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수의 돌직구] 2학기 '위드 코로나'… 더 무서운 건?
이번 주부터 초중고 2학기가 본격 시작되고, 학생 대부분은 등교 수업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학생 환자만 하루 100명을 훌쩍 넘는 엄혹한 시기지만 교육부가 앞서 밝힌 2학기 전면 등교 수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말그대로 '위드(with) 코로나'를 선언한 셈이다. 학생들은 개학 이후 약 한 달 간 거리두기 4단계서도 등교수업 요구가 큰 학년 중심으로 부분 등교를 하고, 9월 둘째 주부턴 거리두기 3단계까지 전면등교, 4단계에서도 학교급별 3분의 2 내외로 학교에 간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교육부가 밝힌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담겨 있다. 단계적으로 등교수업을 확대해 코로나19로 엉망이된 교육을 회복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교육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건 감염병 전문가들이 올해 1학기 학생 확진자 발생 추이, 감염경로 등을 진단한 결과 학교 공간이 감염병 확산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온라인 수업 여파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크게 추락했고, 학생들의 사회성 결여 등 정서교육 문제가 드러나며 등교수업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같은 결정은 1년 6개월 전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을 결정할 때와는 크게 대비된다. 당시에는 '이참에 원격수업의 질을 끌어올리고,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했는데, 그런 열정과 각오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일각에서는 학교가 더 안전하므로 등교 수업을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당시 교육부도 이런 의견이 동의했으나, 섣불리 등교 수업을 했다가 감염병 확산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쨋든, 1년여 전 교육보다는 방역이 우선이었으나, 이제 상황은 정반대가 된 모양새다. 교육부가 앞서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관리방향을 보면, 올해 수능 응시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긴 하지만, 칸막이는 없앴다. 대신 점심 식사 시간에만 학생들이 직접 종이 칸막이를 설치한 후 식사를 하고 철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칸막이 때문에 책상이 좁아서 불편했다는 수험생 지적이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학교 방역 지침은 바뀔 수 있으나, 방역을 최우선 순위에서 끌어 내린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실 교육부의 수사(修辭)는 항상 '현장 의견 수렴'에 근거를 둔다. 이번 등교 수업 확대를 결정하기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다수가 등교 수업에 찬성했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의 여러 정책적인 판단이 부른 문제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문제다. 지난해 전면적인 온라인 등교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하지 않을까. 현장 의견을 듣는답시고 주요 의사결정을 여론조사로 하다보니, 그게 면죄부가 되는 모양이다. 2학기 전면적인 등교수업을 결정한 것 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게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