 길이 있다. 길이라는 단어만큼 의미와 어감이 많은 말은 흔치 않다. 우리는 길 위에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자전거나 자동차, 기차를 타기도 한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도 길을 가는 것이고,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것도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니 3번국도 위에 놓여 있는 나의 자취는 간단할 리 있으랴. 엊그제 3번국도를 질러 45번 도로를 타고 부모님이 계신 아산엘 다녀왔다. 3번 국도가 새삼스럽게 다가온 날이다. 길 위에서 나와 아들은 요즘 선거 얘기를 나눴다. 헌데 많이 다르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한 방향이지는 않다. 우린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이 너무 많이 도로 건설계획을 내놓고 있다는데 일치했다.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길을 못 뚫어 환장한거야.' '하여간 삽질에 미쳤지.' 그리고 함께 결론을 내렸다. "길 만든다고 위조지폐 남발하듯 마구 뿌려대진 말아라.누구에게는 인생일 수 있으니까."

2022-01-25 09:57:38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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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계에 드리운 양극화와 부익부 빈익빈

연간 약 1만4000여 회의 전시가 전국에서 열린다. 공·사립미술관만 200개가 넘는다. 4000억원대에 불과하던 2021년 미술 시장은 급성장해 매출 1조 시대를 예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예산도 대충 1000억원을 웃돈다. 이는 정부지원 미술 분야 전체 예산의 40%가 넘는 거금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부분의 작가들과는 무관해 보인다. 전시 기회도 많고 미술관도 많으며 돈도 많다고 하는데 정작 나와는 상관없게 느껴진다. 특히 경매를 포함한 미술시장은 전례 없이 호황이라지만 내 주변 작가들의 살림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사실 전시 횟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기획전이라고 무조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전시의 대부분은 주목받지 못한다. 개인전도 마찬가지다. 경제력만 된다면 작가 스스로라도 전시를 열 수 있지만 1년 혹은 그 이상의 준비기간과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반해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 인지도가 높아야 언론도 대중도 관심을 갖는다. 물론 대형 상업전시나 국·공립미술관, 국내·외 대형화랑, 외국 작가의 전시라면 상황이 다르다. 잘 꾸민 세트장 같은 '이머시브아트 전'(Immersive art, 몰입형 미디어 아트) 역시 관람객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국내 전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은 가족과 지인들을 제외하곤 찾는 이 없이 조용히 열렸다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는다. 작품성은 미학적 가치를 담보할 순 있어도 관람의 척도는 아니다. 자본과 조직, 홍보력의 문제요, 이는 전시 전후 작가들의 작품 판매와도 연결된다. 미술시장도 그림의 떡이기 일쑤다. 약 2%에 불과한 화랑과 경매가 각각 전체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과점 현상 속에서 그나마도 매매·낙찰 작품의 절대다수는 유명 원로 및 작고 작가, 외국 작가들의 차지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발표한 경매 낙찰 순위만 해도 그들의 총액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아트페어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 기획전이나 개인전 대비 참여 작가의 수는 많으나 트렌드에 반응하는 작업이 아닌 한 경제력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시 이력이 훗날 작품가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작품을 매매할 수 없는 미술관에선 당장의 경제적 문제보단 참여 기회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만 해도 작가들을 위한 무대는 무척이나 협소하다. 스타 작가 모시기에 혈안이 된 그들은 외국 유명작가들에게 많은 돈을 쓰고, 민중미술 작가들과 작고 작가, 원로들에게 적지 않은 예산을 집행한다. 실제로 지난 7일 국립현대미술관이 발표한 2022년 전시계획을 보면 백남준 아카이브와 작가 개인사 자료전, 문신, 임옥상, 히토 슈타이얼, 피터 바이벨 등 국내·외 거장전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 근·현대미술을 소개하는 '20세기 중국미술전'도 준비 중이다. 작년에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비롯해 최욱경, 박수근 등의 작고 작가, 아이 웨이웨이, 문경원&전준호를 포함 이름 꽤나 알려진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비중이 컸다. 이전 사례를 고려할 때 당분간은 새로운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거나 기회를 제공할 것 같지 않다. 미술계엔 예술불평등의 구조와 그에 따른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돼 있다. 모든 면에서 쏠림현상이 심하다. 이것이 전시 기회도 많고 미술관도 많으며 돈도 많은데 정작 상당수의 작가들과는 상관없는 이유다. 미래까지 계산된 인프라 구축의 부재, 즉 아무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 인재에 관심 없고 발굴하려 하지도 않으며, 다들 그저 눈앞에 놓인 것에만 열중하니 당연한 결과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1-25 09:50:3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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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자영업통계에서 창업시장을 진단하자

통계청이 12월 말에 밝힌 소상공인 산업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사업체 수는 2019년에 비해 4.7% 증가했다. 특히 숙박과 음식점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숙박·음식점업은 7.5%(4만9000개)가 늘었다. 뒤를 이어 제조업도 3.7%(1만3000개) 증가했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업은 0.1%(100개) 감소했다. 문제는 이같은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수는 업종별로 전부 감소했다는 점이다. 사업체 수에서 증가를 보인 숙박·음식점업에서도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16.2%(25만2000명) 감소를 보였다. 이 중 프랜차이즈 창업만 살펴보면 2020년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3만6000개, 종사자수는 80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2만1000개) 증가, 5.2%(4만4000명) 감소했다. 가맹점 수로는 편의점, 한식업, 치킨전문점이 전체 가맹점의 46.7%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김밥·간이음식(18.5%), 한식(16.5%), 커피·비알콜음료(16.4%) 등 대부분의 음식업 및 편의점(12.0%)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2020년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액은 7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2600억원) 감소했다. 매출액 상위 3대 업종은 편의점(22.9조원, 30.8%), 한식(8.9조원, 12.0%), 치킨(5.5조원, 7.4%)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 의약품(4530억원, 11.7%), 김밥·간이음식(2370억원, 8.4%), 피자·햄버거(2980억원, 7.9%) 등은 증가했고, 생맥주 기타주점(2770억원, -15.4%), 한식(5070억원, -5.4%), 외국식(1050억원, -3.7%) 등은 감소했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매출액은 평균 3억1550만원으로 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한식(-18.7%), 생맥주·기타주점(-15.9%), 커피·비알콜음료(-14.7%) 등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문구점(4.9%), 의약품(4.6%), 자동차수리(3.6%)는 증가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사업체 수는 증가한 반면, 종사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무인과 1~2인 소자본 창업이 증가한 게 이유다. 창업 시 수익성과 가장 직결되는 항목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변동성 비용을 말한다. 하지만 경상비 내용 중 소상공인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업종 선택에서부터 고민하고 있다. 무인창업이나 1~2인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의 부상과 함께 성장하는 영향을 보이고 있다. 무인 아이템으로는 커피와 밀키트, 세탁편의점, 아이스크림전문점 등으로 확대 중이다. 특징은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카페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 그린티라떼, 허브티 등 16가지 이상의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무인 커피밴딩머신과 양갈비와 채끝등심, 스테이크에 최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와인 등으로 업그레이드된 밀키트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또 캠핑족을 비롯해 집에서도 고품질의 양갈비와 스테이크, 와인 등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게 콘셉트다. 모든 제품을 진공 원팩으로 공급해 매장에서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정국이 전반적 창업시장을 바꿔 놓았다. 고용의 불안과 일자리의 부족이 어쩔 수 없이 창업시장으로 진입을 이끌었고 매출과 수익성을 위한 비대면, 저인력, 저자본적 창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창업환경이었다. 창업은 수치와의 싸움이다. 고객수, 객단가, 마진률, 회전률, 경상비, 수익률 등 모든 운영을 수치로 한 정량화로 결론이 난다. 따라서 더욱 세심한 검토와 점검으로 실속창업을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1-24 15:22:45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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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간에 좋은 녹색 채소 '시금치'

김밥의 단골 재료인 시금치는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다. 식감도 부드럽고 단맛이 있어서간단하게 데쳐서 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국에 넣기도 하고 잡채나 파스타 등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 한방에서 녹색 채소는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큰데 짙은 녹색 채소인 시금치 역시 간을 튼튼하게하여 기운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비타민 A, B군, C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며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생성한다. 바쁜 업무로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을 때는 매일 시금치를 갈아서 주스로 한 잔씩 마시면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특히 시금치에 풍부한 베타카로틴 성분은 몸에 쌓이는 과잉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면역력을 높여준다. 미세먼지, 중금속, 환경 호르몬 등 다양한 환경 오염과 자극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 현대인들은 혈액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여서 전신을 흐르게 되면서 다양한 질병 발생률도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시금치와 같은 해독 식품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혈액 속 노폐물과 독소 배출이 촉진되면서 혈액 순환도 좋아지고 항염, 항암 등에도 도움이 된다. 시금치는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심장 건강에도 좋다. 약해진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며 혈관의 노화를 방지한다. 더욱이 혈압과 혈당 조절에도 효과가 있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동맥경화 같은 질환의 예방에도 좋다. 시금치에는 눈 건강에 좋은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성분은 눈의 세포, 신경, 조직은 물론이고 망막을 보호하며 각종 손상을 빠르게 회복시켜준다. 또한 눈의 건조와 피로, 충혈,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등을 막아주며 황반변성, 백내장, 야맹증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K, 비타민 C는 물론이고 칼슘, 철분과 같은 미네랄,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시금치는 다이어트에도 좋고 미백 효과가 있어서 희고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 데도 효과가 있다. 손톱이 자주 갈라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해지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2022-01-24 05:20: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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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규 변호사의 상속설계 제대LAW] 상속설계를 위해 당신이 고려할 첫 번째, 가족

당신이 떠난 뒤 남겨질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상속을 준비하고 싶은가. 유언장을 쓰거나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계획을 세울지를 고민해보자. 상속설계는 당신의 현실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늘은 당신의 주변 사람에 관해 고민해보자. 당신은 결혼을 했는가? 자녀가 있는가? 배우자에게 당신과 아닌 사람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는가? 당신에게 현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녀가 있는가? 당신은 형제자매가 있는가? 상속인이 아니지만 당신이 돌봐야 하거나 재산을 남기고 싶은 사람이나 자선단체가 있는가? 가족 중 누구에게는 재산을 남기고 다른 이에게는 재산을 남기지 않도록 정하거나, 자선단체에 재산을 기부하느라 가족들이 상속을 받지 않도록 정하는 것은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기대와 달리 당신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서로 다투고 소송까지 불사할지 모른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혼인 A씨는 세상에 둘도 없는 여동생, 바람나서 집을 나간 뒤 새 살림을 차린 부친이 있다. A씨의 부친은 모친과 이혼 후 재혼했고, 재혼 후 네 명의 자녀를 얻었으나 현재는 지병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A씨의 부친이 집을 나간 뒤 모친과 A씨는 열심히 포장마차를 하며 어렵사리 자산을 축적했고 아파트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친은 고생만 하다가 병을 얻어 먼저 먼 곳으로 가셨다. 그러던 중 A씨가 폐암 말기로 확인돼 시한부 삶을 살게 됐다. A씨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A씨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A씨가 가진 전 재산은 부친에게 상속된다. 그리고 여동생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만약 이후 중환자실에 있는 부친이 먼 곳으로 가게 된다면, 부친에게 상속된 전재산은 여동생과 부친의 네 자녀들 그리고 부친의 새 아내가 함께 상속한다. 이 경우 여동생의 상속분은 2/13이 된다. 만약 부친이 여동생을 배려하지 않는 내용의 유언장이라도 만들어 뒀다면, 여동생의 상속분은 훨씬 적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A씨가 원하는 결과가 아닐 것이다. A씨가 유언대용신탁의 1차 수익자를 여동생으로, 평소 A씨가 후원해온 기부단체를 2차 수익자가 되도록 정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A씨가 먼 곳으로 가게 되면 유언대용신탁의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A씨의 재산을 유언대용신탁 계약에 따라 여동생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A씨의 여동생이 먼 곳으로 가게 되면, 원래라면 A씨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동생이 얻은 A씨의 재산은 부친에게 상속되고, 부친이 먼 곳으로 가게 되면 부친의 네 자녀들과 새 아내가 이를 상속하게 된다. 하지만 2차 수익자로 기부단체를 정해 두면, A씨의 재산은 여동생이 먼 곳으로 가더라도 여동생의 상속관계와 무관하게 A씨가 지정한 기부단체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상속이라는 법률관계는 먼 곳으로 가는 순서에 따라 결과에 있어 매우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먼 곳을 가는 순서를 정할 수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도 없다. 나와 내 가족들, 나아가 조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먼 곳으로 가는 순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불안한 상태로 기다려야만 할까? 그렇지 않다. 상속설계를 통해 상속을 준비하면, 이러한 불안을 제거하고 편안한 이별을 할 수 있다. 마이클잭슨은 1995년 11월 "Michael Jackson Family Trust"를 설정하고 2002년 3월 최종 수정을 마쳐 무려 6년 이상의 기간 동안 치밀하게 상속을 설계했다. 마이클 잭슨은 그로부터 7년 후 갑작스레 먼 곳으로 떠났는데, 상속설계에 관해 이미 최선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평온한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자신의 재산처분 의지를 사후에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철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준비된 이별도 슬프다. 하지만 상속에 관해서 준비가 돼 있다면, 남겨질 소중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분쟁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통해 당신은 한결 마음 편히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1-23 11:09:3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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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3>와인은 좋은데 취하긴 싫어…무알콜 와인 뜬다

<133>무알콜 와인 테이블 위의 맥주를 모두 콜라로 바꿔달라고 하자 웨이터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대학생 때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의 일이니 벌써 20년은 훌쩍 지난 얘기다. 술먹고 취하면 도대체 어떻게 춤을 추라는 거지. 당연한 걸 왜 되묻냐며 빨리 바꿔달라 했다. 무알콜 맥주나 무알콜 와인이 있었다면 춤은 춤대로,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즐길 수 있었을텐데. '취하지 않을거면 술을 왜 마셔'라는 말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던 시대는 지나갔다. 분위기와 맛, 건강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무알콜 와인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측되는 2022년을 살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 알콜 도수 0.5% 미만의 무알콜 와인의 판매규모는 작년 상반기에만 43%나 급증했다. 음료시장 조사업체들은 전세계에서 무알콜 또는 저알콜 와인의 소비가 오는 2024년까지 약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콜이 없다면 포도 주스와 같은 것 아닌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효모와 양조 과정이다. 발효 등의 제대로된 과정이 없다면 와인이 아니라 포도 주스다. 진짜 무알콜 와인은 효모로 발효된 포도즙으로 양조 과정을 모두 거친 후 알콜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레드와인 한 잔은 보통 12~15%의 알콜과 약 125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같은 양이라면 무알콜 레드와인은 알콜은 0.5% 이하, 칼로리는 약 30~35로 뚝 떨어진다. 와인 업계는 건강에 더 좋은 와인, 소위 'BFY(better for you)' 트렌드에 이미 올라탔다. 이전까지 무알콜 와인이 생일 축하 케익 옆이나 장식할 싸구려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포도와 정제된 알콜 제거 방법을 앞세워 유명 와인 메이커들이 뛰어들었다. 무알콜 와인의 선두주자는 독일이다. 독일 와이너리 라이츠(Leitz)의 아인스 츠바이 제로(EINS-ZWEI-ZERO)는 무알콜 와인 중에서도 손꼽히는 브랜드다. 라이츠 자체도 라인가우 지역에서 훌륭한 생산자로 일컬어지는 곳이지만 무알콜 와인으로 최근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무알콜 와인을 로제 스파클링 와인부터 리슬링, 카버네 소비뇽까지 다양하게 생산한다. 레이츠의 아인스 츠바이 제로는 대부분이 알콜 도수가 0%며, 레드는 0.5%로 오렌지 주스와 거의 비슷하다. 라이츠는 "무알콜 와인은 결코 기존 알콜 와인과 똑같은 맛이나 깊이, 구조감 등을 가질 순 없지만 매우 유사하고, 알콜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도 무알콜 혹은 저알콜 와인에 있어 각광받는 곳이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의 경우 기존에도 서늘한 기후에서 천천히 익는 포도로 가볍고 신선함이 매력이었다. 당과 알콜을 낮추기 쉬운 여건이란 얘기다. 알콜로 줄어든 구조감과 무게를 풍부한 향으로 채울 수 있었다. 연구개발에만 1700만 뉴질랜드 달러를 쏟아붙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원도 적극적이다. 뉴질랜드 10대 와인 생산자 중 하나인 기센 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알콜 소비뇽 블랑을 출시했고, 알콜 도수를 낮춘 피노그리와 리슬링도 선보였다.

2022-01-20 13:40:1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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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2>프란츠 카프카의 '소송'(1925)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2>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1925) "개같이" 빛난 서른 살 남자의 죽음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소송'에서 주인공 요제프 K는 서른 살 생일 아침에 아무런 잘못 없이 체포당했다가 서른한 살 생일 전날 밤에 가슴에 칼이 찔려서 죽는다. 죽으면서 남긴 말은 "개같이"이다. 이 소설은 365일을 다룬다. 그 1년 동안 요제프 K라는 사람이 죄 없이 체포돼서 가슴에 칼이 박히고 그 칼이 두 번 비틀려 죽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작품 속 인물과 마찬가지로 경계인이었던 카프카 원제는 독일어로 'Der Prozess'이고, 영어 제목은 'The Trial'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판'이라는 제목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소송'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하는데, 많이 쓰는 '심판'은 좀 부적절한 제목이다. '심판'은 일본식 번역 오용의 답습 사례로 많이 거론된다. 원어 자체가 'Prozess'인 데다, 특정 시점을 잘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365일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원제가 의미를 훨씬 더 잘 드러낸다. '성' '변신'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카프카적인 독특한 소설기법을 목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걸 불편하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몽환과 냉정한 리얼리즘의 혼합이라고 하며 열광한다. 카프카적 서술에는 비(非)사실과 사실이 같이 등장하는데, 비사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사실을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서술 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소설은 미완성 소설로 알려졌지만, 읽어보면 이게 왜 미완성 소설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완성돼 있다. 카프카는 비사실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사실에 있는 비사실적인 요소들을 발라내고 사실의 정수만을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그렇게 완성된 미완성을 보여준다.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대체로 작가를 함께 읽는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특히 서구에서는 부친과의 관계가 작가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카프카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라는 절대 권위 앞에서 미약하고 흔들리는 아들로서 카프카는 끊임없이 주변인을 전전하였고 분열과 괴리, 양분(兩分)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카프카가 낮에는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작가의 일을 했고, 프라하에 사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근본적 분열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프카는 '아슈케나즈 유대인'(아슈케나짐)으로 분류된다. '아슈케나즈'가 히브리어로 독일을 의미하니, '아슈케나즈 유대인'은 문자 그대로 독일(계) 유대인이다. 스페인 지역을 빼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거주한 유대인 전체를 일컫기도 한다. 카프카가 '어머니'라고 말한 '보헤미아의 고색창연한 수도' 프라하와 프라하를 안은 보헤미아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속령이었다. 평생 거의 프라하에서 살았지만 따라서 카프카의 국적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된다. 그를 둘러싼 언어와 민족이 복잡다단했고, 그는 독일어로 소설을 남긴 유대인이었다. 카프카가 나치가 득세하기 전에 유명을 달리해 알지 못했지만, 그의 여동생들이 나중에 나치의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까지 함께 떠올리면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우리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으로 살아간 것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의 생애의 중요한 시기는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의 직접적 영향 아래 있었다. 반유대주의, 게르만주의, 슬라브주의 같은 반문명적 괴물이 유럽을 활보하였고, 누구나 그걸 의식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유대인이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카프카는 결국 자신의 민족을 핍박하고 학살하게 되는 게르만주의의 언어로써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인데, 그렇다고 그를 '게르만'적 사유의 인물이었다고 말할 수는 당연히 불가하고, 게르만주의의 대립항에 해당하는 시오니즘을 받아들인 사람 또한 아니었다. 세계사적 혼란과 분열의 상황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지만 예민하게 시대를 지각하며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살다가 40살을 갓 넘겨 죽었다. 합스부르크 왕가 지배의 체코에서 독일어를 구사하는 유대인으로 살았고, 아버지의 억압에 억눌리고 총괄적 분열 속에서 삶을 버텨낸 예민한 작가 카프카의 자양은 모든 것에서 주변인이자 경계인이었다는 숙명이 아니었을까. ◆실존주의 소설인 듯 아닌듯 카프카는 자신의 소설에서 실존을 그리는 데 역점을 두었을까.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하여 후대 실존주의 작가들이 실존주의의 문학적 형상화와 연관지어 카프카에 많이 열광했다. 사실 카프카의 소설에는 인간 실존 또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과 고뇌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기는 하다. 카프카의 소설을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분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소설에 그런 성향이 강하게 배인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스 비극과 관련지어서 생각해보자면, 고전 비극의 구조와 요제프 K가 자리한 '소송'의 구조는 닮았다. 이 소설에서 제일 유명한 문장이자 첫 문장은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 때문에"이고, 그렇게 요제프 K가 체포당한다. '체포당하는 것'과 '내 잘못 없이'가 결합한다. 무고한 희생이다. 얼핏 카프카의 실존주의와 그리스 고전 비극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엔 곧 차이점이 발견된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주인공인 영웅이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런데 실존주의에서는 비록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그리스 비극과 '소송'의 차이다. 희생은 동일하다. 그리스 비극에선 어떤 인물의 희생이냐가 중요한 반면 카프카 소설에서는 인물의 어떤 상황에서의 희생이냐가 핵심이다. 무결한 영웅적 인물의 장엄한 불행과 불가해한 상황 속에 던져진 어떤 인물의 무력한 분투가 대비된다. 체포당한다는 것은 판결을 받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심판'이 부적절한 제목일 텐데, 체포당한다는 것은 폭력에 포획당하지만, 향후 상황 전개는 불확정적이다. 그리스 비극 영웅들의 결말은 다르다. 결말이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실존주의에서는 인간을 '던져진 존재'(der Geworfene)로 규정한다. (수동태를 쓴) '던져진 존재'를 인간 존재의 본질로 파악한 실존주의자들은 '소송'의 첫 문장을 읽고 아마 손뼉을 쳤을 수 있겠다. 본인이 하지 않은 잘못 때문에 요제프 K가 체포된 것을 실존주의 전형으로 봤을 법하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에게 운명은 신탁을 통해 미리 확정돼 있고 어느 순간 자신도 그 신탁을 알게 되지만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돼 법정을 들락거리거나, 성을 기웃거리거나, 벌레가 돼서 집안에서 빈둥거릴지라도 결말은 주인공에게 미확정이다.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올바른지 모른다. 그는 모르는 가운데 선택을 한다. 보기에 따라 이렇게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영웅적이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은 타고난 숭고함과 우월함 때문에 영웅이고, 다시 말해 이미 영웅이란 숙명이 주어져 있지만,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주어짐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선택하고 결행함으로 모종의 영웅이 된다. 이러한 주장은 실존주의에 기반한 영웅의 발굴이다. ◆불멸의 카프카, 불멸의 요제프 K 영웅 요제프 K에게 무죄로 판결받을 가능성은 그러나 전무하다. 이 소설이 비극의 결말을 피하려면 무죄를 받는 방법이 있고 그것이 어렵다면 판결을 끝없이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다. 미완성작으로 간주된 이 소설은 이 두 가지를 거부하고 가슴에 칼이 꽂혀서 칼이 두 번 돌려져 죽으면서, "개같이"라는 말을 남기는 결말을 택한다. "개같이"라는 이 말이 죽음에 관해서 얘기한 건지 인생에 관해서 얘기한 건지, 어느 쪽인지 둘 다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요제프 K는 자신의 죽음에 즈음하여 수치(羞恥)를 인식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진 이같은 인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절박한 판단이며 따라서 최종적으로 결행한 주체의 선택이자 행동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수치를 자각하는 이 사람은 그러한 인식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으로 비로소 상승한다. 이때 이것을 영웅적인 행위라고 불러도 무방하며, 평생 남루한 인생은 이 단말마의 짧디짧은 시간에 "개같이" 빛나게 된다. 이 사람은 카프카의 영웅이며, 또는 실존주의의 영웅이다. 그리하여 카프카 자신도 실존주의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 비록 그 빛남은 "개같이" 짧았지만, 작품 속 주인공 요제프 K와 작가 카프카는 불멸한다. 게오르크 루카치 같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은 카프카가 가진 비활동성, 우유부단함, 경계에 서 있음, 그리고 그의 진공과 탈역사성을 불편해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탈시대적이고 진공에 부유하면서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카프카의 인물들이 그들에게 불편할밖에. 그래도 그 빛남은 그들도 어쩌지 못했다.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 소장)

2022-01-20 08:31:4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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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회색 코뿔소' 잡으려다 자영업자, 서민 고통 내몰려

기준금리가 또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25%로 높였다. 작년 8월과 11월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5개월 새 0.75%포인트가 인상됐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1.5%로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적어도 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물가를 잡아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를 찍은 이후 11월 3.8%, 12월 3.7%를 기록했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한은만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 7%나 올랐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만 가만히 있으면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출렁거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살림과 기업 운영에 부담이 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불과 6개월 전 연 3%대에서 현재 5%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1~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6% 시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지난 1년 동안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랐기 때문에 전체 대출 이자 규모는 전체 12조 8000억원, 1명당 이자액은 64만4000원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 대출 창구에선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줄이고 있어 이자 부담은 한은 추정치보다 훨씬 크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다. 정부는 코로나 19 피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20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7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887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3월엔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연장도 종료된다. 올 들어 우리나라에도 '회색 코뿔소 경고령'이 내려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리가 직면한 '회색 코뿔소'로는 가계부채, 물가상승, 미국 연준 양적긴축, 코로나19 확산 등이 꼽힌다. '회색 코뿔소'는 코뿔소가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지만 정작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다. 여러 '회색 코뿔소' 중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가계부채 코뿔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빚은 약 1845조원에 이른다. 이미 한국 경제 한 해 경제 규모를 뛰어 넘었고 증가 속도, 총량 부분에 있어서도 빨간 신호등이 켜진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 부채 코뿔소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란 '화살'을 쐈더니 대출 이자 부담이라는 또 다른 코뿔소를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 관리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은행 돈으로 어렵게 집을 장만하거나 전세를 얻은 서민들의 대출 부담 고통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실성 있는 금융 정책이 필요할 때다.

2022-01-20 08:16:1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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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5도(都)2촌(村)의 로망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노후를 아늑한 시골에서 농사로 소일하며 여유롭게 보내는 것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A씨는 수 년 뒤의 농촌이주와 투자를 겸한 목적으로 얼마 전 소규모 농지를 매입했다. 그 결과 주말농장이라는 취미뿐 아니라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혜택과 투자효과까지 누리게 되었다. 물론, 직장이나 사업으로 도시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향적인 귀농생활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A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에서의 생활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귀농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우선 농지 취득시 농지대장(구 농지원부)을 작성해야 한다. 과거 소규모 농지(1000㎡ 미만)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개편된 농지법은 농지대장 작성단위를 필지로 하여 면적에 관계 없이 작성하도록 강화되었다. 다만, 농지대장과는 별개로 소규모 농지는 주말·체험영농계획서 등으로 여전히 취득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또, 초보 농부의 원활한 경작을 위해서도 지나치게 큰 땅보다는 작은 땅을 매입한 뒤 상황에 따라 경작지를 늘려가는 것이 안전하다. 저렴한 농지의 경우 현황도로만 확보되어 있는 지적상 맹지가 많으나, 가급적 2m 이상이 도로와 접해 있는 땅을 찾는 것이 좋다. 혹은 도로가 아니더라도 현황도로가 국유지이거나 지목상 구거라면 차후 행정적으로 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완전한 귀농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농가주택 마련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작의 편의와 이왕 사놓은 땅의 가치 향상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건축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건물을 짓는다면 반드시 건축법상 '주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창고나 업무시설 등의 목적으로 소규모 조립식 건물을 지어서 용도에 맞게 사용하되, 건물의 일부를 상시거주가 아닌 가끔 머무르는 휴식처의 형태로 쓰는 것이 더 좋다. 일단은 전입신고 없이 업무, 휴식의 용도 사용하되, 향후 완전한 귀농시 해당 시설에 건축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 용도변경된 시골집이 농어촌 주택(조세특례제한법)이나 귀농주택(소득세법상)의 요건을 갖추게 되면 기존 도시주택을 처분할 때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그렇게 주말농장의 형태로 시골에 기반을 마련해 둔다면 차후 토지를 늘리거나, 소액이라도 농가 소득이 발생하여 농업인 자격을 획득했을때 추가로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일단, 소규모라도 농업인 자격을 갖추고 2년간 직접 농사를 짓게되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50% 경감이 된다. 이 외에도 추가로 1000㎡ 이상의 농지를 취득하거나, 토지거래 허가 구역의 20㎞ 이내의 다른 농지도 구매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향후 정식으로 농가주택을 마련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채권의 매입 의무가 면제되며, 농지를 주택 및 농업 시설로 전용할 경우에도 농지전용부담금이 면제된다. 그 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및 일부 공과금의 감면 혜택, 자녀가 있는 경우 학비, 장학금 우선지원, 대학특별전형 입학등의 혜택도 있다. 노후를 위한 투자, 취미, 소득원의 다양화를 두루 고려하여 귀농을 선택한다면 미리 시간을 내어 단계별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만, 명백한 투기 의도가 있거나 농지의 불법적인 운영, 방치가 적발되면 농지처분명령 등 엄격한 규제가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까지 그동안의 농지원부에 등재되지 않았던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농지법위반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농지투기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귀농을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시골에는 사람이 귀하다는 뜻이다. 반드시 직접 농사를 지을 생각이라면 기회와 혜택은 충분하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1-19 10:17:3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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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교수의 치유영양학]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연윤열 교수 ◆숭늉 우리나라는 지리적이나 기후적으로 쌀 문화권에 속한다. 쌀의 소비가 매년 급감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한다. 인도는 기원전 7000년 전, 중국은 기원전 5000년 전 신농시대(神農時代)부터 쌀을 재배하였다. 한국은 기원전 2000년경 중국에서 쌀농사법이 전래되었다고 한다. 누룽지는 밥솥의 바닥에 주로 생기는데 밥을 덜어내고 물을 부으면 곧바로 숭늉이 된다. 숭늉은 역사적으로 우리의 국민음료였다. 한중일(韓中日) 삼국중에서 우리나라는 숭늉을 즐겨 마셨기 때문에 차 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을 거라는 설도 있다. 누룽지와 숭늉의 구수한 맛은 쌀에 함유된 당류와 단백질 성분이 취반시 가열에 의한 '마이야르반응' 현상 때문이다. '마이야르'반응은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만나서 일으키는 연쇄적인 화학반응이다. 누룽지 색깔이 갈색에 가까울수록 구수해지는 이유도 멜라노이딘이라는 갈색의 착색물질이 구수한 냄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빵을 굽거나 커피를 로스팅 할 때도 마찬가지 이유다. 식사 후에 마시는 숭늉이야말로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음료 아니겠는가. ◆커피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습관적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265억잔으로 국민 1인당 연평균 512잔이다. 전 국민이 매일 한 잔 반을 마신 셈이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 역시 10조원을 돌파했다. 내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이 607조원이라고 하니 원두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닌 것이다. 국제 커피 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수입량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세계 7위로 기록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진 고종으로부터 약 130년이 지난 지금 숭늉은 사라지고 커피가 필수 음료가 되고 말았다. ◆차(茶)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의 차(茶) 류는 침출 차, 액상 차, 고형차로 구분하고 있다. 침출차는 주로 녹차, 홍차, 허브차, 곡물차 등을 말하며 사용의 편의성에 의해 잎차보다 티백 제품을 선호한다. 과일청은 액상 차로 분류하고 녹차를 살청(殺靑), 유념 등 건조, 분쇄하여 분말화한 고형차가 있다. 한편, 가공방법에 따라 발효를 하지 않은 녹차와 발효의 정도에 따라 전(前) 발효차에 해당하는 반발효차(청차, 우롱차), 약발효 차(백차), 완전 발효차(홍차)와 후(後) 발효차(황차, 흑자)로 구분지을 수 있다. 차는 발효가 될수록 선명한 녹색에서 옅은 황금색을 거쳐 최종에는 짙은 갈홍색을 띄게 된다. 전(前) 발효차는 찻잎에 포함된 효소에 의해 발효가 이루어지고 후(後) 발효차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 숙성이 진행되어 더욱 깊고 깊은 향취를 나타낸다. 보이차(푸얼차)는 중국 윈난성(云南省) 보이지역에서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중국의 10대 명차 중의 하나다. 2003년 윈난성 표준계량국에서는 보이차를 '난성의 특정 지역 내에서 채집한 대엽종 찻잎을 쇄청한 모자(毛茶)를 원료로 가공한 차'로 정의하여 공표했다. 녹차에는 카테킨이 풍부하지만 홍차는 제조단계에서 카테킨의 산화작용에 의해 카테킨류가 감소되는 반면 폴리페놀이 다량 생성된다. ◆차에 함유돼 있는 카테킨(EGCG) 생리활성물질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가 활성산소(free radical)로 변하게 되면 인체 내에서 세포의 노화와 장애를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인체나 식품 중에 존재하는 지질을 산화시켜 과산화지질로 변성시키고 인체 내에서는 DNA에 손상을 주어 세포의 돌연변이와 암을 유발하고 뇌와 심혈관계에 병리학적 교란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항산화제가 필요하다. 항산화제는 반응성이 높은 활성산소가 DNA나 다른 인체 세포와 반응하기 전에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세포를 보호한다. 천연물에서 유래하는 페놀성 화합물은 항산화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활성산소와 쉽게 반응한다. 페놀성 화합물은 항균, 항알레르기, 항산화, 항암, 충치예방, 심장 질환 및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생리활성 물질로서 다양한 구조와 분자량을 가진 2차 대사산물 중의 하나다. 차의 카테킨(Epigallocatechin gallate) 화합물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항산화, 항암, 항균작용, 충치예방 및 미백효과까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여 항염증작용과 진피층의 세포외기질성분인 콜라겐의 합성촉진과 분해억제를 동시에 조절하며 표피의 각질형성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멜라닌형성세포의 멜라닌생성을 억제하여 피부의 노화예방 및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올해는 1월 22일이 24절기중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대한(大寒)이다. 코로나팬데믹 시기에 한겨울 따끈하게 마시는 음다(飮茶)를 통해서 체내 활성산소를 말끔히 제거해 보자. /연윤열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2022-01-18 10:26:41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