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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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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읽기] 말 대신 그림

'짤방(짤림 방지)'이란 이미지가 SNS에서 인기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A에서 비롯됐다. A는 이용자가 갤러리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미지나 글을 올리면 가차없이 짤림(삭제) 처리했다. 이용자들은 이런 규칙을 피하고 싶었고, 자신의 글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짤림을 피했다. 이런 놀이(?)는 어느 새 10년이 됐고, 최근 짤방은 긴 글을 쓰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미지로 대신하는 도구로 변화됐다. 주로 엽기적 이미지나 희극적 이미지를 사용해 대화하는 또 하나의 소통 방법이 된 셈이다. 2013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주목 받은 작품은 폴라 슈쳐(Paula Scher)의 타이포그래피였다. 폴라 슈쳐는 단어에는 의미가 있고, 활자에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극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즉, 단어와 활자를 시각화시키면 전달 효과는 배가되고, 이해에 대한 상호간의 오차 범위도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은 특정 사실에 대해 각자의 시각을 지키면서도 암묵적 동의를 이루게 하는 원천이기도 한 것이다. 마주 보고 앉아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애니미즘'이란 주제의 전시가 한창이다. 이 전시회는 일민미술관이 그 동안 시각문화를 통해 인문학적, 문화적 담론을 만들어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직관적 시각화로 드러나는 애미니즘은 지금까지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됐던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무시됐었기 때문이다. 반면, 토착문화의 파괴에 대한 저항과 애니미즘을 둘러싼 세계의 이면에서 인류가 가야 할 새로운 정치성이 찾아지고 있다. 원시부족적이라 일컫는 것들에서 수퍼 모던(Super Modern)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인류는 세상에 대한 정보처리 능력에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긴 얘기를 싫어하고, 중언부언을 격멸하고, 두서 없는 컨텐츠에 철퇴를 가한다. 덕분에 다의적, 중의적 해석이 담기는 강렬한 이미지에 빠지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로 History를 읽고, 그것을 나만의 Story로 만드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 최근 들어 사진전이 각광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대에 가깝다. 모르긴 해도 지금의 흐름이라면 말 대신 그림이 소통의 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동굴벽화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닌지.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

2014-01-13 15:35:4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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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불행한 청춘에게 전하는 썰매의 기적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한 번 김연아 신드롬이 불어올 조짐이다. 이달과 지난달 차례대로 열린 국내·외 대회에서 최상의 기량을 뽐낸 김연아는 올림픽 무대에서 이변이 없는 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국민들은 그가 펼칠 아름답고 완벽한 경기를 만끽하기만 하면된다. 현역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김연아를 모델로 쓰고 있는 기업과 공식 후원사들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김연아 경기 중계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소치 올림픽=김연아 올림픽'이라는 인식이 관련업계에는 자리잡았다. 심지어 김연아의 금메달 하나는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노리는 실질적인 목표나 다름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관심이 온통 김연아에 향해 있는 요즘 소치 올림픽을 향한 소중한 승전보가 이어지고 있다. 변방 중의 변방으로 취급돼온 썰매 세 종목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의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국제대회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봅슬레이는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등 모든 종목에서 최초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루지에서도 사상 최초로 남·여 싱글과 남자 2인승, 팀계주 등 루지 4종목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세계 톱 10의 기량을 보이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들이 제대로된 경기용 썰매는 물론 정식 트랙조차 없이 훈련해 왔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대표팀 대다수가 어린 시절부터 전문 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선수라는 점이다.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 에이스 원윤종은 4년 전까지만 해도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여자 대표팀 파일럿 김선옥은 육상 단거리 선수로 뛰다가 2년 전 이 길로 접어들었다. 루지의 최은주와 박진용은 2010년 호기심 반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대표가 됐고, 성은령은 4년 전까지 루지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던 선수다. 스켈레톤의 간판스타 윤성빈은 1년 반 전만 해도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한마디로 무모하리 만큼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앞만 보고 내달려 맨땅의 기적을 일궜다. 이들의 리얼 스토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가와 같다. 저성장 시대,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 높아만 가는 취업 문턱 앞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할 수도 없는 불행한 현실에 놓여 있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훈련해온 선수들은 이 같은 불행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썰매 하나에 자신의 미래를 올인한 이들은 이미 올림픽 금메달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김연아가 주지 못 할 그들만의 감동 드라마가 벌써 소치 올림픽을 기다리게 한다.

2014-01-12 18:40:08 유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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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중세의 가을

좁은 골목 사이 저편에는 성인(聖人)들의 조각이 정밀하게 배치된 성당의 지붕이 홀연 나타나고, 거리에는 체리 와인을 팔거나 레스토랑임을 알리는 작은 간판들이 예쁜 명찰처럼 달려 있다.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의 유적이 현대와 공생하면서 새로운 미학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대학촌 살라망카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사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살라망카가 특히 주목되는 까닭은 여기가 중세 유럽의 지식을 대표하는 산실이었고, 지금도 그 시절의 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순례자들을 위한 수도원은 공공도서관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 들어서면 책을 존중하는 시대의 한 복판에 와 있다는 황홀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흔히 서양의 중세는 '암흑'으로 표현되고, 철저하게 허물어져야 하는 역사의 장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모든 것들이 고단하고 억압되고 출구가 없는 막막한 삶처럼 존재하는 줄로들 알고 있기조차하다. 물론 근대 이전의 야만은 결국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역사학자 요한 하우징어가 그의 저작 '중세의 가을'에서 말했듯이, 중세란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인문학적 교양과 문화적 깊이를 쌓아온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익고 익어 숙성되었을 때, 르네상스를 거친 유럽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간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6세기에 시작됐던 한 시대는 천년의 무게를 만들어내고는 마침내 저물었지만, 그 열매는 세월이 흐른 만큼의 진액을 지금도 여전히 뿜어내고 있다. 회화사를 봐도 그렇다. 중세의 궁정미술과 성당의 권위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없고, 이후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엘 그레코 없이 벨라스케스가 태어나지 못하며, 벨라스케스 없이 고야가 어디 있겠으며 더더군다나 피카소는 황량한 들판에서 태어난 천재가 아니다. 우리의 중세는 현대도시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다. 조선의 역사가 만들어낸 거리와 터는 토벌되다시피 했다. 중세의 깊이를 복원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령 경복궁과 삼청동 한옥마을이 있는 일대에 조선시대 서고(書庫)처럼 전통가옥으로 된 도서관 하나 있다면,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의 품격은 사뭇 높아지지 않겠는가? 이걸 상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나라의 혼이 근본에서부터 달라질 것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1-12 18:23: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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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대통령의 '소통'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중 최대 관심사는 역시 '소통'이었다. 물론 당면 국정 운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난해 여야 관계를 지켜본 국민들의 관심은 얼어붙은 정국을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모아졌다. 회견 도중 소통에 관한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원칙에 어긋나는 입장에서 소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최고 통치권자로서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말이라도 때로는 살펴야 마땅하다. 최근 여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나 상임고문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소통을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정무장관을 새로 둬야 한다는 건의도 있다. 이러한 제안은 냉각된 정국을 대통령이 풀지 않고서는 국정 난제를 원만하게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은 국회가 거의 식물상태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올해는 박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의 첫 해가 된다. 경제혁신의 핵심을 이루는 공공개혁은 여러 부분에서 충돌할 소지가 많다. 코레일 파업에서 볼 수 있듯 노사관계가 공기업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한 차례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해 집단 간에 밥그릇 싸움이 적지 않게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난제는 무엇보다 국민들과의 소통으로 풀어야 하고 특히 야당의 협력이 따라야 가능하다. 지난 어두운 시절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나름대로 소통의 채널을 가동시켰다.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국가기관을 통해 귀를 열어놓았다. 여기에다 집권 내내 각계각층과 폭넓은 접촉과 대화를 통해 민심을 살폈다. 기업인과 근로자, 농민에 이르기까지 속마음을 읽는데 열성을 보였다. 물론 집권 말기에는 그렇지 못해 비운을 맞았다는 평가는 있다. 이제 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에 서서 정치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참모들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고 야당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청와대 정무수석의 존재 의미도 희미해진 지 오래다. 정치는 원칙만 갖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타협이 이뤄져야 생동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국민이나 야당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실행하기 어렵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소통이 이뤄져 불통의 이미지를 씻어야 국정의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법치와 원칙을 중시하지만 한비자(韓非子)가 말한 "법치의 완성을 정치의 목적으로 보았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언론인

2014-01-12 18:22:3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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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흡연에 따른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 손실, 누가 책임지나?

지난해 말 담배 폐해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 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연구 결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130만 명을 19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인데 연구 결과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 높았으며 특히 흡연과 관련된 진료비 지출이 35개 질환에서 연간 1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규모는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한 달 건강보험료와 맞먹는 수준으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재원이 5년간 약 9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흡연 손실액 보전이 건강보험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내가 매달 낸 건강보험료가 흡연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진료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또 현재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354원의 건강증진 부담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연간 1조7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담배회사는 단 1원의 부담금도 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적은 없다. 그런데 선직국에서는 담배 소송과 관련한 의미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1998년에 49개 주정부와 4개 담배회사가 흡연으로 인한 2460억 달러(한화 약 260조원)의 배상액 합의를 진행했다. 캐나다의 경우는 '흡연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목적으로 주정부들이 '담배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 5월 온타리오주에서는 이 법에 따라 5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우리나라 개인 소송의 한계와 해외 담배 소송 사례를 감안할 때 담배 소송은 개인이 서울특별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해야 훨씬 효과적인 것이다. 이와 함께 담배 사업자의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 피해 치료 비용에 사용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 현재 건보공단에서 담배로 인한 손실액을 보전하기 위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을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노인 틀니, 노인 치매 등에 투입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대한노인회 역시 건보공단의 정책에 뜻을 같이 하고 적극 동참할 것이다. 글/황인한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회장

2014-01-12 10:53: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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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좋은 말의 압박

세상에는 하고 싶어도 하면 각박하고 나쁜 사람 될까봐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자, 오늘은 그 이야기를 용기내어 할까 한다. 나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가 싫다. 시각적으로도 거슬리고 읽어도 감흥이 없다. 시는 한 개인의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들을 담는 것이기에 제3자가 보기에 이해 안 되거나 '이게 대체 뭘까?' 싶은 건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괴로운 건, 서울시가 나름 시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서 일반공모전도 치루며 등단시인들과 협의를 통해 이루어낸 과업일 터인데 그런 '좋은 일'을 기껍게 여기지 못하는 나의 척박한 마음이 안겨주는 죄의식 때문이다. 물론 역마다 시가 다르니 어쩌다 가슴을 울리는 글귀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 문화정책에 반대할 것 같다. 시의 천차만별 수준이 문제가 되어 중간에 수준고르기 등의 개선책을 내기도 했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얼마나 좋은 시를 읽게 하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제아무리 좋은 글이다 하더라도 그 좋은 것을 취하는 적절한 장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적절한 장소란 바로 내가 취하고자 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그 곳들은 분명 모든 이들이 이용하는 열린 공공장소는 아닌 것 같다. 한데 한국에선 역으로 불특정다수에게 좋은 글을 뿌리는 것을 참 좋아한다. 전봇대 사이에 걸린 '이런 저런 좋은 일을 하자' 플랭카드, 화장실 소변대 위의 '참 좋은 생각' 스티커글. 하물며 길 잃은 양들에게 좋은 말씀 전하고자 거리에서 고성방가하는 종교메신저들. '난 이렇게 당신에게 거저 좋은 이야기를 해주려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되지?'라는 우월한 윤리의식을 두르고 말하는 이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지 아닌지, 내 정서함양에 보탬이 되는지 시각공해인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이고, 개인의 선택이 차단된 노출은 억지로 읽히는 프로파간다가 아닐까.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가 붙어있다고 시가 많이 읽히는 도시, 문화적으로 성숙한 도시가 아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1-12 09:45:0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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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64> 평화를 위한 염원이 녹아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

평화를 위한 염원이 녹아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 강화도에 가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이 있다. 지난 1900년에 세워진 정면 네 칸 측면 열 칸짜리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내부 구조는 서양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나무를 짜맞춘 구조나 기와지붕 등은 흡사 우리네 불교 사찰이나 전통 한옥을 연상케 한다. 목재도 백두산 원시림에서 가져다 쓴 것으로 전해지고, 건물 설계는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목수가 맡았다고 한다. 성당 뒤쪽에 있는 사제관 역시 여느 양반가의 한옥을 닮았다. 일제강점기에 징발됐다가 해방 뒤 다시 만들어 매단 종은 몸통에 십자가를 조각해 넣지 않았다면 영락 없이 불교 사찰의 범종이라 생각할 만하다. 벽면이나 용마루 위에도 십자가 문양을 넣지 않았다면 누구도 성당의 그것이라고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한쪽에는 강화도 온수리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1906년에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 알마 수녀를 기리는 기념비도 자리하고 있다. 당시의 기념비라고 하면 남성들의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곳엔 봉사에 헌신하던 수녀를 기리는 비가 있어 이채롭다. 위화감보다는 소박하고 친근한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의 비밀? 아마도 병인양요나 신미양요 등 여러 차례의 외침을 거치면서 외래 문물이나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강화도였기에 최대한 전통 건축 양식을 따라 지은 걸로 보인다. 그렇다고 강화성당이 지나간 역사만 녹아 있는, 한갓진 문화재로서 서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성당의 정문 계단 난간이 복원되기도 했다. 1943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쇠로 만든 계단 난간을 강제로 떼어간 적이 있는데, 일본성공회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을 참회하고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해를 위한 마음을 담아 난간 복원 사업을 벌인 결과다. 서양 종교의 초기 전래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염원이 녹아있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그러나 2014년 새해 벽두의 동아시아는 그리 평화롭지 못한 듯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1-09 14:52: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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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먹느냐, 마느냐" 복어 논쟁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에 대한 복수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어머니를 생각해 소극적으로 현실을 회피할 것인가, 아버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할 것인가의 갈등이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동양의 시인과 선비도 수백 년에 걸쳐 심각하게 고민하고 망설였다. 맛은 좋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는 복어 요리를 앞에 놓고 갈등하며 주저했다. 지금은 고민거리도 아니지만 예전에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시인들은 죽음 앞에서 용감했다. 중국 최고의 미식가로 꼽히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목숨과 바꿔도 좋을 맛"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 '동국세시기'도 "미나리와 기름, 간장을 넣고 끓인 복어 국은 진미"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라도 천하 제일의 맛에 도전해야 한다는 낭만주의자들과 달리 실용적인 조선의 실학자들은 사소한 것에 쓸데없이 목숨 걸지 말라며 복어를 경계했다. 정약용은 "복어는 독이 있으니 젓가락을 대기도 전에 소름부터 돋는다"며 복어를 멀리했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 역시 "복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잠깐의 기쁨을 얻겠다며 음식 따위에 목숨을 걸지 마라"고 말렸다. 신선의 음식에 버금가는 천하진미를 맛보지 않고 평생을 아쉬워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그까짓 사소한 음식 하나에 목숨 거는 어리석은 짓을 할 것인가? 복어 논쟁은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화두가 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욕심부리지 않고 현재의 소중한 것을 지킬 것인가? /음식문화평론가

2014-01-08 14:47: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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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종교차이 극복가능할까요

Hey 캣우먼! 저는 졸업반 여대생입니다. 사귄지 일년이 넘은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동안 두 번 위기가 있었지만 다시 합쳤죠. 저는 불교고 오빠는 기독교인데 부모님은 둘이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자친구가 교회에 다니는 걸 알고 바로 헤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도 교회사람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건 헤어질만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엄마아빠께 비밀로 하고 만났어요. 근데 얼마전 들통이 나서 엄마아빠가 화가나서 당장 헤어지라고 하시네요. 오빠가 많이 노력하는게 보이고 저도 아직 많이 좋아하는데 종교차이가 있으면 헤어지는 것밖에 답이 없나요? (핫초코) Hey 핫초코! 종교문제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전제로 한 커플은 남자와 여자라는 근본적인 차이 외에도 다양한 차이들을 직면해야 합니다. 정치적 성향 차이, 나이차이, 집안차이, 학벌차이,취향차이,성격차이, 하물며 청결도 차이 등 갈등의 소지는 많습니다. 저는 '공감력' 정도가 서로간의 차이를 극복해주는 유일한 열쇠인 것 같아요. 나와 달라도 상대 입장을 최대한 공감하는 능력. 배려와 존중, 때에 따라서는 내가 먼저 맞춰주고 나를 내주는 희생도 필요하죠. 서로를 사랑하니까 공감하는 양 보이지만, 열정이 식은 후 상대의 다름을 못 참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걸 보완하기 위해 다름을 포용하고 나와 조율해 공존할 방법을 찾아내는 인격적 성숙함과 강인함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쪽이라도 그렇지 못하면 균형이 깨져 한 쪽이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죠. 다만 종교차이가 귀찮은 이유는 '집안차이'나 '학벌차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다름이다보니 주변사람들이 쉽게 들쑤실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종교차이로 왜 안 헤어져도 되는지 그 세세한 논리를 만들어 일단 스스로 설득되고 그 다음 주변에 증명해야 하죠. 그 번거로움 굳이 할 수 있겠습니까? (캣우먼)

2014-01-07 10:37:1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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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읽기] 세상을 위한 체크 리스트

A는 수입자동차 영업사원이다. 경력 7년 차인 나름 베테랑인데 지난 주말 뜻밖의 손님 때문에 당황했다. 시작은 손님이 내민 체크리스트였다. 차량 외관상의 흠집이나 스크래치를 확인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타이어에 주황색 스티커의 부착 여부, 서류상 차대번호와 차체 차대번호의 일치 여부, 차량에서 1~2미터 떨어져서 전체적인 균형 확인하기, 각 판넬의 도장이 균일하고 통일감 있는 색상인지 확인하기 등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많았다. A는 꼼꼼한 손님이구나,했는데 엔진룸에 대한 확인 요청 그리고 그에 대한 사인을 요구 받고는 경악했다. 중고차를 신차로 둔갑시켜 파는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 B는 자동차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무료서비스 이용 달인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연료 부족 시 긴급 출동을 통해 받는 1리터의 급유를 연간 3회 이용한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왜 안 받냐는 주장이다. 또, 자동차 외관에 생긴 흠집이나 스크래치 등은 자동차동호회에서 만난 지인이 운영하는 수리 점을 통해 자차보험처리하고 현금으로 10여 만원을 돌려 받는다. 어차피 보험료는 오르지 않고 동결되는데 차량 외관 깨끗하게 하고 용돈도 생기니 좋지 않냐는 입장이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아니냐는 주의다. 심지어, 지인의 자동차 구매 시 영업사원에게 일명 '캐시백'을 많이 받는 방법을 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부업(?)도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 항공기에서 일등석 좌석 점유에 대한 다툼이 있었다. C는 두 살 이하의 유아를 동반한 승객은 자신의 옆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항공사의 안내를 내세워 권리를 주장했다. 결국 승리했다. 원래 좌석 주인은 일등석을 포기한 채 일반석으로 옮겨갔다. 이런 상황에서 다툼을 끝내려면 공항경찰이 출동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승객뿐만 아니라 비행기에 실었던 모든 짐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출동을 요청하기 어렵다. 요는 C가 이런 상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항공사나 공항직원이 어떤 이유로 자신을 막을 수 없는지 말이다.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를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로 추락시키지 말자. 차라리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부가혜택만 누리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낫다. 적어도 체리피커는 타인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게 손해 없는 인생을 사는 지름길 아닐까.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

2014-01-06 11:31:11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