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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씀바귀가 쓴가요, 단가요?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옛말은 씀바귀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으니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기 싫다면 지금쯤 씀바귀나물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 씀바귀는 또 춘곤증을 막아 봄철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서 열기를 없앤다고 했으니 여름 더위를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잠을 덜 자게 한다는 것이니 춘곤증 예방에 좋다. 때문에 옛날부터 고들빼기와 함께 봄철 춘곤증을 막아주는 대표적인 나물로 꼽혔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먹는다. 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핵심 요소인데 어렸을 때는 쓴 맛의 진가를 잘 모른다. 세상살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 본 후에야 인생이 무엇인지 참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곡풍(谷風)에 씀바귀의 진짜 맛을 노래한 여인이 있다. 낭군한테 버림 받은 여인이 "누가 씀바귀를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달콤하기가 냉이와 같네요"라고 노래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은 아픔에 비하면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쯤이야 오히려 달콤하다는 비유다. 버림받은 이 여인, 실연의 쓰디쓴 아픔을 씀바귀를 씹으며 달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냈기에 인생의 쓴 맛도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조의 경지에 올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봄이 왔으니 씀바귀를 먹어보자. 씀바귀 맛이 쓴 지, 달콤한 지에 따라 지금 마음의 상태도 알아 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2 11:18:5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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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750ml의 의미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와인 메이커'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이 기기에 물과 와인의 재료가 되는 키트를 넣고 3일만 기다리면 와인이 된단다. 액면 그대로라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와인인지는 의문이다. 와인 마니아는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와인 양조에는 물 한 방울 첨가되지 않는다. 와인은 1년 동안 공들여 재배한 포도로만 만든다. 와인 한 병은 통상 750ml다. 한 병의 와인을 만드는 데는 포도 1Kg이 들어간다. 포도는 무게의 비중으로 볼 때 10% 내외의 껍질과 5% 정도의 씨, 나머지가 과육으로 구성된다. 물론 재배지역과 품종에 따라 그 비중은 조금씩 달라진다. 포도 껍질은 발효 과정을 통해 와인에 색깔을 입히고 탄닌을 우려낸다. 씨는 지방질과 탄닌 성분이 강하나 대부분 제거된다. 결국 80~85%의 과육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발효 과정에서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고 가스는 공중으로 날아간다. 발효와 숙성, 병입 과정에서 증발 또는 찌꺼기 등의 여과를 거쳐 또 일정부분이 줄어든다. 그 나머지가 750ml의 와인으로 탄생된다. 의도적이었든 우연이었든 와인 한 병이 750ml로 만들어진 이유라면 이유다. 포도의 과육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진다. 이 수분은 1년 중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100일에 걸쳐 껍질 속에 쌓인다. 곰팡이가 침투하면 썩어 떨어지고(물론 와인에 유익한 곰팡이도 있어서 이를 노블롯이라고 한다) 제대로 영근 과실만 수확된다. 이보다 더 순수한 수분은 없다. 과육은 또한 미네랄과 영양소의 창고이기도 하다. 1년 동안 포도나무의 뿌리에서 뽑아 올린 각종 양분은 포도 알에 농축된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토양과 토질에 따라 쌓이는 양분의 종류도 제각각이다. 철분 등 금속 성분이 많은 토양이나 조개 화석이 많은 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미네랄 향이 강하다. 진흙과 자갈토양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대체로 흙냄새와 나무향이 진하다. 뉴질랜드 등 녹색지대의 소비뇽 블랑 와이트와인은 유난히 풀향기를 내뿜는다. 프랑스 론 지방에서 자란 시라 품종은 미스트랄이라는 바람 때문에 포도 알이 작고 껍질 비중이 높다.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카베르네소비뇽이나 이탈리아의 네비올로 품종도 껍질이 두껍다. 껍질이 두꺼운 포도종은 탄닌이 풍부해 오랜 기간 숙성이 가능한 좋은 와인이 양조된다. 와인이 술이면서도 심장병 등 건강에 좋은 이유는 바로 자연이 만들어 낸 순수함 때문이다. 그래서 와인 제조업자들도 자연의 가치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재배 단계부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효 등 양조 과정에서도 설탕 추가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인공의 가미를 최소화한다. 요즘 부쩍 바이오다이나믹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와인을 기계로 만든다? 와인의 맛을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프랜치 패러독스'가 표현하듯 우리 몸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그런 '자연이 만들어낸' 와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14-03-11 09:45:5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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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김시진의 한, 사직의 한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올해로 사령탑 7년 차를 맞는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2009~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2013시즌부터 롯데를 2년째 지휘하고 있다. 지난 6시즌 모두 4강에 들지 못했다. 승률 5할을 넘은 성적표는 작년(66승58패4무)이 유일했다. 우승은 커녕 4강도 들지 못한 김시진 감독이 지휘봉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너무 약체 팀을 맡았다. 그래서 성적에서 비교적 자유스러웠다. 여기에 투수를 키우고 팀의 체질을 바꾸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컸다. 요즘 넥센이 강한 이유도 그의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롯데 팬들은 작년 억울했다. 10승 투수 3명(유먼·옥스프링·송승준)과 30세이브 소방수(김성배)가 있었는데도 4강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정도면 4강은 기본이요 한국시리즈도 노릴만한 전력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4강에 실패했다. 공격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주포 이대호 일본이적, 홍성흔 FA 이적으로 빠지면서 해결사가 없던 탓이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힘이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롯데 전력 가운데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A 최준석과 알짜 외국인 루이스 히메네스 거구 듀오를 영입해 장타력을 보강했다. 좌완 15승 투수 장원준이 제대해 복귀했고, 150km 강속구 투수 최대성도 불펜에 가세해 마운드도 강해졌다. 무엇보다 2개의 라인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내·외야진을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21년 동안 우승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9년 이후 14년째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사직구장 특유의 "마!" 응원에는 그런 질곡의 시간을 인내한 팬들의 한이 담겨 있다. 김시진도 우승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선수들은 더할 것이다. 여기에 구단의 한까지 켜켜이 쌓여 있다. 왠지 올해 사직구장은 한풀이 용광로가 될 것만 같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3-10 16:00:0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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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읽기] 착한 고객에겐 착한 가격으로

'손님은 왕이다.' 조그만 동네 가게에서부터 큰 기업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고객은 왕처럼 대우받고 있다. 아니 기업들은 자신들의 고객들을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들이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카페 La Petite Syrah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이 카페에서는 고객들의 커피 주문 태도를 평가한다. 아예 매뉴얼로 가격을 정해놓고 있다. 기본 7유로인 커피 주문 시 'please'를 붙여 정중한 말투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4.25유로에 판매한다. 심지어 밝은 얼굴로 인사까지 곁들이면 1.40유로에 커피를 판매한다. 80%를 디스카운트 한 가격이니 거의 공짜인 셈이다. 고객서비스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비애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사례이다. 서비스 품질의 결과는 그 결과를 위한 과정 속의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와의 관계의 품질에서부터 결정된다. 많은 기업들이 표적 고객들을 고르고 그 고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고객이 '왕'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서비스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있어야 함을 인지한 것이다. 영국의 모 레스토랑에서는 아이들을 동반한 고객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고객들의 매출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초기 매출엔 가족 고객들의 매출이 마이너스로 나타났고 아이들을 무시한다는 일부 고객들의 불매운동으로 다소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레스토랑의 매출은 다시 회복됐고 오히려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레스토랑이 됐다.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어서 돈을 지불하고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음과 쾌적하지 않은 분위기를 참아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저렴한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진 세상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받아야 하는 서비스만큼 자신들이 지켜내야 하는 태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자신이 속한 소비자 그룹에 적절한 태도를 갖추지 못한 '자격 없는 소비자'가 자신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소비자의 태도가 자신의 '격'을 말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젠 기업이 자신들의 '격'을 지켜주길 원한다. '가격'이 아닌 '격'으로.

2014-03-10 15:58: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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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신당이 성공으로 가는 혁신과제

지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신당 창당이 아닌가 한다.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이 하나로 뭉쳐 '제3의 신당'을 만든다. 말이 창당이지 당 대 당의 통합이나 마찬가지다. 신당 창당의 목표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정치를 펴 오는 2017년 대선 승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민주당의 정치 행보나 안철수 의원이 선보인 새 정치의 실험은 이러한 과업을 완수할지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새 정부 들어 민생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정쟁으로 일관해 국력을 소모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또한 새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깃발을 들고 나온 안철수 의원은 아직도 새 정치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이러한 두 개의 정당이 하나가 된다는 점에 우선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 발표 후 4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 출발하는 신당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신당이 제1 야당으로 자리를 잡고 나아가 수권능력을 갖추자면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된다. 첫째, 시대정신에 충실해야한다. 우리나라는 고른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수준은 노사관계와 함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때문에 정치발전이 나라발전의 핵심 역량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낡은 정치 청산은 야당부터 솔선해야한다. 투쟁 일변도의 정치가 바로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 산업이다.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 때 정치는 투쟁이 최선일 수 있다. 지금은 경쟁시대다. 셋째, 국가이익과 국민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둬야 한다. 이제는 낡은 이데올로기 시대가 지났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미국조차 150년 전 링컨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을 가장 중시하는 게티즈버그 연설을 거울로 삼을 정도다. 넷째,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할 경우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킴은 물론 국론을 이리저리 쪼개 정치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대안정치를 펴야 믿음이 간다. 다섯째, 계파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지금 신당을 구성하는 세력 사이에는 태생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너무나 많이 지니고 있다. 당내 정치부터 화합을 다지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지도력을 확보해야 희망이 있다. /언론인

2014-03-09 18:05: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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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

8세기 중엽 이슬람 제국의 규모는 가히 세계적이었다. 인도 근방에서 북아프리카,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영토는 로마가 붕괴된 이후 유럽의 역사적 운명을 좌우할 지경이었다. 7세기 이전에는 지중해 로마의 세계에서 미미한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아라비아였다. 아라비아는 비잔틴과 페르시아 제국 사이에 있는 완충지대와 같았고 두 제국이 격투를 벌이면서 힘이 약해지자 그 틈을 파고 종교와 군사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슬람의 힘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문명의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잔틴과 페르시아 문명의 수준은 아라비아의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슬람은 보통의 정복자들이 했던 것처럼 문화를 파괴하고 약탈한 것이 아니라 고등문명의 영양분을 자신의 것으로 최대한 섭취하기 위해 진력을 다했다. 이슬람은 지적 품격을 갖춘 문명이 되어갔던 것이다. 이러면서 아랍어는 국제어가 되었다.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를 봐도 중앙아시아 쪽에 가까운 사마르칸트에 그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문학의 위치를 갖게 된 것은 아랍어 덕분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서적은 당시 기독교의 일파였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학자들에 의해 거의 대부분 아랍어로 번역됐다. 르네상스의 자양분이 여기서 마련된다. 중국과 인도로부터는 특히 십진법, 0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된 대수학을 만들어 냈다. 12세기 중세 유럽은 이에 비해 낙후한 지적 수준을 면치 못한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는 진통을 겪고 있다. 미래를 새롭게 세워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 고민이 이슬람에만 있는가? 그런데 이들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온 문명의 자신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 지혜로 오늘의 세계를 진중하게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슬람 문명에 무식하거나 멸시한다. 그건 우리의 무지일 뿐이다. 이븐 할툰의 '역사서설'같은 세계적 고전이자 명저가 오랫동안 품절인 채로 지식사회 안에서도 읽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싸비야"라는 말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의 근원에 대한 그의 성찰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주제다. 그럼에도 이슬람의 정신세계와 문명에 대한 배움은 너무도 방치돼 있다. 이 나라 지식지도는 다시 써져야 하지 않을까? 서양의 이론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습관이 너무도 깊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09 18:01:0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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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어디서 만날 것인가

꽃샘추위의 한 주가 지나갔지만 햇살과 공기에서 봄을 느낀다. 겨우내 움츠렸던 육체와 더불어 마음이 말랑말랑 다시 살아숨쉬기 시작한다. 얼마전 한 회사의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느닷없는 질문을 하나 받았다. "연애는 하고 싶은데 사람은 대체 어디서 만나야 하나요?" 느닷없었던 이유는 이 질문이야말로 가장 많이 받는 진부한 연애상담 일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대학생 새내기라면 모를까 설마 일류기업에 다니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조차 같은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렇게 진부하면서 이렇게 대답하기 곤란한 것도 없다. '애인 후보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가 대답하기 곤란한 이유는 우리에게 그 모범답안이 이미 빤히 나와있기 때문이다. 일단 수줍어하지 말고 내가 애인을 구함을 주변에 널리 알려라. 가급적 지인들을 통해 소개를 많이 받아라. 우선 가까운 주변에서 잘 찾아봐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면서 가능성을 높여봐라. 이 이상 해줄 말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이어지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구차하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 '소개받아도 괜찮은 사람은 안 나오고 주변 사람들은 이성으로 봐줄만한 사람이 없네요' '회사 퇴근해서 퍼자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요'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데 다른 활동들을 할 여유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그 와중에 참 다들 모범생이라는 것이다. 설사 수동성을 버리고, 눈을 낮추고, 여러 사교활동에 참여한다 해도 '안 생겨요'라며 프로젝트에 실패한 사람마냥 자학하고 좌절한다. 그러지 좀 말자. 분명 인위적인 유통망 확장의 노력이 가능성을 높여주긴 하지만 대개 나머지 빈 부분은 우연이라는 운명이 채운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나만 해도 아무 감정도 없던 남자와의 '우연한 합승'으로 결혼까지 이르렀다. '어디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가 관건이다. 열린 마음과 예민한 촉이 순발력을 가질 때, '연애의 타이밍'이라는 말은 현실이 된다. /칼럼니스트

2014-03-09 11:33: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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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1> 인천 청라의 에메랄드로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해방 후 세대다. 하지만 아버지 함자에는 '웅(雄)'자가, 어머니 함자에는 '아들 자(子)'자가 들어있다. 모두 일본식 이름의 흔적들로, 남자이름 속의 '사내 랑(郞)'자나 여자이름 속의 '가지 지(枝)'자처럼 이름 속 일제의 흔적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명에는 아예 인위적인 왜곡이 가해지기도 했다. 전북 장수군 용계리의 경우 지금은 '용 용(龍)'자에 '시내 계(溪)'자를 쓰고 있지만 애초에는 계(溪)자 대신 '닭 계(鷄)'자를 썼다. 고려 말 이성계가 용의 기운을 지닌 닭이 울어준 덕분에 왜구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그러나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제는 이성계의 왜구 토벌과 관련이 있는 '닭 계'자를 '시내 계'자로 바꿔버렸다. 서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전체 동 가운데 30% 정도가 일제 강점기 당시의 지명을 쓰고 있는데, 그 중 종로구의 경우엔 절반 이상이 일제 때 명칭이다. 용계리의 수난처럼 그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관련이 없는, 일제의 정치적인 의도나 편의에 따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크리스탈로'와 '에메랄드로', '사파이어로' 따위의 이름을 가진 도로가 생겨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전격 시행된 도로명 주소 체계의 결과물들이다. 일제의 만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비극치고는 참 잔혹하지 않나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06 11:22: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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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봄 냉이는 인삼보다 보약

계절 변화를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식탁이다. 밥상에 오른 냉이무침, 냉잇국 한 그릇으로 입 안 가득 냉이 향기가 퍼질 때, 우리는 봄을 실감한다. "산채는 일렀으니 봄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다." 조선 후기 농가월령가의 한 구절로 달래김치, 냉잇국이 얼마나 입맛을 돋우는지 수천 년의 임상실험을 거쳐서 몸으로 체득했기에 옛사람들은 나물을 캐는 것이 아니라 의학서인 본초(本草)에 적힌 약재를 캐오겠다고 노래했다. 예전 할머니들의 말씀이 그른 것이 하나 없다. 겨울을 넘겨 싹트는 나물의 뿌리는 인삼보다도 명약이라고 했으니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온 생명력만으로도 냉이가 보약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산림경제에 냉이는 성질이 따뜻해 오장을 조화롭게 해준다고 나온다. 그러고 보니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은 백이숙제는 굶어죽었지만 서산에 올라 냉이 먹으며 공부한 채원정은 높은 학문의 경지를 이뤘다. 채원정은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로 공자, 맹자의 뒤를 이은 주자(朱子)가 존경했다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공부에 전념하려고 서산에 올라 냉이로 연명하며 학문을 닦았다. 주자의 명성을 듣고는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기를 간청하자, 학문의 깊이를 알아 본 주자가 제자 삼기를 거절하고 동료의 예로써 대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냉이는 혈액순환에 좋고 눈을 맑게 한다고 했으니 채원정이 학문을 닦는데 냉이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봄철, 수험생 부모라면 참고해 볼 만하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05 11:34:0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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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자꾸만 마음이 가는 부장님

Hey 캣우먼! 저는 회사 생활 7년차의 서른 초반 싱글입니다. 지리한 회사 생활에 같이 일하는 부장님은 정말 매력있는 사람입니다. 일한지 일년 넘었는데 저랑 성격이 진짜 잘 맞는 사람입니다. 부장님도 동의하면서 다음 생애는 꼭 결혼하자고 얘기합니다. 술도 잘 사주시고 때때로 아빠처럼 위로도 해주시고,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분입니다. 특히 부장님은 취하면 특별한 애정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다가 곧 무장해제될 것같아요. 불륜같은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닥치고보니 로맨스네요. 양심의 가책도 안드네요. 특히 전 잃을 게 없으니, 좋은 사람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끝이 보이는 이 관계를 전 왜 자꾸 시작하고픈 걸까요? (차장이면 안되겠니) Hey 차장이면 안되겠니!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은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만들어낸 말이에요. 세상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는 것들이 있지 말입니다. 맨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온 세상에는 부장급 정도 되는 남자와 그를 존경하는 후배여성간의 사내로맨스는 아마 몇 십만 건 정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고로 하나도 놀랍지 않고 당신의 마음도 이해를 합니다. 한국이 특수한 게 있다면(지금 바뀌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선을 넘게 되고 발각이 되면 아직은 법적으로 간통죄가 되어 실질적으로 감옥에 가거나 돈으로 대가를 치를 수가 있다는 점이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러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상사와의 관계나 총체적인 커리어를 잃을 우려도 있다고 볼 수 있죠. 어쩌면 처자식 딸린 상대남자 이상으로 잃을 건 당신이 더 많을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너무 좋아서 함께 있고 싶다,고 한다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내가 당신이라면 나에 대한 그의 호감을 적당히 이용해서 회사생활 좀 편하게 해보겠건만 그거야 어차피 내가 그 사람보다 덜 좋아할 때나 가능한 얘기니까. 그러고보니 울 남편도 지금 부장이네요? (캣우먼)

2014-03-04 10:01:26 메트로신문 기자