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트렌드읽기] Ageless
실버폰이란 게 있다. 일명 효도폰이란 이름으로 판매점에 진열되는데, 일반 핸드폰에 비해 화면과 글자 크기가 조금 더 크고, 기능은 단순화된 것이다. 제품 가격은 물론이고 요금과 기타 부대 조건 역시 큰 부담이 없다. '알뜰폰' 역시 다르지 않다. 소비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저가 단말기에 통화나 문자 등의 사용에 대한 제한을 설정해 제공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실버폰, 알뜰폰을 쓰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노년층도 학생층도 그들을 위한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핸드폰 구입 기준은 삼성, LG, 애플과 같은 제조사에 대한 기호뿐이다. 여성복은 여성캐주얼, 캐릭터캐주얼, 어덜트캐주얼, 유니섹스캐주얼, 마담 등과 같은 형태로 구분돼 왔다. 제조사 입장과 유통사 정책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된 것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반대의 경우다. 기능성이 중요시 되는 탓에 등산, 골프, 스포츠 등으로 구분돼 왔는데 어느 새 차별화 영역을 잃어버렸다. 원단과 디자인의 다양화에 따라 종목 간의 구분도 애매해졌고, 아웃도어용 의류와 일상생활용 의류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졌다. 여기에는 SPA 브랜드의 팽창도 한몫을 했다. 소비자는 결혼식이나 모임에 갈 때조차 형식적 착장을 피하는 추세다. 문화 체험도 다르지 않다. 10대를 위한 영화에 30대, 40대가 몰린다. 예전처럼 영화관에 자녀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는 없다. 영화의 내용도, 영상도 흥미롭다. 오래된 영화에 대한 소비도 장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옛날 영화를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던(Modern)으로 바라본다. 그들의 손목에는 유물 취급 받는 카시오 손목시계가 두 개씩 채워져 있다. 디너쇼가 효도선물에서 벗어났고, 국악공연이나 사물놀이 역시 다양한 세대가 어울리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바야흐로 '늙지 않는(Ageless)'가 트렌드의 중심으로 와 있다. 과거 젊어 보이려 애썼던 세대와 달리 자연스럽게 젊게 사는, 아니 젊은 시절의 사상이나 행동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 현상은 부모자식, 선후배, 스승과제자 등의 관계에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는다. 모든 면에서 격차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이란 시간이 끝나 가지만 당신은 여전히 오늘의 사람이다. 2014년은 당신 안의 수 많은 당신 간의 격차를 줄이면 젊음은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