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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읽기] 당신이 지닌 에너지

지미 넬슨(Jimmy Nelson)은 영국의 사진 작가다. 이 작가의 활동은 전 세계 오지, 사라져 가고 있는 35개 부족의 거주지에서 이뤄진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원시부족들의 삶을 관찰하고,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기운을 사진에 담아내는 게 그의 삶이다. 그의 사진은 태초의 힘과 인간의 순수성을 지녔다. 누구를 흉내 내거나 문명에 의해 습득된 것이 아닌, 인류가 스스로 갖고 태어난 고유한 존재 그 자체를 품고 있다. 그는 '그들은 전통과 순결함, 긍지의 최대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며 사진 속 에너지를 설명했다. 릭 오웬스(Rick Owens)는 2014 S/S 컬렉션에서 런웨이를 걷는 모델 대신에 댄서들로 작품을 선보였다.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고 체형이 제 각각인 댄서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원시부족의 여성 전사를 기본 테마로 구성한 컬렉션인 것을 감안해도 파격적 무대였다. 주술적 의미를 담은 신비스런 동작과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는 강인한 여성을 표현했다. 또, 여자가 인류의 한 구성 요소로 어떤 아름다움을 지녔는가 충분히 보여줬다. 충격적? 아니, 너무나 사실적이었다. 얼마 전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뮤형유산으로 등재 됐다. 김치라는 산물의 가치보다 김장이라는 문화의 가치가 훨씬 높다는 평가다. 김장은 공동체 생활의 핵심으로 존재했고, '품앗이'라는 이름 안에 담긴 구성원 간의 소통과 그 과정에 대한 가치를 품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역 안에서 존재했던 인류가 만들고 지녔던 사상과 행위의 결정체 중 하나인 것이다.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는 문구는 아름답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물론, 우리에 이음새였던 선조들까지 자랑스럽게 만든다.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슬라예보 지젝(Slavoj Zizek)의 철학에 주목 하고, 최진석 교수의 인문학 강의에 몰두 하는 시대다.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윤여정씨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라며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한 두려움과 진정을 얘기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가진 존엄성이 자리한다. 사회가 시대가 어떻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절대 가치. 오랜 시간 자본주의라는 경제 이데올로기, 민주주의라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떠밀려 폄하됐던 고귀함의 에너지가 떠오르는 중이다. 당신이 지닌 바로 그 에너지다.

2014-03-03 12:24:11 메트로신문 기자
[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삼성 남은 자들의 숙제

과연 삼성은 최강전력을 유지할 것인가?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끝나면서 오승환 없는 삼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은 전력의 20%였다.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오승환의 비중은 훨씬 크다. 오승환이 뒷문을 지켰던 삼성의 9년을 보면 그의 존재가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번 우승한 해에는 어김없이 오승환의 돌직구가 뒷문을 지배했다. 2007년과 2008년은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약했고 2009년과 2010년은 오승환의 어깨와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오승환의 부재로 중간계투진이 약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필승맨 안지만이 새로운 소방수로 낙점을 받았다. 이현동·김희걸·김현우 등이 안지만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 검증받지 않은 물음표 전력이다. 뒷문이 흔들리면 앞문과 타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삼성은 96년 해태와 닮았다. 당시 해태는 최강의 소방수 선동렬이 주니치에 입단했다. 선동렬의 부재는 해태시대의 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해태는 96년과 97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이유는 남은 자들의 노력이었다. 이순철 등 해태 선수들은 "선동렬이 없어도 우승할 수 있다"면서 큰소리를 쳤고 실제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선동렬이 없어 팀내에 위기의식이 컸고 외부에서는 약체로 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선수들의 오기를 불러일으켰고 결속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마도 지금 삼성선수들의 마음은 당시 해태선수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삼성은 두터운 마운드와 강한 타선, 짜임새 있는 수비진을 보유하고 있다. 최강이라는 자부심도 그들의 장점이다. 해태 선수들처럼 위기의식을 결속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남은 자들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03 11:36: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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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추운 계절을 보내고 희망을 바라보자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고 있지만 금융계는 여전히 추운 시련의 계절이다.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에 카드사 정보유출 등의 영향으로 금융사의 CEO, 임원 등 고위층부터 아래로는 텔레마케터등 영업인들까지 모두 힘든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인 카드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영향이 전 금융권에 파장을 미쳐 다른 업종에서도 영업실적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모 캐피탈 사의 홍보부장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업무 영역도 틀리지만 카드사 정보유출 영향으로 우리도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며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 일단은 의심부터 하니 영업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미 올해는 거의 실적을 포기한 상태다. 3개월 영업정지에 들어간 KB국민, 롯데, NH농협등은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카드사들도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다. 이 싱황에서 영업을 확대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이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서는 시점이었는데 너무 큰 장애물을 만나 버렸다. 또다른 금융계인 증권업계의 부진도 장기화 되고 있다. 너무 많은 회사들이 난립하고 경쟁을 하다 보니 증권사의 수익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보험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확실히 영업이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이 금지했던 TM영업을 조기에 재개토록 허용했지만 정상 궤도에 올라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움츠렸던 개구리가 멀리 뛴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번 일련의 사태들을 계기로 금융사들이 힘을 내고 다시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희망적인 것은 오랜 불황의 끝이 이제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올해 말 부터는 어느 정도 경기가 풀리고 매출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금융사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같은 실수를 두번 저지르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로 부터 신뢰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경영 건전성도 높혀야 한다. 어느때보다 추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금융가 사람들 이제는 넘어진게 아니고 툴툴 털고 일어나고 있는 중임을 국민들에게 증명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2014-03-02 14:49:07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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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살라망카의 개구리

서양 중세의 지식인들은 여행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홀로 서재에 파묻혀있기도 했지만 세상을 아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새로운 지식의 소문이 들리는 곳을 찾아 나섰다. 이들의 발걸음은 그래서 일종의 순례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이러한 지식 여행은 중세 서양에서만 보이는 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투스가 쓴 '역사'도 현장 답사의 산물이었고, 중세 아랍 최고 역사가로 꼽히는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도 긴 여정을 통한 성과다. 혜초 스님이 불법(佛法)의 고향 인도까지 다녀온 과정을 기록한 여행기도 다르지 않다. 훗날 에라스무스가 영국에서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를 만나고,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당대의 지식을 압축해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역시 대학이었고, 대학 또한 지적 갈망이 높았던 이들에게 여정의 목표가 되었다. 파리 대학을 비롯해 로마나 캠브리지 대학도 그런 이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그런데 유럽 최고 대학 출신들도 언제 가보나 했던 곳이 바로 스페인의 코르도바였다. 여기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의 전통이 공생하면서 서로 지적 자극을 주고받으며, 다채로운 문명의 자양분을 섭취하고 있었다. 유럽의 르네상스도 이 코르도바의 지적 활기에 힘입은 바 막대하다. 이 코르도바의 지적 활기를 흡수한 대학도시가 다름 아닌 살라망카다. '돈키호테'에는 '살라망카의 학사'라는 인물이 등장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도시의 상징이 개구리라는 점이다. 이제는 도서관으로 쓰이는 고풍스러운 건물 입구 위에 개구리가 조그맣게 조각돼 있고, 책 위에 개구리가 학사모를 쓰고 뛸 기세를 보이는 관광 상품을 팔고 있는 것도 이 도시다. 살라망카의 개구리는 오랜 준비를 거쳐 때가 왔을 때 힘 있게 도약하는 지적 성취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한 준비기간은 동면(冬眠)과도 같아서 아무도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된다. 이건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답답한, 자기존재증명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걸 이겨내는 것이 살라망카의 훈련이다. 깊고 넓은 준비가 없는 지식과 문명은 잠시 반짝하다 사라질 뿐이다. 지식을 소비상품으로 알거나, 순간의 인기에 몰두하는 사회는 그런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살라망카의 개구리는 살라망카만의 개구리가 아니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02 14:46:22 안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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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규제혁파 없이 경제 못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 활성화에 '올인'할 태세이다. 지난 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 수출 균형경제' 등 3개의 축을 토대로 9개 부문에 걸쳐 핵심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률 4%를 달성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국민소득 4만 달러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자면 무엇보다 생산의 주역인 기업의 의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기업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각종 규제가 그대로 존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가 양산되는 중이다. 여기에다 노사관계가 매우 열악하다. 전 세계 조사 대상 60개국에서 56위에 이를 만큼 강성노조 국가이다. 또한 명분이야 어떻든 주요 그룹의 총수가 잇따라 구속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기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우선 기업경영을 둘러싼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결과 14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17위로 규제가 많은 '규제 공화국'이다. 때문에 전경련에서는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도 과감히 철폐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먹는 물보다 공장 폐수가 깨끗해야한다"는 황당한 규제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규제감량제'를 통해 '원인 원아웃(One in One out)'에서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으로 발전시켜 최근 2년간(2012~2013년) 12억 파운드(약 2조1358억원)의 규제비용을 줄인 바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영국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규제총량제'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많은 장애가 예상된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의원입법의 비율이 계속 높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전체 입법 건수의 41.2% 정도였으나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무려 70.7%로 늘어나고 19대에서는 80%를 넘을 전망이다.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입법 활동 속에 규제총량제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에서 부탁해 입법으로 이어지는 '청부입법'이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처 이기주의로 밥그릇 싸움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지자체에서 제정되는 각종 규제 조례도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키자면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출발은 규제 혁파부터 해야 한다.

2014-03-02 13:43: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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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우리 모두는 한때 유치원생이었다

오늘은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나의 딸도 신입생 중 한 명이다. 지난 주 많은 축하와 더불어 마침내 학부형이 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주의인 나는 비장함 하나 없이 그저 유치원 졸업이라는 감상에서 못벗어나고 있었다. 당사자인 딸아이가 더 심경이 복잡했다.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심란해하던 딸아이가 며칠 전엔 적막 속에서 이렇게 외치더라. "금요일 지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초등학생이 되는 게 말이 돼? 아니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구. 난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잖아. 유치원에서 배운 것 밖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구!" 엄마인 나는 빵 터졌다. 아무렴, 누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다음 단계를 거치며 살아가야 하는 법. 게다가 유치원에서 배운 걸로 이미 충분하단다, 아가야. 한 때 세상을 휩쓸었던 로버트 풀검의 베스트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가 생각났다. 줄거리는 기억이 안 났지만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이 되니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음을 진실임이 판명되었다.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 물건을 소중히 함께 나누어 쓸 것. 가급적이면 양보할 것. 실수를 했다면 먼저 용기내서 말할 것.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와줄 것. 내가 잘못하면 사과할 것. 자신이 어지럽힌 건 스스로가 치울 것. 오후에는 낮잠을 잘 것. 독서시간을 가질 것. 그림그리기나 공작을 통해 마음껏 자기표현을 할 것. 어른들의 인생에도 얼마나 고스란히 적용되는 배움들인가. 사회생활에선 타인에게 피해 안 주도록 노력하기. 내가 친 사고는 스스로 수습하기. 인간관계에선 공정할 것. 주변의 약자를 도울 것. 개인생활에선 충분한 휴식과 독서와 창의적 활동을 할 것.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은 이렇게 진즉에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이주에 한 번, 유치원선생님들이 부모들에게 보내는 소식지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이 씌여져 있었건만 나는 소풍날짜나 준비물만 체크하고 읽지도 않고 버렸었다. 깨달음은 매번 이렇게 뒤늦게 찾아온다.

2014-03-02 09:45:3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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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0> 장충단을 비집고 들어선 박문사, 그리고…

서울 장충동에 있는 신라호텔 정문(사진)은 여느 호텔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조선의 5대 궁궐 가운데 하나인 경희궁의 정문 '흥화문'을 쏙 빼닮았다. 현재 신라호텔이 들어서 있는 남산 자락의 이름이 '춘무산'으로 바뀌고 거기에 '박문사'라는 사찰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32년 10월 26일의 일이다. 춘무산의 춘무(春畝)는 이토 히로부미의 호이고, 박문사의 박문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가리킨다. 이토 히로부미의 23번째 기일을 맞아 박문사를 세우면서 그 정문으로 쓰려고 흥화문을 떼어왔던 것이다. 박문사가 들어선 곳은 원래 장충단 영역이기도 하다. 장충단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즉 을미사변 당시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죽은 조선 군인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웠던 제단이다. 그랬던 곳을 일제는 벚꽃을 심으면서 공원화해버렸고, 급기야 한쪽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까지 지어버렸다. 물론 해방 뒤 박문사의 운명은 온전하지 않았다. 본전이 있던 곳 주변에 일제의 기를 누른다며 '民族中興'(민족중흥)이라 새겨놓은 암반만이 그 역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증언해주고 있을 뿐이다. 흥화문도 지난 1988년 경희궁으로 옮기면서 그것을 본뜬 지금의 새 문을 세워놓은 상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장충단을 비집고 들어선 박문사와 그것을 세운 의도는 사라졌을지언정 그 피해자들의 문제는 여전하다. 자그마치 1114회의 수요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조선인과 그 후손들, 동토에 남겨진 '사할린 한인'과 '시베리아 억류 한인 포로', 해방 후에도 한참 동안 격리된 채 살아온 '한센인' 등 일제가 잉태하고 한국 정부가 방치해온 문제들은 여태 해결되지 않은 채 잊혀져 가고 있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2-27 11:27:4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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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콩밥 먹는다"는 말의 역사

콩밥은 영양만점에 맛도 좋다. 반면 우리말 이미지는 최악이다. 왜 그럴까? 예전 교도소에서 콩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콩밥 먹는다"는 말과 지금 교도소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콩밥=교도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것을 보면 재소자에게 콩밥은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교도소에서 콩밥이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다. 지금은 쌀 90%, 보리 10%의 잡곡밥이지만 앞으로는 100% 쌀밥을 제공한다고 한다. 반면 옛날에는 주로 콩밥을 먹었다. 재소자 영양도 고려하고 값도 싸기 때문에 콩밥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감옥이 그렇게 휴머니즘이 넘치는 곳이 아니다. 1957년 형무소 재소자들은 쌀 30%, 보리 50%, 콩 20%가 섞인 잡곡밥을 먹었다. 콩이 20%면 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때는 더했다. 1936년 형무소 식단표에는 쌀 10%, 콩 40%, 좁쌀 50%로 적혀있다. 이 정도면 콩덩어리에 좁쌀 몇 알 붙은 수준이다. 하루 세끼 이런 콩덩어리를 먹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콩밥 먹는다는 말이 다 생겼을까? 콩밥이 어떤 식사였는지는 1936년 신문에 실린 동시(童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나요. 우리 집은 매일 콩밥만 짓지요. '엄마, 나 콩밥 먹기 싫어, 쌀밥 지어, 응'하고 졸랐더니 엄마는 '없는 집 자식이 쌀밥이 뭐냐. 어서 먹지 못하겠니'라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셨다. 나는 꿈쩍도 못하고 안 넘어가는 콩밥을 억지로 넘겼지요." 교도소에서 쌀밥을 준다니 느낌이 묘하다. 앞으로 "콩밥 먹는다"는 말 대신 "쌀밥 먹는다"는 말이 생기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2-26 11:16:2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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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신세계와 구세계

와인 생산국은 크게 구세계와 신세계로 구분된다. 조지아에서 시작된 와인 재배는 이집트와 터키를 거쳐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다시 유럽의 다른 나라로 전파된다. 그렇게 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구세계 와인산지가 완성된다. 구세계는 와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구세계 와인의 역사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로마 제국의 영토와 와인산지는 거의 정확히 일치하며 확대됐다. 중세 성직자들의 필요에 의해 와인 양조가 발달했고 흑사병의 창궐 후 물을 기피하게 되면서 와인이 일상의 음료로 자리잡았다. 프랑스의 화려한 파티 문화 또한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르네상스의 중심 메디치 가문에 의해 와인을 곁들인 파티 문화가 프랑스로 전파되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산지 보르도 지방의 쟁탈전이었다. 백년전쟁에서 패한 영국은 보르도를 대체할 와인 산지를 찾아 나선다. 그 결과 포르투갈 와인이 선택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운반하는 도중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정을 첨가한 주정강화 와인, 오늘날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포트와인이 만들어졌다. 신세계 와인산지는 유럽 각국의 식민지 개척에 의해 구축된다. 신세계의 대표로 꼽히는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모두의 와인 생산은 서구 열강의 점령과 함께 시작됐다.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해 파견되거나 거주 목적으로 이주한 서구의 귀족과 부유층은 이미 습관화된 와인 음용을 포기할 수 없었다. 동시에 식민 지배를 위해 기독교나 가톨릭을 전파한다는 종교적 목적을 위해서도 와인이 필요했다. 이들은 본토에서 포도나무를 가져와 식민지에 이식했고 그렇게 해서 신세계 와인 산지가 조성됐다. 신세계 와인은 계속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나라 안에서도 재배 면적이 확대되는 추세이며 국가도 늘어난다. 중국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와인 재배가 가능한 지역의 빈곤한 국가들은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예외 없이 와인산업을 일구는 패턴이 신 조류로 정착되고 있다.

2014-02-25 11:03:12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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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패션은 종합예술의 완성체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생로랑(Saint Laurent)의 수장으로 연 첫 번째 쇼에서 남다른 초대장을 뿌렸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낸 컬렉션 초대장은 검은색 노트북(Notebook)이었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노트북에는 쇼의 티저(Teaser, 예고 광고)이자 단서가 실렸다. 쇼와 작품의 영감이 된 아티스트의 작품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했다. 초대 받은 이들은 쇼를 보기도 전에 에디 슬리먼이 보여줄 창작에 대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의 201415FW 컬렉션이 화제였다. 모델들이 걷는 런웨이의 벽면을 초콜릿으로 꾸몄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향을 맡는 것은 물론, 맛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각적 만족을 주는 런웨이에 후각, 미각에 대한 자극을 덧붙인 셈이다. 오프닝 세레모니를 이끌었던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은 지난 해 11월 겐조의 디렉터로 파리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패션은 경계 없는 꿈이다. AVOC는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선보인 201415FW 컬렉션의 주제는 'Domestic Madness'였다. 남녀 관계의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이 컬렉션은 마치 연극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을 차용했다. 제작된 화보를 보면 사진만 봐도 앞뒤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옷으로 시선을 끌고, 이야기로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패션은 평범해졌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이해하지 못하면서 패션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걸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가치를 매긴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호응보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그가 보여주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더 중요시 한다. 패션은 종합예술의 완성체로 탈바꿈 되고 있다. 완제품 산업에서 컨텐츠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창의적 디자인보다 단단한 메시지가 더 중요해졌다. 패션시장이 모양과 색상이 아닌 철학과 사상의 유통공간이 된다? 디자인 할 맛이 나겠다.

2014-02-24 14:49:57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