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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희비 교차한 박근혜와 아베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교섭을 통해 국가간에 맺는 일체의 대외관계로 자국의 이익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독도 문제' '위안부 할머니 문제' '집단 자위권' 등 일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뜻을 자주 비쳤다. 반대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줄곧 대화를 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회의가 집중됐던 지난 10월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거부로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일본과 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처럼 비춰진 '박근혜식 대일 외교'는 국내 자본가와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 더 많은 이득을 원하는 유럽 열강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박근혜식 대일 외교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는 명분을 얻는 계기가 됐다. 반면 아베는 미국 정부마저 "실망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하자 당황해하고 있다. 동맹관계 강화를 모색해온 미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는커녕 불신을 자초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자 사설에서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특히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분위기를 망쳤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오키나와현의 미군 후텐마 공군기지 이전 승인으로 미·일간 군사동맹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참배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 역시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의도적인 '도발'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각국의 일본 대사관을 통해 이번 참배가 '부전(不戰)' 맹세에 주안점을 둔 참배라는 입장을 각국에 끈질기게 전달할 방침이지만, 물밑에서 아베 정권에 야스쿠니 참배 자제를 요청해 왔던 미국을 비롯해 각 국의 이해를 얻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의 도발이 한·일 양국의 외교에 어떤 득실을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김민준 정치사회부장

2013-12-29 13:44:19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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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올해 마지막 주말에 생긴 일

바빴던 연말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2013년의 마지막 주말, 남편과 아이를 서울에 놔두고 혼자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금요일에 도착해서 원래는 다음날 저녁 느지막히 올라오려고 했지만 여러 고민 끝에 이른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국민집회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열여덟살 이래 처음으로 참가하는 집회였다. 평소 깃털처럼 가볍고 즐겁게 사는 것을 원했던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음에도 운동권학생이 아니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마르크스 사상을 비웃었던, 한 마디로 '종북'이나 '혁명'과는 거리가 먼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근 삼십 년만에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본능적인 '표현욕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것들이 못마땅해요'라는. 국정원의 전략적 대선개입문제는 여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주요 공중파 방송국의 뉴스는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 대변하는 것 같다. 얼마 전, 경향신문 건물로 공권력을 과다투입한 일도 스트레스를 주었다. 철도나 의료 등 국민의 공공재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완고한 생각만을 원칙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물대포나 최루액 얘기가 돌아 처음에는 많이 겁먹었다. 일부 시위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공권력의 과잉진압 만큼이나 원치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나처럼 비슷한 보편적인 고민을 안고 자발적으로 참석한'일반인 초보'들이 상상보다 많음을 보고 안도했다. 뿐만 아니라 혼자 혹은 둘이서 담담하고 의연한 표정으로 참가한 젊은 여성들도 많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할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저마다의 이유라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 민주주의나 자유의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중집회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라는 어쩌면 거창하거나 비장한 것이 아닌 당연한 명제를 그저 직접 몸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2013-12-29 11:31: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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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62>'수원 팔경'의 그늘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은 작가들이 직접 가본 곳만을 다루는 데다 정부나 기업의 후원도 받지 않기에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될 점도 물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론리 플래닛의 작가 대부분이 영미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영어를 주언어로 쓰는 이들의 시각에 기반해 그들이 궁금해 하고 또 가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비슷한 경우는 한국에도 있다. 지역마다 '단양팔경'이니 '관동팔경'이니 멋진 풍광을 콕 찝어 가리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외부인의 시각에 의해 정해졌다는 것이다. '수원 팔경'이 대표적이다. 수원 팔경은 화성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리키고 있다. 겨울철 광교산에 쌓인 흰 눈을 의미하는 '광교적설'과 팔달산 솔숲 사이로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팔달청풍', 수원천 제방에 주욱 늘어 서있는 수양버들을 가리키는 '남제장류' 등이다. 헌데 그것들은 애당초 지난 1913년 일본 대중가요 작사가인 후지노가 '일본인을 위한 조선 철도여행 안내지'에 싣기 위해 선정한 것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조선의 정조임금이 화성을 축조한 뒤 김홍도로 하여금 화성 주변의 여덟 가지 빼어난 풍광을 그려 바치게 한 것과는 단 한 가지만 일치할 뿐이다. 김홍도의 그림이 화성 축조와 관련이 있던 만큼 주로 백성의 삶이나 군사 부분에 관련돼 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수원 팔경은 그저 유희의 공간으로서의 팔경일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수원 팔경을 두고 '식민지배자가 식민지를 대하는 시각이 투영되어 있는 증거'라고 비판해도 항변할 여지가 없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지 2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도 일본 책들을 가져다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껴쓴 가이드북이 횡행하는 한국의 현실…. 그런 책들의 한계를 말하기에 앞서 이땅의 풍광을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되돌아봐야 하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3-12-26 14:51: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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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귤껍질이 최고급 향신료?

옛날 서양에서 후추는 값비싼 향신료였다. 통후추 한 알 값이 같은 크기의 금값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부자 아니면 감히 맛볼 엄두조차 못 내는 양념이었다. 동양에서는 귤껍질이 그랬다. 귤 수확을 기념해 과거시험까지 치를 정도였으니 귤껍질 역시 함부로 버리기는커녕 최고급 양념으로 쓰였다. 조선시대에 일본을 비롯해 인접국과 교류한 기록을 적은 책이 '증정교린지'다. 여기에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일행이 현지에서 귤껍질 세 포대를 선물로 받았다고 나온다. 지금 같으면 쓰레기 세 봉지를 받은 꼴이지만 당시에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귤껍질을 향신료로 이용했다. 6세기 중국 농업서인 '제민요술'에도 고기와 생선은 귤껍질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맛있는 요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금제옥회라고 하는데 '옥회'는 생선회로 썰어놓은 생선살이 옥처럼 희다는 뜻이고 '금제'는 회와 함께 먹는 양념장이다. 금빛 향신료를 버무려놓았다는 뜻으로 귤껍질을 잘게 다져서 겨자와 함께 무친 것인데, 노란 귤껍질이 황금처럼 빛나서 금제라고 했다. 귤껍질이 이렇게 귀했으니 귤껍질차 역시 먹고 남은 귤의 껍질을 재활용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왕과 양반 부자만이 마시는 고급 차였고 약이었다. 한겨울에 영조가 감기에 걸리자 약방에서 끓여 올린 것이 귤강차(橘薑茶)였다. 귤껍질과 생강으로 끓인 차로 '본초강목'에 귤껍질은 기침과 가래를 없애는 데 좋다고 했으니 최고급 감기약이었던 것이다. 귤이 한창 맛있을 때다. 옛날 고급 향신료로 감기도 예방하고 겨울의 운치도 맛보는 것은 어떨지…. /음식문화평론가

2013-12-25 15:39:3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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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 읽기] '우아한' 개인주의

'사가와후지'는 나무 소재를 이용한 핸드메이드(Handmade) 안경테를 만드는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다. 소재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은 물론이고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된 매장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되 브랜드의 방향성은 철저하게 지키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뉴욕의 대형 전시회 참가를 철회했는데, 이유인 즉 사가와후지가 추구하는 상품 소개 형식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참가하려 발버둥치는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느와르 라르메스'는 얼마 전 홈페이지에 예상치 못했던 팝업 공지를 올렸다. 공지는 국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김찬우 CD(Creative Director)는 국내 회원들의 사랑과 관심에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느와르 라르메스의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으나 중요한 건 국내 소지자와 시장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시즌 영화부터 '시네마천국', '연인', '러브레터'까지 추억을 되살리는 명작이 잇달라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듯 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터널 선샤인'과 같이 우리의 설렘을 채웠던 영화가 개봉 일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작의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영화라는 점이다. 상상력이나 화려한 영상보다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개봉은 극장이나 배급사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다. 극단적 요소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관객의 주머니를 털기에 쉬우니까. 지금은 '격(格)'의 시대다. 영어를 빌리자면 'Elegance'다. 사람의 모양새든, 소비든, 상호관계든 우아함이란 정서가 유효하다. 예전에는 그 우아함이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젠 굳이 내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 갖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명확하게 거절(Refusal)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한 순간 의식하는 '척'을 버리고 더 먼 미래의 가치를 받아 들이는 개인주의적 수용 자세다. 내가 나를 솔직하게 마주볼 때 우아해진다. 2014년 생활 표어로 'Elegance is Refusal'을 삼는 것도 괜찮지 싶다.

2013-12-24 09:00: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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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추신수 잭팟 잊어선 안될 이야기

추신수는 2009년 제2회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로 대표팀에 참가했다. 그러나 일본 도쿄돔 아시아라운드를 앞두고 팔꿈치 통증을 일으켰다.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아예 출전을 시키지 않겠다며 추신수의 구단복귀를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부상검토위원회가 팔꿈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본 뒤에야 출전 허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수비는 못하고 지명타자로만 출전하라는 조건이었고 타격훈련도 제한을 두었다. 추신수 출전여부 때문에 대표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국민들은 추신수가 제 몫을 할 것으로 믿었다. 당시 도쿄돔에서 훈련을 하면서도 주변의 눈치 때문에 곤혹스러워했던 추신수의 얼굴이 선하다. 추신수가 팔꿈치가 성치 않은데도 출전을 감행한 이유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년의 군 입대는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맞이한 추신수는 "대주자라도 나가겠다"는 근성과 화려한 타격을 보여주며 준우승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다. WBC 대회가 특례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준우승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입성했고 차원이 다른 타격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보상으로 추신수는 4주 군사훈련만 받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추신수는 텍사스에 입단하면서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짜리 잭팟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FA 7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때 자신의 앞길을 가로 막은 일본인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5년 9000만 달러)를 넘는 큰 돈이었다. 추신수는 성실하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했고 뚜렷한 실적을 올려 억만장자라는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혜택이었다. 대부분의 야구스타들은 병역혜택을 발판 삼아 대박을 터트렸다. 바로 국민과 나라가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3-12-23 15:56:4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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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 읽기] Elegance is refusal

[박상진 트렌드 읽기] Elegance is refusal '사가와후지'는 나무 소재를 이용한 핸드메이드(Handmade) 안경테를 만드는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다. 소재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은 물론이고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된 매장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되 브랜드의 방향성은 철저하게 지키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뉴욕의 대형 전시회 참가를 철회했는데, 이유인 즉 사가와후지가 추구하는 상품 소개 형식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참가하려 발버둥치는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느와르 라르메스'는 얼마 전 홈페이지에 예상치 못했던 팝업 공지를 올렸다. 공지는 국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김찬우 CD(Creative Director)는 국내 회원들의 사랑과 관심에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느와르 라르메스의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으나 중요한 건 국내 소지자와 시장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시즌 영화부터 '시네마천국', '연인', '러브레터'까지 추억을 되살리는 명작이 잇달라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듯 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터널 선샤인'과 같이 우리의 설렘을 채웠던 영화가 개봉 일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작의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영화라는 점이다. 상상력이나 화려한 영상보다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개봉은 극장이나 배급사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다. 극단적 요소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관객의 주머니를 털기에 쉬우니까. 지금은 '격(格)'의 시대다. 영어를 빌리자면 'Elegance'다. 사람의 모양새든, 소비든, 상호관계든 우아함이란 정서가 유효하다. 예전에는 그 우아함이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젠 굳이 내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 갖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명확하게 거절(Refusal)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한 순간 의식하는 '척'을 버리고 더 먼 미래의 가치를 받아 들이는 개인주의적 수용 자세다. 내가 나를 솔직하게 마주볼 때 우아해진다. 2014년 생활 표어로 'Elegance is Refusal'을 삼는 것도 괜찮지 싶다.

2013-12-23 11:54: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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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인문학 산책] 겨울나무

그 무엇도 걸치지 않은 채 겨울 한 복판에 서 있는 나무들은 '자연의 사제'인 듯하다. 욕망의 흔적은 일체 사라진 여윈 두 팔을 하늘로 펼치고 기도하는 경건함과 하늘마저 얼게 하는 차가운 바람을 견뎌내는 묵묵함이 배어나온다. 찬란했던 시절의 짙은 녹색과 해가 기우는 날 뿜어냈던 황금빛은 계절의 강 저편으로 자취를 감추었으나, 세월이 그 키만큼 길러낸 기품이 뿌리처럼 깊다. 거대한 산맥이 사막을 옆에 끼고 달리다 지쳐 맥을 놓아버린 황폐한 땅에 홀로 자라는 외로운 나무와, 세속의 추격으로부터 몸을 숨긴 밀림 속 사원의 주춧돌을 휘감고 뻗어가는 나무는 아쉽게도 이 겨울을 모른다. 만일 알았다면, 그 고독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굳은 땅을 뚫고 바위를 이겨야 하는 숙명을 가진 동족이 자기 말고도 지구에 존재한다는 걸 위로로 삼았으리라. 어둠이 잠기는 시각, 숲은 인간에게 금단의 경계망을 친다. 지금까지 쉽게 내어주던 공간을 자신들의 그림자로 채운다. 낮과는 전혀 다른 나무의 표정은 그래서 읽어내기 어려워진다. 그러고 보면, 그건 나무만이 아니다. 인간도 그 시각이 되면, 타인에게 밀폐된 독방으로 들어가 휴식과 함께 자신만이 해독할 수 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태양이 머리 위를 우주의 궤도에 따라 흐르는 동안 듣고 느끼고 보았던 광경들이 기억으로 번역되고, 회상으로 기록되어 간다. 누군가는 고단해진 몸을 나무에 기대고, 누군가는 그 아래에서 연인을 끌어안고 뜨겁게 입맞춤을 했으리라. 누군가는 자신의 세월과 나무의 세월을 견주어보고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가늠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나무가 있는 풍경에 흠뻑 취해 이제라도 시인이나 화가가 되겠다고 작정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연들을 나무는, 고해성사를 대하듯 제 몸 안에 비밀서류처럼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리고 영원히 침묵을 지킨다. 가장 믿을 만한 사제다. 지구가 세상을 향해 드러낸 핏줄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무일 것이다. 붉은 색은 아니지만 천지(天地)를 이은 동맥이 거리에, 산에 그리고 들판에 그득하다. 우리는 그 생명의 혈관에 몸을 연결하고 사는 실낙원 이후의 아담과 이브다. 태초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이 축복은 단 한 번도 철회된 적이 없으며, 도시가 숲을 탐욕스럽게 갉아먹고 들어선 이후에도 거두어지지 않았다. 겨울을 큰 가르침, 종교로 만드는 나목(裸木)이 이리도 고맙다

2013-12-22 19:00:1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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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코레일 노조와 불법파업 배상액

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90억 원의 배상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비정규직 노조와 일부 정규직 노조가 울산1공장을 25일간 불법 점거한 것과 관련해 7건, 20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 울산지법은 지난 주 19일 현대차가 제시한 핵심 소송청구액 90억 원을 모두 인정해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와 같은 규모는 지난 2011년 대법원이 내린 파업금지 기간 중 파업을 벌인 코레일 노조에 대한 69억 원보다도 훨씬 많다. 이는 법원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경제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해 77일간 공장을 점거하는 등 불법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와 금속노조 간부 등에 대한 손배소에서 46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금 최장기 파업 중인 코레일 노조도 코레일 측이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 등 민사상 책임을 물을 경우 책임을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이후 감축운행 등으로 100억 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레일의 장기 파업 사태를 보고 '레이건 식'으로 대처해야한다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1981년 항공 관제사들이 불법파업을 벌이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 나서 "48시간 안에 복귀하지 않으면 파면하고 영원히 공직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약속한 시간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 1만 1345명을 전원 해고한 바 있다. 이들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원칙과 집행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혼란을 조장하는 것은 이해 집단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지만 법치주의가 반듯하게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활동은 갈수록 강성으로 변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파업에 대해서 지금까지 대체로 관대한 경향이었다. 법원이 불법파업에 따른 배상책임을 철저히 지우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노사문화가 다소나마 개선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새로운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앞으로 코레일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제 불법파업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묻는 일에 조금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 노조도 이러한 점을 철저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2013-12-22 10:02:4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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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개봉 첫날 마침 남편과 시간이 맞아 영화 '변호인'을 같이 봤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대통령의 삶에 허구적 요소를 보탠 영화다. 지난 대선에서 일 년이 지난 시점과 빈번해지는 촛불집회, 문재인 의원의 대선재출마 시사 등 여러 정치적 이슈가 첨예한 시기이다보니 영화를 둘러싼 말과 의미부여가 넘친다. 영화 '레미제라블'이 인기몰이했던 때보다 어쩌면 더 직접적으로. 그러나 내게 변호인은 고 노무현대통령을 향한 향수나 문재인 의원을 둘러싼 세력 재결집이라는 '진영논리'를 떠나 그저 자유와 인권,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말하는 영화로도 충분했다. 말하자면 표현의 자유, 국민이 공권력에게 착취당하지 않을 권리, 강자의 횡포에 대한 저항, 무고한 시민을 변호해야 할 의무 같은 것 말이다. 극중의 변호인, 송강호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불의가 버젓이 바로 곁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격분해서 외친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어지는 재판에서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뜨겁게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많은 관객들이 울컥할 것 같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함의 중 하나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지도자를 제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일 것이다. 누구든 한 사람 당 한 표, 우리 모두는 평등하고 공정하게 내 목소리를 내고 나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기에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나라의 최고권력자에게 정통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정원과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명백한 대선개입으로 국민의 주권이 무참히 침해되었다. 대선개입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냐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다. 이 사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과연 다음 대선 때 무얼 어떻게 믿고 투표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너무나 힘주어 강조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2013-12-21 23:17:54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